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사는 길
[성서일과 4본문]
(예레 2:4-13)
4. 야곱의 백성아, 이스라엘 백성의 모든 가족아, 너희는 주님의 말씀을 들어라.
5. "나 주가 말한다. 너희의 조상이 나에게서 무슨 허물을 발견하였기에, 나에게서 멀리 떠나가서 헛된 우상을 쫓아다니며, 자신들도 허무하게 되었느냐?
6. '이집트 땅에서 우리를 이끌고 올라오신 분, 광야에서 우리를 인도하신 분, 그 황량하고 구덩이가 많은 땅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짙은 그 메마른 땅에서, 어느 누구도 지나다니지 않고 어느 누구도 살지 않는 그 땅에서, 우리를 인도하신 주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하고 묻지도 않는구나.
7. 내가 너희를 기름진 땅으로 인도해서, 그 땅의 열매를 먹게 하였고, 가장 좋은 것을 먹게 하였다. 그러나 너희는 들어오자마자 내 땅을 더럽히고, 내 재산을 부정하게 만들었다.
8. 제사장들은 나 주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지 않으며, 법을 다루는 자들이 나를 알지 못하며, 통치자들은 나에게 맞서서 범죄하며, 예언자들도 바알 신의 이름으로 예언하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우상들만 쫓아다녔다."
9. "그러므로 내가 너희를 다시 법대로 처리하겠다. 나 주의 말이다. 내가 너희 자손의 자손들을 법대로 처리하겠다.
10. 너희는 한 번 키프로스 섬들로 건너가서 보고, 게달에도 사람을 보내어서, 일찍이 그런 일이 일어났던가를 잘 살피고 알아보아라.
11. 비록 신이라 할 수 없는 그런 신을 섬겨도, 한 번 섬긴 신을 다른 신으로 바꾸는 민족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런데도 내 백성은 그들의 영광을 전혀 쓸데없는 것들과 바꾸어 버렸다.
12. 하늘아, 이것을 보고, 너도 놀라고 떨다가, 새파랗게 질려 버려라. 나 주의 말이다.
13. 참으로 나의 백성이 두 가지 악을 저질렀다. 하나는, 생수의 근원인 나를 버린 것이고, 또 하나는, 전혀 물이 고이지 않는, 물이 새는 웅덩이를 파서, 그것을 샘으로 삼은 것이다."
(시편 81:1, 10-16)
1. 우리의 피난처이신 하나님께 즐거이 노래를 불러라. 야곱의 하나님께 큰 환성을 올려라.
10. 나는 너희를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낸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 너희의 입을 크게 벌려라. 내가 마음껏 먹여 주겠다' 하였으나,
11. 내 백성은 내 말을 듣지 않고, 이스라엘은 내 뜻을 따르지 않았다.
12. 그래서 나는 그들의 고집대로 버려두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가게 하였다.
13. 나의 백성 이스라엘이 내 말을 듣기만 했어도, 내가 가라는 길로 가기만 했어도,
14. 나는 당장 그들의 원수를 굴복시키고, 내가 손을 들어서 그 대적을 쳤을 것이다.
15. 나를 미워하는 자들은 그들 앞에 무릎을 꿇었을 것이며, 이것이 그들의 영원한 운명이 되었을 것이다.
16. 그리고 나는 기름진 밀 곡식으로 너희를 먹였을 것이고, 바위에서 따 낸 꿀로 너희를 배부르게 하였을 것이다."
(히브 13:1-8, 15-16)
1. 서로 사랑하기를 계속하십시오.
2. 나그네를 대접하기를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어떤 이들은 나그네를 대접하다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천사들을 대접하였습니다.
3.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되, 여러분도 함께 갇혀 있는 심정으로 생각하십시오. 여러분도 몸이 있는 사람이니, 학대받는 사람들을 생각해 주십시오.
4. 모두 혼인을 귀하게 여겨야 하고, 잠자리를 더럽히지 말아야 합니다. 음행하는 자와 간음하는 자는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5. 돈을 사랑함이 없이 살아야 하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친히 말씀하시기를 "내가 결코 너를 떠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겠다" 하셨습니다.
