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는 솔로몬이 이렇게 청한 것이 마음에 드셨다”(열왕기상 3:10)
[성서일과 4본문]
(열왕기상 2:10-12, 3:3-14)
10 다윗은 죽어서, 그의 조상과 함께 ‘다윗 성’에 안장되었다.
11 다윗 왕이 이스라엘을 다스린 기간은 마흔 해이다. 헤브론에서 일곱 해를 다스리고, 예루살렘에서 서른세 해를 다스렸다.
12 솔로몬은 그의 아버지 다윗이 앉았던 자리에 앉아서, 그 왕국을 아주 튼튼하게 세웠다.
3:3 솔로몬은 주님을 사랑하였으며, 자기 아버지 다윗의 법도를 따랐으나, 그도 여러 산당에서 제사를 드리며 분향하였다.
4 기브온에 제일 유명한 산당이 있었으므로, 왕은 늘 그 곳에 가서 제사를 드렸다. 솔로몬이 그 때까지 그 제단에 바친 번제물은, 천 마리가 넘을 것이다. 한 번은, 왕이 그리로 제사를 드리러 갔는데,
5 그 날 밤에 기브온에서, 주님께서 꿈에 솔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에게 무엇을 주기를 바라느냐? 나에게 구하여라” 하셨다.
6 솔로몬이 대답하였다. “주님께서는, 주님의 종이요 나의 아버지인 다윗이, 진실과 공의와 정직한 마음으로 주님을 모시고 살았다고 해서, 큰 은혜를 베풀어 주시고, 또 그 큰 은혜로 그를 지켜 주셔서, 오늘과 같이 이렇게 그 보좌에 앉을 아들까지 주셨습니다.
7 그러나 주 나의 하나님, 주님께서는, 내가 아직 어린 아이인데도, 나의 아버지 다윗의 뒤를 이어서, 주님의 종인 나를 왕이 되게 하셨습니다. 나는 아직 나가고 들어오고 하는 처신을 제대로 할 줄 모릅니다.
8 주님의 종은, 주님께서 선택하신 백성, 곧 그 수를 셀 수도 없고 계산을 할 수도 없을 만큼 큰 백성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9 그러므로 주님의 종에게 지혜로운 마음을 주셔서, 주님의 백성을 재판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많은 주님의 백성을 누가 재판할 수 있겠습니까?”
10 주님께서는 솔로몬이 이렇게 청한 것이 마음에 드셨다.
11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스스로를 생각하여 오래 사는 것이나 부유한 것이나 원수 갚는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다만 재판하는 데에, 듣고서 무엇이 옳은지 분별하는 능력을 요구하였으므로,
12 이제 나는 네 말대로, 네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준다. 너와 같은 사람이 너보다 앞에도 없었고, 네 뒤에도 없을 것이다.
13 나는 또한, 네가 달라고 하지 아니한 부귀와 영화도 모두 너에게 주겠다. 네 일생 동안, 왕 가운데서 너와 견줄 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14 그리고 네 아버지 다윗이 한 것과 같이, 네가 나의 길을 걸으며, 내 법도와 명령을 지키면, 네가 오래 살도록 해주겠다.”
(시편 111)
1 할렐루야. 내가 온 마음을 다 기울여, 정직한 사람의 모임과 회중 가운데서 주님께 감사를 드리겠다.
2 주님께서 하시는 일들은 참으로 훌륭하시니, 그 일을 보고 기뻐하는 사람들이 모두 깊이 연구하는구나.
3 주님이 하신 일은 장엄하고 영광스러우며, 주님의 의로우심은 영원하다.
4 그 하신 기이한 일들을 사람들에게 기억하게 하셨으니, 주님은 은혜로우시며 긍휼이 많으시다.
5 주님은, 당신을 경외하는 사람들에게는 먹거리를 주시고, 당신이 맺으신 언약은 영원토록 기억하신다.
6 당신의 백성에게 하신 일, 곧 뭇 민족의 유산을 그들에게 주신 일로 당신의 능력을 알리셨다.
7 손수 하신 일들은 진실하고 공의로우며, 주님이 지시하신 법은 모두 든든하며,
8 영원토록 흔들리는 일이 없으니, 진실과 정직으로 제정되었다.
