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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문화 응용하기/본문묵상

2013년 9월 22일 (왕국절 5주, 농촌선교주일) 예배준비 노트

“주님의 환한 얼굴”

 

[성서일과 4본문]

 

(예레 8:18-9:1)

18. 나의 기쁨이 사라졌다. 나의 슬픔은 나을 길이 없고, 이 가슴은 멍들었다.

19. 저 소리, 가련한 나의 백성, 나의 딸이 울부짖는 저 소리가, 먼 이국땅에서 들려온다.

(백성이 울부짖는다.) "이제 주님께서는 시온을 떠나셨단 말인가? 시온에는 왕도 없단 말인가?" (그러나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어쩌자고 조각한 신상과 헛된 우상을 남의 나라에서 들여다가, 나를 노하게 하였느냐?"

20. (백성이 또 울부짖는다.) "여름철이 다 지났는데도, 곡식을 거둘 때가 지났는데도, 우리는 아직 구출되지 못하였습니다."

21. 나의 백성, 나의 딸이, 채찍을 맞아 상하였기 때문에, 내 마음도 상처를 입는구나. 슬픔과 공포가 나를 사로잡는구나.

22. "길르앗에는 유향이 떨어졌느냐? 그 곳에는 의사가 하나도 없느냐?" 어찌하여 나의 백성, 나의 딸의 병이 낫지 않는 것일까?

9:1. 살해된 나의 백성, 나의 딸을 생각하면서, 내가 낮이나 밤이나 울 수 있도록, 누가 나의 머리를 물로 채워 주고, 나의 두 눈을 눈물샘이 되게 하여 주면 좋으련만!

 

(시편 4)

1. 의로우신 나의 하나님, 내가 부르짖을 때에 응답하여 주십시오. 내가 곤궁에 빠졌을 때에, 나를 막다른 길목에서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나에게 은혜를 베푸시고, 나의 기도를 들어 주십시오.

2. 너희 높은 자들아, 언제까지 내 영광을 욕되게 하려느냐? 언제까지 헛된 일을 좋아하며, 거짓 신을 섬기겠느냐?(셀라)

3. 주님께서는 주님께 헌신하는 사람을 각별히 돌보심을 기억하여라. 주님께서는 내가 부르짖을 때에 들어 주신다.

4. 너희는 분노하여도 죄짓지 말아라. 잠자리에 누워 마음 깊이 반성하면서, 눈물을 흘려라.(셀라)

5. 올바른 제사를 드리고, 주님을 의지하여라.

6. "주님, 우리에게 큰 복을 내려 주십시오." "누가 우리에게 좋은 일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며 불평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 주님의 환한 얼굴을 우리에게 비춰 주십시오.

7. 주님께서 내 마음에 안겨 주신 기쁨은 햇곡식과 새 포도주가 풍성할 때에 누리는 기쁨보다 더 큽니다.

8. 내가 편히 눕거나 잠드는 것도, 주님께서 나를 평안히 쉬게 하여 주시기 때문입니다.

 

(딤전 2:1-7)

1. 그러므로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사람을 위해서 하나님께 간구와 기도와 중보 기도와 감사 기도를 드리라고 그대에게 권합니다.

2. 왕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도 기도하십시오. 그것은 우리가 경건하고 품위 있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하기 위함입니다.

3. 이것은 우리 구주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일이며, 기쁘게 받으실 만한 일입니다.

4.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다 구원을 얻고 진리를 알게 되기를 원하십니다.

5. 하나님은 한 분이시요,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중보자도 한 분이시니, 곧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이십니다.

6. 그분은 모든 사람을 위해서 자기를 대속물로 내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꼭 적절한 때에 그 증거를 주셨습니다.

7. 나는 이것을 증언하도록 선포자와 사도로 임명을 받아 믿음과 진리로 이방 사람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참말을 하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누가 16:1-13)

1. 예수께서 제자들에게도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청지기 하나를 두었다. 그는 이 청지기가 자기 재산을 낭비한다고 하는 소문을 듣고서,

2. 그를 불러 놓고 말하였다. '자네를 두고 말하는 것이 들리는데, 어찌 된 일인가? 자네가 맡아보던 청지기 일을 정리하게. 이제부터 자네는 그 일을 볼 수 없네.'

