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계십니다”
[성서일과 4본문]
(욥기 23:1-9, 16-17)
1. 욥이 대답하였다.
2. 오늘도 이렇게 처절하게 탄식할 수밖에 없다니! 내가 받는 이 고통에는 아랑곳없이, 그분이 무거운 손으로 여전히 나를 억누르시는구나!
3. 아, 그분이 계신 곳을 알 수만 있다면, 그분의 보좌까지 내가 이를 수만 있다면,
4. 그분 앞에서 내 사정을 아뢰련만, 내가 정당함을 입이 닳도록 변론하련만.
5. 그러면 그분은 무슨 말로 내게 대답하실까? 내게 어떻게 대답하실까?
6. 하나님이 힘으로 나를 억누르실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말씀을 드릴 때에, 귀를 기울여 들어 주실 것이다.
7. 내게 아무런 잘못이 없으니, 하나님께 떳떳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다. 내 말을 다 들으시고 나서는, 단호하게 무죄를 선언하실 것이다.
8. 그러나 동쪽으로 가서 찾아보아도, 하나님은 거기에 안 계시고, 서쪽으로 가서 찾아보아도, 하나님을 뵐 수가 없구나.
9. 북쪽에서 일을 하고 계실 터인데도, 그분을 뵐 수가 없고, 남쪽에서 일을 하고 계실 터인데도, 그분을 뵐 수가 없구나.
16. 하나님이 내 용기를 꺾으셨기 때문이고, 전능하신 분께서 나를 떨게 하셨기 때문이지,
17. 내가 무서워 떤 것은 어둠 때문도 아니고, 흑암이 나를 덮은 탓도 아니다.
(시편 22:1-15)
1.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어찌하여 그리 멀리 계셔서,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나의 간구를 듣지 아니하십니까?
2. 나의 하나님, 온종일 불러도 대답하지 않으시고, 밤새도록 부르짖어도 모르는 체하십니다.
3. 그러나 주님은 거룩하신 분, 이스라엘의 찬양을 받으실 분이십니다.
4. 우리 조상이 주님을 믿었습니다. 그들은 믿었고, 주님께서는 그들을 구해 주셨습니다.
5. 주님께 부르짖었으므로, 그들은 구원을 받았습니다. 주님을 믿었으므로, 그들은 수치를 당하지 않았습니다.
6. 그러나 나는 사람도 아닌 벌레요, 사람들의 비방거리, 백성의 모욕거리일 뿐입니다.
7. 나를 보는 사람은 누구나 나를 빗대어서 조롱하며, 입술을 비쭉거리고 머리를 흔들면서 얄밉게 빈정댑니다.
8. "그가 주님께 그토록 의지하였다면, 주님이 그를 구하여 주시겠지. 그의 주님이 그토록 그를 사랑하신다니, 주님이 그를 건져 주시겠지" 합니다.
9. 그러나 주님은 나를 모태에서 이끌어 내신 분, 어머니의 젖을 빨 때부터 주님을 의지하게 하신 분이십니다.
10. 나는 태어날 때부터 주님께 맡긴 몸, 모태로부터 주님만이 나의 하나님이었습니다.
11. 나를 멀리하지 말아 주십시오. 재난이 가까이 닥쳐왔으나,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습니다.
12. 황소 떼가 나를 둘러쌌습니다. 바산의 힘센 소들이 이 몸을 에워쌌습니다.
13. 으르렁대며 찢어발기는 사자처럼 입을 벌리고 나에게 달려듭니다.
14. 나는 쏟아진 물처럼 기운이 빠져 버렸고 뼈마디가 모두 어그러졌습니다. 나의 마음이 촛물처럼 녹아내려, 절망에 빠졌습니다.
15. 나의 입은 옹기처럼 말라 버렸고, 나의 혀는 입천장에 붙어 있으니, 주님께서 나를 완전히 매장되도록 내버려 두셨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서 4:12-16)
12.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어서, 어떤 양날칼보다도 더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뚫어 혼과 영을 갈라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놓기까지 하며, 마음에 품은 생각과 의도를 밝혀냅니다.
13. 하나님 앞에는 아무 피조물도 숨겨진 것이 없고, 모든 것이 그의 눈앞에 벌거숭이로 드러나 있습니다. 우리는 그의 앞에 모든 것을 드러내 놓아야 합니다.
14. 그러나 우리에게는 하늘에 올라가신 위대한 대제사장이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신앙 고백을 굳게 지킵시다.
