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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문화 응용하기/본문묵상

대림절 1주 (2014년 11월 30일) 예배준비 노트

“깨어 있어라”

 

[성서일과 4본문]

 

(이사야 64:1-9)

1. 주님께서 하늘을 가르시고 내려오시면, 산들이 주님 앞에서 떨 것입니다.

2. 마치 불이 섶을 사르듯, 불이 물을 끓이듯 할 것입니다. 주님의 대적들에게 주님의 이름을 알게 하시고, 이방 나라들이 주님 앞에서 떨게 하여 주십시오.

3. 주님께서 친히 내려오셔서, 우리들이 예측하지도 못한 놀라운 일을 하셨을 때에, 산들이 주님 앞에서 떨었습니다.

4. 이런 일은 예로부터 아무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무도 귀로 듣거나 눈으로 본 적이 없습니다. 주님 말고 어느 신이 자기를 기다리는 자들에게 이렇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

5. 주님께서는, 정의를 기쁨으로 실천하는 사람과, 주님의 길을 따르는 사람과, 주님을 기억하는 사람을 만나 주십니다. 그러나 주님, 보십시오. 주님께서 진노하신 것은 우리가 오랫동안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찌 구원을 받겠습니까?

6. 우리는 모두 부정한 자와 같고 우리의 모든 의는 더러운 옷과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나뭇잎처럼 시들었으니, 우리의 죄악이 바람처럼 우리를 휘몰아 갑니다.

7. 아무도 주님의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 주님을 굳게 의지하려고 분발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기에 주님이 우리에게서 얼굴을 숨기셨으며, 우리의 죄악 탓으로 우리를 소멸시키셨습니다.

8. 그러나 주님, 주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우리는 진흙이요, 주님은 우리를 빚으신 토기장이이십니다. 우리 모두가 주님이 손수 지으신 피조물입니다.

9. 주님, 진노를 거두어 주십시오. 우리의 죄악을 영원히 기억하지 말아 주십시오. 주님, 보십시오. 우리는 다 주님의 백성입니다.

 

(시편 80:1-7, 17-19)

1. 아, 이스라엘의 목자이신 주님, 요셉을 양 떼처럼 인도하시는 주님,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그룹 위에 앉으신 주님, 빛으로 나타나 주십시오.

2. 에브라임과 베냐민과 므낫세 앞에서 주님의 능력을 떨쳐 주십시오. 우리를 도우러 와 주십시오.

3. 하나님, 우리를 회복시켜 주십시오. 우리가 구원을 받도록, 주님의 빛나는 얼굴을 나타내어 주십시오.

4. 주 만군의 하나님, 얼마나 오랫동안 주님의 백성들이 올리는 기도를 노엽게 여기시렵니까?

5. 주님께서 그들에게 눈물의 빵을 먹이시고, 눈물을 물리도록 마시게 하셨습니다.

6. 우리를 우리의 이웃에게 시빗거리가 되게 하시니, 원수들이 우리를 비웃습니다.

7. 만군의 하나님, 우리를 회복시켜 주십시오. 우리가 구원을 받을 수 있도록, 주님의 빛나는 얼굴을 나타내어 주십시오.

17. 주님의 오른쪽에 있는 사람, 주님께서 몸소 굳게 잡아 주신 인자 위에, 주님의 손을 얹어 주십시오.

18. 그리하면 우리가 주님을 떠나지 않을 것이니, 주님의 이름을 부를 수 있도록 우리에게 새 힘을 주십시오.

19. 만군의 하나님, 우리를 회복시켜 주십시오. 우리가 구원을 받도록, 주님의 빛나는 얼굴을 나타내어 주십시오.

 

(고린도전서 1:3-9)

3.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려주시는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에게 있기를 빕니다.

4. 나는 여러분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받은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여러분의 일로 언제나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5. 여러분은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면에 풍족하게 되었습니다. 곧 온갖 언변과 온갖 지식이 늘었습니다.

6. 그리스도에 관한 증언이 여러분 가운데서 이렇게도 튼튼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7. 그리하여 여러분은 어떠한 은사에도 부족한 것이 없으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나타나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8.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날에 여러분이 흠잡을 데 없는 사람으로 설 수 있도록, 주님께서 여러분을 끝까지 튼튼히 세워주실 것입니다.

