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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문화 응용하기/본문묵상

2013년 11월 17일(왕국절 13주) 예배준비 노트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으며

 

[성서일과 4본문]

 

(이사 65:17-25)

17. "보아라,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할 것이니, 이전 것들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떠오르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18. 그러니 너희는 내가 창조하는 것을 길이길이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보아라, 내가 예루살렘을 기쁨이 가득 찬 도성으로 창조하고, 그 주민을 행복을 누리는 백성으로 창조하겠다.

19. 예루살렘은 나의 기쁨이 되고, 거기에 사는 백성은 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니, 그 안에서 다시는 울음소리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이다."

20. 거기에는 몇 날 살지 못하고 죽는 아이가 없을 것이며,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는 노인도 없을 것이다. 백 살에 죽는 사람을 젊은이라고 할 것이며, 백 살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을 저주받은 자로 여길 것이다.

21. 집을 지은 사람들이 자기가 지은 집에 들어가 살 것이며, 포도나무를 심은 사람들이 자기가 기른 나무의 열매를 먹을 것이다.

22. 자기가 지은 집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 살지 않을 것이며, 자기가 심은 것을 다른 사람이 먹지 않을 것이다. "나의 백성은 나무처럼 오래 살겠고, 그들이 수고하여 번 것을 오래오래 누릴 것이다."

23. 그들은 헛되이 수고하지 않으며, 그들이 낳은 자식은 재난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주님께 복 받은 자손이며, 그들의 자손도 그들과 같이 복을 받을 것이다.

24. "그들이 부르기 전에 내가 응답하며, 그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내가 들어주겠다.

25.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풀을 먹으며,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으며, 뱀이 흙을 먹이로 삼을 것이다. 나의 거룩한 산에서는 서로 해치거나 상하게 하는 일이 전혀 없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이시다.

 

(이사 12)

1. 그 날이 오면, 너는 이렇게 찬송할 것이다. "주님, 전에는 주님께서 나에게 진노하셨으나, 이제는 주님의 진노를 거두시고, 나를 위로하여 주시니,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2. 하나님은 나의 구원이시다. 나는 주님을 의지한다. 나에게 두려움 없다. 주 하나님은 나의 힘, 나의 노래, 나의 구원이시다."

3. 너희가 구원의 우물에서 기쁨으로 물을 길을 것이다.

4. 그 날이 오면, 너희는 또 이렇게 찬송할 것이다.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의 이름을 불러라. 그가 하신 일을 만민에게 알리며, 그의 높은 이름을 선포하여라.

5. 주님께서 영광스러운 일을 하셨으니, 주님을 찬송하여라. 이것을 온 세계에 알려라.

6. 시온의 주민아! 소리를 높여서 노래하여라. 너희 가운데 계시는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은 참으로 위대하시다."

 

(살후 3:6-13)

6.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명령합니다. 무절제하게 살고 우리에게서 받은 전통을 따르지 않는 모든 신도를 멀리하십시오.

7. 우리를 어떻게 본받아야 하는지는 여러분이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분 가운데서 무절제한 생활을 한 일이 없습니다.

8. 우리는 아무에게서도 양식을 거저 얻어먹은 일이 없고, 도리어 여러분 가운데서 어느 누구에게도 짐이 되지 않으려고, 수고하고 고생하면서 밤낮으로 일하였습니다.

9. 그것은, 우리에게 권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여러분에게 본을 보여서, 여러분으로 하여금 우리를 본받게 하려는 것입니다.

10. 우리가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 "일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 하고 거듭 명하였습니다.

11. 그런데 우리가 들으니, 여러분 가운데는 무절제하게 살면서, 일은 하지 않고, 일을 만들기만 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고 합니다.

12.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명하며, 또 권면합니다. 조용히 일해서, 자기가 먹을 것을 자기가 벌어서 먹으십시오.

13. 형제자매 여러분, 선한 일을 하다가 낙심하지 마십시오.

