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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문화 응용하기/본문묵상

2014년 8월 10일(성령강림후 9주-남북평화통일 공동기도주일) 예배준비 노트

기쁜소식을 전하는 이들

 

[성서일과 4본문]

(창세기 37:1-4, 12-28)

1. 야곱은 자기 아버지가 몸붙여 살던 땅 곧 가나안 땅에서 살았다.

2. 야곱의 역사는 이러하다. 열일곱 살 된 소년 요셉이 아버지의 첩들인 빌하와 실바가 낳은 형들과 함께 양을 치는데, 요셉은 형들의 허물을 아버지에게 일러바치곤 하였다.

3. 이스라엘은 늘그막에 요셉을 얻었으므로, 다른 아들들보다 요셉을 더 사랑하여서, 그에게 화려한 옷을 지어서 입혔다.

4. 형들은 아버지가 그를 자기들보다 더 사랑하는 것을 보고서 요셉을 미워하며, 그에게 말 한 마디도 다정스럽게 하는 법이 없었다.

12. 그의 형들은 아버지의 양 떼를 치려고, 세겜 근처로 갔다.

13. 이스라엘이 요셉에게 말하였다. "네가 알고 있듯이, 너의 형들이 세겜 근처에서 양을 치지 않느냐? 내가 너를 너의 형들에게 좀 보내야겠다." 요셉이 대답하였다. "다녀오겠습니다."

14. 이스라엘이 요셉에게 말하였다. "너의 형들이 잘 있는지, 양들도 잘 있는지를 가서 살펴보고, 나에게 와서 소식을 전해 다오." 그의 아버지는 헤브론 골짜기에서 그를 떠나보냈다. 요셉이 세겜에 도착하였다.

15. 어떤 사람이 보니, 요셉이 들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가 요셉에게 물었다. "누구를 찾느냐?"

16. 요셉이 대답하였다. "형들을 찾습니다. 우리 형들이 어디에서 양을 치고 있는지, 나에게 일러 주시겠습니까?"

17.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너의 형들은 여기에서 떠났다. '도단으로 가자'고 하는 말을 내가 들었다." 그래서 요셉은 형들을 뒤따라 가서, 도단 근처에서 형들이 있는 곳을 알아냈다.

18. 그런데 그의 형들은 멀리서 그를 알아보고서, 그를 죽여 버리려고, 그가 그들에게 가까이 오기 전에 음모를 꾸몄다.

19. 그들은 서로 마주 보면서 말하였다. "야, 저기 꿈꾸는 녀석이 온다.

20. 자, 저 녀석을 죽여서, 아무 구덩이에나 던져 넣고, 사나운 들짐승이 잡아먹었다고 하자. 그리고 그 녀석의 꿈이 어떻게 되나 보자."

21. 르우벤이 이 말을 듣고서, 그들의 손에서 요셉을 건져 내려고,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목숨만은 해치지 말자.

22. 피는 흘리지 말자. 여기 들판에 있는 구덩이에 그 아이를 던져 넣기만 하고, 그 아이에게 손을 대지는 말자." 르우벤은 요셉을 그들에게서 건져 내서 아버지에게 되돌려 보낼 생각으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23. 요셉이 형들에게로 오자, 그들은 그의 옷 곧 그가 입은 화려한 옷을 벗기고,

24. 그를 들어서 구덩이에 던졌다. 그 구덩이는 비어 있고, 그 안에는 물이 없었다.

25. 그들이 앉아서 밥을 먹고 있는데, 고개를 들고 보니, 마침 이스마엘 상인 한 떼가 길르앗으로부터 오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낙타에다 향품과 유향과 몰약을 싣고, 이집트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26. 유다가 형제들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동생을 죽이고 그 아이의 피를 덮는다고 해서, 우리가 얻는 것이 무엇이냐?

27. 자, 우리는 그 아이에게 손을 대지는 말고, 차라리 그 아이를 이스마엘 사람들에게 팔아 넘기자. 아무래도 그 아이는 우리의 형제요, 우리의 피붙이이다." 형제들은 유다의 말을 따르기로 하였다.

28. 그래서 미디안 상인들이 지나갈 때에, 형제들이 요셉을 구덩이에서 꺼내어, 이스마엘 사람들에게 은 스무 냥에 팔았다. 그들은 그를 이집트로 데리고 갔다.

 

(시편 105:1-6, 16-22, 45b)

1. 너희는 주님께 감사하면서, 그의 이름을 불러라. 그가 하신 일을 만민에게 알려라.

2. 그에게 노래하면서, 그를 찬양하면서, 그가 이루신 놀라운 일들을 전하여라.

3. 그의 거룩하신 이름을 찬양하여라. 주님을 찾는 이들은 기뻐하여라.