15. 우리의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는 모든 점에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시험을 받으셨지만, 죄는 없으십니다.
16. 그러므로 우리는 담대하게 은혜의 보좌로 나아갑시다. 그리하여 우리가 자비를 받고 은혜를 입어서, 제때에 주시는 도움을 받도록 합시다.
(마가복음 10:17-31)
17. 예수께서 길을 떠나시는데, 한 사람이 달려와서,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그에게 물었다. "선하신 선생님, 내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18.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너는 나를 선하다고 하느냐? 하나님 한 분 밖에는 선한 분이 없다.
19. 너는 계명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살인하지 말아라, 간음하지 말아라, 도둑질하지 말아라, 거짓으로 증언하지 말아라, 속여서 빼앗지 말아라, 네 부모를 공경하여라' 하지 않았느냐?"
20. 그가 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 나는 이 모든 것을 어려서부터 다 지켰습니다."
21. 예수께서 그를 눈여겨보시고, 사랑스럽게 여기셨다. 그리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에게는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가서,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라. 그리하면, 네가 하늘에서 보화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22. 그러나 그는 이 말씀 때문에, 울상을 짓고, 근심하면서 떠나갔다. 그에게는 재산이 많았기 때문이다.
23. 예수께서 둘러보시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재산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가 참으로 어렵다."
24. 제자들은 그의 말씀에 놀랐다. 예수께서 다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사람들아,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25.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지나가는 것이 더 쉽다."
26. 제자들은 더욱 놀라서 "그렇다면, 누가 구원을 받을 수 있겠는가?" 하고 서로 말하였다.
27. 예수께서 그들을 눈여겨보시고, 말씀하셨다. "사람에게는 불가능하나, 하나님께는 그렇지 않다. 하나님께는 모든 일이 가능하다."
28. 베드로가 예수께 말씀드렸다. "보십시오, 우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선생님을 따라왔습니다."
29.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를 위하여, 또 복음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어머니나 아버지나 자녀나 논밭을 버린 사람은,
30. 지금 이 세상에서는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논밭을 백배나 받을 것이고, 오는 세상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31. 그러나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 <말씀기억의 끈>은,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시편 22:1)입니다.
구약, “아, 그분이 계신 곳을 알 수만 있다면”(3)
시편, “어찌하여 그리 멀리 계셔서”(1)
서신서, “하늘에 올라가신”(14)
복음서,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23, 24)
오늘 요절은, “그러나 우리에게는 ... 예수가 계십니다”(히브 4:14)입니다.
[구약과 시편 (욥기 23:1-9, 16-17 / 시편 22:1-15)]
오늘 구약본문은 ‘엘리바스의 세 번째 말에 대한 욥의 대답’입니다.
지금 욥의 가장 큰 고통은, 하나님 없는 현실입니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도움을 청할 길 없음입니다.
도대체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 걸까요?
오늘 시편본문은 구약본문의 응답찬송으로 적격입니다.
예수님조차 인용하신 듯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로 시작합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으신 하나님!
도대체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 걸까요?
[서신서와 복음서 (히브리서 4:12-16 / 마가복음 10:17-31)]
오늘 서신서본문은 우리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주십니다.
도대체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 걸까 하고 절망한 백성들에게 큰 희망입니다.
하나님께서 눈에 보이는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오신 겁니다.
게다가 우리와 같은 몸을 지니셨으므로 우리의 연약함을 누구보다 잘 아십니다.(15)
좌우 날선 검과 같으신 하나님 말씀 앞에서 우리의 모든 것은 낱낱이 드러납니다.(12-13)
우리의 의와 불의, 우리의 모든 허물과 억울한 사정까지 숨김없이 다 드러납니다.
게다가 우리 허물과 억울함 때문에
대신 십자가를 지시고 부활승천하신 예수님이 계십니다.
물론 예수님의 승천은 우리를 피해 도망가신 게 아닙니다.
그러니 하나님이 어디 계시는가? 하나님이 살아계시는가?
이런 헛된 한탄과 절망은 그만 멈추고
예수님을 바로 보고, 은혜와 자비가 많으신 그분 앞에 믿음으로 나아가,
“제때에 주시는 도움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16)
오늘 구약본문의 알맹이가 욥의 절망이라면,
오늘 복음서본문은 어느 신실한 부자의 근심과 절망으로 시작합니다.
마치 욥처럼 의롭게 살아왔기에 그 절망이 더 큽니다.
모든 재산 가난한 이들에게 다 나눠주고 나를 따르라는 예수님 말씀 때문입니다.