3. 그러자 그 청지기는 속으로 말하였다. '주인이 내게서 청지기 직분을 빼앗으려 하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먹자니 낯이 부끄럽구나.

4. 옳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겠다. 내가 청지기의 자리에서 떨려날 때에, 사람들이 나를 자기네 집으로 맞아들이도록 조치해 놓아야지.'

5. 그래서 그는 자기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다가, 첫째 사람에게 '당신이 내 주인에게 진 빚이 얼마요?' 하고 물었다.

6. 그 사람이 '기름 백 말이오' 하고 대답하니, 청지기는 그에게 '자, 이것이 당신의 빚문서요. 어서 앉아서, 쉰 말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7.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묻기를 '당신의 빚은 얼마요?' 하였다. 그 사람이 '밀 백 섬이오' 하고 대답하니, 청지기가 그에게 말하기를 '자, 이것이 당신의 빚문서요. 받아서, 여든 섬이라고 적으시오' 하였다.

8. 주인은 그 불의한 청지기를 칭찬하였다. 그가 슬기롭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자기네끼리 거래하는 데는 빛의 자녀들보다 더 슬기롭다.

9.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어라. 그래서 그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너희를 영원한 처소로 맞아들이게 하여라.

10. 지극히 작은 일에 충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충실하고, 지극히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의하다.

11. 너희가 불의한 재물에 충실하지 못하였으면, 누가 너희에게 참된 것을 맡기겠느냐?

12. 또 너희가 남의 것에 충실하지 못하였으면, 누가 너희에게 너희의 몫인들 내주겠느냐?

13. 한 종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한다. 그가 한 쪽을 미워하고 다른 쪽을 사랑하거나, 한 쪽을 떠받들고 다른 쪽을 업신여길 것이다.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노트]

이번 성서일과 4본문을 읽고 묵상하는 동안 두 개 구절에 눈길이 많이 갔습니다.

“헛된 우상”(예레 8:19), 그리고 “주님의 환한 얼굴”(시편 4:6)입니다.

 

“주님의 환한 얼굴을 우리에게 비춰 주십시오.”

 

때마침 한가위 둥근달을 마주볼 때여서 느낌이 남달랐습니다.

 

 

[구약과 시편]

오늘 구약 본문은 분위기가 매우 우울합니다.

“나의 기쁨이 사라졌다”로 시작해서 슬픔, 멍, 공포, 병, 눈물샘 등으로 이어집니다.

“나의 백성, 나의 딸”이라는 표현을 네 번이나 사용합니다.(8:19, 21, 22, 9:1)

어쩐지 더 애달픕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가?

“헛된 우상” 때문입니다.(19절)

 

구약의 “헛된 우상”은 시편의 “헛된 일”, “거짓 신”(시 4:2)으로 이어집니다.

헛된 우상, 거짓 신이 아니라, “주님의 환한 얼굴”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자꾸 돈을 더 갖고 싶어서 “큰 복을 내려 주십시오.”...

늘 불행하다며 “누가 우리에게 좋은 일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게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입니다.(시 4:6)

이러다가 결국 “헛된 우상”과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주님의 환한 얼굴”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시 4:6)

 

주님의 환한 얼굴은, 돈보다 더 큰 기쁨을 주는 법입니다.

“햇곡식과 새 포도주가 풍성할 때에 누리는 기쁨보다 더 큽니다.”(시 4:7)

 

 

[서신서와 복음서]

오늘 서신서 본문에서 두드러지는 구절은 “모든 사람”입니다.

네 번이나 반복하고 있습니다. (딤전 2:1, 2, 4, 6)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간구와 기도와 중보기도와 감사기도”(딤전 2:1)

기도도 네 번이나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기도란 무엇인가?

 

기도의 기초는 주님과 소통입니다.

생생한 기도, 능력 있는 기도가 될 수 있으려면, 추상, 관념을 넘어 구체적인 기도여야 합니다.

세상을 환하게 들여다 볼 때, 성경말씀을 깊이 들여다 볼 때, 그런 기도가 가능합니다.