4. 주님을 찾고, 그의 능력을 힘써 사모하고, 언제나 그의 얼굴을 찾아 예배하여라.

5. 주님께서 이루신 놀라운 일을 기억하여라. 그 이적을 기억하고, 내리신 판단을 생각하여라.

6. 그의 종, 아브라함의 자손아, 그가 택하신 야곱의 자손아!

16. 그 뒤에 주님께서 그 땅에 기근을 불러들이시고, 온갖 먹거리를 끊어 버리셨다.

17. 그런데 주님은 그들보다 앞서 한 사람을 보내셨으니, 그는 종으로 팔린 요셉이다.

18. 사람들은 그 발에 차꼬를 채우고, 그 목에는 쇠칼을 씌웠다.

19. 마침내 그의 예언은 이루어졌다. 주님의 말씀은 그의 진실을 증명해 주었다.

20. 왕은 사람을 보내어 그를 석방하였다. 뭇 백성의 통치자가 그를 자유의 몸이 되게 하였고,

21. 그를 세워서 나라의 살림을 보살피는 재상으로 삼아서, 자기의 모든 소유를 주관하게 하며,

22. 그의 뜻대로 모든 신하를 다스리게 하며, 원로들에게 지혜를 가르치게 하였다.

45. ... 할렐루야.

 

(로마서 10:5-15)

5. 모세는 율법에 근거한 의를 두고 기록하기를 "율법을 행한 사람은 그것으로 살 것이다" 하였습니다.

6. 그러나 믿음에 근거한 의를 두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마음 속으로 '누가 하늘에 올라갈 것이냐' 하고 말하지 말아라. (그것은 그리스도를 끌어내리는 것입니다.)

7. 또 '누가 지옥에 내려갈 것이냐' 하고 말하지도 말아라.(그것은 그리스도를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8. 그러면 그것은 무엇을 뜻합니까? "하나님의 말씀은 네게 가까이 있다. 네 입에 있고, 네 마음에 있다"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전파하는 믿음의 말씀입니다.

9. 당신이 만일 예수는 주님이라고 입으로 고백하고,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마음으로 믿으면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

10. 사람은 마음으로 믿어서 의에 이르고, 입으로 고백해서 구원에 이르게 됩니다.

11. 성경은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하고 말합니다.

12. 유대 사람이나, 그리스 사람이나, 차별이 없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님이 되어 주시고, 그를 부르는 모든 사람에게 풍성한 은혜를 내려주십니다.

13.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누구든지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

14.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들이 믿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부를 수 있겠습니까? 또 들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15. 보내심을 받지 않았는데, 어떻게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 성경에 기록한 바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한 것과 같습니다.

 

(마태복음 14:22-33)

22. 예수께서는 곧 제자들을 재촉하여 배에 태워서, 자기보다 먼저 건너편으로 가게 하시고, 그 동안에 무리를 헤쳐 보내셨다.

23. 무리를 헤쳐 보내신 뒤에, 예수께서는 따로 기도하시려고 산에 올라가셨다. 날이 이미 저물었을 때에, 예수께서는 홀로 거기에 계셨다.

24. 제자들이 탄 배는, 그 사이에 이미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풍랑에 몹시 시달리고 있었다. 바람이 거슬러서 불어왔기 때문이다.

25. 이른 새벽에 예수께서 바다 위로 걸어서 제자들에게로 가셨다.

26. 제자들이, 예수께서 바다 위로 걸어오시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서 "유령이다!" 하며 두려워서 소리를 질렀다.

27. [예수께서] 곧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심하여라. 나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28. 베드로가 예수께 말하였다. "주님, 주님이시면, 나더러 물 위로 걸어서, 주님께로 오라고 명령하십시오."

29. 예수께서 "오너라!" 하고 말씀하셨다. 베드로는 배에서 내려, 물 위로 걸어서, 예수께로 갔다.

30. 그러나 베드로는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보고, 무서움에 사로잡혀서, 물에 빠져 들어가게 되었다. 그 때에 그는 "주님, 살려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31. 예수께서 곧 손을 내밀어서, 그를 붙잡고 말씀하셨다. "믿음이 적은 사람아, 왜 의심하였느냐?"

32. 그리고 그들이 함께 배에 오르니, 바람이 그쳤다.

33.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에게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선생님은 참으로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4본문 전체에 감도는 느낌]

성서일과 4본문에서 우러나오는 느낌은, ‘어둠과 빛’입니다.

깊은 절망 끝에서 발견한 희망의 빛이라 할까요?

고통과 공포, 분노와 살기... 이 엉망진창 시궁창에서 피어오르는 한 송이 연꽃에 비유할까요?