6. 그래서 우리는 담대하게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께서는 나를 도우시는 분이시니, 내게는 두려움이 없다. 누가 감히 내게 손댈 수 있으랴?"
7. 여러분의 지도자들을 기억하십시오. 그들은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일러주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살고 죽었는지를 살펴보고, 그 믿음을 본받으십시오.
8.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히 한결같은 분이십니다.
15. 그러니 우리는 예수로 말미암아 끊임없이 하나님께 찬미의 제사를 드립시다. 이것은 곧 그의 이름을 고백하는 입술의 열매입니다.
16. 선을 행함과 가진 것을 나눠주기를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이런 제사를 기뻐하십니다.
(누가 14:1, 7-14)
1. 어느 안식일에 예수께서 바리새파 사람의 지도자들 가운데 어떤 사람의 집에 음식을 잡수시러 들어가셨는데, 사람들이 예수를 지켜보고 있었다.
7. 예수께서는, 초청을 받은 사람들이 윗자리를 골라잡는 것을 보시고, 그들에게 비유를 하나 말씀하셨다.
8. "네가 누구에게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거든, 높은 자리에 앉지 말아라. 혹시 손님 가운데서 너보다 더 귀한 사람이 초대를 받았을 경우에,
9. 너와 그를 초대한 사람이 와서, 너더러 '이 분에게 자리를 내드리시오' 하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면 너는 부끄러워하며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앉게 될 것이다.
10. 네가 초대를 받거든, 가서 맨 끝자리에 앉아라. 그리하면 너를 청한 사람이 와서, 너더러 '친구여, 윗자리로 올라앉으시오' 하고 말할 것이다. 그 때에 너는 너와 함께 앉은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을 받을 것이다.
11.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면 낮아질 것이요, 자기를 낮추면 높아질 것이다."
12. 예수께서는 자기를 초대한 사람에게도 말씀하셨다. "네가 점심이나 만찬을 베풀 때에, 네 친구나 네 형제나 네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 사람들을 부르지 말아라. 그렇게 하면 그들도 너를 도로 초대하여 네게 되갚아, 네 은공이 없어질 것이다.
13. 잔치를 베풀 때에는, 가난한 사람들과 지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다리 저는 사람들과 눈먼 사람들을 불러라.
14. 그리하면 네가 복될 것이다. 그들이 네게 갚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하나님께서 네게 갚아 주실 것이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노트]
오늘 성서일과 4본문을 읽고 묵상하다보니 눈에 띄는 구절들이 있습니다.
바로 ‘먹는 일’입니다.
[구약, 예레 2:7, 13]
“내가 너희를 기름진 땅으로 인도해서, 그 땅의 열매를 먹게 하였고, 가장 좋은 것을 먹게 하였다...”, “생수의 근원...”
[시편 81:10, 16]
“너희의 입을 크게 벌려라. 내가 마음껏 먹여주겠다...”, “나는 기름진 밀 곡식으로 너희를 먹였을 것이고, 바위에서 따낸 꿀로 너희를 배부르게 하였을 것이다.”
[서신서, 히브 13:2]
“나그네 대접하기를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나그네를 대접하다가... 천사들을 대접하였습니다.”
[복음서, 누가 14:1, 12, 13]
“음식을 잡수시러 들어가셨는데...”, “네가 점심이나 만찬을 베풀 때에...”, “잔치를 베풀 때에는...”
그래서 제목을 ‘잘 먹고 잘 사는 길’ 이라고 붙여보았습니다.
구약과 신약이 대구를 이루는 주제는, ‘우상숭배’(렘2:5)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제사’(히13:16)입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제사는, ‘나그네 대접(히13:2), 찬미의 제사(히13:15), 이런 제사(히13:16), 약한 자 초대(눅14:13)’ 등입니다.
[구약과 시편]
오늘 구약 본문, 예레미야 2:4-13절은 주님의 어처구니없어 하시는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황당하셨으면, 그 마음이 부들부들 떨리시는 게 느껴집니다.
