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말하고 있는 내가 그다”(요한복음 4:26)
[성서일과 4본문]
(출애굽기 17:1-7)
1.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은 신 광야를 떠나서, 주님의 명령대로 진을 옮겨 가면서 이동하였다. 그들은 르비딤에 진을 쳤는데, 거기에는 백성이 마실 물이 없었다.
2. 백성이 모세에게 마실 물을 달라고 대들었다. 이에 모세가 "당신들은 어찌하여 나에게 대드십니까? 어찌하여 주님을 시험하십니까?" 하고 책망하였다.
3. 그러나 거기에 있는 백성은 몹시 목이 말라서, 모세를 원망하며, 모세가 왜 그들을 이집트에서 데려왔느냐고, 그들과 그들의 자식들과 그들이 먹이는 집짐승들을 목말라 죽게 할 작정이냐고 하면서 대들었다.
4. 모세가 주님께 부르짖었다. "이 백성을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들은 지금이라도 곧 저를 돌로 쳐서 죽이려고 합니다."
5.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스라엘 장로들을 데리고, 이 백성보다 앞서서 가거라. 그리고 나일 강을 친 그 지팡이를 손에 들고 가거라.
6. 이제 내가 저기 호렙 산 바위 위에서 너의 앞에 서겠으니, 너는 그 바위를 쳐라. 그러면 거기에서 이 백성이 마실 물이 터져 나올 것이다." 모세가, 이스라엘 장로들이 보는 앞에서, 하나님이 시키신 대로 하였다.
7. 이스라엘 자손이 거기에서 주님께 대들었다고 해서, 사람들은 그 곳의 이름을 므리바라고도 하고, 또 거기에서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계시는가, 안 계시는가?" 하면서 주님을 시험하였다고 해서, 그 곳의 이름을 맛사라고도 한다.
(시편 95)
1. 오너라, 우리가 주님께 즐거이 노래하자. 우리를 구원하시는 반석을 보고, 소리 높여 외치자.
2. 찬송을 부르며 그의 앞으로 나아가서, 노래 가락에 맞추어, 그분께 즐겁게 소리 높여 외치자.
3. 주님은 크신 하나님이시요, 모든 신들 위에 뛰어나신 왕이시다.
4. 땅의 깊은 곳도 그 손 안에 있고, 산의 높은 꼭대기도 그의 것이다.
5. 바다도 그의 것이며, 그가 지으신 것이다. 마른 땅도 그가 손으로 빚으신 것이다.
6. 오너라, 우리가 엎드려 경배하자. 우리를 지으신 주님 앞에 무릎을 꿇자.
7. 그는 우리의 하나님이시요, 우리는 그가 기르시는 백성이며, 그가 손수 이끄시는 양 떼다. 오늘, 너희는 그의 음성을 들어 보아라.
8. "므리바에서처럼, 맛사 광야에 있을 때처럼, 너희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지 말아라.
9. 너희의 조상들은 그 때에, 내가 한 일을 보고서도, 나를 시험하고 또 시험하였다.
10. 사십 년을 지나면서, 나는 그 세대를 보고 싫증이 나서 '그들은 마음이 빗나간 백성이요, 나의 길을 깨닫지 못하는 자들이구나' 하였고,
11. 내가 화가 나서 '그들은 나의 안식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하고 맹세까지 하였다."
(로마서 5:1-11)
1. 그러므로 우리는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므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더불어 평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2. 우리는 또한,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지금 서 있는 이 은혜의 자리에 [믿음으로] 나아오게 되었으며,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게 될 소망을 품고 자랑을 합니다.
3.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환난을 자랑합니다. 우리가 알기로, 환난은 인내력을 낳고,
4. 인내력은 단련된 인격을 낳고, 단련된 인격은 희망을 낳는 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5. 이 희망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성령을 통하여 그의 사랑을 우리 마음속에 부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6. 우리가 아직 약할 때에, 그리스도께서는 제 때에, 경건하지 않은 사람을 위하여 죽으셨습니다.
