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자기의 구원을”(빌립보서 2:12)
[성서일과 4본문]
(출애굽기 17:1-7)
1.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은 신 광야를 떠나서, 주님의 명령대로 진을 옮겨 가면서 이동하였다. 그들은 르비딤에 진을 쳤는데, 거기에는 백성이 마실 물이 없었다.
2. 백성이 모세에게 마실 물을 달라고 대들었다. 이에 모세가 "당신들은 어찌하여 나에게 대드십니까? 어찌하여 주님을 시험하십니까?" 하고 책망하였다.
3. 그러나 거기에 있는 백성은 몹시 목이 말라서, 모세를 원망하며, 모세가 왜 그들을 이집트에서 데려왔느냐고, 그들과 그들의 자식들과 그들이 먹이는 집짐승들을 목말라 죽게 할 작정이냐고 하면서 대들었다.
4. 모세가 주님께 부르짖었다. "이 백성을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들은 지금이라도 곧 저를 돌로 쳐서 죽이려고 합니다."
5.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스라엘 장로들을 데리고, 이 백성보다 앞서서 가거라. 그리고 나일 강을 친 그 지팡이를 손에 들고 가거라.
6. 이제 내가 저기 호렙 산 바위 위에서 너의 앞에 서겠으니, 너는 그 바위를 쳐라. 그러면 거기에서 이 백성이 마실 물이 터져 나올 것이다." 모세가, 이스라엘 장로들이 보는 앞에서, 하나님이 시키신 대로 하였다.
7. 이스라엘 자손이 거기에서 주님께 대들었다고 해서, 사람들은 그 곳의 이름을 므리바라고도 하고, 또 거기에서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계시는가, 안 계시는가?" 하면서 주님을 시험하였다고 해서, 그 곳의 이름을 맛사라고도 한다.
(시편 78:1-4, 12-16)
1. 내 백성아, 내 교훈을 들으며, 내 말에 귀를 기울여라.
2. 내가 입을 열어서 비유로 말하며, 숨겨진 옛 비밀을 밝혀 주겠다.
3. 이것은 우리가 들어서 이미 아는 바요, 우리 조상들이 우리에게 전하여 준 것이다.
4. 우리가 이것을 숨기지 않고 우리 자손에게 전하여 줄 것이니, 곧 주님의 영광스러운 행적과 능력과 그가 이루신 놀라운 일들을 미래의 세대에게 전하여 줄 것이다.
12. 이집트 땅, 소안 평야에서, 하나님께서는 조상의 눈앞에서 기적을 일으키셨다.
13. 바다를 갈라서 물을 강둑처럼 서게 하시고, 그들을 그리로 걸어가게 하셨다.
14. 낮에는 구름으로, 밤에는 불빛으로 인도하셨다.
15. 광야에서 바위를 쪼개셔서, 깊은 샘에서 솟아오르는 것같이 물을 흡족하게 마시게 하셨다.
16. 반석에서 시냇물이 흘러나오게 하시며, 강처럼 물이 흘러내리게 하셨다.
(빌립보서 2:1-13)
1. 그러므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에게 무슨 격려나, 사랑의 무슨 위로나, 성령의 무슨 교제나, 무슨 동정심과 자비가 있거든,
2. 여러분은 같은 생각을 품고,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여 한 마음이 되어서, 내 기쁨이 넘치게 해 주십시오.
3. 무슨 일을 하든지, 경쟁심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하고, 자기보다 서로 남을 낫게 여기십시오.
4. 또한 여러분은 자기 일만 돌보지 말고,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일도 돌보아 주십시오.
5. 여러분 안에 이 마음을 품으십시오. 그것은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6. 그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7.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8.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9.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그를 지극히 높이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에게 주셨습니다.
10. 그리하여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 있는 모든 것들이 예수의 이름 앞에 무릎을 꿇고,
11.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고백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습니다.
12. 그러므로,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이 언제나 순종한 것처럼, 내가 함께 있을 때뿐만 아니라, 지금과 같이 내가 없을 때에도 더욱 더 순종하여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자기의 구원을 이루어 나가십시오.
13. 하나님은 여러분 안에서 활동하셔서, 여러분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릴 것을 염원하게 하시고 실천하게 하시는 분입니다.
(마태복음 21:23-32)
23.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서 가르치고 계실 때에,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이 다가와서 말하였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시오? 누가 당신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소?"
24.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하셨다. "나도 너희에게 한 가지를 물어 보겠다. 너희가 대답하면,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를 말하겠다.
25. 요한의 세례가 어디에서 왔느냐? 하늘에서냐? 사람에게서냐?" 그러자 그들은 자기들끼리 의논하며 말하였다. "'하늘에서 왔다'고 말하면, '어째서 그를 믿지 않았느냐'고 할 것이요,
26. 또 '사람에게서 왔다'고 하자니, 무리가 무섭소. 그들은 모두 요한을 예언자로 여기니 말이오."
