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을 다 팔아서 그것을 산다.”
[성서일과 4본문]
(창세기 29:15-28)
15. 라반이 그에게 말하였다. "네가 나의 조카이긴 하다만, 나의 일을 거저 할 수는 없지 않느냐? 너에게 어떻게 보수를 주면 좋을지, 너의 말을 좀 들어 보자."
16. 라반에게는 두 딸이 있었다. 맏딸의 이름은 레아이고, 둘째 딸의 이름은 라헬이다.
17. 레아는 눈매가 부드럽고, 라헬은 몸매가 아름답고 용모도 예뻤다.
18. 야곱은 라헬을 더 사랑하였다. 그래서 그는 "제가 칠 년 동안 외삼촌 일을 해 드릴 터이니, 그 때에 가서, 외삼촌의 작은 딸 라헬과 결혼하게 해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19. 그러자 라반이 말하였다. "그 아이를 다른 사람과 짝지어 주는 것보다, 너에게 짝지어 주는 것이 더 낫겠다. 그러면 여기서 나와 함께 살자."
20. 야곱은 라헬을 아내로 맞으려고 칠 년 동안이나 일을 하였지만, 라헬을 사랑하기 때문에, 칠 년이라는 세월을 마치 며칠같이 느꼈다.
21. 칠 년이 지난 뒤에, 야곱이 라반에게 말하였다. "약속한 기한이 다 되었습니다. 이제 장가를 들게 해주십시오. 라헬과 결혼하겠습니다."
22. 라반이 그 고장 사람들을 다 청해 놓고, 잔치를 베풀었다.
23. 밤이 되었을 때에, 라반은 큰 딸 레아를 데려다가 신방으로 들여보냈는데, 야곱은 그것도 모르고, 레아와 동침하였다.
24. 라반은 여종 실바를 자기 딸 레아에게 몸종으로 주었다.
25. 아침이 되어서 야곱이 눈을 떠 보니, 레아가 아닌가! 야곱이 라반에게 말하였다. "외삼촌께서 저에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제가 그 동안 라헬에게 장가를 들려고 외삼촌 일을 해 드린 것이 아닙니까? 외삼촌께서 왜 저를 속이셨습니까?"
26. 라반이 대답하였다. "큰 딸을 두고서 작은 딸부터 시집보내는 것은, 이 고장의 법이 아닐세.
27. 그러니 이레 동안 초례 기간을 채우게. 그런 다음에 작은 아이도 자네에게 주겠네. 그 대신에 자네는 또 칠 년 동안 내가 맡기는 일을 해야 하네."
28. 야곱은 그렇게 하였다. 그가 레아와 이레 동안 지내고 나니, 라반은 자기 딸 라헬을 그에게 아내로 주었다.
(시편 105:1-11, 45b)
1. 너희는 주님께 감사하면서, 그의 이름을 불러라. 그가 하신 일을 만민에게 알려라.
2. 그에게 노래하면서, 그를 찬양하면서, 그가 이루신 놀라운 일들을 전하여라.
3. 그의 거룩하신 이름을 찬양하여라. 주님을 찾는 이들은 기뻐하여라.
4. 주님을 찾고, 그의 능력을 힘써 사모하고, 언제나 그의 얼굴을 찾아 예배하여라.
5. 주님께서 이루신 놀라운 일을 기억하여라. 그 이적을 기억하고, 내리신 판단을 생각하여라.
6. 그의 종, 아브라함의 자손아, 그가 택하신 야곱의 자손아!
7. 그가 바로 주 우리의 하나님이시다. 그가 온 세상을 다스리신다.
8. 그는, 맺으신 언약을 영원히 기억하신다. 그가 허락하신 약속이 자손 수천 대에 이루어지도록 기억하신다.
9. 그것은 곧 아브라함과 맺으신 언약이요, 이삭에게 하신 맹세요,
10. 야곱에게 세워 주신 율례요, 이스라엘에게 지켜 주실 영원한 언약이다.
11. "내가 이 가나안 땅을 너희에게 줄 것이다. 이것은 너희가 대대로 물려줄 기업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45b... 할렐루야.
(로마서 8:26-39)
26. 이와 같이, 성령께서도 우리의 약함을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도 알지 못하지만, 성령께서 친히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하여 주십니다.
27.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시는 하나님께서는, 성령의 생각이 어떠한지를 아십니다. 성령께서, 하나님의 뜻을 따라, 성도를 대신하여 간구하시기 때문입니다.
28.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나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29. 하나님께서는 미리 아신 사람들을 택하셔서, 자기 아들의 형상과 같은 모습이 되도록 미리 정하셨으니, 이것은 그 아들이 많은 형제 가운데서 맏아들이 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30. 그리하여 하나님께서는 이미 정하신 사람들을 부르시고, 또한 부르신 사람들을 의롭게 하시고, 의롭게 하신 사람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습니다.
31. 그렇다면, 이런 일을 두고 우리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이 우리 편이시면,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습니까?
32.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를 위하여 내주신 분이,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선물로 거저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33. 하나님께서 택하신 사람들을, 누가 감히 고발하겠습니까? 의롭다 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신데,
34. 누가 감히 그들을 정죄하겠습니까? 그리스도 예수는 죽으셨지만 오히려 살아나셔서 하나님의 오른쪽에 계시며, 우리를 위하여 대신 간구하여 주십니다.