7. 의인을 위해서라도 죽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더욱이 선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감히 죽을 사람은 드뭅니다.
8. 그러나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셨습니다. 이리하여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실증하셨습니다.
9.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그리스도의 피로 의롭게 되었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진노에서 구원을 얻으리라는 것은 더욱 확실합니다.
10. 우리가 하나님의 원수일 때에도 하나님의 아들의 죽으심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해하게 되었다면, 화해한 우리가 하나님의 생명으로 구원을 얻으리라는 것은 더욱더 확실한 일입니다.
11.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또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을 자랑합니다. 우리는 지금 그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해를 하게 된 것입니다.
(요한복음 4:5-42)
5. 예수께서 사마리아에 있는 수가라는 마을에 이르셨다. 이 마을은 야곱이 아들 요셉에게 준 땅에서 가까운 곳이며,
6. 야곱의 우물이 거기에 있었다. 예수께서 길을 가시다가, 피로하셔서 우물가에 앉으셨다. 때는 오정쯤이었다.
7. 한 사마리아 여자가 물을 길으러 나왔다.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마실 물을 좀 달라고 말씀하셨다.
8. 제자들은 먹을 것을 사러 동네에 들어가서, 그 자리에 없었다.
9. 사마리아 여자가 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은 유대 사람인데, 어떻게 사마리아 여자인 나에게 물을 달라고 하십니까?" (유대 사람은 사마리아 사람과 상종하지 않기 때문이다.)
10.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대답하셨다. "네가 하나님의 선물을 알고, 또 너에게 물을 달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았더라면, 도리어 네가 그에게 청하였을 것이고, 그는 너에게 생수를 주었을 것이다."
11. 여자가 말하였다. "선생님, 선생님에게는 두레박도 없고, 이 우물은 깊은데, 선생님은 어디에서 생수를 구하신다는 말입니까?
12. 선생님이 우리 조상 야곱보다 더 위대하신 분이라는 말입니까? 그는 우리에게 이 우물을 주었고, 그와 그 자녀들과 그 가축까지, 다 이 우물의 물을 마셨습니다."
13.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이 물을 마시는 사람은 다시 목마를 것이다.
14.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할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속에서, 영생에 이르게 하는 샘물이 될 것이다."
15. 그 여자가 말하였다. "선생님, 그 물을 나에게 주셔서, 내가 목마르지도 않고, 또 물을 길으러 여기까지 나오지도 않게 해주십시오."
16.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가서, 네 남편을 불러 오너라."
17. 그 여자가 대답하였다. "나에게는 남편이 없습니다." 예수께서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남편이 없다고 한 말이 옳다.
18. 너에게는, 남편이 다섯이나 있었고,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남자도 네 남편이 아니니, 바로 말하였다."
19. 여자가 말하였다. "선생님, 내가 보니, 선생님은 예언자이십니다.
20. 우리 조상은 이 산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선생님네 사람들은 예배드려야 할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고 합니다."
21.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여자여, 내 말을 믿어라. 너희가 아버지께, 이 산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거나, 예루살렘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거나, 하지 않을 때가 올 것이다.
22. 너희는 너희가 알지 못하는 것을 예배하고, 우리는 우리가 아는 분을 예배한다. 구원은 유대 사람들에게서 나기 때문이다.
23. 참되게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이 영과 진리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을 찾으신다.
24. 하나님은 영이시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사람은 영과 진리로 예배를 드려야 한다."
25. 여자가 예수께 말했다. "나는 그리스도라고 하는 메시아가 오실 것을 압니다. 그가 오시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알려 주실 것입니다."
26.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너에게 말하고 있는 내가 그다."
