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가복음 10:21)
[성서일과 4본문]
(욥기 23:1-9, 16-17)
1. 욥이 대답하였다.
2. 오늘도 이렇게 처절하게 탄식할 수밖에 없다니! 내가 받는 이 고통에는 아랑곳없이, 그분이 무거운 손으로 여전히 나를 억누르시는구나!
3. 아, 그분이 계신 곳을 알 수만 있다면, 그분의 보좌까지 내가 이를 수만 있다면,
4. 그분 앞에서 내 사정을 아뢰련만, 내가 정당함을 입이 닳도록 변론하련만.
5. 그러면 그분은 무슨 말로 내게 대답하실까? 내게 어떻게 대답하실까?
6. 하나님이 힘으로 나를 억누르실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말씀을 드릴 때에, 귀를 기울여 들어 주실 것이다.
7. 내게 아무런 잘못이 없으니, 하나님께 떳떳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다. 내 말을 다 들으시고 나서는, 단호하게 무죄를 선언하실 것이다.
8. 그러나 동쪽으로 가서 찾아보아도, 하나님은 거기에 안 계시고, 서쪽으로 가서 찾아보아도, 하나님을 뵐 수가 없구나.
9. 북쪽에서 일을 하고 계실 터인데도, 그분을 뵐 수가 없고, 남쪽에서 일을 하고 계실 터인데도, 그분을 뵐 수가 없구나.
16. 하나님이 내 용기를 꺾으셨기 때문이고, 전능하신 분께서 나를 떨게 하셨기 때문이지,
17. 내가 무서워 떤 것은 어둠 때문도 아니고, 흑암이 나를 덮은 탓도 아니다.
(시편 22:1-15)
1.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어찌하여 그리 멀리 계셔서,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나의 간구를 듣지 아니하십니까?
2. 나의 하나님, 온종일 불러도 대답하지 않으시고, 밤새도록 부르짖어도 모르는 체하십니다.
3. 그러나 주님은 거룩하신 분, 이스라엘의 찬양을 받으실 분이십니다.
4. 우리 조상이 주님을 믿었습니다. 그들은 믿었고, 주님께서는 그들을 구해 주셨습니다.
5. 주님께 부르짖었으므로, 그들은 구원을 받았습니다. 주님을 믿었으므로, 그들은 수치를 당하지 않았습니다.
6. 그러나 나는 사람도 아닌 벌레요, 사람들의 비방거리, 백성의 모욕거리일 뿐입니다.
7. 나를 보는 사람은 누구나 나를 빗대어서 조롱하며, 입술을 비쭉거리고 머리를 흔들면서 얄밉게 빈정댑니다.
8. "그가 주님께 그토록 의지하였다면, 주님이 그를 구하여 주시겠지. 그의 주님이 그토록 그를 사랑하신다니, 주님이 그를 건져 주시겠지" 합니다.
9. 그러나 주님은 나를 모태에서 이끌어 내신 분, 어머니의 젖을 빨 때부터 주님을 의지하게 하신 분이십니다.
10. 나는 태어날 때부터 주님께 맡긴 몸, 모태로부터 주님만이 나의 하나님이었습니다.
11. 나를 멀리하지 말아 주십시오. 재난이 가까이 닥쳐왔으나,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습니다.
12. 황소 떼가 나를 둘러쌌습니다. 바산의 힘센 소들이 이 몸을 에워쌌습니다.
13. 으르렁대며 찢어발기는 사자처럼 입을 벌리고 나에게 달려듭니다.
14. 나는 쏟아진 물처럼 기운이 빠져 버렸고 뼈마디가 모두 어그러졌습니다. 나의 마음이 촛물처럼 녹아내려, 절망에 빠졌습니다.
15. 나의 입은 옹기처럼 말라 버렸고, 나의 혀는 입천장에 붙어 있으니, 주님께서 나를 완전히 매장되도록 내버려 두셨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서 4:12-16)
12.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어서, 어떤 양날칼보다도 더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뚫어 혼과 영을 갈라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놓기까지 하며, 마음에 품은 생각과 의도를 밝혀냅니다.
13. 하나님 앞에는 아무 피조물도 숨겨진 것이 없고, 모든 것이 그의 눈앞에 벌거숭이로 드러나 있습니다. 우리는 그의 앞에 모든 것을 드러내 놓아야 합니다.
