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과 함께 통에 기름도 마련하였다”(마태복음 25:4)
[성서일과 4본문]
(여호수아기 24:1-3a, 14-25)
1. 여호수아가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를 세겜에 모이게 하였다. 그가 이스라엘의 장로들과 그 우두머리들과 재판관들과 공직자들을 불러내니, 그들이 하나님 앞에 나와서 섰다.
2. 그 때에 여호수아가 온 백성에게 말하였다.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옛날에 아브라함과 나홀의 아비 데라를 비롯한 너희 조상은 유프라테스 강 건너에 살면서 다른 신들을 섬겼다.
3. 그러나 내가 너희 조상 아브라함을 강 건너에서 이끌어 내어, 그를 가나안 온 땅에 두루 다니게 하였으며, 자손을 많이 보게 하였다. (내가 그에게 이삭을 주었고,)
14. 이렇게 말씀하셨으니, 당신들은 이제 주님을 경외하면서, 그를 성실하고 진실하게 섬기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은 여러분의 조상이 강 저쪽의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섬기던 신들을 버리고, 오직 주님만 섬기십시오.
15. 주님을 섬기고 싶지 않거든, 조상들이 강 저쪽의 메소포타미아에서 섬기던 신들이든지, 아니면 당신들이 살고 있는 땅 아모리 사람들의 신들이든지, 당신들이 어떤 신들을 섬길 것인지를 오늘 선택하십시오. 나와 나의 집안은 주님을 섬길 것입니다."
16. 백성들이 대답하였다. "주님을 저버리고 다른 신들을 섬기는 일은 우리가 절대로 하지 않겠습니다.
17. 주 우리 하나님이 친히 우리와 우리 조상을 이집트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이끌어 내시고, 우리가 보는 앞에서 그 큰 기적을 일으키셨습니다. 또 우리가 이리로 오는 동안에 줄곧 우리를 지켜 주셨고, 우리가 여러 민족들 사이를 뚫고 지나오는 동안에 줄곧 우리를 지켜 주셨습니다.
18. 그리고 주님께서는 이 모든 민족을, 이 땅에 사는 아모리 사람까지도, 우리 앞에서 쫓아내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을 섬기겠습니다. 오직 그분만이 우리의 하나님이십니다."
19. 그러나 여호수아는 백성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주님을 섬기지 못할 것입니다. 그분은 거룩하신 하나님이시며, 질투하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당신들의 허물과 죄를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20. 만일 당신들이 주님을 저버리고 이방 신들을 섬기면, 그는 당신들에게 대항하여 돌아서서, 재앙을 내리시고, 당신들에게 좋게 대하신 뒤에라도 당신들을 멸망시키시고 말 것입니다."
21. 그러자 백성들이 여호수아에게 말하였다. "아닙니다. 우리는 주님만을 섬기겠습니다."
22. 여호수아가 백성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이 주님을 택하고 그분만을 섬기겠다고 한 말에 대한 증인은 바로 여러분 자신들입니다." 그러자 그들은 말하였다. "우리가 증인입니다."
23. 여호수아가 또 말하였다. "그러면 이제 당신들 가운데 있는 이방 신들을 내버리고, 마음을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께 바치십시오."
24. 백성들이 여호수아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주 우리의 하나님을 섬기며, 그분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25. 그 날 여호수아가 세겜에서 백성들과 언약을 세우고, 그들이 지킬 율례와 법도를 만들어 주었다.
(시편 78:1-7)
1. 내 백성아, 내 교훈을 들으며, 내 말에 귀를 기울여라.
2. 내가 입을 열어서 비유로 말하며, 숨겨진 옛 비밀을 밝혀 주겠다.
3. 이것은 우리가 들어서 이미 아는 바요, 우리 조상들이 우리에게 전하여 준 것이다.
4. 우리가 이것을 숨기지 않고 우리 자손에게 전하여 줄 것이니, 곧 주님의 영광스러운 행적과 능력과 그가 이루신 놀라운 일들을 미래의 세대에게 전하여 줄 것이다.
5. 주님께서 야곱에게 언약의 규례를 세우시고 이스라엘에게 법을 세우실 때에, 자손에게 잘 가르치라고, 우리 조상에게 명하신 것이다.
6. 미래에 태어날 자손에게도 대대로 일러주어, 그들도 그들의 자손에게 대대손손 전하게 하셨다.
7. 그들이 희망을 하나님에게 두어서, 하나님이 하신 일들을 잊지 않고, 그 계명을 지키게 하셨다.
