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는 정의를 사랑하시고, 불법을 미워하셨습니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이사야 52:7-10)
7. 놀랍고도 반가워라! 희소식을 전하려고 산을 넘어 달려오는 저 발이여! 평화가 왔다고 외치며, 복된 희소식을 전하는구나. 구원이 이르렀다고 선포하면서, 시온을 보고 이르기를 "너의 하나님께서 통치하신다" 하는구나.
8. 성을 지키는 파수꾼들의 소리를 들어 보아라. 그들이 소리를 높여서, 기뻐하며 외친다. 주님께서 시온으로 돌아오실 때에, 오시는 그 모습을 그들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9. 너희 예루살렘의 황폐한 곳들아, 함성을 터뜨려라. 함께 기뻐 외쳐라. 주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위로하셨고, 예루살렘을 속량하셨다.
10. 주님께서 모든 이방 나라들이 보는 앞에서, 당신의 거룩하신 능력을 드러내시니, 땅 끝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 하나님의 구원을 볼 것이다.
(시편 98)
1. 새 노래로 주님께 찬송하여라. 주님은 기적을 일으키는 분이시다. 그 오른손과 그 거룩하신 팔로 구원을 베푸셨다.
2. 주님께서 베푸신 구원을 알려 주시고, 주님께서 의로우심을 뭇 나라가 보는 앞에서 드러내어 보이셨다.
3. 이스라엘 가문에 베푸신 인자하심과 성실하심을 기억해 주셨기에, 땅 끝에 있는 모든 사람까지도 우리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볼 수 있었다.
4. 온 땅아, 소리 높여 즐거이 주님을 찬양하여라. 함성을 터뜨리며, 즐거운 노래로 찬양하여라.
5. 수금을 뜯으며, 주님을 찬양하여라. 수금과 아우르는 악기들을 타면서, 찬양하여라.
6. 왕이신 주님 앞에서 나팔과 뿔나팔 소리로 환호하여라.
7. 바다와 거기에 가득 찬 것들과 세계와 거기에 살고 있는 것들도 뇌성 치듯 큰소리로 환호하여라.
8. 강들도 손뼉을 치고, 산들도 함께 큰소리로 환호성을 올려라.
9. 주님께서 오신다. 그가 땅을 심판하러 오시니, 주님 앞에 환호성을 올려라. 그가 정의로 세상을 심판하시며, 뭇 백성을 공정하게 다스리실 것이다.
(히브리서 1:1-4(5-12))
1. 하나님께서 옛날에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으나,
2. 이 마지막 날에는 아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아들을 만물의 상속자로 세우셨습니다. 그를 통하여 온 세상을 지으신 것입니다.
3. 그는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시요, 하나님의 본체대로의 모습이십니다. 그는 자기의 능력 있는 말씀으로 만물을 보존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는 죄를 깨끗하게 하시고서 높은 곳에 계신 존엄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
4. 그는 천사들보다 훨씬 더 높게 되셨으니, 천사들보다 더 빼어난 이름을 물려받으신 것입니다.
(5. 하나님께서 천사들 가운데서 누구에게 "너는 내 아들이다. 내가 오늘 너를 낳았다" 하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까? 또,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내 아들이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까?
6. 그러나 자기의 맏아들을 세상에 보내실 때에는 "하나님의 천사들은 모두 그에게 경배하여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7. 또 천사들에 관해서는 성경에 이르기를 "하나님께서는 천사들을 바람으로 삼으시고, 시중꾼들을 불꽃으로 삼으신다" 하였고,
8. 아들에 관해서는 성경에 이르기를 "하나님, 주님의 보좌는 영원무궁하며, 공의의 막대기는 곧 주님의 왕권입니다.
9. 주님께서는 정의를 사랑하시고, 불법을 미워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곧 주님의 하나님께서는 주님께 즐거움의 기름을 부으셔서, 주님을 주님의 동료들 위에 높이 올리셨습니다" 하였습니다.
10. 또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태초에 땅의 기초를 놓으셨습니다. 하늘은 주님의 손으로 지으신 것입니다.
11. 그것들은 없어질지라도, 주님께서는 영원히 존재하십니다. 그것들은 다 옷처럼 낡을 것이요,
12. 주님께서는 그것들을 두루마기처럼 말아 치우실 것이며, 그것들이 다 옷처럼 변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언제나 같으시고, 주님의 세월은 끝남이 없을 것입니다.")
(요한복음 1:1-14)
1.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그 '말씀'은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그 '말씀'은 하나님이셨다.
