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복을 내리신다”
[성서일과 4본문]
(이사야 43:1-7)
1. 그러나 이제 야곱아, 너를 창조하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이스라엘아, 너를 지으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너를 속량하였으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
2. 네가 물 가운데로 건너갈 때에, 내가 너와 함께 하고, 네가 강을 건널 때에도 물이 너를 침몰시키지 못할 것이다. 네가 불 속을 걸어가도, 그을리지 않을 것이며, 불꽃이 너를 태우지 못할 것이다.
3. 나는 주, 너의 하나님이다. 이스라엘의 거룩한 하나님이다. 너의 구원자다. 내가 이집트를 속량물로 내주어 너를 구속하겠고, 너를 구속하려고, 너 대신에 에티오피아와 쓰바를 내주겠다.
4. 내가 너를 보배롭고 존귀하게 여겨 너를 사랑하였으므로, 너를 대신하여 다른 사람들을 내주고, 너의 생명을 대신하여 다른 민족들을 내주겠다.
5. 내가 너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동쪽에서 너의 자손을 오게 하며, 서쪽에서 너희를 모으겠다.
6. 북쪽에다가 이르기를 '그들을 놓아 보내어라' 하고, 남쪽에다가도 '그들을 붙들어 두지 말아라. 나의 아들들을 먼 곳에서부터 오게 하고, 나의 딸들을 땅 끝에서부터 오게 하여라.
7. 나의 이름을 부르는 나의 백성, 나에게 영광을 돌리라고 창조한 사람들, 내가 빚어 만든 사람들을 모두 오게 하여라' 하고 말하겠다."
(시편 29)
1. 하나님을 모시는 권능 있는 자들아, 영광과 권능을 주님께 돌려드리고 또 돌려드려라.
2. 그 이름에 어울리는 영광을 주님께 돌려드려라. 거룩한 옷을 입고 주님 앞에 꿇어 엎드려라.
3. 주님의 목소리가 물 위로 울려 퍼진다. 영광의 하나님이 우렛소리로 말씀하신다. 주님께서 큰물을 치신다.
4. 주님의 목소리는 힘이 있고, 주님의 목소리는 위엄이 넘친다.
5. 주님께서 목소리로 백향목을 쩌개고, 레바논의 백향목을 쩌개신다.
6. 레바논 산맥을 송아지처럼 뛰놀게 하시고, 시룐 산을 들송아지처럼 날뛰게 하신다.
7. 주님의 목소리에 불꽃이 튀긴다.
8. 주님의 목소리가 광야를 흔드시고, 주님께서 가데스 광야를 뒤흔드신다.
9. 주님의 목소리가, 암사슴을 놀래켜 낙태하게 하고, 우거진 숲조차 벌거숭이로 만드시니, 그분의 성전에 모인 사람들이 하나같이, "영광!" 하고 외치는구나.
10. 주님께서 범람하는 홍수를 정복하신다. 주님께서 영원토록 왕으로 다스리신다.
11.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백성에게 힘을 주신다.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백성에게 평화의 복을 내리신다.
(사도행전 8:14-17)
14. 사마리아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였다는 소식을 예루살렘에 있는 사도들이 듣고서, 베드로와 요한을 그들에게로 보냈다.
15. 두 사람은 내려가서, 사마리아 사람들이 성령을 받을 수 있게 하려고,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였다.
16. 사마리아 사람들은 주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만 받았을 뿐이요, 그들 가운데 아무에게도 아직 성령이 내리시지 않았던 것이었다.
17. 그래서 베드로와 요한이 그들에게 손을 얹으니, 그들이 성령을 받았다.
(누가복음 3:15-17, 21-22)
15. 백성이 그리스도를 고대하고 있던 터에, 모두들 마음속으로 요한에 대하여 생각하기를, 그가 그리스도가 아닐까 하였다.
16. 그래서 요한은 모든 사람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여러분에게 물로 세례를 주지만, 나보다 더 능력 있는 분이 오실 터인데, 나는 그의 신발끈을 풀어드릴 자격도 없소. 그는 여러분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오.