27. 이 때에 제자들이 돌아와서, 예수께서 그 여자와 말씀을 나누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러나 예수께 "웬일이십니까?" 하거나, "어찌하여 이 여자와 말씀을 나누고 계십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28. 그 여자는 물동이를 버려 두고 동네로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29. "내가 한 일을 모두 알아맞히신 분이 계십니다. 와서 보십시오. 그분이 그리스도가 아닐까요?"
30. 사람들이 동네에서 나와서, 예수께로 갔다.
31. 그러는 동안에, 제자들이 예수께, "랍비님, 잡수십시오" 하고 권하였다.
32.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나에게는 너희가 알지 못하는 먹을 양식이 있다" 하셨다.
33. 제자들은 "누가 잡수실 것을 가져다 드렸을까?" 하고 서로 말하였다.
34.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행하고, 그분의 일을 이루는 것이다.
35. 너희는 넉 달이 지나야 추수 때가 된다고 하지 않느냐?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눈을 들어서 밭을 보아라. 이미 곡식이 익어서, 거둘 때가 되었다.
36. 추수하는 사람은 품삯을 받으며, 영생에 이르는 열매를 거두어들인다. 그리하면 씨를 뿌리는 사람과 추수하는 사람이 함께 기뻐할 것이다.
37. 그러므로 '한 사람은 심고, 한 사람은 거둔다'는 말이 옳다.
38. 나는 너희를 보내서, 너희가 수고하지 않은 것을 거두게 하였다. 수고는 남들이 하였는데, 너희는 그들의 수고의 결실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39. 그 동네에서 많은 사마리아 사람이 예수를 믿게 되었다. 그것은 그 여자가, 자기가 한 일을 예수께서 다 알아맞히셨다고 증언하였기 때문이다.
40. 사마리아 사람들이 예수께 와서, 자기들과 함께 머무시기를 청하므로, 예수께서는 이틀 동안 거기에 머무르셨다.
41.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말씀을 듣고서, 믿게 되었다.
42. 그들은 그 여자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믿는 것은, 이제 당신의 말 때문만은 아니오. 우리가 그 말씀을 직접 들어보고, 이분이 참으로 세상의 구주이심을 알았기 때문이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이어주는 공동 주제는, ‘못난 양도 이끌어 먹이시는 주님’입니다.
구약, “이제 내가 저기 호렙산 바위 위에서 너의 앞에 서겠으니, 너는 그 바위를 쳐라”(출애굽기 17:6)
시편, “우리는 그가 기르시는 백성이며, 그가 손수 이끄시는 양떼다”(시편 95:7)
서신서, “우리가 아직 약할 때에, 그리스도께서는...”(로마서 5:6)
복음서, “그가 오시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실 것입니다”(요한복음 4:25)
오늘 요절은, “너에게 말하고 있는 내가 그다”입니다.(요한복음 4:26)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출애굽기 17:1-7, 시편 95)]
오늘 구약본문의 소제목은 ‘맛사와 므리바에서’입니다.
(15장에서)마라와 엘림을 거치며 하나님께서 물을 먹이신 것을 경험했음에도,
(16장에서)만나와 메추라기를 먹여주신 것을 경험했음에도,
(17장에서)오늘본문에서 목마른 백성은, 하나님을 의지하고 간구하지 않고 원망만합니다.
이에 모세의 간청을 들은 하나님께서
나일강을 쳐서 이집트백성이 물을 먹지 못하게 하셨던 그 지팡이로(7:20)
광야백성이 물을 먹을 수 있게 하십니다.(5)
이어지는(19장) 호렙산(시내산) <생명의 말씀>과 짝을 이루듯이,
호렙산 바위에서 <생수>를 내어주십니다.(6)
백성은 한없이 믿음 없고 불순종하는데도
하나님은 한없이 신실하기만 하십니다.
오늘 시편본문의 소제목은 ‘경배하고 순종하라는 외침’입니다.