그래야 영생을 얻을 수 있다는, 하나님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 참으로 어렵다는 말씀에
제자들조차 당황합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는 모든 일이 가능하다.” (27)
내가 하나님께 가기 어려워, 하나님이 몸소 오시지 않았습니까?
내가 하나님나라에 들어가기 어려워, 하나님나라가 우리에게 오고계시지 않습니까?
깜짝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리]
오늘 구약본문과 시편본문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절망’입니다.(시편 22:14)
하나님을 따르고 사랑받는 사람이었기에 그 절망이 더 큽니다.(시편 22:8)
이 본문들을 묵상하는 동안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울부짖음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졸지에 자식과 재산과 건강을 잃은 이 시대의 욥처럼 보입니다.
세월호 범죄자들로부터 아직까지 자백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 국민들로부터 아직까지 오해와 냉대를 받고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 그리스도인이 여럿인데, 그들이 특히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합니다.
세월호 사태에 대한 교회들의 반응을 보고 더 그러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신학대학원을 다닌 어느 아빠조차 이젠 교회 예배에 거의 안 나간다고 합니다.
저렇게 억울한 일을 당한 당신 자녀들의 오열을 보면서,
도대체 하나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 걸까요?
오늘 구약과 시편본문에 대한 응답찬송을 찾다가 시편 113:5-8절을 발견합니다.
5.주 우리 하나님과 같은 이가 어디에 있으랴? 높은 곳에 계시지만, 6.스스로 낮추셔서, 하늘과 땅을 두루 살피시고, 7.가난한 사람을 티끌에서 일으키시며 궁핍한 사람을 거름더미에서 들어올리셔서, 8.귀한 이들과 한자리에 앉게 하시며 백성의 귀한 이들과 함께 앉게 하시고,
마을 울타리 바깥, 쓰레기와 오물을 버리는 곳에 내던져진 인생조차
그 쓰레기장, 똥통에서 들어 올리셔서 귀한 이들과 한자리에 앉게 하십니다.
그분이 어디 계신 줄만 알면, 내가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찾아가려 했는데,
내가 가기도 전에 나를 찾아내시고, 나를 찾아오신 겁니다.
사람의 몸을 입고 오신 겁니다.
그리고 십자가에 돌아가심으로 우리를 다 끌어안으시고
부활승천하신 뒤에도 보혜사 성령님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오마 약속하십니다.
배신의 시대, 부정부패불의가 승승장구하는 시대, 이 절망의 시대,
하나님의 정의가 안 보이는 시대,
하나님이 까맣게 안 보이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는 이런 예수가 계십니다!
[나머지]
* 예수님의 보이스피싱
계명도 잘 지키고, 그 당시 축복받은 자라는 표시인 부자이기조차 한, 이모저모로 완벽한 자가 예수님께 와서 도를 묻습니다.
너는 계명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살인하지 말아라, 간음하지 말아라, 도둑질하지 말아라, 거짓으로 증언하지 말아라, 속여서 빼앗지 말아라, 네 부모를 공경하여라' 하지 않았느냐?"(마가 10:19)
이것은 십계명의 하반부입니다. 십계명은 둘로 나뉘어 있는데, 앞의 네 계명은 하나님과 사람들과의 관계의 법입니다. <다른 신 섬기지 말아라, 우상숭배 말아라, 하나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안식일을 잘 지켜라> 그런데 예수께서는 이 부분을 빼고 나머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법만 부각시키신 것입니다. 이것은 욕심에 관한 법입니다. 인간의 탐욕 때문에 생기는 일들을 경계하시는 법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자기는 어려서부터 이를 잘 지켜왔다고 합니다. 이 때 주님의 마음이 점점 밝아지십니다. (21. 예수께서 그를 눈여겨보시고, 사랑스럽게 여기셨다.) 허구한 날 엉뚱한 생각만하고 있는 제자들에 비해 얼마나 믿음직하셨을까? 이런 제자 하나 들어온다면 참 든든할텐데... 이런 생각을 하신 것은 아닐까? 그래서 어서 그를 제자로 삼으시려 이 말씀을 던지십니다.