35.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곤고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협입니까, 또는 칼입니까?
36. 성경에 기록한 바 "우리는 종일 주님을 위하여 죽임을 당합니다. 우리는 도살당할 양과 같이 여김을 받았습니다" 한 것과 같습니다.
37.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일에서 우리를 사랑하여 주신 그분을 힘입어서, 이기고도 남습니다.
38.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들도, 권세자들도, 현재 일도, 장래 일도, 능력도,
39. 높음도, 깊음도, 그 밖에 어떤 피조물도, 우리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습니다.
(마태복음 13:31-33, 44-52)
31. 예수께서 또 다른 비유를 들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하늘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밭에 심었다.
32. 겨자씨는 어떤 씨보다 더 작은 것이지만, 자라면 어떤 풀보다 더 커져서 나무가 된다. 그리하여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인다."
33. 예수께서 또 다른 비유를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하늘나라는 누룩과 같다. 어떤 여자가 그것을 가져다가, 가루 서 말 속에 살짝 섞어 넣으니, 마침내 온통 부풀어올랐다."
44.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 놓은 보물과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발견하면, 제자리에 숨겨 두고, 기뻐하며 집에 돌아가서는,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그 밭을 산다."
45. "또 하늘나라는, 좋은 진주를 구하는 상인과 같다.
46. 그가 값진 진주 하나를 발견하면, 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그것을 산다."
47. "또 하늘나라는, 바다에 그물을 던져서 온갖 고기를 잡아 올리는 것과 같다.
48. 그물이 가득 차면, 해변에 끌어올려 놓고 앉아서,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내버린다.
49. 세상 끝 날에도 이렇게 할 것이다. 천사들이 와서, 의인들 사이에서 악한 자들을 가려내서,
50. 그들을 불 아궁이에 쳐 넣을 것이니, 그들은 거기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51.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가 이것들을 모두 깨달았느냐?" 하고 물으시니, 그들이 "예" 하고 대답하였다.
52.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하늘나라를 위하여 훈련을 받은 율법학자는 누구나, 자기 곳간에서 새 것과 낡은 것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4본문을 통째로 아우르는 주제는 지난주에 이어서 또 ‘천국’입니다.
구약의 주인공 야곱은 라헬을 얻기 위해 종살이 같은 7년 노동조차 가볍게 여깁니다.
서신서 주인공 바울은 주님사랑 때문에 어떤 어려움도 이기고도 남는다고 선언합니다.(로마 8:37)
복음서 주인공 예수님은 오늘도 우리가 천국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있게 하시려고 그 풍성한 이야기보따리를 푸십니다.
천국이야기 다섯 보따리입니다.
그 천국 이야기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두 번 반복해서 나오는 바로 이 말씀입니다.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그것(밭)을 산다.”(마태 13:44, 46)
오늘의 요절은,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그것을 산다.”로 정했습니다.
[구약과 시편 (창세기 29:15-28 / 시편 105:1-11, 45b)]
오늘 구약본문에서 주인공 야곱은 외삼촌 라반에게 속아 넘어갑니다.
‘속이는 자’ 야곱의 명성에 금이 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눈 어두운 아버지를 속였던 야곱이, 눈 어두운 상황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바꿔치기 당합니다.
인과응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오늘 구약본문의 주제는 인과응보가 아니라 ‘사랑’입니다.
라헬을 향한 야곱의 사랑 말입니다.
그 사랑 얻기 위해 야곱은 7년 노동을 며칠 같이 느낍니다.(20)
심지어 외삼촌에게 사기를 당한 것을 알고 난 뒤 다시 7년 노동을 감수하기까지 합니다.(27-28)
시간이 흘러 라반에게 털어놓는 야곱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라헬을 얻기 위한 야곱의 노동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낮에는 더위에 시달리고, 밤에는 추위에 떨면서, 눈 붙일 겨를도 없이 지낸 것, 이것이 바로 저의 형편이었습니다. (창 31:40)
이런 고생을 감수한 것은, 바로 야곱의 라헬사랑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내 사랑 라헬과 함께 하는 곳 거기가 어디든, 거기가 바로 야곱의 천국이었습니다.
야곱의 라헬사랑을 천국에 비긴 것은 오늘 복음서본문의 예수님의 천국 비유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의 요절인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그것을 산다.”는 말씀 말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큰 비약입니다만, 요한계시록 19:5절 이하에 나오는 어린양의 혼인잔치입니다.
예수님께서 그 신부(교회)를 맞이하시기까지 얼마나 큰 고통을 견디셨고, 얼마나 오래 기다리셨던가!
한마디로, 예수님은 가진 것을 다 팔아서, 목숨을 바쳐서 나를, 우리를 구하셨습니다.
오늘 시편본문의 알맹이는 “언약”입니다.(8, 9, 10)
하나님의 선택을 받고 언약을 받은 민족은 행복한 민족입니다.
좀 천박한 비유지만, 이미 1등 당첨 확정된 로또 같은 언약임에도,
지금 우리는 언약의 책 성경을 대할 때 가슴 설레는, 터질 듯이 방망이질하는 심장 소리가 없습니다.