그래서 전체 제목을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이라고 정해보았습니다.(로마 10:15)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오늘 구약본문은 슬픈 가족사의 시작입니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이 요셉처럼 보이지만 크게 보면 그 아비 야곱의 이야기입니다.

2절에 “야곱의 역사는 이러하다”로 이 기나긴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형제가 형제를 죽이려는 비극의 발단은, 요셉의 고발(2)과 채색옷(3) (그리고 꿈 이야기) 등입니다.

아우를 살해하려는 형제들 사이에서 르우벤과 유다의 노력으로 요셉은 이집트로 팔려갑니다.

오늘 구약본문은 이렇게 끝을 맺는데, 오늘 시편본문이 그 뒷이야기를 간략하게 요약해줍니다.

 

* 형제를 살해하려는 심리에 대하여

아무리 미워도 동기(同氣)간에 살해를 마음먹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안타깝게도 성경은 인류의 시작부터 그 비극을 소개합니다. (창세기 4장, 가인과 아벨)

원인이야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겠지만, 아벨과 요셉이 당한 비극의 뿌리는 질투입니다.

살다보면 편애를 느낄 수도 있고 질투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아벨과 요셉의 문제는 그 다음, 그것을 푸는 과정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부자(父子)간에, 그리고 형제(兄弟)간에 소통과 풀이의 기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남북분단 현실에서, 남북평화통일공동기도주일을 맞으면서 이런 생각이 절실합니다.

늦었지만, 우리는 통일을 준비하는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다양한 지혜를 모으고, 질투와 미움을 풀어버릴 수 있는 길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래도 그 아이는 우리의 형제요, 우리의 피붙이이다.”(창세 37:27)

 

유다의 이 발언은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요셉을 죽이려는 마음이 가장 컸던 것은 추측컨대 빌하와 실바의 자식들이었을 것입니다.(2절)

요셉의 어미 라헬과 동기간인 레아의 자식들인 유다, 그리고 르우벤의 노력으로 요셉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이들을 통하여 생명의 기운을 늘여가시는 하나님의 섭리로 보입니다.

남북 간에도, 이산가족들끼리, 동향인들끼리, 예체능인들끼리, 그리스도인들끼리... 소통하는 창구와 그 기회를 늘여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비극 속에 잉태된 행복

그런데 요셉의 비극은 야곱 가문을 살리시려는 하나님의 섭리였습니다.(시 105:17)

야곱 가문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성취하시려는, 하나님의 인류 구원 계획을 위한 첫걸음이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슬픔 안에는 언제나 기쁨과 행복의 씨앗이 심겨져 있는 법입니다.

한반도 분단의 비극 역시 그 안에 이미 우리 평화통일의 씨앗을 품고 있다는 생각,

뿐만 아니라, 냉전과 신냉전 시대의 각축장인 분단 코리아 안에,

하나님의 ‘정의’-‘평화’-‘창조질서 회복’의 첫 모판으로 삼으시려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잉태되어 있다는 강한 느낌을, 오늘 본문말씀을 통해 받습니다.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오늘 서신서 본문인 로마서 10:5-15절은 짧지만 그 안에 많은 알맹이가 담겨 있습니다.

이 가운데 크게 세 가지만 살펴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네게 가까이 있다. 네 입에 있고, 네 마음에 있다.”(8)

“사람은 마음으로 믿어서 의에 이르고, 입으로 고백해서 구원에 이르게 됩니다.”(10)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누구든지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13)

 

13절은 요엘 2:32절 말씀을 인용했으며, 8절은 신명기 30:14절 말씀의 앞부분입니다.

신명기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 명령은 당신들에게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당신들의 입에 있고 당신들의 마음에 있으니, 당신들이 그것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그 명령” 즉 “하나님의 말씀”에, “주님의 이름” 즉 “예수님의 이름”을 대입해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름을 어떻게 부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차례로 계통도를 그려보자면,

보내심을 받아야 ∼ 가서 ∼ 그 이름을 선포하고 ∼ 듣고 ∼ 믿고 ∼ 마침내 그 이름 “예수”를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14∼15절)

 

오늘 이 본문의 알맹이는 “예수 이름”입니다.

그 이름 앞에서는 모든 이들이 차별 없이 동등합니다.(9절, 12절)

오늘 본문은 그 이름 예수를 전하는 것을 가리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얼마나 아름다우냐!”라고 노래합니다.(15절, 이사야 52:7절 인용)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누구든지 구원을 얻습니다.(9절, 13절)

구원이란 극한 비극의 수렁에서 건져지는 행복입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건져져서 생명문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이름 예수를 전하는 것을 가리켜 “기쁜 소식”이라고 함은 지극히 마땅한 표현입니다.

 

그럼 오늘 복음서본문은 어떤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있을까요?

오늘 예수님은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제자들을 살리시고 물에 빠진 베드로를 건져주십니다.