 

(누가 21:5-19)

5. 몇몇 사람들이 성전을 가리켜서, 아름다운 돌과 봉헌물로 꾸며 놓았다고 말들을 하니,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6. "너희가 보고 있는 이것들이, 돌 한 개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질 날이 올 것이다."

7. 제자들이 예수께 물었다. "선생님, 그러면 이런 일들이 언제 있겠습니까? 또 이런 일이 일어나려고 할 때에는, 무슨 징조가 있겠습니까?"

8.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너희는 속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말하기를 '내가 그리스도다' 하거나, '때가 가까이 왔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따라가지 말아라.

9. 전쟁과 난리의 소문을 듣더라도 두려워하지 말아라. 이런 일이 반드시 먼저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종말이 곧 오는 것은 아니다."

10. 그 때에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민족이 일어나 민족을 치고, 나라가 일어나 나라를 칠 것이다.

11. 큰 지진이 나고, 곳곳에 기근과 역병이 생기고, 하늘로부터 무서운 일과 큰 징조가 나타날 것이다.

12.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에 앞서, 사람들이 너희에게 손을 대어 박해하고, 너희를 회당과 감옥에 넘겨줄 것이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왕들과 총독들 앞에 끌려갈 것이다.

13. 그러나 이것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14. 그러므로 너희는 변호할 말을 미리부터 생각하지 않도록 명심하여라.

15. 나는 너희의 모든 적대자들이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구변과 지혜를 너희에게 주겠다.

16. 너희의 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너희를 넘겨줄 것이요, 너희 가운데서 더러는 죽일 것이다.

17.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18.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19. 너희는 참고 견디는 가운데 너희의 목숨을 얻어라."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이번 주 4본문 말씀은, 내가 최고로 알던 것들을 허물고(누가 21:6) 상상도 못했던 세상을 다시 세우시는(이사 65:17, 25) 하나님의 뜻을 시원하게 보여주신다.

다시 세우시는 세상은 바로 ‘평화’의 세상이다.

 

[구약 (이사 65:17-25, 그리고 12장)]

오늘 구약은 이사야서다.

시편 노래 역시 이사야 12장(감사찬송)으로 대신했다.

두 구약 본문의 알맹이는 ‘구원의 기쁨’이다.

 

이사야 65장에서는 “창조”를 4차례 반복한다.(17, 18절)

이사야 12장에서는 “구원”을 3차례 반복한다.(2, 3절)

이 창조와 구원은, 창조질서가 허물어진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고통당하는 약자들의 신음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신음소리를 들으신 하나님께서 찾아오셔서 그 낡은 세상을 허물어버리심으로 시작된다.

이렇게 새 하늘 새 땅의 새 창조는 시작되고, 고통의 늪에 빠져있던 힘없는 백성들의 구원드라마가 시작된다.

이사야 65:18-19절에서는, 백성과 하나님이 서로 기쁨을 주고받는 듯한 시적이고 환상적인 모습이 보인다.

 

이사야 65장 첫 절(17)과 끝 절(25)에 “새 하늘과 새 땅”이 선포되고 묘사된다.

(이는 이사야 11:6-9절에 이미 언급되었다.)

이 새로운 누리는, “이전 것들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떠오르거나 하지 않을”(17) 정도로, 어마어마한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하다.(18, 19절)

왜 그렇게 기쁘고 행복한가?

평화, 완벽한 평화 때문이다.

그 온누리를 평화의 임금님께서 다스리시기 때문이다.

평화(平和)란, 쌀[禾]을 입[口]에 공평[平]하게 넣어줄 때 이루어진다는, 즉 약육강식(弱肉强食 ; 약자를 강자가 먹는다는 뜻)과 반대말이다.

그러니까, 평화란 창조의 처음과 끝인 에덴동산, 그리고 새 하늘과 새 땅, 새 예루살렘의 본질이다.