14. 그러나 우리에게는 하늘에 올라가신 위대한 대제사장이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신앙 고백을 굳게 지킵시다.
15. 우리의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는 모든 점에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시험을 받으셨지만, 죄는 없으십니다.
16. 그러므로 우리는 담대하게 은혜의 보좌로 나아갑시다. 그리하여 우리가 자비를 받고 은혜를 입어서, 제때에 주시는 도움을 받도록 합시다.
(마가복음 10:17-31)
17. 예수께서 길을 떠나시는데, 한 사람이 달려와서,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그에게 물었다. “선하신 선생님, 내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18.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너는 나를 선하다고 하느냐? 하나님 한 분 밖에는 선한 분이 없다.
19. 너는 계명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살인하지 말아라, 간음하지 말아라, 도둑질하지 말아라, 거짓으로 증언하지 말아라, 속여서 빼앗지 말아라, 네 부모를 공경하여라’ 하지 않았느냐?”
20. 그가 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 나는 이 모든 것을 어려서부터 다 지켰습니다.”
21. 예수께서 그를 눈여겨보시고, 사랑스럽게 여기셨다. 그리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에게는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가서,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라. 그리하면, 네가 하늘에서 보화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22. 그러나 그는 이 말씀 때문에, 울상을 짓고, 근심하면서 떠나갔다. 그에게는 재산이 많았기 때문이다.
23. 예수께서 둘러보시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재산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가 참으로 어렵다.”
24. 제자들은 그의 말씀에 놀랐다. 예수께서 다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사람들아,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25.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지나가는 것이 더 쉽다.”
26. 제자들은 더욱 놀라서 “그렇다면, 누가 구원을 받을 수 있겠는가?” 하고 서로 말하였다.
27. 예수께서 그들을 눈여겨보시고, 말씀하셨다. “사람에게는 불가능하나, 하나님께는 그렇지 않다. 하나님께는 모든 일이 가능하다.”
28. 베드로가 예수께 말씀드렸다. “보십시오, 우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선생님을 따라왔습니다.”
29.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를 위하여, 또 복음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어머니나 아버지나 자녀나 논밭을 버린 사람은,
30. 지금 이 세상에서는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논밭을 백 배나 받을 것이고, 오는 세상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31. 그러나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이어주는 끈은, ‘주님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구약, “서쪽으로 가서 찾아보아도, 하나님을 뵐 수가 없구나”(욥기 23:8)
시편, “나의 하나님, 온종일 불러도 대답하지 않으시고”(시편 22:2)
서신서, “그러므로 우리는 담대하게 은혜의 보좌로 나아갑시다”(히브리서 4:16)
복음서, “예수께서 길을 떠나시는데, 한 사람이 달려와서,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그에게 물었다”(마가 10:17)
오늘 요절은,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입니다.(마가복음 10:21)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욥기 23:1-9, 16-17, 시편 22:1-15)]
오늘 구약본문의 소제목은 ‘엘리바스에 대한 욥의 세 번째 대답’입니다.
욥은 자신에 대한 친구들의 비판이 엉터리라고 생각하니 귀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욥은 오직 하나님께 직접 내 무고함을 털어놓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뵈올 길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지금 욥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세상 어떤 것도 아닌,
오직 하나님의 부재입니다.
오늘 시편본문의 소제목은 ‘의인의 수난과 영광’입니다.
시 22편 기도자의 모습은 십자가 예수님과 아주 많이 닮았습니다.
뒤이어지는 16-18절 역시 그러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구약본문의 욥의 기도처럼 보입니다.
하나님 부재, 하나님의 무응답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인은 기도를 시작하고(1-2)
하나님의 방치에 대한 절망으로 기도를 마무리합니다.(15, “...내버려두셨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시인은 9-10절로 하나님과 긴밀한 관계임을 드러내고 기대합니다.
이리 고난당하는 자와 하나님 사이를 이간질하고 가로막는 악령의 세력들이 있습니다.
시인은 이것들을 황소 떼(12) 사자(13) 등의 짐승으로 묘사합니다.
