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항아리에 물을 채워라”(요한복음 2:7)
[성서일과 4본문]
(이사야서 62:1-5)
1. 시온의 의가 빛처럼 드러나고, 예루살렘의 구원이 횃불처럼 나타날 때까지, 시온을 격려해야 하므로, 내가 잠잠하지 않겠고, 예루살렘이 구원받기까지 내가 쉬지 않겠다.
2. 이방 나라들이 네게서 의가 이루어지는 것을 볼 것이다. 뭇 왕이 네가 받은 영광을 볼 것이다. 사람들이 너를 부를 때에, 주님께서 네게 지어 주신 새 이름으로 부를 것이다.
3. 또한 너는 주님의 손에 들려 있는 아름다운 면류관이 될 것이며, 하나님의 손바닥에 놓여 있는 왕관이 될 것이다.
4. 다시는 어느 누구도 너를 두고 ‘버림받은 자’라고 하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너의 땅을 일컬어 ‘버림받은 아내’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오직 너를 ‘하나님께서 좋아하시는 여인’ 이라고 부르고, 네 땅을 ‘결혼한 여인’ 이라고 부를 것이니, 이는 주님께서 너를 좋아하시며, 네 땅을 아내로 맞아 주는 신랑과 같이 되실 것이기 때문이다.
5. 총각이 처녀와 결혼하듯이, 너의 아들들이 너와 결혼하며, 신랑이 신부를 반기듯이, 네 하나님께서 너를 반기실 것이다.
(시편 36:5-10)
5. 주님,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은 하늘에 가득 차 있고, 주님의 미쁘심은 궁창에 사무쳐 있습니다.
6. 주님의 의로우심은 우람한 산줄기와 같고, 주님의 공평하심은 깊고 깊은 심연과도 같습니다. 주님, 주님은 사람과 짐승을 똑같이 돌보십니다.
7. 하나님,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이 어찌 그리 값집니까? 사람들이 주님의 날개 그늘 아래로 피하여 숨습니다.
8. 주님의 집에 있는 기름진 것으로 그들이 배불리 먹고, 주님이 그들에게 주님의 시내에서 단물을 마시게 합니다.
9. 생명의 샘이 주님께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빛을 받아 환히 열린 미래를 봅니다.
10.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주님께서 친히 한결같은 사랑을 베풀어 주십시오. 마음이 정직한 사람에게는, 주님의 의를 변함없이 베풀어 주십시오.
(고린도전서 12:1-11)
1. 형제자매 여러분, 신령한 은사들에 대하여 여러분이 모르고 지내기를 나는 바라지 않습니다.
2. 알다시피 여러분이 이방 사람일 때에는, 여러분은, 이리저리 끄는 대로, 말 못하는 우상에게로 끌려 다녔습니다.
3. 그러므로 나는 여러분에게 알려드립니다. 하나님의 영으로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예수는 저주를 받아라” 하고 말할 수 없고, 또 성령을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는 주님이시다” 하고 말할 수 없습니다.
4.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그것을 주시는 분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5. 섬기는 일은 여러 가지지만, 섬김을 받으시는 분은 같은 주님이십니다.
6. 일의 성과는 여러 가지지만, 모든 사람에게서 모든 일을 하시는 분은 같은 하나님이십니다.
7. 각 사람에게 성령을 나타내 주시는 것은 공동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8. 어떤 사람에게는 성령을 통하여 지혜의 말씀을 주시고, 어떤 사람에게는 같은 성령을 따라 지식의 말씀을 주십니다.
9. 어떤 사람에게는 같은 성령으로 믿음을 주시고, 어떤 사람에게는 같은 성령으로 병 고치는 은사를 주십니다.
10. 어떤 사람에게는 기적을 행하는 능력을 주시고, 어떤 사람에게는 예언하는 은사를 주시고, 어떤 사람에게는 영을 분별하는 은사를 주십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방언을 말하는 은사를 주시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 방언을 통역하는 은사를 주십니다.