9 당신의 백성에게 구원을 베푸시고 그 언약을 영원히 세우셨으니, 그 이름이 거룩하고 두렵다.
10 주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다. 주님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바른 깨달음을 얻으니, 영원토록 주님을 찬양할 일이다.
(에베소서 5:15-20)
15 그러므로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살피십시오. 지혜롭지 못한 사람처럼 살지 말고, 지혜로운 사람답게 살아야 합니다.
16 세월을 아끼십시오. 때가 악합니다.
17 그러므로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깨달으십시오.
18 술에 취하지 마십시오. 거기에는 방탕이 따릅니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으십시오.
19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로 서로 화답하며, 여러분의 가슴으로 주님께 노래하며, 찬송하십시오.
20 모든 일에 언제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
(요한복음 6:51-58)
51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나의 살이다. 그것은 세상에 생명을 준다.”
52 그러자 유대 사람들은 서로 논란을 하면서 말하였다. “이 사람이 어떻게 우리에게 [자기] 살을 먹으라고 줄 수 있을까?”
53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인자의 살을 먹지 아니하고, 또 인자의 피를 마시지 아니하면, 너희 속에는 생명이 없다.
54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가지고 있고,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살릴 것이다.
55 내 살은 참 양식이요, 내 피는 참 음료이다.
56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있고, 나도 그 사람 안에 있다.
57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 때문에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 때문에 살 것이다.
58 이것은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이것은 너희의 조상이 먹고서도 죽은 그런 것과는 같지 아니하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이어주는 공동 주제는, ‘지혜로운 사람은’입니다.
구약, “지혜로운 마음을 주셔서, 주님의 백성을 재판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왕상 3:9)
시편, “주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다”(시편 111:10)
서신서, “그러므로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깨달으십시오”(에베소서 5:17)
복음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요한 6:54, 56)
오늘 요절은, “주님께서는 솔로몬이 이렇게 청한 것이 마음에 드셨다”입니다.(왕상 3:10)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열왕기상 2:10-12, 3:3-14, 시편 111)]
오늘 구약본문의 소제목은 ‘솔로몬이 지혜를 간구하다’입니다.
다윗에 이어 왕위에 오른 솔로몬은 다윗의 법도를 따랐으나
다윗과 달리 여러 산당에서 제사하였습니다.(3)
그중에서도 성막이 있던 기브온 산당에서 천 마리가 넘는 번제를 바칩니다.(대상 16:39, 21:29)
솔로몬을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삼하 12:24-25)
솔로몬의 꿈속에 나타나시어 소원을 물으시자
솔로몬은 올바른 재판을 위한 “지혜로운 마음”을 구합니다.(9)
개역개정 성경은 이를 “듣는 마음”이라고 번역했고,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마음”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이러한 솔로몬의 청이 주님의 마음에 들었습니다.(10)
솔로몬 마음이 주님 마음과 통한 것입니다.
솔로몬은 이미 지혜로워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솔로몬의 소원이 마음에 드신 하나님께서
달라고 하지 않은 것들도 덤으로 주십니다.(13)
가장 먼저 하나님나라와 의를 구하면 나머지는 덤으로 주신다고 하신
예수님 말씀과 통합니다.(마태6:33)
오늘 시편본문의 소제목은 ‘주님께서 하신 일을 찬양하여라’입니다.
오늘 시편은 노랫말 기억을 위해서 각 행을 히브리어 알파벳 순서로 지은 시입니다.
(1-8절은 각각 2행씩, 9-10절은 각각 3행씩, 모두 22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늘 시편의 주제어 ‘주님께서 하신 일’이 2절부터 9절까지 절절이 가득합니다.
이스라엘의 역사(歷史)에서 ‘주님께서 하신 일’을 기억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4)
이 “기억” 여부(與否)가 지혜와 어리석음을 가르고, 삶과 죽음을 나눕니다.
이 “기억”이 생생할 때 하나님을 경외하고,
이 “기억”이 생생해야 주님의 계명을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10)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에베소서 5:15-20, 요한복음 6:51-58)]
오늘 서신서 본문의 소제목은 ‘빛 속의 삶’입니다.