복권에 3등만 당첨되어도 이리 무덤덤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왜 언약의 책, 이 사랑의 언약을 읽으면서 무덤덤한 걸까요?
이 사랑의 언약이 바로 나를 향한 언약, 나를 얻으시려고 목숨 바쳐 이루신 언약임이 왜 실감나지 않는 것일까요?
[서신서와 복음서 (로마서 8:26-39 / 마태복음 13:31-33, 44-52)]
오늘 서신서본문은 매우 유명하고 강력한 본문입니다.
목숨 바쳐 우리를 얻으신(구하신) 사랑의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우리에게 선물로 거저 주”신다고까지 하십니다.(로마 8:32)
이런 큰 사랑을 받은 것이 바로 우리라는 것입니다.
사랑(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사랑덩어리가 바로 ‘나’라는 말씀입니다.(33)
오늘 서신서본문의 알맹이는 이것입니다.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있겠습니까?”(35, 39)
사도바울의 이 고백, 이 선언이 나의 고백, 나의 선언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언약의 말씀을 대할 때마다, 첫사랑의 가슴 설렘을 늘 누리며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라헬을 그리는 야곱의 마음처럼, 천국(밭에 숨긴 보물)을 발견한 사람의 심장처럼...!
오늘 복음서본문의 주제는 또 한 번, 천국입니다.
지난 3주간 연속한 복음서본문의 주제는 천국이었습니다.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와 예수 안에서 이미 시작한 하나님의 나라라는 주제’로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독일성서공회판 성경 해설 참조)
그런데 오늘은 천국에 관한 5가지 비유의 말씀입니다.
그 비유가 각각 특이합니다.
지난 주간도 오색빛깔 무지개처럼 다채롭고도 그물망처럼 이어져있는 천국의 그림을 그렸었는데,
또 다섯 가지 오색빛깔 무지개 같은 천국그림입니다.
처음과 두 번째 비유의 공통점은 아주 작은 것이 아주 크게 자란다는 점입니다.
오래 전 저희 교회 민들레음악회 때, 크리스천 매직의 대가인 황휘 선생을 초대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관객들은 ‘재크의 콩나무’ 체험을 했습니다.
신문지를 돌돌 말아 어찌어찌 조작해서 쭉쭉 펼치니까 그 길이가 몇 배로 길어지는 것이었습니다.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예배당 안에 꽉 찬 사람들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한꺼번에 그랬더니,
예배당 가득 천정을 향해 솟아오르는 ‘콩나무’들 모습이 참으로 장관이었습니다.
보잘 것 없이 버려지는 폐지를 활용해서 이런 가슴 뛰는 연출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참 놀라웠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겨자씨는 그 자체가 아주 작았다가 아주 커진다는 것이고,
누룩은 그 자신이 아니라 가루 서 말 반죽을 온통 부풀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작은 차이 같지만, 큰 차이입니다.
특히 천국의 그림을 극과 극으로 그릴 수 있게 하는,
지난 주 천국그림을 극대화해주는 것과 같은 가슴 뛰는 차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세 번째 네 번째 비유의 공통점은, 가진 것을 다 팔아 그것을 살 정도로 귀하다는 점입니다.
(하나 더하자면, 앞의 두 비유와 달리 은밀하다는 점입니다.)
차이점은, 밭에 숨긴 보물 비유는 그 숨긴 보물 자체가 천국이지만,
값진 진주 비유에서 천국은 그런 진주를 찾는 상인이라는 점입니다.
(앞의 첫 번째 두 번째 비유의 공통점과 차이점과 비슷한 구도입니다.)
후자는 마치 천국이 나를 얻으려 모든 것을 바치는, 즉 예수님과 우리 사이의 관계를 연상시킵니다.
천국을 맛본 사람은 압니다.
조금이라도 천국을 엿본 사람은 이 말씀의 비밀을 압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사 속에는, 천국을 사려고 모든 것을 팔 수 있었던 이들이 많습니다.
다섯 번째 비유는 독특합니다.
마치 지난 주 본문인 가라지 비유를 연상케 합니다.
차이점은, 가라지 비유의 공간은 밭이고, 이번 주 비유의 공간은 바다라는 점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주 비유가 좀 더 다채롭고 현실감이 느껴집니다.
심지어, 곡물이 아니라 물고기로 비유한 점도 그렇습니다.
마치 물고기라 비유되는(익투스) 크리스천 안에서도, 버려지는 악한 존재가 있다는 암시가 느껴집니다.
지난주 본문 40-42절과 이번 주 본문인 49-50절의 구성이 쌍둥이처럼 똑같습니다.
섬뜩합니다.
이렇듯 반복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결론으로, 다섯 번째 천국의 비유는,
1∼4번째 비유에서 느꼈던 천국의 그 신비롭고, 가슴 설레고, 어마어마한 규모와 가치에 비해서,
매우 섬뜩하고, 가슴 졸이고, 조마조마합니다.
그런데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입니다.
이 부분을 재미있게 번역한 유진피터슨의 『메시지』번역을 소개합니다.
“하나님나라의 훈련을 잘 받은 학생은 마치 편의점 주인과 같다. 무엇이든 필요한 것이면, 신상품이든 재고든 꼭 필요한 때에 척척 찾아낸다.”(52)
이 말씀은, 천국을 이루어가고, 천국을 전하고, 천국을 누리는 과정에서,
유대교와 기독교, 구약과 신약 뿐 아니라,
심지어 교회 울타리 너머에 있는 것들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으로 해석됩니다.