9. 하나님은 신실하신 분이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여러분을 부르셔서 그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친교를 가지게 하여 주셨습니다.

 

(마가복음 13:24-37)

24. "그러나 그 환난이 지난 뒤에, '그 날에는, 해가 어두워지고, 달이 빛을 내지 않고,

25.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다.'

26. 그 때에 사람들이, 인자가 큰 권능과 영광에 싸여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다.

27. 그 때에 그는 천사들을 보내어, 땅 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선택된 사람들을 모을 것이다."

28. "무화과나무에서 비유를 배워라. 그 가지가 연해지고 잎이 돋으면, 너희는 여름이 가까이 온 줄을 안다.

29.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인자가 문 앞에 가까이 온 줄을 알아라.

30.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끝나기 전에, 이 모든 일이 다 일어날 것이다.

31. 하늘과 땅은 없어질지라도, 나의 말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32. "그러나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신다.

33. 조심하고, 깨어 있어라. 그 때가 언제인지를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34. 사정은 여행하는 어떤 사람의 경우와 같은데, 그가 집을 떠날 때에, 자기 종들에게 권한을 주어서, 각 사람에게 할 일을 맡기고, 문지기에게는 깨어 있으라고 명령한다.

35. 그러므로 깨어 있어라. 집주인이 언제 올는지, 저녁녘일지, 한밤중일지, 닭이 울 무렵일지, 이른 아침녘일지, 너희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36. 주인이 갑자기 와서 너희가 잠자고 있는 것을 보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37. 내가 너희에게 하는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깨어 있어라."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이번 주일 성서일과 4본문 모두를 관통하는 주제는 ‘오소서 평화의 임금’입니다.

 

구약본문, “주님께서 친히 내려오셔서”(이사 64:3)

시편본문, “우리를 도우러 와 주십시오”(시편 80:2)

서신서본문,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날에”(고전 1:8)

복음서본문,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다”(마가 13:26)

 

오늘의 요절은, “깨어 있어라”로 정합니다.(마가 13:33, 34, 35, 37)

 

 

[구약과 시편 (이사야 64:1-9 / 시편 80:1-7, 17-19)]

오늘 구약본문에서 가장 강렬한 느낌의 구절은,

“우리들이 예측하지도 못한 놀라운 일”(3)입니다.

“놀라운 일”을 개역개정에서는 “두려운 일”로 번역했습니다.

“하늘을 가르고 내려오시니” 두렵고도 남을 일입니다.

이방나라들이 두려워 떨고(2), 산들조차 떨(3) 일입니다.

 

이 표현도 매우 강렬합니다.

“주님 말고 어느 신이 자기를 기다리는 자들에게 이렇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4)

“하늘을 가르시고”(1), “주님께서 친히 내려오”셨으니(3) 말입니다.

 

구약본문의 하반부는 잔뜩 주눅이 든 느낌입니다.

죄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한 가닥 희망은 살아 있습니다.)

“우리의 죄악”이라는 표현이 세 차례나 반복됩니다.(6, 7, 9)

 

무슨 죄악인가?

본문은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5) 정의를 실천하지 않고, 주님의 길을 따르지 않고, 주님을 기억하지 않고,

(7) 주님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주님을 의지하지 않고...

그 결과 주님께서는 “진노”하시고(5), “얼굴을 숨기셨”고, “우리를 소멸시키셨습니다”(7)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얼굴을 숨기시지 않고

친히 내려오신다는 것입니다.(3)

이는 바벨론 포로에서 해방된 세상뿐 아니라,

메시야께서 오심을 내다보게 하는 말씀입니다.

 

이제 주님의 이름을 부르지 않던 백성들(7), 주님의 대적들(2), 이방 나라들조차(2)

주님의 이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오늘 시편본문은 구약본문에 대한 응답찬양으로 제격입니다.

알맹이가 되는 구절은, “주님의 이름”(18)과 “주님의 빛나는 얼굴”(3, 7, 19)입니다.

3, 7, 19절은 반복되는 후렴구입니다.

거기 주제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를 회복시켜 주십시오”!