(데살로니가전서 4:13-18)
13.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여러분이 잠든 사람의 문제를 모르고 지내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소망을 가지지 못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슬퍼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14. 우리는 예수께서 죽으셨다가 살아나신 것을 믿습니다. 이와 같이 하나님께서 예수 안에서 잠든 사람들도 예수와 함께 데리고 오실 것입니다.
15. 우리는 주님의 말씀으로 여러분에게 이것을 말합니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살아남아 있는 우리가, 이미 잠든 사람들보다 결코 앞서지 못할 것입니다.
16. 주님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 소리와 함께 친히 하늘로부터 내려오실 것이니,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사람들이 먼저 일어나고,
17. 그 다음에 살아남아 있는 우리가 그들과 함께 구름 속으로 이끌려 올라가서, 공중에서 주님을 영접할 것입니다. 이리하여 우리가 항상 주님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18.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런 말로 서로 위로하십시오.
(마태복음 25:1-13)
1. "그런데, 하늘나라는 저마다 등불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2. 그 가운데서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3.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불은 가졌으나, 기름은 갖고 있지 않았다.
4.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자기들의 등불과 함께 통에 기름도 마련하였다.
5. 신랑이 늦어지니, 처녀들은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다.
6. 그런데 한밤중에 외치는 소리가 났다. '보아라, 신랑이다. 나와서 맞이하여라.'
7. 그 때에 그 처녀들이 모두 일어나서, 제 등불을 손질하였다.
8. 미련한 처녀들이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말하기를 '우리 등불이 꺼져 가니, 너희의 기름을 좀 나누어 다오' 하였다.
9.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이 대답을 하였다. '그렇게 하면, 우리에게나 너희에게나 다 모자랄 터이니, 안 된다. 차라리 기름 장수들에게 가서, 사서 써라.'
10. 미련한 처녀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다. 준비하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혔다.
11. 그 뒤에 나머지 처녀들이 와서 '주님, 주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하고 애원하였다.
12. 그러나 신랑이 대답하기를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하였다.
13. 그러므로 깨어 있어라. 너희는 그 날과 그 시각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과거의 구원을 기억하고, 미래의 구원을 기다리며 준비하다’입니다.
구약, “우리가 주 우리의 하나님을 섬기며, 그분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여호수아 24:24)
시편, “그들이 희망을 하나님에게 두어서, 하나님이 하신 일들을 잊지 않고, 그 계명을 지키게 하셨다”(시편 78:7)
서신서, “하나님께서 예수 안에서 잠든 사람들도 예수와 함께 데리고 오실 것입니다”(데살로니가전서 4:14)
복음서, “그러므로 깨어있어라. 너희는 그 날과 그 시각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마태복음 25:13)
오늘 요절은, “슬기로운 처녀들은 자기들의 등불과 함께 통에 기름도 마련하였다”입니다.(마태복음 25:4)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여호수아 24:1-3a, 14-25 /시편 78:1-7)]
오늘 구약본문의 소제목은 ‘세겜 대회’입니다.
여호수아를 따라 약속의 땅에 들어간 이스라엘 백성이 지파별로 땅을 나눕니다.
그러고 나서 여호수아가 숨지기 전에 마지막 유언을 남깁니다.(22-24장)
특히 23장에 유언이 들어있고, 24장 오늘 본문은 유언의 마지막 부분으로서 백성들과 대화형식입니다.
내용은 땅 분배를 마친 뒤, 비유하자면, 땅문서에 최종 도장을 찍는듯한 내용입니다.
이방신들을, 이방신 문화를 다 버리고 오직 하나님께만 마음을 바칠 것을(23)
말씀대로만 살 것을(20, 24) 반복해서 촉구합니다.
매우 강렬하고 자극적인 방법으로 각성시킵니다.
여호수아로서는 필생의 사명을 마무리하는, 참으로 간절한 광경입니다.
백성을 절망의 길로 몰아붙이는듯하다가(19)
재차삼차 백성의 다짐을 받고서 희망의 말씀으로 마무릅니다.
언약과 율례, 법도를 만들어 준 것입니다.(25)
오늘 시편본문의 소제목은 ‘이스라엘 역사 가운데 나타난 죄와 심판과 은혜’입니다.
시인은 마치 오늘 구약본문의 여호수아처럼 백성 앞에 섭니다.
조상들과 동행하신 하나님의 역사를,
특히 언약의 말씀을 주신 역사를 강조하며 들려줍니다.
