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십시오”
[성서일과 4본문]
(예레 29:1, 4-7)
1. 이것은 예언자 예레미야가 예루살렘에서 보낸 편지로서, 포로로 잡혀 간 장로들 가운데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비롯하여,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에서 바빌로니아로 잡아간 제사장들과 예언자들과 온 백성에게 보낸 것이다.
4. "나 만군의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말한다. 내가 예루살렘에서 바빌로니아로 잡혀 가게 한 모든 포로에게 말한다.
5. 너희는 그 곳에 집을 짓고 정착하여라. 과수원도 만들고 그 열매도 따 먹어라.
6. 너희는 장가를 들어서 아들딸을 낳고, 너희 아들들도 장가를 보내고 너희 딸들도 시집을 보내어, 그들도 아들딸을 낳도록 하여라. 너희가 그 곳에서 번성하여, 줄어들지 않게 하여라.
7. 또 너희는, 내가 사로잡혀 가게 한 그 성읍이 평안을 누리도록 노력하고, 그 성읍이 번영하도록 나 주에게 기도하여라. 그 성읍이 평안해야, 너희도 평안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편 66:1-12)
1. 온 땅아, 하나님께 환호하여라.
2. 그 이름의 영광을 찬양하고 영화롭게 찬송하여라.
3. 하나님께 말씀드려라. "주님께서 하신 일이 얼마나 놀라운지요? 주님의 크신 능력을 보고, 원수들도 주님께 복종합니다.
4. 온 땅이 주님께 경배하며, 주님을 찬양하며, 주님의 이름을 찬양합니다" 하여라. (셀라)
5. 오너라. 와서, 하나님께서 하신 일을 보아라. 사람들에게 하신 그 일이 놀랍다.
6. 하나님이 바다를 육지로 바꾸셨으므로, 사람들은 걸어서 바다를 건넜다. 거기에서 우리는 주님께서 하신 일을 보고 기뻐하였다.
7. 주님은 영원히, 능력으로 통치하는 분이시다. 두 눈으로 뭇 나라를 살피시니, 반역하는 무리조차 그 앞에서 자만하지 못한다.(셀라)
8. 백성아, 우리의 하나님을 찬양하여라. 그분을 찬양하는 노랫소리, 크게 울려 퍼지게 하여라.
9. 우리의 생명을 붙들어 주셔서, 우리가 실족하여 넘어지지 않게 살펴 주신다.
10. 하나님, 주님께서 우리를 시험하셔서, 은을 달구어 정련하듯 우리를 연단하셨습니다.
11. 우리를 그물에 걸리게 하시고, 우리의 등에 무거운 짐을 지우시고,
12. 사람들을 시켜서 우리의 머리를 짓밟게 하시니, 우리가 불 속으로, 우리가 물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우리를 마침내 건지셔서, 모든 것이 풍족한 곳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딤후 2:8-15)
8. 내가 전하는 복음대로, 다윗의 자손으로 나시고, 죽은 사람 가운데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십시오.
9. 나는 이 복음 때문에 고난을 당하며, 죄수처럼 매여 있으나, 하나님의 말씀은 매여 있지 않습니다.
10. 그러므로 나는 하나님께서 택하여 주신 사람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참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들도 또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원을 영원한 영광과 함께 얻게 하려는 것입니다.
11. 이 말씀은 믿을 만합니다. 우리가 주님과 함께 죽었으면, 우리도 또한 그분과 함께 살 것이요,
12. 우리가 참고 견디면, 우리도 또한 그분과 함께 다스릴 것이요, 우리가 그분을 부인하면, 그분도 또한 우리를 부인하실 것입니다.
13. 우리는 신실하지 못하더라도, 그분은 언제나 신실하십니다. 그분은 자기를 부인할 수 없으시기 때문입니다.
14. 신도들에게 이것을 일깨우십시오. 하나님 앞에서 그들에게 엄숙히 명해서 말다툼을 하지 못하게 하십시오. 그것은 아무 유익이 없고, 듣는 사람들을 파멸에 이르게 할 뿐입니다.
15. 그대는 진리의 말씀을 올바르게 가르치는 부끄러울 것 없는 일꾼으로 하나님께 인정을 받는 사람이 되기를 힘쓰십시오.
(누가 17:11-19)
11.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에, 사마리아와 갈릴리 사이로 지나가시게 되었다.
