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야,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
[성서일과 4본문]
(예레 1:4-10)
4. 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5. "내가 너를 모태에서 짓기도 전에 너를 선택하고,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너를 거룩하게 구별해서, 뭇 민족에게 보낼 예언자로 세웠다."
6. 내가 아뢰었다. "아닙니다. 주 나의 하나님, 저는 말을 잘 할 줄 모릅니다. 저는 아직 너무나 어립니다."
7. 그러나 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직 너무나 어리다고 말하지 말아라. 내가 너를 누구에게 보내든지 너는 그에게로 가고, 내가 너에게 무슨 명을 내리든지 너는 그대로 말하여라.
8. 너는 그런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늘 너와 함께 있으면서 보호해 주겠다. 나 주의 말이다."
9. 그런 다음에, 주님께서 손을 내밀어 내 입에 대시고, 내게 말씀하셨다. "내가 내 말을 네 입에 맡긴다.
10. 똑똑히 보아라. 오늘 내가 뭇 민족과 나라들 위에 너를 세우고, 네가 그것들을 뽑으며 허물며, 멸망시키며 파괴하며, 세우며 심게 하였다."
(시편 71:1-6)
1. 주님, 내가 주님께로 피합니다. 보호하여 주시고, 수치를 당하는 일이 없게 해주십시오.
2. 주님은 의로우시니, 나를 도우시고, 건져 주십시오. 나에게로 귀를 기울이시고, 나를 구원해 주십시오.
3. 주님은 나의 반석, 나의 요새이시니, 주님은, 내가 어느 때나 찾아가서 숨을 반석이 되어 주시고, 나를 구원하는 견고한 요새가 되어 주십시오.
4. 나의 하나님, 나를 악한 사람에게서 건져 주시고, 나를 잔인한 폭력배의 손에서 건져 주십시오.
5. 주님, 주님 밖에는, 나에게 희망이 없습니다. 주님, 어려서부터 나는 주님만을 믿어 왔습니다.
6. 나는 태어날 때부터 주님을 의지하였습니다. 어머니 뱃속에서 나올 때에 나를 받아 주신 분도 바로 주님이셨기에 내가 늘 주님을 찬양합니다.
(히브 12:18-29)
18. 여러분이 나아가서 이른 곳은 시내 산 같은 곳이 아닙니다. 곧 만져 볼 수 있고, 불이 타오르고, 흑암과 침침함이 뒤덮고, 폭풍이 일고,
19. 나팔이 울리고, 무서운 말소리가 들리는 그러한 곳이 아닙니다. 그 말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자기들에게 더 말씀하시지 않기를 간청하였습니다.
20. "비록 짐승이라도 그 산에 닿으면, 돌로 쳐죽여야 한다" 하신 명령을 그들이 견디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21. 그 광경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모세도 말하기를 "나는 두려워서 떨린다" 하였습니다.
22. 그러나 여러분이 나아가서 이른 곳은 시온 산, 곧 살아 계신 하나님의 도성인 하늘의 예루살렘입니다. 여러분은 축하 행사에 모인 수많은 천사들과
23. 하늘에 등록된 장자들의 집회와 만민의 심판자이신 하나님과 완전하게 된 의인의 영들과
24. 새 언약의 중재자이신 예수와 그가 뿌리신 피 앞에 나아왔습니다. 그 피는 아벨의 피보다 더 훌륭하게 말해 줍니다.
25. 여러분은 말씀하시는 분을 거역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그 사람들이 땅에서 경고하는 사람을 거역하였을 때에, 그 벌을 피할 수 없었거든, 하물며 우리가 하늘로부터 경고하시는 분을 배척하면, 더욱더 피할 길이 없지 않겠습니까?
26. 그 때에는 그의 음성이 땅을 뒤흔들었지만, 이번에는 그가 약속하시기를, "내가 한 번 더, 땅뿐만 아니라 하늘까지도 흔들겠다" 하셨습니다.
27. 이 '한 번 더'라는 말은 흔들리는 것들 곧 피조물들을 없애버리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들이 남아 있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28. 그러므로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받으니, 감사를 드립시다. 그리하여, 경건함과 두려움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도록 그를 섬깁시다.
29. 우리 하나님은 태워 없애는 불이십니다.
(누가 13:10-17)
10. 예수께서 안식일에 회당에서 가르치고 계셨다.
11. 그런데 거기에 열여덟 해 동안이나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는 허리가 굽어 있어서, 몸을 조금도 펼 수 없었다.