그럼에도 시인은 낙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결코 얼굴을 숨기지 않으시고 내 탄원을 다 듣고 계셨음을
이제 곧 알게 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24)
오늘 본문 3절이 그 실마리요, 고난과 절망에서 희망과 감사로 건너가는 다리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거룩하신 분, 이스라엘의 찬양을 받으실 분이십니다.”(3)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히브리서 4:12-16, 마가복음 10:17-31)]
오늘 서신서 본문의 소제목은 ‘그리스도, 진정한 대제사장’입니다.
14-15절의 위대한 대제사장, 진정한 대제사장 예수님은
공포였던 하나님 보좌를(12:18-21) 은혜의 자리로 만드십니다.(16)
여러분이 나아가서 이른 곳은 시내 산 같은 곳이 아닙니다. 곧 만져 볼 수 있고, 불이 타오르고, 흑암과 침침함이 뒤덮고, 폭풍이 일고, 나팔이 울리고, 무서운 말소리가 들리는 그러한 곳이 아닙니다. 그 말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자기들에게 더 말씀하시지 않기를 간청하였습니다. "비록 짐승이라도 그 산에 닿으면, 돌로 쳐죽여야 한다" 하신 명령을 그들이 견디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광경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모세도 말하기를 "나는 두려워서 떨린다" 하였습니다.(히12:18-21)
머나먼 하나님이 이리 가까운 분이심을 환히 깨닫게 해주신 것입니다.
오늘 구약본문의 욥과, 오늘 복음서본문의 착한부자에게
예수님의 이 진면목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의 소제목은 ‘착한 부자의 고민’입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의 빛나는 알맹이는
“영생”(17, 30), “구원”(26), “하나님나라”(23, 24, 25)입니다.
그리고 이 귀한 알맹이를 빛나는 보배로 꿰어주는 실마리는 ‘친교’입니다.
18절 말씀에서 예수님이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으시는 깊은 뜻 한 가지는,
이미 성부와 성자가 완전히 하나이심입니다.
그리고 착한부자가 간구하는 영생의 맛과 구원의 기쁨 또한 ‘예수님과 친교’ 가운데서 얻는 것인데
그는 울상을 지으며 예수님을 떠납니다.(22)
그리고 29-30절 말씀은 ‘교회의 친교’ 가운데서 미리 맛보아야 마땅할 것입니다.(행 2:44-46, 4:32-37)
구태여 풀어 말하자면,
내 재산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면(21) 구원을 얻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제대로 만나 친교 함으로 구원의 길로 접어든 사람이라면,
내 재산 다 버릴 수 있는 것입니다.(28)
하나님나라에 들어가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말씀과(24)
낙타의 비유 말씀의 핵심은(25),
돈이 많고 적음의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핵심은,
구원은, 영생은, 하나님나라는, 오직 하나님 은혜로 갈 수 있는 신비의 영역이라는 사실입니다.(27)
(이상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 해설 일부 참조)
(예전에 올린 것을 조금 다듬어서 다시 올립니다)
[정리]
오늘 읽는 성서일과 본문말씀들에는 주님을 애타게 찾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복음서의 착한부자는 지극한 정성으로 예수님을 찾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예수님의 답을 듣고도 돌아가고 맙니다.
예수님께 그리 가까이 다가갔으면서도 진면목을 못 본 것입니다.
반면에 구약의 욥과 시편의 시인은 지금 주님께로부터 멀리 있습니다.(욥23:3,8-9, 시22:1)
게다가 착한부자처럼 넉넉한 상황이 아니라 화급한 비상상황입니다.
사람은 욥처럼 극한 상황이 되어서야 진심으로 하나님을 찾게 되는가봅니다.
주님을 찾았으면, 주님을 만났으면, 주님을 따르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착한부자는 예수님을 떠났습니다.
“하늘에서 보화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21)라는 예수님말씀이 그에게는 힘이 없나봅니다.
영생보다, 하늘의 보화보다, 지금 여기 눈에 보이는 돈이 더 생생하니 말입니다.
그나마 이 착한부자가 돋보이는 것은
말씀 때문에 울상을 짓고, 근심하면서 떠나갔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 말씀 때문에, 울상을 짓고, 근심하면서 떠나갔다...”(막10:22)
말씀 때문에 근심하는 사람이 한없이 줄어들고 있는 시대이니
착한부자의 모습이 돋보이나봅니다.