악이 지배하는 종말의 때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16)
남은 시간을 아끼고(16) 지혜롭게 살아야 합니다.(15)
즉, 주님의 뜻을 찾고, 그 뜻대로 살아야 합니다.(17)
지금은 술 취하고 방탕한 어리석음에 빠져있을 때가 아닙니다.(18)
그럴 겨를이 없습니다.
성령 충만하여(18) 진심을 다해 찬송하고, 찬송 가운데 친교하며(19)
오직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감사하며 살 때입니다.(20)
오늘 복음서본문의 소제목은 ‘생명의 빵이신 예수’입니다.
지난 몇 주간 이어진 가버나움 회당에서 가르치신 말씀의 대단원입니다.
지난 몇 주간 반복해서 강조하신 것은 <내 살을 먹어라. 그래야 산다>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삶과 죽음, 그 육체적 역사(歷史, 役事)를 생생하게 드러내십니다.
이로써 복음이 점점 추상화 되어가는 문제, 즉 복음의 가현화를 막고,
동시에 구원의 표시이며 수단인 ‘성찬’의 중요성이 드러납니다.
성찬을 먹는다는 것은,
내 육신도 예수그리스도처럼 살리라는 선언입니다.
성찬을 먹을 만큼, 예수님의 그 몸을 먹을 만큼
지금 내가 예수님과 친밀한 삶을 살고 있노라는 증거입니다.(56)
(이상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 해설 일부 참조)
(예전에 올린 것을 조금 다듬어서 다시 올립니다)
[정리]
이번 주 성서일과 말씀들의 열쇠 말은 “지혜”로 보았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란’,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
오늘 서신서의 사도바울은 “지혜로운 사람답게” 살라고 강조합니다.(엡5:15)
그건 바로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달은 사람이라고 합니다.(17)
그래서 오늘 구약본문의 주인공 솔로몬이 지혜로운 사람으로 돋보이는 것은,
그가 지혜를 구한 것 이전에, 이미
주님의 뜻에 가까웠기 때문으로 보입니다.(왕상3:10)
그 뜻이 바로 참과 거짓을 제대로 분별하는 재판장이고!
법은 억울한 약자들의 피눈물을 닦아주는 하나님의 손수건입니다.
법은 쓰러진 약자들을 기뻐 춤추게 하는 하나님의 장구입니다.
약자들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자리에 바로 판사가 있습니다.
참과 거짓을 제대로 분별하고 제대로 판결할 수 있는 판사 말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에 그런 판사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오로지 자기 이득을 위해, 정의에 눈감고,
참이 아니라 거짓의 편에 서는 판사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바람에 오늘 사도바울의 이 말씀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때가 악합니다”(엡5:16)
오늘 시편의 시인이 노래한대로, 지혜의 근본은 “주님을 경외하는 것”입니다.(시111:10)
지금은 참으로 주님을 경외하는 지혜를 발휘할 때입니다.
주님처럼 살려는 결단으로 성찬을 먹은 사람답게,
오, 내 십자가 죽음을 각오한 사람으로서
한국교회는 지금 참과 거짓을 제대로 가려 참의 편에 서야 할 때입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요한복음1:5)
[나머지]
* 성찬의 길 1
주님의 몸을 먹는 것은, 주님의 그 뜻, 그 언약이 우리 몸에 이루어지는 신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거룩하신 주님과 한 몸 이루기 위해 내 몸, 내 삶, 내 직업을 정결하게 합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의 이 말씀은 육체를 위한 떡, 배부르기 위한 떡을 구하던 무리에게 주신 주님의 뜻입니다.(요한6:26) 그래서 유대사람들은 이 말씀에 혼란스러웠습니다.(요한6:52) 저들의 관심은 ‘영원한 생명’이 아니라 당장 먹을거리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꿈에서라도 주님의 마음과 하나 되었던 오늘 솔로몬이 돋보입니다. 지금 우리 교회는 어떨까요? 오늘 예수님의 마음과 통하고 있을까요? 지금 우리의 성찬문화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성찬 앞에 내 삶은 얼마나 정결한가? 성경말씀 받아먹고 성경대로 살아가듯이, 성찬말씀 받아먹고 성찬대로 성찬의 도(道)를 살아가고 있나? 송두리째 온몸을 먹이시려고 오신 주님의 뜻을 깨칠 만큼 나는 지혜로운가?
