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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문화 응용하기/본문묵상

사순절 6주(수난주일, 2022년 4월 10일 주일) 예배준비 노트

그들이 나를 모욕하여도 마음 상하지 않았고(이사야서 50:7)

 

[성서일과 4본문]

(이사야서 50:4-9a)

4. 주 하나님께서 나를 학자처럼 말할 수 있게 하셔서, 지친 사람을 말로 격려할 수 있게 하신다. 아침마다 나를 깨우쳐 주신다. 내 귀를 깨우치시어 학자처럼 알아듣게 하신다.

5. 주 하나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셨으므로, 나는 주님께 거역하지도 않았고,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

6. 나는 나를 때리는 자들에게 등을 맡겼고, 내 수염을 뽑는 자들에게 뺨을 맡겼다. 내게 침을 뱉고 나를 모욕하여도 내가 그것을 피하려고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7. 주 하나님께서 나를 도우시니, 그들이 나를 모욕하여도 마음 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각오하고 모든 어려움을 견디어 냈다. 내가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겠다는 것을 내가 아는 까닭은,

8. 나를 의롭다 하신 분이 가까이에 계시기 때문이다. 누가 감히 나와 다투겠는가! 함께 법정에 나서 보자. 나를 고소할 자가 누구냐? 나를 고발할 자가 있으면 하게 하여라.

9. 주 하나님께서 나를 도와주실 것이니, 그 누가 나에게 죄가 있다 하겠느냐? 그들이 모두 옷처럼 해어지고, 좀에게 먹힐 것이다.

 

(시편 31:9-16)

9. 주님, 나를 긍휼히 여겨 주십시오. 나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울다 지쳐, 내 눈이 시력조차 잃었습니다. 내 몸과 마음도 활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10. 나는 슬픔으로 힘이 소진되었습니다. 햇수가 탄식 속에서 흘러갔습니다. 근력은 고통 속에서 말라 버렸고, 뼈마저 녹아 버렸습니다.

11. 나를 대적하는 자들이 한결같이 나를 비난합니다. 이웃 사람들도 나를 혐오하고, 친구들마저도 나를 끔찍한 것 보듯 합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이마다 나를 피하여 지나갑니다.

12. 내가 죽은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으며, 깨진 그릇과 같이 되었습니다.

13. 많은 사람이 나를 비난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방에서 협박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나를 대적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내 생명을 빼앗으려고 음모를 꾸밉니다.

14.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주님만 의지하며, 주님이 나의 하나님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15. 내 앞날은 주님의 손에 달렸으니, 내 원수에게서, 내 원수와 나를 박해하는 자들의 손에서, 나를 건져 주십시오.

16. 주님의 환한 얼굴로 주님의 종을 비추어 주십시오.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으로 나를 구원하여 주십시오.

 

(빌립보서 2:5-11)

5. 여러분 안에 이 마음을 품으십시오. 그것은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6. 그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7.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8.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9.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그를 지극히 높이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에게 주셨습니다.

10. 그리하여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 있는 모든 것들이 예수의 이름 앞에 무릎을 꿇고,

11.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고백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습니다.

 

(누가복음 23:1-49) (또는 누가복음 22:14-23:56)

1. 그들 온 무리가 일어나서, 예수를 빌라도 앞으로 끌고 갔다.

2. 그들이 예수를 고발하여 말하기를 우리가 보니, 이 사람은 우리 민족을 오도하고, 황제에게 세금 바치는 것을 반대하고, 자칭 그리스도 곧 왕이라고 하였습니다.”

3. 그래서 빌라도가 예수께 물었다. “당신이 유대인의 왕이오?” 예수께서 빌라도에게 대답하셨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고 있소.”

4. 빌라도가 대제사장들과 무리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보니 이 사람에게는 아무 죄도 없소.”

5. 그러나 그들은 이렇게 주장하였다. “그 사람은 갈릴리에서 시작해서 여기에 이르기까지, 온 유대를 누비면서 가르치며 백성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6. 빌라도가 이 말을 듣고서 물었다. “이 사람이 갈릴리 사람이오?”