12. 예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시다가 나병환자 열 사람을 만나셨다. 그들은 멀찍이 멈추어 서서,
13. 소리를 높여 말하였다. "예수 선생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14. 예수께서는 보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가서, 제사장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 그런데 그들이 가는 동안에 몸이 깨끗해졌다.
15. 그런데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은 자기의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면서 되돌아와서,
16. 예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그런데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17. 그래서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열 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아홉 사람은 어디에 있느냐?
18.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러 되돌아온 사람은, 이 이방 사람 한 명밖에 없느냐?"
19. 그런 다음에 그에게 말씀하셨다. "일어나서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노트]
이번 성서일과 4본문을 읽으며 묵상하는 동안 가장 강렬한 느낌을 받은 구절이 있습니다.
서신서 본문인 디모데후서 2장 8절의, “예수그리스도를 기억하십시오.”입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내가 꼭 기억해야 할 이름입니다.
죽음조차 매어둘 수 없었던 이름입니다.
태산 같은 어둠조차 덮어둘 수 없었던 빛입니다.
그런데 태산보다 약간 더 큰 돈이라는 녀석 때문에 우리는 자주 그 이름을 잊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돈의 포로, 돈의 노예가 되고 맙니다.
오늘 구약과 시편의 주인공은 돈 때문에, 탐욕 때문에 하나님을 잊은, 그 말씀을 잊은 자들입니다.
급기야 큰 나라, 돈 많은 나라의 포로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 속에서 정신을 차린 사람이라면, 이 고통이 연단의 과정임을 압니다.(시편 66:10-12)
그래서 거기 적응할 수 있게 됩니다.(예레 29:5-7)
딤후 2:9절의 “하나님의 말씀은 매여 있지 않습니다.”라는 구절도 마음을 울립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서신서 본문에는 “복음”, “말씀”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옵니다.(8, 9, 9, 11, 15)
“말씀이 육신이” 되신(요 1:14) 것을 기억하면서, 천지에 자유로우신 그 말씀, 그 분의 환한 얼굴이 느껴집니다.
딤후 2:15절의 “하나님께 인정을 받는 사람”이라는 구절도 마음을 흔듭니다.
어릴 때나 컸을 때나, ‘내 말’은 낮추고 ‘그 말씀’은 높이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득하여 천지간에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오직 내 생명의 뿌리,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서 본문의 주인공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고 “되돌아온”(15, 18) 사마리아 나병환자입니다.
처음에 이 본문, 17-18절을 묵상할 때는 예수님의 낙심하신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아홉 사람은 어디에 있느냐? ... 이 이방 사람 한 명밖에 없느냐?”
예수님의 낙심이 자꾸만 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계속 이 본문을 읽고 또 읽다보니까 느낌이 달라집니다.
예수님의 표정보다, 사마리아 나병환자의 얼굴 표정이 내 눈에 가득 차오릅니다.
예수님의 목소리보다, 사마리아 나병환자의 큰 찬양소리가 내 귀에 쟁쟁합니다.
십일조를 받으신 마음이랄까?
비로소 예수님 마음 십분의 일이 환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작은 빛이 예수님의 나머지 마음을 온통 환하게 만드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러고 보니 사마리아 나병환자는 예수님 마음에 힘을 준 인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사람은 배신의 세상에 낙심하신 우리 주님께 위안과 기쁨입니다.
[나머지]
그 자유로우신 하나님의 말씀을 꽁꽁 매여 있게 만드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부인(否認)”(딤후 2:12)입니다.
우리의 “말다툼”(딤후 2:14)입니다.
그리고 “비겁함의 영”과 ‘부끄러움’입니다.(지난 주 서신서 본문, 딤후 1:7, 8)
사마리아 나병환자는 어쩌면 제사장에게 갈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마리아의 율법에 대해 잘 몰라서 더 공부해 봐야겠습니다만, 아무튼 그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나병과 사마리아인이라는 이중의 질고 속에서 병이 나았으니 기쁨도 두 배, 은혜도 두 배였을까요?
아무튼 그는 얼른 가족들의 품으로 뛰어가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천지개벽같이 정신없는 상황 중에도 가장 소중한 것을 잊지 않았던 것입니다.
