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부터 소리가 났다”
[성서일과 4본문]
(창세기 1:1-5)
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2.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물 위에 움직이고 계셨다.
3.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니, 빛이 생겼다.
4. 그 빛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셔서,
5. 빛을 낮이라고 하시고, 어둠을 밤이라고 하셨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하루가 지났다.
(시편 29)
1. 하나님을 모시는 권능 있는 자들아, 영광과 권능을 주님께 돌려드리고 또 돌려드려라.
2. 그 이름에 어울리는 영광을 주님께 돌려드려라. 거룩한 옷을 입고 주님 앞에 꿇어 엎드려라.
3. 주님의 목소리가 물 위로 울려 퍼진다. 영광의 하나님이 우렛소리로 말씀하신다. 주님께서 큰물을 치신다.
4. 주님의 목소리는 힘이 있고, 주님의 목소리는 위엄이 넘친다.
5. 주님께서 목소리로 백향목을 쩌개고, 레바논의 백향목을 쩌개신다.
6. 레바논 산맥을 송아지처럼 뛰놀게 하시고, 시룐 산을 들송아지처럼 날뛰게 하신다.
7. 주님의 목소리에 불꽃이 튀긴다.
8. 주님의 목소리가 광야를 흔드시고, 주님께서 가데스 광야를 뒤흔드신다.
9. 주님의 목소리가, 암사슴을 놀래켜 낙태하게 하고, 우거진 숲조차 벌거숭이로 만드시니, 그분의 성전에 모인 사람들이 하나같이, "영광!" 하고 외치는구나.
10. 주님께서 범람하는 홍수를 정복하신다. 주님께서 영원토록 왕으로 다스리신다.
11.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백성에게 힘을 주신다.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백성에게 평화의 복을 내리신다.
(사도행전 19:1-7)
1. 아볼로가 고린도에 있는 동안에, 바울은 높은 지역들을 거쳐서, 에베소에 이르렀다. 거기서 그는 몇몇 제자를 만나서,
2. "여러분은 믿을 때에, 성령을 받았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들은 "우리는 성령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도 못하였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3. 바울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여러분은 무슨 세례를 받았습니까?" 그들이 "요한의 세례를 받았습니다" 하고 대답하니
4. 바울이 말하였다. "요한은 백성들에게 자기 뒤에 오시는 이 곧 예수를 믿으라고 말하면서, 회개의 세례를 주었습니다."
5. 이 말을 듣고, 그들은 주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
6. 그리고 바울이 그들에게 손을 얹으니, 성령이 그들에게 내리셨다. 그래서 그들은 방언으로 말하고 예언을 했는데,
7. 모두 열두 사람쯤 되었다.
(마가복음 1:4-11)
4.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 나타나서, 죄를 용서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다.
5. 그래서 온 유대 지방 사람들과 온 예루살렘 주민들이 그에게로 나아가서, 자기들의 죄를 고백하며, 요단 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
6. 요한은 낙타 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띠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았다.
7. 그는 이렇게 선포하였다. "나보다 더 능력이 있는 이가 내 뒤에 오십니다. 나는 몸을 굽혀서 그의 신발 끈을 풀 자격조차 없습니다.
8. 나는 여러분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그는 여러분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입니다."
9. 그 무렵에 예수께서 갈릴리 나사렛으로부터 오셔서, 요단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다.
10. 예수께서 물속에서 막 올라오시는데, 하늘이 갈라지고, 성령이 비둘기같이 자기에게 내려오는 것을 보셨다.
11. 그리고 하늘로부터 소리가 났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은 세 가지 이미지로 가득합니다.
‘물’, ‘빛’ 그리고 ‘소리’입니다.
혼돈하고 공허한 세상, 무질서한 세상에
질서를 세우는 빛, 질서를 세우는 소리입니다.
오늘 요절은, “하늘로부터 소리가 났다”로 정합니다. (마가 1:11)
[구약과 시편 (창세기 1:1-5 / 시편 29)]
오늘 구약본문은 하나님께서 “천지(天地)를 창조”하시는 첫 모습,
빛으로 천지의 질서, 만유(萬有)의 질서를 세우시기 시작하는 장면입니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합니다.
“어둠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이 물 위에 움직이고” 계십니다.