7. 그는 예수가 헤롯의 관할에 속한 것을 알고서, 예수를 헤롯에게 보냈는데, 마침 그 때에 헤롯이 예루살렘에 있었다.

8. 헤롯은 예수를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그는 예수의 소문을 들었으므로, 오래 전부터 예수를 보고자 하였고, 또 그는 예수가 어떤 기적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싶어하였다.

9. 그래서 그는 예수께 여러 말로 물어 보았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10. 그런데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이 곁에 서 있다가, 예수를 맹렬하게 고발하였다.

11. 헤롯은 자기 호위병들과 함께 예수를 모욕하고 조롱하였다. 그런 다음에, 예수에게 화려한 옷을 입혀서 빌라도에게 도로 보냈다.

12. 헤롯과 빌라도가 전에는 서로 원수였으나, 바로 그 날에 서로 친구가 되었다.

13. 빌라도는 대제사장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을 불러모아 놓고서,

14.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 사람이 백성을 오도한다고 하여 내게로 끌고 왔으나, 보다시피, 내가 그대들 앞에서 친히 신문하여 보았지만, 그대들이 고발한 것과 같은 죄목은 아무것도 이 사람에게서 찾지 못하였소.

15. 헤롯도 또한 그것을 찾지 못하고, 그를 우리에게 돌려보낸 것이오. 이 사람은 사형을 받을 만한 일을 하나도 저지르지 않았소.

16. 그러므로 나는 이 사람을 매질이나 하고, 놓아주겠소.”

17. (없음)

18. 그러나 그들이 일제히 소리 질러 말하였다. “이 자를 없애고, 바라바를 우리에게 놓아주시오.” -

19. 바라바는, 그 성 안에서 일어난 폭동과 살인 때문에 감옥에 갇힌 사람이다.-

20. 빌라도는 예수를 놓아주고자 하여, 다시 그들에게 말하였다.

21. 그러나 그들이 외쳤다. “그 자를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22. 빌라도가 세 번째 그들에게 말하였다.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나쁜 일을 하였단 말이오? 나는 그에게서 사형에 처할 아무런 죄를 찾지 못하였소. 그러므로 나는 그를 매질이나 해서 놓아줄까 하오.“

23. 그러나 그들은 마구 우기면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큰 소리로 요구하였다. 그래서 그들의 소리가 이겼다.

24. 마침내 빌라도는 그들의 요구대로 하기로 결정하였다.

25. 그래서 그는 폭동과 살인 때문에 감옥에 갇힌 자는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놓아주고, 예수는 그들의 뜻대로 하게 넘겨주었다.

26. 그들이 예수를 끌고 가다가, 들에서 오는 시몬이라는 한 구레네 사람을 붙들어서, 그에게 십자가를 지우고, 예수의 뒤를 따라가게 하였다.

27. 백성들과 여자들이 큰 무리를 이루어서 예수를 따라 가고 있었는데, 여자들은 예수를 생각하여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다.

28. 예수께서 여자들을 돌아다보시고 말씀하셨다.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두고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두고 울어라.

29. 보아라, ‘아이를 배지 못하는 여자와, 아이를 낳아 보지 못한 태와, 젖을 먹여 보지 못한 가슴이 복되다하고 사람들이 말할 날이 올 것이다.

30. 그 때에, 사람들이 산에다 대고 우리 위에 무너져 내려라하며, 언덕에다 대고 우리를 덮어 버려라하고 말할 것이다.

31. 나무가 푸른 계절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하거든, 하물며 나무가 마른 계절에야 무슨 일이 벌어지겠느냐?”

32. 다른 죄수 두 사람도 예수와 함께 처형장으로 끌려갔다.

33. 그들은 해골이라 하는 곳에 이르러서, 거기서 예수를 십자가에 달고, 그 죄수들도 그렇게 하였는데, 한 사람은 그의 오른쪽에, 한 사람은 그의 왼쪽에 달았다.

34. [그 때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그들은 제비를 뽑아서, 예수의 옷을 나누어 가졌다.