11. 이 모든 일은 한 분이신 같은 성령이 하시며, 그는 원하시는 대로 각 사람에게 은사를 나누어주십니다.
(요한복음 2:1-11)
1. 사흘째 되는 날에 갈릴리 가나에 혼인 잔치가 있었다. 예수의 어머니가 거기에 계셨고,
2. 예수와 그의 제자들도 그 잔치에 초대를 받았다.
3.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지니,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말하기를 “포도주가 떨어졌다” 하였다.
4. 예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자여, 그것이 나와 당신에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아직도 내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5. 그 어머니가 일꾼들에게 이르기를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하였다.
6. 그런데 유대 사람의 정결 예법을 따라, 거기에는 돌로 만든 물항아리 여섯이 놓여 있었는데, 그것은 물 두세 동이들이 항아리였다.
7. 예수께서 일꾼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항아리에 물을 채워라.” 그래서 그들은 항아리마다 물을 가득 채웠다.
8.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이제는 떠서, 잔치를 맡은 이에게 가져다 주어라” 하시니, 그들이 그대로 하였다.
9. 잔치를 맡은 이는, 포도주로 변한 물을 맛보고, 그것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지 못하였으나, 물을 떠온 일꾼들은 알았다. 그래서 잔치를 맡은 이는 신랑을 불러서
10. 그에게 말하기를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한 뒤에 덜 좋은 것을 내놓는데, 그대는 이렇게 좋은 포도주를 지금까지 남겨 두었구려!” 하였다.
11. 예수께서 이 첫 번 표징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시니, 그의 제자들이 그를 믿게 되었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이어주는 끈은, ‘변함없으신 주님의 사랑이 닿으니 우리가 변하다’입니다.
구약, “사람들이 너를 부를 때에, 주님께서 네게 지어주신 새 이름으로 부를 것이다”(이사야서 62:2)
시편, “우리는 주님의 빛을 받아 환히 열린 미래를 봅니다”(시편 36:9)
서신서, ‘성령을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는 주님이시다”하고 말할 수 없습니다’(고린도전서 12:3)
복음서, “그의 제자들이 그를 믿게 되었다”(요한복음 2:11)
오늘 요절은, “이 항아리에 물을 채워라”입니다.(요한복음 2:7)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이사야서 62:1-5, 시편 36:5-10)]
오늘 구약본문의 소제목은 ‘시온의 장래 영광’입니다.
바빌론 포로에서 귀환한 지 얼마 안 된 지금 예루살렘은
여전히 가난하고 압제와 슬픔이 가득합니다.
바빌론 포로지에서 그리던 귀향 후 행복한 모습이 아닙니다.
귀환한 이들과, 계속 남았던 이들, 이방에서 다양한 경로로 이주한 이들 등
다양한 이들 사이의 관계가 복잡합니다.
심지어 빈부의 갈등조차 심각합니다.(느헤미야기5:1-13)
하나님 약속이 완전히 성취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그래서 예언자는 계속 부르짖습니다.(1)
그리고 예언자는 낙심한 이들을 여러 표현으로 격려합니다.
[“새 이름”(2), “아름다운 면류관”(3), “헵시바(4)”, “쁄라(4)” 등]
이는 하나님께서 장차 벌이실 일을
예루살렘과 유다 땅에 붙을 새 이름으로 묘사한 것이니,(2, 4)
새 이름은 주님께서 베푸실 큰 은혜의 희망이요 증거입니다.
4-5절의 혼인관계 묘사는 속죄와 구원의 기쁨을 상징하며
오늘 복음서본문의 배경과 짝을 이룹니다.
오늘 시편본문의 소제목은 ‘하나님의 풍성한 자비’입니다.
이 시는 피난민의 시처럼 보입니다.
주님이야말로 가장 완전한 피난처인 것은
그분의 “한결같은 사랑”(인자하심, 5,7,10) 때문입니다.