그게 바로 “주님의 환한 얼굴”을 대면하는 기도일 것입니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추상화되는 우리의 기도는, 예수님 덕분에 생생한 기도가 될 수 있었습니다.(딤전 2:5)

바로 “주님의 환한 얼굴”말입니다.

원래 기도란, “주님의 환한 얼굴”을 뵙는 길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서 본문 ‘불의한 청지기 이야기’에는 중요한 교훈들이 여럿 담겨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만 꼽으라면,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어라”(누가 16:9)입니다.

“세속의 재물로라도 친구를 사귀어라”(공동번역)

저는 이 비유를 이렇게 읽어보았습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인 줄 알고 평생 살던 어느 날, 내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느낍니다.

그와 동시에 내 것인 줄 알았던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환하게 깨닫습니다.

진짜주인 앞에서 얼마나 송구하고 부끄러운지요!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위기감입니다.

육신이 허물어지는 것보다, 영혼이 무너지는 것이 두려운 것입니다.

깨달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압니다...

깨달은 대로 다시 살고 싶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됩니다.

부리나케, 우선 자신에게 빚진 자들의 빚을 덜어주기부터 시작합니다.

썩어질 물질로 썩지 아니할 것을 회복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주인은 그 종을 칭찬하신 것입니다.

 

오늘 복음서 본문은 이렇게 끝나고 있습니다.

 

“...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누가 16:13)

 

그리고 본문은 다음과 같이 이어집니다.

 

“돈을 좋아하는 바리새파 사람들이 이 모든 말씀을 듣고 나서, 예수를 비웃었다(누가 16:14)”

 

문득, 이게 지금 내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게 지금 한국교회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겉으로는 반성하는 것 같지만, 몸이 비웃는 것 말입니다...

저들에게... 돈(“불의한 재물”)은 바로 “헛된 우상”입니다.

“헛된 우상”쪽이 아니라 “주님의 환한 얼굴”쪽으로 방향을 바꾸지 못한 자들입니다.

“불의한 재물”이 독(毒)이 아니라 약(藥)이 되려면, 끊임없이 “주님의 환한 얼굴”을 향해야 합니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기!”

이건 바로, “주님의 환한 얼굴”, 하나님의 현존을 깨친 자의 전형적인 행동입니다.

 

 

[말씀노래] 불의한 청지기의 노래

1. 불의한 청지기가 주인재산 낭비하다 / 꼬리길면 잡히는법 주인님께 딱걸렸네

청지기일 정리하라 주인명이 떨어지니 / 하늘이 무너지듯 눈앞이 캄캄하다

2.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있다 / 주인돈을 써서라도 사람인심 얻고보자

빚진자들 불러다가 제맘대로 탕감하네 / 기름백말 쉰말이라 밀백섬을 여든섬이라

3. 부자주인 그청지기 야단치지 아니하고 / 불의한 청지기를 슬기롭다 칭찬하네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어라 / 청지기를 칭찬하신 주인님의 마음이라

4. 불의한 청지기를 슬기롭다 칭찬하신 / 부자주인 깊으신뜻 그마음을 너아느냐

돈만알던 청지기가 참주인을 찾음이라 / 너희도 늦기전에 참주인만 섬기거라

 

 

  

 

[말씀동화] 몽룡(夢龍)이의 달나라 여행

 

몽룡이는 원덕초등학교 학생입니다.

얼마 전 서울에서 전학 왔죠.

키도 자그마하고 성격도 조용한 몽룡이가 어느 조용한 봄날 전학을 온 겁니다.

아무리 조용히 왔어도 학교는 금세 재잘재잘 와글와글합니다.

자그마한 시골학교거든요.

며칠 안 되어 전교생이 몽룡이를 다 알게 됩니다.

3학년 참나리반 이몽룡!

 

몽룡이는 학교친구 소현이를 따라 봉성리 ‘공장골 수도원’에 자주 놀러옵니다.

얼마 안가서 어린이 모임인 '누에모임'에도 끼게 되었죠.

소현이가 몽룡이랑 가까운 친구가 되자, 진구오빠가 소현이를 놀립니다.