35. 백성은 서서 바라보고 있었고, 지도자들은 비웃으며 말하였다. “이 자가 남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그가 택하심을 받은 분이라면, 자기나 구원하라지.”

36. 병정들도 예수를 조롱하였는데, 그들은 가까이 가서, 그에게 신 포도주를 들이대면서,

37. 말하였다. “네가 유대인의 왕이라면, 너나 구원하여 보아라.”

38. 예수의 머리 위에는 이는 유대인의 왕이다이렇게 쓴 죄패가 붙어 있었다.

39. 예수와 함께 달려 있는 죄수 가운데 하나도 그를 모독하며 말하였다. “너는 그리스도가 아니냐? 너와 우리를 구원하여라.”

40. 그러나 다른 하나는 그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똑같은 처형을 받고 있는 주제에, 너는 하나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41. 우리야 우리가 저지른 일 때문에 그에 마땅한 벌을 받고 있으니 당연하지만, 이분은 아무것도 잘못한 일이 없다.” 그리고 나서 그는 예수께 말하였다.

42. “예수님, 주님이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에, 나를 기억해 주십시오.”

43.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네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44. 어느덧 낮 열두 시쯤 되었는데, 어둠이 온 땅을 덮어서,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45. 해는 빛을 잃고, 성전의 휘장은 한가운데가 찢어졌다.

46.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부르짖어 말씀하셨다.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이 말씀을 하시고, 그는 숨을 거두셨다.

47. 그런데 백부장은 그 일어난 일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말하였다. “이 사람은 참으로 의로운 사람이었다.”

48. 구경하러 모여든 무리도 그 일어난 일을 보고, 모두 가슴을 치면서 돌아갔다.

49. 예수를 아는 사람들과 갈릴리에서부터 예수를 따라다닌 여자들은, 다 멀찍이 서서 이 일을 지켜보았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이어주는 공동 주제는, ‘하나님의 손에 나를 맡기면입니다.

 

구약, “주 하나님께서 나를 도와주실 것이니”(이사야서 50:9)

시편, “내 앞날은 주님의 손에 달렸으니”(시편 31:15)

서신서,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그를 지극히 높이시고”(빌립보서 2:9)

복음서,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누가복음 23:46)

 

오늘 요절은, “그들이 나를 모욕하여도 마음 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각오하고 모든 어려움을 견디어냈다입니다.(이사야서 50:7)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이사야서 50:4-9a, 시편 31:9-16)]

오늘 구약본문 소제목은 고난에 처한 하나님의 종입니다.

바빌론 포로생활 중 바빌론의 멸망을 선포하는 예언자가 적대자들에게 박해를 받는데

그는 아무런 방어도 하지 않고 고난을 감수합니다.(6)

 

사람들은 이런 모습이, 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나, 예언자는

하나님께서 가까이 계시면서 자신이 의로움을 판단해 주심을 알기에(8)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이 본문은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암시하며(5-6)

그리고 8-9절은 바울이 로마서8:31-34절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오늘 시편본문 소제목은 안전한 주의 손 안에서입니다.

이 본문은, 이 시의 전반부 1-8절의 주제를 반복하면서 더 심화시켜 노래합니다.

사람들은 시인이 지금 당하는 고통을 그의 허물로 인한 천벌이라고 여기지만

시인은 오직 주님만 의지하고(14) 주님 손에 자신을 전적으로 맡깁니다.(15)

 

이는 앞서 5절에서 주님의 손에 내 영혼(생명)을 맡기는 기도의 반복인데

이것은 누가복음23:46절로 고스란히 이어져

십자가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부활역사를 내다보시는 믿음을 느끼게 합니다.

11-13절은 오늘 복음서인 누가복음23장과 통합니다.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빌립보서 2:5-11, 누가복음 23:1-49)]

오늘 서신서 본문 소제목은 그리스도와 교제하는 삶입니다.