** 성찬의 길 2
오늘 복음서 예수님 말씀은 유대인들의 특별한 식탁, 유월절식탁을 연상시킵니다. 그런데 피를 먹어야 한다는 말씀에서 무리들의 전율이 느껴집니다.(53, 54, 55, 56) 아마 그들은 평생 잊지 못할 아주 생생한(끔찍할 정도로 강렬한) 생명의 기운을 느꼈을 것입니다. 생명 그 자체인 피를 먹는 것은 유대 식탁문화에서는 매우 낯선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저것”도 아니고 “그것”도 아닌) “이것”! (58) 즉, 이 생생한 당신 몸을 먹어야 영원히 산다고 말씀하십니다.(51, 53, 54, 55-57, 58) 적당히 추상적이면서 상징적으로 죽는 죽음이 아닙니다. 유월절 어린양처럼, 우리 죄를 위해 완전히 생생한 고통과 절규, 피비린내 속에서 죽으심! 그것을 온전히 믿고 받아먹는 성찬! 바로 이를 위해 바쳐진 내 몸, 이것을 꼭꼭 새기며,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는 것이 주님의 뜻입니다.
*** 성찬의 길 3
지난 7월 마지막 주일 오병이어 사건 때부터 4주째 이어지는 예수님의 빵 타령 분위기가 오늘부터 갑자기 바뀝니다. 고소한 빵 냄새 나는 파띠셰에서 갑자기 피비린내 진동하는 푸줏간 칼잡이로 변신하신 것만 같습니다. 왜일까요? 지지난 주 ‘만나’를 들먹이는 유대인들에게, 먹고도 죽은 만나와는 다른 ‘생명의 빵(bread of life)’이 바로 당신이심을 드러내시고, 이어서 지난 주 본문에서는 ‘살아있는 빵’(living bread)이라고 표현의 수위를 한 단계 높이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51)에서 그 ‘살아있는 빵’이 바로 ‘당신의 살’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은 그 51절을 한 번 더 반복하며 시작합니다. “내가 줄 빵은 나의 살이다”(51) 그리고 이번 주에는 그 수위를 더 높이신 겁니다. ‘살과 피’라고 표현하시며(53, 54, 55, 56), 먹는다는 표현도 희랍어 ‘phago’라는 단어를 쓰시다가 오늘 본문에서는 ‘잘근 잘근 씹어 먹는다’는 뜻인 ‘trogo’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연거푸 쓰십니다.
**** 성찬의 길 4
오늘 말씀의 핵심은 바로 ‘말씀’, 성경말씀과 성찬말씀입니다. 기독교를 말씀중심의 종교라고 합니다. 바로 문자화된 말씀인 성경과 육화된 말씀인 성찬입니다. 천하의 솔로몬이 간절히 사모하던 지혜, 즉 ‘듣는 마음’은 어디서 옵니까? 바로 성경말씀입니다. 성경의 진리와 통하면 세상 백성의 소리,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환하게 보이고 들립니다.(민심이 곧 천심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게 바로 지혜입니다. 이 지혜의 뿌리가 무엇입니까? 오늘 시편기자는 주님을 경외하고 그 말씀을 순종하는 일이라고 전합니다. 오늘 서신서 기자인 사도바울은 재차 지혜를 강조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고 지혜로운 사람답게 살라고 합니다. 그러려면 성령충만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18절) 그리고 오늘 복음말씀에서 비로소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참 지혜의 길, 영생을 얻는 길, 그것은 바로 당신의 살과 피를 먹는 일이라고 가르치십니다. 교회의 시작부터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순교를 각오하고 먹었던 주님의 몸 성찬입니다. 이게 그냥 형식적인 예식이 아니라, 이게 목숨처럼 소중하다는 것을 처음 교회 사람들은 알았습니다. 그래서 사형을 당하면서까지 성찬을 먹었던 것입니다. 주후 304년 2월 12일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 주재 로마총독의 법정에서, 성찬식을 거행했다는 죄목으로 끌려온 그리스도인들 가운데서, 사제 사투르니누스의 아들 펠릭스(Felix)는 이렇게 최후진술을 합니다. “우리들은 주의 만찬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 성찬의 도(道), 침잠완색(沈潛玩索)하듯이