 

“소현아, 너 몽룡이랑 가까워지면 춘향이 된다?”

 

소현이의 고운 눈매가 순식간에 도끼눈으로 변신합니다.

 

“내가 얼굴은 춘향이지만 마음은 심청이거든!”

 

사실 소현이랑 진구는 심청이처럼 착한 아이들입니다.

학교버스에서 내릴 때마다 종종 만나는 동네 할아버지께 큰 목소리로 인사드립니다.

그리고 가까이 가서 손을 꼭 잡아드립니다.

버스 정류장 옆 외양간 집 할아버지는 귀가 어둡고 눈도 어두우시거든요.

 

심청이 같은 아이들이 손을 잡아드릴 때마다 할아버지는 얼굴이 환해지십니다.

비록 한치 앞도 안보이지만, 마음의 눈은 환해지십니다.

눈먼 아버지 맹인 심학규씨의 눈이 되어드린 효녀심청이!

심청이의 한 글자 이름 ‘청’은 바로 ‘눈망울 청(睛)’자죠!

[원래 이 글자는 눈동자 정(睛)이라 읽습니다.]

'누에모임' 어린이들은 모두 심청이를 닮았습니다.

 

몽룡이는 심청이처럼 착한 누에모임 아이들이 좋아서 금세 누에모임에 들게 된 겁니다.

몽룡이가 누에모임에 들어오자 똘똘이 스머프를 닮은 선구가 젊잖게 한마디 하네요?

 

“몽룡아 네 이름이 꿈몽(夢)에 용룡(龍)자로구나? 그런데 용은 성경말씀 요한계시록에 보면 사탄을 뜻하는데? 어째 너 좀 무시무시하다?”

 

그러자 몽룡이가 대답합니다.

 

“선구 형, 원래 용은 임금님을 상징했대. 그래서 광암 이벽 선생님이 지으신 『성교요지(聖敎要旨)』라는 책에 보면 예수님을 용으로 상징하는 구절이 있을 정도지. 이벽 선생님은 다산 정약용선생님을 전도하신 분으로 유명하신데, 바로 우리 집안 할아버지셔!”

 

와! 알고 보니까 몽룡이가 똘똘이 스머프였네요.

키다리 선구형은 가가멜 같은 표정으로 다시 묻습니다.

 

“그럼, 네 이름이 왜 이몽룡이지? 춘향이가 그렇게 좋은거냐? 아니면 뭐, 장원급제해서 암행어사라도 되고 싶었나? 공무원 시험에 붙어서 감사원에 들어가면 되겠네 뭐?”

 

“선구 형, 내 이름 몽룡이는 태몽 때문이래, 우리 엄마 꿈에, 그랜드캐년보다 더 깊은 계곡에서 용 한 마리가 나오더니 하늘로 승천하는 신나는 꿈을 꾸시고 나를 낳으셨대. 그래서 몽룡이야. 그래서 그런지 나는 꿈을 잘 꿔. 그런데 꿈에 용이 돼서 하늘을 나는 게 아니라, 은하철도 999같은 기차를 타고 우주여행을 하지.”

 

누에모임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합니다.

은하철도 999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거든요.

메텔이라는 키다리 아줌마랑, 철이라는 자그마한 아이가 주인공이죠.

소현이가 얼른 물어봅니다.

 

“몽룡아, 그럼 네가 철이야? 그럼 메텔은 누구지?”

 

소현이는 어서 키가 크고 싶어집니다.

같은 반 키다리 지혜가 먼저 메텔이 될 것만 같아서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그러자 몽룡이가 씩 웃으면서 말합니다.