바울은 빌립보교회가 불화와 이기심을 극복한 온전한 공동체로 자랄 수 있으려면

예수님과 온전히 사귐으로 그분의 겸손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며(5)

이하 초대교회의 <그리스도 찬가>를 인용합니다.(6-11)

 

예수님은 성육신과 십자가 죽으심으로써,

모든 이기심과 죄와 죽음의 권세를 꺾으시고(5:12-19) 만유의 지배자가 되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그리스도를 본받아야 마땅합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와의 참 친교, 즉 예배의 길입니다.

 

오늘 복음서본문 소제목은 빌라도 앞에서 신문받으시다예수께서 숨을 거두시다입니다.

무리가 예수님을 무고(誣告)합니다.

왕이라 자처했다는 것도 그렇고,

황제에게 세금 내는 것을 방해했다는 고발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20:19-26 )

 

빌라도는 상식적으로 사형에 해당하는 증거가 없음을 재차 삼차 강조하나

결국 무리의 거짓주장을 인정하고 맙니다.

상식과 공정이 다수의 반복되는 거짓말에 무너지는 부끄럽고 끔찍한 모습입니다.

권력자, 법조인들의 이 부끄러운 모습은 사도행전4:27절에서 재확인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쌓이고 쌓인 거짓말은 결국 메시아를 이방인의 손에 죽게 하고

온 민족이 파멸하는 비극을 초래합니다.(28-31)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달리신 뒤에도 계속 조롱당하십니다.

의인을 죽게 만드는 거짓말은 이토록 잔인하고 끝없이 확대재생산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그리고 부활하심으로

이 모든 거짓말의 뿌리인 죽음권세를 무너뜨리셨습니다.

거짓 없으신 예수님의 의로우심을 깨달은 백부장의 고백이(47)

온 세상 어둠(44)이 걷히고 빛(진실)이 승리할 것을 암시합니다.

(이상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해설 일부 참조)

 

 

[정리]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기억하며 묵상하는 사순절 마지막 고난주간에

우리가 읽은 말씀들은 하나님의 손을 떠올립니다.

 

오늘 복음서와 병행본문인 마가복음15:34절 예수님의 절규가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시22:1절을 읊조리신 기도이듯,

오늘 복음서 46절은

오늘 시편본문 앞에 미리 나오는 시31:5절을 읊조리신 기도로 보입니다.

이로써 예수님이 성부하나님의 부활(復活)역사(役事)를 내다보심을 우리는 봅니다.

 

생명의 마지막 순간에 하나님의 손에 내 영혼(생명)을 맡기시는 예수님처럼

그리고 오늘 시인의 그 노래처럼(31:15),

우리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가 할 일은

하루하루 순간순간 하나님의 손에 나를 맡기는 훈련입니다.

 

기도를 그렇게 하고, 찬양을 그렇게 하고, 말씀을 그렇게 읽으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역시 그렇게 관계할 수 있다면, 시나브로 우리는

부활의 증인답게, 여태 내 멱살을 잡고 있는 죽음권세가 무너지고

우리 안의 탐욕, 이 더러운 모든 거짓말들이 하나하나 줄어들 것입니다.

 

악한 마귀 사탄의 손아귀에 멱살 잡혀 살던 내가 주님의 손에 나를 맡김으로

그렇게 교회가 다시 교회다워질 때, 오늘 백부장의 고백처럼, 세상은

의로운 교회, 교회다운 교회,

명실상부 주님의 몸 교회를 다시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나머지]

* 깨진 그릇 같은 인생

오늘 시편본문의 깨진 그릇”(31:12)에서 질그릇이 느껴집니다. 금 그릇과 은 그릇에 비해 천하게 쓰이는 흙 그릇입니다.(딤후 2:20) 심지어 깨진 그릇입니다. 이는 더러운 것이 담기는 바람에 그리 된 것인 듯합니다.(레위 11:33) 천대받는 신세가 더러워지기까지 했으니 깨진 그릇이 된 것입니다. 깨진 그릇은 그런 인생의 상징입니다. 심지어 왕조차 그 인생이 막장으로 치달아 망가질 때 이 표현을 받습니다.(예레 22:28-30) 20대 청년들이 부모세대보다 더 가난해지고 희망이 없어지는 절망의 깨진 그릇 시대입니다. 심지어 악마 같은 정치인들의 거짓말과 이간질로 젠더갈등이 격해지고 20대 남녀들이 갈리는 시대입니다. 부모세대의 더러운 죄 때문에 아이들이 깨진 그릇, 부러진 흙수저가 되는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사방이 막힐 때 비로소 하늘을 바라는 것처럼, 지금은 주님의 환한 얼굴”(시편 31:15)을 절실히 바랄 때입니다. 그렇게 교회는 희망을 선포할 때입니다.