예전 선비들의 공부 방법 가운데 침잠완색(沈潛玩索)이라는 말이 있다. 뜻을 잘 몰라도 푹 잠겨 놀듯이 길을 찾는 일이다. 얼른 이해가 안가도 계속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문리(文理)가 나고, 급기야 활연관통(豁然貫通)하듯 경전의 뜻이 환하게 통하게 되는 것이다. 말씀의 원리, 성찬의 원리도 이와 같지 않을까? 비록 이해가 가지 않아도 감동이 없어도, 주님의 몸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 먹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한 뼘이나 자라있고 내 영이 주님의 영과 직통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회초리를 맞으면서도 억지로 먹기 싫은 밥과 콩, 김치를 먹던 아이가 그 밥 덕분에 부쩍 자라고, 자라면서 식욕도 왕성해져서 시키지 않아도 밥을 찾아 먹게 되고, 돌도 씹어 먹을 지경까지 자라게 되듯이! 많은 제자들이 어렵다고 포기하고 떠났지만, 남은 자들은 마침내 마지막 만찬에서 주님의 살을 먹었고 그것이 교회의 기초가 되었다. 그 덕분에 우리도 지금 성찬을 먹는다.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이 주님의 살을 먹다보면, 어느 순간 내 영이 주님의 영과 직통하여, 예수님처럼, 내 몸을 남을 위해 기꺼이 먹인 이태석 신부나 손양원목사와 같은 신앙의 경지에까지 자라게 될 것이다. 내가 어떻게 그렇게까지 하나... 걱정할 것 없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내 안에 계시는 그분께서 하실 것이니까. 그분의 일이니까. 나는 도구일 뿐이니까. 도구가 무슨 걱정을 다 하나.
****** 지금은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에베5:17)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의 구성은 구약본문부터 시작해서 차차, 지혜가 점점 자라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작은 지혜에서 점점 큰 지혜로, 마침내 생명, 영원한 생명으로까지 자랍니다. 백성의 소리를 듣고, 거기 담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지혜!(구약) 우리 역사 굽이굽이마다 온통 가득한 하나님의 역사(役事=일하심)를 보는 지혜!(시편) 이를 기억하고 주님을 경외하는 지혜!(시편) 어리석고 어지러운 악한 시대에 지금 우리를 향하신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밝히 깨닫고 순종하고 늘 감사 찬양하며 사는 지혜!(서신서) 그리고 마침내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예수님의 사랑을, 그 크신 사랑의 몸을 먹으면서 예수님을 고스란히 닮아가는,(요한6:56) 그 생명력을, 그 사랑의 힘을 고스란히 살아내는 지혜에 이르기까지!(복음서) 허기진 시절, 돌로 빵을 만들어보라는 유혹의 시대를 넘어, 점점 더 화려한 빵을 찾는 시대, 나날이 빵이 우상이 되어가는 시대, 바야흐로 ‘먹방시대’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고기 굽는 냄새 진동하는 이 먹방의 계절에, 맛도 없고 소박한 성찬상을 차립니다. 그리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솔로몬의 마음을 차립니다. “주님의 종에게 지혜로운 (듣는) 마음을 주셔서”(왕상3:9) 굶주린 사람들, 힘없고 억울한 사람들의 한숨 속에서 주님의 음성을 들어야 할 때입니다.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달아(에베5:17) 어리석고 어지러운 이 땅에 정의를 세울 때입니다. 가장 먼저 하나님의 나라를 구할 때입니다.
(※ 전에 올린 것을 조금 다듬어 다시 올립니다.)