12. 예수께서는 이 여자를 보시고, 가까이 불러서 말씀하시기를, "여자야,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 하시고,
13. 그 여자에게 손을 얹으셨다. 그러자 그 여자는 곧 허리를 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14. 그런데 회당장은, 예수께서 안식일에 병을 고치신 것에 분개하여 무리에게 말하였다. "일을 해야 할 날이 엿새가 있으니, 엿새 가운데서 어느 날에든지 와서, 고침을 받으시오. 그러나 안식일에는 그렇게 하지 마시오."
15. 주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너희 위선자들아, 너희는 저마다 안식일에도 소나 나귀를 외양간에서 풀어내어, 끌고 나가서 물을 먹이지 않느냐?
16. 그렇다면, 아브라함의 딸인 이 여자가 열여덟 해 동안이나 사탄에게 매여 있었으니, 안식일에라도 이 매임을 풀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17.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니, 그를 반대하던 사람들은 모두 부끄러워하였고, 무리는 모두 예수께서 하신 모든 영광스러운 일을 두고 기뻐하였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노트]
오늘 성서일과 4본문의 알맹이는 ‘예언자’입니다.
매우 씩씩하고 거침없이 당당한 예언자의 모습으로 가득합니다.
예언자는 하나님에 대한 편견을 거침없이 깨뜨립니다.
갈릴리 예언자 예수님께서 율법에 매이고, 영육간의 질병에 매인 사람들을 풀어주십니다.
[구약과 시편]
오늘 구약본문 말씀의 알맹이는 “예언자로 세웠다”(5c)입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구절은, “내가 내 말을 네 입에 맡긴다.”(9b)입니다.
이게 바로 예언자(預言者)입니다.
말씀[언(言)]을 맡긴[예(預)맡길 예, 미리 예] 자(者), 예언자입니다.
문득 요한복음 10:35절 말씀이 기억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사람들을 하나님께서 신(神)이라고 하셨다. 또 성경은 폐하지 못한다.”
말씀을 받은 자, 말씀을 맡은 자는 이런 존재입니다.
오늘 예레미야는 예언자의 길 앞에서 지극히 소극적이고 겁쟁이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아닙니다. 주 나의 하나님, 저는 말을 잘 할 줄 모릅니다. 저는 아직 너무나 어립니다."(6)
그런데 주님께서는 매우 적극적이시고 당차신 느낌을 한껏 보여주십니다.
(예레미야가 꽁무니를 빼는 6절을 제외한) 모든 구절구절마다 그 느낌이 가득합니다.
오늘 시편 본문 가운데, 1-4절은 마치 예레미야의 기도처럼 느껴집니다.
늘 왕따당하고 억울하게 고통당하는 예레미야의 탄원 같습니다.
특히 5, 6절의 “어려서부터”,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 뱃속에서 나올 때에” 등은 딱 오늘 구약본문 4, 5절에 대한 응답찬송 같습니다.
아무튼 오늘 구약본문의 알맹이, ‘예언자’는 늘 고통의 상징이었으나, 오늘 본문에서만큼은 아주 강렬하고 당당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똑똑히 보아라. 오늘 내가 뭇 민족과 나라들 위에 너를 세우고, 네가 그것들을 뽑으며 허물며, 멸망시키며 파괴하며, 세우며 심게 하였다."(렘 1:10)
[서신서와 복음서]
오늘 서신서 본문은 “시내산”과 “시온산”, 두 가지 그림, 두 가지 색깔입니다.
시내산은 율법의 상징이요, 성속을 가르는 상징입니다.
말씀이 점점 부담스럽고 두려워지는 상징입니다.(19b)
반면에 시온산은 나와 한층 더 가까워진 새 말씀(언약) 상징이요, 성속을 품는 은혜의 상징입니다.(24)
가장 끝의 “우리 하나님은 태워 없애는 불이십니다.”(29절)은 어쩐지 지난 주 복음서 본문(눅 12:49)이 기억나게 합니다.
오늘 복음서 본문은 시내산 의식으로 가득찬 회당장과 시온산 기운으로 가득한 예수님의 모습이 돋보입니다.
(지난 주 ‘성서일과 사랑방’ 모임에서 주원남 목사님이 이렇게 적절하게 표현해 주셨습니다.)
18년 동안이나 “허리가 굽어 있어서, 몸을 조금도 펼 수 없었”던(11) 어느 여인을 안식일에 고쳐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안수하셔서 고쳐주신 것입니다.