오늘 본문의 시인은 성전에 모인 회중에게
<창조주하나님>을 기억하고(3-5),
우리를 이끌어 먹이시는 <목자하나님>을 기억하고 찬양하라고 외칩니다.
특히 기억할 것은, 광야세대들의 불순종, 믿음 없음 때문에
무지무지 속상하셨던 하나님의 마음인데(8-11)
바로 오늘 구약본문이 좋은 사례입니다.(8)
이 본문을 히브리서 3:7-4:13절이 고스란히 받아서
하나님말씀과 말씀순종, 즉 생명의 길을 갈 <새 언약의 백성>을 보여줍니다.
(므리바, 맛사의 “시험”은, 시편81:7절과 이어서 볼 때
중의적 의미를 갖는 듯합니다.)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로마서 5:1-11, 요한복음 4:5-42)]
오늘 서신서 본문의 소제목은 ‘하나님과 더불어 누리는 평화’입니다.
(본문에서 5-6차례나 반복해서 강조하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는
하나님과 화해하고(10,11) 하나님과 평화를 누리며(1)
하나님을 자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2,11)
이렇게 우리가 하나님과 아름다운 관계를 맺게 된 중심에는
하나님의 선물이신 성령을 통하여 깨닫게 된 하나님사랑이 있습니다.(5)
물론 그 사랑은 우리의 땀, 우리의 선행과 무관한 하나님의 사랑입니다.(6-8)
오늘 복음서본문의 소제목은 ‘사마리아 여자와 대화하시다’입니다.
본문은 예수님께서 유대를 떠나 갈릴리로 가시는 중에 사마리아를 통과할 때 생긴 일입니다.(3-4)
사마리아의 한 마을 ‘수가’의 <야곱의 우물>가에서
우연히 만난 사마리아 여자와 예수님이 대화합니다.
<생수∼ 남편∼ 예배∼>를 주제로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여자는 점점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심을 느끼게 되고
마침내 예수님은 스스로를 밝히 드러내십니다.(26)
영과 진리로 예배함은(23-24) 성령과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그리스도공동체-교회의 예배를 예시(豫示)합니다.
(물을 매개로 사마리아여자와 대화하신 뒤에)
먹을거리를 매개로 제자들과 대화가 이어집니다.
여자와의 대화에서는 그리스도라는 <예수님의 신분>을 드러내셨고,
제자들과 대화에서는 사마리아 전도, <예수님의 사명>을 드러내십니다.
그 전도는 <예언자의 말>(19)로 시작해서 <그리스도 만남>(25-26)으로 이어지고
<전도자의 전달>(29,39)로 시작해서 <그리스도 말씀을 듣고 나서 고백>(42)으로 이어집니다.
(이상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 해설 참조)
[정리]
오늘 사순절 셋째고개에서는 르비딤에 도착한 광야백성의 목마름과
사마리아 마을 수가에 도착한 예수님의 목마름이 대조를 이룹니다.
광야백성은 므리바, 맛사라는 아름답지 못한 이름을 남겼고
예수님은 여자와 마을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생명의 말씀을 남기십니다.
늦게나마 시편 시인의 입에서 하나님 찬양과 죄고백의 노래가 나옵니다.
시인은 우리를 지은 창조주이시며 늘 돌보는 목자이신 하나님 찬양에 이어,
하나님의 음성이라고 하면서(7),
므리바, 맛사에서 속상하셨을 그 마음을 노래한 것입니다.(시95:8-11)
그러나 우리의 허물이 아무리 크고 하나님의 분노가 아무리 커도
그 대자대비(大慈大悲)하심은 더 크고 더 높고 더 넓습니다.
오늘 바울은 그 크신 하나님과의 화해와 평화를 노래합니다.
바로 예수그리스도로 말미암은 화해와 평화입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에 가득한 예수님 말씀 가운데
한 주간 내내 마음에 맴돈 말씀은 이것입니다.
