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복을 내리신다”(시편 29:11)
[성서일과 4본문]
(창세기 1:1-5)
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2.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물 위에 움직이고 계셨다.
3.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니, 빛이 생겼다.
4. 그 빛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셔서,
5. 빛을 낮이라고 하시고, 어둠을 밤이라고 하셨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하루가 지났다.
(시편 29)
1. 하나님을 모시는 권능 있는 자들아, 영광과 권능을 주님께 돌려드리고 또 돌려드려라.
2. 그 이름에 어울리는 영광을 주님께 돌려드려라. 거룩한 옷을 입고 주님 앞에 꿇어 엎드려라.
3. 주님의 목소리가 물 위로 울려 퍼진다. 영광의 하나님이 우렛소리로 말씀하신다. 주님께서 큰 물을 치신다.
4. 주님의 목소리는 힘이 있고, 주님의 목소리는 위엄이 넘친다.
5. 주님께서 목소리로 백향목을 쩌개고, 레바논의 백향목을 쩌개신다.
6. 레바논 산맥을 송아지처럼 뛰놀게 하시고, 시룐 산을 들송아지처럼 날뛰게 하신다.
7. 주님의 목소리에 불꽃이 튀긴다.
8. 주님의 목소리가 광야를 흔드시고, 주님께서 가데스 광야를 뒤흔드신다.
9. 주님의 목소리가, 암사슴을 놀래켜 낙태하게 하고, 우거진 숲조차 벌거숭이로 만드시니, 그분의 성전에 모인 사람들이 하나같이, "영광!" 하고 외치는구나.
10. 주님께서 범람하는 홍수를 정복하신다. 주님께서 영원토록 왕으로 다스리신다.
11.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백성에게 힘을 주신다.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백성에게 평화의 복을 내리신다.
(사도행전 19:1-7)
1. 아볼로가 고린도에 있는 동안에, 바울은 높은 지역들을 거쳐서, 에베소에 이르렀다. 거기서 그는 몇몇 제자를 만나서,
2. “여러분은 믿을 때에, 성령을 받았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들은 “우리는 성령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도 못하였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3. 바울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여러분은 무슨 세례를 받았습니까?” 그들이 “요한의 세례를 받았습니다” 하고 대답하니
4. 바울이 말하였다. “요한은 백성들에게 자기 뒤에 오시는 이 곧 예수를 믿으라고 말하면서, 회개의 세례를 주었습니다.”
5. 이 말을 듣고, 그들은 주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
6. 그리고 바울이 그들에게 손을 얹으니, 성령이 그들에게 내리셨다. 그래서 그들은 방언으로 말하고 예언을 했는데,
7. 모두 열두 사람쯤 되었다.
(마가복음 1:4-11)
4.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 나타나서, 죄를 용서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다.
5. 그래서 온 유대 지방 사람들과 온 예루살렘 주민들이 그에게로 나아가서, 자기들의 죄를 고백하며, 요단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
6. 요한은 낙타 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띠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았다.
7. 그는 이렇게 선포하였다. “나보다 더 능력이 있는 이가 내 뒤에 오십니다. 나는 몸을 굽혀서 그의 신발 끈을 풀 자격조차 없습니다.
8. 나는 여러분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그는 여러분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입니다.”
9. 그 무렵에 예수께서 갈릴리 나사렛으로부터 오셔서, 요단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다.
10. 예수께서 물속에서 막 올라오시는데, 하늘이 갈라지고, 성령이 비둘기같이 자기에게 내려오는 것을 보셨다.
11. 그리고 하늘로부터 소리가 났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이어주는 공동 주제는, ‘평화의 복을 주시다, 말씀세례·성령세례’입니다.
구약,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창세기 1:3)
시편, “주님의 목소리가 물 위로 울려퍼진다”(시편 29:3)
서신서, “성령이 그들에게 내리셨다. 그래서 그들은 방언으로 말하고 예언을 했는데”(사도행전 19:6)
복음서, “그는 여러분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입니다”(마가복음 1:8)
오늘 요절은,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백성에게 평화의 복을 내리신다”입니다.(시편 29:11)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창세기 1:1-5, 시편 29)]
오늘 구약본문의 소제목은 ‘천지창조’입니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짓기 시작하시던 태초의 장면에
생명의 뿌리라 할 “하나님의 영(숨)”(2)과 “빛”(3)이 짝을 이루며 등장합니다.
