“우리는 명령만 기다립니다”(욥기 38:35)
[성서일과 4본문]
(욥기 38:1-7(34-41))
1. 그 때에 주님께서 욥에게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서 대답하셨다.
2. “네가 누구이기에 무지하고 헛된 말로 내 지혜를 의심하느냐?
3. 이제 허리를 동이고 대장부답게 일어서서, 묻는 말에 대답해 보아라.
4.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거기에 있기라도 하였느냐? 네가 그처럼 많이 알면, 내 물음에 대답해 보아라.
5. 누가 이 땅을 설계하였는지, 너는 아느냐? 누가 그 위에 측량줄을 띄웠는지, 너는 아느냐?
6. 무엇이 땅을 버티는 기둥을 잡고 있느냐? 누가 땅의 주춧돌을 놓았느냐?
7. 그 날 새벽에 별들이 함께 노래하였고, 천사들은 모두 기쁨으로 소리를 질렀다.
34. 네 소리를 높여서, 구름에게까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느냐? 구름에게 명령하여, 너를 흠뻑 적시게 할 수 있느냐?
35. 번개를 내보내어, 번쩍이게 할 수 있느냐? 그 번개가 네게로 와서 “우리는 명령만 기다립니다” 하고 말하느냐?
36. 강물이 범람할 것이라고 알리는 따오기에게 나일 강이 넘칠 것이라고 말해 주는 이가 누구냐? 비가 오기 전에 우는 수탉에게 비가 온다고 말해 주는 이가 누구냐?
37. 누가 구름을 셀 만큼 지혜로우냐? 누가 하늘의 물주머니를 기울여서 비를 내리고,
38. 누가 지혜로워서, 티끌을 진흙덩이로 만들고, 그 진흙덩이들을 서로 달라붙게 할 수 있느냐?
39. 네가 사자의 먹이를 계속하여 댈 수 있느냐? 굶주린 사자 새끼들의 식욕을 채워 줄 수 있느냐?
40. 그것들은 언제나 굴 속에 웅크리고 있거나, 드러나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가 덮친다.
41. 까마귀 떼가 먹이가 없어서 헤맬 때에, 그 새끼들이 나에게 먹이를 달라고 조를 때에, 그 까마귀 떼에게 먹이를 마련하여 주는 이가 누구냐?
(시편 104:1-9, 24, 35c)
1. 내 영혼아, 주님을 찬송하여라. 주, 나의 하나님, 주님은 더없이 위대하십니다. 권위와 위엄을 갖추셨습니다.
2. 주님은 빛을 옷처럼 걸치시는 분, 하늘을 천막처럼 펼치신 분,
3. 물 위에 누각의 들보를 놓으신 분, 구름으로 병거를 삼으시며, 바람 날개를 타고 다니시는 분,
4. 바람을 심부름꾼으로 삼으신 분, 번갯불을 시종으로 삼으신 분이십니다.
5. 주님께서는 땅의 기초를 든든히 놓으셔서, 땅이 영원히 흔들리지 않게 하셨습니다.
6. 옷으로 몸을 감싸듯, 깊은 물로 땅을 덮으시더니, 물이 높이 솟아서 산들을 덮었습니다.
7. 그러나 주님께서 한 번 꾸짖으시니 물이 도망 치고, 주님의 천둥소리에 물이 서둘러서 물러갑니다.
8. 물은 산을 넘고, 골짜기를 타고 내려가서, 주님께서 정하여 주신 그 자리로 흘러갑니다.
9. 주님은 경계를 정하여 놓고 물이 거기를 넘지 못하게 하시며, 물이 되돌아와서 땅을 덮지 못하게 하십니다.
24. 주님, 주님께서 손수 만드신 것이 어찌 이리도 많습니까? 이 모든 것을 주님께서 지혜로 만드셨으니, 땅에는 주님이 지으신 것으로 가득합니다.
35...내 영혼아, 주님을 찬송하여라. 할렐루야.
(히브리서 5:1-10)
1. 각 대제사장은 사람들 가운데서 뽑혀서 하나님과 관계되는 일에 임명받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사람들을 위하여 예물과 속죄의 희생 제사를 드립니다.