 

원래 예루살렘이라는 이름 안에 ‘평화의 땅’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 예루살렘이 변질하고 타락했으니, ‘새 하늘 새 땅, 새 예루살렘’이 임하시는 것이다.(계시록 21장)

그 예루살렘, 이름값 못하던 시절을 뒤로하고, 무늬만 평화의 땅에 평화의 임금님께서 오심으로, 그 이름대로 제대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사야 65장의 처음과 끝 절은 신천신지, 그리고 그 사이 중간본문은 예루살렘에 대한 기술로 차있다.

신천신지(新天新地)와 예루살렘의 구도는 계시록 21장에서도 반복된다.(독일성서공회판 성경 해설 참조)

 

 

[신약 (살후 3:6-13, 누가 21:5-19)]

오늘 신약 본문은 구약 본문의 신천신지의 꿈(예언)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가는 설계도면처럼 보인다.

그 도면에는 신천신지 건설(창조)과정에 나타날 이런 저런 현실적 문제들(부적응, 오해, 고난)까지 담겨 있다.(살후 3:11, 누가 21:8)

 

오늘 서신서 본문에는 “일하기를 싫어하는”(10), “무절제한”(6, 7, 11) 빗나간 신도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빗나가게 된 것은 성품이 게을러서라기보다는, 지난 주 본문에 이어, 그리고 오늘 4본문의 주제에 따라 볼 때, 임박한 종말신앙의 부작용, 오해 때문인 것 같다.

신천신지 창조 과정에 참여하는 교회는, 감나무 밑에 누워 익은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식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

쓸데없는 일들, 허무맹랑한 유언비어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11), 주께서 예비하신 일용할 양식, 거룩한 양식을 생산하는데 몰두해야 한다.

바울 사도는 이를 가르치기 위해 스스로 수고를 아끼지 않고 본을 보였다.(7, 8, 9)

복음의 도를 전해야 하는 그 아까운 시간을 바쳐 일용할 양식을 위한 신성한 노동을 했다.

이런 노동이 바로 복음의 도를 깨닫게 하는, 전도의 길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노동이 바로 복음의 도, 그 본질과 가깝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서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화려한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질 것이라 말씀하신다.

“아름다운 돌과 봉헌물”들로 가득한 성전이다.

말이 예루살렘이지, 껍데기뿐인 평화다.

 

진정한 성전, 예수님을 곁에 두고도 모르는 사람들... 껍데기뿐인 성전의 휘황찬란함에 현혹된 사람들!

저들에게 (껍데기)성전이 무너진다는 것은, 지금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게 무너져야 비로소 신천신지, 천국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사실!

그걸 허물어버려야 드디어 천국의 꿈을 꾸기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

그걸 철두철미하게 씻어내기 시작해야 마침내 천국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에게 있어 허물어져야 할 껍데기 성전은 무엇인가?

 

 

[나머지]

* 그러고 보니, 다음주일이 왕국절 마지막 주일인 ‘왕이신 그리스도의 날’, 그리고 그 다음 주일이 바로 대림절 첫 주일이다.

대림절이란 왕이신 그리스도, 평화의 임금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계절이다.

 

** 누가복음 21:8절 말씀이 지난 주 서신서 본문인 데살로니가후서 2:2-3절 말씀과 통한다.

 

너희는 속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말하기를 ‘내가 그리스도다’ 하거나, ‘때가 가까이 왔다’ 할 것이다...”(누가 21:8)

“... 속아서, 주님의 날이 벌써 왔다고 생각하게 되어, 마음이 쉽게 흔들리거나 당황하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은 아무에게도 어떤 방식으로도 속아 넘어가지 마십시오.”(살후 2:2-3)

 

 

 

[말씀노래] 예수이름 때문에

 

1. 세상없이 화려한 성전이라도 / 흔적없이 무너질 날이오리라

예수이름 흉내내는 혼돈속에서 / 예수이름 지킨너희 강건하리라

 

2. 기근과 역병으로 몸이허물고 / 전쟁과 전쟁이 나라허문다

지진과 큰징조로 천지허물때 / 예수이름 지킨너희 감사하리라

 

3. 예수이름 때문에 끌려가리라 / 부모형제 친구조차 배신하리라

온세상이 내이름을 핍박할때에 / 예수이름 지킨너희 행복하리라

 

 

 

 

[말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알렉스

 

알렉스는 미국 뉴욕에 있는 동물원 사자였어요.