그래서 마치 하나님께서 그 숨과 빛으로
천지를 지으실 마당(판)을 정결히 닦으시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창조세계는
그 바닥부터 하나님의 생명력, 그 정성과 사랑이 배어있을 것입니다.
오늘 시편본문의 소제목은 ‘폭풍 속 주님의 음성’입니다.
구약본문이 하나님의 창조과정에 가득한 하나님의 영(숨)과 빛을 보였다면,
이에 응답하는 시편본문에는 하나님의 목소리가 가득합니다.
구약본문 첫 창조과정에서부터 이미 드러나신 하나님의 “말씀”이(3)
시편에서는 어마어마하게 큰 목소리로 창조세계 위에 울려 퍼집니다.
이는 마치 창조주 하나님께서 온 피조물들을 큰 말씀으로 일깨워 씻으시며,
창조세계와 끊임없이 관계하시고 관심하시는 바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이시는 듯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그 사랑스런 관심은
우리 사회의 평화로 열매 맺습니다.(11)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사도행전 19:1-7, 마가복음 1:4-11)]
오늘 서신서 본문의 소제목은 ‘바울이 에베소에서 전도하다’입니다.
앞 장에서(18:24-25) 아볼로조차 예수이름으로 받는 세례를 몰랐던 것처럼,
에베소 공동체는 요한의 세례만 알고 있었고, 따라서
예수는 배웠어도 성령은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요한이 세례를 준 목적을 환기시키며(4)
에베소 공동체에게 예수이름으로 세례를 베푸니 성령이 내리십니다.
이로써 복음서본문대로(마가복음 1:8) 요한의 약속이 이루어집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의 소제목은 ‘세례요한, 예수의 세례’입니다.
구원에 대한 준비과정으로 요한이 베푼 회개의 세례는(4)
장차 예수님이 베푸실 성령세례로 이어질 것인데(8),
그 과정에서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십니다.
아무 죄 없으신 분께서 요한의 세례를 받으심은
하늘보좌 버리고 몸을 입고 내려오신 성육신의 신비와 통합니다.
이 신비로운 자리에 우주역사에서 가장 거룩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성령께서 성부의 말씀과 함께 성자 예수께 임하시는 것입니다.
사랑이 가득한 성부의 음성(말씀)은
오늘 구약본문과 시편본문의 그 목소리를 완성하시는 듯합니다.
이 사랑 가득한 하나님의 목소리가 예수님을 향한 것임에도
지금까지도 온 누리 우리의 귀에 쟁쟁하니 말입니다.
(※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을 참고했습니다.)
(※ 예전에 올린 것을 조금 다듬어서 다시 올립니다)
[정리]
오늘은 주현절 첫째 주일, 즉 주님의 수세일입니다.
한편 신년주일이기도 한 오늘 성서일과 본문은
<시작>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구약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창조를 시작하실 때의 모습을,
서신서는 우리가 예수 믿기 시작할 때 받아야 하는 세례와 성령을,
복음서는 예수님이 공생애 시작하실 때 세례 받으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 그러하듯 시작은 항상 혼란스럽습니다.
아직 질서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태초의 모습도 그러하여(창1:2) 하나님이 말씀으로 빛을 지으며 질서를 잡아가십니다.
처음교회 에베소 공동체 역시 예수 이름의 세례도 성령도 받기 전 무지의 상태입니다.
세례자요한에게 모인 사람들의 혼란을 고려해 죄 없으신 예수님이 친히 세례를 받으십니다.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세우신 창조질서가
지금 인간사회와 생태계 구석구석에서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세계인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평화가 깨지고 있는 것입니다.
불편과 불리와 불안을 무릅쓰고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깨뜨리는 주범인 탐욕을 다스리는 사람들,
제대로 주님을 따르려 애쓰는 하나님의 백성에게
주님께서는 “평화의 복”을 내리십니다.(시29:11)
하나님 창조질서 회복의 열매인 평화 말입니다.