17. 그는 자기의 타작마당을 깨끗이 하려고, 손에 키를 들었으니, 알곡은 곳간에 모아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실 것이오."
21. 백성이 모두 세례를 받았다. 예수께서도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하시는데, 하늘이 열리고,
22. 성령이 비둘기 같은 형체로 예수 위에 내려오셨다. 그리고 하늘에서 이런 소리가 울려왔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나는 너를 좋아한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 <말씀기억의 끈>은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정확한 표현은 없어도 정확한 느낌이 뭉클합니다.
구약, “너는 나의 것이다” (이사야 43:1)
시편, “당신을 따르는 백성에게 힘을 주신다” (시편 29:11)
서신서, “그들이 성령을 받았다” (사도행전 8:17)
복음서, “나는 너를 좋아한다” (누가복음 3:22)
오늘 요절은,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백성에게 평화의 복을 내리신다”입니다. (시편 29:11)
[구약과 시편 (이사 43:1-7 / 시편 29)]
오늘 구약본문의 느낌은 한마디로 ‘미친 사랑’, ‘지독한 사랑’입니다.
멀쩡한 큰 나라들조차 네 몸값으로 다 내어주마 공언하십니다.
이유는, “보배롭고 존귀하게” 여길 정도로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4)
그리고 그리 사랑하시는 이유를 시시콜콜 열거하실 정도입니다.
“나의 이름을 부르는 나의 백성, 나에게 영광을 돌리라고 창조한 사람들, 내가 빚어 만든 사람들...”(7)
이스라엘의 어린 시절 이름을 꺼내어 “야곱아”하고 애틋하게 부르십니다.
이어서 하나님께서 직접 개명해주신 그 이름으로, “이스라엘아”하고 부르십니다.(1)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거룩하신 이름이 담겨 있는 이름입니다.
마치 ‘내 새끼’라는 표시 같은 이름입니다.
너무나 사랑해서, 동서남북에 흩어져 있는 자식들을 남김없이 이끌어내십니다.(5-6)
오늘 시편본문은 사랑하는 자식들을 그리 일일이 이끌어내신 목적을 보여주십니다.
온 하늘을 울리는 목소리로 그 사랑의 어마어마한 크기를 보여주십니다.
온 땅이 뒤집히게 큰 목소리로 외치신 그 사랑말씀의 내용은
“평화의 복”을 주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11)
식민지 백성, 포로생활, 노예생활에 찌든 당신의 백성에게
힘을 주시고, 평화의 복을 내리십니다.
지난주에 이어, 마치 굶주린 탕자에게 내리시는 아버지의 잔칫상 같습니다.
[서신서와 복음서 (사도 8:14-17 / 누가복음 3:15-17, 21-22)]
오늘 서신서본문은 유대인들에게 늘 왕따 신세였던 사마리아 사람들이 나옵니다.
왕따인 줄 알았는데, 하나님께도 투명인간들인 줄만 알았는데, 자녀였다니!
그 사마리아 사람들을 하나님께서 사랑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성령을 내리신 것입니다.(17)
오늘 복음서본문에 보기드믄 기막힌 장면이 나옵니다.
성부하나님, 성자하나님, 성령하나님이 동시에 한 공간에 등장하시는 것입니다.
성자하나님께서 세례 받으실 때, 성령하나님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 위에 내려오시고,
성부하나님 음성이 그 위에 울려 퍼진 것입니다.
여기서 시편 29장의 하나님 목소리가 느껴집니다.
너무너무 큰 음성이라 다른 이들은 아무도 못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오직 아드님만 들으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천지가 진동하는 큰 목소리로, 천지를 뒤집을 만큼 크신 그 사랑을 표현하십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나는 너를 좋아한다.”
히말라야 등반보다 힘든 십자가 언덕을 향한 대장정,
그 고독한 공생애를 시작하는 예수님께
분명 큰 힘이 되셨을 것입니다.
[정리]
지난 주 주제는(요절은)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입니다.
이번 주 주제는 하나님 자녀에게 구체적으로 내리시는 복입니다.