이 착한부자가 반면교사가 되어, 예수님을 제대로 만난 제자들은
그래서 자발적 가난을 택하나봅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 착한부자에게 필요한 것은 천국상상력입니다.
하늘에서 보화를 차지하리라는 말씀을 앞당겨서 맛보는 상상력!
지금 내 소유는 내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맡겨주신 것이라는
청지기신앙이 120% 생생하게 느껴지는 상상력!
그래서 내 소유 다 버리고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는 그 말씀에(21)
힘들이지 않고 고스란히 따를 수 있게 하는 상상력!
말씀상상력, 천국상상력이 부족한 시대를 사는 오늘 우리에게
오늘 구약의 욥과 시편의 시인은 진력을 다하여 상상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주님을 찾고 또 찾아 끝내 주님을 송두리째 만나게 되는 길을 보여주는
<주님을 찾는 사람들>의 진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머지]
* 부자청년 예수님
‘머나먼 하나님, 하나님 나라’는 결코 공간적으로 먼 것이 아닙니다. 내 삶 속 우상들이 자랄수록 내 마음속 의심의 안개가 짙어지고 그렇게 하나님은, 하나님나라의 소망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멀어져가고 잊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몸 교회의 친교,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과의 친교가 무르익을수록 주님말씀과 기도와 찬양의 샘이 점점 깊어지고 맑아집니다. 그렇게 주님과의 친교가 무르익어가면서 내 눈의 비늘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이렇게 내 눈의 비늘이 하나하나 벗겨지면서부터 그렇게 가까이 계셨던 하나님, 이리 가까이 오신 하나님나라가 드디어 보이기 시작합니다...(중략) 어처구니없는 꿈이지만, 부디 온 세상 부자들이 다 착한부자의 길을 찾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복음서의 착한부자와 구약의 착한부자 욥, 이 두 사람의 지옥 같은 절망이 한순간에 천국의 희망으로 바뀔 수 있을 오직 한 길, 예수님을 만나는 길 말입니다. 그리 멀리 계시니 내가 어찌 찾아가나 앞이 캄캄했는데, 오히려 몸소 나를 찾아오신 분! 모든 것 다 버리고 땅으로 내려오신, 온 우주 제일의 착한부자 예수님을 만나, 그분을 제대로 만나 친교하며 시나브로 그분을 닮아가길 기원합니다. 그분처럼 훌훌 다 벗어버리고, 다 비우고 나야 비로소 차오르는 깨끗한 우물물 같은,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는 물, 그분이 주시는 그 샘물을 마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요한복음 4:14)
** 부자청년 예수님과 눈이 마주칠 때
오늘 본문말씀을 읽다가 문득 예수님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나를 눈여겨보시는 주님의 시선과 마주친 것입니다. 내가 부자청년인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내게도 작으나마 이런저런 재산이 있었고(막10:23) 그 순간 내가 그 부자청년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나를 눈여겨보시는 예수님의 눈빛에서 순식간에 보이는 것은, 저 어마어마한 전 우주적인 부자청년 예수께서, 바로 나 하나를 얻으시려고 그 많은 재산 다 버리고 내려와 거지처럼 사시다가 옷 한 벌 입지 못하고 십자가에 달려 나를 바라보시는 눈빛,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디베랴 새벽 바다에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시던 눈빛, 그 시선입니다. 그 눈빛은 사랑에 겨우셨습니다.(막10:21) 다 버리고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실 때 울상을 짓고 근심하면서 떠나간 그 부자청년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시는 분이 아닙니다.”(히4:15) 이 말씀에 기대어 다시 주님께로 돌이킵니다.