(12절) “하늘아, 이것을 보고, 너도 놀라고 떨다가, 새파랗게 질려버려라. 나 주의 말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아주 질려버리실 정도로 어처구니없어 하시는 겁니다.
무엇 때문인가?
배신 때문입니다.
출애굽하여 약속의 땅에 들어온 뒤에 어처구니없게도 주님을 등진 이스라엘 백성들!
그들은 어처구니없게도 주님께서 베푸신 거룩한 밥상을 우상숭배의 더러운 밥상으로 바꾸어버렸던 것입니다.
(7b) “그러나 너희들은 들어오자마자 내 땅을 더럽히고, 내 재산을 부정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하십니다.
자손 대대로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배신, 어처구니없는 우상숭배가 옛날 이스라엘의 일일 뿐일까요?
[서신서와 복음서]
히브리서 13장 1절과 5절이 대구를 이룹니다.
“서로 사랑하기”와 “돈을 사랑함”입니다.
‘서로 사랑하기’는, 나그네(약한 자) 대접, 갇힌 자 기억, 혼인 지키기 등과 이어집니다.
‘돈 사랑’은 구약의 우상숭배와 통합니다.
이것은 또한 ‘임마누엘’(5b)과 대구를 이룹니다.
바꾸어 말하면, 돈을 사랑하는 것은, 즉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 못하는 인생은, 임마누엘 신앙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5b) ‘주님께서 친히 말씀하시기를 “내가 결코 너를 떠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겠다” 하셨습니다.’
히브 13:8절 말씀은 오늘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과 완전 대조를 이룹니다.
먹을거리, 돈, 권력을 위해서라면 주님과 우상 사이를 하루에도 열두 번씩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재주가 있는 우리 모습과 아주 다른 그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8)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히 한결같은 분이십니다.”
이런 분의 이름을 내 입에 담아 부르며 찬미하는 것은, 차마 송구한 일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리해야 합니다.
주님 앞에 참 송구하고 부끄러워도 그렇게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며 찬미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실 제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예수님의 이름 안에는 바로 ‘임마누엘’이 담겨 있었습니다.
(마태 1:23)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니,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할 것이다” 하신 말씀을 이루려고 하신 것이다.(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이 찬미의 제사, 즉 예수님의 이름(임마누엘)을 부르는 찬미는 마침내, 이 배신자를 변화시켜, 돈 사랑을 변화시켜, 선행과 내 돈 나눠주기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16) “선을 행함과 가진 것을 나눠주기를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이런 제사를 기뻐하십니다.”
이것은 바로 임마누엘 신앙이 회복되었다는 증거입니다.
오늘 복음서 본문의 주제는 딱 “예수님의 밥상머리 교육”입니다.
그 교육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낮은 밥상’입니다.
두 마디로 나누자면, ‘밥상에서 낮아지기’와 ‘밥상 낮추기’입니다.
잔치에 초대받았을 때, 그 잔칫상에서 가장 낮은 자리를 찾아야 하는 것은, 어떤 계산을 넘어서, 천국잔치를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마땅히 수행해야 할 훈련입니다.
이것은 마치 천국잔치 자리에 내 자리를 미리 마련해두는, 천국의 열쇠와도 같은 것입니다.
‘밥상 낮추기’는 잔치자리에 낮은 이들을 모시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물론 이것 역시 천국잔치 자리에 내 자리를 미리 마련해두는, 천국의 열쇠와도 같습니다.
그래서 ‘낮은 밥상’이란, 무슨 대단히 겸손한 일도 아니고, 걸출하게 이타적인 일도 아닙니다.
이것은 지극히 은밀하고 자연스러운 길, 바로 내가 살길입니다.
[말씀동화] 전설의 밥상을 찾아서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저 배고파요∼, 밥 좀 주세요∼”
동네 거지 영구가 오늘도 각설이 타령을 합니다.
각설이패에 끼지도 못하고 혼자 빌어먹는 신세라 외롭고 불쌍한 어린이 각설입니다.
영구는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일가친척도 없어서 동네 새끼머슴이 되었습니다.