바로 그 때 거기 적막을 깨고, 어둠을 찢는 한 소리가 있습니다.
“혼돈”을 한바탕 흔들어 ‘정돈’하는 소리,
“공허”를 꽉 채우는 ‘알찬’ 소리,
그건 바로 “빛이 생겨라” 하시는 하나님 음성입니다.
오늘 시편본문은 바로 그 주님의 첫 목소리(창세 1:3)를 연상시킵니다.
주님의 목소리가 물 위로 울려퍼집니다.(시 29:3)
그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우렛소리”로 말씀하신다고 합니다(3).
그 목소리는 “힘이 있고”, “위엄이 넘친다”고 합니다.(4)
큰 나무를 쩌갤 뿐 아니라(5),
산과 산맥, 그리고 광야를 들썩이게 하고(6, 8)
불꽃이 튀길 정도입니다.(7)
동물들이 조산(早産)하고 온 숲의 나무껍질들이 다 벗겨질 정도로
온누리가 깜짝 놀랄 만큼 어마어마한 음성입니다.
오늘 구약본문의 주님 목소리가 빛을 지으시며 세상질서를 세우시는 목소리였다면,
오늘 시편본문의 주님 목소리는 무슨 목소리였을까요?
그 힘찬 목소리는 바로 당신 백성들에게 힘을 주시는 목소리,
“평화의 복”을 내리시는(11), ‘평화의 질서’를 세우시는 목소리였습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를 부르시는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목요일(1/8) 매일성서일과 3본문이
삼상 3:1-21(사무엘을 부르시다),
그리고 행전 9:10-19(아나니아를 부르시고 바울을 부르시다),
그리고 시편 29였습니다.
그래서 시편 29의 그 힘찬 “주님 목소리”는
바로 나를 불러 힘 있게 세우시는 목소리,
혼돈 세상에 하나님의 질서를 세우는 평화의 일꾼으로,
정의·평화·창조질서의 일꾼으로 세우려고 나를 부르시는 목소리로 들립니다.
[서신서와 복음서 (사도행전 19:1-7 / 마가복음 1:4-11)]
오늘 서신서본문은 ‘처음 교회’들의 질서를 세우는 모습입니다.
세례요한 중심으로 모이던 사람들이 하나하나 주님의 몸 교회로 세워져갑니다.
죄를 용서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행전 19:4, 마가 1:4)를 요한으로부터 받았으면,
이제 내가 죽고 예수 이름으로 다시 사는 ‘교회의 세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성령을 받게 됩니다.(6)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야(마가 1:8) 비로소 교회는 질서가 제대로 서는 법입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은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입니다.
예수님이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다니,
천하 죄를 사하실 분께서
“죄를 용서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받으시다니...
(이건 도대체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이건 도대체 무슨 질서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을까요?
중요한 것은 예수님이 세례 받으실 때 벌어진 광경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그 순간에,
“예수께서 물속에서 막 올라오시는” 바로 그 때
“하늘이 갈라지고”, “성령이 비둘기같이” 내려오고(10)
“하늘로부터 소리가” 납니다.(11)
정치고 종교고 다 썩을 대로 썩은 세상!
“땅이 혼돈한” 그 때
물이 갈라지고 예수님의 몸이 올라오고
하늘이 갈라지고 성령님이 내려오고
하늘아버지 음성까지 내려와 물위에 울려 퍼집니다.(시편 29:3)
태초에 “빛이 생겨라” 하실 때 그 모습 그대로
삼위 하나님이 한 자리에 모이시는 보기 드문 광경입니다.
흐트러진 죄 투성이 세상,
“회개하여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
천국질서, 창조질서를 잡으시러 참 빛으로 오신 예수님!
성부 하나님의 사랑을 담뿍 담아 우리에게 내려오신 분,
성자 하나님을 온 천하에 온전히 드러내시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리]
오늘은 주현절 첫째 주일!
주현절(主顯節)은 그 이름 자체에 이미 ‘빛’이 가득합니다.
빛으로 오신 주님이, 세상 사람들에게 주님으로 환하게 드러내시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주현절을 뜻하는 에피파니(Epiphany)라는 말이 빛(The Light)을 뜻합니다.