*** 나를 눈여겨보시는 예수님
오늘 구약본문과 시편본문은 내내 애가 탑니다. 오직 단 한분 나의 떳떳함을 알아주실 하나님이 가까이 안 계시기 때문입니다. 구약의 욥과 시편의 시인은 오늘 이 하나의 사실을 생생히 깨달으며 외칩니다. 주님과 늘 동행하는 인생이 얼마나 귀하고 행복한지를! 오늘 서신서 히브리서 기자는 오늘 욥이나 시인과 달리 매우 기운찹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히4:12) 문득 예전 교회어른들이 입버릇처럼 얘기하시던 희한한 말씀이 기억납니다. <내가 성경말씀을 열고 들여다볼 때 그 말씀이 나를 들여다보신다!> 내가 성경책을 읽을 때 그 말씀이 나를 읽으시다니요? 이 동화와 같은 비유의 뿌리가 요한복음 1장 1절과 14절 말씀이고 또 오늘 히브리서 4장 12절 말씀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어서, 어떤 양날칼보다도 더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뚫어 혼과 영을 갈라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놓기까지 하며, 마음에 품은 생각과 의도를 밝혀냅니다”(히4:12) 내가 성경말씀을 읽을 때 마치 그 말씀이 나를 읽으시듯, 속속들이 드러나게 하시고, 까맣게 잊고 있던 깊고 깊은 내 안의 심연 그 무의식조차 직면하여 읽게 하십니다.(12-13) 그리고 결론은 이것입니다. 말씀이 나를 읽으시듯, 말씀의 거울에 나를 비추시듯, (그 거울은 망원경과 현미경과 마법사의 수정구슬을 합한 것보다 더 속속들이 나를 보여줍니다.) 나를, 나의 연약함을 다 아시고(15) 제때에 구체적인 도움을, 자비를 베푸신다는 것!(16) 오늘 복음서본문의 주인공은 예수님을 찾아왔다가 떠나간 부자, 그리고 모든 것 다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나선 제자들입니다. 그런데 진짜 주인공은 예수님입니다. 더 정확히, 예수님의 시선입니다. 찾아와 공손히 무릎 꿇은 부자와 대화하실 때 예수님이 감동하십니다. “예수께서 그를 눈여겨보시고, 사랑스럽게 여기셨다”(막10:21) 이어서 그 부자가 재산을 포기할 수 없어서 울상 짓고 떠나간 뒤에 “예수께서 둘러보시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23) 아까 예수님의 빛나던 눈빛과 지금 예수님의 눈빛이 어떻게 달라지셨을지 궁금합니다. 부자가 하나님나라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말씀에 놀란 제자들을 “예수께서 그들을 눈여겨보시고, 말씀하셨다.”(27) 지금 이 말씀을 읽고 있는 나를 눈여겨보시는 예수님! 지금 이 말씀 속에서 나를 눈여겨보시는 예수님의 시선이 어렴풋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말씀을 읽는 목적이, 말씀 안에서 주님의 마음을 알고 싶은 것보다 더 깊은 목적이, 지금 주님께서 나를 눈여겨보고 계시다는 그 사실을 새삼 깨닫는 것입니다. 그 주님의 눈으로 나를, 나의 모든 염려와 요구를, 그 실체를 깨달은 사람은 누구보다 주님과 가까워진 사람일 것입니다.
(* 전에 올린 것을 조금 다듬어 다시 올립니다.)
[말씀동시] 하나님 나라 (김현서 지음. 세움교회 청년부. 「성실문화」 120호)
자기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얻을 수 있는 영원한 생명.
내 것을 지키며, 축복도 얻기 원하지만
움켜쥐고 있으면 볼 수 없는 하나님 나라.
욕심과 짐을 내려놓고
하나님 안에 거하기를
나의 바램과 생각이
하나님의 바램과 같이 되기를
무거운 짐.