27. 그래서 그들은 예수께, 모르겠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내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를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
28.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떤 사람에게 아들이 둘 있는데, 아버지가 맏아들에게 가서 '얘야, 너 오늘 포도원에 가서 일해라' 하고 말하였다.
29. 그런데 맏아들은 대답하기를 '싫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그 뒤에 그는 뉘우치고 일하러 갔다.
30. 아버지는 둘째 아들에게 가서, 같은 말을 하였다. 그는 대답하기를, '예, 가겠습니다, 아버지' 하고서는, 가지 않았다.
31. 그런데 이 둘 가운데서 누가 아버지의 뜻을 행하였느냐?" 예수께서 이렇게 물으시니, 그들이 대답하였다. "맏아들입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을 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오히려 너희보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32. 요한이 너희에게 와서, 옳은 길을 보여 주었으나, 너희는 그를 믿지 않았다. 그러나 세리와 창녀들은 믿었다. 너희는 그것을 보고도 끝내 뉘우치지 않았으며, 그를 믿지 않았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그럼에도 끝내 살려주시는 주님의 은혜’입니다.
구약, “백성이 모세에게 마실 물을 달라고 대들었다”(출애굽기 17:2)
시편, “광야에서 바위를 쪼개셔서...물을 흡족하게 마시게 하셨다”(시편 78:15)
서신서,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빌립보서 2:8)
복음서, “세리와 창녀들이 오히려 너희보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간다”(마태복음 21:31)
오늘 요절은, “더욱 더 순종하여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자기의 구원을 이루어나가십시오”입니다.(빌립보서 2:12)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출애굽기 17:1-7 / 시편 78:1-4, 12-16)]
오늘 구약본문의 소제목은 ‘바위에서 물이 솟다’입니다.
맛사, 므리바에서 벌어진 사건인데, 지난 주 본문의 광야백성 원망이 반복됩니다.
지난주는 먹을거리 때문이었는데, 오늘은 마실 물이 없다고 아우성인 것입니다.
지난주에 본 그 놀라우신 하나님의 역사가 새로운 위기 앞에서 까맣게 잊힙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어리석고 배은망덕한 백성을 치시지 않고
바위를 쳐서 마실 물이 콸콸 나오게 하십니다.
나일 강을 쳐서 물을 못 먹게 만드셨던 그 지팡이로(17:5-6, 7:20)
바위에서 마실 물을 내어 백성을 살리신 것입니다.
오늘 시편본문의 소제목은 ‘하나님이 당신의 백성을 위해 하신 일’입니다.
오늘 구약본문의 역사와 교훈을 환기시키는 노래입니다.
그때 하나님의 크신 역사, 그 크신 은혜로 조상들이 구원받아
지금 우리 민족이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오늘 찬양의 알맹이입니다.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빌립보서 2:1-13 / 마태복음 21:23-32)]
오늘 서신서본문의 소제목은 ‘그리스도와 교제하는 삶’입니다.
알맹이는 나를 낮추고 너를 높여 한마음을 이루는 길,
바로 예수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길, 순종의 길, 구원의 길,
천국을 이루는 길입니다.
초기 교회의 ‘그리스도 찬가’를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 6-11절이 압권입니다.
예수님의 이 모습은 우리가 이어달려야 할 제자의 길입니다.
내 안에 우리 안에 천국을 이루는 하나 됨의 길, 순종의 길은
바울도 기뻐합니다.(2)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길이기 때문입니다.(13)
오늘 복음서본문의 소제목은 ‘예수의 권위를 두고 말하다’입니다.
예루살렘 입성 이튿날 성전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입성 직후 성전을 정화하시자 백성의 지도자들이 한차례 시비를 걸어옵니다.
그 이튿날 성전에서 가르치시는 예수님께 그 권한에 대해 또 시비를 겁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입니다.
예수님은 세례자요한의 세례와 가르침, 그리고 두 아들의 비유를 통하여
종교권력자들보다 세리와 창녀들이 먼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간다고 선포하십니다.
세례자요한이 보여준 옳은 길, 회개의 길, 순종의 길을 따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권력자들은 그 길을 듣고도 보고도 따르질 않습니다.(32)
(이상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 해설 일부 참조)
[정리]
그 큰 은혜를 체험했음에도 위기만 닥치면 새까맣게 잊고 하나님 원망하는 광야백성들,
예언자 세례요한이 몸소 보여준 의로운 길을 보고도 눈 감아버리던
저 청맹과니 같은 백성의 지도자들.
저들은 모두 우리에게 반면교사입니다.