끝으로, 일일이 묘사하지 않았지만, 오늘 복음서본문의 천국비유 다섯 가지의 알맹이를 놓치지 않으려면,
이 천국비유들 안에서 예수님의 마음, 예수님의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찾아 천국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천국비유의 중심, 천국건설(천국완성)의 중심에는 언제나 예수님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천국이 지금도 여전히 빛나고 가슴 뛰게 하는 까닭은,
그 안에 나를 구하기 위해서 목숨을 바친 주님의 사랑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깨달음으로 살아가는 여기,
이 깨달음을 이렇게 저렇게 묘사하고, 그것을 전하고, 그것을 함께 누리며 지어가는 여기가 바로 천국이라는 사실입니다.
[정리]
주님께서 가진 것 다 팔아서 우리를 사셨듯이(45-46),
우리도 기뻐하며 가진 것 다 팔아서 천국을 살 수 있으려면(44),
먼저 천국을 천국으로 알아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나 하나 얻기 위해 모든 것 바치신 주님 사랑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님 사랑 얻기 위해,
정확히 표현하자면, 받은 사랑, 깨달은 사랑 제대로 누리기 위해,
그 사랑을 내 일상화하기 위해,
그 사랑의 집 함께 지어가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내가 가진 것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 팔아치울 수 있어야 합니다.
바울 사도는 그럴 수 있는 사람, 그렇게 산 사람의 모습을 오늘 참 잘 보여주셨습니다.
28.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나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35.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곤고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협입니까, 또는 칼입니까?
36. 성경에 기록한 바 "우리는 종일 주님을 위하여 죽임을 당합니다. 우리는 도살당할 양과 같이 여김을 받았습니다" 한 것과 같습니다.
37.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일에서 우리를 사랑하여 주신 그분을 힘입어서, 이기고도 남습니다.
38.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들도, 권세자들도, 현재 일도, 장래 일도, 능력도,
39. 높음도, 깊음도, 그 밖에 어떤 피조물도, 우리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습니다.
[말씀동시] 예수님께서 (이소현 지음. 성실교회학교 4학년. 『성실문화』 79호)
예수님께서 제자들한테
제발 좀 깨달으라고 여러 가지 비유를 말씀하신다.
‘겨자... 누룩... 진주상인... 그물’
예수께서 터질듯한 머리를 움켜쥐고
계속 계속 비유하신다.
그제야 알아들은 제자들에게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하늘나라를 위하여 훈련을 받은 율법학자들은
누구나 자기 곳간에서 새것과 낡은 것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
[말씀시조] 마태복음 13:31-33, 44-52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79호)
겨자씨와 누룩처럼 천국은 상상초월
밭의보물 진주처럼 천국은 은밀하네
가진것 다팔아서라도 천국열쇠 구하라
[말씀서예] 시편 105:3 (오세주 작품. 『성실문화』 79호)
[말씀노래] 천국의 노래2(두근두근 천국이야기(이정훈작사, 이석훈작곡. 『성실문화』 79호)
[본문] (마태복음 13:31-33, 44-52)
[노랫말]
1. 하늘나라 이야기는 언제나 두근두근, 예수님의 천국비유 신나고 재미있네
(후렴)겨자씨 한알처럼 가루서말 누룩처럼, 천국은 천국은 상상을 초월하네
2. 밭에숨긴 보물처럼 값진진주 한알처럼, 천국을 맛본사람 전재산도 아끼잖네
겨자씨 한알처럼 가루서말 누룩처럼, 천국은 천국은 상상을 초월하네
3. 고깃배가 가득차면 좋은것만 가려담듯, 의인들과 악인들을 말세천사 가려내네
겨자씨 한알처럼 가루서말 누룩처럼, 천국은 천국은 상상을 초월하네
4. 천국말씀 새기거라 누골명심 새기거라, 천국일꾼 말씀곳간 상상을 초월하네
겨자씨 한알처럼 가루서말 누룩처럼, 천국은 천국은 상상을 초월하네
[해설]
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었고, 성실문화원 동인인 찬양사역자 이석훈 목사님이 가락을 붙였다.
[악보] 천국의 노래2 (두근두근 천국이야기) (이정훈 작사, 이석훈 작곡, 2014년 4월 15일)
[시편송서(誦書)] 시편 105:1-11, 45b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 79호)
(* 전래 자장가, 즉 천자문 독송 풍으로 읊조립니다 *)
1. 여호와께 감사하고 그의 이름을 불러 아뢰며 그가 하는 일을 만민 중에 알게 할지어다
2. 그에-게-- 노래-하며-, 그-를 찬-양하--며--,
그-의 모-든 기이한 일들을, 말--할--지어-다--∼
3. 그의 거룩한 이름을 자랑하라 여호와를 구하는 자들은 마음이 즐거울지로다
4. 여--호--와--와--, 그-의 능력을 구할지어다-,
그-의 얼굴을 항--상--, (항-상) 구-할지어-다∼
5-6. 그의 종 아브라함의 후손 곧 택하신 야곱의 자손 너희는 그가 행하신 기적과 그의 이적과 그의 입의 판단을 기억할지어다
7. 그는 여호와 우리 하나님이시라 그의 판단이 온 땅에 있도다
8. 그-는 그-의 언--약--, 곧-- 천 대에 걸--쳐--,
(천대에 걸-쳐) 명-령하신-, 말씀을 영원히 기억하-셨-으니-∼
9. 이것은 아브라함과 맺은 언약이고 이삭에게 하신 맹세이며
10. 야곱에게 세우신 율례 곧 이스라엘에게 하신 영원한 언약이라
11. 이르시기를
[다함께]
내--가-- 가나안 땅을-, (가나안 땅-을) 네-게 주어-,
너희에-게- 할당된 소유-가--, 되-게 하리라 하셨도-다- 할렐∼루∿야∼∥
[말씀동화] 똥 타령
오늘 이야기는 똥 타령이에요.