동물원에서 인기 많은 사자였죠.

얼룩말 마티, 기린 멜먼, 그리고 하마 글로리아가 단짝이었답니다.

 

전부 야생동물들인데, 갑갑한 동물우리에 갇혀 사는 동물원생활이 어땠을까요?

끼니마다 꼬박꼬박 스테이크도 주고 과일도 먹여주는 동물원...

아무리 세계의 모든 인종이 모여 사는 시끌벅적 화려한 도시 뉴욕이지만, 과연 좋았을까?

아무리 배부르고 편안하고 편리한듯해도, 야생동물들이 쇠창살 우리에 갇혀 사는 건 슬픈 일이죠.

 

어느 날 밤, 알렉스는 친구들과 함께 동물원을 몰래 빠져나옵니다.

원래 알렉스와 그 친구들은 편안하고 적당히 즐거운 동물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죠.

그런데 호시탐탐 탈출할 기회만 노리는 펭귄들이 문제였습니다.

 

어느 날 펭귄 특공대가 드디어 탈출에 성공하고, 호기심대장 얼룩말 마티도 펭귄들을 따라 나갑니다.

마티를 찾으러 나간 나머지 세 친구들까지, 일이 커지면서 배를 타고 그만 바다를 건너게 됩니다.

이리하여 신비의 섬 마다가스카에 도착하게 되었죠.

(여기까지는 만화영화 ‘마다가스카’ 이야기입니다.)

 

마다가스카는 아프리카 동쪽에 있는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도 한참 떨어진 무인도였어요.

마다가스카르 사람들도 잘 모르는 신비의 섬이죠.

마다가스카르는 대한민국의 약 다섯 배, 그러니까 580.000㎢도 넘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이랍니다.

 

신비로운 무인도 마다가스카에 도착해서 가장 신난 건 역시 얼룩말 마티였어요.

그리고 더디지만 나머지 세 친구들도 서서히 야생에 적응하게 되죠.

조금만 노력하면 건초더미랑 과일같은 먹을거리들을 여기저기서 구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알렉스였습니다.

육식동물인 사자가 동물원에서 늘 얻어먹던 스테이크를 먹지 못하게 되니 아주아주 힘들게 된 겁니다.

 

 

하루하루 야위어 가던 알렉스가 너무 힘들어 나무 아래 엎드려 있네요.

며칠 전 눈에 뵈는 게 없을 정도로 너무너무 배가 고픈 바람에 대형사고를 쳤기 때문인가 봅니다.

단짝친구 얼룩말 마티가 그만 스테이크로 보이는 바람에 덥썩 깨물어 버렸죠.

깨물린 마티도, 깨문 알렉스도 서로 기절할 듯 놀랐습니다.

깨물린 마티보다 더 놀란 알렉스는 미친듯이 여기까지 도망 온 것입니다.

마치 로뎀나무 아래 널브러져 있던, 딱 엘리야의 꼴입니다.

 

그 때 마다가스카 토박이 여우원숭이 떼가 지나가네요?

여우원숭이 왕이 알렉스를 발견하자 냅다 소리 지릅니다.

 

“저 털북숭이 사자 녀석을 당장 잡아와라!”

 

어흥∼! 하고 소리치면 모두 날아가 버릴 카드병정 같은 여우원숭이 졸개들이 우르르 몰려드네요?

기운이 하나도 없는 알렉스는 고분고분 졸개들을 따라갑니다.

알렉스를 요리조리 살펴본 여우원숭이 왕이 혼자서 중얼거립니다.

 

“그냥 두면 며칠 못가 요단강을 건너겠군.”

 

요단강을 건넌다는 건, 주로 교회에서 쓰는 말로 사망한다는 뜻인데, 여우원숭이가 그걸 어떻게 알지?