2. 그는 자기도 연약함에 휘말려 있으므로, 그릇된 길을 가는 무지한 사람들을 너그러이 대할 수 있습니다.
3. 그는 백성을 위해서 속죄의 제사를 드려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연약함 때문에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4. 누구든지 이 영예는 자기 스스로 얻는 것이 아니라, 아론과 같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서 얻는 것입니다.
5. 이와 같이 그리스도께서도 자기 자신을 스스로 높여서 대제사장이 되는 영광을 차지하신 것이 아니라, 그에게 "너는 내 아들이다. 오늘 내가 너를 낳았다" 하고 말씀하신 분이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6. 또 다른 곳에서 "너는 멜기세덱의 계통을 따라 임명받은 영원한 제사장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7. 예수께서 육신으로 세상에 계실 때에, 자기를 죽음에서 구원하실 수 있는 분께 큰 부르짖음과 많은 눈물로써 기도와 탄원을 올리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예수의 경외심을 보시어서, 그 간구를 들어주셨습니다.
8. 그는 아드님이시지만, 고난을 당하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습니다.
9. 그리고 완전하게 되신 뒤에, 자기에게 순종하는 모든 사람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시고,
10. 하나님에게서 멜기세덱의 계통을 따라 대제사장으로 임명을 받으셨습니다.
(마가복음 10:35-45)
35. 세베대의 아들들인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께 다가와서 말하였다. “선생님,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주시기 바랍니다.”
36.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느냐?”
37. 그들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선생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하나는 선생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선생님의 왼쪽에 앉게 하여 주십시오.”
38.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너희가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고,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가 받을 수 있느냐?”
39. 그들이 그에게 말하였다. “할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시고,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가 받을 것이다.
40. 그러나 내 오른쪽과 내 왼쪽에 앉는 그 일은, 내가 허락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해 놓으신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41. 그런데 열 제자가 이것을 듣고, 야고보와 요한에게 분개하였다.
42.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들을 곁에 불러 놓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아는 대로, 이방 사람들을 다스린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백성들을 마구 내리누르고, 고관들은 백성들에게 세도를 부린다.
43. 그러나 너희끼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서 누구든지 위대하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44. 너희 가운데서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
45. 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으며, 많은 사람을 구원하기 위하여 치를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내주러 왔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이어주는 끈은, ‘하나님 앞에서’입니다.
구약, “너는 아느냐?”(욥기 38:5)
시편, “내 영혼아 주님을 찬송하여라”(시편 104:1,35)
서신서, “그는 아드님이시지만, 고난을 당하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습니다”(히브리서 5:8)
복음서, “너희는, 너희가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마가복음 10:)
오늘 요절은, “우리는 명령만 기다립니다”입니다.(욥기 38:35)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욥기 38:1-7(34-41), 시편 104:1-9, 24, 35c)]
오늘 구약본문의 소제목은 ‘폭풍가운데서 하신 여호와의 첫 번째 질문’입니다.
하나님 앞에 소송도 개의치 않겠다는(31:35-37) 욥의 마음을 받아들이시는 듯,
하나님께서 대답을 시작하십니다.
처음으로 여호와(주님)이라는 이름으로써(1),
하나님과 욥의 깊은 관계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하나님께서 그 언약대로 당신 백성의 삶에 동행하시고
백성의 고난에 세밀히 관심하고 계시다는 암시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앞에 나온 욥의 무수한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 대신
오히려 욥에게 무수한 질문을 퍼붓기 시작하십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욥은 하나님을 제대로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세계의 창조와 보존에 몰두하시는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
하나님의 피조물에 대한 지극하신 관심!
하나님이 얼마나 나에게 관심 많으시고,
얼마나 나를 믿으시는지를, 욥은 차차 깨달아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믿고 기대하시는 욥, 참 사람 욥으로 완성되어 갈 것입니다.
오늘 시편본문의 소제목은 ‘창조주 찬양’입니다.
오늘 시인은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광대한 세상의 치밀한 질서 속에서 하나님의 세심한 손길을 발견한 것입니다.