“너에게 말하고 있는 내가 그다”(요한복음4:26)
예수님의 진면목을 수가 여자보다도, 심지어 제자들보다도 우리가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껍데기만 알고 있기에, 여전히 목마르고 여전히 불평하고 여전히 원망하는 우리,
그런 어리석은 양을 향하신 오늘 예수님의 마음!
말씀을 읽으면서도 주님을 못 알아보는 나를 향하신 그 마음...!
[나머지]
* 다시 말씀으로!
사순절 3주 성서일과들의 공통 주제는 ‘구원’입니다. 구약은 백성이 갈증에서, 그 공포에서 해방되는 장면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앞 15장에서 이미 물타령을 하다 하나님의 은혜를 겪었고, 그러자마자 또 16장에서 먹을거리 타령하다가 또 하나님의 은혜, 만나와 메추라기 역사를 겪었음에도 금세 또 불평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단기간 동안 연속해서 이런 은혜를 겪었다면, 불평이 아니라 스스로 돌아보며 무릎 꿇고 기도했어야 옳습니다. 우리의 하나님사랑 기억력이, 믿음이, 의식주문제 앞에서 이렇게 연약하고 강퍅합니다. 그래서 오늘 시편본문은 바로 이러한 우리네 아킬레스건을 짚습니다. 지으셨을 뿐 아니라 내내 기르시고 이끄시는 하나님을 노래하고 환호하기는커녕 까맣게 잊어버리고 저 므리바에서처럼 투덜거릴 때 하나님의 은혜는커녕 그 진노를 보게 된다!(11) 그런데 오늘 서선서의 바울은, 이러한 천방지축 인생임에도 마침내 하나님의 진노에서 구원을 얻는 길,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노래합니다.(9) 그리고 오늘 복음서본문에서 예수님은 마치 오늘 육에 사로잡혀 사는 우리를 대표하는 것 같은 수가 마을 여자의 아킬레스건을 짚으십니다. 그리하여 영안이 열린 그 여자는 물동이를 버려두고 달려가 전도합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을 만난 수가 사람들은 예수님 말씀을 이틀 내내 경청하며 <에바다!> 눈이 열리고 귀가 열려 그리스도를 고백하기에 이릅니다.(42) ... 므리바 같은 이 시대에 “저기 호렙산 바위 위에서”(출 17:6) 우리 앞에 서 계실 하나님을 기억합니다. 오늘 우리에게 그 바위는 무엇일까요? 오늘 본문에서 주님께서 수가 마을 여자, 저 연약한 인생의 아킬레스건을 짚으신 것은(요4:16) 너와 나, 우리 구원의 길을 열어주시려는 것입니다. 어느새 추수 때입니다.(요 4:35) 사순절 세 번째 고갯마루에서, 수가 마을 사람들처럼 주님 말씀 경청하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재발견할 때입니다.
** “나의 양식은...”(요한 4:34)
예수님의 이 말씀은 생명의 기초인 물타령 뒤에 나온 비유입니다. 양식은 물과 더불어 생명의 기본입니다. 즉, 목숨과 같이 소중하다는 뜻입니다. ‘그분의 뜻을 행하고 그분의 일을 이루는 것’(34절)은 목숨처럼 소중한 일입니다.
*** 므리바 물타령과 수가성 물타령
오늘 구약본문에는 백성이 물타령 끝에 “호렙산 바위”에서 생명수를 얻는 장면이 나옵니다.(6) 그런데 이것은 얼마 뒤에 호렙산(=시내산)에서 말씀을 받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20장) 그런데 생명수에서 생명의 말씀으로 이어지는 이 장면은 오늘 복음서본문에서 반복됩니다. 물타령하던 수가성 여인이 동네사람들과 함께 예수님 생명의 말씀을 받는 장면 말입니다.