이는 대대손손 전하고 지켜야 할 법(法)임을 강조합니다.
마지막 구절이 인상적입니다.
“그들이 희망을 하나님에게 두어서, 하나님이 하신 일들을 잊지 않고, 그 계명을 지키게 하셨다.”(7)
우리가 하나님의 동행 역사를 기억하고, 그 언약의 말씀을 굳게 지켜 살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양다리 걸치지 말고,
하나님만 의지하는 삶, 즉 희망을 하나님에게 두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데살로니가전서 4:3-18 /마태복음 25:1-13)]
오늘 서신서본문의 소제목은 ‘죽은 사람들의 부활에 대하여’입니다.
살아생전 예수님 재림을 맞이할 것을 기대하던 교회가
교우들이 하나 둘 숨지기 시작하니, 그들 걱정으로 술렁입니다.
이에 바울은 희망찬 앞날을 보여주면서 교회를 위로합니다.
죽은 자들과 산자들이 만나고, 주님께서 친히 하늘로부터 내려오시며,
죽은 자와 산자가 함께 구름 속으로 이끌려 올라가, 공중에서 주님을 영접하고,
마침내 항상 주님과 함께 있게 되는 것은
참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재림의 신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꾸만 먼저 세상을 떠나는 교우들 때문에
낙심하고 실망하고 절망하는 교회에게
매우 희망찬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16, 17절에 가득한 저 특별하고 거룩한 여러 표현들,
지상적인 것을 뛰어넘어서 거룩하게 변화하리라는 저 강력한 표현들을 통하여
오늘 우리는 그 미래를 앞당겨 살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육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육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거룩하고 특별한 변화를
지금 여기서부터 추구하며 살 때,
이 말씀은 참 희망의 말씀이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의 소제목은 ‘슬기로운 처녀들과 어리석은 처녀들의 비유’입니다.
오늘 본문의 바로 앞인 24장과, 바로 뒤인 25:31절 이하는
마지막 때, 마지막 심판에 대한 매우 두렵고 강력하고 구체적인 예수님 말씀입니다.
그 사이에, 오늘 본문이 있습니다.
혼인잔치의 어느 과정으로 천국을 묘사하십니다.(1)
이스라엘의 혼례식에는 신랑신부가 금식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대(大)속죄일과 같은 무게로 금식합니다.
그렇게 모든 허물 다 씻어내야 이루어지는 혼례입니다.
예수님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설교말씀입니다.
유언과도 같은 이 말씀에서 우리는, 두려움과 절망 속에 담긴 희망을 봅니다.
예수님의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에 희망입니다.
허물 많은 우리지만, 한 가지만 명심하면 됩니다.
즉, 오늘 본문의 알맹이, “깨어 있어라!”
바로 이것만 명심하면 됩니다.
재림과 심판이 더디니 누구라도 느슨해지기 마련입니다.
슬기로운 다섯 처녀 역시 졸고 있었고 잠들었습니다.(5)
깨어있지 못했으나 그들이 신랑과 함께 혼인잔치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기름을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을 참고했습니다.)
(※ 예전에 올린 것을 조금 다듬어서 다시 올립니다)
[정리]
예배력(교회력)의 시작인 대림절이 가깝습니다.
즉 예배달력의 섣달그믐이 가깝다는 뜻입니다.
대림절조차 (원래) 주의 재림을 기다리는 절기이고
지금 예배달력의 마지막이 가까우니
성서일과 오늘 구약과 신약 본문들은 ‘마지막 때’가 배경입니다.
깨어 있으라는 예수님 말씀의 핵심은 슬기로우라는 것이요
그것을 <기름준비>로 비유하십니다.
겨울마다 난방유 마련하려고 전전긍긍하는 작은이들, 작은 교회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당장 불편한 것은 견딜 수 있습니다.
아무리 약자여도 그것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힘이 바로 역사입니다.
하나님의 창조와 구원, 그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성경말씀과
내 일기장에 고스란히 담긴 지난 세월 주님께서 동행하신 내 역사!
그 기억이 우리의 힘겨운 현실을 견딜 수 있게 해줍니다.
역사는 현실을 견디는 힘일 뿐 아니라 내일의 희망을 품게 하는 힘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와 동행하신 역사는 곧 내일도 그분께서 함께하실 보증입니다.
이 믿음, 이 소망은 진실하고 성실하신 주님의 사랑으로 시작했고
나보다 더 약한 분들을 찾는 나의 작은 사랑으로 뻗어갑니다.