회당에서 말씀을 가르치시다가(10), 그 여자를 보시고(12), 해방을 선포하시고(12), 안수하십니다.(13)
그러자 그 여자는 허리를 폅니다.
*허리를 편다는 것은, 진정한 안식을 누릴 수 있게 됨의 상징이며, 동시에 힘차게 일할 수 있게 됨의 상징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안식일 운운하며 꿍얼거리는 회당장에게 하신 예수님 말씀입니다.
(매인) 소나 나귀를 풀어주는 것과(15절), “사탄에게 매여 있었”던 여자를 위하여 “이 매임을 풀어주어야 하지 않겠느냐?”(16절)는 수사적인 대비가 인상적입니다.
[나머지]
이번 주 목요일(8월 29일)은, 경술국치(1910년 8월 29일)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일제강점기가 본격화 되던 날입니다.
일제에 매이기 시작하던 그날이 103년이나 흘렀으나, 아직도 우리가 허리를 펴지 못하게 꽁꽁 매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그것 때문에 한반도는 아직도 허리가 끊어진 분단국가입니다.
그것 때문에 대한민국은 아직도 툭하면 ‘빨갱이’요, 뻑하면 ‘종북타령’입니다.
돈 많고 권력 있는 상위 1%의 안락을 위해 99%가 희생하는 시스템입니다.
좀 더 편하고, 좀 더 잘 먹으려다가 지구가 나날이 망가져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우리가 무엇엔가 꽁꽁 매여 허리를 펴지 못하고 있는 꼴입니다.
탐욕 때문입니다.
남북이 소통할 수 없고, 동서가 소통이 안 됩니다.
교회가 타락하고 하늘과 땅이 점점 소통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예언자가 필요한 때입니다.
권력을 두려워하거나 부러워하지 않는 예수님 같은 예언자!
씩씩하고 거침없이 당당한 예언자 같은 언론이 필요한 때입니다.
오늘 말씀노래를 지어주신 주원남 목사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노랫말은 물론 가락이 아주 좋습니다.
성실문화 76호 92쪽에서 퍼왔습니다.
1. 주님의 손이 날 안수했네 / 열여덟 해 동안 허리 굽은
주님의 손이 날 안수했네 / 안식일에 병을 고치셨네
2. 매여진 모든 것 풀으시네 / 질병고통 매인 사람들을
매여진 모든 것 풀으시네 / 안식일에 매인 사람들을
<노래 : 주원남 목사님>
[말씀동화] ‘아무도 못 말리는 진구의 낚시사랑’
봉성리 수도원 어린이들의 ‘누에 모임’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원래 ‘애벌레 회’였는데, 안토니 수사님의 제안으로 ‘누에 모임’으로 이름을 바꾼 지 1년이 지났네요.
안토니 수사님은 원래 음유시인처럼 곳곳에서 예언자 노래를 부르던 하나님의 소리꾼이었죠.
그리고 지금은 수도원 어린이들에게 말씀을 가르치고 말씀노래를 가르치는 신나는 소리꾼이죠.
진구는 누에모임 어린이입니다.
진구에게 요사이 큰 근심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그건 바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쁜 물이 흘러나온다는 뉴스입니다.
그것 때문에 엄마가 생선반찬을 안 만들어 주시는 겁니다.
가족들 중에서 가장 생선을 좋아하는 진구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생선요리를 사랑하는 진구입니다.
‘에잇! 후쿠시마 때문에 생선을 못 먹다니, 그까짓 원자력발전소 때문에 생선을 못 먹는다니, 이건 말도 안 돼! 지금 당장 원자력 발전소를 없애야 해! 전등불도 줄이고, 선풍기도 확 줄여야 해!’
수도원 모임마다 여름 수련회가 한창입니다.
누에 모임은 여러 차례 회의 끝에 강원도 동해바다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동해 바닷물은 아주아주 맑았습니다.
‘흥! 바닷물이 이렇게 맑고 깨끗한데 무슨 원자력발전소 나쁜 물이 섞여있다고 난리들이람? 도대체 이렇게 맑은 물에서 사는 생선을 왜 못 먹게 하는 거람? 그렇게 걱정이면 아예 바다로 놀러 오질 말 것이지 여긴 왜 데리고 왔나? 아무튼 어른들은 너무 앞뒤가 안 맞아요! 어른들은 너무 쓸데없는 걱정이 많아서 탈이야, 탈!’
진구는 수련회 와서도 생선 때문에 속이 편치 않습니다.