이 은혜를 깨친 자는 “마음이 정직한 사람”(10) 즉,
하나님을 알고 그 뜻에 순종하며 섬기는 자입니다.
그 사람은 “생명의 원천(샘)”이 주님께 있음을 압니다.(9)
주님께서 내 생명의 뿌리요(9) 피난처이시니(7),
그리고 친히 한결같은 사랑을 베풀어 주시리니(10)
나는 오직 주님만 의지하며 오늘도 주님께 달려갑니다.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고린도전서 12:1-11, 요한복음 2:1-11)]
오늘 서신서 본문의 소제목은 ‘많은 은사, 한 분 성령’입니다.
성령에 대한 이해가 성숙하지 못한 고린도교회가,
황홀경의 방언을 성령 받은 모범 증거로 일반화하는 문제 때문에 왈가왈부했나 봅니다.
그래서 바울은 성령과 성령의 은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반복해서 가르칩니다.
성령은 우리가 예수님을 주로 고백하여 교회를 이루게 하십니다.(3)
은사란, 방언처럼 비상한 은사의 형식이 아니라
그 내용(하나하나의 재능, 즉 역할)이 중요합니다.
은사란, 교회를 분열시키지 않고 하나 되게 하고, 모든 이를 유익하게 합니다.(7)
왜냐하면, 은사란 한 하나님, 한 성령님이 교회를 위해 베푸시는 선물이기 때문입니다.(4-6,11)
오늘 복음서본문의 소제목은 ‘가나의 혼인잔치’입니다.
예수님께서 주님으로서 처음 베푸시는 은혜가 혼인잔치에서 벌어집니다.
“혼인잔치”는 오늘 구약본문(그리고 호세아서 2:16-20)에서 보이듯이
속죄와 구원의 드라마입니다.
혼례식이 그러하듯
포도주 또한 종말적 기쁨과 풍요로운 행복을
미리 맛보는 것의 중요한 상징입니다.(욜3:18, 암9:13)
정결례를 위한 항아리에 물을 부어 포도주로 만드심은
예수님께서 옛 언약을 새 언약으로, 율법의 질서를 은혜의 질서로
해체·재편하심을 드러냅니다.
이 표적으로 제자들 안에 믿음이 생겼고, 그 결과
그들과 우리 모두에게 구원의 길이 열렸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이상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 해설 일부 참조)
(전에 올린 것을 조금 다듬어서 다시 올립니다)
[정리]
주현절 둘째주일에 우리가 읽은 성서일과 말씀에는
변함없으신 주님 사랑이 닿으니 우리가 변화하는 기적으로 가득합니다.
탕자처럼 남루해진 우리가 눈을 들어 아버지 집을 향할 때,
버선발로 달려 나오신 아버지께서 얼싸안고 가락지를 끼워주시듯,
우리 신세는 개과천선(改過遷善)합니다.
사람과 짐승을 똑같이 돌보실 만큼(시36:6) 차별 없고 한결같으신 사랑으로
오늘도 우리 주님은 탕자처럼 남루해진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아직 때가 차지 않았음에도(요2:4) 계획을 바꾸어 우리를 어루만지십니다.
한결같으신 사랑으로!
구원방주 교회, 교회의 구원 잔치에 포도주가 떨어지듯
지금 한국교회에 포도주가 떨어졌습니다.
이 난감한 시대에, 신랑예수께서 급히 우리를 찾으십니다.
“이 항아리에 물을 채워라”(요한복음2:7)
다시 주님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다시 주님 음성에 귀 기울여
맹탕 같은 우리 마음 뜨겁게 붉어질 때입니다.