이 작은 사랑이 모여 슬기로운 기름이 되고 따듯한 역사가 되어
가정마다 교회마다 대대손손 이어지는 넉넉한 기름
거룩한 유산이 될 것입니다.
[나머지]
* 두 개의 등불, 성 마틴과 전태일
11월 11일은 성 마틴의 날입니다. 마틴은 빈자(貧者)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인생을 산 대표적인 분입니다. 해마다 이 날 저녁 어둑어둑해질 무렵이면, 독일 어린이들은 모두 등불을 들고 골목골목 행진을 합니다. 모든 초등학교 아이들, 유치원 아이들이 느릿느릿 움직입니다. 심지어 유모차를 탄 아이들도 유모차에 등불을 걸고 행진에 참여합니다. 마틴의 정신을 기리는 노래도 반복해서 부릅니다. 경찰들은 이날 아이들의 행진을 곁에서 지켜줍니다. 마치 내 가까이 작은 자, 약한 자로 오신 주님을 찾아다니는 것만 같습니다.(마태25:40) 어린 시절부터 이런 전통을 온몸으로 익히는 나라는 참 슬기로운 나라입니다. 어두운 골목, 후미진 곳을 등불을 들고 걷는 모습이 슬기로운 다섯 처녀들을 연상시킵니다.
11월 13일은 전태일의 날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전태일 앞에도 ‘성(聖)’이라는 글자를 붙이고 싶습니다. 어린 여공들이 혹사당하는 모습을 보고 버스비로 풀빵을 사서 나눠주고 자기는 통금에 걸리면서까지 그 먼 집까지 걸어 다닌 사람입니다. 교회에서 배운 성경말씀대로 살려다가, 굶더라도 정의의 편에, 약한 자의 편에 서려고 애쓰다가, 마침내 제 온몸을 기름삼아 어두운 시대의 등불이 되어버린 사람입니다. 자살을 미화할 생각은 없습니다. 미화해서도 안 됩니다. 오직 22살 저 어린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이 무너진 세상을 바꿔보려고 몸부림친 역사를 기억하려는 것입니다. 작은 자들, 나보다 더 약한 자들 곁을 끝까지 지키려던 전태일, 저 작은 전태일이 숨질 때, 주님께서 그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하셨다는 사실, 전태일의 일생에, 주님은 항상 그와 함께 하셨음을 기억하려는 것입니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마태5:9. 공동번역) 법이 허물어진 세상, 정의의 깃발이 꺾인 세상에서 법의 주춧돌을 다시 놓으려, 꺾인 정의를 다시 세우려 애쓰는 사람이 바로 평화를 위해 일하는 주님의 자녀입니다.(마태5:9) 평화를 위해 일하는 자녀들에게는 환한 등불과 넉넉한 기름이 있습니다.
** 춥고 어두운 시절 넉넉한 기름 같은, 희망의 사람
낙엽 쓸고 들어왔는데, 바람 한바탕 부니 또 수북이 쌓입니다. 아직 끝은 아닌 듯, 마지막 잎새는 아직 먼 듯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매년 겪어봐서 압니다. 저 많은 잎들 다 떨어지는 날이 진짜 온다는 것을! 돌아보면 내 나무에 달린 잎이 참 크고도 많습니다. 저 오동나무 잎보다 크고, 저 참나무 잎보다 더 많습니다. 곧 말라버릴 것들을 믿고, 곧 떨어질 것들을 자랑하며 살고 있습니다. ‘마라나타 성도’ 내 마지막 때를 외면하지 않고 직면하는 사람. 내가 늙어가도, 내가 낡아가도, 내가 말라가도, 내가 한없이 작아져가도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희망이 부풀어 오르는 사람. 그 사람은 저 훗날 만나 뵐 주님을 지금 여기서 매일 매순간 만나는 사람입니다. 언젠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그 신비한 만남을 희망하며 지금 여기서 그 희망을 체현하는 사람입니다. 어두운 절망 세상에 기름 넉넉한 등불처럼 깨어있는 사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희망이 되어가는 사람입니다.
(※ 예전에 올린 것을 다시 다듬어 올립니다.)