 

주님의 이름과 얼굴은 깊이 상통합니다.

우리가 주님의 이름을 부를 때 주님의 빛나는 얼굴을 볼 수 있고,

그 때 우리가 짊어진 모든 멍에와 질고(疾苦)로부터 회복됩니다.

문제는 우리가 진심으로 힘껏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일입니다.

시편기자는 18절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이름을 부를 수 있도록 우리에게 새 힘을 주십시오.”

 

 

[서신서와 복음서 (고린도전서 1:3-9 / 마가복음 13:24-37)]

오늘 서신서본문과 복음서본문은 주님의 재림에 관한 말씀입니다.

대림절 본문으로 이 본문들이 선택된 이유가 있습니다.

대림절은 원래 초대교회 시절부터,

아기예수, 즉 주님의 초림(初臨)을 기다리는 계절이 아니라

재림(再臨)을 기다리는 계절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서신서본문에서 가장 눈에 띄게 반복되는 구절은 “그리스도”입니다.

짧은 본문 안에 7번이나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도 세 번 반복됩니다.(7,8,9)

주님의 재림을 앙망하는 느낌이 본문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잘났어도, 또는 못났어도

갑(甲)질을 하거나 을(乙)질, 아니 병(丙)질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님의 재림 앞에서 그런 유치한 ‘질’은 웃기는 일을 넘어 위험한 일입니다.

초거대 혜성보다 위대하고 빠르게 오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은 이리 속히 재림하실 것이라 예언하시는 예수님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직전에,

올리브산 위에서 성전을 마주보며

베드로, 안드레, 야고보, 요한 네 제자에게 주신 말씀입니다.(마가 13:3)

물론 이 말씀은 우리 모두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하는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깨어 있어라.”(37)

 

이 말씀의 알맹이는, “깨어 있어라”입니다.

주님 다시 오실 때 잠들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36)

잠든 자는 마지막 때의 징조, 즉 시대의 어두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24∼25)

시대의 어두움을 어두움으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 이는 곧 잠자는 자라는 증거입니다.

 

 

[정리]

사대강을 죽이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를 코앞에서 보면서도

핵발전소를 계속해서 짓고 송전탑을 건설하는 것은

흡사 아무리 먹어도 배고픈 걸귀(乞鬼)를 연상케 합니다.

 

인간 탐욕의 한계를 넘어선 이 걸귀 정권, 걸귀 재벌들이

마침내 세월호 참사를 불러왔지만

그 해결은커녕 반복반복 거짓말로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합니다.

저 걸귀 들린 권력들이 이젠 두려움을 넘어 불쌍할 뿐입니다.

 

이런 빛을 잃어가는, 어두워가는 세상을 살면서

오늘 이 말씀이 매우 절절합니다.

 

“그 날에는, 해가 어두워지고, 달이 빛을 내지 않고,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다.”(마가 13:24-25)

 

그래서 더욱 빛을, 빛으로 오시는 주님을 앙망하게 됩니다.

 

“빛으로 나타나 주십시오.”(시편 80:1)

 

잠자는 자들은 빛과 어두움을 구별할 수 없습니다.

깨어있는 자만이 시대의 어두움을 어두움으로 느낄 수 있고,

이것이 바로 “빛”이 가까웠다는 징조,

곧 ‘주님의 재림’이 임박한 징조임을 깨달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께서는 “깨어 있어라”를 네 번이나 반복해서 강조하신 것입니다.(33,34,35,36)

 

그리고 마침내 주님께서 이루실

“우리들이 예측하지도 못한 놀라운 일”(이사 64:3)은

‘주님을 간절히 기다리던 자들’에게 이루실 일입니다.(4)

오늘 우리는 이 놀라운 일이 바로 예수님께서 오신 일이라 믿습니다.

 

바울은 서신서본문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친교를 가지게 하여 주셨”다고 고백합니다.(고전 1:9)

다시 오실 주님과 진정 친교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날에 여러분이 흠잡을 데 없는 사람으로 설 수 있도록, 주님께서 여러분을 끝까지 튼튼히 세워주실 것입니다.(고전 1:8)

 

“끝까지 튼튼히 세워주실 것”은 곧 “깨어 있는” 믿음일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잠든 시대를 깨우는 교회일 것입니다.