[말씀동시] 무엇으로 사는가? (김윤서 지음. 세움교회 청년부. 성실문화 119호)
힘이 들 때 예수님 찾기
고민 될 때 예수님 찾기
낙심 올 때 예수님 찾기
내 영혼을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양식 예수님
내 고민해결사 예수님
마음 힘들 때 바라볼 예수님
가장 좋은 것으로
인도해 주시길
바라고 바라는 나의 믿음
나의 떡 나의 예수님
[시편시조] 시편 111, 주님이 하신 일들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119호)
주님이 하신 일들 장엄하고 의로워라
거룩한 땅 더럽힐 때 주인을 바꾸시네
주님을 경외하는 자 주의 은총 받으리
[시편노래] 시편 111, 영원토록 주님을 찬양하여라 (이정훈 편사, 박승원 작곡. 「성실문화」 119호)
[본문] (시편 111)
[노랫말]
1. 할렐루야 주님을 찬양하여라, 온 맘 다해 주님께 감사드려라
주님께서 하시는 일 위대하시니, 명심하고 명심하며 기뻐하여라
2. 장엄하고 정의롭고 영광스런 일, 그 기적을 우리 맘에 새겨주셨다
경외하는 자들에게 밥을 주시고, 그 언약을 주님 맘에 새겨두셨다
3. 진실하고 공의롭고 든든하신 일, 당신의 백성에게 땅을 주신 일
뭇 민족의 유산을 거두어들여, 정의로운 법에 따라 나눠주셨다
4. 언약대로 백성을 구원하신 분, 거룩하신 그 이름을 경외하여라
주님을 경외함이 지혜의 근본, 영원토록 주 하나님 찬양하여라
[해설]
시편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월드뮤직그룹 ‘공명’ 단원이신 피리연주자 박승원 선생이 곡을 붙였다.
[악보] 시편 111 (영원토록 주님을 찬양하여라) (이정훈 편사, 박승원 작곡)
[시편송서(誦書)] 시편 111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 119호)
(※ 전래자장가 가락, 즉 천자문독송 가락으로)
1. 할렐루야. 내가 온 마음을 다 기울여, 정직한 사람의 모임과 회중 가운데서 주님께 감사를 드리겠다.
2. 주님께서 하시는 일들은 참으로 훌륭하시니, 그 일을 보고 기뻐하는 사람들이 모두 깊이 연구하는구나.
3. 주님-이-- 하신- 일은-, 장-엄하고- 영-광-스러우며-,
주님-의-- 의로우심은-, 영--원--하--다--∼
4. 그 하신 기이한 일들을 사람들에게 기억하게 하셨으니, 주님은 은혜로우시며 긍휼이 많으시다.
5. 주님은, 당신을 경외하는 사람들에게는 먹거리를 주시고, 당신이 맺으신 언약은 영원토록 기억하신다.
6. 당신의 백성에게 하신 일, 곧 뭇 민족의 유산을 그들에게 주신 일로 당신의 능력을 알리셨다.
7. 손-수 하신- 일들-은--, 진실하고-- 공의로-우-며--,
주님-이-- 지시하-신- 법은-, 모--두-- 든든-하며-∼
8. 영원토록 흔들리는 일이 없으니, 진실과 정직으로 제정되었다.
9. 당신의 백성에게 구원을 베푸시고 그 언약을 영원히 세우셨으니, 그 이름이 거룩하고 두렵다.
10. 주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다.
[다함께]
주님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바-른 깨-달-음을 얻으-니--,
영-원토록- 주님-을--, (주님을 주님을) 찬양할- 일-∼이∿다-∼∥
[말씀동화] 덤바위산 다람쥐의 소원이 지혜인 까닭은
옛날옛날 한 옛날에, 이건 호랑이가 총명탕 달여먹으려고 약초 캐러 다니던 시절 이야기예요.
덤바위산 동물들에게 비상이 걸렸어요.
사람들이 집지으려고 자꾸자꾸 산을 깎아대기 때문이죠.
모든 동물들이 하나 둘 삼삼오오 산마루에 올라갑니다.
무덤바위를 둘러싸고 하늘을 우러러 기도합니다.
“하나님, 저희를 살려주세요. 사람들 때문에 못살겠어요.”
하나님께서 덤바위산 동물들의 기도를 들으시고
누구보다 동물들을 아끼는 사람, 프란시스코를 부르셨어요.