지난주에 “하늘에 속한 온갖 신령한 복”(엡 1:3)을 받았습니다.
이번 주는 몸값입니다.
아무리 큰 허물이 있더라도, 내 백성을 구하시기 위해
저 큰 나라들조차 몸값으로 지불하시는 하나님 마음,(이사야 43:3-4)
아니 독생자조차 몸값으로 지불하시는 어버이 마음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시편 29장을 통해 “평화의 복”을 내리십니다.
전쟁의 공포에 떠는 당신의 힘없는 백성에게,
식민지백성, 포로 신세, 노예 신세였던 힘없는 백성에게
큰 힘 주시고 평화의 복을 내리십니다.(시 29:11)
(참고로 성서일과는, 주현절 1주 ‘주님의 수세일’ 4본문이 매년 바뀌지만, 시편은 늘 29장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마치 히브리 노예들이 홍해를 건너듯이, 오늘 이스라엘이 곳곳에서 귀향하는 과정은
포로 생활의 고통을 씻어내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오염시킨 온갖 때를 씻어냅니다.
말씀 받고 세례 받고 성령 받으면서, 사마리아의 감정과 편견들도 씻어집니다.
예수께서 세례 받고 성령 받고 사랑말씀 받으시는 과정은
우리 안의 하나님 사랑, 그 생생한 DNA를 일깨웁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사랑을 받는 자녀답게, 하나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에베 5:1)
(이는 지난 목요일, 2016년 1월 7일, 매일성서일과 본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평화의 복’을 받는 과정은(시 29:11),
평화를 위해 일해야 할 자녀의 본분, 그 생생한 DNA를 일깨웁니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기의 자녀라고 부르실 것이다.” (마태 5:9)
[말씀동시] 고백 (이소현 지음. 성실교회 교회학교 5학년. 「성실문화」85호)
하나님은 참 대담하시다
모든 사람 다 듣게 고백하시니
하나님은 참 한결같으시다
자기 마음 변치 않으시니
[말씀시조] 그리스도 고대하며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85호)
그리스도 고대하며 길을 닦는 세례요한
요한의 세례받고 성자예수 기도할 때
성령이 내려오시고 성부음성 울리다
[말씀한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오세종 지음. 「성실문화」85호)
來者施洗以聖靈(내자시세이성령) 오실 이가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이며
風箕焚糠火焰裡(풍기분강화염리) 쭉정이는 키로 까불어 불에 태워 화염 속에 던질 것이다
耶穌受洗天門闢(야소수세천문벽)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니 하늘 문이 열렸다
天聲爾乃我愛子(천성이내아애자) 하늘의 음성,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라.
[말씀서예] 시편 29:4 (오세주 작품. 「성실문화」85호)
[말씀노래] ‘사랑하는 내 아들아’ (이정훈 작사, 이석훈 작곡. 「성실문화」85호)
[본문] (누가복음 3:15-17, 21-22)
[노랫말]
1절) 백성이 요한에게 세례받을 때, 요한을 그리스도라 생각합니다
요한이 백성에게 선언하네요, 나보다 크신 분이 오고 계셔요
2절) 예수님 요한에게 세례받을 때, 성령이 성자위에 내려오시고
하늘땅 열리는 성부의 음성, 사랑하는 내 아들아 난 네가 좋다
[해설]
누가복음 3:15-17, 21-22절 말씀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7.5조로 다듬었고, 종로교회 이석훈 목사가 곡을 붙였다.