제자들이 탄 배가 풍랑으로 파선 위기에 빠졌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의 알맹이는 ‘부족한 믿음’, ‘믿음 없음’에 대한 각성입니다.

풍랑을 통해, 배의 위기를 통해 연단하시고 구원하시는 주님의 은총입니다.

이는, 오늘 구약본문과 마찬가지로, 공포 속에 잉태된 은총이라 할 것입니다.

스승이신 예수님을 새로 만난 제자들이 “하나님의 아들”이시라고 고백합니다.

훗날 제자들은 이 기억을 되살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이 되었습니다.

 

 

[나머지]

* “주님 살려주십시오”

오늘 복음서본문의 무대는 풍랑 속 가랑잎 같은 배 안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제자들입니다.

제자들은 지금 ‘세상의 모든 공포’에 휩싸여 있는 것 같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자연으로부터의 공포입니다.(어두움, 풍랑)

초자연으로부터의 공포입니다.(유령)

자기 목숨에 대한 공포입니다.(익사)

이런 공포들의 뿌리는 믿음 없음입니다.

 

공포에 휩싸인 제자들을 위하여 예수님이 달려가십니다.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최단거리로, 물 위로 달려가고 계신 것입니다.

그리고 익사 직전의 베드로가 건져지고 난파 직전의 제자들 배가 구원받습니다.

마침내 제자들은 예수님을 가리켜 하나님의 아들이라 고백합니다.

 

** “열일곱 살 된 소년 요셉이”

오늘 구약의 야곱은 요셉을 잃게 됩니다. 요셉의 나이 17세였다고 합니다.(2절) 우리 나이로 18세, 고등학교 2학년 나이입니다.

자동적으로 얼마 전 세월호에서 숨진 단원고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미련이 많아 미련한 것일까요?

그 아이들도 베드로처럼 건져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래도 그 깊은 어둠은 빛을 잉태합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으로 우리 대한민국호는 난파 직전에 구원을 받을 수 있는 희망을 봅니다.

세월호 요셉들이 가족들을, 대한민국호를 구해낸 것입니다

 

*** 배의 비유

성경에는 풍랑을 만난 배가 몇 차례 나옵니다.

요나가 탔던 배(요나 1장), 바울이 탔던 배(행전 27장), 그리고 예수님이 타고 주무시던 배(마태 8:26), 그리고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배(마태 14장) 등입니다.(특히 바울이 탔던 배의 경우, 난파직전 승객과 배를 버리고 도망가려는 선원들을 가로막는 등, 선장보다 뛰어난 바울의 지혜와 순발력이 놀랍습니다. 30-32절)

교회를 배(방주)로 비유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을 배로 비유하여 ‘대한민국호’라고 종종 부릅니다.

그것은, 배가 가진 한 가지 특징 때문일 것입니다.

배는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서, 선장을 필두로 위계질서가 엄정한 오랜 전통이 있습니다.

그건 목숨을 걸고 항해해온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특히 뱃사람들이 NQ(Network Quotient 공동체지수)가 높다고 합니다.

 

**** 백중 [2014년 8월 10일(음력 7/15)]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음력 7월 보름에 벌이던 백중놀이가 유명했습니다.

농민들의 협동조합에 해당하던 ‘두레’를 중심으로 한 백중놀이입니다.

지금은 대부분 지방의 백중놀이가 사라졌지만 경상남도 밀양의 백중놀이가 씩씩하게 남아 있습니다.

백중놀이 안에는 양반춤과 범부춤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갓 쓰고 도포 입은 양반 하나가 농민들이 신나게 춤추며 노는 것을 보다가 춤신명이 일어났는지, 어느새 슬그머니 춤판에 끼어들어 양반춤을 춥니다. 그러자 농민들이 양반을 몰아냅니다. 그러자 그 양반이 갓과 도포를 벗어버리고 농민들과 똑같은 평범한 범부(凡夫)차림으로 돌아오니까 농민들이 받아들여 줘서 함께 어울려 신나게 춤추며 노는 놀이입니다. 범부춤은 농민들의 춤답게 매우 힘차고 씩씩한 것이 특징입니다. 범부춤이 어색한 양반도 차차 범부춤이 몸에 익어갑니다.

 

요셉의 형제들이 아우의 화려한 옷을 강제로 벗긴 것에 비해, 양반춤을 추던 그 양반은 스스로 화려한 옷을 벗고 범부의 차림으로 춤판에 뛰어듭니다. 무엇보다도, 남북평화통일공동기도주일이 백중날과 겹치는 오늘, 남북간에 이질적인 부분을 최대한 벗어버리고 공통분모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많이 가진 자가 먼저 자기 기득권을 하나 둘 내려놓는 것이, 적게 가진 상대방의 고까운 눈초리를 많이 부드럽게 할 수 있다는 교훈도 얻습니다.

