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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1주 (2015년 12월 27일 주일) 예배준비 노트

내 아버지의 집에

 

[성서일과 4본문]

(사무엘상 2:18-20,26)

18. 한편, 어린 사무엘은, 모시 에봇을 입고 주님을 섬겼다.

19. 사무엘의 어머니는 해마다 남편과 함께 매년제사를 드리러 성소로 올라가곤 하였다. 그 때마다 그는 아들에게 작은 겉옷을 만들어서 가져다주었다.

20. 그리고 엘리는 엘가나와 그의 아내에게 "주님께 간구하여 얻은 아들을 다시 주님께 바쳤으니, 주님께서 두 분 사이에, 이 아이 대신에 다른 자녀를 많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복을 빌어 주었다. 그들은 이렇게 축복을 받고서, 고향으로 돌아가곤 하였다.

26. 한편, 어린 사무엘은 커 갈수록 주님과 사람들에게 더욱 사랑을 받았다.

 

(시편 148)

1. 할렐루야. 하늘에서 주님을 찬양하여라. 높은 곳에서 주님을 찬양하여라.

2. 주님의 모든 천사들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주님의 모든 군대야, 주님을 찬양하여라.

3. 해와 달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빛나는 별들아, 모두 다 주님을 찬양하여라.

4. 하늘 위의 하늘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하늘 위에 있는 물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5. 너희가 주님의 명을 따라서 창조되었으니, 너희는 그 이름을 찬양하여라.

6. 너희가 앉을 영원한 자리를 정하여 주시고, 지켜야 할 법칙을 주셨다.

7. 온 땅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바다의 괴물들과 바다의 심연아,

8. 불과 우박, 눈과 서리, 그분이 명하신 대로 따르는 세찬 바람아,

9. 모든 산과 언덕들, 모든 과일나무와 백향목들아,

10. 모든 들짐승과 가축들, 기어다니는 것과 날아다니는 새들아,

11. 세상의 모든 임금과 백성들, 세상의 모든 고관과 재판관들아,

12. 총각과 처녀, 노인과 아이들아,

13. 모두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여라. 그 이름만이 홀로 높고 높다. 그 위엄이 땅과 하늘에 가득하다.

14. 주님이 그의 백성을 강하게 하셨으니, 찬양은 주님의 모든 성도들과, 주님을 가까이 모시는 백성들과, 이스라엘 백성이, 마땅히 드려야 할 일이다. 할렐루야.

 

(골로새서 3:12-17)

12. 그러므로 여러분은 하나님의 택하심을 입은 사랑 받는 거룩한 사람답게, 동정심과 친절함과 겸손함과 온유함과 오래 참음을 옷 입듯이 입으십시오.

13. 누가 누구에게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용납하여 주고, 서로 용서하여 주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과 같이,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14.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더하십시오. 사랑은 완전하게 묶는 띠입니다.

15.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지배하게 하십시오. 이 평화를 누리도록 여러분은 부르심을 받아 한 몸이 되었습니다. 또 여러분은 감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16. 그리스도의 말씀이 여러분 가운데 풍성히 살아 있게 하십시오. 온갖 지혜로 서로 가르치고 권고하십시오. 감사한 마음으로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로 여러분의 하나님께 마음을 다하여 찬양하십시오.

17. 그리고 말이든 행동이든 무엇을 하든지, 모든 것을 주 예수의 이름으로 하고, 그분에게서 힘을 얻어서,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

 

(누가복음 2:41-52)

41. 예수의 부모는 해마다 유월절에 예루살렘으로 갔다.

42. 예수가 열두 살이 되는 해에도, 그들은 절기 관습을 따라 유월절을 지키러 예루살렘에 올라갔다.

43. 그런데 그들이 절기를 마치고 돌아올 때에, 소년 예수는 예루살렘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그의 부모는 이것을 모르고,

44. 일행 가운데 있으려니 생각하고, 하룻길을 갔다. 그 뒤에 비로소 그들의 친척들과 친지들 가운데서 그를 찾았으나,

45. 찾지 못하여,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가서 찾아다녔다.