[악보] ‘사랑하는 내 아들아’ (이정훈 작사, 이석훈 작곡)
[시편 송서(誦書)]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85호)
(* 천자문 독송, 즉 전래 자장가 풍으로)
1. 너희 권능 있는 자들아 영광과 능력을 여호와께 돌리고 돌릴지어다
2. 여호와께 그의 이름에 합당한 영광을 돌리며 거룩한 옷을 입고 여호와께 예배할지어다
3. 여호와의-- 소리-가--, (소리가) 물 위에 있도-다--,
영광의 하나님-이- 우렛소리를- 내시니, 여호와-는- 많은 물 위에- 계시-도다-∼
4. 여호와의 소리가 힘 있음이여 여호와의 소리가 위엄차도다
5. 여호와의 소리가 백향목을 꺾으심이여 여호와께서 레바논 백향목을 꺾어 부수시도다
6. 그 나무를 송아지 같이 뛰게 하심이여 레바논과 시룐으로 들송아지 같이 뛰게 하시도다
7. 여호와의 소리가 화염을 가르시도다
8. 여호와의-- 소리-가--, (소리가) 광야를 진동하심이-여--,
여호와께-서 가데스 광야를, 진-동 (진-동)시키시도다-∼
9. 여호와의 소리가 암사슴을 낙태하게 하시고 삼림을 말갛게 벗기시니 그의 성전에서 그의 모든 것들이 말하기를 영광이라 하도다
10. 여호와께서 홍수 때에 좌정하셨음이여 여호와께서 영원하도록 왕으로 좌정하시도다
[다함께]
11.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에-게--, 힘-을 (힘-을) 주심이여--,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에게-, 평강의 복-을 (복을)주시리∼로∿다∼∥
[말씀놀이] (이정훈 다듬음)
주현절 1주(주님의 수세일), 2016년 1월 10일
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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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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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열쇠
① “너는 내 ○○○○ 아들이요, 나는 너를 좋아한다.” (누가복음 3)
② “주님께서 ○○을 치신다.” (시편 29)
③ 예수님의 제자 중 하나. 그의 본명 대신 예수님이 지어주신 이름의 헬라어 번역이다. 반석이라는 뜻.
④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에게 평화의 복을 내리신다.” (시편 29)
⑤ ‘하나님이 다스리시기를!’, 또는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위해) 싸우신다’는 뜻. 야곱의 새 이름(창 32:28)
세로열쇠
① 북왕국 이스라엘의 수도. 북왕국이 앗수르에 의해 멸망한 뒤 이곳에 수리아 메소보다미아 지역에서 온 이들과 섞인 혼합 주민이 살게 되고, 그밖에 여러 이유로 유대인들로부터 이단자로 여겨졌다.
② ‘몸값’이라는 뜻. “내가 이집트를 ○○○로 내주어 너를 구속하였고” (이사야 43)
③ “주님의 목소리가 광야를 ○○○○” (시편 29)
④ 구약성경에서 매우 귀한 나무. 나무의 왕이라 불릴 만큼 크고 향기로우며 2, 3천년이나 산다. 레바논의 국기에도 들어갈 만큼 레바논의 자랑이다. 예로부터 지나친 남벌로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합 2:17)
⑤ ‘기름부음 받은 자’라는 뜻의 ‘메시야’와 같은 말. 성경에서는 예수님을 가리킨다.
[말씀동화] 안녕, 자두야?
자두가 어느덧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어요.
자두는 볼이 바알간 탱글탱글 자두를 닮은 귀여운 아입니다.
그런데 자두는 달리기도 잘하고, 씨름도 잘합니다.
여자아이라고 얕잡아보았다가 큰코다친 남자아이들이 이미 여럿입니다.
그뿐 아니에요. 자두는 승부근성도 장난이 아닙니다.
남자아이들에게 지고 오는 날에는 며칠 동안 밤이고 낮이고 맹훈련을 합니다.
그래서 기필코 이기고야 맙니다.
그 바람에 자두네 집엔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고 옷이 더러워지는 건 다반사요,
어떨 때는 얼굴에 상처가 나고 무릎이 까져 피를 철철 흘리며 집에 돌아오기도 합니다.
피를 흘리면서도 자두의 표정은 의기양양합니다.
여기서 끝났으면 그나마 대체로 해피엔딩일 텐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자두가 이정도로 다치고 온 날엔
어김없이 밖에서 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거든요.
“자두엄마 있어요? 어서 나와서 우리 애 꼴 좀 봐요. 아니 무슨 여자애가 이렇게 사나워? 사내애를 어떻게 이 지경으로 만들어?”