 

채색옷을, 양반차림을 벗어버린다고 위화감이 다 사라지겠습니까? 그런데도 농민들은 그 양반을 받아들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의 진심을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농민들의 춤판을 천박하게 보지 않고 진정 함께 놀고픈 그 진심 말입니다. 높은 신분을 드러내는 허울조차 훌훌 벗어버릴 수 있게 하는 그 진심! 평화통일을 위해 우리는 남북 간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모든 허울을 하나하나 벗어버릴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허울만 벗어버린다고 되겠습니까? 평화통일을 애오라지 바라는 진심이 거기 담겨야 할 것입니다.

 

 

 

 

[말씀동시] 예수님께서 물 위로 걸어오시네 (이진구 지음, 성실교회학교 6학년, 『성실문화』 79호)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배로

물위로 걸어오시네

하지만 배 위에 있는 베드로는 안 믿는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를 보고 오너라 하시네

이런 그만 베드로가 빠졌네!

 

나는 앞으로 예수님 말씀을 잘 믿어야지.

 

 

 

[말씀시조] 마태복음 14:22-33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79호)

바다위 예수님이 풍랑보다 무서워라

나다 안심해라 오너라 베드로야

베드로 건져주실때 풍랑조차 잠들다

 

 

 

[말씀한시] 갈릴리 바다에서 (오세종 지음, 『성실문화』 79호)

激浪加利利 (격랑가리리) 노도광풍 이는 갈릴리 바다

耶穌命風捉 (야소명풍착) 예수께서 말씀으로 잔잔케 하셨다

彼得渡履海 (피득도리해) 베드로가 바다 위로 걸어갔으니

大湖小於足 (대호소어족) 베드로 발바닥이 바다보다 커졌다

 

 

 

[말씀서예] 시편 105:19 (오세주 작품, 『성실문화』 79호)

 

 

 

 

[말씀노래] 바다 위를 걸으시는 예수님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79호)

[본문] (마태복음 14:22-33)

 

[노랫말]

1. 예수님 산속에서 밤새기도 하시던날, 제자들 바다에서 밤새풍랑 시달리네

이른새벽 예수께서 풍랑위를 걸으시네, 제자사랑 급한마음 파도위를 달리시네

2. 유령이다 유령이다 제자들이 벌벌떠니, 안심해라 나다나다 예수께서 다독이네

정말로 주님이면 나를오라 명하소서, 오너라 한말씀에 베드로가 걸어가네

3. 뒤뚱뒤뚱 걸어가다 풍랑보고 물에빠져, 주님주님 살려주오 베드로가 첨벙첨벙

베드로의 손을잡고 큰믿음을 가지거라, 풍랑도 제자들도 예수님께 경배하네

 

[해설]

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어, ‘말씀으로 물리치네’가락에 붙였다.

 

[악보] 바다 위를 걸으시는 예수님 (이정훈 지음, 2014년 4월 17일)

 

 

 

 

 

 

[시편송서(誦書)] 시편 105:1-6, 16-22, 45b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 79호)

(※아리랑 가락에 맞추어)

 

(뒷소리)[찬양대]

1. 여- -호 와께, 감- -사 하고, 그의 이- 름을, 불러 아뢰 며-,

그가 하는 일을, 만민 중- 에-, 알게 할지 어-, 다- -- --∼

(앞소리)[독창]

2. 그- 에- 게-, 노래 하- 며-, 그를 찬- 양-, 하- -- 며-,

그- -의 모든, 기이 한일 들을, 말- -할 지어, 다- -- --∼

 

[회중]

3. 그의 거룩한 이름을 자랑하라 여호와를 구하는 자들은 마음이 즐거울지로다

4. 여호와와 그의 능력을 구할지어다 그의 얼굴을 항상 구할지어다

5-6. 그의 종 아브라함의 후손 곧 택하신 야곱의 자손 너희는 그가 행하신 기적과 그의 이적과 그의 입의 판단을 기억할지어다

 

(뒷소리)[찬양대]

16. 그- -가 또-, 그- -땅 에-, 기근 이- 들게, 하- -- 사-,

그- -들 이-, 의지 하고 있는, 양식 을((다))끊 으셨((도)), 다- -- --∼

(앞소리)[독창]

17. 그- -가 한-, 사- 람- 을-, 앞서 보- 내셨, 음- -이 여-,

요- -셉 이-, 종- 으- 로-, 팔- -렸 도-, 다- -- --∼

 

(뒷소리)[다함께]

아- -리 랑-, 아- -리 랑-, 아- 라- 리-, 요- -- --,

아- -리 랑-, 고- 개- 로-, 넘- -어 간-, 다- -- --∼

 