[말씀동시] 해 (이소현 지음. 성실교회 청년부. 「성실문화」 116호)
해가 모습을 감추고 어둠이 내려앉은 이 밤
언제쯤 다시 돌아와 내게 다시 밝은 세상을 보여줄까
해의 부재에 이 세상은 어둡고 고요하다
다른 이들은 해를 기다리며 잠에 드는데
나는 촛불을 켜두고 그 빛에 눈을 빼앗겨
방 한 구석 가장 어두운 곳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샌다
다시 해가 돌아와 세상이 밝아졌을 무렵엔
초는 다 녹아내리고 내 눈은 감겨있어
다시 어둠이 내려서야 눈을 떴네
여보시오 나도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을 보고싶소
좁고 어두운 방구석에서 벗어나 해를 맞이하고 싶소
그러게 그대는 어째서 모두가 기다리며 잠들어있을 시간에
해가 아닌 다른 빛에 눈을 빼앗겼는가
때가 되면 해는 꼭 우리에게 돌아와
그 날에 우리는 다시 눈을 뜨고 새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거야
그러니 우리는 믿음으로 기다려야해
한눈팔지 말고 그 순간을 그리며 언제나 꿈을 꿔야해
[시편시조] 시편 78, 백성아 경청하라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116호)
백성아 경청하라 옛 비밀을 밝혀주마
영광스런 주님 행적 대대손손 전하리라
주께서 세우신 언약 그 계명을 지키게
[시편노래] 시편 78, 들어라 내 백성아 (이정훈 편사, 홍의종 작곡. 「성실문화」 116호)
[본문] (시편 78:1-7)
[노랫말]
1. 들어라 내 백성아 옛 비밀을 밝혀주마, 주님의 놀라운 일 귀 기울여 새기거라
영광스런 주의 행적 빛나는 그 능력을, 미래의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하거라
2. 들어라 내 백성아 또 다시 들려주마, 하나님이 하신 일을 잊지 말고 전하거라
대대손손 온 희망을 하나님께 두게 하여, 하나님 그 말씀을 고스란히 지키거라
[해설]
시편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찬양사역자인 전일교회 홍의종 목사가 곡을 붙였다.
[악보] 시편 78 (들어라 내 백성아) (이정훈 편사, 홍의종 작곡)
[시편송서(誦書)] 시편 78:1-7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 116호)
(※ 전래자장가 가락, 즉 천자문독송 가락으로)
1. 내 백성아, 내 교훈을 들으며, 내 말에 귀를 기울여라.
2. 내가 입을 열어서 비유로 말하며, 숨겨진 옛 비밀을 밝혀 주겠다.
3. 이것은 우리가 들어-서--, 이--미-- 아는- 바요-,
우-리 조상들-이- 우리-에게-, 전하여 준-- 것이-다--∼
4. 우리가 이것을 숨기지 않고 우리 자손에게 전하여 줄 것이니, 곧 주님의 영광스러운 행적과 능력과 그가 이루신 놀라운 일들을 미래의 세대에게 전하여 줄 것이다.
5. 주님께서-- 야곱-에게-, 언약의 규례를 세우-시고-,
이스라-엘-에-게 법--을--, (법-을) 세우실 때--에--∼
자손에게 잘 가르치라고, 우리 조상에게 명하신 것이다.
6. 미래에 태어날 자손에게도 대대로 일러주어, 그들도 그들의 자손에게 대대손손 전하게 하셨다.
[다함께]
7. 그들-이-- 희망-을--, 하나님에-게 두어-서--,
하나님-이- 하-신 일들을 잊지 않-고-, 그 계명을-- 지키게 하--∼셨∿다-∼∥
[말씀동화] 산타클로스가 아니고 산타마틴 할아버지가 오신다고요?
옛날옛날 한 옛날에, 이것은 호랑이가 오토바이 타고 동네방네 곶감 배달하던 시절 이야기예요.
온 마을 아이들이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마을 아이들이 기다리는 산타할아버지는
산타클로스가 아니라 산타마틴이래요.
날짜도 12월 25일 성탄절이 아니고 11월 11일 ‘성 마틴의 날’이죠.
해마다 11월 11일 성 마틴의 날이 되면
온 마을 아이들은 신바람이 납니다.
밤이 늦도록 너도나도 등불을 켜들고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성 마틴의 노래와 아름다운 시편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거든요.
그러면 집집마다 마을 어른들은 등불을 든 아이들에게
맛있는 먹을거리를 나눠주시고
아이들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모아다가
가난하고 외로운 할머니 할아버지 댁 툇마루에 살며시 두고 옵니다.
그런데 올해 성 마틴의 날은 확 달라진대요.
동네방네 등불행진을 아이들끼리만 하지 않고
성 마틴 할아버지가 직접 오셔서 함께 행진하기로 한 거예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처럼 아이들 잠든 사이에 몰래 오지 않고
산타마틴 할아버지는 큰소리로 시편노래 부르며 오신다네요.