똥에 얽힌 이런저런 재미난 이야기들이죠.
아무도 거들떠보려고도 하지 않는 천하디 천한 똥 이야기입니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이야기들이 지금 이 보따리 안에 가득 들었답니다.
그럼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전에 먼저 목부터 풀어볼까요?
“달빛 어스름 한밤중에 깊은 산길 걸어가다
머리에 뿔 달린 도깨비가 방망이 들고서 에루화 둥둥
(덩기덕 쿵더러러러 어절씨구 좋∼다)
깜짝 놀라 바라보니 틀림없는 산도깨비
에고야 정말 큰 일 났네 두 눈을 꼭 감고 에루화 둥둥
(덩기덕 쿵더러러러 어절씨구 좋∼다)
저 산도깨비 날 잡아갈까 가슴 소리는 콩당콩당
걸음아~ 날 살려라~ 꽁지 빠지게 도망갔네∼♬”
[국악동요, ‘산도깨비’ 조광재 지음]
첫 번째 보따리, 『똥벼락』 (김회경 선생님 작품을 조금 다듬음)
돌쇠아버지는 김부자네 집에서 30년이나 머슴을 살았어요.
30년 노동한 댓가로 받은 세경이 고작 버린 땅, 돌투성이 돌짝밭이었대요.
역시 김부자는 천하의 욕심꾸러기답죠?
돌쇠아버지는 그래도 내 땅이 생겼다는 기쁜 마음에 열심히 돌밭을 일구었어요.
돌밭에서 골라낸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여기저기 산을 이룰 정도로 땀 흘려 일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거름이었어요.
기름진 밭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거름이 필요한데, 거름엔 역시 똥이죠!
돌쇠아버지는 온 가족을 모아놓고 가족회의를 합니다.
“이제부터 우리 모두 열심히 똥을 모아야한다.
밖에 나갔다 돌아올 때는 빈손으로 오지 말고,
반드시 똥을 주워오도록 하자!”
그날부터 온가족은 열심히 똥을 누었어요.
밖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는 늘 길에서 소똥 말똥 개똥 가리지 않고 주워왔죠.
돌쇠도 친구네 놀러갔다가도 똥이 마려우면 얼른 집에 와서 똥을 눕니다.
아무리 게임이 재미있어도 얼른 집에 달려와 똥을 눕니다.
하루는 돌쇠아버지가 이웃마을 잔칫집에 가서 한창 맛있게 잔치음식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살살 아프더니 똥이 마려운 것이었어요.
맛있는 음식도 뒤로하고 얼른 집으로 달렸죠.
남의 집에서 금보다 귀한 똥을 눌 수는 없기 때문이었어요.
똥구멍을 꼭꼭 틀어막고 열심히 달립니다.
그러다 똥이 나오려고 하면 얼른 쪼그리고 앉아서 발뒤꿈치로 똥구멍을 틀어막습니다.
그리고 또 참을만하면 종종걸음으로 달립니다.
마지막 고갯마루에 올랐을 때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똥이 밀고 나오네요?
“어이구 도저히 못 참겠다. 똥아 내가 졌다.
일단 여기서 똥을 눠서 싸가지고 가야겠다.”
‘뿌직, 뿌직, 뿌지직∼’
참았던 똥이 마구마구 밀고 나옵니다.
똥이 나오자 참았던 오줌까지 세차게 쏟아지네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지?
언덕 아래서 잠을 자던 산도깨비 녀석 얼굴위로 오줌이 쏟아진 거예요.
“에퉤퉤, 아니 어떤 녀석이 내 얼굴에 오줌을 싸느냐?”
난데없는 산도깨비 호통소리에 깜짝 놀란 돌쇠아버지는 그만 철푸덕,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어요.
그 순간 돌쇠아버지는 금보다 귀한 똥이 뭉개진 것을 보고는, 산도깨비도 까맣게 잊은 채 엉엉 울어버립니다.
“아이고 아까워라, 아까운 내 똥, 내 똥 아까워라.”
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산도깨비는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허허 하고 웃습니다.
그리고 돌쇠아버지의 자초지종을 듣고 나더니 씩 웃으며 말합니다.
“걱정마요. 그까짓 똥, 내가 얼마든지 구해줄테니!
그나저나 마을에서 제일 똥이 많은 집이 어딜까요?”
“그야 김부자네지. 제일 부자고, 사람도 제일 많고, 많이 먹고, 많이 싸고...”