 

** 모욕을 참고, 기적을 참으시다

이번 수난주일 복음서본문 가운데서 또 하나의 알맹이는, “모욕기적입니다. 특히 오늘 구약본문과 연계하여, “모욕이라는 단어가 눈에 많이 띕니다. 모욕하고(23:11), 조롱하고(23:11, 36), 모독합니다.(23:39) 그런 가운데 모욕당하고 있는 예수님께, 이런저런 목적으로 기적을 보여달라고 합니다.(헤롯23:8, 지도자들23:35, 병정들23:37, 죄수23:39 ) 그리고 어디선가 읽었는데, 가룟유다의 배신 역시 사실은, 스승께서 자꾸 죽으시겠다는 말씀일랑 이제 그만 접으시고 유월절 찬스를 놓치지 말고 속히 봉기를, 기적을 일으키시도록 자극하는 극약처방을 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상상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아무런 기적을 행하지 않으십니다. 그런 모욕을 당하면서도 결코 기적을 일으키지 않으십니다. 딱 한 차례, 대제사장 종의 잘린 귀를 고쳐주셨을 뿐입니다. 이 극심한 모욕과 고통 속에서도, 아무리 억울해도 기적을 일으키지 않으시는, 순종을 위해, 언약을 위해, 사랑의 완성을 위해, 결코 기적을 보이지 않으시는 주님의 그 크신 사랑의 완성을 봅니다. 이것이 바로 표적이 아닐까요? 동서고금에 이런 사랑, 이런 어마어마한 기적은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 한 자루 촛불 같은 희망으로

오늘은 사순절 끝 주일, 주님의 수난주일이어서인지 성서일과 모든 본문의 분위기가 어둡습니다. 절망의 기운이 가득합니다. 그럼에도, 그 절망의 끝 짙은 어둠 속에 한 자루 촛불 같은 희망이 보입니다. 구약의 촛불(도우심)(7,9) 막힌 귀를 열어(5) 아침마다 내게 들려주시는(4) 주님의 음성입니다. 시편의 촛불은 닫힌 눈을 열어(9) 내 앞길을 환히 비춰주시는 주님의 환한 얼굴입니다.(16) 서신서의 촛불은 나의 바닥보다 훨씬 더 낮은 곳에 계신 예수님의 바닥소리’ - ‘자기 비움의 노래입니다. 복음서의 촛불은 역설적으로, 예수님의 마지막 길에 동행하는 죄수의 간청입니다. “나를 기억해 주십시오”(누가복음 23:42) 온 무리가 모욕하고(11), 조롱하고(11, 36), 모독할 때(39),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예수님의 의로우심을 주장하던(41) 길벗의 간청입니다. 이 간청이 예수님께 촛불 한 자루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이번 주말 416일 토요일은 세월호 8주기입니다. 어둠이 온 나라를 뒤덮고, 유가족의 상처는 말로 다 표현 못할 지난 8년입니다. 이 어두운 상처를 위한 촛불 한 자루 같은 노래, 촛불 한 자루 같은 희망을 오늘 하나님 말씀에서 봅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극심한 조롱과 모독 가운데서도 이어지던 광화문(光化門) 광장의 단식들... <나를 기억해 달라는> 세월호 천막들, 노란 리본들이, 오히려 대한민국에게 한 자루 촛불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시도 때도 없이 모욕당하는 저 분들에게 이 노래가 힘이 되기를 빕니다. “그들이 나를 모욕하여도 마음 상하지 않았고”(이사야서 50:7)

(전에 올린 것을 조금 다듬어 다시 올립니다.)