[나머지]
*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요2:5)
우리 인생 길목마다 이런저런 위기가 도사립니다. 유대인들의 기나긴 노예생활과 포로생활, 그리고 식민지생활의 반복... 그 절망 가운데서도 “주님의 집”을 기억하고 달려가는 발은 복됩니다.(시36:7-8) 거기서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을 볼 수 있는 눈은 복됩니다.(시36:5,7,10) 지금 우리 한국교회의 길목에도 위기가 많습니다. 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지는 난감한 상황은, 마치 구원방주 교회의 항해 도중에 연료가 바닥난 것과 같습니다. 망망대해 한 가운데서 표류하는 한국교회! 물로 포도주를 만드시던 예수님의 영광이 다시 한국교회 안에서 회복되어 나날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제자들”의 믿음이 다시 회복되길 빕니다.(요2:11) 우리가 진정 의지하여야 할 그분을 재발견하기를, 그래서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할 수 있기를(요2:5) 그리하여 그날 그 물이 붉어지듯, 점점 일편단심(一片丹心)으로 우리의 마음이 붉게 달아오르길 빕니다.
** 주현절 세 번째 상징인 ‘물포도주 사건’
혼인예식은 둘을 하나로 만드는, 그래서 존재가 변화하는 사건입니다. 둘이 하나 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먼저, 혼자 살던 길을 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같이 살면서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혼인예식은 우리가 주님을 만나고 주님을 믿고 하나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 상징입니다. 하나님과 갈라진 우리가 예수님 십자가 보혈로 다시 하나 되어가는 속죄(贖罪)와 구원, 구속(救贖)의 과정 말입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혼인잔치 과정을 신랑신부의 속죄와 구원의 과정으로 여겼습니다. 오늘 구약본문과 복음서본문에는 혼인잔치에 관한 수많은 상징과 실제가 나옵니다. 주현절 처음부터 ‘동방박사 방문’(마태복음)과 ‘예수님 세례’(공관복음)가 차례로 이어지다가 마침내 ‘혼인잔치 물포도주 사건’(요한복음)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주현절의 3대 상징이 바로 동방박사 방문, 예수님 세례, 그리고 혼인잔치 물포도주 사건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오늘 복음서본문을 보니 그 서론은 물포도주 베푸시는 예수님 은혜요, 결론은 제자들이 믿음을 갖게 됨(11), 즉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본론은, 언제나 어디서나 한결같으신 주님 사랑(인자하심)입니다.
*** 또 하나의 주제, ‘혼인잔치’(그 결론은, 변화)
오늘 복음서본문의 무대인 혼인잔치에서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사건은, 신랑신부의 존재가 변화하는 혼례식이라는 자리의 의미와 결합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화학작용을 일으킵니다. 혼인잔치 자리가 더 뜨겁게 달아오른 것은 기본이고 제자들이 믿음의 사람들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입니다.(11) 오늘 구약본문에는 “결혼”이라는 단어가 3번 나옵니다(4-5절). 성경에서 혼인은 신랑신부에게 있어서 죄사함, 곧 구원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크나큰 잔치가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오늘 구약본문의 주인공들, 포로지에서 귀환하는 저 백성들이 왜 포로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뼈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회개하고 죄 씻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했겠습니까? 주님과의 혼례과정은(4-5절), 내 과거의 모든 허물을 씻어내고 내 존재가 변화하는 이 과정을 매우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 신랑 신부의 금식