[나머지]
* 주현절(主顯節)에 대하여
오늘은 주현절 첫 주일입니다. (성실교회와 성실문화는 주현절을 비절기주일로 안 보는 입장입니다) 주현절은 빛으로 오신 주님이 환하게 드러나시는 날입니다. 주현절을 뜻하는 에피파니(Epiphany)는 빛(The Light, The day of Lights)을 뜻합니다. 우리말로는 ‘주님으로 드러(나타)나신 날’이라는 뜻입니다. 천주교회는, 동방박사가 아기예수님을 찾아온 날부터 주님으로 드러나셨다고 봅니다. 천주교회를 제외한 나머지 교회들은,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세례 받으실 때 주님으로 드러나셨다고 봅니다. 그래서 1월 6일 주현절(주현일) 복음서본문에는 늘 동방박사가 등장하고, 그 직후 주현절 첫 주일은 ‘주님의 수세일’로 지킵니다. 신·구교회가 함께 예배할 수 있도록 이렇게 조절한 것입니다. 교회의 질서를 위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실 때 성령이 임하시고 천부의 음성이 임하신 것처럼, 세례교인으로 가득한 주님의 몸 교회에는 늘 성령의 열매 가득하고, 하나님 사랑의 목소리(말씀) 가득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교회에 질서가, 하나님의 정의·평화·창조질서가 회복되고, 교회가 세상의 질서가 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 질서를 세우시다
주현절 첫째 주일, 즉 주님의 수세일인 오늘 주신 본문들은 무질서한 세상에, 질서를 세우는 빛으로 가득하고, 질서를 세우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혼돈”, “공허”, “어둠” 속에 찬란한 빛을 일으키는 창세기 1장의 ‘처음 빛’으로 시작해서 어두운 세상에 “참 빛”(요 1:9)으로 오신 우리 주 예수님의 세례로 마칩니다. “성령”으로 교회의 질서가 서고,(행전 19:2, 5-7) “사랑”으로 교회는 세상의 질서를 세워갑니다.(마가 1:11) 그렇게 이 땅에 천국질서(정의·평화·창조질서)를 세워가는 것입니다. 주현절기는 그런 예수님의 공생애를 더욱 깊이 읽고 묵상하며 시나브로 닮아가는 계절입니다.
*** 사랑의 말씀이 퍼져나가기 시작한 날
암울한 식민지시대, 탐욕 가득한 더러운 세상에 한없이 깨끗한 아기로, 참 빛으로 오신 성탄의 계절에 이어서, 예수님께서 우리의 주님이심을 세상에 드러내신 주현절이 시작됩니다. 주현절 첫째주일은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신 수세일입니다.
이를 기록한 오늘 복음서본문 가운데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성경에서 유일하게 성부성자성령 삼위하나님께서 한자리에 임하신 순간입니다. 성자께서 물을 가르며 수면 위로 올라오실 때 하늘을 가르고 성령께서 내려오시고 동시에 성부의 음성이 물 위에 울려 퍼집니다. 태초에 물 위에 움직이고 계셨던 그 영, 그 숨결, 그 음성입니다.(창 1:2-3)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마가복음 1:11) 성자 예수님의 귀에 들린 이 말씀이 땅 끝까지 번져갑니다.(시편 19:4) 그 말씀 사랑의 말씀이 시간을 넘고 넘어, 시간의 끝까지 번져 오늘 여기 암울하게 가라앉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진동하십니다.
(* 전에 올린 것을 다듬어 다시 올립니다.)
[말씀동시] 하나님의 애정표현 (서무석 지음. 「성실문화」 117호)
천하의 세례요한보다 더 센 분이면서도
천하의 세례요한이 허리를 굽히는 것으로도 모자랄 만큼
높은 분이면서도
높으신 분 예수님이 세례요한 앞에 낮추어 세례를 받으실 때
바로 그때
하늘이 갈라졌다
성령이 눈에 보이고
하나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저 높은 하늘에서 이 낮은 강물로 내려오셨다
하나님의 이 거대한 애정표현이
내려오셨다
나보다 낮은 사람 앞에서 나를 더 낮출 때
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하나님의 사랑이
내려오셨다
[시편시조] 시편 29, 주님의 목소리가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117호)
주님의 목소리가 물 위로 울려 퍼져
백향목 쩌개시고 광야를 흔드시네
백성아 찬양하여라 평화의 복 주시니
[시편노래] 시편 29, 하나님을 모시는 (이정훈 편사, 박승원 작곡. 「성실문화」 117호)
[본문] (시편 29)
[노랫말]
1. 하나님을 모시는 권능 있는 자, 영광과 권능을 주께 돌려라
그 이름에 어울리는 영광 돌리고, 거룩한 옷을 입고 주께 절하라
2. 주님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우렛소리 그 말씀이 울려퍼진다
큰물을 치시는 주님 목소리, 그 목소리 우렁차고 위엄차시다
3. 백향목이 쩌개진다 그 목소리에, 레바논의 백향목이 쩌개지도다
레바논 산맥을 송아지 뛰듯, 시룐산도 펄쩍펄쩍 뛰게 하신다
4. 주님의 목소리에 불꽃이 튀고, 가데스 온 광야가 뒤흔들린다
깜짝놀라 조산하는 암사슴처럼, 큰 숲조차 그 소리에 다 벗겨진다
5. 영광영광 화답소리 가득한 성전, 주님께서 다스리는 넘치는 홍수
주님께서 백성에게 힘을 주신다, 내 백성 평화로우라 복 내리신다
[해설]
시편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월드뮤직그룹 ‘공명’ 단원인 박승원 선생이 곡을 붙였다.