답을 들은 산도깨비는 도깨비 방망이를 두 손에 들더니 빙글빙글 돌리며 주문을 외웁니다.
구수한 굿거리장단으로 주문을 외웁니다.
“개∼똥 소∼똥 사람똥 모여라, 돌쇠네 거름간에 잔∼뜩 모여라.
김부자네 뒷간똥 돌쇠네로 다모여라, 덩기덕 쿵더러러러 어절씨구 좋∼다!”
돌쇠아버지가 집에 돌아와 보니, 뒷간 옆 거름간에 똥이 잔뜩 쌓였네요?
동구능 임금님 무덤만큼이나 큼지막하게 쌓였어요.
신바람난 돌쇠네 온 가족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똥에다 재도 섞고 풀도 베어 섞습니다.
이렇게 며칠 지나자 똥은 구수한 거름이 되었겠죠?
돌쇠네는 신바람나게 똥거름을 퍼다가 밭에 뿌렸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고랑도 내고 씨도 뿌렸습니다.
이윽고 추수철이 되자 돌쇠네 밭은 풍작을 이루었습니다.
오만가지 잡곡도 풍년이고, 고구마도 풍년입니다.
싱글벙글 돌쇠아버지가 열심히 고구마를 캐고 있네요?
“어라? 그런데 이게 뭐지?”
한창 고구마를 캐던 돌쇠아버지가 누런 고구마 사이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금가락지를 발견한 겁니다.
곰곰이 생각하던 돌쇠아버지는 금가락지를 가지고 김부자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돌쇠아버지가 가지고 온 금가락지를 본 김부자는 깜짝 놀랍니다.
작년에 손자녀석이 가지고 놀다 뒷간에 빠뜨렸던 금가락지였거든요.
“아니, 이 금가락지를 어떻게 네 녀석이 가져온 것이냐?”
돌쇠아버지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김부자는 슬그머니 욕심이 났습니다.
금가락지를 찾아준 것에 고마워하기는커녕, 억지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우리 집 뒷간 똥을 도로 다 내놓아라, 아니 그걸로 모자라지, 암! 그렇고말고, 몇 달이 지났으니 이자를 붙여야지! 암! 그렇고말고! 우리 집에서 가져간 똥에다가 열배 이자를 붙여서 똥을 가져와라. 한덩이라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똥으로 농사지은 모든 곡식을 다 가져와야해!”
낙심한 돌쇠아버지는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결국 산도깨비를 찾아갔습니다.
돌쇠아버지의 넋두리를 들은 산도깨비는 또 한 번 빙그레 웃더니 큰소리를 칩니다.
“아 글쎄, 걱정 마시라니까요?”
그러더니 다시 도깨비방망이를 번쩍 치켜들고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합니다.
“개∼똥 소∼똥 사람똥 모여라, 김부자네 집으로 잔∼뜩 모여라.
김부자 욕심만큼 열배백배 다모여라, 덩기덕 쿵더러러러 어절씨구 좋∼다!”
그러자 갑자기 태풍같은 회오리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토네이도 회오리바람이 붑니다.
온 고을 구석구석에서 돌개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집집마다 뒷간에 있던 수많은 똥이 하늘로 치솟아오르네요.
하늘은 온통 누런 똥으로 가득합니다.
이윽고 김부자네 집 상공에 도착한 똥들이 마당으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소똥 개똥 닭똥 사람 똥 할 것 없이 철푸덕 철푸덕 떨어집니다.
김부자가 비명을 지르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순식간에 김부네 뒷간 똥의 열배도 백배도 넘는 똥들이 쌓였습니다.
김부자 욕심만큼 커다란 똥산을 이루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이 너도나도 모두 그 똥을 퍼다가 자기 밭에다 뿌립니다.
그러자 간신히 똥이 다 없어지고 김부자가 살아납니다.
“하늘님 고맙습니다. 다신 욕심 부리지 않겠습니다.
남의 것 절대 탐내지 않고 평생 없는 사람들이랑
나누어먹으며 살겠습니다.”
똥벼락을 맞은 김부자가 철이 들었습니다.
지옥처럼 어두컴컴하던 김부자 마음속에 하늘빛 하늘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돌쇠아버지도 산도깨비도 빙그레 웃습니다.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님도 빙그레 웃습니다.
두 번째 보따리, 『똥벼락, 돈벼락』 (전래민담. 한희철목사님이 구술한 것을 조금 다듬음)
개똥이는 마을에서 가장 착하고 부지런한 농붑니다.
부지런히 일하지만 개똥이는 늘 가난합니다.
그래서 늘 배가 고픕니다.
너무 착해서 늘 당하고만 사는 개똥이를 동네사람들은 개똥같이 여깁니다.
하루는 개똥이가 잠을 자다가 희한한 꿈을 꾸네요?
잠에서 깨어난 개똥이가 중얼거립니다.
“거 참 희한한 꿈일세? 천정에서 금돈이 쏟아지다니?”
개똥이는 씩씩하게 세수하고 아침을 먹은 뒤에 일하러 밭으로 나갑니다.
길에서 만난 금동이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개똥아 그건 개꿈이야.”
욕심꾸러기 금동이는 개똥이가 일구는 밭의 주인입니다.
돌투성이 돌밭을 착하고 부지런한 개똥이에게 일부러 빌려준 것입니다.