오늘 구약본문은 ‘처음 빛’으로 가득합니다.(창세기 1:1-5)
어두운 상태에서 빛이 생기니 그 빛이 더욱 돋보입니다.
어두운 세상에 참 빛으로 오신 우리 주 예수님을 묘사하는 적절한 본문입니다.
‘물’은 4본문 모두 등장합니다.
“하나님의 영은 물 위에 움직이고 계셨다”는 말씀과(창세 1:2)
“여호와는 많은 물 위에 계시도다”는 말씀이 통합니다.(시편 29:3, 개역개정)
서신서와 복음서에는 요한의 세례(물세례)가 공통적으로 등장합니다.
전통적으로 물은(바다는) 죽음을, 죽음의 세력을 상징합니다.
그러고 보니 상기(上記)한 ‘물 위에 계시는 주님’의 모습,
그리고 바닷물을 밟고 걸으시는 주님의 모습(마가 6:45-52) 등은
죽음의 세력을 발아래 두시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주님의 음성’이 오늘 본문에 가득 진동합니다.
구약본문의 “빛이 생겨라!”하시는 주님 음성(창세 1:3),
시편본문에는 힘찬 “주님의 목소리”가 7회나 반복해서 나옵니다.(3,4,5,7,8,9)
복음서본문에는 하늘이 갈라지고 성령이 내리시며 동시에 하늘 아버지 음성이 들립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마가 1:11)
혼돈하고 공허한 세상에 질서를 세우는 빛입니다.
바로 그 빛, 참 빛으로 오신 예수님입니다.
“성령”으로 교회의 질서가 서고,(행전 19:2, 5-7)
“사랑”으로 교회는 세상의 질서를 세워갑니다.(마가 1:11)
이 땅에 천국질서(정의·평화·창조질서)를 세워갑니다.
주현절기는 그런 예수님의 공생애를 더욱 깊이 읽고 묵상하며 시나브로 닮아가는 계절입니다.
[나머지]
* 주현절(主顯節)에 대하여
오늘은 주현절 첫 주일입니다.
(성실교회와 성실문화는 주현절을 비절기주일로 안 보는 입장입니다)
주현절은 빛으로 오신 주님이 환하게 드러나시는 날입니다.
주현절을 뜻하는 에피파니(Epiphany)는 빛(The Light, The day of Lights.)을 뜻합니다.
우리말로는 ‘주님으로 드러(나타)나신 날’이라는 뜻입니다.
천주교회는, 동방박사가 아기예수님을 찾아온 날부터 주님으로 드러나셨다고 봅니다.
천주교회를 제외한 나머지 교회들은,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세례 받으실 때 주님으로 드러나셨다고 봅니다.
그래서 1월 6일 주현절(주현일) 복음서본문에는 늘 동방박사가 등장하고,
그 직후 주현절 첫 주일은 ‘주님의 수세일’로 지킵니다.
신·구교회가 함께 예배할 수 있도록 이렇게 조절한 것입니다.
교회의 질서를 위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실 때 성령이 임하시고 천부의 음성이 임하신 것처럼
세례교인으로 가득한 주님의 몸 교회에는
늘 성령의 열매 가득하고
하나님 사랑의 목소리(말씀) 가득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교회에 질서가, 하나님의 정의·평화·창조질서가 잡히고
교회가 세상의 질서가 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말씀 동시] 예수님은 어떤 분? (김윤서 지음. 명암교회 교회학교 5학년. 『성실문화』 81호)
예수님은 어떤 분?
예수님은 세례 요한보다
능력 있는 분
예수님은 어떤 분?
물이 아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
예수님은 어떤 분?