 

 

 

 

 

[말씀동시] 성금요일 일기 (서무석 지음. 성실문화110)

날씨랑 기온이랑 미세먼지랑 오존 농도는 몰라도

예수님 숨지신 날 금요일 일기에는

사람 이름 넷이 있습니다

빌라도 헤롯 바라바 그리고 시몬입니다

 

길가다 로마병정들에게 붙들려서

예수님 십자가를 대신 지고

예수님 뒤를 따라간 시몬

 

예수님 가까이에 많은 시몬이 있었는데

예수님이 제일 힘들 때 만난 시몬

구레네 시몬입니다

 

대사 한 줄 없이 불평불만 군소리 없이

무거워도 아파도 끙끙끙 신음소리도 없이

아무 소리 없이 시몬은 예수님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 무거운 예수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고

예수님 뒤를 따라 예수님의 붉은 발자국 밟으며

시몬은 시냇물처럼 졸졸졸 따라갔습니다

 

예수님 뒤를 따라 시몬이 도착한 골고다 언덕

그날 금요일 골고다 언덕의 기후는 아무도 모릅니다

대낮에 해가 빛을 잃고 어둠이 온 땅을 덮으니

날씨랑 기온이랑 미세먼지랑 오존 농도는

기억할 틈이 없었습니다.

 

 

 

 

[말씀시조] 이 마음 품으시라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110)

이 마음 품으시라 그리스도 예수마음

놀라우신 자기 비움 종의 모습 취하신 주

십자가 죽으심까지 낮추시고 낮추신

 

 

 

 

[시편노래] 시편 31, 오 주여 날 긍휼히 여겨주소서 (이정훈 편사, 김영준 작곡. 성실문화110)

[본문] (시편 31:9-16)

[노랫말]

1. 오 주여 날 긍휼히 여겨주소서, 울다 지쳐 시력조차 잃었나이다

슬픔으로 탄식으로 세월은 가고, 고통으로 뼈와 살이 녹았나이다

2. 원수들이 한결같이 비난합니다, 이웃들도 친구들도 날 피합니다

깨진 그릇 망자처럼 잊혀갑니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갑니다

3. 많은 사람 비난소리 들려옵니다, 사방에서 협박소리 들려옵니다

대적하는 사람들이 밀려듭니다, 이 생명을 뺏으려고 수근댑니다

4. 오직 나는 주님만을 의지하오니, 내 앞날은 주님 손에 달렸사오니

원수들의 손아귀에서 건져주소서, 사랑하는 주님 얼굴 비춰주소서

 

[해설]

시편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찬양사역자인 새명성교회 김영준 목사가 곡을 붙였다.

 

[악보] 시편 31 (오 주여 날 긍휼히 여겨주소서) (이정훈 편사, 김영준 작곡)

 

20220410_시편가 31 오 주여 날 긍휼히 여겨주소서.m4a
3.13MB

 

 

 

 

 

[시편송서(誦書)] 시편 31:9-16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110)

(새야새야가락에 맞추어, ‘쉼표까지가 중중모리 한 장단)

 

9. 여호와여 내가 고통 중에 있사오니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내가 근심 때문에 눈과 영혼과 몸이 쇠하였나이다

 

10. 내 일생을== 슬픔으로 보내==, 나의 연--== 탄식으로 보냄이==,

내 기력이== 나의 죄악 때문==, 약하여--== 나의 뼈가 쇠하((도소))==

 

11. 내가 모든 대적들 때문에 욕을 당하고 내 이웃에게서는 심히 당하니 내 친구가 놀라고 길에서 보는 자가 나를 피하였나이다

 

12. ==== 잊어버린 바 됨==, 죽은 자를 마음== 두지 아니함 같==,

-- 그릇== 같으니--==, (깨진 그--== 같으니--==)

 

13. 내가 무리의 비방을 들었으므로 사방이 두려움으로 감싸였나이다 그들이 나를 치려고 함께 의논할 때에 내 생명을 빼앗기로 꾀하였나이다

 

14. 여호와여== 그러하--==, 나는 주께== 의지하고 말하기==,

주는 내 하나-== (내 하나님==), (내 하나님)이시== 하였나--==

 

15. 나의 앞날이 주의 손에 있사오니 내 원수들과 나를 핍박하는 자들의 손에서 나를 건져 주소서

 

[다함께]

16. 주의 얼굴== (주의 얼--)==, 주의 종--== 비추시고==,

주의 사랑== (주의 사랑)하심으==, 나를 구원== (구원)--==

 

가락은 새야새야, 파랑새야, 장단은 중중모리로 읊는다.