“어떻게 하면 약한 동물들의 저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겠느냐?”
그러자 프란시스코는 얼른 대답합니다.
“사람들에게 저 속상한 동물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귀를 주면 어떨까요?”
곁에 있던 천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끼어듭니다.
“모르는 소리! 그랬다가는 더 많은 동물들이 사람들에게 잡아먹힐 걸요?”
천사들 중에서 가장 슬기로운 스마트 천사가 한마디 합니다.
“거꾸로 동물들에게 사람 말 알아들을 수 있는 귀를 주는 게 낫겠습니다.”
하나님과 천사들과 프란시스코의 눈이 동시에 샛별처럼 빛나는 것을 보며
신바람 난 스마트 천사가 한마디 덧붙입니다.
“덤바위산 동물들의 대표에게 신비로운 능력을 더해 주면 어떨까요?
사람들이 덤바위산을 바라볼 때마다 눈앞이 캄캄해지게 만드는!”
하늘나라 회의가 스마트천사의 의견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프란시스코를 보내서 덤바위산 동물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동물대표를 뽑게 합니다.
그런데 덤바위산 동물 대표를 뽑는 문제가 쉽지 않았어요.
신비로운 힘을 주신다는 말에 너도나도 대표를 하려들었거든요.
덤바위산 동물대표 뽑는 일에
가장 힘세고 덩치 큰 멧돼지는 물론
오소리, 너구리, 족제비에 청설모와 무시무시 살무사까지 덤벼듭니다.
한참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던 프란시스코가 드디어 입을 엽니다.
“동물대표로서 갖고 싶은 소원을 한 가지씩 발표합시다.”
가장 먼저 썩 나선 멧돼지는 무엇이든 다 깨부술 수 있는 슈퍼 어금니를,
이어서 앞에 나선 너구리는 무엇으로든 순식간에 변신할 수 있는 둔갑술을,
그리고 청설모는 나무꼭대기에서 어디로든 맘껏 이동할 수 있는 날개를 원했어요.
모든 동물들의 소원을 다 들은 뒤에 프란시스코가 말했어요.
“아직 자기 소원 말하지 않은 다람쥐님도 한마디 하세요.”
덤바위산에서 가장 작고 가장 약한 다람쥐가
까만 눈동자를 깜박이며 드디어 입을 엽니다.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로운 눈을 갖고 싶어요.”(왕상3:9)
다람쥐의 소원을 듣자마자 프란시스코는 물론 온 하늘나라가 입이 떡 벌어집니다.
하나님께서는 참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소원에 기분이 좋아지시고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프란시스코가 다람쥐에게 물었어요.
“무엇 때문에 파워도, 달리기도, 금이빨도 아닌 지혜로운 눈을 원하는 거죠?”
다람쥐는 수줍은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 덤바위산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의 눈을 어둡게 만들면 안 되거든요.
사람들 중에는 산만 보면 무조건 깎아서 집지어 팔아먹으려는 돈독 오른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산을 사랑하고 동물과 식물을 사랑해서 산을 보호하고 가꾸려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러자 프란시스코는 물론 온 하늘나라의 눈에서 은하수가 쏟아집니다.
온 하늘나라가 이구동성으로 저 다람쥐에게는 지혜뿐 아니라
다람쥐가 구하지 않은 금이빨도 주고, 날개까지 달아줘야 한다고 아우성입니다.
바로 그때 스마트 천사가 조심스레 한마디 합니다.
“그러다가 다람쥐도 사람처럼 타락할 수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금과 권력 때문에 눈이 어두워지잖아요.”
하나님께서 고개를 주억거리시며 말씀하셨어요.
“덤바위산 동물대표 다람쥐에게 지혜로운 눈을 주고
프란스시코와 자주 어울려 내내 청빈한 마음을 잃지 않게 하거라”
가난한 사람 프란시스코의 얼굴 가득 발그레 석양이 물들어가고
작은 다람쥐의 커다란 눈동자 가득 밤하늘 은하수가 환하게 내려앉습니다.
[이정훈 지음. 2024년 8월 17일 토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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