[회중]

18. 그의 발은 차꼬를 차고 그의 몸은 쇠사슬에 매였으니

19. 곧 여호와의 말씀이 응할 때까지라 그의 말씀이 그를 단련하였도다

20. 왕이 사람을 보내어 그를 석방함이여 뭇 백성의 통치자가 그를 자유롭게 하였도다

 

(뒷소리)[찬양대]

21. 그- -- 를-, 그- -의 집의, 주관 자- 로-, 삼- -- 아-,

그- -의 모든, 소- 유- 를-, 관리 하게 하-, 고- -- --∼

(앞소리)[독창]

22. 그- -- 의-, 뜻- 대- 로-, 모든 신- 하를, 다- -스 리며,

그의 지- 혜로, 장로 들- 을-, 교훈 하게 하였((도)), 다- -- --∼

 

(뒷소리)[다함께]

할- -- 렐-, 루- -- 야-, 할- 렐- 루-, 야- -- --,

할- -렐 루야, 할- 렐- 루야-, 할- -렐 루-, 야- -- --

 

※ 가락은 아리랑가락이고, 장단은 세마치로 읊는다.

(뒷소리는 세마치로, 앞소리는 중중모리로 해도 좋다.)

※ 쉼표(‘,’)까지 세마치 한 장단 3박 이다.(중중모리일 경우는 한 줄이 한 장단)

(즉, 세마치 4장단이 중중모리 1장단이다.)

※ 세마치장단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하여 편의상 1박을 3분박 대신 2분박으로 구분했다.

(예; 악보 세 번째 마디에 종종 나오는 셋잇단음표 식으로 표기한 것이 3분박의 맛을 살린 것이다.)

※ 뒷소리는 찬양대 합창으로, 앞소리는 독창이나 이중창으로 하면 좋겠다.

 

 

 

 

   

[말씀 동화] 하늘에서 내려온 배, 알록달록 11호

 

옛날 옛날 아주 오랜 옛날, 바다에 배 열두 척이 둥둥 떠 있었어요.

큰 배 작은 배, 지저분한 배 깨끗한 배, 이런저런 모양의 배들이었죠.

배를 지은 배 주인은 그 가운데서 열한 번째로 지은 배를 가장 아꼈어요.

그래서 그 11호 배에는 특별히 알록달록 예쁜 색을 칠해줬죠.

 

어느 날 배 주인이 11호를 불렀습니다.

 

“심부름 좀 다녀오렴.”

 

“네 주인님 무슨 심부름인가요?”

 

“먼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하고 있는 네 형들에게 좀 다녀오너라. 그 녀석들 파도에 무사히 잘들 있는지 궁금하구나.”

 

“네 주인님.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주인님 명령을 받고 11호는 휘파람을 불며 나갑니다.

파란 하늘 아래, 하늘빛 보다 더 파란 물 위로 씽씽 물살을 가르며 갑니다.

여기저기 한참을 뒤진 끝에 겨우 형들이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저 멀리 배 10척이 둥둥 떠 있는 것을 본 11호는 반가운 마음에 ‘뿌웅∼뿌웅∼’ 뱃고동을 울립니다.

 

멀리서 뱃고동 소리를 들은 형들이 신나게 달려오고 있는 11호를 발견합니다.

 

“아니 저 녀석 11호잖아?”

 

“그러네, 저 녀석이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찾아왔지?”

 

“그나저나 저 11호 녀석 때문에 늘 속상했는데, 오늘 저 녀석 버릇을 좀 단단히 고쳐놓는 게 어때?”

 

“아냐 아냐, 저놈은 말로 해서는 안 돼! 개 버릇 남 못준다잖아? 주인님 총애만 믿고 늘 알록달록 잘난 척 까부는 저 녀석! 제 놈이 어디 나면서부터 알록달록 했냐고? 저런 놈은 이번에 아예 색칠을 몽땅 벗겨버려야 해.”

 

“어디 그 뿐인가? 저 녀석은 딱 간첩 같은 놈이야. 시도 때도 없이 우리 허물을 주인님께 고자질해대는 저 간첩 같은 녀석은 아예 이번 기회에 쥐도 새도 모르게 싹 없애버리는 게 좋겠어!”

 

“옳거니! 그럼 이러면 어떨까? 저 녀석이 오면 강제로 급 변침(變針)을 시켜서 물에 빠뜨리는 거야. 그리고 저 놈 갑판 조각 하나 떼어다가 주인님께 가져다 드리자고. 우리를 찾아오는 도중에 큰 풍랑을 만나 난파했다고 하면 될 거야.”

 

여기서 변침(變針)이란 말은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꾼다’는, 배들이 쓰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급 변침이란 말은 배가 급하게 방향을 바꾸어 회전한다는 뜻이죠.