쉼표(‘,’)까지 한마디가 12박 한 장단이다. (, 한 줄이 중중모리 두 장단이다.)

한 박(‘=’)은 편의상 2분박(‘--’)으로 쪼개어 짚을 수도 있다.

밑줄(‘ ’)친 부분은 글자 수가 많아도 3박으로 읊으면 된다.(이 때 너무 서두르지 말고 여유있게 읊는 것이 좋다.)

굵은 글자는 찬양대가 송서(誦書, 새야새야)로 읊조리고, 나머지는 회중이 낭독한다. (찬양대가 읊조릴 때 회중도 콧노래처럼 작게 따라 해도 좋다.)

가락이 조금 차이가 나는 것이 오히려 어우러지는 멋이 있어 좋다.

마지막 절은 다함께 읊조린다.

 

20220410_시편송서 31;9-16.m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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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동화] 이상하고 신기한 돋보기

 

옛날옛날 한 옛날에, 이건 호랑이가 돋보기 들고 다람쥐 손금 봐주던 시절 이야기예요.

 

하루종일 울다 지쳐 잠든 나리가 꿈을 꾸었어요.

난생처음 꾸는 신비롭고 이상한 꿈이었죠.

도시락을 싸들고 소풍을 가는데 길가에 이상한 할머니가 앉아 있었어요.

화려한 겉옷을 걸쳤지만, 속옷은 땀에 젖고 피에 젖어 있었거든요.

 

할머니 어디 편찮으세요? 도와드릴까요?”

 

너무 목마르고 배가 고파.”

 

나리는 얼른 물병을 열어 할머니 입에 대어드렸어요.

꼴깍꼴깍 맛있게 물을 마신 할머니께

나리는 도시락을 열어 드렸죠.

도시락에는 맛있는 엄마표 김밥이 가득 들어 있었어요.

 

얼마나 배고프셨던 걸까?

할머니는 그 많던 김밥을 게눈감춘 듯 다 먹어치웠어요.

군침을 꼴깍 삼키며 나리는 말했죠.

 

할머니 더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제가 사다드릴게요.”

 

친절하고 따듯한 나리의 말에 할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착한 아이야, 너에게 선물을 하나 주마.”

 

 

이상한 옷을 입은 할머니는 허리춤 복주머니에서

자그마한 돋보기를 꺼내어 나리에게 주며 말씀하셨어요.

 

네가 원하는 걸 하나만 정해서 말해보렴.”

 

무엇이든 한 가지만 정하면 내내 이 돋보기가 다 보여준다고?

이상한 할머니의 이상한 말씀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리는 곰곰이 생각했어요.

 

잃어버린 물건 찾기? 아니면 산삼 같은 약초 찾기? 아니아니 감추어둔 보물 찾기?”

 

물건을 자주 잃어버려 당황하곤 하는 나리의 머리에

제일먼저 떠오른 건 잃어버린 물건 찾기였죠.

그런데 점점 눈이 어두워지시는 우리 외할아버지,

산에서 이리저리 약초 찾으러 다니시는 할아버지가 떠올랐고요.

 

아니아니 바다 밑이나 땅속에 오래 전에 파묻어둔 보물 찾기는 어떨까?

그렇게 두근두근 가슴 설레는 나리의 머리에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어요.

그건 바로 까맣게 잊은 휴대폰 비밀번호였죠.

바로 어제 휴대폰 비밀번호를 까먹고 쩔쩔매는 외할머니 생각이 난거예요.

 

휴대폰 비밀번호 알아내기!”