아마 마다가스카에 교회가 있었나 봐요.

 

여우원숭이 왕은 졸개들을 시켜 알렉스를 부축해서 교회로 데려갔습니다.

큼지막한 사자를 전도해왔노라고 여우원숭이 왕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입장합니다.

난생처음 수사자를 본 성가대 지휘자 앵무새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알록달록 꾀꼬리 성가대원들의 입도 떡 벌어지네요.

그런데 목사님의 눈은 오히려 가늘어지며 레이저광선 같은 빛을 뿜습니다.

목사님은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펭귄이었어요.

 

그런데 알렉스에게서 또 시장기가 발동하기 시작합니다.

배고파 기운이 하나도 없는 알렉스의 눈에 예배당에 모인 신도들이 스테이크로 보이기 시작하네요?

군침이 꿀꺽 넘어가고 눈동자에서 핏빛 광선이 쏟아져 나오려할 때, 목사님이 성경을 봉독합니다.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풀을 먹으며,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으며, 뱀이 흙을 먹이로 삼을 것이다. 나의 거룩한 산에서는 서로 해치거나 상하게 하는 일이 전혀 없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이시다.(이사야 65:25)’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으며’라는 말씀이 갑자기 알렉스의 귀에 쏙 들어왔어요.

뉴욕 동물원에서 종종 만난 전도왕 아줌마가 이 말씀을 외치실 때는 그냥 먼 나라 이야기로만 여겼었죠.

 

‘사자가 어떻게 여물을 먹는담?’

 

그런데 지금 바로 그 ‘먼 나라’에 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확 드는 거예요!

 

‘어떡하지? 성경말씀을 따르자니 굶어죽을 것만 같고, 지금 내 귀에 생생하게 들려오는 저 성경말씀을 못들은 척 하자니 하나님께 벌 받을 것 같고... 어떡하지?’

 

머릿속이 하얘지는 순간, 알렉스의 머리카락도 순식간에 하얘지네요.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으면 저럴까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무성하던 수사자 알렉스의 머리카락이 술술 빠지기 시작합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닌 거죠.

알렉스는 어쩔 줄을 몰랐어요.

배고파 죽을 지경이고, 헤어스타일도 엉망이고, 뉴욕동물원 스타의 스타일이 완전 절망입니다.

 

바로 그때 펭귄 목사님이 또 성경말씀을 봉독하십니다.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참고 견디는 가운데 너희의 목숨을 얻어라.”(누가복음 21:18-19)

 

‘어? 이건 또 무슨 말씀이지? 지금 머리카락이 사정없이 빠지고 있는데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라니? 그리고 또, 참으면 목숨을 얻을 수 있다고?’

 

처음 예배당에 들어올 때부터 알렉스를 유심히 지켜보시던 목사님이 말씀하셨어요.

 

“사자 형제여, 너무 근심하지 말아요. 머리카락이 하얘지고 헤어스타일이 초라해지고 대머리사자가 된다고 해도 결코 낙심 말아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은, 하나님께서 꼭 지켜주신다는 뜻이에요. 마치 수사자의 울창한 머리카락이 다 빠져버리듯이, 저 겉만 번지르르한 욕망의 예루살렘 성전, 탐욕스런 뉴욕 월스트리트의 성전들이 다 허물어진다 해도 결코 놀라지 마세요. 약한 자를 강자가 잡아먹는 약육강식(弱肉强食) 세상이 완전 변신해서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을 수 있는 새 하늘과 새 땅이 되려면, 지금 사자 형제가 겪고 있는 것과 같은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법이예요. 그러나 주님 약속의 말씀만 믿고 예수이름을 지키며 참고 견디는 가운데 형제는 새로운 목숨을 얻을 수 있습니다.”

 

꿈결처럼 들리는 펭귄 목사님 말씀에 왠지 알렉스는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오묘한 힘이 솟아났어요.

펭귄 목사님의 말씀에서, 레이저광선 같은 눈빛보다 훨씬 강렬한 힘이 느껴집니다.