**** 불화의 물, 화해의 물
우리 믿음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돈인데, 오늘 본문은 그보다 더 근원적인 아킬레스건을 보여주십니다. 바로 물입니다. 오늘 4본문의 또 하나의 알맹이는 하나님과의 불화, 그리고 화해(예배)입니다. 바람 앞의 갈대 같은 우리 믿음은, 시도 때도 없이 주님께 대들고 시험하고 불화합니다. ‘과연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계시는가?’(출 17:7) 이런 불신앙이 지금 내 모습이라는 것을 오늘 구약본문은 거울처럼 보여주십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은 구약본문처럼 ‘물’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백성이 모세에게 마실 물을 달라고 대들었다”면(출17:2),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마실 물을 좀 달라고 말씀”하십니다.(요4:7) 구약본문의 물이 불화의 동기였다면, 복음서본문의 물은 화해의 끈이 됩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에는 불화의 상징들이 즐비합니다. 유대인과 사마리아인, 남자와 여자, 윤리와 방종, ‘이 산(그리심 산)’과 예루살렘 등입니다. 이런 불화, 불신, 편견, 벽들을 예수님께서 하나하나 허물어버리십니다. 그 결과 사마리아 사람들이, 제자들보다도 먼저, ‘랍비’가 아니라, ‘예언자’를 넘어, “그리스도”(29), “세상의 구주”(42)로 고백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본문의 정 가운데서 예수님께서는 ‘참 예배’의 알맹이를 보여주십니다.(23) 오늘 복음서본문에는 예수님의 역설적인 가르침이 돋보입니다. 구약본문의 ‘불화의 물’과 복음서본문의 ‘화해의 물’이 짝을 이루듯이, “내가 주는 물”(14)과 “나의 양식”(34)이 짝을 이룹니다.
***** 아! 목마르신 예수님, 배고프신 예수님이!
구약본문에서 이미 살폈듯이, 인간 생명의 가장 근본이 되는, 그래서 하나님 신앙의 아킬레스건이 되는 ‘물’과 ‘밥’, 자칫 불신앙, 하나님과의 불화의 불씨가 되기 십상인 ‘물’과 ‘밥’으로, 오히려 화해와 평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하신 것입니다. 본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예수님께서는 배고프시고(8) 목마른(6, 7) 상태셨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먹을거리를 사러 동네로 들어갔고,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자에게 물을 달라고 요청하십니다. 배고픈 상태, 목마른 상태에서 하나님과 불화했던 백성들과 달리, 예수님은 그 상태를 오히려 하나님과 화해시킬 기회로 바꾸신 것입니다. 목마르신 분이 오히려 “내가 주는 물”을 설파하십니다. 배고프신 분이 오히려 “나의 양식”을 설파하십니다. “너희가 알지 못하는 먹을 양식이 있다.”(32) 하나님의 뜻을 행하고 그분의 일을 이루어드리는 것(34) 때문에 밥 안 먹어도 배부르신 마음을 보여주십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물과 밥은 여러 의미가 담깁니다. 특히 요한복음 6장 22절 이하의 말씀은 그 극치를 이룹니다. 물론 이 모두는 아버지의 뜻을 행하고, 그분의 일을 이루는 것, 즉 완전한 화해, 완전한 하나 됨, 즉 완전한 선교입니다. “내 살은 참 양식이요, 내 피는 참 음료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있고, 나도 그 사람 안에 있다.”(요한복음 6:55-56) 오늘도 말씀의 길을 가다보니 어느덧,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계시는가?”(출 17:7) 이런 질문이 무색해집니다.
(※ 전에 올린 것을 조금 다듬어 다시 올립니다.)