2. 그는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3. 모든 것이 그로 말미암아 창조되었으니, 그가 없이 창조된 것은 하나도 없다. 창조된 것은
4. 그에게서 생명을 얻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의 빛이었다.
5.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니, 어둠이 그 빛을 이기지 못하였다.
6. 하나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다. 그 이름은 요한이었다.
7. 그 사람은 그 빛을 증언하러 왔으니, 자기를 통하여 모든 사람을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8. 그 사람은 빛이 아니었다. 그는 그 빛을 증언하러 왔을 따름이다.
9. 참 빛이 있었다. 그 빛이 세상에 와서 모든 사람을 비추고 있다.
10. 그는 세상에 계셨다. 세상이 그로 말미암아 생겨났는데도, 세상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11. 그가 자기 땅에 오셨으나, 그의 백성은 그를 맞아들이지 않았다.
12. 그러나 그를 맞아들인 사람들, 곧 그 이름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
13. 이들은 혈통에서나, 육정에서나, 사람의 뜻에서 나지 아니하고, 하나님에게서 났다.
14. 그 말씀은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의 영광을 보았다. 그것은 아버지께서 주신, 외아들의 영광이었다. 그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였다.
[절기 습관]
성탄절 4본문을 읽을 때마다 늘 초림과 재림의 분위기를 함께 느낍니다.
원래 대림절에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던 전통 때문일까요?
그래서 늘 ‘정의의 심판’과 ‘사랑의 회복’이 감돕니다.
예수님의 그 이름 ‘임마누엘’에 담긴 뜻과
성육신(도성인신(道成人身)의 목적을 되새기며 본문을 묵상합니다.
[4본문 전체에 감도는 느낌]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의 알맹이는, ‘정의의 주님께서 오셨다’입니다.
구약, “너희 예루살렘의 황폐한 곳들아 함성을 터뜨려라”(이사 52:9)
시편, “그가 정의로 세상을 심판하시며”(시편 98:9)
서신서, “주님께서는 정의를 사랑하시고”(히브 1:9)
복음서, “어둠이 그 빛을 이기지 못하였다”(요한 1:5)
오늘 요절은, “주님께서는 정의를 사랑하시고, 불법을 미워하셨습니다”입니다.(히브 1:9)
[구약과 시편 (이사야 52:7-10 / 시편 98)]
구약본문과 시편본문은 바벨론 포로들의 귀환을 노래합니다.
“주님께서 시온으로 돌아오실 때에”에서 동시에 백성들의 귀환이 느껴집니다.(사 52:8)
하나님 배신으로 황폐해진 심령들이 70년 바벨론 포로살이 동안 조금씩 회복합니다.
그렇게 귀환하는 백성들 속에서 언약궤보다 선명한 임마누엘의 새싹이 돋아납니다.
“예루살렘의 황폐한 곳들이 함성을 터뜨”릴만큼 주님의 집 재건이 코앞입니다.(사 52:9)
주님의 집 재건은 이미 백성들의 삶 속에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황폐한 곳은 성전 터뿐이 아닙니다.
예루살렘과 인근에 남아있던 사람들의 생활 구석구석, 마음 구석구석 역시
새롭게 재건되어야 했습니다.
“그가 정의로 세상을 심판하시며, 뭇 백성을 공정하게 다스리실 것이다.”(시 98:9)
비린내 나는 맘몬놀이와 썩어빠진 정치놀음에 찌든 때를
70년 동안 박박 씻어낸 사람들을 통해 일으키실 하나님의 정의로운 역사는
온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기적처럼 보일 것입니다.(시 98:1)
오늘 구약과 시편 본문 양쪽에서 이구동성 반복되는 문장처럼,
‘땅 끝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 하나님의 구원을 볼 것입니다.’(사 52:10, 시 98:3)
[서신서와 복음서 (히브리서 1:1-4(5-12) / 요한복음 1:1-14)]
오늘 서신서와 복음서 본문은 이구동성으로 주님의 정의를 외칩니다.
불법을 미워하시는 주님께서(히 1:9) 오셔서 어둠의 세력들을 몰아내십니다.(요 1:5)
“불법”과 “어둠”이란 하나님의 법(언약)을 흐리게 만들고 왜곡하는
이 세상 온갖 탐욕 시스템입니다.
육체를 입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우리에게
육체를 입고 오늘 오신 것입니다.
육체를 입고 우리 가운데 사시는(요 1:14) 그 말씀께서 나를 따르라 부르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길을 따르는 사람들(“그를 맞아들인 사람들, 곧 그 이름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십니다.(요 1:12)
하나님의 자녀란 하나님을 빼닮은 사람, 딱 예수님 같은 사람입니다.