내 영혼의 뿌리, 내 생명의 뿌리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했던 것입니다.(딤후 2:8)
그래서 그는 ‘주님께 인정받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딤후 2:15)
[말씀노래] 사마리아 나병환자의 감사
1. 예수님 예루살렘 가시는길에 / 나병환자 열사람 만나셨다네
갈릴리 사마리아 사잇길에서 / 그들이 입을모아 소리쳤다네
2.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사랑많고 능력많은 예수님이여 /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3. 어서가서 보이거라 제사장에게 / 너희몸을 보이거라 제사장에게
그들이 가는길에 몸이나았네 / 믿음으로 가는길에 깨끗해졌네
4. 열명중 단한사람 감사드렸네 / 사마리아 사람만이 감사드렸네
일어나라 네믿음이 너를구했다 / 예수님 예수님 감사합니다
[말씀동화] 답답할 때 거북이는 진도아리랑을 불러요
청천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속에는 수심도 많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먹장구름을 뚫을 듯한 기세로 아리랑 가락이 솟아오릅니다.
그러다가 멈칫, ‘수심(愁心)도 많다∼’ 이 우울한 노랫말 때문인지 다시 구성지게 흐느낍니다.
오늘처럼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한 날엔, 이렇게 들썩들썩한 진도아리랑이 제격이죠.
오늘도 영구는 바닷가에 나와 혼자 노래를 부르네요.
영구(永龜)의 이름은 영원한 거북이라는 뜻이죠.
그리고 영구는 영원한 어린이랍니다.
광화문 한복판에 북소리둥둥 나더니∼
삼천리 방방골골에 태극기펄펄 날리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오늘은 2061년 3월 1일, 삼일절입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되길 염원하며 태극기 펄럭이던 날입니다.
우리의 영원한 언니, 유관순누나가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바로 그날입니다.
오늘은 삼일절 142주년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바다가 오염되기 시작한지 50년 째 되는 해!
앞으로 열흘만 더 있으면 3월 11일, 정확히 50주년 기념일입니다.
일본 원자력발전소 때문에 온 바다가 억압을 당하기 시작한 날입니다.
그래서 지난 50년 동안 해마다 3월 11일이면 독립만세를 외쳤습니다.
온 세계가 마치 삼일절처럼 독립만세를 외쳤습니다.
온 누리가 원자력발전소로부터 해방되기를 염원하는 간절한 외침인 것입니다.
동해바다 용왕님 아들 영구는 천년만년 오래오래 사는 만큼 나이도 늦게늦게 먹나봐요.
영구 친구 진구(眞龜)는 벌써 환갑이 넘은 양평 할아버지가 되었는데도 영구는 아직 어린이네요.
영구는 지난 50년 동안 산 좋고 물 좋은 삼천리 방방골골을 찾아다니며 약초를 구하고 있습니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바닷물 때문에 눈병이 난 아버지를 위해서죠.
바다와 아무리 멀리 떨어진 산골마을이어도, 마을에 우물만 있으면 아무 문제없었어요.
세상 모든 우물은 용궁과 통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양평에 딱 하나 남아있던 우물이 없어진 뒤로, 영구는 우물이 있는 시골마을을 찾아다녀야했죠.
그러나 50년 세월 속에 우물이 다 없어지는 바람에 이젠 하는 수 없이 바닷가 마을만 찾아다닙니다.
진도는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가 만나는 모서리에 있는 섬입니다.
진도아리랑과 진돗개로 유명한 고장이죠.
흥겨운 섬 진도에 있는 동안 영구는 진도아리랑의 구성진 맛에 푹 빠졌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아버지 눈병을 고쳐드릴 약초를 찾지 못해 늘 마음이 무겁네요.
그래도 영구가 마음 힘을 잃지 않는 건, 교회에서 읽는 성경말씀 덕분입니다.
어느 해였나, 양평에 있을 때 읽은 누가복음 17:6절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만 있으면 뽕나무가 바다에 심겨질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 날 영구는 깜깜한 밤하늘에서 은하수가 쏟아지는 듯한 하나님의 계시를 느꼈죠.
정말 뽕나무가 바다에 심겨질 수만 있다면 방사능으로 오염된 바다가 정화될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여러모로 사람 몸에 좋다는 여러 뽕나무를 연구하기 시작했던 거고요.
그러나 세상은 영구의 마음을 모르나봅니다.
해가 갈수록 바다의 오염이 짙어만 갔습니다.
일본 후쿠시마에 이어 다른 지역 원자력발전소도 문제가 생긴 겁니다.