...그리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에게는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가서,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라. 그리하면, 네가 하늘에서 보화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그러나 그는 이 말씀 때문에, 울상을 짓고, 근심하면서 떠나갔다. 그에게는 재산이 많았기 때문이다.(마가 10:21-22)
생각해보면 우리 주님은 참 낚시질을 못하십니다. 너희는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 하셨는데, 낚시질을 못하시다니... 미끼를 잘 못쓰시는 것 같다는 말입니다. 보이스피싱 기술이 꽝이라는 얘깁니다. 처음에는 달짝지근하고 한 입에 쏙들어가는 것을 던져야하는데, 우리 예수님은 너무 단단하고 큰 먹이를 던지신 것입니다. 낚시질 못하는 우리 예수님이... 그 똘똘한 일꾼감을 떠나보내시며 못내 아쉬우셨나봅니다.
예수께서 둘러보시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재산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가 참으로 어렵다.“(마가 10:23)
부자가 천국 못 간다는 말씀은 이미 익숙한데, 재산을 가진 사람도 천국 못 간다니... 재산이 무엇입니까? 내 소유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내가 내 것이라고 움켜쥐고 있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는 영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육에 속한 사람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래서는 영생을 얻지 못한다는 말씀입니다. 저는 예수님의 마음이 조금 느껴집니다. 도를 얻으려면, 영생을 얻으려면, 가장 기본이 육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영에 속한 사람이 되기 위한 첫 단추를 꿰어야 합니다. 그 첫 단추란 재산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일생의 목적이, 내가 사는 목적이, 재산을 모으려는 것이 아니라는 선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아직은 내 믿음이 어려서 지극히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수준이지만, 내 인생의 목적은 오로지 건축이라고 선포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내 일생의 설계도는, 하나님나라를 위한 건축! 천국건축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는 선포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이 가슴 뛰는 일, 이 행복한 일을 위하여 지금 나는 공부하려고 애쓰는 것이고, 돈을 벌려고 부지런히 애쓰는 것이라는 선포 말입니다.
천국건축! 한 영혼을 얻기 위해 그 많은 영화와 재산을 다 포기하고 내려오신, 빌게이츠도 이건희도 비교할 수 없을 저 어마어마한 전 우주적인 부자청년 예수께서, 바로 나 하나를 얻으시기 위해 그 많은 재산 다 버리고 내려와 거지처럼 사시다가 옷 한 벌 입지 못하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것처럼, 나도 지금 내 가까운 곳에서 외롭고 힘들게 사는 작은 자 하나 얻기 위해 내 재산, 내가 움켜쥐고 있는 것 다 포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는 세상, 그런 세상을 지어 갑니다.
그런데... 그런 공동체를 이루었음에도, 제자들의 육욕(肉慾)은 끝이 없습니다. 베드로처럼 예수님의 십자가 선언에 강력하게 저항하는가하면, 다음 주 본문입니다만, 야고보와 요한처럼 권력서열 상승을 꿈꾸고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여전히 예수님 마음이 착잡합니다.
“그러나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마가 10:31)
[말씀동시] 우리가 영생을 얻으려면 (장유진 지음. 시냇물교회 교회학교 4학년. 「성실문화」 84호)
우리가 영생을 얻으려면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야 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얼마나 어렵던지
낙타가 바늘귀로 나가는 것이 더 쉬워
그래서 우리는 계명을 지키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한없이 봉사해야 해
그러면 너도 영생을 얻을 수 있어
[말씀시조] 영생을 얻으려면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84호)
영생을 얻으려면 가진 것 다 버려라
예수님 이말씀에 부자청년 떠나가네
부자는 못보는구나 하늘보화 광채를
[말씀한시] 졸부들의 기도 (오세종 지음. 「성실문화」 84호)
駱駝雖入針中穴(낙타수입침중혈)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언정
猝富不可入樂園(졸부불가입락원) 졸부들은 천국에 들어 갈 수 없느니라.
富者合求天主前(부자합구천주전) 졸부들이 합심하여 주께 기도하기를
爲作駱小或擴門(위작락소혹확문) “낙타를 작게 해 주시든지, 바늘구멍을 크게 해 주옵소서!”
[말씀서예] 시편 22:11 (오세주 작품. 「성실문화」 84호)
[말씀노래] 주만 따르리 (이정훈 작사, 최지혜 작곡. 「성실문화」 84호)
[본문] (마가복음 10:17-31)
[노랫말]
1절) 영생을 얻으려는 큰부자에게, 예수님 가라사대 다나눠줘라
저부자 울상짓고 떠나가누나, 부자는 어려워라 하나님나라
2절) 저멀리 하늘보화 못보는사람, 내재산 땅의보화 움켜쥐누나
나는야 다버리고 주만바라리, 영원한 생명의길 주만따르리
[해설]
마가복음 10:17-31절 말씀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7.5조로 다듬었고, 찬양사역자 최지혜 선생이 곡을 붙였다.