유대인의 전통에 따르면 혼례식 날은 신랑신부의 과거 모든 죄가 용서되는 날이며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그러므로 신랑과 신부는 혼례식 전날 저녁부터 다음날 혼례식이 끝나기까지 경건한 마음으로 하루를 금식합니다. 신랑 신부에게 있어서 혼례식 날은, 죄를 온전히 용서받는다는 면에서 대속죄일과 마찬가지입니다. 즉 혼례식은 욤 키푸르(대속죄일)와 그 성격이 유사합니다. 신랑신부는 욤 키푸르 때에 입는 '키텔'이라고 불리는 흰색 가운을 입습니다. 흰색은 순결을 상징하며 죄의 용서를 나타냅니다. 이제는 온전히 깨끗해졌으니 이후로도 깨끗하게 살 것을 다짐합니다. [최명덕. 「유대인이야기」두란노, 51쪽 발췌]
*****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
오래 전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 종교학 수업에서 있었던 일화입니다. 시험을 치르는데, 시험문제 제목은 요한복음 2:1-11절에 대한 신학적 고찰이었습니다. 다들 열심히 답안을 작성하고 있는데 한 학생만 창밖 먼 산만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더랍니다. 드디어 다들 답안지를 제출하고 나가고 그 학생만 남았습니다. 보다 못한 교수가 “한 줄이라도 써야지 낙제를 면한다”고 충고하자 그 학생은 딱 한 줄만 써 놓고 나가더랍니다. 교수가 그 답안을 보고는, 그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마음이 뜨거워졌다나요? 도대체 뭐라 쓰여 있었기에?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 이 짤막한 답안으로 그해 최고 성적을 받은 그 학생이 바로 영국의 유명한 낭만파 시인 바이런입니다. 이 한 줄 답안이 최고성적을 받았던 이유는, 이 본문, ‘혼인잔치 물포도주 사건’이 바로 ‘동방박사 방문’과, ‘예수님의 세례’와 더불어 주현절 3대 상징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물이 포도주가 된 게 핵심이 아니라, <예수님이 우리의 주님으로 드러났다>는 것, <예수께서 자기 영광을 드러내셨다>는 것이 알맹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최고 성적을 받은 이 답안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의 핵심 단어 하나를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주인’일 것입니다.
****** 주님의 “생명의 샘”을 마음껏 먹을 수 있을 열쇠
주현절 2주에 주신 성서일과 말씀들에는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베푸시는 사랑의 선물로 가득합니다. 곤란할 때, 어려울 때 베푸시는 은혜롭고 복스러운 선물이라 오늘 우리에게도 큰 위로와 희망이 되십니다. 구약과 시편에는 한결같은 불순종의 대명사 이스라엘 백성이 나옵니다. 바빌론 포로생활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주님과의 언약에 성실하지 못한 백성, 그럼에도 그런 못난이들에게 베푸시는 하나님 사랑의 선물이 즐비합니다. 주님께서 친히 새 이름을 지어주시고(사62:2), 주님께서 친히 주님의 시내에서 단물을 마시게 하십니다(시36:8). 주님께서 무질서한 고린도교회의 각 사람에게 은사를 나누어주시고(고전12:11), 준비성 부족한 (또는 가난한) 혼례식에서 좋은 포도주를 만들어주시는 주님의 은혜를 맛봅니다.(요2:10) 못난이들에게 좋은 선물을 베푸시는 주님을 가리켜 본문의 기자들은 외칩니다. 주님께서 너를 좋아하신다고!(사62:4) 너희가 아무리 불순종한 못난이어도 주님은 언약에 성실한 의로운 분이시라고!(시36:6,10) 너희가 아무리 무능력한 못난이어도 주님은 마음대로 각 사람에게 은사를 나누어주신다고!(고전12:11) 오늘 시편의 이 구절이 참 설레고 든든합니다. “생명의 샘이 주님께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빛을 받아 환히 열린 미래를 봅니다.”(시36:9) 그러고 보니 “주님의 시내에서 단물을 마시게”(시36:8)하시는 은혜가 오늘 복음서 가나의 가난한 혼인잔치에 베푸신 포도주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라는 말씀이(요2:5) 주님의 “생명의 샘”을 마음껏 먹을 수 있을 열쇠처럼 보입니다.
(※ 전에 올린 것을 조금 다듬어 다시 올립니다.)