허나 인심 사나운 사람들 등쌀에 머슴 생활을 견디지 못해서 이 마을 저 마을 떠돌아다니게 되었죠.
이슬 피할 수 있는 곳이면 아무데서나 잠자고, 배고프면 아무 집이나 문을 두드려 밥을 구걸했습니다.
그러다가 인심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여기 봉골 마을에 눌러앉게 된 것입니다.
거의 일 년 동안이나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밥을 빌어먹었습니다.
언젠가 장터에서 각설이패가 지껄이는 장타령을 흉내 낼 줄도 알게 되었고요.
봉골 사람들은 어린 거지 영구가 불쌍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늘 넉넉하게 동냥밥을 퍼주었습니다.
그런데 영구는 나이는 어리지만 입맛은 어른 못지않았습니다.
더구나 음식냄새 맡기는 어른들도 못 따라갈 만큼 강아지 코였습니다.
그래서 영구는 지금 어느 집에서 가장 맛있는 반찬을 만들고 있는지 동물적 감각으로 알아낼 수 있었죠.
그렇게 얻어낸 맛있는 반찬들도 그냥 먹어치우는 법이 없습니다.
무엇무엇을 함께 비벼먹어야 맛이 살아나는지 영구는 압니다.
어떤 반찬은 적당히 남겨두었다가 다음에 궁합이 잘 맞는 반찬을 만나면 그 때 섞어 먹습니다.
그날도 영구는 바가지에 잔뜩 담긴 밥과 반찬을 썩썩 비벼 비빔밥을 만들어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 나타났는지 동네 할머니 한분이 물끄러미 영구의 행동을 지켜보고 계셨네요?
할머니가 말씀하십니다.
“얘야, 네 이름이 무어냐?”
“영구예요.”
갑자기 영구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습니다.
바로 이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밥을, 가장 자주 나눠주시던 바로 그 할머니셨거든요.
“그래 영구야 너는 왜 가지나물은 먹지 않고 있지? 가지나물 싫어하느냐?”
“아뇨 할머니, 저 가지나물 되게 좋아해요. 그런데 이 가지나물은 아직 제대로 무쳐지지 않은 거라서, 오늘 저녁밥 먹을 때 들기름이랑 간장, 그리고 깨를 조금 얻어서 버무려 먹으려고 남겨둔 거예요.”
영구는 씩씩하게 대답했습니다.
“흠∼, 영구 너 올해 몇 살이지?”
“열 살이요.”
“부모님이나 다른 가족은 없느냐?”
“네, 저는 가족도 친척도 없는 고아예요.”
할머니는 영구를 데리고 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영구를 깨끗이 씻기고 옷도 갈아입혔습니다.
각설이 영구, 동네 거지 영구가 잘생긴 도련님으로 변신했네요.
그날부터 영구는 할머니와 둘이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동안, 영구는 할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조선시대 전설의 요리 명인의 따님이셨습니다.
아버지는 고종황제와 순종황제께서 드시는 음식을 담당하는 궁중요리의 총 책임자셨죠.
아버지를 빼닮아 할머니도 역시 요리의 달인이셨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6.25와 4.19, 그리고 5.16을 거치는 세월동안, 전국에서 첫 손가락으로 꼽히는 요리의 명인이셨죠.
큰 부자집 잔치자리나 일류 호텔에도 불려가고, 대통령이 사는 경무대, 청와대에도 자주 불려다녔습니다.
그러다가 군사정권이 점점 난폭해지고 유신헌법이 발표되던 어느 날, 할머니는 모든 일을 그만두셨대요.
더 이상 돈 많고 권력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이 듬뿍 담긴 요리를 해주기 어려웠기 때문이라셨어요.
그리고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조용한 시골마을 여기 봉골에 찾아 들어와 살게 되신 겁니다.
그렇게 혼자 사신지 벌써 여러 해가 흘러 이젠 호호백발 할머니가 되신 거죠.
동네 사람들은 할머니가 그렇게 유명한 요리사셨다는 걸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음식맛과 음식냄새의 달인 우리 영구는 할머니의 밥상에서 일찌감치 그걸 알아차렸었죠.