개똥이가 일구면 돌밭도 금세 기름진 밭이 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추수 때 밭 빌려준 값을 톡톡히 치러야 한다고 금동이는 늘 입버릇처럼 떠들어댑니다.
개꿈이라는 금동이 말에 개똥이는 고개를 끄덕끄덕하고는 밭에 나가 땀 흘려 밭을 갑니다.
비록 돌투성이 남의 밭이지만 내 밭처럼 정성을 다해 밭을 일굽니다.
그런데 괭이질을 하다가 무언가 쨍 하고 부딪치는 소리에 개똥이가 깜짝 놀라네요?
“뭐지?”
조심조심 호미로 땅을 파보니 커다란 김장독이었습니다.
독 뚜껑을 열어보니, 세상에! 금돈이 잔뜩 들어있는 것이었습니다.
개똥이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이 놀랐습니다.
“어쩌지? 이건 참 대단한 행운인데? 하늘님께서 내게 내리신 복이 아닐까?”
한참을 궁리하던 개똥이는 다시 뚜껑을 닫고는 흙으로 도로 덮습니다.
그리고는 중얼거립니다.
“아냐 이건 하늘님이 내리신 복이 아니야. 어젯밤 꿈에 금돈은 밭에서 난 게 아니라 천정에서 쏟아졌잖아. 그래 이건 내 것이 아니야.”
일에 지치고 배가 고픈 개똥이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갑니다.
마침 저기서 금동이가 개똥이를 바라보고 있네요?
개똥이가 뭘 하나 하고 몰래 훔쳐보고 있었던 거예요.
아마 개똥이 꿈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 심상치 않은 걸 느꼈던 걸까요?
“아까 밭을 갈다말고 저 개똥이 녀석이 한참동안이나 도대체 뭐하고 있었던 걸까?”
궁금하던 차에 얼른 개똥이에게 다가가 묻습니다.
개똥이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금동이는 얼른 돌밭으로 달려갑니다.
금동이는 군침을 꿀꺽 삼키며 중얼거립니다.
“저 녀석 꿈이 좀 희한하다 싶었는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어∼! 내가 혹시나 싶어서 지켜보길 잘했지. 암 그렇고말고. 내가 지켜보지 않았었다면 저 녀석 분명히 나 몰래 금돈을 다 가져갔을거야.”
금동이는 얼른 땅을 다시 파서 김장독을 찾아냅니다.
입이 찢어질 듯이 귀에 걸린 금동이는 짜잔∼ 하고 뚜껑을 엽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도대체 어찌된 걸까요?
“아이쿠, 냄새야! 도대체 이게 뭐야?”
금동이가 뚜껑을 열자 김장독 안에는 구린내 나는 똥이 한가득 들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금동이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천하의 머저리 같은 개똥이 놈이 나를 속이다니. 내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돌짝밭을 빌려주고 빌린 값을 너무 많이 달라고 했더니 내게 앙심을 품고 있었던 게 분명해. 겉으로는 혼자 착한척하면서 속으로는 이런 음흉한 작전을 짜고 있었다니, 내 도저히 저 개똥이 녀석을 용서할 수 없다. 암, 그렇고말고!”
금동이는 한밤중이 될 때까지 끙끙거리며 그 큰 김장독을 파냅니다.
그리고 그 무거운 똥독을 지게에 지고는 낑낑대며 개똥이네 집으로 갑니다.
그리고는 사다리를 놓고 개똥이네 집 지붕위로 올라가네요?
아니 도대체 어쩌려고 저러지?
금동이는 씩씩거리며 남의 집 초가지붕을 마구마구 벗겨냅니다.
그 난리에도 피곤한 우리 개똥이는 쿨쿨 잠만 잡니다.
이윽고 개똥이가 자는 방 지붕을 벗겨내고 천정을 뚫은 금동이는
김장독에 든 똥을 바가지로 퍼서 개똥이 위로 퍼붓기 시작합니다.
“이 녀석 개똥아, 내똥 받아라. 분노의 똥, 복수의 똥이다! 이 못된 개똥이 놈아 이 똥이나 잔뜩 처먹어라.”
깊은 밤중에 난데없이 천정에서 무언가 쏟아져 내리자 개똥이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어? 이게 뭐지? 어? 이건 지난 밤 꿈에 본 그 금돈이잖아? 그렇지, 꿈대로 천정에서 쏟아지는 돈이니까 이건 내 것이 분명해. 하늘님께서 내려주시는 하늘복이 분명해! 하늘님 고맙습니다. 얼른 날 밝으면 쌀을 사다 밥을 지어먹겠습니다. 나처럼 배고픈 사람들이랑 같이 매일매일 나눠먹겠습니다.”
세 번째 보따리, 『강아지 똥』 (권정생선생님이 지으신 것을 많이 줄이고 다듬음)
파란 하늘위로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여름입니다.
동네 강아지 은동이가 길을 가다가 갑자기 제자리를 맴맴 도네요?
딱 똥마려운 강아지 같습니다.
그리곤 엉거주춤 희한한 자세를 취합니다.
진짜 똥을 누려는 겁니다.
뾰로롱 하고 똥덩어리가 똑 떨어지네요?
강아지 똥입니다.
강아지 똥은 아무도 거들떠도 안봅니다.