 

 

[나머지]

* 오늘 본문들에는 대구(對句)가 많습니다.

구약본문의 “주님의 이름”을 알게 하신다는 구절은(2)

시편본문의 “주님의 이름을 부를 수 있도록 우리에게 새 힘을 주십시오.”와 통합니다.(18)

 

구약본문의 얼굴을 숨기시는 장면은(7)

시편본문의 “주님의 빛나는 얼굴을 나타내어 주십시오”(3, 7, 19)와 통합니다.

 

구약본문의 주님께서 하늘을 가르시고 내려오신다는 구절은(1)

복음서본문의 구름타고 오시는 장면과 통합니다.(26)

 

 

** 본문과 통하는 노래들

 

[야훼 우리 하나님 (서덕석 작사, 백창우 작곡)]

 

 

 

[오소서 평화의 임금 (이건용 지음)]

 

 

   

 

 

[말씀 동시] 고백, 그리고 공백 (연하린 지음. 향린교회 교회학교 6학년. 『성실문화』 81호)

 

예수님은 말씀하셨지.

깨어있으라, 깨어있으라, 그날이 올 때까지

 

그러나 그 날의 환난 뒤엔

해가 어두워지고, 달이 빛나지 않으리라고,

별이 떨어지고, 하늘의 세력이 흔들릴 거라고.

 

그 때에 사람들은 보겠지.

인자가 권능과 영광에 싸여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보게 될 거라고 말씀하셨지.

 

어디로 가십니까?

그의 온화한 미소만 보이네.

그의 다정한 눈망울 속 작은 이슬만 보이네.

 

 

 

[말씀 시조] 해와 달 어두웁고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81호)

해와달 어두웁고 별들이 떨어지고

천지는 없어져도 말씀은 영원하다

깨어라 깨어있어라 구주재림 가까워

 

 

 

[말씀 한시] 그날이 발끝에 와 있다 (오세종 지음. 『성실문화』 81호)

不識其期矣 (부식기기의)그 때는 아무도 모른다

處處罪愆貫 (처처죄건관)곳곳마다 죄악이 관영하여

隕墜天星落 (운추천성락)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日月冥無彬 (일월명무빈)해와 달은 어두워져 빛을 잃으며

地坼震片壞 (지탁진편괴)대지는 진동하며 조각조각 부숴지고

天象忽崩轉 (천상홀붕전)천상(天象)은 홀연히 굴러서 뒤집힌다

恩國臨迫足 (은국임박족)주의 나라가 발끝에 와 있다.

儆醒對備近 (경성대비근)깨어서 대비하라.

 

 

 

[말씀 서예] 시편 80:1 (오세주 작품. 『성실문화』 81호)

 

 

 

 

 

 

[말씀 노래] 그날은 (홍의종 지음. 『성실문화』 81호)

[본문] 마가복음 13:24-37

[노랫말]

그날은 주 오실 / 그날 그날 그날 / 아무도 모르는 / 아버지만 아시는 그날

언제인지 알지 못하니 / 주의하고 깨어 있어라 / 영광의 주 오실 때 / 깨어 있어 맞이하여라

[해설]

본문 말씀 중 26, 32-33, 37절을 중심으로 묵상하며 노래를 만들어 보았다.

음원은 다음 카페 ‘성서일과사랑방’의 ‘노래 자료실’ 방에 올려놓았다. 악보만 보기보다는 노래를 한 번이라도 들어보는 것이, 곡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먼저 ‘성서일과사랑방’ 카페에서 곡을 들어보고 소화하여 창조적으로 표현해 보기를 권한다.