[말씀동시] 일곱 번째 돌항아리 (서무석 지음. 「성실문화」 121호)
돌항아리 여섯 개
물을 채웠다 비우며
나이도 잊은 세월
난생처음 눈 맞추고
어루만지는 그분 목소리에
온몸 달아오르고
둥그런 입 여섯 개가
목소리 높여 부른다
막내야 넌 어디 있느냐
돌항아리 취한 목소리
성경책을 뚫고 솟으니
내 심장 두근두근 붉게
물든다
[시편시조] 시편 36, 주 사랑 그 미쁘심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121호)
주 사랑 그 미쁘심 의롭고 공평하심
하늘에 가득차고 궁창에 사무치네
생명 샘 주께 있으니 우리 앞길 밝아라
[시편노래] 시편 36, 한결같은 주의 사랑 하늘에 가득하고 (이정훈 편사, 홍의종 작곡. 「성실문화」 121호)
[본문] (시편 36:5-10)
[노랫말]
1.한결같은 주의 사랑 하늘에 가득하고, 주님의 미쁘심은 궁창에 사무치네
주님의 의로우심 우람한 산줄기요, 주님의 공평하심 깊고 깊은 심연이라
사람과 짐승들을 똑같이 돌보시는, 공평하고 의로우신 사랑의 내 하나님
한결같은 주의 사랑 어찌 그리 귀한지요, 주님의 날개 아래 우리를 품으소서
2.주님의 집 기름진 것 그들을 배불리고, 주의 시내 단물조차 그들에게 마시우네
주님께 있나이다 생명샘이 있나이다, 주님의 빛 비추시니 환한 미래 보나이다
주님을 사랑하는 주님의 사람들을, 한결같은 사랑으로 덮으시는 내 하나님
정직한 사람에게 베풀어 주옵소서, 변치 않는 주님의 의 한결같이 베푸소서
[해설]
시편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찬양사역자이신 전일교회 홍의종 목사가 곡을 붙였다.
[악보] 시편 36 (한결같은 주의 사랑 하늘에 가득하고) (이정훈 편사, 홍의종 작곡)
[시편송서(誦書)] 시편 36:5-10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 121호)
(※ 전래자장가 가락, 즉 천자문독송 가락으로)
5. 주님,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은 하늘에 가득 차 있고, 주님의 미쁘심은 궁창에 사무쳐 있습니다.
6. 주님의 의로우심은 우람한 산줄기와 같고, 주님의 공평하심은 깊고 깊은 심연과도 같습니다.
주-님 주님은 사람과 짐승을, 똑같이 돌-보십니-다--,
7. 하나님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이, 어-찌 그리- 값집-니까-∼?
사람들이 주님의 날개 그늘 아래로 피하여 숨습니다.
8. 주님의 집에 있는 기름진 것으로 그들이 배불리 먹고, 주님이 그들에게 주님의 시내에서 단물을 마시게 합니다.
9. 생명-의-- 샘--이--, 주님-께--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빛을- 받아-, 환-히 열린- 미래를 봅니다---∼
[다함께]
10.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주님께서 친히 한-결-같은 사랑을, 베풀-어-- 주십-시오-∼
마음이 정직한 사람-에게는, 주님의 의-를 변함없이 베풀어 주십∼시∿오∼∥
[말씀동화] 키세스 전사와 박정훈 대령, 그리고 문형순 서장
옛날옛날 한 옛날에, 이건 호랑이가 다람쥐 앞에서 가위표 새긴 마스크 쓰고 고개 절레절레 흔들던 시절 이야기예요.
“페미 페미 페미, 누나는 페미라서 싫어!”
철수가 영희에게 소리칩니다.
영희가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타나자
철수의 눈이 등잔만 해졌다가 다시 가자미눈처럼 작아지더니
아예 고개를 휙 돌리면서 소리치는 겁니다.
“페미가 뭔데? 페미니스트가 도대체 뭔데?”
영희는 짧은 머리 긁적이며 묻습니다.
철수는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퉁명스레 말합니다.
“누나 키세스 전사잖아. 다 알어. 그날 한남동 갔잖아.
누나 한남 싫어해서 한남동 간 거 맞잖아!”
눈 오는 날 한남동 길바닥에서 방한을 위해 둘렀던 은박지 때문에
키세스 초콜릿 닮았다고 또 하나의 별명이 붙은 겁니다.