[말씀동시] 야곱의 우물에서 (서무석 지음. 「성실문화」 114호)
우물가에 앉으실 땐 피곤했는데
수다쟁이 아줌마랑 수다 떨다가
예수님 피곤이 싹 사라졌다
“나에게는 너희가 알지 못하는 먹을 양식이 있다”
복음이 샘솟는 복음수다에
수가마을 수다쟁이 달음질하고
야곱의 우물가 우리 예수님
우물물 한 모금이 시원하시다
[시편시조] 오너라 노래하자 (시편 95)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114호)
오너라 노래하자 엎드려 경배하자
너와 나 지으시고 기르시고 이끄는 분
온 누리 창조하신 분 신실하신 주님께
[시편노래] 시편 95, 오너라 노래하자 (이정훈 편사, 이천진 작곡. 「성실문화」 114호)
[본문] (시편 95)
[노랫말]
1. 오너라 노래하자 즐거이 노래하자, 창조와 구원의 주 주님께 노래하자,
온 땅과 산과 바다 주가 손수 지으셨다, 신들 위에 뛰어난 왕 크신 주께 환호하자
2. 오너라 경배하자 엎드려 경배하자, 창조와 구원의 주 주님 앞에 무릎 꿇자,
므리바 맛사광야 고집을 버리거라, 사십년 광야고집 주님 앞에 무릎 꿇자
[해설]
시편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한양대 교목실장인 이천진 목사가 곡을 붙였다.
[악보] 시편 95, 오너라 노래하자 (이정훈 편사, 이천진 작곡)
[시편송서(誦書)] 시편 95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 114호)
(※ 전래자장가 가락, 즉 천자문독송 가락으로)
1. 오너라, 우리가 주님께 즐거이 노래하자. 우리를 구원하시는 반석을 보고, 소리 높여 외치자.
2. 찬송을 부르며 그의 앞으로 나아가서, 노래 가락에 맞추어, 그분께 즐겁게 소리 높여 외치자.
3. 주님-은-- 크--신--, (크-신) 하나님이시-오--,
모--든-- 신들- 위에-, 뛰어나신-- 왕이-시다-∼
4. 땅의 깊은 곳도 그 손 안에 있고, 산의 높은 꼭대기도 그의 것이다.
5. 바다도 그의 것이며, 그가 지으신 것이다. 마른 땅도 그가 손으로 빚으신 것이다.
6. 오너-라-- 우리-가--, 엎드-려-- 경배-하자-,
우리-를-- 지으-신--, 주-님 앞-에 무릎을 꿇자-∼
7. 그는 우리의 하나님이시요, 우리는 그가 기르시는 백성이며, 그가 손수 이끄시는 양 떼다. 오늘, 너희는 그의 음성을 들어 보아라.
8. "므리바에서처럼, 맛사 광야에 있을 때처럼, 너희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지 말아라.
9. 너희의 조-상-들은 그 때-에--, 내-가 한 일을 보고-서도-,
나--를-- 시험-하고-, (시험하고--) 또 시험하였다---∼
10. 사십 년을 지나면서, 나는 그 세대를 보고 싫증이 나서 '그들은 마음이 빗나간 백성이요, 나의 길을 깨닫지 못하는 자들이구나' 하였고,
[다함께]
11. 내--가-- 화가- 나서-, '그들은 나의안식에- 들어-오지-,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하고-, 맹-세 (맹-세 맹세)까지 하-∼였∿다-∼"∥
[말씀동화] 빛나는 하늘두레박이 갑자기 수다쟁이가 된 까닭은?
옛날옛날 한 옛날에, 이건 호랑이가 하늘나라 선녀님 만나고 싶어서 두레박 만들던 시절 이야기예요.
하늘나라에 가뭄이 들어서 하늘연못이 말라버렸어요.
그래서 선녀님들이 목욕을 하기 위해 날개옷을 입고 훨훨
금강산 깊숙한 곳의 맑고 아름다운 연못에 내려왔죠.
선녀님들이 한창 신나게 노래부르며 목욕을 하고 있는데
근처에서 나무하던 씩씩한 나무꾼이 이 소리를 듣고
얼른 달려와 이렇게 외쳤어요.