[악보] 그날은 (홍의종 지음, 2014년 10월 17일)

 

 

 

 

[시편 송서(誦書)] 시편 80:1-7, 17-19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 81호)

(* 전래 자장가 가락-천자문 독송 가락-으로)

 

1. 요셉-을-- 양 떼- 같이-, 인도하시는- 이스라엘의- 목자-여--,

귀--를-- 기울이소서-, 그룹 사이에- 좌정하신 이여 빛을 비추소-서--∼

 

2. 에브라임과 베냐민과 므낫세 앞에서 주의 능력을 나타내사 우리를 구원하러 오소서

3. 하나님이여 우리를 돌이키시고 주의 얼굴빛을 비추사 우리가 구원을 얻게 하소서

 

4.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의 백성의- 기도에 대하-여--,

어느 때까-지 (어느 때까지-, 어느 때까-지) 노하시리이-까--∼

 

5. 주께서 그들에게 눈물의 양식을 먹이시며 많은 눈물을 마시게 하셨나이다

6. 우리를 우리 이웃에게 다툼 거리가 되게 하시니 우리 원수들이 서로 비웃나이다

 

7. 만군의 하나님 (하나님-)이-여--, 우리를 회복하-여- 주시-고--,

주-의 얼굴의 광채를 비추사, 우리가 구원을 얻게- 하소-서--∼

 

17. 주의 오른쪽에 있는 자 곧 주를 위하여 힘있게 하신 인자에게 주의 손을 얹으소서

18. 그리하시면 우리가 주에게서 물러가지 아니하오리니 우리를 소생하게 하소서 우리가 주의 이름을 부르리이다

 

[다함께]

19.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여-, 우리를 돌이켜 주시-고--,

주-의 얼굴의 광채-를--, 우리에-게- 비추소-서- 우리가 구원을 얻으리이∿다∼∥

 

 

 

 

 

[말씀 동화] 잠꾸러기 임금님

 

옛날 옛날 호랑이가 유모차에 누워 응애응애... 맛있게 우유 먹던 시절 이야기예요.

아랫말 웃말 아이들이 옹기종기 한데모여 하늘만 바라보고 있네?

머리카락이 빠글빠글, 얼굴은 까마잡잡한 아이,

얼굴은 하얗고 머리카락은 샛노란 아이,

그리고 동그란 단발머리에 살구색 얼굴까지,

온 누리 아이들이 다 나와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요.

 

그런데 살구빛 한울이는 잔뜩 웅크리고 앉아만 있네?

동무들이 가까이 다가와 한울이 어깨를 감싸주고,

따뜻한 손으로 등도 문질러줍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한울이 가슴은 시리기만 하고 따뜻해질 줄 모릅니다.

 

해야 해야 잠꾸러기 해야 이제 그만 나오렴

김칫국에 밥 말아먹고 이제 그만 나오렴

우리 한울이 추운 가슴 따뜻하게 품어주렴

냇둑 그늘진 곳 앉은뱅이 꽃들도

아침내내 너를 기다리느라 하늘만 본단다

[백창우 지음]

 

어두컴컴한 우리 한울이 얼굴빛을 펴주려고 동무들이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웃마을 임금님들의 우스꽝스런 이야깁니다.

 

어떤 마을 임금님은 벌거벗고 온 마을을 돌아다녔다네요?

평소 옷 자랑에 여념 없는 패셔니스타 임금님인데,

아 글쎄 다른 마을에서 온 사기꾼들에게 꼴까닥 넘어가버리는 바람에

있지도 않은 옷을 수조 원이나 주고 샀다지 뭐예요?

마음씨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인다나 뭐라나?

 

그런데 더 웃기는 건 말이죠, 그 마을 어른들이예요.

그 어른들은 제 눈에 하나도 안 보이는데도, 임금님 옷 멋지다고 막 박수까지 쳤다지 뭐예요?

아마 임금님 옷 하나도 안 보인다고 하면, 마음씨 못됐다고 사람들이 흉볼까봐 그랬나 보죠?

 

그 마을 어린이 하나가 “얼래리 꼴래리, 우리 임금님 빨가벗었대요∼” 그러지 않았다면,

아마 그 임금님은 벌거벗은 채로 이 마을 저 마을

비행기 타고 씽씽 잘도 돌아다녔겠죠?

수조 원이나 주고, 입던 옷까지 홀라당 다 벗어줘 버린

이상한 나라의 임금님입니다.

 

벌거벗은 임금님 뉴스에 아이들이 깔깔 배를 잡고 웃습니다.

그러나 우리 한울이 얼굴은 여전히 어두컴컴하네요.