지진과 쓰나미 때문입니다.
문제는 일본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계속된다는 점이었죠.
중국은 지난 50년 동안 100개가 넘는 원자력발전소를 바닷가에 지었습니다.
그 많은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또 얼마나 많은 사고가 있었겠습니까?
그 바람에 한반도는 일본과 중국의 원자력발전소에 뺑 둘러싸인 꼴이 되고 말았죠.
그리고 그 발전소 가운데 하나 둘씩 사고가 나는 바람에 방사능이 바다로 유출되기 시작한 겁니다.
후쿠시마를 뺨치는 지진과 해일로 원자력발전소들이 흔들리고 오염수가 바다를 오염시켰어요.
결국 한반도는 동해와 서해, 그리고 남해까지 방사능에 오염되고 말았습니다.
한반도에 수산물시장이 없어지고 생선구이집이 없어지고, 횟집이 없어진지는 이미 20년도 넘었습니다.
랍스터 가게도 킹크랩 요릿집도 다 사라지고, 밥도둑 간장게장 집도 하나도 안 남았습니다.
간신히 민물고기 매운탕 집과 추어탕 집 정도만 살아남았죠.
멸치국물 우려낸 국수집도 없습니다.
생일날 미역국은 전설이 되어버린 지 이미 오랩니다.
부산어묵은커녕 이젠 김밥집도 하나도 없네요?
바닷소금이 다 떨어지고 산악소금만 남는 바람에 김치와 된장 가격이 하늘을 찌릅니다.
김장김치나 된장찌개는 일류호텔 레스토랑에서 부자들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어버렸고요.
초등학교 급식 식단에서 김치가 없어지고 고추장떡볶이가 사라진지 이미 오랩니다.
문제는 사람들만이 아닙니다.
바다 생물들의 고통은 더욱 심각합니다.
영구의 고향 동해바다는 물론 남해와 서해바다 모두 물고기들과 바다 식물들이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방사능으로 돌연변이가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플랑크톤이 상어를 잡아먹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영구와 달리 성경말씀을 못 읽는 용궁식구들은 나날이 몸도 마음도 죽어가고 있네요.
그러니 우리 영구의 마음이 오죽 답답하겠습니까?
그러던 어느 날 영구는 교회에서 예배시간에 매우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건 바로 희년(喜年), 기쁨의 해입니다.
50년마다 땅을 회복시키시려는 하나님의 마음이 바로 희년이죠.
7년마다 땅을 쉬게 하는 안식년처럼, 50년마다 잃었던 땅을 회복시키는 거예요.
방사능 오염수로 우리 바다가 오염되기 시작한지 50주년이 코앞입니다.
‘희년이 되면 우리 바다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렇게 우리 영구는 ‘희년’ 정신과 ‘겨자씨 한 알 믿음’ 정신으로 쉬지 않고 연구해 온것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뽕나무를 연구해온 것입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바다뽕입니다.
어느 날 우연찮게 산에서 발견한 희귀종 뽕나무였죠.
아직 학계에도 알려지지 않아서 이름도 없었고요.
그래서 바다뽕나무라 이름지어준 거예요.
생김새는 열매가 불그레한 구찌뽕과 닮았으나, 결정적인 차이는 산보다 바다에서 더 잘산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흙에 심지 않고 물에 심는 수경재배(水耕栽培)를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해마다 무럭무럭 잘 자라나네요?
그러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에 소금을 넣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더 잘 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두 손 모아 기도하면서 방사능으로 오염된 바닷물을 넣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더 더 잘 자라는 것이었어요.
아직껏 현대 과학기술로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분명한 것은 바다뽕은 방사능물질을 먹는다는 겁니다.
다른 어느 똥거름보다 방사능거름을 최고로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바다뽕나무 한그루의 뿌리가 빨아들이는 방사능 오염물질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입니다.
한 가족이 바다뽕 한그루씩만 바다에 심으면 됩니다.
그러면 전 세계 바다의 방사능 오염수를 1년 안에 없앨 수 있게 됩니다.
영구는 이 연구 결과를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아무도 이 연구자가 어린이인줄 모릅니다.
아무도 이 연구자가 거북이인줄도 모릅니다.
거북이답게 영구는 지난 50년을 하루같이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느릿느릿 가더라도 결코 멈추거나 포기하지 않는 거북이입니다.