46. 사흘 뒤에야 그들은 성전에서 예수를 찾아냈는데, 그는 선생들 가운데 앉아서, 그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그들에게 묻기도 하고 있었다.

47.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의 슬기와 대답에 경탄하였다.

48. 그 부모는 예수를 보고 놀라서, 어머니가 예수에게 말하였다. "얘야, 이게 무슨 일이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찾느라고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른다."

49. 예수가 부모에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나를 찾으셨습니까? 내가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할 줄을 알지 못하셨습니까?"

50. 그러나 부모는 예수가 자기들에게 한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깨닫지 못하였다.

51. 예수는 부모와 함께 내려가 나사렛으로 돌아가서, 그들에게 순종하면서 지냈다. 예수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에 간직하였다.

52. 예수는 지혜와 키가 자라고,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을 받았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의 <말씀기억의 끈>, ‘내 아버지의 집’, 성전입니다.

 

구약, “주님을 섬겼다” (사무엘상 2:18)

시편, “주님을 찬양하여라” (시편 148)

서신서, “한 몸이 되었습니다” (골로새서 3:15)

복음서, “내가 내 아버지의 집에” (누가복음 2:49)

 

오늘 요절은, “내가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할 줄을 알지 못하셨습니까?”입니다. (누가 2:49)

 

 

[구약과 시편 (삼무엘상 2:18-20, 26 / 시편 148)]

오늘 구약본문의 주인공은 성소의 어린 사무엘입니다.

본문 앞뒤로 엘리 제사장의 아들들의 악행이 반복해서 자세히 나옵니다.(1217, 2225)

그리고 오늘 본문의 앞과 뒤에는 반복해서 한편, 어린 사무엘은이 나옵니다.(18, 26)

어린 사무엘이 엘리 아들들의 못된 모습과 대비되며 주님과 사람들에게 사랑받습니다.(26)

 

오늘 시편본문의 알맹이는 주님을 찬양하여라입니다.

주님을 찬양하여라가 후렴구로 수없이 반복됩니다.

야훼를 찬양하여라라는 뜻의 할렐루야로 본문은 시작하고 끝납니다.

하늘아 찬양하여라’(16), ‘온땅아 찬양하여라’(712), ‘땅과 하늘아 찬양하여라’(13)...

그러고 보니 온 천지(天地)에 내 아버지의 손길과 숨결이 스며있습니다.

 

 

[서신서와 복음서 (골로새서 3:12-17 / 누가복음 2:41-52)]

오늘 서신서본문은 옛사람을 버리고 새사람이 되어가는 교회의 모습입니다.

본문은 참다운 그리스도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갖추라는 권면으로 수미일관합니다.

참 성전에게 꼭 필요한 덕목들입니다.

말씀이 살아 있어(16) “한 몸평화를 이루어가는 모습이 돋보입니다.(15)

 

그리스도의 말씀이 여러분 가운데 풍성히 살아있게 하십시오...”(16)

이 평화를 누리도록 여러분은 부르심을 받아 한 몸이 되었습니다.”(15)

 

오늘 복음서본문의 주인공은 성전의 어린 예수님입니다.

열두 살 예수님은 사흘 동안 성전에서 여러 선생들과 말씀을 나눕니다.

성전이신 예수님이, 말씀이신 예수님이... 성전에서 말씀을 나눕니다.

자신을 찾아 헤매던 부모님께는 성전이 내 아버지의 집임을 새겨드립니다.

당장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어머니 마리아는 이 모두를 마음에 간직합니다.(51)

 

 

[정리]

오늘 본문은 구약과 복음서가 절묘하게 통합니다.

어린 사무엘과 어린 예수님이 주인공입니다.

두 분 다 성전에 머물러 있습니다.

두 분 다 커가면서 주님과 사람들에게 더욱 사랑 받습니다.(삼상 2:26, 누가 2:52)

 

차이점은, 사무엘의 부모와 달리 예수님의 부모님이 심히 당황하는 장면입니다.

한나는 아들을 주님께 바쳤지만, 마리아는 그러질 못했기 때문일까요?