아니 어쩌면 저들의 모습은 우리의 속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저 광야교훈을 듣고 듣고 읽고 또 읽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맛사 므리바에 머물러 맴돌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지금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물론이고
어쩌면 한국교회 대부분이 이런 똥고집의 길을 가고 있나봅니다.
우리가 정말 가야할 길은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신 길[道]!
사도바울이 오늘 소리 높여 부른 ‘그리스도의 찬가’처럼(빌립 2:6-11)
순종의 길, 나를 끝까지 낮추는 길,
그래서 나, 너, 우리가 한 마음 한 몸 이루는 길!(빌립 2:1-4)
그 길은, 가던 길 멈추고 회개해야 보이는 길, 회개해야 갈 수 있는 길입니다.
회개해야 용서할 수 있고, 용서받을 수 있고, 화해할 수 있어서,
마침내 한 마음, 한 몸 이루어 천국을 맛볼 수 있는 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외치셨던 것입니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복음 4:17)
참으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더욱 더 순종하여서” 정진할 길입니다.(빌립보서2:12)
[나머지]
*세계성찬주일
이번 주일은 10월 첫 주일, 바로 세계성찬주일입니다. 원래 1936년 미국 연합장로교회가 처음 시작한 것을, 1940년 10월 첫 주일부터는 초교파적으로 연합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1939년 발발한 2차 세계대전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해 1940년, 로제 수사는 떼제 공동체를 시작합니다. 전쟁 피해자들을 돕는 모임으로 시작한 것입니다. 1945년에는 전쟁고아들을 돌보는 일도 시작합니다. 전쟁은 모든 것을 무너뜨립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새로운 나라가 건설되기 시작합니다. 탐욕으로 시작한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피어나는 평화의 나라,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세계성찬주일은 이를 기억하고, 남의 살을 먹으려는 탐욕이 아니라 내 살과 피를 먹여 남을 살리려는 성찬의 도(道)를 온 세계 교회가 함께 기억하고 기념하고 기원하는 날입니다.
** 맏아들과 둘째 아들이 뒤바뀐 까닭은?
오늘 복음서본문 마태복음 21:28-32절에서 예수님께서 두 아들의 비유를 말씀하셨는데, 번역이 좀 다릅니다. 거의 모든 성경은 새번역처럼 맏아들이 결국 효의 길, 순종의 길을 간 것으로 번역했는데, 유독 개역(개정)본만 둘째아들이 순종한 것으로 번역했습니다. 그런 사본이 있어서 그렇게 번역했을 텐데, 왜 개역(개정)본만 그 사본을 택했을까요? 추측컨대 맏아들이 대제사장들 장로들 같은 지도자들처럼, 둘째아들이 세리와 창녀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추측해봅니다.
(※ 예전에 올린 것을 조금 다듬어서 다시 올립니다)
[말씀동시] 옳은 길을 보더라도 (김현서 지음. 세움교회 청년부. 「성실문화」 116호)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
예수님을, 말씀을 보내주셨네
그 옳은 길을 보더라도
내 안의 두려움으로 인해
그를 믿는 믿음이 약한 나
하나님께서는 믿음을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는 것이라 하시네
나의 의지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으로부터 시작하는 것
말씀으로부터 시작하는 것
오늘도 믿음 약한 우리에게
결단할 수 있는 마음을,
주님 안에 거할 수 있도록
선물을 우리에게 주셨네
[시편시조] 놀라운 주의 역사 (시편 78)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116호)
놀라운 주의 역사 숨겨진 옛 비밀을
내 백성 내 자손아 너희에게 밝히노라
반석에 샘터를 내고 바닷물을 가르신
[시편노래] 시편 78, 숨겨진 옛 비밀을 밝혀줄게요 (이정훈 편사, 박승원 작곡. 「성실문화」 116호)
[본문] (시편 78:1-4, 12-16)
[노랫말]
1. 숨겨진 옛 비밀을 밝혀줄게요, 그대는 나의 말에 귀 기울여요
들어도 또 들어도 다시 듣고픈, 놀랍고 영광스런 주님의 역사
2. 바다를 싹둑 잘라 건네주시고, 구름과 불빛으로 지켜주시며
광야의 바위에서 물을 주시는, 냇물처럼 강물처럼 끝없는 사랑
[해설]
시편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월드뮤직그룹 ‘공명’ 단원인 박승원 선생이 곡을 붙였다.
[악보] 시편 78 (숨겨진 옛 비밀을 밝혀줄게요) (이정훈 편사, 박승원 작곡)
[시편송서(誦書)] 시편 78:1-4, 12-16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 116호)
(※ 전래자장가 가락, 즉 천자문독송 가락으로)
1. 내 백성아-- 내- 교훈을- 들으며, 내 말에 귀-를 기울-여라-,
2. 내-가- 입을 열어서 비유로 말하며, 숨겨진 옛- 비밀을- 밝혀 주겠다-∼
3. 이것은 우리가 들어서 이미 아는 바요, 우리 조상들이 우리에게 전하여 준 것이다.