 

이번엔 커다란 모자를 쓰고 다닌다는 다른 마을 임금님 이야기예요.

자기 얼굴보다 더 큰 모자를 쓰고 다니는 까닭이 밝혀졌는데요,

알고 보니 임금님 귀가 당나귀처럼 큼지막했대요.

 

그런데 그게 뭐 그리 큰 문젠가요?

귀가 크면 백성들의 아픈 소리 다 귀담아 들어주고, 좋은 거 아닌가?

임금님 귀라면 그 정도는 돼야하는 거 아니에요?

귀 딱 막고 사는 임금님이 문제 아닌가요?

 

아무튼 그 당나귀 임금님은 무언가 좀 착각이 심한 것 같네요.

게다가 귀 가리는 모자를 만든 기술자에게 엄포까지 놓았대요.

 

“내 귀가 크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넌 끝장인줄 알아라!”

 

그래서 한동안 그 모자 기술자는 끙끙 가슴앓이하면서 비밀을 지켰다나 뭐라나?

그런데 세상에 감춘다고 영원히 감춰지는 게 어디 있나요?

결국 그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소리소리 질렀대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그러니까 여기저기서 그 소식을 퍼 나르는 통에

SNS에 불이 나는 바람에 소방차가 출동했다나 뭐라나?

아무튼 세상엔 별의별 임금님이 다 있네요.

 

그나저나 여전히 우리 한울이 얼굴은 여전히 어두컴컴합니다.

다른 동무들은 깔깔 배를 잡고 웃는대도 한울이는 웃음을 잃었어요.

가슴이 너무 시립니다.

가슴 따뜻한 동무들은 가슴 시린 한울이를 위해 다시 노래를 부릅니다.

 

해야 해야 잠꾸러기 해야 이제 그만 나오렴

김칫국에 밥 말아먹고 이제 그만 나오렴

우리 한울이 추운 가슴 따뜻하게 품어주렴

냇둑 그늘진 곳 앉은뱅이 꽃들도

아침내내 너를 기다리느라 하늘만 본단다

 

일식(日蝕)으로 온 세상이 어두컴컴합니다.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하늘이 어두운 건 그 때문입니다.

세상이 왜 이럴까요?

호두알만한 우박이 떨어지더니, 이젠 축구공만한 우박도 떨어집니다.

이러다 해도 달도 다 떨어지는 건 아닌지...

요즘 하늘이 아주아주 수상합니다.

 

우리 한울이 가슴이 저리 시린 건,

동무들이 아무리 따뜻하게 어루만져줘도 저리 시린 건

지난 봄 한울이 누나가 세월호와 함께 바다에 가라앉았기 때문이예요.

그 추운 바다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누나 생각에

한울이 가슴은 언제나 시리고 춥습니다.

 

게다가 이웃마을 임금님들 못지않은 한울이네 임금님 이야기는

한울이를 더 춥게 만드네요.

한울이네 임금님은 잠꾸러기 임금님으로 유명하거든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 쌩쌩하게 깨어 있어야 할 생명의 7시간 동안

쿨쿨 잠만 자고 있었다는 잠꾸러기 임금님!

 

“내 귀가 작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넌 끝장인줄 알아라!”

 

당나귀 귀는커녕 잠자리 귀보다 작은 게 부끄러운 줄은 아는

잠자는 숲속의 임금님!

 

한울이는 어둠에 먹혀버린 시커먼 태양을 쏘아봅니다.

그리곤 이내 고개를 푹 숙입니다.

언제 다가왔는지 동무 하나가 한울이 손을 잡아줍니다.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고 한울이 마음이 조금씩 따뜻해집니다.

 

동무는 한울이와 눈을 맞춥니다.

동무의 두 눈에서 따뜻한 눈물이 주루루 흐릅니다.

눈물조차 다 말라버린 한울이 눈물이 동무의 눈에서 흘러내립니다.

 

“온 누리 어른들은 다 잠자고 있어도, 내 진정한 벗, 우리 어린이들은 이렇게 깨어 있구나.”

 

그 때 곁에서 듣고 있던 다른 동무가 말을 겁니다.