한반도통일 연방정부가 중심이 되어 일본과 중국과 함께 어깨동무를 했습니다.
세 나라가 돈을 내어 동해와 서해 남해를 잇는 바다뽕 울타리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배들이 드나드는 대문은 열어두었죠.
그러자 일 년 만에 온 바다에서 방사능오염수가 뽕하고 사라졌습니다.
삼성중공업의 배와 허베이 스피리트 호 충돌사고로 기름이 쏟아져나와 서해바다를 더럽혔던 오물들!
태안의 서러운 눈물과 그 더럽고 부끄러운 대기업의 욕심 찌꺼기들도 사라졌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온 바다의 방사능 감염 생물들이 치료되기 시작한 겁니다.
이열치열 권법으로 바다뽕나무의 뽕잎과 열매를 먹이니 그 많은 병들이 다 나은 거예요.
영구의 아버지 용왕님 눈병이 나은 것은 물론이고요!
이제 열흘 후면 50주년 희년대회가 열립니다.
참 행복한 희년대회가 될 것 같죠?
그런데 엉뚱한 문제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성경말씀대로 바다에 뽕나무가 심기는 ‘겨자씨 한 알 믿음’ 덕분에 방사능 오염문제가 다 해결되었네?
그러니 이제 원자력발전소를 마음껏 지어도 되지 않을까?
사고가 나도 금세 해결할 수 있으니까!
어쩌구저쩌구 이렇게 들썩거리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명 원자력 마피아와 토건귀족이라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그 전기를 송전하는 대형 송전탑을 건설하는 이들입니다.
그리고 그들과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기생충 같은 사람들입니다.
아주 오래전 밀양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 걸고 중지시킨 것을 다시 시작하려하네요?
정말이지 부끄러운 줄 모르고 겁 없는 하룻강아지 같은 사람들입니다.
세상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으니 오늘 우리 영구의 마음이 아주아주 무거운 것입니다.
오늘같이 답답한 날엔 거북이는 늘 진도아리랑을 부릅니다.
먹장구름을 뚫고 소리소리 지르며 진도아리랑을 불러도 우리 영구 마음은 여전히 납처럼 무겁습니다.
뒷동산 딱따구리는 참나무둥치도 뚫는데∼
정치경제 멍텅구리는 답답한마음 못뚫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한바탕 진도아리랑을 부르고 나니까, 역시 영구의 마음이 조금 풀립니다.
마음이 풀리면서 꽁꽁 묶였던 생각도 풀리기 시작합니다.
생각이 풀리면서 문득 지난 주 내내 읽은 성경말씀이 떠오르네요?
“하나님의 말씀은 매여 있지 않습니다.”(딤후 2:9)
‘맞아 맞아, 내가 왜 여태 이 말씀을 몰랐을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으로 오십년을 연구해 온 열매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왜 여태 이 말씀을 몰랐을까?’
영구는 용기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러고 나니까 오래 전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을 처음 느꼈을 때의 그 감동이 다시 밀려오네요!
뽕나무가 바다에 심기는 환상을 처음 보았을 때의 그 신비로움이 차오르기 시작하네요!
그리고 또 지난 주 내내 독경하던 또 하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십시오.”(딤후 2:8)
그리고 불현 듯 나병환자 열 사람 가운데 하나였던 그 사마리아 나병환자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는 아무런 희망 없는 절망의 상황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죠.
“예수 선생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누가 17:13)
그리고 예수님 말씀을 듣고 그대로 순종했죠.
그랬더니 기적이 일어난 겁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추한 위험천만 전염병, 그 저주받은 나병이 나은 겁니다.
깨끗이 나은 겁니다.
“도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이게 진정 내 몸이란 말인가?”
나병환자 동무들은 모두 다 정신이 없었습니다.
제사장에게 달려가는 이, 너무 기쁘고 흥분하여 율법을 잊고 집으로 달려가는 이, 난리가 났습니다.
그 열광의 도가니 같은 순간, 지난 십 수 년의 한 많은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갔습니다.
가족의 품을 떠나야만 했던 아픔과, 동네 사람들로부터 배척받는 그 아픔!
심지어 같은 나병환자들 사이에서도 사마리아출신이라고 천대받던 설움까지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그리고 나병으로 인한 고통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몸의 고통이 사라지고, 살결이 완전히 달라지는 신비를 내 몸으로 체험하면서 그는 기억했습니다.