영구는 할머니가 밥을 지으실 때마다 늘 킁킁거리면서 부엌을 기웃거립니다.
‘와∼! 어쩌면 저렇게 맛있는 냄새가 날 수 있는 걸까? 도대체 무엇무엇을 섞어야 저런 기막힌 냄새가 날 수 있을까?’
영구의 궁금증은 끝이 없습니다.
배고픈 건 참아도, 궁금한 건 못 참는 영구는 할머니를 졸라졸라 마침내 그 비결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영구는 아예 매일 매일 할머니와 함께 밥을 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도 영구와 함께 밥을 짓는 일이 아주아주 행복하십니다.
음식냄새와 맛은 물론이고 반찬 색깔별로, 모양별로 영양가별로 상 차리는 기술도 여간 아닙니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깨치는 영구가 아주아주 신통방통하고 사랑스럽습니다.
“할머니, 할머니의 밥상은 세상에서 최고밥상인 게 틀림없어요.”
“영구야, 미안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다. 정말 세상 최고밥상은 따로 있단다. 네가 좀 더 크면 그걸 알 수 있을 날이 올게다. 최고밥상이란, 돈으로 만드는 게 아니란다. 요리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란다. 재료가 부족해도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밥상을 차려준 분을 사랑할 수 있게 되고,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행복해 질 수 있는 그런 밥상이란다. 나도 우리 아버지께 듣기만 했고 아직 맛보지 못한 그 ‘전설의 밥상’을 너는 언젠가 찾을 수 있을 게다.”
세월은 화살처럼 흘러흘러 어느덧 10년이 지났습니다.
할머니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셨고 영구는 늠름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가 영구에게 말씀하십니다.
“영구야, 이제 너는 나보다 더 나은 훌륭한 요리사가 되었다. 이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최고밥상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 밥상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자랐으니 어서 세상으로 나아가 그 전설의 밥상을 찾아내고 그 밥상을 네 손으로 만들어 보거라.”
영구는 할머니께 하직인사를 합니다.
“할머니, 금세 다녀올게요. 그 때까지 건강하게 밥 잘 차려 드셔야 해요!”
할머니는 친손자 같고 외손자 같은 영구를 환하게 배웅하시고는 얼른 뒤돌아 눈물을 훔치십니다.
영구는 전국에서 가장 요리솜씨가 좋다는 사람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합니다.
부산에 있는 가장 유명한 요릿집 주방에도 가보고, 서울에서 가장 비싼 호텔 주방에도 가보았습니다.
대한민국 최고를 자랑하는 사찰음식도 맛보고, 전국에 숨어있는 종갓집 최고밥상들도 맛보았습니다.
가는 곳마다 영구는 하루만 지나면 그들의 모든 솜씨를 파악하고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차차 영구의 소문은 전국의 요리사들을 넘어 전 세계의 소문난 셰프들에게까지 퍼지게 되었습니다.
급기야 세계적인 외국 요리사들이 영구를 만나러 대한민국으로 날아왔고, 영구는 그들을 만나 그들과 요리솜씨를 겨루면서 그들의 특이한 솜씨들도 모두 내 것으로 흡수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영구는 전 세계 어느 요리의 달인도 감히 어깨를 겨룰 수 없을 만큼 요리의 거인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영구는 아직 배가 부르지 않습니다.
최고밥상을 찾으려는 꿈이 아직도 채워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금옥만당(金玉滿堂)」, 「식신(食神)」, 「식객(食客)」과 같은 수많은 음식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 가운데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바베트의 만찬」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지루하고, 가장 심심하고, 가장 불편하던 동네사람들이, 어느 날 저녁 바베트가 차린 밥상 앞에서 눈빛과 얼굴빛이 변하고, 행복해지고, 서로 사랑하게 되는 마술과 같은 밥상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영구는 인천에 있는 ‘민들레국수집’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단한 국수집이라는 소문에 왠지 마음이 끌려서 얼른 찾아갑니다.
‘과연 얼마나 기막힌 국물을 만들어낸다는 걸까? 국수 면은 어떤 밀가루로 어떻게 반죽한 것일까?’