[악보] ‘주만 따르리’ (이정훈 작사, 최지혜 작곡)
[시편 송서(誦書)] 시편 22:1-15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 84호)
(※‘새야새야’ 가락에 맞추어, ‘쉼표’까지가 중중모리 한 장단)
1.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어찌 나를 멀리 하여 돕지 아니하시오며 내 신음 소리를 듣지 아니하시나이까
2. 내 하나님이여 내가 낮에도 부르짖고 밤에도 잠잠하지 아니하오나 응답하지 아니하시나이다
3. 이스라엘의 찬송 중에 계시는 주여 주는 거룩하시니이다
4. 우리 조상들이 주께 의뢰하고 의뢰하였으므로 그들을 건지셨나이다
5. 그들이 주께 부르짖어 구원을 얻고 주께 의뢰하여 수치를 당하지 아니하였나이다
6. 나==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비-방- 거리요==, 백=성의== 조롱 거리니이다==∼
7. 나를 보는 자는 다 나를 비웃으며 입술을 비쭉거리고 머리를 흔들며 말하되
8. 그가 여호와께 의탁하니 구원하실 걸, 그를 기뻐하시니 건지실 걸 하나이다
9. 오직 주께서 나를 모태에서 나오게 하시고 내 어머니의 젖을 먹을 때에 의지하게 하셨나이다
10. 내가 날 때부터 주께 맡긴 바 되었고 모태에서 나올 때부터 주는 나의 하나님이 되셨나이다
11. 나를 멀리== 하지 마옵소-서==, 환=난이== 가까우나==,
도=울 자== 없나이다==, (도=울 자== 없나이다==)∼
12. 많은 황소가 나를 에워싸며 바산의 힘센 소들이 나를 둘러쌌으며
13. 내게 그 입을 벌림이 찢으며 부르짖는 사자 같으니이다
14. 나는 물 같이 쏟아졌으며 내 모든 뼈는 어그러졌으며 내 마음은 밀랍 같아서 내 속에서 녹았으며
15. 내- 힘이 말-라== 질그릇 조각 같고==, 내 혀가 입천장에== 붙었나-이-다==,
주=께서== 또= 나를==, 죽음의 진토 속에== 두셨나-이-다==∼
※ 가락은 ‘새야새야, 파랑새야’로, 장단은 중중모리로 읊는다.
※ 쉼표(‘,’)까지 한마디가 12박 한 장단이다. (즉, 한 줄이 중중모리 두 장단이다.)
※ 한 박(‘=’)은 편의상 2분박(‘--’)으로 쪼개어 짚을 수도 있다.
※ 밑줄(‘ ’)친 부분은 글자 수가 많아도 3박으로 읊으면 된다.(이 때 너무 서두르지 말고 여유있게 읊는 것이 좋다.)
※ 굵은 글자는 찬양대가 송서(誦書, 새야새야)로 읊조리고, 나머지는 회중이 낭독한다. (찬양대가 읊조릴 때 회중도 콧노래처럼 작게 따라 해도 좋다.)
※ 가락이 조금 차이가 나는 것이 오히려 어우러지는 멋이 있어 좋다.
※ 마지막 절은 다함께 읊조린다.
[말씀동화] 항아리 세 개, 꿈 세 개
강원도 가리왕산 기슭에 자그마한 수도원이 있었어요.
그 수도원에는 나홀로 수사님 한명만 달랑 살았죠.
혼자 궁상맞게 살다보니 먹을 것도 변변찮아서 늘 배가 고팠어요.
그래서 늘 투덜투덜 구시렁거리는 투덜이 수도사였습니다.
하루는 성경을 읽다가 하도 배가 고파서 이렇게 투덜거렸어요.
“내가 아무리 수도사지만,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네. 성경말씀이 눈에 하나도 안 들어와. 하나님 일용할 양식 안 주시나요? 제 몸무게 좀 보세요, 다 큰 어른이 40킬로도 안 되잖아요. 창피해서 냇가에 가서 등목도 못해요.”
그날 밤 꿈에 이웃집 장독대가 나타났어요.
커다란 독이 세 개가 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황금이 가득하네요?
꿈을 깬 수사님이 얼른 이웃집으로 달려가 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라지? 혼자 사시던 이웃집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거예요.
수사님은 자식도 없이 홀로 사시던 할머니의 장례식을 정성껏 치러드렸죠.
며칠 뒤에 땅주인이 나타나 얼마 안 되는 세간을 쓰레기로 버리기 시작하네요?