피조물을 향한 창조주 하나님의 관심과 사랑을 발견하는 기쁨 가득한 노래입니다.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히브리서 5:1-10, 마가복음 10:35-45)]
오늘 서신서 본문의 소제목은 ‘그리스도, 진정한 대제사장’입니다.
대제사장이란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임명되고, 백성과 연대하여 임무를 수행하는 자입니다.
예수그리스도는 백성처럼 죄가 있지는 아니하나
극심한 고난과 죽음으로써 그 연대가 누구보다 강력한 분이십니다.(7-8)
심지어 백성의 운명을 ‘배우는 자’가 되기까지 하시면서(8)
하나님 백성의 구원을 위한 ‘섬김의 극치’를 보이신 분,
섬김의 끝판왕! 그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의 소제목은 ‘다스림과 섬김에 관하여’입니다.
우레의 아들 야고보 요한 형제가 예수님이 받으실 영광의 무게를 전혀 모르면서
‘자리’욕심을 부리자 다른 제자들이 분개합니다.(41)
이에 예수님께서 그 영광의 기초인 섬김의 도
- ‘진노의 잔과 고난의 세례’를 무릅쓰는(38-39) -
백성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주는(45)
‘섬김의 극치’를 엿보이십니다.(43-45)
(이상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 해설 일부 참조)
(예전에 올린 것을 조금 다듬어서 다시 올립니다)
[정리]
오늘 구약본문의 욥은 원 없이 한풀이를 합니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주님을 마침내 뵙고 한없이 그 말씀을 듣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아무리 읽어도 깜깜절벽 같던 성경말씀이 어느 날 갑자기
밤하늘 쏟아지는 은하수처럼 내 안에 활연관통(豁然貫通)하시듯!
그 말씀은 다음 장과 그 다음 장으로, 또 그 다음 장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마치 평생 받을 말씀을 한 번에 몰아서 받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에 앞서 욥은 하나님께 무수히 질문했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 가득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나님께서 처음부터 하나하나, 바닥부터 차근차근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마치 욥을 환골탈태 시키려는 듯, 아니 아예 다시 지으시려는 듯!
오늘 복음서본문에서는
답답한 제자들 때문에 한없이 답답하신 예수님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바닥까지 내려가라고 하십니다.
비록 눈은 떴으나 예수님의 진면목을 못 알아보는 제자들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예수님을 떠나지 않은 자들은 마침내 진리를 닮아갔습니다.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주님께 여쭙던 욥이
마침내 진리를 만나 회개의 기회, 참 생명의 길을 찾았듯이!
우리 한반도가 나날이 전쟁의 위기가 높아가고 있음에도
사회적 영향력을 다 잃어버린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주일을 한 주 앞둔 오늘 받은 말씀의 주인공들
욥과 천둥의 아들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마치 폭풍이 몰아치듯 정신없이 뻥뻥 터져 나오는 오늘 한반도 구석구석의 경고음 속에서
지금 우리 한국교회에게 질문을 쏟아내시는 저 답답하신 하나님의 심정을 느낍니다.
지금 주님께서는 순종의 도를 깨친 제자들을 찾으십니다.(히5:8)
그렇게 아예 우리를 새로 지으려 하십니다.
그러므로 지금 내가 할 일은, 나에게 말씀하시는 주님 앞에 엎드리는 일입니다.
오직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우리는 명령만 기다립니다!”(욥기38:35) 이뿐입니다.
그러면 마침내 우리가 함께 살아날 길, 회개의 길,
생명의 길을 보여주시고 열어주실 것입니다.