 

“지금은 대낮이니까 깨어 있는 게 당연하지. 해가 잠잔다고 우리까지 자면 어떡해? 어른들이 잠잔다고 우리까지 잠들면 어떡해? 그런데 넌 누구야? 어디서 왔어? 언제 왔어?”

 

동무는 빙그레 웃으며 동문서답을 합니다.

 

“너희가 깨어 있어서 난 참 좋다. 혹시라도 모두 잠들어 있으면 나 혼자 심심해서 어떡하나 걱정했거든.”

 

다른 동무들이 너도나도 끼어듭니다.

 

“혹시 블랙홀이 태양을 먹어버린 건 아닐까?”

 

“아니야 블랙홀이 먹었으면 태양은 흔적도 안남지만, 저기 봐 어슴푸레 빛이 보이잖아?”

 

“블랙홀이 하늘의 별들을 다 먹어버리면 어떡하지? 세상이 더 깜깜해질 거 아니야?”

 

“아니아니 우리 큰 오빠가 그러는데, 블랙홀보다 더 무서운 건 걸귀(乞鬼)래 걸귀는 아무리 먹어도 배가고파서 끊임없이 먹어치우는 귀신인데, 그 귀신이 들리면 양심도 없어지고 눈물도 없어진데, 돈을 아무리 많이 가져도 배가 고파 더 많이 가지려하고, 권력을 아무리 많이 가져도 만족할 줄 모른데. 그래서 걸귀가 세상에 나타나면 온 세상이 깜깜해지거든? 그래서 블랙홀 보다 걸귀가 더 무서운 거래!”

 

“그나저나 세상이 자꾸 어두워져서 큰일이야. 이렇게 자꾸 어두워지다가는 집에 가는 길도 잃어버릴 것 같아.”

 

새 동무가 빙그레 웃으며 말합니다.

 

“얘들아. 세상이 아무리 어두워져도, 해가 어두워지고 달이 어두워지고, 별들이 다 떨어지고, 걸귀들 때문에 세상이 점점 어두워진다 해도, 너희처럼 깨어 있는 아이들이 있으니까 우리 온 누리는 희망이 있다.”

 

“그래도 너무 어두워서 난 무서운 걸?”

 

“걱정 마. 세상이 어두워진 걸 모르는 게 위험한 거지, 너희처럼 어두움을 어두움으로 느낄 수 있는 건 깨어 있다는 증거거든. 깨어만 있다면 물에 빠져 죽어가는 내 동무들까지도 다 살릴 수 있단다.”

 

“그나저나 예수님은 언제 오실까? 예수님이 오시면 이 어두운 세상이 다시 환해질 텐데!”

 

“맞아맞아, 예수님은 블랙홀도 삼킬 수 없는 참 빛이시래! 예수님이 오시면 블랙홀도 걸귀도 모두 다 사라질걸?”

 

“그래 예수님 오시면 우리 잠꾸러기 임금님도 깨워주실 수 있을 거야.”

 

“그나저나 예수님 빨리 오시면 좋겠는데... 근데 예수님이 어떻게 오시지? 무얼 타고 오시지? 성경책에는 구름타고 오신다는데... 구름이 속도가 되게 느리지 않나?”

 

“야, 넌 손오공 구름도 모르냐? 그거 얼마나 빠른데?”

 

“야, 야, 예수님이 무슨 원숭이냐? 그런 구름이나 타고 오시게?”

 

그렇네요.

예수님은 도대체 얼마나 빨리 오실까요?

세상이 이렇게 어두운 걸 보면 오실 때가 벌써 되었을 텐데 말이죠.

 

그나저나 새 동무와 다른 동무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우리 한울이 얼굴이 많이 밝아졌네요?

새 동무가 잡아준 손이 점점 더 따뜻해지고

한울이 시린 가슴까지 점점 따뜻해집니다.

 

하늘에 뜬 해는 아직 쿨쿨 잠만 자고 있지만,

해보다 더 밝고 따뜻한 동무의 손이 한울이 가슴을 닦아주고 눈물을 닦아줍니다.

쿨쿨 어두운 세상은 한울이 가슴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밝아져가고 있습니다.

잠꾸러기 세상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기 시작합니다.

 

[이정훈 지음. 2014년 11월 30일 주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