분명한 것은, 하나님이 아들을 우리에게 바치셨다는 사실입니다.

 

사무엘은 엄마가 하나님께 바친 아이지만,

예수는 하나님께서 세상을 위해 바친 아이라는 사실입니다.

예수를 잃은 마리아가 성전에서 예수를 찾았듯이

예수를 잃은 세상은 성전에서 예수님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성전은 지금 무엇일까요?

지금 우리에게 참 성전, “내 아버지의 집은 어디에 살아남아 있을까요?

 

 

[나머지]

* 잃어버린 예수를 찾아서

예수를 잃어버린 마리아의 심정, 사흘이나 헤맨 마리아의 심정이 어떠했을까요? 오늘 본문의 마리아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거울입니다. 우리는 내 가까이에 예수가 늘 있으려니 하며 살아갑니다. 교회에 몸담고 있으니까 당연히 예수가 내 근처 어디에 있으려니 생각하고 우리는 일생을 가고 있습니다. 아뿔싸! 그런데 둘러보니 없는 겁니다!

그게 다가 아닙니다. 천신만고 끝에 사흘 만에 아들을 찾고 나서 아들 예수와 대화하는 마리아를 보십시오. 마리아는 여전히 예수의 진면목을 못 보고 있습니다. 가브리엘로부터 수태고지를 받은 마리아라면 오늘 아들의 말을 듣고 불현듯 깨달아 마당한데 여전히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12년 간 예수를 키우면서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일까요? 아들을 보호하고, 아들을 먹이고 입히고, 아들의 육신이 자라는 걸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그 12년 동안, 그 육신에 너무 익숙해 진 걸까요? 그래서 거기 있으려니 한 겁니다. 일행 가운데 있으려니... 내 품안에 있으려니... 그런데 예수가 없어진 겁니다.

12년 동안 예수에게 익숙해진 마리아가 예수를 잃어버렸듯이, 지금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예수의 어떤 점에 너무 익숙해졌기에 예수의 진면목이, 예수의 향기가 한국교회에서 사라졌다는 말을 듣는 걸까요? 우리 안에 있는 예수의 무엇이 예수님의 본질을 흐리게 한 걸까요? 우리가 참 예수님을 되찾으려면, 예수의 기운을 회복하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내 아버지의 집! 참 성전, 교회다운 교회를 이루는 길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그 길은 어딜까요?

 

 

 

 

[말씀동시] 하나님의 성전 (김윤서 지음. 명암교회 교회학교 6학년. 성실문화85)

예수님을 찾는 소리가 들리네

예수님은 어디계시나?

 

예수야! 예수야! 예수야!

 

찾았다.

어린 예수님 성전에

 

네가 왜 여깄니?

 

난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되는 걸 몰랐나요?

 

어린 예수님은 아버지의 집에

머물고 있었어요.

 

 

 

 

[말씀시조] (이정훈 지음.성실문화85)

유월절 예루살렘 열두 살 소년예수

어른들 선생들이 그의 말에 경탄할 때

어머니 안심하소서 내 아버지 집이니

 

 

 

 

[말씀한시] 내 아버지의 집에 있는 것이 마땅합니다 (오세종 지음.성실문화85)

村兒初行入聖殿(촌아초행입성전) 시골뜨기 어린이가 처음으로 성전에 가서

堂堂談論與律祭(당당담론여율제) 제사와 율사들과 당당하게 담론했다

父母見問何如在(부모견문하여재) 어째서 여기 있느냐?’ 부모가 찾아 다녔다

豈不知我當存殿(기부지아당존전) 어찌하여 나를 찾으셨습니까? 아버지의 집에 당연히 있어야 할 줄을 알지 못하셨습니까?