[나머지]
* 욥의 귀를 열어주신 하나님
오늘 구약본문 욥기 38장에서 우리는 나를 향하여 쏟아내시는 하나님의 무수한 질문을 처음 만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내 하나님께 질문 드리기만 했는데 막상 내가 질문을 받고 보니 어안이 벙벙하고 얼떨떨합니다. 그러고 보니 욥은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퍼부으시는 저 한없는 질문을 하나하나 다 알아들으니 말입니다. 비록 한마디도 정답을 말씀드리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욥은 이 어마어마한 질문이 몽땅 귀에 들린 최초의 사람일 것입니다. 그만큼 그의 고난이 컸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 극심했던 욥의 고난은 하나하나 “에바다”였습니다.(마가7:34) 우리는 인생의 수많은 굴곡, 고통과 고난 속에서 주님의 음성, “묻는 말에 대답해 보아라”(욥기38:3)하시는 주님 음성을 듣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그 <인생 음성>을 파지(把持)하지 못하고 지나칩니다. 그런데 오늘 욥이 들은 하나님의 질문들이 우레의 아들, 천둥의 아들들 귀에는 들렸을까요? 그러고 보니 오늘 천둥의 아들들(마가3:17)이라는 별명이 인상적입니다. 천둥은 ‘거둥’(임금님 행차)을 연상시키는 단어입니다. 하늘 임금님의 행차 말입니다.(천둥에 대한 ‘글자’풀이가 아닌 시적 상상입니다.) 오늘 구약과 시편에 그 흔적이 나옵니다. 번개를 내보내어, 번쩍이게 할 수 있느냐? 그 번개가 네게로 와서 "우리는 명령만 기다립니다" 하고 말하느냐?(욥기38:35) 바람을 심부름꾼으로 삼으신 분, 번갯불을 시종으로 삼으신 분이십니다.(시편104:4) 그러나 주님께서 한 번 꾸짖으시니 물이 도망치고, 주님의 천둥소리에 물이 서둘러서 물러갑니다.(시편104:7) 천둥이란 번개와 뇌성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불같은 성격 때문에 붙은 별명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오늘 천둥의 아들들은 하늘임금님을 모시는 일에 너무 적극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모시고 서 있는 게 아니라 양 옆에 앉겠다네요?(37) 오늘 구약과 시편의 천둥과는 차이가 큽니다. 이건 내 목숨을 바치는 섬김보다 내 자리, 내 얼굴을 빛내려는 모양새입니다. 그리하여 베드로와 더불어 늘 예수님의 호위무사처럼 따랐던 저 천둥의 아들들이 오늘 예수님께 뼈아픈 말씀을 듣습니다. 그리고 마치 하나님의 질문을 받은 욥이 회개하듯, 장차 그들도 내 목숨을 바치는 섬김의 도를 갈 것입니다. 추수의 계절, 알곡과 쭉정이를 가르는 추수의 계절에 우리는 교회의 기운을 차리고 있습니까? 주님의 말씀을 받아 전하기에 앞서, 그 말씀 들을 귀가 열려있습니까? 지금 우리가 겪는 모든 고통 속에서 주님의 임재를 느낄 수 있기를, 그 주님 앞에서, 부디 욥처럼 주님의 그 모든 질문을 들을 귀가 열리기를, 그리고 주님의 질문에서 주님을 재발견하고, 섬김의 도로 나를 환골탈태하기를, 그렇게 온 몸으로, 온 존재로 주님께 대답할 수 있기를 빕니다.
** 욥을 재창조하시는 하나님
오늘 시편은 마치 창세기 1장을 그대로 옮겨와 시적으로 노래한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구약과 시편의 주제와 분위기는 온통 천지창조, 하늘과 땅이 지어지기 시작할 때의 분위기입니다. 천지창조, 하늘과 땅이 새로 시작되는 분위기는, 따사로운 햇살 가득한 봄 동산이 아니라, 어두컴컴하고 우르릉 쾅쾅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고 보니, 하나님께서 욥에게,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서 말씀하신 것이 마치 그 옛날 창조의 기운을 느끼도록 하시려는 것만 같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오늘 구약말씀 속에서 마치 하나님께서 욥을 재창조하시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말입니다. 의로운 종이었으나 또 한 편, 그 역시 인간의 육체를 입은 어리석을 수밖에 없는 존재 아닙니까? 이 욥과 욥을 둘러싼 인물들 하나하나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바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시는 하나님 말씀인 것입니다. 욥은 많은 것을 가졌으나,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인생의 전형입니다. 세상 모든 것을 가졌어도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을 놓고 갈 수밖에 없는(모든 것 잃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숙명 말입니다. 