다른 나병환자 동무들보다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어야 했던 그는 두 배 세 배 더 기뻤습니다.
두 배 세 배 더 큰 은혜와 감사를 느끼는 순간 그는 기억한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큰 소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면서 예수님께로 되돌아간 것입니다.
순간 영구는 예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걱정근심이 느껴졌습니다.
이 사마리아 나병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아홉에 대한 근심입니다.
그건 배은망덕의 야속함이 아닙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유감이요 걱정이셨던 것입니다.
천형(天刑) 지옥에서 건져준 벗들이 천국은커녕 다시 지옥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입니다.
하나님 사랑으로 방사능오염수가 제거되자마자 다시 원자력발전소를 짓겠다는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십시오”
이게 바로 천국의 열쇠입니다.
천국이란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바로 그 시간, 그 장소, 그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사마리아 나병환자는 그 어질어질한 열광 중에도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했습니다.
그래서, 그 어떤 안전한 신분증보다, 편안한 종교보다 먼저 불편한 예수그리스도를 붙잡은 것입니다.
그 어떤 안락한 일상보다, 사랑스런 가정보다도 먼저 되돌아가야 할 곳을 기억한 것입니다.
그건 그 어떤 세상 돈이나 권력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입니다.
말씀을 기억하면서, 영구는 이제 더 이상 낙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 구제불능 원전마피아와 토건귀족들을 더 이상 원망하거나 저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보다 먼저 내가 사마리아 나병환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러고 보니 눈병환자 아버지를 둔 저주받은 자식이었습니다.
지난 50년간 한반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받은 설움도 밀려옵니다.
말투가 어눌하고 헤어스타일도 이상하다며, 애비어미도 모르는 근본 없는 녀석이라고 왕따당한 설움!
용궁에선 완전 용궁스타일인데 말입니다.
영구는 자신이 방사능 오염환자도 아니었지만 사마리아 나병환자를 닮기로 했습니다.
오히려 방사능 오염수를 해결한 높디높은 영웅이지만 사마리아 나병환자의 낮은 자리로 내려갑니다.
그 자리가 바로 천국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뽕나무 연구에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했던 말씀 독경(讀經)과 사경(寫經)으로 되돌아갑니다.
공장골 수도원 벗들에게도 자주 들를 것입니다.
그리고 온몸 내던지며 원자력발전소와 송전철탑 짓기 반대운동을 하다 다친 분들도 찾아다닐 것입니다.
그리고 방사능 오염 물고기를 먹고 불치병에 걸린 이웃들을 찾아다닐 것입니다.
바다뽕의 뽕잎차와 오디 열매 효소를 싸가지고 다닐 것입니다.
거기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거기가 바로 천국이기 때문입니다.
청천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속에는 소망도 많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영구의 진도아리랑이 점점 신바람이 나네요.
어느덧 먹장구름은 온데간데없습니다.
밤하늘이지만 별이 쏟아질 듯 맑습니다.
노랫말이 수심(愁心) 대신에 소망(所望)으로 바뀌어 더욱 신바람이 납니다.
만경창파에 둥둥둥 뜬 배
어기여차 어야디여라 노를 저어라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열흘 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50주년 기념행사 때는 뱃노래도 부를 계획입니다.
진도교회 찬양대원들과 함께 뱃노래에 노랫말도 새로 붙일 것입니다.
교회는 원래 구원의 방주라 불리는 큰 배니까 뱃노래는 정말 안성맞춤이겠죠?
맛있는 등푸른 생선과 미역국을 먹게 된 기쁨보다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을 노래한 노래입니다.
바다뽕나무를 처음 가르쳐주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지 못하는 세상을 위한 구원노래입니다.
어야디여, 어야디여, 어기야디여, 어기야디여, 어기야디여∼
에헤∼ 에헤에헤, 에헤에헤, 에헤에헤, 야아아∼,
에 헤 에 헤, 어야 어야, 어야디여∼
동해바다∼ 푸른물결∼ 강릉이라 경포대에 달이떴구나∼
어부들아∼ 노저어라∼ 예수제자 베드로의 본을받아 본을받아
예수말씀 기억하고 그물던져라∼♬
(* 1980년 경 김아무개 목사님이 지으신 우리가락 찬양을 편곡하고 조금 개사함)
[이정훈 지음, 2013년 10월 13일 주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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