예배당 가득한 스테이크처럼 보였는데, 성경말씀을 들으면서 다시 서서히 성도들로 보이기 시작하네요.

이젠 내 친구 마티도 스테이크로 보이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잃어버린 벗들을 다 되찾을 수 있게 된 거죠.

 

“오, 하나님 고맙습니다!”

 

예배 후 애찬식 메뉴는, 특별히 새 신자 알렉스를 위해 마련된 콩고기 스테이크였어요.

비록 향긋한 피 냄새는 안 났지만, 그래도 억지로 먹던 샐러드보다는 훨씬 맛있네요.

다음번엔 마티와 멜먼, 그리고 글로리아까지 이 교회에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알렉스는 세계최초로 여물을 먹는 사자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매일매일 성경말씀 오물오물 씹어 먹다보면, 성경말씀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비프스테이크 소고기, 돈가스 돼지고기, 그리고 보신탕 개고기를 끊기로 결심합니다.

고기를 하나하나 끊으면서, 내 안에 있는 모든 욕심꾸러기들까지 하나하나 다 씻어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나보다 약한 이들 것을 빼앗아 먹는 건 못난이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배당에서 성경말씀 한번 들은 알렉스가 점점 철이 들어갑니다.

예배당 사자 삼년이면 성경암송 챔피언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한 나라, 마다가스카에서 알렉스는 난생처음 꿈같이 행복합니다.

기름진 비프스테이크를 못 먹어도, 수많은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못 받아도 좋습니다.

새 하늘 새 땅은, 껍데기뿐인 화려한 성전을 허물어뜨리는 고통을 이겨야 이루어진다고 하셨습니다.

 

여기는 밤에 전깃불도 없지만, 불편해도 행복한 나라입니다.

가난한 음식만으로도 벗들과 행복하게 나눠먹을 수 있는, 가난하지만 넉넉한 이상한 나라!

여기는 신비한 나라입니다.

 

(엔딩 스크롤이 올라가며, 뒷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이전 것들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떠오르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알렉스는 뉴욕동물원 기억이 점점 희미해져갑니다.

이상한 나라 마다가스카는 알렉스와 벗들에게 새 하늘 새 땅 같습니다.

동물원에서 얻어만 먹다가, 직접 콩농사도 짓고 산채도 채집해서 먹으니 왠지 더 싱싱하고 뿌듯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알렉스는 벗들과 함께 이상한 나라 마다가스카를 떠나 다시 뉴욕으로 돌아옵니다.

전도왕에 등극한 여우원숭이 왕도 따라옵니다.

마다가스카의 알렉스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집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뉴욕동물원에 남은 친구들이 걱정되어서 돌아온 것입니다.

 

전도왕 아줌마가 동물우리를 지나가며 성경말씀을 외칠 때마다, 알렉스는 예전처럼 “어흥!”하며 방해하지 않고, 경건하게 두 손을 모으고, “아멘!” 하고 추임새를 합니다.

그 바람에 동물원 친구들로부터 눈총도 받고, 놀림 받고 왕따가 되어도 좋습니다.

그 때마다 알렉스는, 말씀노래 “예수 이름 때문에”를 부르면서 새 힘을 얻습니다.

 

얼룩말 마티와 기린 멜먼, 그리고 하마 글로리아는 이런 알렉스 곁을 지켜줍니다.

야생에서 돌아온 4인방에게서는 이름 모를 향기가 강물처럼 흐릅니다.

알렉스에게서 나온 오묘한 아우라가 동물원 전체를 아우르기 시작합니다.

 

한편 펭귄 특공대의 대장 스키퍼는 코왈스키와 함께 마다가스카의 펭귄 목사님을 납치해서 뉴욕동물원의 원목 목사님으로 삼을 궁리를 하며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이제 뉴욕에도, 이상한 나라 마다가스카의 새 하늘 새 땅 그 알록달록 행복바이러스가 단풍처럼 번질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이정훈 지음, 2013년 11월 15일 금요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