그 때 제일 큰 1호가 끼어듭니다.

 

“아니 그건 너무 심하지 않아? 물에 빠뜨려 침몰시키는 건 너무 심하다. 그냥 알록달록 색깔만 벗겨버리고 완전 침몰시키지는 말고, 바다 한 가운데서 꼼짝 달싹 못하도록 연료랑 돛대랑 싹 다 빼앗아버리자. 그렇게만 해도 충분하다.”

 

드디어 11호가 도착했어요.

형들이 달려들어 11호를 꼼짝달싹 못하게 묶어버립니다.

그리고 몇몇은 11호의 알록달록 색깔을 벗겨버리고, 또 몇몇은 11호의 연료를 빼내버리고, 또 몇몇은 돛대를 부러뜨립니다.

그리고 비상용 노까지 빼앗아버리네요!

영문도 모르고 당한 11호는 갑작스런 형들의 난리굿에 그만 넋을 잃고 맙니다.

 

바다 한 가운데서 꼼짝달싹 못하게 된 11호를 놔두고 형들은 저만큼 떨어진 곳에서 자기들끼리 점심을 먹으며 수다를 떱니다.

바로 그 때 멀리서 구름처럼 큼지막한 바지선(barge船) 한 척이 지나가네요.

바지선을 발견한 4호가 제안합니다.

 

“아무래도 11호를 바다 한 가운데서 꼼짝달싹 못하게 하고 가버리는 건 너무 심하다. 그러다 풍랑이라도 만나면 꼼짝없이 침몰하고 말거야. 좀 밉살스럽긴 해도 우리 형제잖아. 우리 주인님의 손길로 만들어진, 주인님의 피와 땀이 밴 우리 피붙이잖아. 그러니 목숨만은 살려주자고. 그냥 저 바지선에게 팔아넘기는 게 좋겠다.”

 

결국 11호는 알록달록 색깔이 다 벗겨지고 돛대도 부러진 흉한 몰골로 바지선 뒤에 묶여 끌려가게 되었죠.

 

‘무슨 바지선이 이렇게 먼 바다까지 나왔담?’

 

이런 궁금증도 잠시, 갑자기 비상사태가 발생합니다.

갑자기 바다 한 가운데서 큰 풍랑이 일어난 겁니다.

저렇게 거대한 바지선조차 목숨이 위태위태할 정도로 큰 풍랑입니다.

급기야 바지선은 배가 충돌해서 부서지는 것을 막기 위해 11호랑 연결했던 줄을 끊어버립니다.

 

 

망망대해 어마어마한 풍랑 속에 혼자 남은 우리 11호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야말로 일엽편주(一葉片舟), 나뭇잎사귀 하나 같이 동동 떠있는 조각배 신세입니다.

11호는 두 눈을 꼭 감습니다.

눈을 뜨나 감으나 세상은 온통 깜깜절벽입니다.

나를 그토록 아껴주시던 주인님 환한 얼굴이 떠올랐다 지나갑니다.

나를 졸졸졸 시냇물처럼 따라다니던 아우, 우리 12호의 귀여운 모습도 흘러갑니다.

 

“꽈르릉∼”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나 봐요.

눈을 꼭 감은 채 11호는 몸도 마음도 잔뜩 움츠립니다.

아무리 무서워도 아무데도 못 도망가는 신세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뱃고동이라도 ‘뿌웅∼뿌웅∼!’ 울려대며 엉엉 울고 싶지만, 이도저도 못하고 그냥 바들바들 떨기만 할 뿐입니다.

 

바로 그때였어요.

미친 듯이 소리치는 비바람과 풍랑 사이로 희미한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11호는 눈을 번쩍, 귀도 번쩍 뜹니다.

그런데 눈을 뜨자마자 11호는 얼른 다시 눈을 감아버립니다.

너무 눈이 부셔서 똑바로 눈을 뜰 수 없었던 겁니다.

 

‘뭐지? 아니 도대체 저게 뭐지? 말로만 듣던 전설의 용가리인가?’

 

미친 듯이 몰아치는 비바람을 뚫고 하늘에서 헬리콥터가 내려오고 있는 거였어요.

난생처음 헬리콥터를 본 11호는 신기하면서도 무섭고,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불덩이 같은 빛을 뿜으면서 11호를 향해 내려오고 있어요.

 

“괴물이닷!”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거의 기절하려는 순간, 헬기에서 마이크소리가 들립니다.

 

“11호야 안심해라. 나다 나야! 두려워하지 말아라!”

 

11호는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정신을 차리게 되었어요.

어디선가 많이 듣던 목소리였거든요.

 

‘아니 이럴 수가, 저건 주인님 목소리잖아?’

 

11호가 정신을 차리고 소리칩니다.