바로 그 때, 불현 듯 떠오른 생각에 수사님은 얼른 장독대로 달려갔겠죠?
떨리는 마음으로 장독뚜껑을 열어보니, 웬걸?
황금은커녕 물 한바가지 없는 텅 빈 항아리였습니다.
장독대에서 혼자 투덜거리는 수사님을 본 땅주인이
필요하면 항아리를 다 가져가라네요.
맙소사 초등학생 키보다 더 큰 이 항아리들을 내가 무슨 수로 가져간담?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항아리를 세 개씩이나...?
배고파 힘들지만, 수수깡처럼 마른 수사님은
연신 투덜거리면서도 끙끙 진땀을 흘리며 항아리 세 개를 수도원으로 옮깁니다.
간밤 꿈 때문인가 보죠?
말이 좋아 수도원이지, 항아리 세 개를 들여놓자
좁은 마당이 꽉 찰 정도로 작고 가난한 미니 수도원입니다.
아마 세상에서 제일 작은 암자도 이보단 클 걸요?
이리저리 궁리하며 기도하던 중 수사님은 항아리를 깨끗이 씻은 뒤에
산에 가서 오만가지 산야초를 해다가 효소를 담았습니다.
효소를 담은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뽀글뽀글 발효가 되네요?
한 모금 맛보니까 맛이 기막혀요!
가까운 이웃들에게 효소를 조금씩 나눠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당뇨병을 앓던 분들이 싹 다 나은 거예요?
수사님이 기도하며 담근 효소라 효험이 크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너도나도, 저 멀리 서울서도 효소를 주문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1리터 한 병에 10만원을 주고 팔기 시작했습니다.
통장이 없어 은행송금도 안되고 택배 붙이러 나가지도 못해서 현장 판매만 했습니다.
그래도 금세 효소항아리가 동이 납니다.
저 멀리 부산에서도 소문을 듣고 달려올 정도라니까요?
신바람이 난 수사님은 얼른 효소를 더 담았습니다.
효소 덕분에 수도원에 냉장고까지 들여놓게 되고,
맛있는 빵과 우유도 가득 채울 수 있게 되었거든요!
얼씨구 좋다, 지화자 덩더쿵!
또 다른 항아리엔 무얼 담을까 궁리하던 수사님은
온산을 다니며 머루를 따다 머루주를 담습니다.
동네 할머니들께 넉넉히 품삯을 드리니 하루아침에 다 담을 수 있었죠.
머루주가 익어 한 모금 마셔보니 기분이 이상스러울 정도로 상쾌해집니다.
수도원 머루주가 우울증에 특효약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불티나게 팔립니다.
1리터 한 병에 100만원을 받았는데도 없어서 못 팔 지경입니다.
점점 흥분하기 시작한 수사님이 이번에는 나머지 항아리에 된장을 담습니다.
된장이 익어 맛을 보니 온 몸이 날아갈 듯 가볍습니다.
알고 보니 이 된장은 모든 암병에 특효약이었어요.
위암, 대장암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암세포들만 골라서 잠재우는 특효약이었던 겁니다.
결국 수도원 된장은 한 병에 1천만 원씩 팔리기 시작합니다.
수도원 작은 방이 오만원 권으로 가득 차 넘치자 급기야 예배당에까지 쌓을 지경이 되어버립니다.
돈을 처치할 길을 찾던 수사님에게 좋은 묘안이 하나 떠오릅니다.
“옳거니! 이 돈들로 땅을 사서 청소년 캠프장을 지어야겠다.”
그래서 이웃의 빈집 몇 채를 샀습니다.
그래도 돈은 줄어들 줄 모릅니다.
“그래그래! 이번엔 어르신들 게이트볼 장도 하나 만들어야지.”
그래서 저 아래 논밭을 샀습니다.
그래도 돈은 줄어들 줄 모릅니다.
“옳지, 이번엔 마을음악회를 위한 예술의 전당을 하나 지어야겠어.”
그래서 산기슭 땅을 3만 평이나 샀습니다.
그래도 돈은 줄어들 줄 모릅니다.
“에라 모르겠다. 아예 삼림욕장을 하나 차려볼까?”
급기야 가리왕산을 통째로 몽땅 사버립니다.
졸지에 땅 부자가 된 수사님이 연신 싱글벙글 합니다.
게다가 평창 동계올림픽 바람에 서울 부동산업자들이 매일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수도원 땅을 싹 다 팔면 강남 타워팰리스 빌딩 두 동쯤은 너끈히 살 수 있다네요?