 

 

 

 

[말씀서예] 시편 148:7 (오세주 작품.성실문화85)

 

 

 

 

 

[말씀노래] ‘예수님 부모님은 행복하여라 (이정훈 작사, 박승원 작곡.성실문화85)

[본문] (누가복음 2:41-52)

[노랫말]

1) 예수님 부모님은 행복하여라, 열두살 우리아들 든든하여라

       유월절 끝마치고 고향가는길, 우리아들 예수가 사라졌어요

2) 더듬더듬 거슬러 올라갑니다, 예루살렘 구석구석 더듬습니다

       아뿔싸 우리아들 저기있네요, 선생들 가운데 앉아있네요

3) 애타게 너를찾아 헤매었단다, 아들아 도대체 무슨일이냐

       어찌해 다른데서 찾으셨나요, 여기가 내아버지 집이랍니다

4) 예수님 부모님은 행복하여라, 열두살 우리아들 든든하여라

       부모님께 효도하는 효자동이라, 하늘땅 사랑받는 사랑동이라

 

[해설]

누가복음 2:41-52절 말씀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7.5조로 다듬었고,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단원인 박승원 선생이 곡을 붙였다.

 

[악보] ‘예수님 부모님은 행복하여라 (이정훈 작사, 박승원 작곡)

(*악보 첫째 줄 끝마디 끝 음표 위에 붙은 기타코드는 ‘C’가 아니고 ‘G’입니다.)

 

 

 

 

 

[시편 송서(誦書)] 시편 148 (이정훈 다듬음.성실문화85)

(* 천자문 독송가락, 즉 전래자장가 풍으로)

 

1. 할렐루야-- 하늘에서--, -호와-를 찬양-하며-,

   높은 데서-- ----, (-) 찬양할지어---

 

2. 그의 모든 천사여 찬양하며 모든 군대여 그를 찬양할지어다

3. 해와 달아 그를 찬양하며 밝은 별들아 다 그를 찬양할지어다

 

4. 하늘의 하늘도 그-를 찬양-, (----)----,

   하-늘- 위에 있는- 물들---, -를 찬양할지어---

 

5. 그것들이 여호와의 이름을 찬양함은 그가 명령하시므로 지음을 받았음이로다

6. 그가 또 그것들을 영원히 세우시고 폐하지 못할 명령을 정하셨도다

 

7. -희 용들과 바다---, 땅에서 여호와-- 찬양하라--,

8. -과 우박과 눈-과 안개와, 그의 말씀을- 따르는 광풍-이며-

 

9. 산들과 모든 작은 산과 과수와 모든 백향목이며

10. 짐승과 모든 가축과 기는 것과 나는 새며

11. 세상의 왕들과 모든 백성들과 고관들과 땅의 모든 재판관들이며

12. 총각과 처녀와 노인과 아이들아

 

13. --와의 이름을 찬양할지어---, 그의 이름이- -로 높으-시며-,

    그-의 영광이 -- 하늘 위에-, 뛰어나심--이로---

 

[다함께]

14. -가 그의- ----, (백성)의 뿔-을 높이셨으니-,

    그-는 모-든 성----, -- -가까이 하-- 백성-

     이스라-엘- 자손의 찬----, (찬양) 받을-- 이시-로다-,

    (이스라-- 자손의 찬----, (--) 받을 이시로--) 할렐∼∥

 

 

14. -그의 백성의- 뿔을 높이셨으--, -는 모-든 성----,

     곧 그를 가까이 하-- ----, 이스라-- 자손의 찬양 받을이시로다 할렐∼∥

 

 

 

 

 

[말씀동화] 예루살렘 성전이 진동하던 사흘 동안

 

옛날옛날 아주 오랜 옛날, 호랑이 떼가 아카펠라 합창하던 시절 이야기예요.

 

해마다 유월절만 되면 떠들썩하던 예루살렘 성전이

올해는 유난히 시끌벅적합니다.

예루살렘 터줏대감들의 눈이 등잔만큼 커질 정도라네요?

도대체 지금 예루살렘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엊그제 예루살렘 성문 근처의 나무란 나무가 다 떨었습니다.

특히 종려나무 이파리가 다 떨어질 정도로 진동했다죠?

나사렛 촌구석에서 올라오는 사람들 한 무리가 들어올 때

종려나무가지들이 춤을 추듯 흔들리는 바람에 그랬다네요.

 

나사렛 촌뜨기들 가운데 아이 하나가 있었어요.