그런데 아무나 다 마틴 할아버지랑 행진할 수 있는 게 아니래요.
마틴 할아버지처럼 향기로운 등불기름을 준비한 사람만 할 수 있대요.
그래서 온 마을 집집마다 향기로운 기름을 준비하느라 북새통이 되었죠.
엄마아빠 온 가족이 총동원해서 향유쇼핑을 다니고
온라인 쇼핑몰까지 샅샅이 뒤져서 최고급 기름을 주문합니다.
마침내 성 마틴의 날이 되었어요.
몇 시에 오실지 모를 산타마틴 할아버지 기다리느라
온 마을 아이들은 엄마아빠 도움을 받으며 잠들지 않으려 애씁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밤이 이슥해지자 너도나도 꾸벅꾸벅 졸다 잠들어버립니다.
신나는 만화영화를 켜두어도, 신나는 컴퓨터게임을 하다가도
모두모두 잠들어버립니다.
바로 그때였어요!
누군가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 퍼졌어요.
“마틴 할아버지 오신다! 모두모두 나와라!”
그런데 뜻밖에 산타마틴 할아버지는 옷차림이 수수했어요.
아니 수수하다 못해 남루해보였죠.
어깨에 걸친 망토조차 반 조각뿐이었고요.
다만 마틴 할아버지가 들고 있는 등불만큼은 참으로 곱습니다.
빛깔도 향기도 참 아름다웠죠.
아니나 다를까, 마틴 할아버지 앞으로 모여든 아이들 가운데는
그렇게 곱고 아름다운 기름을 가진 아이가 없었어요.
마틴 할아버지가 매우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마을을 떠나려는 순간
온 마을 엄마아빠들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구동성으로 외쳤어요.
“잠깐만요! 저희에게는 ‘배달의민족’, 배민이 있거든요!”
인터넷쇼핑의 달인인 엄마아빠들이 너도나도 빛의 속도로 주문을 합니다.
배달의민족은 물론 온 나라 퀵서비스 배달원 라이더들이 몰려옵니다.
오토바이를 탄 배달원들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기름을 가지고 몰려옵니다.
그럼에도 값비싼 기름으로 의기양양한 엄마아빠 그리고 아이들을 뒤로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마틴 할아버지가 다시 마을을 떠나려는 순간
저 멀리 뒤늦게 달려오는 오토바이가 있었어요.
심지어 오토바이 기름이 모자라 동구 밖에서 오토바이는 멈추고
주문받은 기름 상자를 들고 헐레벌떡 달려온 꼴찌 배달원이
주문한 기름을 전달하고 막 돌아서는 순간
마틴 할아버지는 그 꼴찌 배달원의 어깨를 턱 잡으며 말합니다.
“나는 자네가 꼴찌로 도착한 이유를 알고 있어.”
오토바이 기름 살 돈을 아껴 매일 붕어빵 30개를 사서
매일매일 쪽방 촌을 돌며 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이 배달원은
그날도 겨우 주문받은 상품을 들고 달려오다가
다친 사람 발견하고 119 신고해주고 오느라 꼴찌로 도착한 거였죠.
마틴 할아버지는 꼴찌 배달원과 어깨동무를 하고 행진을 시작합니다.
영문도 모르고 어리둥절한 꼴찌 배달원은
그래도 마틴 할아버지가 어깨에 걸쳐주는 반쪽짜리 망토 덕분에
몸도 마음도 점점 따듯해집니다.
그때 마을 아이들이 ‘성 마틴의 노래’ 부르며 뒤따라옵니다.
마틴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아이들도 데리고 행진합니다.
매년 성 마틴의 날마다 아이들이 했던 향기로운 일들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꼴찌 배달원의 아름다운 일상과 마을 아이들의 고운 마음이
성 마틴 할아버지가 원하는 향기로운 등불기름이었던 것입니다.
향기로운 마틴 할아버지와 꼴찌 배달원, 그리고 마을 어린이들이
어깨동무 행진하며 시편노래를 합창합니다.
“미래에 태어날 자손에게도 대대로 일러주어, 그들도 그들의 자손에게 대대손손 전하게 하셨다.
그들이 희망을 하나님에게 두어서, 하나님이 하신 일들을 잊지 않고, 그 계명을 지키게 하셨다.”
(시편78:6-7)
[이정훈 지음. 2023년 11월 11일 토요일 ‘성 마틴의 날’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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