우리를 죄에서 구원해 주시고
병든 자를 고치시며
모두를 사랑으로 보살피신다네
[말씀 시조] 요단강 요한에게 (이정훈 지음.『성실문화』 81호)
요단강 요한에게 세례받는 예수님께
하늘이 갈라지고 성령이 내리실 때
내사랑 내아들이여 천부음성 울리네
[말씀 한시]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오세종 지음.『성실문화』 81호)
謙虛受洗主 (겸허수세주) 겸허하게 세례를 받으시고
上水見天開 (상수견천개) 물에서 올라오실 때 하늘 문이 열리며
聖神如鴿臨 (성신여합림) 비둘기 성신이 오셨다
天音我愛子 (천음아애자) 천음(天音),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말씀 서예] 시편 29:3 (오세주 작품.『성실문화』 81호)
[말씀 노래] 요단강 요한에게 (이정훈 지음.『성실문화』 81호)
[본문] (마가복음 1:4-11)
[노랫말]
1. 세례요한 광야에서 세례를 선포하니, 유대지방 사람들과 예루살렘 주민들이
자기죄(를)고백하고 요단강물 세례받네, 가죽띠에 낙타털옷 요한에게 세례받네
2. 갈릴리 나사렛의 예수님이 찾아와서, 요단강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이 갈라지고 성령이 내리시네, 하늘이 속삭이네 사랑한다 내아들아
[해설]
마가복음 1:4-11절 말씀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4.4조로 풀었고, 찬양사역자 이석훈 목사가 곡을 붙였다.
[악보] 사랑한다 내 아들아 (이정훈 작사, 이석훈 작곡, 2014.11)
[시편 송서(誦書)] 시편 29 (이정훈 지음.『성실문화』 81호)
(* 천자문 독송-전래 자장가 풍으로 )
1. 너희 권능 있는 자들아 영광과 능력을 여호와께 돌리고 돌릴지어다
2. 여호와께-- 그-의 이름에, 합당한 영광을 돌리-며--,
거-룩한-- 옷을- 입고-, 여호와께-- 예배할지어다---∼
3. 여호와의 소리가 물 위에 있도다 영광의 하나님이 우렛소리를 내시니 여호와는 많은 물 위에 계시도다
4. 여호와의-- 소리-가--, 힘-있음이여 (힘있음이여-),
여호와의-- 소리-가--, 위엄차도-다 (위엄차도다-)∼
5. 여호와의 소리가 백향목을 꺾으심이여 여호와께서 레바논 백향목을 꺾어 부수시도다
6. 그-- 나무를 송아지 같이-, (송아지 같-이) 뛰게 하심이-여--,
레-바논-과 시룐-으로-, 들송아-지- 같-이 뛰게 하-시-도다-∼
7. 여호와의 소리가 화염을 가르시도다
8. 여호와의-- 소리-가--, 광야를 진-동하심-이여-,
여호와께-서 가데스 광야를, 진-동 (진-동)시키시도다-∼
9. 여호와의 소리가 암사슴을 낙태하게 하시고 삼림을 말갛게 벗기시니 그의 성전에서 그의 모든 것들이 말하기를 영광이라 하도다
10. 여호와께-서 홍-수 때에-, 좌-정하셨-음이-여--,
여호와께-서 영원하도록-, 왕으로 좌-정하시-도다-∼
[다함께]
11.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에-게--, 힘-을 (힘-을) 주심-이여-,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에게-, 평강의 복-을 주시리∼로∿다∼∥
[말씀 동화] 맛있는 카스텔라(Castella)를 나눠먹을 수 있는 용감한 사랑!
오늘 말씀동화는 내일 또는 모레 일어날 이야기예요.
내 별명은 깜찍이!
그런데 진짜 별명은 ‘깜짝 놀란’이예요.
별것 아닌데도 눈이 똥그래지고
입도 딱 벌어지는 바람에 붙은 별명이죠.
물론 ‘깜짝 놀란’의 가장 큰 이유는 제 이름 때문입니다.
노을란(盧乙蘭)
은은한 노을 속에 피어오르는 은은한 난초 향기 같은 사람이 되거라.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멋진 이름, 노을란입니다.
저는 호기심 대장입니다.
배고픈 건 참아도 궁금한 건 절대 못 참죠.
궁금한 게 있으면 샅샅이 뒤지고 낱낱이 기록하는 습관이 있답니다.
참, 그런데 제게는 배고픈 건 참아도 못 참는 게 또 하나 있는데요,
그건 바로 카스텔라예요.
다른 건 몰라도 입에서 살살 녹는 카스텔라는 절대 양보 못한답니다.
고소한 달걀, 달콤한 설탕, 꿀과 밀가루의 환상비율!
그렇게 반죽해서 촉촉하게 구워내는 신비의 빵!