 

“주인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이 녀석아 어쩐 일이긴? 네가 지금 그거 물을 때냐? 파도에 파묻혀 침몰직전인데 그런 소리가 나와?”

 

“그건 그렇고요, 주인님이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으신 거죠?”

 

“그런 대단히 대답하기 복잡한 질문은 그만하고 너도 어서 나를 따라 올라와라.”

 

어느 틈엔가 주인님은 헬리콥터의 구명줄을 11호의 이물과 고물의 갈고리에 걸었습니다.

이물은 배의 앞부분을, 고물은 배의 뒷부분을 가리키는 말이죠.

 

“11호야 이제부터 내 얼굴만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 다른 곳 쳐다보지 말고 나만 보거라.”

 

주인님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11호는 자기 몸이 둥실 떠오르는 것을 느꼈어요.

 

‘세상에 이런 일이! 배가 하늘을 날다니! 내가 지금 하늘을 날고 있는 거잖아?’

 

그 순간 하늘에서 “꽈르릉∼” 벼락이 떨어집니다.

번쩍 하는 번갯불에 눈이 부신 11호는 순간 바다를 내려다보았어요.

미친 듯이 일어나는 풍랑이 당장이라도 11호의 꽁무니를 붙잡을 것만 같습니다.

꽁무니를 잡히지 않으려고 11호는 저도 모르게 몸부림을 치기 시작하네요.

 

“엄마야∼!”

 

외마디 소리와 함께 11호는 바다로 떨어집니다.

첨벙!

바다에 빠진 11호 안에는 온통 바닷물투성이입니다.

꼴깍 꼴깍 바닷물을 잔뜩 먹고 침몰 직전입니다.

 

“살려주세요! 주인님, 살려 주세요!”

 

“아이쿠! 이 녀석아 무슨 11호가 그렇게 믿음이 없느냐? 나는 너를 믿는데, 너는 왜 나를 못 믿어? 나만 바라보라고 그랬잖아!”

 

순식간에 헬리콥터는 바다로 내려옵니다.

수륙양용 헬리콥터는 11호 곁에 내려앉아 밧줄로 11호를 꽁꽁 묶습니다.

이젠 헬리콥터와 11호는 한 덩어리입니다.

희한한 모양으로 뭉친 ‘합체로봇’ 같은 모양이네요?

이윽고 주인님은 11호와 한 몸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저 아래 형들이 보이네요.

11호를 버리고 간 형들입니다.

지금 형들도 풍랑 속에서 서로 부딪치고 깨지며 침몰하기 일보직전입니다.

깜깜한 한밤중이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하늘에서 주인님 헬리콥터의 불빛이 쏟아져 내려옵니다.

그 덕분에 형들은 서로 부딪치지 않게 조절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형님들! 저 왔어요. 저 11호예요. 이제 아무 걱정 마세요. 주인님이 오셨거든요.”

 

형들은 어안이 벙벙합니다.

갑자기 하늘 위에서, 저게 무슨 소린가 싶습니다.

그래도 주인님이 오셨다는 말에 뛸 듯이 기쁩니다.

이렇게 기쁜 소식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헬리콥터가 내려앉자 어느덧 풍랑이 잔잔해집니다.

만신창이가 된 형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아우 11호를 바라보며 할 말을 잃습니다.

 

형들이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에 11호가 먼저 입을 엽니다.

 

“형님들 모두 무사하신 거죠?”

 

10척이나 되는 형들은 서로 서로 바라보면서 유구무언일 뿐입니다.

유구무언(有口無言)이란, 입은 있는데 말은 없다는 뜻입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옛말이 딱 맞습니다.

 

“아우야, 너도 잘 있었구나. 미안하다. 이 몹쓸 형들을 용서해다오.”

 

“아니에요. 형님들 덕분에 별의별 경험을 다한걸요?”

 

“아무튼 네 덕분에 우리가 모두 침몰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구나.”

 

“제 덕분이라뇨. 내가 아니라 다 우리 주인님 덕분이었는걸요! 그리고 저 앞으로 형들 앞에서 잘난 척하지 않을게요. 그리고 형들 허물을 주인님께 고자질하지도 않을 거예요. 그 대신에 형들도 주인님 몰래 하던 일들을 이제부터 확 줄이세요.”

 

“그럼 그럼! 우리도 앞으로는 주인님이 정해주신 법대로 정직하게 살 거야!”

 

형들은 아우 11호를 둘러싸고 모두 환하게 웃습니다.

죽일 듯이 미웠어도, 아무리 원수처럼 미웠어도 형제는 다시 뭉치기 마련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옛 어른들 말씀이 하나도 틀린 게 없습니다.

 

[이정훈 지음. 2014년 5월 말경, 성실문화 7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