그래서 강남 수도원을 차리라고 꼬드깁니다.
얼른 타워팰리스를 통째로 삽니다.
수사님 입이 귀에 걸릴 지경입니다.
싱글벙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던 수사님이 그날 밤 꿈을 꿉니다.
꿈에 낙타를 타고 어디를 가고 있네요?
“웬 낙타람? 메르스 병균 덩어리 낙타, 난 낙타 싫은데...?”
사막의 모래바람을 뚫고 도착한 어느 마을에 마을잔치가 한창입니다.
가만 보니 마을에는 수사님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들로 가득합니다.
“가만 저게 누구야? 내가 존경하는 테레사 수녀님이네? 아니 저분은 손양원 목사님이시잖아? 저기 이태석 신부님도 있고, 슈바이쳐 박사님도 있고, 안중근 의사랑 유관순 열사도 계시네? 아니 아니 저기 전태일 열사도 계시고, 우와 저분은 바로 ‘강아지 똥’ 권정생 선생님이시잖아?...”
너무 너무 기쁜 나머지 수사님은 낙타를 탄 채로 얼른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죠? 마을 입구 성문을 통과해야하는데 자꾸만 머리가 부딪치는 겁니다.
할 수 없어 수사님이 낙타에서 내리자 낙타는 혼자서 간신히 쏙 빠져나갑니다.
수사님은 투덜대며 걸어서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건 또 웬일이죠? 낙타에서 내렸는데도 이번엔 배랑 허리가 문에 끼어 못 들어갑니다.
빵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동안 살이 쪘나?
결국 마을에 들어가기를 실패한 수사님이 문득 문패를 바라봅니다.
자그마한 문패에는 ‘바늘귀 문’이라 적혀 있네요.
낙타는 들어가도 부자는 죽어도 못 들어간다는, 그 전설의 ‘바늘귀 문’이었던 겁니다.
순간 수사님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하나님 어쩌죠? 저 어떡하죠? 저 결국 천국에 못 들어가는 건가요? 그럼 제 땅을 다 팔아서 산 타워팰리스도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하나요? 그건 좀 아까운데 어쩌죠?”
순간 꿈에서 번쩍 깨어난 수사님이 깊은 한숨을 내쉽니다.
이건 안도의 숨이 아니라 절망의 한숨입니다.
강남 타워팰리스 수도원을 차릴 꿈에 잔뜩 부풀어 있었거든요.
저 신비로운 항아리 세 개만 있으면,
강남 부자들 싹 다 우리 수도원에 가입시킬 수 있으리라 굳게 믿고 있었는데...
다시 잠든 수사님이 또 꿈을 꿉니다.
이번엔 낙타가 아니라 배를 탔네요? 배가 꽤나 큰 걸?
그런데 무슨 배 모양이 이렇지? 타워팰리스 두 동을 얹어 눕혀놓은 모양입니다.
휘황찬란한 배 안에 아이들이 바글거립니다.
문득 갑판으로 나가 배 허리에 새겨진 이름을 보니, 아뿔싸! 그 이름, 타워세월호입니다.
그러고 보니 배 안에는 대한민국 모든 초중고교 학생들이 다 타고 있습니다.
이를 깨달은 순간 어디 구멍이 났는지 배가 갑자기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배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스피커에서 방송이 들려옵니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어른들은 모두 배에서 나가세요, 그리고 학생들은 그냥 가만히 있어라. 알지?”
이게 무슨 조화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물을 무서워하는 수사님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얼른 배에서 빠져나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가만 보니,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내가 지금 팬티바람이잖아?
수사님이 배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배는 물에 잠기고 맙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숨집니다.
혼자 살아남은 팬티 수사님은 온 세상 욕을 혼자 다 잡수시고,
급기야 마음에 극심한 우울증과 머리끝부터 발바닥까지 극심한 피부병에다가
오장육부에 모든 종류의 암병에 걸리고 맙니다.
그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수사님은 팬티만 입은 채 쓰레기 산 위에 앉아 있습니다.
머리 위로는 쓰레기가 계속 쏟아지고 있습니다.
수사님이 오열하며 하나님께 부르짖습니다.
“하나님, 제 타워팰리스도 물에 잠기고, 아이들도 다 죽었습니다. 그리고 만신창이 제 몸 좀 보세요. 세상 욕 다 먹느라 배가 터질 지경입니다. 차라리 옛날 33킬로그램 때가 좋았어요. 하나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저 멀리 북한 산 백운대 위에 한 노인이 서 있습니다.