무거운 짐이라도 하나님과 함께 하니
기쁨으로 지고 감사로 살아간다
[시편시조] 시편 22, 하나님 내 하나님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120호)
하나님 내 하나님 어찌 나를 버립니까
재난 앞에 벌벌 떠는 벌레 같은 이 인생은
주님만 의지하오니 멀리하지 마시길
[시편노래] 시편 22,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이정훈 편사, 박승원 작곡. 「성실문화」 120호)
[본문] (시편 22:1-15)
[노랫말]
1.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나이까,
어찌하여 그리 멀리 계셔서, 살려달란 이 통곡을 못 듣나이까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대답이 없으십니까
온종일 밤새도록 부르짖어도, 어찌하여 모르는 채 하시나이까
2. 그러나 주님은 거룩하신 분, 이스라엘 찬양을 받으시는 분
우리의 조상들 주를 믿으니, 그 믿음을 보시고 구원하신 분
그들이 주님께 부르짖으니, 그들은 구원을 받았나이다
그들이 주님을 믿었으므로, 수치를 당하지 않았나이다
3. 그러나 이 몸은 벌레입니다, 사람들의 비방거리 욕받입니다
입술을 비쭉이고 머리 흔들며, 누구나 나를 보고 조롱합니다
그토록 그가 주를 의지했다니, 주님이 그를 구해 주지 않겠나
그토록 주가 그를 사랑한다니, 주님이 그를 건져 주지 않겠나
4. 그러나 모태에서 나를 받으사, 내내 주만 의지하게 하셨나이다
세상에 날 때부터 주께 맡긴 몸, 날 때부터 이 몸은 우리 주의 것
재난의 때 날 도울 이 없사옵니다, 주여 나를 멀리하지 마시옵소서
바산의 힘센 소떼 에워쌉니다, 사자처럼 입 벌리고 달려듭니다
5. 물처럼 쏟아져서 기운 빠지고, 마디마디 나의 뼈가 어그러지고
내 마음 촛물처럼 녹아내리고, 내 마음 절망에 빠졌나이다
내 입은 옹기처럼 말라버렸고, 나의 혀 입천장에 붙었사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나이까
[해설]
시편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월드뮤직그룹 ‘공명’ 단원이신 작곡가 박승원 선생이 곡을 붙였다.
[악보] 시편 22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이정훈 편사, 박승원 작곡)
[시편송서(誦書)] 시편 22:1-15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 120호)
(※‘새야새야’ 가락에 맞추어, ‘쉼표’까지가 중모리 한 장단)
1.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나==를==) 버리십-니-까==∼?
어찌하여 그리 멀리 계셔서,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나의 간구를 듣지 아니하십니까?
2. 나의 하나님, 온종일 불러도 대답하지 않으시고, 밤새도록 부르짖어도 모르는 체하십니다.
3. 그러나 주님은 거룩하신 분, 이스라엘의 찬양을 받으실 분이십니다.
4. 우==리== 조=상이==, 주=님을== 믿었습-니-다==,
그=들은== 믿=었고==, 주님께-서-는== ((그들을)) 구해 주셨습니다==∼
5. 주님께 부르짖었으므로, 그들은 구원을 받았습니다. 주님을 믿었으므로, 그들은 수치를 당하지 않았습니다.
6. 그러나 나는 사람도 아닌 벌레요, 사람들의 비방거리, 백성의 모욕거리일 뿐입니다.
7. 나를 보는 사람은 누구나 나를 빗대어서 조롱하며, 입술을 비쭉거리고 머리를 흔들면서 얄밉게 빈정댑니다.
8. "그가 주님께 그토록 의지하였다면, 주님이 그를 구하여 주시겠지. 그의 주님이 그토록 그를 사랑하신다니, 주님이 그를 건져 주시겠지" 합니다.
9. 그=러나== 주님은- 나-를==, 모태에서== 이끌어 내신- 분==,
어머니의== 젖을 빨 때부-터==, 주님을 의지하게== 하신 분이십니다==∼
10. 나는 태어날 때부터 주님께 맡긴 몸, 모태로부터 주님만이 나의 하나님이었습니다.
11. 나를 멀리하지 말아 주십시오. 재난이 가까이 닥쳐왔으나,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습니다.
12. 황소 떼가 나를 둘러쌌습니다. 바산의 힘센 소들이 이 몸을 에워쌌습니다.
13. 으르렁대며 찢어발기는 사자처럼 입을 벌리고 나에게 달려듭니다.
14. 나==는== 쏟아진 물처-럼==, 기=운이== 빠져 버-렸-고==,
뼈=마디== (뼈마디)가==, 모==두== 어그러졌습니다==∼
나의 마음이 촛물처럼 녹아내려, 절망에 빠졌습니다.
15. 나의 입은 옹기처럼 말라 버렸고, 나의 혀는 입천장에 붙어 있으니,
[다함께]
주==님== (주님)께서==, 나==를== 완=전히==,
매장되-도-록== 내=버려==, (내버려) 두셨-기== 때문입-니-다==∼∥
[말씀동화] 할머니의 이야기보따리는 하늘곳간이랑 이어져 있나 봐요!
옛날옛날 한 옛날에, 이건 호랑이가 깊은 산속 옹달샘에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던 시절 이야기예요.
“물을 물 쓰듯 하면 안 돼.”
오늘도 할머니의 잔소리에 영희의 눈매가 샐쭉합니다.