이런 자두 때문에 엄마 마음이 하루하루 새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어느 날 자두가 잠을 자는데 소곤소곤 속삭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도 피곤해서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며 자다가
제 코고는 소리에 놀라 잠이 깨어보니
엄마 아빠가 근심어린 음성으로 대화중이십니다.
“여보 어쩌면 좋죠? 자두가 점점 거칠어져 가네요. 자두 때문에 자두 동생들까지 망가질까봐 걱정이에요.”
엄마가 한숨을 폭폭 내쉬며 말씀하십니다.
잠이 달아난 자두는 귀를 쫑긋 세우고 엿 듣습니다.
아빠가 말씀하십니다.
“어쩌겠소, 우리가 거둔 아인데, 지금껏 친자식처럼 키워왔는데, 끝까지 잘 키워야지.”
엄마아빠를 등지고 누워 잠자는 척하던 자두의 두 눈이 왕자두처럼 커졌겠죠?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모들이 두런두런 속삭이던 이야기를 엿들은 게 기억납니다.
그땐 어려서 잘 몰랐는데,
지금 가만히 기억을 정리해보니 그건 바로 내가 입양한 아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얼핏설핏, 조각조각 들었던 이야기를 모아보면 이런 이야기입니다.
엄마아빠가 혼인하시고 몇 년 째 아기가 없어서 어디선가 아기를 입양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자두라는 이름을 붙이고 몇 년 동안 애지중지 키우던 어느 날
덜컥 아기를 임신하신 것입니다.
이렇게 자두에게는 동생이 둘씩이나 생긴 겁니다.
이튿날 아침부터 자두가 이상합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밥을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엄마의 잔소리에 마지못해 밥상에 앉아 깨작거리다 숟가락을 놓아버립니다.
한참 야단치시던 엄마는 혹시나 하는 눈빛으로 슬금슬금 자두의 눈치를 살핍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아니, 방학인데 우리 자두가 학교엘 가?”
책가방을 매고 나가는 자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엄마가 중얼거립니다.
그리곤 그날 밤 자두는 집에 오지 않았습니다.
자두네 집이 난리가 났습니다.
“예 예, 키와 몸무게는 알겠고요, 어제 아침에 입고나간 옷은 어떤 옷이었습니까?”
경찰서에서 자두 실종신고를 하고 엄마아빠가 집으로 돌아옵니다.
“분명히 그날 밤 우리가 한 얘기를 자두가 들은 게 틀림없어요, 여보 이제 어쩌면 좋죠?”
엄마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시며 아빠에게 물으십니다.
아빠는 엄마의 손을 잡으며 한동안 아무 말 없으십니다.
“타박 타박 타박네야, 너 어드메 울고 가니, 우리 엄마 무덤가에, 젖 먹으러 찾아간다, 물이 깊어서 못간단다, 물이 깊으면 헤엄치지, 산이 높아서 못간단다, 산이 높으면 기어가지, 명태줄라 명태싫다, 가지줄라 가지싫다, 우리 엄마 젖을 다오, 우리 엄마 젖을 다오..”[‘타박네야’ 함경도 민요]
자두는 자두답지 않게 ‘타박네야’를 부르면서 타박타박 걷습니다.
자두답지 않게 처량한 목소리로 타박네를 부릅니다.
타박네가 딱 자두 자신처럼 느껴지나 봅니다.
며칠 동안 밥을 못 먹어서 자두는 배가 고픕니다.
지치고 배가고파 정신이 희미해질 무렵 낯선 아저씨들이 자두를 번쩍 안고 어디론가 갑니다.
정신이 들고 보니 자두는 나쁜 사람들에게 납치되어 온 겁니다.
나쁜 놈들이 먼저 자두의 피검사를 합니다.
배고픈 아이에게 밥을 먹이기도 전에 피부터 뺍니다.
“이거 재수 좋은데? 이 녀석, 알 에이치 마이너스 O형이야!”
알고 보니 힘없는 사람들을 납치해서 장기밀매를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자두의 피가 희귀한 피여서 자두의 장기 대신 피를 팔려나 봅니다.
“먼저 밥부터 먹이자구.”