그런데 나에겐 카스텔라 라이벌이 한명 있어요.
바로 우리 할머니세요.
할머니도 카스텔라 광이시거든요.
그러나 세상 모든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게 하나 있죠.
바로 사랑의 힘입니다.
오늘도 할머니의 손녀사랑은 달콤한 카스텔라의 유혹을 이깁니다.
노인정에서 받아오신 소중한 카스텔라를 우리 할머니는 먹지 않고 참습니다.
우리 을란이 오면 줘야지, 하시면서 침만 꼴깍꼴깍 삼킵니다.
그런데 요새 우울한 소식 하나가 할머니와 저를 슬프게 하네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카스텔라를 먹지 못하게 된다나 뭐라나?
도대체 이건 무슨 뚱딴지같은 시추에이션이람?
사람들의 지나친 욕심이 지구온난화를 부채질하고
산소보다 질소가 점점 많아집니다.
나날이 병충해도 심해지는 바람에
사탕수수 농사도 안 되고 밀농사도 점점 어려워집니다.
더구나 꿀벌들이 점점 사라져가니 벌꿀도 구하기 어려워지고
사료 값도 올라 달걀 값이 금값입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멸종하게 될 밀,
밀가루 대신 옥수수가루로 만든 카스텔라만 겨우 남게 된다고 하네요?
옥수수 카스텔라조차 값은 점점 올라서
카스텔라는 이제 상위 0.1% 슈퍼 부자들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어갑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할머니는 아예 내 손으로 카스텔라 만들어먹어야지 하시면서
옥수수 농사를 짓기 시작하셨죠.
저는 매일매일 제발 옥수수만은 멸종하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른들 욕심 탓에 앞으로 우리 을란이 세상이 큰 고생을 하겠구나!”
미안한 마음에 할머니는
요사이 추운 겨울에도 하우스를 만들어 불을 때고 호미를 잡습니다.
미국에 있는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제 이름 ‘나사’랑 비슷한 ‘나사로 프로젝트’라는 걸 만들었다죠?
최고급 우주선을 만들어서 웜홀을 통해 다른 은하계 별들을 뒤져
지구를 대신할 행성을 찾는다나 뭐라나?
나사로는 죽었다 다시 살아난 사람으로 유명하죠?
예수님이 살려주신 나사로!
예수님이 나사로를 살리신 까닭이 뭔지 아세요?
그건 바로 사랑 때문이라고 할머니는 말씀하십니다.
큰돈을 들여서 인터스텔라(interstellar) 즉 별과 별사이를 뒤지는 일도 가능하지만,
그보다 먼저 카스텔라를 살려내는 일이 더 급하고 중요하다고 할머니는 믿습니다.
다함께 욕심을 줄이고 나눠먹으면서 지구온난화를 줄여나가는 일,
별처럼 소중한 곡식과 채소의 토종 종자들을 뒤지고 찾아 보전하는 일,
그래서 다양한 카스텔라(castella)를 개발하는 일이
훨씬 더 소중하다고 할머니는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 할머니는
맛있고 영양 많은 카스텔라, 임금님표 킹카스텔라를 개발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나사로 프로젝트라고 믿습니다.
이게 바로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펼치는 나사로 프로젝트!
죽은 지구를 되살리는 진짜 나사로 프로젝트라고!
“을란아, 나사로를 살리신 예수님이 세상에 오셔서 처음으로 사랑을 펼치기 시작할 때 이야기 한번 들어보겠니? 예수님은 스스로를 낮추고 또 낮추시어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려고 결심하셨지.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러 오셨을 때 세례요한 마음이 어땠는지 짐작하겠느냐? 깜짝 놀란 세례요한의 얼굴을 한번 상상해보렴... 우리 노을란이처럼 요한의 눈과 입이 똥그래졌겠지? 그런데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요한은 곧 알아차렸단다. 아무리 자신보다 나이 어린 사람으로 오셨지만, 아버지 하나님의 모습을 빼닮은 독생자 예수님! 내가 감히 신발끈을 매만져드릴 수도 없을 만큼 별처럼 높으신 분이 내게 다가오신 이유는 바로 아버지의 사랑 때문이었고, 스스로 낮추시어 세례 받으신 것 역시 바로 그 사랑 때문이라는 사실을 요한은 알았단다. 그리고 요한은 보았지. 물에 젖은 예수님 머리 위로 하늘이 갈라지고 성령이 내리시는 장면을, 그리고 하늘에서 사랑이 담뿍 담긴 아버지 음성이 들려오는 것을 요한은 들었지.”