지나가던 참새도 흘러가는 구름도 쳐다보지 않습니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강아지 똥.
투명인간 같은 강아지 똥입니다.
아무도 자기를 쳐다보지도 않으니까 강아지 똥이 우울해집니다.
눈물이 조르르 흘러내립니다.
무더운 여름 땀방울도 주르르 흐릅니다.
그 때 마침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어옵니다.
“남들이 못 알아본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요.
나도 아무도 못 알아본답니다. 그래도 난 불고 싶은 대로 붕붕∼
아무데나 잘만 돌아다니죠.”
강아지 똥은 바람님의 위로에 마음이 조금 편안해집니다.
바람님이 어루만지자 눈물방울도 땀방울도 스르르 사라집니다.
“바람님 고마워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세상에서 제일 정이 많은 사람이 누구죠? 저처럼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엄마가 누군지도 모르는 외로운 강아지 똥에게 다정한 벗이 되어 줄 수 있는 분이 누구죠?”
“옛날에 예수님이라는 분이 계셨어요. 딱 강아지 똥처럼 흙 위에 뒹굴며 사는 성도 이름도 없는 흙의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주신 분이죠. 뿐만 아니라 그분은 그 친구들을 위해 생명까지,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아낌없이 바친 분이랍니다.”
“오! 세상에 그런 분이 있었다니! 나도 얼른 예수님을 만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그분을 만날 수 있을까요?”
“그분은 세상을 떠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곧 다시 돌아오겠노라고! 오늘 오실지 내일 오실지 알 수 없지만, 우리 같이 이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친구들은 모두 그분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강아지 똥은 바람님으로부터 예수님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바람님은 이야기보따리를 하나 둘 남김없이 풀어줍니다.
신나고 시원시원한 예수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름답고 눈물 나는 예수님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세상에 저렇게 정답고 사랑스런 분이 계시다니!”
예수님의 사랑이 마음에 들어오자 세상이 달리보이기 시작합니다.
하늘빛도 나뭇잎도 더 환하게 빛나기 시작합니다.
자기를 쓰다듬어 주는 바람님의 손길도 더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저 앞에 흙속에서 꿈틀꿈틀 솟아나려 애쓰는 새싹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안녕 새싹아? 난 강아지 똥이야. 만나서 반가워!”
너무 어려서 그런지, 기운이 없어서 그런지, 새싹은 말도 잘 못합니다.
어두운 땅 속에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몇날 며칠 째 비도 오지 않은 마른 땅을 뚫고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기도 없는 마른 땅 아래서 새싹은 시름시름 시들어만 갑니다.
“어떡하지? 새싹아 조금만 기운 내, 조금만 견디자.”
새벽마다 내리는 이슬 덕분에 새싹은 아직 숨이 붙어 있습니다.
새싹을 향한 강아지 똥의 마음은 하루하루 점점 더 간절해집니다.
강아지 똥은 있는 힘을 다해 새벽이슬을 따라 조금씩 땅속으로 스며듭니다.
핏물처럼 바알간 강아지 똥이 땅 속으로 스며듭니다.
“새싹아 조금만 기다려. 예수님이 오실거야. 그리고 나도 얼른 네게 달려갈게.”
강아지 똥은 바람님에게 들은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합니다.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그리고 새싹의 뿌리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하여 다가갑니다.
습기가 된 강아지 똥이 제 뿌리에 닿자 새싹은 깜짝 놀라 잠을 깹니다.
“뭐지? 이렇게 고소하고 맛있는 쥬스는 난생 처음이야!”
강아지 똥은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의 몸을 녹이려 애씁니다.
새벽에는 이슬에 젖어, 낮에는 뜨거운 햇볕에 흘리는 땀방울에 제 몸을 녹여 흙에 스미게 합니다.
그리고 줄기차게 새싹의 뿌리를 향해 달립니다.
어느덧 새싹은 땅을 뚫고 솟아오릅니다.
무럭무럭 자라 노란 꽃을 피웁니다.
강아지 똥을 닮은 노란색 민들레꽃입니다.
강아지 똥은 제 몸이 다 녹아 민들레에게 스며들었습니다.
민들레는 어느덧 하얀 홀씨를 잔뜩 담은 둥근 공 모양이 됩니다.
문득 바람님이 불어옵니다.
바람님은 민들레 홀씨를 훨훨 날려보냅니다.
바람님은 민들레 홀씨 속에 담겨 있는 강아지 똥의 향기를 느낍니다.
바람님의 마음이 갑자기 환해집니다.
예수님 사랑은 누구나 하나가 되게 하십니다.
아무도 그 사랑을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세상 그 무엇도 그 사랑을 지울 수 없습니다.
민들레 홀씨에 배어있는 강아지 똥 향기처럼,
세상 누구에게나 배어있는 예수님 사랑향기는 아무도 지울 수 없습니다.
민들레 홀씨는 훨훨 날아 어느 땅에 떨어질 것입니다.
예수님 사랑을 닮은 강아지 똥의 향기는 어느 땅에 떨어져 또 한 생명을 낳을 것입니다.
천국은 그렇게 이름 없는 둘이 하나 되고,
얼굴 없는 셋이 하나 되며 소리 없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이정훈 지음. 2014년 7월 27일 주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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