아마 성인식을 하러 엄마아빠랑 함께 오나본데,

또래보다 키도 작고 볼품없는 꼬마였습니다.

 

나사렛이면 예루살렘에서 120나 떨어진 촌이죠.

사흘 길을 걸어오느라 얼굴은 흙먼지 투성이 꾀죄죄한 꼬마가 들어옵니다.

예루살렘 성 입구에서부터 종려나무가지들이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바람결에 나뭇가지들이 소리 지릅니다.

 

여기저기서 까치 떼가 울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성전 언덕으로 올라설 때 유월절 양떼들의 울음소리가 귀를 울립니다.

유월절 양을 잡는 피비린내가 진동합니다.

그야말로 유월절 예루살렘 성전은 살육의 현장입니다.

 

나사렛 꼬마가 부르르 몸서리를 칩니다.

엄마아빠의 손을 꼭 붙잡습니다.

엄마아빠가 꼬마의 성인식을 치릅니다.

이사야 예언자의 커다란 두루마리를 품에 안을 때 꼬마의 볼이 발그레 상기됩니다.

온몸 구석구석 말씀으로 가득 차오르는 느낌입니다.

 

유월절 제물까지 다 바친 뒤에 나사렛 동네사람들이 하산을 시작합니다.

마지막 작별인사라도 하려는 듯 꼬마는 성전 벽에 가만히 손바닥을 댑니다.

성전 벽에 손을 대니 눈물이 납니다.

가만 보니 성전 벽에서도 땀이 흐릅니다. 아니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습니다.

 

그 순간 지성소가 빛을 뿜기 시작합니다.

성소와 지성소를 가르는 휘장은 미친 듯이 펄럭이다 기절한 듯 축 처져버리고

등대의 일곱 등잔은 심지가 빨개지도록 횃불처럼 타오릅니다.

지성소의 분향단은 펑펑 향 연기를 토해내고

언약궤 뚜껑을 감싸고 있는 그룹들은 황금 날개를 펄럭이며 어쩔 줄 모릅니다.

드디어 언약궤가 진동하기 시작하며 뚜껑이 열리기 직전

순간 모든 것이 멈춥니다.

꼬마가 성전 벽에서 손을 뗀 것입니다.

 

성전 안에서는 진땀을 흘리던 대제사장이 넋 나간 사람처럼 혼자 중얼거립니다.

 

12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어!”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걸까? 순간 잠을 깨듯 두리번거려도 엄마아빠가 보이지 않네요?

성인식을 치렀기 때문일까요? 꼬마는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비록 키는 작아도 마음만은 이미 꼬마가 아닌 겁니다.

낯설던 성전이 이젠 더 이상 남의 집 같지 않습니다.

 

꼬르륵 배꼽시계가 울리기 시작하자 코 끝에 음식냄새가 감도네요?

사방을 둘러보니 여기저기서 어른들이 음식을 먹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어른들이 혼자 선 꼬마에게 떡을 권합니다.

꼬마는 자연스레 어른들 틈에 들어가 떡을 초에 찍어 먹습니다.

 

무심코 어른들의 대화를 듣던 꼬마가 옥신각신하는 말 틈에 끼어듭니다.

어른들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어른들이 질문을 하고 꼬마는 대답하기 시작합니다.

 

율법학자들과 랍비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너도 나도 꼬마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아무리 어려운 수수께끼 질문에도 막힘없이 술술 답이 나옵니다.

어른들은 너도나도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도 동그래집니다.

 

마치 제 온 몸 안에 말씀 두루마리가 꽉 찬 듯

마치 온 몸 구석구석 지체들이 말씀 한 장 한 장인 듯

툭 치면 술술 쏟아져 나옵니다.

 

율법학자들과 랍비들이 재미있어 어쩔 줄 모릅니다.

골든벨이 열두 개나 동시에 울릴 지경입니다.

어른들이 묻습니다.

 

도대체 넌 누구냐?”

 

저는 나사렛에서 온 예수예요.”

 

 

둘째날밤 예수가 잠을 잡니다.

하늘을 이불삼아 단잠을 잡니다.