[악보] 시편 29 (하나님을 모시는) (이정훈 편사, 박승원 작곡)
[시편송서(誦書)] 시편 29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 117호)
(※ 전래자장가 가락, 즉 천자문독송 가락으로)
1. 하나님을 모시는 권능 있는 자들아, 영광과 권능을 주님께 돌려드리고 또 돌려드려라.
2. 그 이름에 어울리는 영광을 주님께 돌려드려라. 거룩한 옷을 입고 주님 앞에 꿇어 엎드려라.
3. 주님의 목소리가 물 위로 울려 퍼진다. 영광의 하나님이 우렛소리로 말씀하신다. 주님께서 큰 물을 치신다.
4. 주님의 목-소-리는 힘이- 있고-, 주님의 목소리-는- 위엄이 넘친다,
5. 주님께서-- 목소-리로-, 백향목을-- 쩌개-고--∼
레바논의 백향목을 쩌개신다.
6. 레바논 산맥을 송아지처럼 뛰놀게 하시고, 시룐 산을 들송아지처럼 날뛰게 하신다.
7. 주님의 목소리에 불꽃이 튀긴다.
8. 주님-의-- 목소-리가-, 광야-를-- 흔드-시고-,
주님께서-- 가데스 광야를, (광야-를--) 뒤흔드신다-∼
9. 주님의 목소리가, 암사슴을 놀래켜 낙태하게 하고, 우거진 숲조차 벌거숭이로 만드시니, 그분의 성전에 모인 사람들이 하나같이, "영광!" 하고 외치는구나.
10. 주님께서-- 범람-하는-, 홍수-를-- 정복하신다-,
주님께서-- 영원-토-록, 왕으-로-- 다스리신다-∼
(다함께)
11.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백성-, (백성)에게-- 힘을 주-신-다--,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백성-, (백성)에게-- 평화의 복을 내리∼신∿다∼∥
[말씀동화] 하나님의 이야기 사랑
옛날옛날 한옛날에, 이것은 호랑이가 허리춤에 복주머니 차고 이산 저산 세배 다니던 시절 이야기예요.
메밀묵과 씨름을 좋아하는 도깨비가
그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노래란다.
어느 날 밤 도깨비들이 강화도 마리산 중턱에 모여 앉아 투덜거리고 있었어.
노래를 좋아하는 바람에 얼마 전 혹부리 영감 거짓말에 깜빡 속았거든.
혹부리 속에 아름다운 노래가 담겨 있다나 뭐라나.
이를 본 수리부엉이가 부엉부엉 물었어.
“도깨비방망이로 ‘노래야 나오너라’ 뚝딱 하면 되지 않느냐?”
대장 도깨비가 대답했지.
“다른 건 다 되는데, 노래만 안 돼. 노래는 고귀하거든.”
곁에 있던 소쩍새가 소쩍소쩍 한마디 했어.
“그럼 네가 직접 부르면 되겠네. 나처럼 소쩍 소쩍, 고귀하게!”
소쩍새의 도움말에 도깨비들의 왕방울 눈에 은하수가 쏟아지고
이제 어찌하면 나도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을까
궁리하기 시작했단다.
도깨비들이 머리를 맞대고 아무리 궁리를 해도
시원한 답을 찾지 못해 끙끙거리고 있는데
호랑이가 한마디 툭 던지며 지나가네.
“하나님께 기도하면 다 돼.”
꼬마도깨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대꾸했지.
“웅녀의 말이라면 믿겠구먼.”
쑥과 마늘 먹기가 힘들어서 사람이 되지 못한 호랑이가
도끼눈을 뜨고 대답했어.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그럴 바에 차라리 사람 되기를 포기했다는 변명처럼 들렸는지
도깨비들이 모두 고개를 돌려 외면해버리네.
무시당한 호랑이가 씩씩거리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어.