 

“내 꿈에 메텔은 안 나와. 그 대신 성경말씀에 나오는 막달라 마리아도 나오고, 거지 나사로도 나오고, 여리고 삭개오도 나와. 물론 우리 옛이야기 주인공인 해님달님 남매도 나오고, 달나라에서 방아 찧는 토끼도 나오고 그래. 못된 호랑이에게 쫓겨서 뒤꼍으로 달아나다가 하늘님께 기도하니까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와서 착한 남매는 그 동아줄을 잡고 하늘에 올라가 해님이 되고 달님이 되지. 그런데 달님이 된 누이동생이 밤하늘 달님을 사람들이 하도 쳐다보니까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려버렸데. 그 때부터 사람들은 언제나 달의 뒤통수만 볼 수밖에 없게 되었지. 달도 자전과 공전을 하니까 원래는 지구에서 달의 얼굴을 볼 수도 있었는데, 달님이 사람들이 제 얼굴 못 보게 해달라고 하늘님께 간절히 기도했나봐. 그래서 그 때부터 영원히 지구인들이 달님의 얼굴을 못 보도록, 하늘님이 달님의 자전주기와 공전주기를 똑같게 만드셨다나 뭐라나?? 믿거나 말거나 헤헤..”

 

우리 몽룡이는 아는 것도 많고, 유머 감각도 뛰어납니다.

달님얼굴이 사실은 뒤통수였다는 말에 아이들이 어리둥절합니다.

 

“그럼 몽룡이 넌 달님 얼굴 본적 있어?”

 

메텔보다 키도 크고 얼굴빛도 훨씬 환한 영원이가 자그마한 몽룡이를 내려다보며 묻습니다.

 

“응 영원이 누나. 나도 달님 얼굴 보고 싶어서 어느 날 꿈에 기차를 타고 달님의 뒷면으로 가보았지. 그런데, 역시, 사람의 머리도 밋밋한 뒤통수보다는 얼굴이 요모조모 아기자기하게 생긴 것처럼, 달님도 딱 그랬어. 뒤통수는 밋밋하지만, 앞 얼굴에는 커다란 박이 주렁주렁 달린 흥부네 초가집도 있고, 화려한 용궁도 있었어. 그런데 용궁에는 토끼를 데려갔던 자라도 있고, 인당수 물에 빠진 심청이가 타고 올라온 연꽃 잠수함도 있었지. 아참, 바로 거기 토끼네 방앗간도 있었어. 그 방앗간 정말 대단했는데...”

 

가만 보니까 몽룡이는 대단한 꿈동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꿈동이 요셉이 따로 없습니다.

아주아주 커다란 이야기보따리입니다.

방앗간 이야기가 나오니까, 우리 동네 방앗간집 아들 성혁이가 두 눈을 반짝이며 묻습니다.

 

“그럼 토끼네 방앗간에서는 무슨 방아를 찧지? 고추방아야, 아니면 쌀 방아야?”

 

“토끼네 방앗간은 성혁이 형네 방앗간하고는 조금 달랐어. 거기서는 주로 떡방아랑 약방아를 찧었지. 명절에 떡도 못해먹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한가위 송편도 만들고, 설날에는 가래떡도 만들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욕심꾸러기 '놀부 병'을 고쳐주는 약도 만들던걸?”

 

욕심꾸러기 놀부 병이라는 말에 아이들 눈이 갑자기 동그래졌다가 금세 가늘어집니다.

그리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묻습니다.

 

“몽룡아, 욕심꾸러기 병이라는 게 정확히 무슨 병이야? 그리고 그 약이라는 게, 좀 쓰냐?”

 

“욕심꾸러기 병은 뭐냐하면, 추석날 송편 만들어서 자기 혼자만 배터지게 먹는 거 같은 거야. 가난해서 송편은커녕 초코파이도 못 먹고 침만 꼴깍꼴깍 삼키는 북녘 땅 어린이들이 바로 코앞에 있는데도 쳐다볼 생각도 하지 않는, 딱 놀부 같은 병이지. 참! 오늘 성경말씀에 나오는 딱 저 불의한 청지기 같은 병이야. 하나님께서 맡기신 것을 제 것 마냥 신나게 쓰다가 딱 걸려버린 청지기 같은 병이지.”

 

순식간에 누에모임 아이들이 번데기처럼 쪼그라듭니다.

엄마 몰래 저금통에서 돈을 꺼내 쓴 게 떠오른 겁니다.

금강슈퍼랑 원덕슈퍼에 가서 과자랑 아이스크림 신나게 사먹은 게 떠오른 겁니다.

속으로는, ‘내 저금통, 내 돈인데 뭐 어때’ 하면서도 어쩐지 조마조마했습니다.