4. 우리가 이것을 숨기지 않고 우리 자손에게 전하여 줄 것이니, 곧 주님의 영광스러운 행적과 능력과 그가 이루신 놀라운 일들을 미래의 세대에게 전하여 줄 것이다.
12. 이집트 땅-- 소안- 평야-, (소--안-- 평야-)에서-,
하나님께서는 조상의 눈앞에-서-, 기적-을-- 일으키셨다-∼
13. 바다를 갈라서 물을 강둑처럼 서게 하시고, 그들을 그리로 걸어가게 하셨다.
14. 낮에는 구름으로, 밤에는 불빛으로 인도하셨다.
15. 광야에서 바위를 쪼개셔서,
[다함께]
깊-은 샘에서 솟아오르는- 것같이, 물-을 흡-족-하게 마시게- 하-셨다-,
16. 반-석-에서 시냇물-이- 흘러나오게- 하시며, 강처럼 물-이 흘러내리게 하∼셨∿다-∼∥
[말씀동화] 도토리 마을 모자 소동
옛날옛날 한 옛날에, 이건 호랑이가 빠진 털 주워 모아 털모자 만들어 쓰던 시절 이야기예요.
앞산에도 뒷산에도 온 산이 도토리 세상입니다.
길쭉한 도토리 도톰한 도토리
아기자기 꼬마 도토리 뎅글뎅글 왕 도토리
오늘도 도토리들은 서로서로 내가 더 크다며 도토리 키 재기에 열중입니다.
너도나도 도토리 키 재기에 열중인데
왕 도토리가 자그마한 꼬마도토리를 내려다보며 말합니다.
“넌 여태 모자도 벗지 못했느냐?”
도토리깍정이가 붙은 채 떨어진 꼬마도토리는
왕 도토리를 올려다보며 이렇게 대답합니다.
“임금님 앞에서 어찌 모자를 벗겠습니까?”
어리둥절한 왕 도토리 곁에서 척척박사 도토리가 거듭니다.
“조선시대에는 밖에서나 안에서나, 잠자려고 눕기 전까지는
늘 모자를 쓰는 게 예법이었죠.”
왕 도토리는 큰 깨달음을 얻은 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깍정이가 붙어있는 꼬마도토리를 기특하게 내려다봅니다.
왕 도토리가 고개를 들고 둘러보니
과연 깍정이가 붙은 도토리들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모자를 쓴 도토리들은 모두 이리 모여라.”
깍정이가 붙어있는 도토리들이 한데 모이자 왕 도토리의 기분이 좋아집니다.
예의 바른 깍정이 도토리들 앞에서 왕 도토리는
자기도 큼지막한 털 깍정이 하나를 주워서 머리에 쓰고 한바탕 연설을 시작합니다.
“내 백성아, 내 교훈을 들으며, 내 말에 귀를 기울여라...
숨겨진 옛 비밀을 밝혀 주겠다.”(시편78:1-2)
으쓱해진 왕 도토리는 척척박사 도토리에게 들은 대로
오래 전 조선의 옛 비밀 하나, 모자쓰기 예법에 대해 연설을 합니다.
서양과 반대로 실내에서도 모자를 썼으며
어른께 큰절을 올릴 때도 모자를 쓰고 절을 하던 조선시대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깍정이 도토리들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하고
맨들맨들 맨머리 도토리들이 너도나도 깍정이를 주우려고 야단입니다.
한바탕 깍정이 쟁탈전이 벌어지고
깍정이를 구하지 못한 맨머리 도토리들은 풀이 죽어 구석으로 물러납니다.
어느새 꼭지가 달린 깍정이 하나를 뒤집어 쓴 척척박사 도토리가
왕 도토리에게 말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천민들에게 모자를 쓰지 못하게 했습죠.”
맨 머리 도토리들을 바라보는 왕 도토리의 눈이 점점 가늘어지고
맨 머리 도토리들은 점점 더 주눅이 들어가는데
맨 머리 도토리 가운데서 꼬마도토리 하나가 썩 나서며 말합니다.
“숨겨진 옛 비밀이란, 약자들을 도우시는 하나님의 기적 같은 사랑이야기지
이렇게 도토리 차별하는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깍정이 쟁탈전에서 이긴 도토리들이 슬금슬금 깍정이를 벗어들고 두런거리고
할 말을 잃은 왕 도토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갸웃거리고 있는데
기러기 떼 날아가며 이렇게 노래합니다.
“반석에서 시냇물이 흘러나오게 하시며, 강처럼 물이 흘러내리게 하셨다.”
(시편78:16)
[이정훈 지음. 2023년 9월 30일 토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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