그건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고 숨겨두었던 비결이었지.
“너희가 메밀묵이랑 노래 좋아하는 것보다 훨씬 더 하나님은
이야기를 좋아하신다고!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호랑이의 눈빛을 읽은 박사도깨비가 말했어.
“호랑이의 눈빛 속에 샛별이 비치는 것을 보니 믿음직한 말이로다.”
도깨비들은 방망이를 다 팽개치고 얼른 마리산 꼭대기에 올라가
하나님께 기도했지.
“하나님 저희가 노래를 잘 부르고 싶습니다.”
마리산 참성단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도깨비들의 기도소리에
하나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어.
“먼저 내 이야기를 흠뻑 듣고 나서 보자.”
도깨비들의 왕방울 눈에서 다시 은하수가 쏟아지고
북두칠성이 앵돌아지도록 밤새 성경말씀을 읽었겠지.
성경 일독을 마친 도깨비들이 다시 하나님께 기도했지.
“하나님 저희가 온통 하나님말씀에 흠뻑 젖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어.
“그럼 이제 네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다오.”
오! 과연 하나님은 말씀을 들려주시는 것만큼이나 우리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시네.
옳다구나 하고 도깨비들은 돌아가면서 옛날이야기를 시작했지.
백년 천년 내려오는 옛날이야기라면 도깨비들이 다 꿰고 있거든.
도깨비들의 옛날이야기 보따리가 다 풀릴 무렵
하나님이 귓구멍을 후비시며 대답하셨지.
“아니 다른 이들 이야기 말고 네 이야기!”
당황한 도깨비들이 그제야 허둥지둥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지.
대장도깨비는 대장선거에서 일등하기까지 이야기를,
꼬마도깨비는 키가 자라지 않게 된 이야기를,
박사도깨비는 그 많은 책을 구해 읽게 된 이야기를...
그런데 그 이야기들 속에는 도깨비방망이를 두드릴 때처럼
뭉게뭉게 구름처럼 부풀린 이야기가 많았단다.
부풀어 오른 밀가루반죽 같은 도깨비들의 이야기를 다 들으신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지.
“너희 이야기에는 구수한 향내가 안 나고 구린내가 난다.”
어이쿠! 그제야 도깨비들은 깨달았네
하나님께서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지를!
그건 마치 세례를 받듯 하나님 말씀을 흠뻑 적신 뒤에
그 말씀이 내 안에서 무럭무럭 무르익은 내 이야기였어.
그렇게 무르익은 내 이야기에는 진실과 성실만 가득하니
과장과 거짓이 깃들고 스밀 틈이 없는 법이고!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니, 빛이 생겼다’(창세기 1:3)
밤새 읽은 성경말씀 가운데 빛나는 그 말씀이 번쩍 떠오르는 순간
큰 깨달음을 얻은 도깨비들은 얼른 마리산 아래로 내달렸단다.
밤마다 이 마을 저 마을 쏘다니며 사람을 찾고 또 찾았지.
무슨 사람을 찾았느냐고?
무슨 사람이긴, 진실하고 성실한 사람,
하나님말씀 흠뻑 먹고 진실하고 성실하게 산 사람,
어서어서 그런 사람을 찾아 먼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거지.
하나님께 구수한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려드릴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백성에게 힘을 주신다.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백성에게
평화의 복을 내리신다.”(시편29:11)
마침내 어느 작은 마을 작은 집에서 흘러나오는 이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거기 스민 구수한 향내를 맡은 도깨비들이 한꺼번에 소리쳤어.
“심봤다!”
도깨비들은 북두칠성이 앵돌아지도록 덩실덩실 춤을 추고
하나님의 귀는 쫑긋쫑긋 그 작은 집에서 흘러나오는
진실하고 성실한 내 이야기에 빠져드셨단다.
[이정훈 지음. 2024년 1월 6일 토요일 아침]
'성실문화 응용하기 > 본문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현절 3주(2024년 1월 21일 주일) 예배준비 노트 (3) | 2024.01.19 |
---|---|
주현절 2주(2024년 1월 14일 주일) 예배준비 노트 (0) | 2024.01.12 |
성탄절 1주(송년주일, 2023년 12월 31일 주일) 예배준비 노트 (2) | 2023.12.29 |
성탄절(2023년 12월 25일 월요일) 예배준비 노트 (2) | 2023.12.24 |
대림절 4주(2023년 12월 24일 주일) 예배준비 노트 (1) | 2023.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