그럼에도 천년만년 권세권력 다 누리며 살 것 같은 우리 착각투성이 인생입니다. 오늘 복음서 말씀에서 예수님이 사랑하는 제자, 그럼에도 착각투성이의 모델이 되어버린 요한과 야고보를 봅니다. 오늘 신약의 주제는 순종과 겸손입니다. 서신서말씀과 복음서말씀 모두 그 주제입니다. 낮아지고 또 낮아져야 하는 이유가 나옵니다. 그런데 그게 어렵다는 말씀입니다. 나이 먹을수록 더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나이 먹을수록 나를 아는 이들이 많아지고, 나를 우러르는 이들이 많아지는데, 내 육체는 늙어 점점 약해지고 망가집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좋은 옷, 좋은 차로 나를 치장하는데 몰두합니다. 마치 영화 ‘아이언맨’처럼, 점점 더 좋은 첨단 쇠붙이로 몸을 감싸듯이 돈으로 권력으로 나를 업그레이드 시키려 애씁니다. 이 깊어가는 가을에, 저기 들녘에 고개 숙인 벼이삭과 달리, 나이 먹을수록 겸손해지기 더 어려운 우리 안타까운 인생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우리가 나이 먹을수록 내 인생에 폭풍이 몰아치게 하시나 봅니다. 하나님께서 폭풍 가운데서 욥을 재창조하신 것을 생각해보십시오. 여러분은 인생에서 크나큰 어려움이 폭풍처럼 불어 닥칠 때 바로 이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폭풍은 재창조의 전조라는 사실! 여러분이 다시 빚어지는, 높아만 지려는 육체의 본능이 진정되고, 낮아지려는 영의 본능을 발현시키려는 하나님의 운전이 시작되고 있다는! 어떤 이가 이런 글을 썼습니다. <하나님은 늘 내 인생의 태클이셨다. 앞을 보아도 뒤를 돌아보아도 사방을 둘러보아도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주님 주님 부르짖으며 문 열어달라고 문을 두드렸다. 그래도 내 인생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 씨... 괜히 예수 믿었나봐...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저 깊은 곳에서 주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네 인생길의 문을 하나하나 닫아준 건 바로 나다. 그 수많은 육체의 문, 유혹의 문들을 닫아 그렇게 네 길을 한 길로 인도해왔다.> 지금 여러분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습니까? 그건 폭풍가운데서 여러분을 으뜸 제자로, 천국 주인으로 재창조하시려는 하나님의 개입이 시작되었다는 징조입니다. 이런 역경 속 한가운데에서 두근거리는 주님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복됩니다.
*** 저 많은 내 섬김의 대상을 지어주신 주님
오늘 성서일과 본문에는 곳곳에 주님의 음성이 진동합니다. 주님의 말씀이 각기 다른 여러 형식으로 울려 퍼집니다. 하나님은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서 욥에게도 대답하시고(욥38:1) 구름과 번개(34-35), 그리고 따오기와 수탉에게도(36) 말씀하십니다. 천둥소리처럼 큰물을 꾸짖으시고(시104:7) 시편 시인의 입을 통하여 사랑 가득한 말씀도 하십니다.(히5:5-6) 이렇듯 하나님은 태초로 지금까지 창조세계 만유를 향하여 여러 언어 여러 경로로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주님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마치 오늘 복음서의 열두제자들에게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말씀하시듯이 주님은 오늘 우리에게도 여러 길을 통하여 여러 언어로 반복해서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열두제자들처럼 주님 말씀을 못 알아듣고 섬김의 도, 순종의 도는 입에만 걸어 놓은 채 여전히 높은 자리만 바라고 종종 질투와 경쟁심으로 분개합니다. 이런 우리에게 오늘 시인의 이 노래는 중요한 것을 깨우치십니다. “땅에는 주님이 지으신 것으로 가득합니다.”(시104:24)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섬김의 대상 섬김의 길이 아주 많고도 많습니다. 이 모두가 주님 손수 주님의 지혜로 만드신 사랑스런 존재들입니다. 이들을 섬기게 하신 주님 뜻에 순종하려면 높은 자리를 탐하고 질투 경쟁 분개할 짬이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주님의 몸 교회, 주님을 닮은 우리는 섬김의 길이 많고도 많은 <섬김 부자(富者)>입니다. 주님, 주님께서 손수 만드신 것이 어찌 이리도 많습니까? 이 모든 것을 주님께서 지혜로 만드셨으니, 땅에는 주님이 지으신 것으로 가득합니다.(시104:24)
(※ 전에 올린 것을 다듬어서 다시 올립니다.)