예수님처럼, 불의한 시대에 오히려 정의로운 사람입니다.
예수님처럼, 가난해도 오히려 해처럼 빛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처럼, 죽어도 오히려 생명력 넘치는 사람입니다.
[정리]
만약 예수님 첫돌잔치 때 돌잡이를 하셨다면 ‘정의의 막대기’를 잡지 않으셨을까요?(히 1:8)
오늘 예수님 2015번째 생일잔치 날에는 무엇을 잡으실까요?
예수님의 몸 교회는 오늘 무엇을 잡아야 할까요?
세월호의 저 어처구니없는 죽임을 저지른 이 나라의 부정, 부패, 불법이,
해가 두 번이나 바뀌려는 오늘까지도 죄 값을 치르지 않은,
불법이 청산되지 않은 부끄럽고 불의한 역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저런 부끄럽고 불의한 역사가 얼마나 많을까요?
부끄러우면 부끄러울수록 더 드러내 놓고, 마치 저 70년 바벨론 포로살이처럼
철두철미 속죄하고 반성해야 그 상처가 씻기는 법인데,
지금 우리는 마치 부끄럽고 불의한 역사들을 몽땅 묻어버리려는 듯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혈안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생일을 맞이하고, 또, 다시 오신 예수님을 바라면서
정의의 하나님!
그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받은 우리 정의롭고 거룩한 주님의 몸 교회는
과연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부디 진정 기쁜 성탄절을 기원합니다.
말초감각을 넘어 우리 영혼 깊숙한 곳에서부터 솟구치는 기쁨,
이 시대 깊은 막장에서 흐느끼고 있는 모든 억울한 약자들까지 함께 기쁠 수 있는 성탄절을!
[나머지]
*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절은 한 아기가 탄생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참 빛이신 아기 예수가 탄생한 것은, 임마누엘의 탄생, 곧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길이 열린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모여 주님의 몸 교회를 이룬다는, 다시 말하면, 우리가 교회, 즉 하나님의 몸으로 태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참으로 성육신(成肉身), 도성인신(道成人身)의 신비는 끝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 비밀을 아는 사람들, 이 신비를 품은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늘 두근두근 신나게, 당당하게, 넉넉하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 안의 참 빛을 온누리 모든 사람들에게 비추며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도 빠짐없이 다 참 빛이신 예수의 가족입니다. 그분 예수님을 맏형으로 한, 그 분을 머리로 한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자녀, 하나님의 몸입니다.
12. 그러나 그를 맞아들인 사람들, 곧 그 이름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 13. 이들은 혈통에서나, 육정에서나, 사람의 뜻에서 나지 아니하고, 하나님에게서 났다.
그래서 성경은 우리를 가리켜 “빛의 자녀”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전에는 어둠이었으나, 지금은 주님 안에서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사십시오.(에베소서5:8)
기쁜 성탄절입니다. 하나님이 우리 가운데 태어나신 날이고, 나도 하나님 자녀로 태어나는 날이며, 우리가 하나님의 몸으로 태어나는 날입니다. 이 성탄의 신비, 성탄의 능력, 성탄의 기쁨이 여러분 가정에, 온누리에 가득하시길 빕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말씀동시] 참 멋져요! (김민서 지음. 명암교회 교회학교 4학년. 「성실문화」 85호)
참 멋져요!
은혜와 진리로 가득하신 예수님
세상 사람들에게 빛이 되신 예수님
참 멋져요!
참 빛이 되신 예수님을 전하려고
노력한 요한
나 같았어도 예수님을 전하려고
요한처럼 노력했을까?
당연하지!
나는 하나님의 자녀니까!
[말씀시조] 태초에 그 말씀이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85호)
태초에 그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셔
어둔 세상 밝히셔도 그를 보지 못하더니
그 말씀 사람이 되어 우리 중에 사시다
[말씀한시] 생명이 세상에 오셨다 (오세종 지음. 「성실문화」 85호)
生命臨世受迎之(생명임세수영지) 생명이 세상에 오셨다. 은혜로 그를 영접하면
賦與特權天子稱(부여특권천자칭) 하나님의 자녀 되는 특권을 주신다
非穴非情由上主(비혈비정유상주) 생명은 혈정에서 나지 않았다
道成肉軀獨生榮(도성육구독생영) 주로부터 말미암아 도(道)가 육신이 되었다. 이는 독생자의 영광이다.