꿈에 대제사장이 되어 성전에 들어갑니다.

예수가 다가가자 휘장이 찢어지고 지성소로 들어가자 성전이 허물어집니다.

성전 벽돌들이 모두 어지러이 흩어지더니 어느덧 십자모양으로 재구성됩니다.

예수는 그 가운데 우뚝 올라섭니다.

 

그 순간 성전 상인들의 상이 다 뒤집어지고, 돈이 좌르르 쏟아져 내립니다.

짐승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새들도 푸드득 날아오릅니다.

 

예수가 기도를 시작하자 짐승들이 고요해집니다.

예수가 시편가 148장을 부르기 시작하자 짐승과 새들이 목소리를 높여 합창합니다.

특히 10절을 부를 때는 절정을 이룹니다.

 

예수가 잠을 깨니 예루살렘의 사흘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저기 한 떼의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네요?

돌아가신 시므온과 안나의 자녀들이 달려온 겁니다.(누가 2:22-38)

12년 전 온 성전이 진동했던 그 감동이 재현되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겁니다.

 

또 한 떼의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12년 전 영문도 모른 채 떼죽음을 당했던 예루살렘 인근 베들레헴 부모들이 달려온 겁니다.

아직도 가슴엔 노란 리본을 달고 있습니다.

 

예수는 그들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오열을 합니다.

살아있으면 제 자식들만 한 아이가 오열을 하니

유가족들의 통곡소리가 하늘을 찌릅니다.

 

또 한 떼의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이틀간 소년 예수의 말씀에 홀딱 반한 율법학자들과 랍비들입니다.

어느덧 예수는 어른들에게 둘러싸여 말씀잔치를 벌입니다.

예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씀이 송이 꿀보다 더 달콤합니다.

베들레헴 유가족들의 가슴에 그 말씀이 흘러들면서 큰 위로와 치료를 받습니다.

 

또 한 떼의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나사렛 식구들입니다.

엄마와 아빠가 난리가 났습니다.

 

얘야, 이게 무슨 일이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찾느라고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른다.”

 

발그레하게 상기된 얼굴로 예수가 대답합니다.

 

어찌하여 나를 찾으셨습니까? 내가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할 줄을 알지 못하셨습니까?”

 

말씀으로 가득한 배에서 물 흐르듯 흘러나온 말이지만

엄마 얼굴은 아직 하얗게 질려있습니다.

예수는 얼른 엄마의 손을 잡아드립니다.

그제야 새하얗던 엄마의 얼굴에 핏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뒤로하고

엄마아빠의 손을 잡은 예수가 예루살렘 성전 뜰을 나섭니다.

앞으로 성전 뜰을 더 자주 밟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예루살렘을 떠납니다.

 

문득 예수가 엄마 손을 꼭 잡으며 말합니다.

 

엄마, 내 아버지 집은 아픈 자식들이 돌아갈 집이에요. 내 아버지께서 차려주시는 밥을 먹고 온갖 병 다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에요. 그리고 내 아버지 집은 탕자들이 돌아갈 곳이에요. 절름절름 절면서라도, 기어서라도 기어이 돌아가야 할 고향집이에요. 배고파 잔뜩 굶주린 탕자들이 유일하게 실컷 밥을 먹을 수 있는 집이에요. 아버지가 차려주신 잔칫상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집이 바로 내 아버지 집이에요.”

 

뜬금없는 아들의 말에 엄마는 어리둥절합니다.

그래도 엄마는 예루살렘 성전 사흘 동안 말씀대장으로 훌쩍 자란 아들 예수의 말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합니다.

 

나사렛 꼬마 예수는 이제 키도 무럭무럭 자랄 겁니다.

하늘땅 사랑 담뿍 받은 예수는 그 사랑 아낌없이 나눠주며 살아갈 겁니다.

나사렛 꼬마 예수처럼 이땅 저땅 꼬마들도 이제 키가 자라 말씀대장이 되어갈 겁니다.

내 아버지 집에서 말씀 먹으면서 그 사랑도 무럭무럭 자랄 겁니다.

 

[이정훈 지음. 20151227일 주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