[말씀동시] 올라가는 법 (이선구 지음. 성실교회 청년부, 「성실문화」 120호)
구름 위 황금 옥좌를 앞에 두고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다른 사람들 머리를 밟고 위로 가려는 사람과
작은 사람들 무등 태워 위로 올려주려는 사람
아무리 짓밟고 아무리 올라가도
옥좌는커녕 먹구름만 보이지만
가장 아래에서 땀 흘려 올려주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새 옥좌에 이름이 새겨져 있다
[시편시조] 시편 104, 바람과 벗갯불을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120호)
바람과 번갯불을 마음껏 부리시고
땅의 기초 놓으시고 큰물을 다스리는
위대한 주 하나님을 내 영혼아 찬송해
[시편노래] 시편 104, 내 영혼아 주님을 찬송하여라 (이정훈 편사, 이방실 작곡. 「성실문화」 120호)
[본문] (시편 104:1-9, 24, 35c)
[노랫말]
0. 내 영혼아 주님을 찬송하여라, 할렐루야 주님을 찬송하여라
1. 더없이 위대하신 나의 하나님, 권위있고 위엄차신 나의 하나님
빛을 옷처럼 걸치시는 분, 하늘을 천막처럼 펼치시는 분
물 위에 들보를 놓으시는 분, 구름을 병거삼아 다니시는 분
바람을 심부름꾼 삼으시는 분, 번갯불을 시종으로 삼으시는 분
2. 땅의 기초 든든히 놓으신 주님, 영원히 흔들리지 않게 하시네
깊은 물로 온 땅을 덮으시더니, 물이 솟아 온 산을 덮었나이다
주님께서 천둥처럼 꾸짖으시니, 모든 물 도망치듯 물러갑니다
산을 넘고 골짜기를 타고 내려가, 주님 정한 그 자리로 흘러갑니다
3. 주님께서 경계를 정해두시어, 모든 물 그를 넘지 못하게 하며
모든 물 제자리로 되돌아가니, 되돌아와 땅을 덮지 못하나이다
어찌 이리 많습니까 주의 작품이, 주님 손수 지으신 것 가득하여라
어찌 그리 높습니까 주의 지혜가, 그 지혜로 빚은 작품 찬란하여라
0. 내 영혼아 주님을 찬송하여라, 할렐루야 주님을 찬송하여라
[해설]
시편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국립국악원 정악단 지도위원이신 거문고 연주자 이방실 선생이 곡을 붙였다.
[악보] 시편 104 (내 영혼아 주님을 찬송하여라) (이정훈 편사, 이방실 작곡)
[시편송서(誦書)] 시편 104:1-9, 24, 35c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 120호)
(※ 전래자장가 가락, 즉 천자문독송 가락으로)
1. 내 영혼아-- 주님-을--, (주님을) 찬-송하여-라--,
주-- 나-의 하나-님--, 주님은 더없이 위대하-십-니다-∼
권위와 위엄을 갖추셨습니다.
2. 주님은 빛을 옷처럼 걸치시는 분, 하늘을 천막처럼 펼치신 분,
3. 물 위에 누각의 들보를 놓으신 분, 구름으로 병거를 삼으시며, 바람 날개를 타고 다니시는 분,
4. 바람을 심부름꾼으로 삼으신 분--, 번-갯-불을 시종으-로- 삼으신 분이십니다-,
5. 주님께서-는 땅의 기초를-, 든든-히-- 놓으-셔서-∼
땅이 영원히 흔들리지 않게 하셨습니다.
6. 옷으로 몸을 감싸듯, 깊은 물로 땅을 덮으시더니, 물이 높이 솟아서 산들을 덮었습니다.
7. 그러나 주님께서 한 번 꾸짖으시니 물이 도망 치고, 주님의 천둥소리에 물이 서둘러서 물러갑니다.