비로소 자두는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밥을 먹어야 피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겠지, 자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여자아이라고 얕잡아 보는 틈을 타서 어떻게 해서든 탈출하려고 자두는 호시탐탐 기회를 엿봅니다.
그런데 나쁜 놈들은 빈틈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해도 도망칠 틈이 없었습니다.
용케도 자두는 나쁜 놈의 전화기로 몰래 엄마에게 전화했습니다.
그 바람에 엄마아빠는 나쁜 놈들과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발 우리 자두 해치지만 말아주세요.”
“걱정들 마슈, 우린 댁의 아이에게 밥도 먹이고 라면도 먹이고 있으니까.”
“우리 자두를 어서 풀어주세요. 원하신다면 돈을 드리겠습니다.”
“돈? 아니 이 아이가 얼마나 귀한 아인데 돈 몇 푼으로 데려가려고?”
“그러지 말고 말해주세요. 얼마면 우리 자두를 돌려주시겠어요?”
자두는 나쁜 놈이 전화하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엄마아빠가 집을 다 팔아도 안 될 만큼 큰돈을 자두의 몸값으로 주기로 한 것입니다.
나쁜 놈들이 신바람이 나서 지껄입니다.
“이거 횡재했는데? 이 녀석 아주 복덩어리잖아? 그래도 몸값만 받고 이 녀석은 돌려줄 수 없어. 암, 우리 얼굴을 봤으니까 그냥 보내줄 수는 없지. 이 녀석은 계속 피를 생산해야 하는 혈액공장이야.”
그날 밤 자두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하나님, 제발 저를 살려주세요. 한번만 살려주신다면 엄마아빠께 효녀 심청이처럼 착한 딸이 될 거예요. 저처럼 말 안 듣는 말썽꾸러기를, 친딸이 아닌데도 이렇게 전 재산을 다 팔아서 저를 구하시려는 우리 엄마아빠께 저 정말 효도할거예요.”
그날 밤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나쁜 놈들이 술잔치를 벌이다가 난장판이 벌어진 겁니다.
생일을 맞은 놈 하나가 술김에 호기를 부리느라 “뻥∼”하고 폭죽을 터뜨립니다.
폭죽을 얼굴에 맞은 친구 하나가 홧김에 그 친구를 마구 두들깁니다.
“야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아, 생일빵이나 먹어랏!”
그러자 너도나도 달려들어 생일빵을 먹인답시고 마구 두들깁니다.
그러다 싸움이 나서 이놈 저놈 서로서로 치고받고 찌르고 하다가 피를 흘리며 쓰러집니다.
이렇게 만취상태에 모두 인사불성이 된 틈을 타서 자두는 살금살금 탈출에 성공합니다.
한밤중에 한길까지 달려나온 자두는
길가는 사람의 도움으로 엄마아빠와 통화가 됩니다.
한달음에 달려오신 엄마아빠가 자두를 꼭 껴안습니다.
“자두야, 얼마나 무서웠니?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마. 엄마아빠가 있잖아!”
“엄마아빠 죄송해요. 겁도 없이 집을 나왔어요. 앞으로는 엄마아빠 걱정 끼쳐드리지 않을게요. 친딸도 아닌 저를 위해 그렇게까지 희생하시고,,, 사랑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니! 자두야 넌 우리 진짜 딸이야. 너와 우리 핏속엔 똑같은 하나님 사랑의 피가 흐르고, 똑같은 하나님 사랑 유전자, DNA가 새겨져 있단다!”
“엄마아빠, 사랑해요!”
엄마 품을 파고들어간 자두가 엄마의 젖을 만지작거립니다.
그리고 탱글탱글한 볼과 동글동글한 자두 눈이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타박네였던 자두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장 씩씩한 효녀가 되기 시작합니다.
효녀 심청이처럼 부쩍 자란 자두를 보면
동네 친구들은 도대체 뭐라 그럴까요?
두 눈이 동그래진 친구들이 오늘도 이렇게 소리치겠죠?
“아, 아, 안녕, 자두야?”
[이정훈 지음. 2016년 1월 10일 주일 아침, 만화영화 「안녕 자두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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