“제정신인가? 사람과 동물들이 먹는 이 소중한 연못물에서 목욕이라니!”
혼비백산한 선녀님들은 얼른 날개옷을 주워 입고
하늘나라로 줄행랑치고
씩씩한 나무꾼은 연못가에 ‘목욕금지’라고 쓴 푯말을 만들어 세워두었죠.
그 뒤로 하늘나라 선녀님들은 나무꾼이 무서워서 연못에 내려오지 못하고
그 대신 큼지막한 하늘두레박을 내려서 금강산 연못물을 퍼올려
하늘연못을 채웠어요.
금강산 연못물이 나날이 줄어드는 것을 수상하게 여기던 나무꾼은
누가 이 맛있는 연못물을 훔쳐가나 감시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어느 달 밝은 보름밤에
나무꾼은 드디어 하늘두레박이 내려오는 것을 발견하였죠.
나무꾼은 빛의 속도로 달려가서 하늘두레박을 꼭 붙들어두고
도끼를 번쩍 들어 줄을 잘라버리려 했어요.
그러자 깜짝 놀란 하늘두레박이 나무꾼에게 애원했어요.
“씩씩한 나무꾼님 제발 고정하시고 도끼를 내려놓고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세상에 이럴 수가, 두레박이 말을 하다니!
깜짝 놀란 나무꾼은 두 눈이 보름달처럼 휘둥그레져서
가만가만 두레박을 살펴보았죠.
마치 흥부네 박처럼 번쩍번쩍 귀티가 흐르는 게
귀한 물건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챈 나무꾼은
다시 도끼를 번쩍 쳐들며 말했어요.
“너를 팔아서라도 소중한 금강산 연못물 값을 치러야겠다.”
혼비백산한 하늘두레박이 엉겁결에 이렇게 외쳤어요.
“저는 얼른 하늘나라에 올라갔다가 다시 사마리아로 날아 가야해요.”
씩씩한 나무꾼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하늘두레박은
이렇게 둘러댑니다.
“지금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수가성 야곱의 우물가에 계신데요,
잔뜩 목마르신데 두레박이 없으세요. 수가성 아줌마가
두레박 갑질하고 있는 중이거든요.”(요한복음 4:9-11)
씩씩한 나무꾼은 하늘두레박에게 자초지종을 물었어요.
그래서 하늘두레박은 지금 사마리아 수가성 야곱의 우물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예수님과 수가성 여자와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중계해주었죠.
하늘두레박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무꾼은 이렇게 말했어요.
“너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가만 들어보니 예수님은 지금
매우 귀한 일을 하는 중이시다. 두레박을 가진 저 아줌마에게서
오히려 진짜 목마른 갈증이 너는 느껴지지 않느냐?”
지금 사마리아 수가성 야곱의 우물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화에
가만히 귀 기울이던 하늘두레박이 이윽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도대체 나무꾼님은 어떻게 그걸 미리 아셨나요?”
나무꾼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어요.
“금강산 연못물을 마시면 삼척동자라도 다 총명해지는 법이다.”
슬그머니 도끼를 내려놓으며 나무꾼이 다시 말했어요.
“그러니 이 소중한 금강산 연못물을 목욕물로 쓰면 되겠느냐 안 되겠느냐?”
똑똑한 하늘두레박도 무어라 할 말을 찾지 못해서 우물쭈물하자
씩씩한 나무꾼은 의젓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연못물을 퍼서 사마리아 수가성으로 날아가거라. 얼른 가서
목마르신 예수님께 드리거라. 금강산 연못물이라고 꼭 말씀드리고!”
신바람난 하늘두레박은 얼른 금강산 연못물을 퍼서 날아갑니다.
사마리사 수가성을 향하여 빛의 속도로 날아갑니다.
그나저나 금강산 연못물은 무슨 맛일까요?
[이정훈 지음. 2023년 3월 11일 토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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