엄마랑 아빠가 아실까봐 불안불안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내 저금통은 내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옹달샘’ 노래처럼 쓰라고 만들어주신 저금통이었던 겁니다.

그러고 보니까 오늘 복음말씀에 나오는 불의한 청지기는 욕심꾸러기 병을 고쳤습니다.

까맣게 잊고 살던 주인님을 딱 만났기 때문입니다.

 

주인님께 딱 걸린 못된 청지기는, 얼른 그 돈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합니다.

돈이 없어서 명절에 떡도 못해먹고 전(煎)도 못 부치는 가난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제 돈도 아니면서 뭉텅뭉텅 인심을 잘도 씁니다.

그래서 주인님께 칭찬을 받습니다.

못된 청지기가 슬기로운 청지기로 변신한 것입니다.

 

누에모임 어린이들이 한 목소리로 몽룡이에게 묻습니다.

 

“몽룡아, 그럼 그 못된 욕심꾸러기 놀부 같은 청지기가 그 놀부 병을 어떻게 고친 거지? 무슨 약 먹고 고친 거지? 토끼가 지어준 약인가?”

 

몽룡이가 씩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성경말씀대로 말하자면, 예수님을 만난 게 놀부병에 특효약이었을 거야. 오늘 복음말씀에 나온 것처럼,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고 하셨잖아. 예수님만 제대로 만나면, 즉, 돈 하고만 친하던 사람이 예수님이랑 친해지기 시작하면 돈이랑 멀어지는 것 같은 거지.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예수님이랑 친해지면 내 돈이 하나님 돈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줄 수 있게 되는 거야.”

 

바로 그 때, 가만히 듣고만 있던 나리가 소리쳤습니다.

 

“맞아! 딱 오늘 시편노래가 '놀부 병'을 고치는 특효약 같은걸? ‘주님의 환한 얼굴을 우리에게 비춰 주십시오.’ 바로 이 노래 말이야! 한가위 보름달처럼 환한 예수님 얼굴, 대보름달처럼 환한 성경말씀을 자꾸자꾸 마주보면, 누구라도 욕심꾸러기 '놀부 병'을 깨끗이 고칠 수 있어!”

 

오늘 우리 공장골 수도원 누에모임 어린이들이 참 좋은 여행을 했습니다.

은하철도 999처럼 흥미진진한, 몽룡이와 함께 하는 달나라 여행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한가위 보름달 뒤에는, 눈에 안 보이는 더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예쁜 얼굴이 있었습니다.

배고픈 어린이들에게 떡도 지어주고, ‘놀부 병’든 아이에게 약도 지어주는 토끼네 방앗간도 있었습니다.

심청이처럼 맑은 눈을 가진 아이들은 달님의 뒷면에 감추어진 진짜 얼굴을 환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몽룡이는, 예수님 꿈을 꾸게 해주는, 우리 수도원 복덩어리입니다.

다음에도 몽룡이와 함께 신나는 달나라 여행 꿈을 함께 꾸고 싶습니다.

우리네 이야기보따리 몽룡이가, 판소리 수궁가에 나오는 마지막 대목을 들려주네요.

 

『...“너구리 아재 평안하오. 오소리 형님 잘 있던가. 벼슬 생각 부디 말고, 이사 생각 부디 마소. 벼슬하면 몸 위텁고, 타관가면 천대받네. 몸 익은 청산풍월(靑山風月), 낯익은 우리 동무, 주야상종(晝夜相從) 즐겨 노세...”

이 때에 별주부는 수궁에 들어가서, 용왕이 토분(토끼 똥) 먹고 병이 나아 충신되고, 토끼는 신선 따라 월궁(月宮)으로 올라가서, 여태까지 도약(搗藥)하니(약을 찧으니), 자라와 토끼란 게, 동시 미물로서, 장한 충성 많은 의사, 사람하고 같은 고로, 타령을 만들어서, 세상에 유전(流傳)하니, 사람이라 명색(名色)하고, 토별(兎鼈 : 토끼와 자라)만 못하면, 그 아니 무색한가, 부디부디 조심하오...』

 

[이정훈 지음. 2013년 9월 22일 주일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