그런데 가보니 그 소문은 순 거짓말이었습니다.
간판은 국수집이 분명한데, 국수를 팔지 않네요?
그 대신 다양한 밥과 반찬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나누어 만들고 나누어 먹는 집이었습니다.
수많은 노숙인들이 단골손님이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 국수집에 앉아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는 동안, 왜 국수집에서 국수를 팔지 않는지, 왜 노숙인들이 단골손님인지, 도대체 돈도 제대로 받지 않으면서 어떻게 식당운영이 되는 것인지 궁금한 것이 점점 늘어만 갔습니다.
그냥 유명하다는 소문만 듣고 찾았다가 완전히 엉뚱한 궁금증들로 가득해진 겁니다.
배고픈 건 참아도 궁금한 건 못 참는 영구입니다.
영구는 얼른 가까운 피시방으로 달려가서 컴퓨터 검색을 했습니다.
여러 시간을 울고 웃으면서, 영구는 민들레 밥상에 담겨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영구는 민들레 밥상에 담겨 있는 아주 비밀스런 이야기까지 알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예수님입니다.
갑자기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그건 바로 영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전설의 밥상의 냄새였습니다.
불현듯 영구는 봉골에서 1년 동안 각설이 생활을 할 때 받았던 동냥밥의 정체를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를 만나 10년 동안 받은 은혜의 밥상, 그 정체도 알 것 같았습니다.
그 밥은 거룩한 밥이었습니다.
그 밥은 거룩하신 하나님이 늘 나와 함께하고 계셨다는 증거였습니다.
그걸 가리켜 ‘임마누엘’이라고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빵집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 베들레헴, 세상에서 가장 낮은 가축 밥그릇 안에서 태어나신 분이, 바로 세상의 밥으로 오셨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영구는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분 예수님이 밥상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 앉으라 하신 말씀과, 내가 밥상을 차릴 때는 가장 낮은 사람들과 함께 앉으라 하신 그 ‘낮은 밥상’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밥상에 담겨있는 이 모든 이야기를 영구는 알게 되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덕분에, 영구는 드디어 전설의 밥상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 최고밥상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돈 없이도 만들 수 있고, 아무런 요리기술 없이도 차릴 수 있는 밥상!
그건 내가 낮아져야 차릴 수 있는 밥상입니다.
당신 몸을 통째로 내어주신 예수님처럼, 내 몸을 아낌없이 내 줄 수 있을 만큼 낮아지고 낮아져야 차릴 수 있는 밥상입니다.
그만큼 낮아질 수 있는 첫 걸음은, 내가 나그네 시절 받았던 은혜를 기억하는 일입니다.
그 임마누엘 하나님 사랑을 느끼며 매일매일 그 사랑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그래야 인생이 불안하지 않습니다.
그래야 돈보다 사람을, 낮은 사람들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야 나도 그분처럼 최고의 밥상, 바로 ‘낮은 밥상’을 차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영구의 얼굴이 오랜만에 활짝 피어납니다.
얼른 할머니를 찾아 봉골로 돌아가야겠습니다.
그리고 민들레국수집에서 본 그 밥을 지어 할머니께 대접해 올릴 것입니다.
그 ‘낮은 밥상’에 가득 담긴 최고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영구는 할머니와 함께 민들레국수집 지점을 차릴 생각으로 두근두근 가슴이 설렙니다.
(이정훈 지음, 2013년 9월 1일 새벽)
'성실문화 응용하기 > 본문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년 9월 15일 (왕국절 4주) 예배준비 노트 (0) | 2013.09.14 |
---|---|
2013년 9월 8일(왕국절 3주) 예배준비 노트 (0) | 2013.09.07 |
2013년 8월 25일(왕국절 1주) 예배준비 노트 (0) | 2013.08.24 |
2013년 8월 18일, 성령강림절 14주 (또는 성령강림 후 13주) 예배준비 노트 (0) | 2013.08.17 |
2013년 8월 11일, 성령강림절 13주(또는 성령강림 후 12주, 남북평화통일공동기도주일) 예배준비 노트 (0) | 2013.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