이럴 때 안토니 수사님이 계셨으면 속 시원히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으련만...
수사님은 지금 번데기 모임 형 누나들과 함께 다른 곳에서 수련회중입니다.
‘에라 모르겠다!’ 진구는 신나게 바닷물에 뛰어듭니다.
영훈이랑 소현이랑 건강한 생선처럼 팔딱팔딱 수영을 합니다.
실컷 수영을 했더니 배가 고프네?
오늘 저녁은 무얼 먹을까?
귀갓길에 맛있는 우동집에 들렀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생선가스도 역시 어른들 때문에 또 못 먹습니다.
진구는 할 수 없이 치즈가스를 시켜서 먹었습니다.
이튿날 진구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는 궁리를 해냈습니다.
같은 반 친구인 태진이랑 성혁이, 그리고 성준이랑 모임을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어떤 모임이냐고요?
그건 바로 낚시 모임입니다.
‘생선을 사랑하는 어린이들의 모임’, 줄여서 ‘생사모’입니다.
생사모는 평소 낚시를 좋아하는 태진이의 제안으로 제일 먼저 견지낚시를 구입했습니다.
견지낚싯대는 학교 앞 마을 구판장에서 3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습니다.
견지낚시는 어린이들에게 안성맞춤입니다.
생사모 어린이들은 견지낚싯대를 구하자마자 학교 바로 앞 흑천(黑川)으로 달려갔습니다.
흑천은 ‘검은 내’라는 뜻입니다.
물개처럼 새까만 돌들이 많아 맑은 물이 까맣게 보여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흑천 맑은 물에는 절대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나쁜 물이 없습니다.
흑천에서 낚는 민물고기는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돕니다.
첨벙첨벙 흑천에 뛰어든 아이들은 어느덧 의젓한 강태공들이 되었습니다.
흐르는 물에서 견지낚시를 하는 맛은 아마 엄마도 아빠도 모르실 겁니다.
안토니 수사님도 모르고, 아마 하나님도 모르실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안토니 수사님이 진구를 찾았습니다.
“진구야. 그동안 잘 있었느냐? 그런데 왜 요사이 통 ‘누에모임’에 나오지 않았어?”
멀뚱멀뚱 미안한 눈빛으로 안토니 수사님을 올려다보면서 진구가 말합니다.
“죄송해요 수사님, 사실은 제가 요새 ‘생사모’라는 모임을 만들었는데요, 생사모 아이들과 함께 흑천에 가서 낚시를 해야 해서요. 토요일이랑 주일에 꼭 모여야 하거든요...”
안토니 수사님이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십니다.
“진구야. 물고기, 생선을 낚시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단다. 예수님께서 마가복음 1장 17절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지,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하고 말이야.”
진구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와∼ 예수님도 낚시의 맛을 알고 계셨군요! 그런데 예수님도 견지낚시의 손맛을 아셨을까요?”
진구의 머릿속에는 온통 낚시 생각뿐입니다.
생선을 좋아해서 시작한 낚시였는데, 이젠 아예 낚시 자체의 재미 때문에 낚시사랑에 푹 빠진 겁니다.
진구의 대답에 껄껄 웃으시던 안토니 수사님이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말씀하십니다.
“진구야. 지난주일 성서일과 말씀 읽었느냐? 하나님께서 예언자 예레미야에게 주신 말씀이 딱 진구 너에게 주신 말씀이란다. 다시 잘 들어보렴.”
“내가 너를 모태에서 짓기도 전에 너를 선택하고,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너를 거룩하게 구별해서, 뭇 민족에게 보낼 예언자로 세웠다.”(예레 1:5)
“아이고 수사님도 참! 저처럼 어린 아이가 무슨 예언자예요? 저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에요. 게다가 저는 혀가 좀 길어서 말투도 어리버리하다고 놀림받기 일쑤인데요? 전 예언자 절대 못해요, 안 해요!”
“아니야 진구야. 하나님께서는 아무리 어린 아이도 예언자로 세우신단다. 그러니 아직 너무나 어리다고 말하지 말거라. 그리고 말투가 어리버리하다고 절대 사양할 생각 말거라. 예언자는 뉴스 아나운서처럼 매끄럽게 말을 잘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몇 주 전에 가르쳐 준 것 기억하느냐? 예언자라는 말의 뜻은, 하나님 말씀을 맡은 사람, 하나님 말씀을 받은 사람을 가리킨단다. 오늘 하나님 말씀에 이런 말씀도 있어. 잘 들어보렴. ‘내가 내 말을 네 입에 맡긴다.’ 어때, 정말 대단한 말씀이지? 진구 바로 네가 분명히 예언자라는 하나님 말씀이야! 그리고 난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예수님께서 너를 진짜 예언자, 진짜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시려고 지금 견지낚시의 재미에 푹 빠지게 하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진구 머릿속이 좀 복잡해졌어요.