 

돋보기를 든 나리가 이렇게 중얼거리자

이상한 옷을 입은 할머니가 빙그레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이상한 옷을 입은 할머니 얼굴에서 이상하게 빛나는 환한 빛을 바라보며

나리의 마음은 점점 따듯하고 편안해졌어요.

 

 

나리가 정말 깜짝 놀란 것은 꿈에서 깨어난 다음이었죠.

이게 어찌된 일이람?

나리의 휴대폰 옆에 꿈에 본 돋보기가 놓여 있네?

그럼 그 이상한 옷 입은 할머니는 꿈인가 아니면 진짜인건가?

 

불현 듯 나리의 눈이 샛별처럼 반짝였어요.

그러고는 얼른 돋보기를 들고 제 휴대폰을 보았죠.

! 돋보기로 본 나리 휴대폰 액정에 비밀번호가 선명하게 찍혀 보이네.

군침을 꼴깍 삼키면서 나리는 눈곱도 떼지 않은 채 얼른 외할머니 방으로 달렸어요.

 

벌써 일어나 세수하고 성경책 읽고 계시는 할머니께 나리가 외쳤어요.

 

할머니! 휴대폰 줘보세요.”

 

얼른 돋보기로 할머니 휴대폰을 보니, ! 과연 휴대폰 비밀번호가 있네!

나리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종알종알 읽어드리자

할머니는 만세를 부르시며 나리 볼에 쪽쪽쪽 뽀뽀하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나도 잊은 걸 네가 어떻게 알아냈느냐?”

 

 

신바람 난 나리는 할머니의 칭찬을 듣는 둥 마는 둥

얼른 동열이네 집으로 달립니다.

가는 길에 단짝친구 복희랑 철수도 불러 함께 달렸죠.

 

눈썹을 휘날리며 바람처럼 종알거리는 나리의 자초지종을 들으면서

복희랑 철수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고개만 갸웃거립니다.

가장 먼저 동열이네 집에 도착한 나리가 초인종을 누르자

어슬렁거리며 나온 동열이가 실눈을 뜨고 나리를 바라보네.

 

휴대폰 내놔!”

 

당당한 나리의 목소리에

더 가늘어진 눈빛으로 동열이가 퉁명스럽게 대답했어요.

 

비밀번호 잊었다니까.”

 

내가 다 알 수 있으니까 어서 내놔.”

 

동열이가 코웃음 치며 종알거립니다.

 

그럼 이게 마지막이다. 더 떼쓰기 없기야.”

 

 

의기양양하게 휴대폰을 건네는 동열이 얼굴은 본체만체

나리는 얼른 돋보기를 들이대더니

빛의 속도로 비밀번호를 눌러 동열이 휴대폰을 열어버렸어요.

그러곤 얼른 사진첩을 열어 나리의 이상한 사진을 지워버렸죠.

 

며칠 전 체육시간에 실수로 벌러덩 자빠진 나리의 우스꽝스런 모습을 찍어서

한없이 놀려먹던 동열이 때문에

나리는 밤이고 낮이고 하루종일 울고 울고 또 울었죠.

눈이 퉁퉁 부은 나리를 다독이시며 할머니는 시편노래를 불러주셨고요.

 

주님, 나를 긍휼히 여겨 주십시오. 나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울다 지쳐, 내 눈이 시력조차 잃었습니다. 내 몸과 마음도 활력을 잃고 말았습니다.”(시편31:9)

 

머리를 벅벅 긁으며 동열이는

의기양양한 나리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어쩔 줄 모르고

복희와 철수는 콧노래 부르는 나리를 우러르며 종알거립니다.

 

어떻게 된 거야? 이게, 아니 그게 꿈이야 생시야?”

 

흐뭇한 표정으로 친구들을 바라보며 나리가 시편노래를 부릅니다.

울다 지쳐 까무룩 잠드는 나리의 귓가에 맴돌던

외할머니의 시편노래를 나리가 노래합니다.

 

주님의 환한 얼굴로 주님의 종을 비추어 주십시오.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으로 나를 구원하여 주십시오.”(시편31:16)

 

[이정훈 지음. 202249일 토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