[말씀서예] 시편 98:3 (오세주 작품. 「성실문화」 85호)
[말씀노래] 그 말씀 사람이 되시오니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85호)
[본문] (요한복음 1:1-14)
[노랫말]
1절) 태초에 말씀이 계시오니, 그말씀 하나님 이시어라
태초에 그분과 함께계셔, 그말씀 온세상 이루도다
(후렴)그말씀 사람이 되시오니, 그이름 예수 임마누엘
2절) 말씀이 생명을 이루시니, 그생명 만민의 빛이도다
그빛이 어둠을 비추시니, 그빛이 어둠을 이기도다 (후렴)
3절) 하나님 요한을 보내시니, 그사람 그빛을 증언하네
모든이 증거의 말씀받아, 참빛을 깨닫게 함이로다 (후렴)
4절) 참빛이 온누리 비추어도, 사람들 어버이 모르도다
그이름 받들어 믿는사람, 하나님 자녀가 되리로다 (후렴)
5절) 그말씀 사람이 되시오니, 사람과 하나로 사시도다
독생자 영광이 크시어라,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다 (후렴)
[해설]
요한복음 1:1-14절 말씀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어 느린 중중모리장단에 가락을 붙였다. 오래전 2002년에 지은 초기 말씀노래로, 향린교회 「국악찬송가집」에 실려 있다.
[악보] ‘그 말씀 사람이 되시오니’ (이정훈 지음, 2002. 11. 25)
[시편 송서(誦書)] 시편 98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 85호)
(* 천자문 독송, 즉 전래자장가 풍으로)
1. 새 노래로 여호와께 찬송하라 그는 기이한 일을 행하사 그의 오른손과 거룩한 팔로 자기를 위하여 구원을 베푸셨음이로다
2. 여--호-와께--서--, 그-의 구원을 알게 하시며-,
그-의 공의를 뭇- 나-라의 목전에-서-, 명백-히-- 나타내-셨-도다-∼
3. 그가 이스라엘의 집에 베푸신 인자와 성실을 기억하셨으므로 땅 끝까지 이르는 모든 것이 우리 하나님의 구원을 보았도다
4. 온-- 땅이여 여-호와께-, 즐거이 소리칠지어-다--,
소리 내어-- 즐겁게 노래하-며-, 찬송-할--지어-다--∼
5. 수금으로 여호와를 노래하라 수금과 음성으로 노래할지어다
6. 나팔과 호각 소리로 왕이신 여호와 앞에 즐겁게 소리칠지어다
7. 바다와 거-기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중에 거주하는 자-는--,
다-- 외칠-지어-다--, (다-- 외-칠지어-다--)∼
8. 여호와 앞에서 큰물은 박수할지어다 산악이 함께 즐겁게 노래할지어다
(다함께)
9. 그-가 땅-을 심판하러--, 임하-실-- 것임이로다-,
그-가 의-로 세계를 판단하시며-, 공-평-으로 그의 백성을- 심판하시리∼로∿다∼∥
[말씀동화] 예수님의 돌잡이
동방박사 세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왔어요.
아기 예수 첫돌을 맞아 다시 찾아온 거예요.
산 넘고 물 건너 별을 따라서,
이번엔 이집트 후미진 어느 마을까지 찾아온 거죠.
첫아기 첫돌을 맞았지만 친척들도 없고 고향 친구들도 없이 초라한
이 베들레헴 난민 가족의 입가엔
모처럼 환하게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황금 유향 몰약을 또 가져왔을까?
오늘은 과연 무슨 선물일지 궁금하죠?
어라? 이번엔 황금 유향 몰약이 아니라,
사랑의 복주머니, 평화의 바람개비, 그리고 정의의 막대기예요.
첫돌 선물들을 앞마당 작은 나무 가지에 걸어놓네요?
아하! 동방의 풍습대로 돌잡이를 하려나 봐요!
돌쟁이 아기 예수가 엄마 손을 잡고 뒤뚱뒤뚱 걸어갑니다.
알록달록 예쁜 선물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작은 나무 앞에 오도마니 섭니다.
살랑살랑 바람결에 반짝반짝 빛나는 선물들!
곱디 고운 바람개비가 돌기 시작하자 아기예수는 까르르 웃습니다.
앙증맞은 복주머니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없이 복스럽습니다.
그런데 아기예수가 덥석 잡은 건 바람개비도 복주머니도 아닌 지팡이예요.
임금님이 들고 있는 규(圭)처럼도 보이고,
목자들이 짚던 지팡이처럼도 보이죠?
복주머니랑 바람개비 대신 막대기를 잡았기 때문일까요?