눈물을 그렁거리며 수사님을 향해 손을 흔드시네요?
백운대 산신령 같기도 하고? 아니 가만 보니 저분은 바로 구약 성경의 욥입니다.
순간 꿈에서 번쩍 깨어난 수사님이 깊은 한숨을 내쉽니다.
이건 안도의 숨이 아니라 깊은 절망의 한숨입니다.
이젠 타워팰리스가 문제가 아닙니다.
세상 아이들 다 죽인 천하에 죽을 죄인인데다가
지금 당장 고통스런 병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강남 수도원은커녕, 도대체 이젠 어쩌면 좋다죠?
지쳐 쓰러지자마자 다시 잠든 수사님이 또 꿈을 꿉니다.
아이 깜짝이야! 너무 아파 정신차려보니 높은 곳에 매달려 있네요?
고소공포증이 심한 수사님 이빨이 덜덜 떨립니다.
지금 수사님은 높이가 타워팰리스 만큼이나 높은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겁니다.
세상에, 이런 엉터리 십자가가 다 있다니!
저 아래서 지옥 같은 아우성이 들려서 내려다보니
수사님이랑 아주 사이가 안 좋은 사람들만 골라서 잔뜩 다 모여 있는 겁니다.
주는 거 없이 미운 큰 교회 목사들, 사기꾼 부동산업자, 건축업자들, 안하무인 군청 직원들,
몹시도 미운 부정부패 대통령들, 정치인들, 재벌들이
십자가에 달린 수사님을 바라보며 손가락질하면서 마냥 비아냥대고 있습니다.
“꼴좋다 좋아, 혼자 의인인척, 혼자 청빈한척 다 하더니, 저 혼자 애국자인척 다 하더니, 뒤로 호박씨 까는 놈이 바로 저놈이었네. 수도원 하는 척 하더니 타워팰리스가 웬 말이냐? 몸에 좋다는 효소 만들어 혼자 다 처먹더니 세상 병이란 병은 다 걸렸구나, 꼴좋다. 저 혼자 살겠다고 아이들 다 죽이고 팬티바람에 도망치는 게, 그게 십자가 길이냐? 완전 거꾸로네, 십자가정신이랑 정 반대야! 저거 예수제자 맞아? 순 사기꾼이네, 사기꾼!”
세상에 이런 절망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가만 보니 지금 팬티도 없이 십자가에 매달려 있네요?
수사님은 너무나 고통스럽고 치욕스럽습니다.
문득 어떤 성경구절이 떠오릅니다.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라는 뜻입니다.
이 구절을 읊으면 무슨 수가 생길 것만 같습니다.
수사님은 바짝 마른 입술을 달싹이며 마치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리기 시작합니다.
“엘리엘리 라마 사타구니! 아차차, 이건 아니지!”
부끄러운 마음이 치밀어 오르며 얼른 사타구니를 오무립니다.
손을 내려 가릴 수도 없습니다.
얼른 다시 힘을 내어 중얼거리다가, 아예 마지막 남은 악을 쓰기 시작합니다.
“엘리엘리 라마 사닥다리, 아니, 엘리엘리 라마 사박사박, 아니 아니야, 엘리엘리 라마 사방샤방?”
아, 미치겠네! 아무리 애써도 안 됩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짧은 “사박다니”가 안 나옵니다.
이건 예수님의 그 구원의 십자가도 아니고, 그냥 고통과 치욕 그 자체일 뿐입니다.
악을 쓸 기운도 잃은 수사님이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문득 눈을 들어 하늘을 봅니다.
그 순간 저 멀리 하늘 보좌에 앉으신 예수님과 눈이 마주칩니다.
예수님께서 벌떡 일어나십니다.
그리고 나홀로 수사님을 향해 두 팔을 벌리십니다.
그 순간 수사님은 깨닫습니다.
“내가 온 세상 가장 큰 죄인이었구나. 내 죄가 타워팰리스보다 높고, 세월호 바닷속보다 더 깊었구나.”
그 순간 꿈에서 깨어난 수사님이 이번엔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절망의 끝에서 희망의 빛을 만난 겁니다.
타워팰리스를 몽땅 다 팔아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건 이젠 식은 죽 먹기입니다.
나홀로 수사님은 이제야 제대로 수도사답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나홀로는 불가능했지만, 하나님께는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예수가 계십니다.
예수님이랑 함께라면 그냥 다 됩니다.
[이정훈 지음. 2015년 10월 11일 주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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