8. 물--은-- 산을- 넘고-, 골-짜-기를 타-고 내려-가서-,
주님께서-- 정하여 주신-, 그- 자리로- 흘러갑니다-∼
9. 주님은 경계를 정하여 놓고 물이 거기를 넘지 못하게 하시며, 물이 되돌아와서 땅을 덮지 못하게 하십니다.
24. 주님, 주님께서 손수 만드신 것이 어찌 이리도 많습니까?
[다함께]
이 모든 것-을 주님-께서-, 지혜-로-- 만드셨으니-,
땅에는 주님이 지으신 것으로, 가--득--합니-다--,
35...내 영혼아-- 주님-을--, (주님을) 찬-송 (찬송)하여라 할렐∼루∿야∼∥
[말씀동화] 구름과 바람과 번개와 천둥이 사중창단을 만든 사연
옛날옛날 한 옛날에, 이건 호랑이가 솜사탕 먹으며 구름 구경하던 시절 이야기예요.
구름이 세상을 내려다보면서 우쭐거렸어요.
“세상 어떤 화가도 나만큼 변화무쌍한 그림은 못 그리지. 암 그렇고말고!”
그러자 바람이 핀잔을 줍니다.
“너는 스스로 변하지 못해. 내가 없으면 너는 옴짝달싹 못한다고!”
구름이 지지 않고 바람에게 대듭니다.
“나는 물을 머금고 있다가 더러운 세상을 샤워시켜줄 수도 있는 걸!”
구름은 바람이 덤비지 못하게 성경말씀까지 읊조립니다.
“구름에게 명령하여, 너를 흠뻑 적시게 할 수 있느냐?”(욥기38:34)
구름은 성경말씀으로 아예 쐬기를 박습니다.
“‘누가 구름을 셀 만큼 지혜로우냐?’(욥기38:37) 어디 그뿐인 줄 알아,
내 이야기는 시편에도 나온다고! 주님은 구름으로 병거를 삼으신다고!(시편104:3)”
구름 못지않게 성경말씀에 환한 바람이 큰소리로 웃습니다.
“왜 시편을 읽다마는데? 바로 다음 구절은 왜 감추는데?”
머쓱해진 구름이 고개를 푹 숙이고 먹구름이 되어가는 사이에
바람은 구름보다 더 큰 목소리로 시편을 읊조립니다.
“바람 날개를 타고 다니시는 분, 바람을 심부름꾼으로 삼으신 분...”(시편104:3-4)
바람의 공격에 구름이 주춤하는 사이에 번개처럼 번개가 끼어듭니다.
“구름아, 바람아, 그만 하렴. 나처럼 하나님과 가까운 종은 세상에 더 없단다.”
번개는 순식간에 이곳저곳 성경말씀을 읊조립니다.
“그 번개가 네게로 와서 ‘우리는 명령만 기다립니다’하고 말하느냐?(욥기38:35)
번갯불을 시종으로 삼으신 분이십니다.(시편104:4)”
구름과 바람과 번개가 옥신각신 하는 사이에, 우렁찬 목소리로 천둥이 끼어듭니다.
“어리석은 것들아, 너희는 벌써 예수님 말씀을 잊었느냐?”
천둥은 “천둥의 아들”(마가복음3:17)인 야고보와 요한의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너희는 너희가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마가복음10:38)
천둥은 예수님말씀을 흉내 내며 동무들을 나무랍니다.
천둥소리에 번쩍 잠을 깨듯 동무들이 정신을 차립니다.
그리고 한목소리로 예수님 말씀을 읊조립니다.
“너희 가운데서 누구든지 위대하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너희 가운데서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가복음10:43-44)
구름과 바람과 번개와 천둥이 예수님 말씀을 읊조리는 소리에
온 하늘의 천사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합니다.
그리고 온 하늘이 한 목소리로 찬양합니다.
“주님, 주님께서 손수 만드신 것이 어찌 이리도 많습니까?
이 모든 것을 주님께서 지혜로 만드셨으니,
땅에는 주님이 지으신 것으로 가득합니다.”(시편104:24)
[이정훈 지음. 2024년 10월 19일 토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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