순간 엄마아빠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마주봅니다.
동방박사들이 다가가 따뜻하게 위로합니다.
“걱정 말아요 그대. 사랑과 평화 그리고 정의는 한 몸이랍니다.”
정의의 막대기를 잡은 사랑덩어리 아기예수의 눈이 평화롭게 빛납니다.
그리고 문득, 호수처럼 커다란 아기예수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르 흐릅니다.
아기예수 첫돌잔치는 베들레헴 통곡의 날입니다.
아기예수를 죽이려는 미친 헤롯의 칼날에
예수 대신 베들레헴 사내아이들이 모두 죽은 합동제삿날입니다.
수많은 가족들이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피눈물의 역사를 헤롯은 지우려합니다.
미친 헤롯은 아이들이 돌림병으로 죽었다고 역사를 왜곡합니다.
부정, 부패, 불의한 권력이 불법을 저지르고
그 흔적마저 지우려들자
엄마아빠들의 눈에서 또다시 피눈물이 솟아납니다.
억울하게 죽어간 아이들의 눈을 편안히 감겨주지도 못하고
저 파렴치한 역사왜곡조차 막을 길 없는 힘없는 엄마아빠들은
차라리 눈을 감아버립니다.
그 때 아기 예수의 눈이 더 둥그레지면서
고운 손으로 정의의 막대기를 잡은 겁니다.
이제 저 미친 헤롯의 미친 역사는 만천하에 고스란히 드러날 것입니다.
제아무리 어두컴컴한 땅 속에 깊숙이 파묻었어도
역사는 마침내 환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저 환한 예수님의 눈빛을 피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성탄교회는 성탄절에 창립해서 이름이 성탄교회예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성탄교회는
성탄절 때마다 돌잡이 행사를 한답니다.
해마다 대림 첫 주일부터 예배실 앞에 성탄목(聖誕木)을 만들어서
거기 아기예수님을 기억하는 성탄상징물을 하루에 하나씩 거는 데요,
대림절 4주 동안 하루하루 상징물이 늘어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죠!
성탄전야 행사 때 성탄목에 성탄상징물을 건 사람들이
그 상징의 의미를 짤막하게 소개하는 시간도 가져요.
꿈보다 해몽이라고, 저마다 재미있고 뜻 깊은 설명을 하려고
경험과 지식 그리고 지혜를 모읍니다.
그리고 이튿날 성탄절 아침에는
지난 해 성탄교회에 등록한 교우들이 나와서
돌잡이를 합니다.
물론 돌잡이를 한 사람은 그걸 잡은 까닭을 또 재미있게 설명하겠죠?
그런데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때문인지...
작년 성탄절엔 성탄목에 낯선 상징물이 걸리기 시작했어요.
세월호와 함께 우리 곁을 떠난 친구들이 좋아하던 물건들이 걸리고,
자그마한 장난감 통통배도 걸립니다.
게다가 세월호 모형을 잠수함으로 둔갑 시킨 것도 있고
아예 세월호 모형에 날개를 단 것도 등장했었죠.
그뿐 아니에요.
노란 손수건에, 노란 바람개비, 그리고 노란색 지팡이도 있었습니다.
노란 지팡이를 어떤 이는 홍해바다를 가른 모세의 지팡이라고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선한 목자이신 예수님의 지팡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이는 정의의 막대기라고도 불렀죠.
다들 금년 성탄목엔 어떤 상징물이 걸릴지 궁금합니다.
이번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잔뜩 흥분한 교우들이 많아서
역사를 바로 세우려고, 우리 근현대사가 왜곡되지 않게 하려고,
더욱이 세월호 사태를 정확하게 알릴 수 있는 상징물을 만들려고 다들 애쓰고 있습니다.
지난 대림절 첫 주일엔 자그마한 손거울이 성탄목에 걸렸어요.
거울은 우리의 고운모습 추한모습을 가리지 않고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거울[감(鑑)]을 역사라는 뜻으로 썼다고 하네요?
이 땅에 참 빛으로 오신 예수님!(요 1:9)
정의를 사랑하시고 불법을 미워하신 예수님!(히 1:9)
우리 예수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목에
세월호의 진실을 드러내는 상징물, 그리고 역사 바로 세우기의 상징물들을 장식한다면
예수님께서도 기뻐하실 게 틀림없습니다.
이번 성탄절 성탄교회 성탄목 장식엔 어떤 상징물이 걸릴는지 궁금한데요?
그나저나 여러분 교회 성탄목엔 오늘 무엇이 걸렸나요?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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