“할머니, 하늘이 갈라지고 성령이 비둘기같이 예수님 위로 내려오셨다고 했는데요. 하늘이 갈라지는 게 어떤 걸까요? 블랙홀이나 웜홀처럼 생긴 틈으로 내려오신다는 걸까요?”
“글쎄다, 이 할미는 블랙커핀지 웜메 그게 뭔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하나님의 영이 하늘을 가르고 오신다는 건, 그건 5차원, 7차원, 아니 9차원 99차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차원을 넘는 상상초월의 방법 아니겠니? 그렇게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기어이 하나 되러 오시는 하나님의 사랑 아니겠니? 수천년 전 아버지의 오랜 약속을 기어이 지키시려고 몸소 내려오신 예수님이시잖니?”
문득 할머니가 노래를 부르십니다.
할머니가 카스텔라 잡수실 때마다 감사기도처럼 부르시는 노래,
카스텔라만큼 좋아하는 애창곡, ‘밥의 기도’입니다.
“밥을 밥을 주신 예수님, 동무들과 함께 밥을 먹는, 이 자리가 기쁨의 자리, 되게 하소서∼
밥은 밥은 내것 아니요, 하나님께 속한 거룩한 것, 이 자리의 밥을 소중히, 여기게 하소서∼
밥을 밥을 서로 나눔은, 동무들과 사랑을 나누는 것, 이 밥을 통해 한 자녀 되게 하소서∼♬”
[‘밥의 기도’ 채희동 작사, 이천진 작곡]
“을란아, 우리가 밥을 먹을 때나 카스텔라를 먹을 때, 그걸 예수님 몸처럼 생각하고 소중히 먹어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카스텔라가 맛있어도, 동무들과 나눠먹을 수 있어야 해요! 알지? 이건 그냥 빵이 아니라 사랑으로 주신 당신의 몸이니까 우리도 사랑의 마음으로 나눠먹어야겠지? 그렇게 과식(過食)하지 않고, 독식(獨食)하지 않고 사랑으로 나눠먹을 수만 있다면, 지금 점점 멸종되어가는 곡식들과 채소들이 나사로처럼 되살아나게 될 거야. 암, 그렇고 말고!”
저는 할머니 말씀에 희망이 생겼습니다.
카스텔라 값이 자꾸 오르고, 앞으로 아예 못 먹게 될 거라는 소식에
낙심천만, 아주 절망이었는데 새 희망이 생긴 겁니다.
호기심 대장 노을란,
제가 누굽니까?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림 동화책 만드는 게 취미인 제 눈이
지금 반짝반짝 별처럼 빛나는 게 보이시죠?
새로운 동화를 하나 짓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아올랐거든요!
죽어가던 카스텔라가 더 다양한 맛, 풍부한 영양빵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멋진 동화로 꾸미고 싶습니다.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니까, 모든 게 한 뼘 더 사랑스러워집니다.
잃어버린 토종 곡물 종자들,
별처럼 빛나는 곡식과 채소 종자들을 찾아 떠나는
초특급 블록버스터 어드벤처 동화가 될 것 같은 예감입니다.
아! 이번 동화의 제목은 ‘킹카스텔라’, ‘임금카스텔라’고요, 주제는 사랑이에요.
아무리 맛있어도 결코 혼자 먹지 않고 나눠먹는 사랑,
천국의 질서, 나눠먹으니까 더 맛있고 배부른 사랑의 맛!
제아무리 고구마 라떼처럼 치명적인 달콤함,
제아무리 맛있는 킹카스텔라일지라도
용기를 내어 뚝 잘라 나눠먹어야 더 맛있다는
용감한 사랑, 슬기로운 사랑이 주제입니다.
동화를 사랑하는 여러분
맛있는 동화, 기대해도 좋습니다.
[이정훈 지음. 2015년 1월 11일 주일 아침]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인터스텔라』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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