그래도 매의 눈처럼 날카로운 할머니의 눈매에 영희는
슬금슬금 눈매를 풀고 수돗물은 잠급니다.
어쩌다 바쁜 마음에 수돗물을 콸콸 틀어놓고 세수하고 양치하는 걸 들킨 거예요.
수돗물을 작은 바가지에 담아 세수하고 작은 컵에 담아 양치하기
설거지는 설거지통에 담긴 물만 쓰도록
세제도 조금만 쓰거나 아예 안 쓰도록, 조금 덜 깨끗하게 살기...
할머니는 우리가 조금 더 불편하고, 조금 덜 깨끗해야
지구가 편안해지고 자연이 깨끗해진다고 믿으십니다.
물을 물 쓰듯 하다가 딱 걸린 영희를 바라보며
옛날이야기 대장 할머니의 이야기보따리가 또 씰룩쌜룩하더니
마침내 한바탕 하늘나라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땅에서 물을 함부로 써버리면, 하늘곳간 생명수가 줄어들고 말라버린단다.”
사람은 누구나 하늘나라에 자기 곳간이 있어서
마치 은행에 가서 저금하면 내 통장에 돈이 쌓이듯이
땅에서 물을 아낄수록 하늘곳간에 있는 나의 옹달샘이 깊어지고
반대로 물을 함부로 쓰면 내 옹달샘이 말라버린다는 할머니 말씀입니다.
물을 더럽히면 하늘곳간 내 옹달샘이 더러워지고
물을 아껴 깨끗하게 하려고 설거지나 목욕물도 줄이면 줄일수록
내 옹달샘은 점점 더 맑아지고 풍부해진다는!
“가서,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라.
그리하면, 네가 하늘에서 보화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가복음10:21)
옛날이야기 대장 할머니는 또한 말씀대장이세요.
얼른 휴대폰에 저장된 이번 주일 요절말씀을 읽어주십니다.
“예수님 말씀처럼, 땅에서 내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내 하늘곳간에 쌓이게 되는 거야. 땅의 돈보다 열두 배나 값진 하늘보화로!”
세수도 하다만 영희의 얼굴이 점점 맑고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는 물보다 비누보다 깨끗한 걸까?
영희의 눈매가 점점 예뻐지고 별처럼 빛나기 시작하니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는 점점 더 신바람이 납니다.
“할미 옛날이야기가 그리 재미있느냐?”
“넵! 재밌고말고요!”
영희가 할머니께 바짝 다가앉고
할머니는 영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씀을 이으시려 입을 떼시는 순간
문득 영희의 질문이 빛의 속도로 쏟아집니다.
“할머니 옛날이야기를 많이 들으면,
하늘곳간의 제 이야기보따리도 불어나는 건가요?”
“물론이지. 땅에서 성경말씀 읽으면 읽을수록
하늘곳간 말씀주머니가 점점 더 불룩해진단다.”
옛날이야기를 많이 들을수록 이야기보따리가 불룩해지는 것보다 더 신나는 건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것, 이게 가장 신나는 일이라고 할머니는 말씀하십니다.
특히 이야기 중에서도 으뜸이야기인 하나님말씀을 읽어야 한다고!
어릴 때 풍부했던 상상력이 어른이 될수록 줄어드는 바람에
예수님 말씀도 점점 재미없어지는 거라고
그래서 예수님 말씀대로 사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거라고!
그러니까 상상력 옹달샘이 마르지 않도록 성경말씀 많이 읽어야 한다고!
성경말씀을 많이 읽을수록 상상력이 늘어나고
말씀상상력이 늘어나면 천국상상력도 늘어나고
그러면 그럴수록 땅에서도 천국기운 천국향기가 늘어나는 거라고!
그렇게 말씀상상력, 천국상상력이 늘어날수록
챗지피티 같은 인공지능로봇의 거짓말에 속지 않고
악마의 달콤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혹시 할머니 이야기보따리는 하늘곳간이랑 이어져 있나요?”
무궁무진 끝없이 펼쳐지는 할머니의 옛날이야기에
영희의 눈이 보름달처럼 둥그레지고
할머니의 입꼬리는 초승달처럼 올라갑니다.
[이정훈 지음. 2024년 10월 12일 토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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