‘사람을 낚는 낚시라고? 그건 과연 어떤 맛일까?’
“진구야, 생사모 낚시모임은 평일 오후에도 할 수 있으니까, 토요일과 주일 누에모임은 꼭 참석하거라. 네가 없으니까 우리 말씀노래에 힘이 빠지는구나. 진구의 리코더 반주가 없으니까 도대체 누에모임 말씀노래가 신바람이 안나!”
진구의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그리고 진구의 어깨가 조금 무거워집니다.
‘아이참. 어딜 가나 이놈의 인기는 도대체 식을 줄 모르는군... 어떡하지?’
이튿날 토요일 오후에 진구는 안토니 수사님과 누에모임 벗들과 함께 봉성리 마을회관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높은소리’ 주원남 목사님이 지으신 말씀노래를 합창했습니다.
“주님의 손이 날 안수했네, 열여덟 해 동안 허리 굽은, 주님의 손이 날 안수했네, 안식일에 병을 고치셨네∼, 매여진 모든 것 풀으시네, 질병고통 매인 사람들을, 매여진 모든 것 풀으시네, 안식일에 매인 사람들을∼♬”
진구의 리코더 반주 덕분에 말씀노래에 힘이 실렸습니다.
열여덟 해 동안 심한 류마티즘으로 고생하시는 박점순 할머니의 마음에 말씀노래가 흘러들어갑니다.
열여덟 해 동안 심한 우울증에 꽁꽁 묶여 있던 김복순 할머니의 마음에 말씀노래가 스며들어갑니다.
박점순 할머니도, 김복순 할머니도 묶여있던 병마로부터 조금씩 풀려나기 시작합니다.
할머니들의 얼굴빛이 소녀처럼 고와집니다.
할머니들의 얼굴빛이 햇빛처럼 환해집니다.
누에는 뽕나무 잎을 열심히 먹고 누에고치를 만들어 명주실을 뽑아냅니다.
명주실로 비단옷도 짓고, 가야금, 거문고, 해금, 아쟁과 같이 아름다운 악기 줄을 만듭니다.
누에모임 어린이들은 안토니 수사님이 주시는 성경말씀을 열심히 먹습니다.
말씀을 먹을 때마다 말씀동시, 말씀동요, 말씀시조를 짓습니다.
명주실로 만든 가야금처럼 맑고 밝은 말씀노래들입니다.
명주실로 만든 비단처럼 아름다운 말씀노래들입니다.
누에모임 어린이들이 말씀노래를 부를 때마다 봉성리 수도원에서 향기가 솟아납니다.
누에모임 어린이들의 말씀노래를 들을 때마다 아픈 사람들이 큰 위로를 받습니다.
큰 병에 걸려 고생하던 사람들의 마음에 스르르 예수님의 향기가 스며듭니다.
병든 이들의 몸속 깊이, 뼛속 깊이 예수님의 사랑이 번져갑니다.
말씀노래를 들을 때마다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꽁꽁 묶었던 병마의 줄들이 하나씩 하나씩 풀어집니다.
봉성리 마을회관 할머니들이 꽁꽁 묶였던 병마로부터 스르르 풀려나는 것을 진구는 보았습니다.
토요일과 주일에 낚시하는 재미보다 더 재미있는 게 다 있다니,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수도원에서 말씀 먹고, 말씀노래 짓고, 곳곳에 다니며 말씀노래 부르는 재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말씀이 생선보다 더 맛있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일마다, 아니 매일매일 하나님 말씀을 좀 더 부지런히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야 좀 더 멋진 명주실을 뽑아내고 비단옷도 짓고 가야금 줄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 몸과 마음이 편찮으신 분들에게 좀 더 싱싱하고 아름다운 예언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야 진구는 진짜 낚시하는 맛을 알 것 같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낚시의 절대고수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진구의 낚시는 묶인 사람을 풀어주는 능력의 낚시입니다.
진구의 낚시는 묶인 자연을 풀어주는 사랑의 낚시입니다.
[이정훈 지음, 2013년 8월 25일 주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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