그때 갑자기 영희의 휴대 전화기에서 노래가 울리기 시작합니다.
알람 노래로 저장해둔 시편노래입니다.
“주님의 의로우심은 우람한 산줄기와 같고,
주님의 공평하심은 깊고 깊은 심연과도 같습니다.
주님, 주님은 사람과 짐승을 똑같이 돌보십니다∼♬”(시편36:6)
시편노래가 철수의 귀에 닿자마자 갑자기 철수의 귀가 붉어지기 시작합니다.
시편노래가 철수의 가슴을 적시기 시작하자 철수의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시편노래로 철수가 정신을 차리니 비로소 다시 영희의 고운 얼굴이 보입니다.
용산 대통령 집을 지키는 경호원들의 눈매가 매섭습니다.
대통령을 체포하러 들어가려는 경찰들을 도끼눈으로 쏘아봅니다.
경호원과 경찰들 사이의 긴장이 한겨울 추위를 녹일 정도로 뜨겁습니다.
“부당한 명령은 따르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경찰이 큰 소리로 외치고 연이어서 외칩니다.
“해병대 채상병의 죽음을 욕되게 하지 않으려고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박정훈 대령을 기억하세요”
경찰의 외침에 경호원들이 술렁입니다.
경찰출신 경호원들부터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날 박정훈 대령이 부당한 명령을 받았을 때
어디선가 휴대전화 알람 노래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주님께서 친히 한결같은 사랑을 베풀어 주십시오.
마음이 정직한 사람에게는, 주님의 의를 변함없이 베풀어 주십시오∼♬”(시편36:10)
스테파노 박정훈의 마음에 사랑스럽고 의로운 기운이 솟아오릅니다.
옹달샘처럼 맑은 박정훈의 마음이 예수님의 사랑이 닿자 포도주처럼 붉게 물듭니다.
예수님의 의롭고 선하신 십자가 사랑을 향한 일편단심
한 조각 붉은 마음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합니다.
4.3 광풍이 제주를 휩쓸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광풍에 미치니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이 개돼지로 보이고 짐승을 잡듯이 쉽게 사람을 죽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조차 빨갱이라며 죽이기 시작합니다.
빨간 동백꽃 떨어지듯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갈 때
모두 숨죽이고 쉬쉬하고 있을 때
성산포 어느 작은 교회 예배당에서 시편노래 흘러나오고
그 노래가 흘러흘러 제주도의 오들오들 숨죽인 마음들을 적십니다.
“주님의 의로우심은 우람한 산줄기와 같고,
주님의 공평하심은 깊고 깊은 심연과도 같습니다∼♬”(시편36:6)
제주도 경찰서장 문형순의 마음에 의로운 기운이 한라산처럼 우람하게 솟아오릅니다.
동네사람들 잡아들이고 모두 빨갱이니 다 죽이라는 명령에
“부당함으로 불이행” 일곱 글자로 대답합니다.
그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납니다.
제주도 성산포 어느 작은 교회가 문형순 서장님을 기억하려고 노래합니다.
“(뒷소리)너영나영 두리둥실 허영, 낮에 낮에나 밤에 밤에나 상사랑이로구나∼
1.평안남도 안주에서 산을 넘고 물건너, 신흥무관학교에서 대한독립만세∼(뒷소리)
2.만주벌판 말다리던 광복군 문형순, 산 넘고 바다건너 제주도에 왔네∼(뒷소리)
3.성산포 경찰서장 되어 돌하르방처럼 씩씩하게, 4.3광풍에서 수백목숨 살렸네∼(뒷소리)
4.부당(不當)함으로 불이행(不履行)하여 약한 사람들 살리니, 제주도 너영나영 평화의섬 만세∼(뒷소리)”
[‘4.3돌하르방 문형순’ 이정훈 작사, 제주민요 너영나영 가락]
[이정훈 지음. 2025년 1월 18일 토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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