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소원대로 되어라”(마태복음 15:28)
[성서일과 4본문]
(창세기 45:1-15)
1. 요셉은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자기의 모든 시종들 앞에서 그만 모두들 물러가라고 소리쳤다. 주위 사람들을 물러나게 하고, 요셉은 드디어 자기가 누구인지를 형제들에게 밝히고 나서,
2. 한참 동안 울었다.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밖으로 물러난 이집트 사람들에게도 들리고, 바로의 궁에도 들렸다.
3. “내가 요셉입니다! 아버지께서 아직 살아 계시다고요?” 요셉이 형제들에게 이렇게 말하였으나, 놀란 형제들은 어리둥절하여, 요셉 앞에서 입이 얼어붙고 말았다.
4. “이리 가까이 오십시오” 하고 요셉이 형제들에게 말하니, 그제야 그들이 요셉 앞으로 다가왔다. “내가, 형님들이 이집트로 팔아넘긴 그 아우입니다.
5. 그러나 이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책하지도 마십시오. 형님들이 나를 이곳에 팔아넘기긴 하였습니다만, 그것은 하나님이, 형님들보다 앞서서 나를 여기에 보내셔서, 우리의 목숨을 살려 주시려고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6. 이 땅에 흉년이 든 지 이태가 됩니다. 앞으로도 다섯 해 동안은 밭을 갈지도 못하고 거두지도 못합니다.
7. 하나님이 나를 형님들보다 앞서서 보내신 것은, 하나님이 크나큰 구원을 베푸셔서 형님들의 목숨을 지켜 주시려는 것이고, 또 형님들의 자손을 이 세상에 살아남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8. 그러므로 실제로 나를 이리로 보낸 것은 형님들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이 나를 이리로 보내셔서, 바로의 아버지가 되게 하시고, 바로의 온 집안의 최고의 어른이 되게 하시고, 이집트 온 땅의 통치자로 세우신 것입니다.
9. 이제 곧 아버지께로 가셔서, 아버지의 아들 요셉이 하는 말이라고 하시고, 이렇게 말씀을 드려 주십시오. ‘하나님이 저를 이집트 온 나라의 주권자로 삼으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지체하지 마시고, 저에게로 내려오시기 바랍니다.
10. 아버지께서는 고센 지역에 사시면서, 저와 가까이 계실 수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아버지의 여러 아들과 손자를 거느리시고, 양과 소와 모든 재산을 가지고 오시기 바랍니다.
11. 흉년이 아직 다섯 해나 더 계속됩니다. 제가 여기에서 아버지를 모시겠습니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집안과 아버지께 딸린 모든 식구가 아쉬운 것이 없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하고 여쭈십시오.
12. 지금 형님들에게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이 요셉임을 형님들이 직접 보고 계시고, 나의 아우 베냐민도 자기의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13. 형님들은, 내가 이집트에서 누리고 있는 이 영화와 형님들이 보신 모든 것을, 아버지께 다 말씀드리고, 빨리 모시고 내려오십시오.”
14. 요셉이 자기 아우 베냐민의 목을 얼싸안고 우니, 베냐민도 울면서 요셉의 목에 매달렸다.
15. 요셉이 형들과도 하나하나 다 입을 맞추고,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제야 요셉의 형들이 요셉과 말을 주고받았다.
(시편 133)
1. 그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 형제자매가 어울려서 함께 사는 모습!
2. 머리 위에 부은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곧 아론의 수염을 타고 흘러서 그 옷깃까지 흘러내림 같고,
3. 헤르몬의 이슬이 시온 산에 내림과 같구나. 주님께서 그곳에서 복을 약속하셨으니, 그 복은 곧 영생이다.
(로마서 11:1-2a, 29-32)
1. 그러면 내가 묻습니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버리신 것은 아닙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나도 이스라엘 사람이요, 아브라함의 후손이요, 베냐민 지파에 속한 사람입니다.
2. 하나님께서는 미리 아신 자기 백성을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29. 하나님께서 주시는 고마운 선물과 부르심은 철회되지 않습니다.
30. 전에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던 여러분이, 이제 이스라엘 사람의 불순종 때문에 하나님의 자비를 입게 되었습니다.
31. 이와 같이, 지금은 순종하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도, 여러분이 받은 그 자비를 보고 회개하여, 마침내는 자비하심을 입게 될 것입니다.
32.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을 순종하지 않는 상태에 가두신 것은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시려는 것입니다.
(마태복음 15:(10-20) 21-28)
(10. 예수께서 무리를 가까이 부르시고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내 말을 듣고 깨달아라.
11.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12. 그 때에 제자들이 다가와서 예수께 말하였다. “바리새파 사람들이 이 말씀을 듣고 분개하고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13.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나의 하늘 아버지께서는 자기가 심지 않으신 식물은 모두 뽑아 버리실 것이다.
14. 그들을 내버려 두어라. 그들은 눈 먼 사람이면서 눈 먼 사람을 인도하는 길잡이들이다. 눈 먼 사람이 눈 먼 사람을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다.”
15. 베드로가 예수께 “그 비유를 우리에게 설명해 주십시오” 하고 청하니,
16.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도 아직 깨닫지 못하느냐?
17.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지, 뱃속으로 들어가서 뒤로 나가는 줄 모르느냐?
18. 그러나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는데, 그것들이 사람을 더럽힌다.
19. 마음에서 악한 생각들이 나온다. 곧 살인과 간음과 음행과 도둑질과 거짓 증언과 비방이다.
20. 이런 것들이 사람을 더럽힌다. 그러나 손을 씻지 않고서 먹는 것은,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
21. 예수께서 거기에서 떠나서, 두로와 시돈 지방으로 가셨다.
22. 마침, 가나안 여자 한 사람이 그 지방에서 나와서 외쳐 말하였다.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내 딸이, 귀신이 들려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23. 그러나 예수께서는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다. 그 때에 제자들이 다가와서, 예수께 간청하였다. “저 여자가 우리 뒤에서 외치고 있으니, 그를 안심시켜서 떠나보내 주십시오.”
24.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의 길을 잃은 양들에게 보내심을 받았을 따름이다.”
25. 그러나 그 여자는 나아와서, 예수께 무릎을 꿇고 간청하였다. “주님, 나를 도와주십시오.”
26.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서, 개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27. 그 여자가 말하였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개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얻어먹습니다.”
28. 그제서야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여자여, 참으로 네 믿음이 크다. 네 소원대로 되어라.” 바로 그 시각에 그 여자의 딸이 나았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이어주는 실마리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구약, “하나님이 크나큰 구원을 베푸셔서”(창세기 45:7)
시편, “그 복은 곧 영생이다”(시편 133:3)
서신서, “하나님의 자비를 입게 되었습니다”(로마서 11:30)
복음서, “부스러기는 얻어먹습니다”(마태복음 15:27)
오늘 요절은, “여자여, 참으로 네 믿음이 크다. 네 소원대로 되어라”입니다.(마태복음 15:28)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창세기 45:1-15 / 시편 133)]
오늘 구약본문의 소제목은 ‘요셉이 형제들에게 자기를 밝히다’입니다.
요셉이 드디어 형제들에게 자기 정체를 밝힙니다.
그리고 반복해서 형들에게 자책 말고 염려 말라고 거듭 당부합니다.(5,7,8)
형들의 범죄가 하나님의 구원 용광로 안에서 다 녹아버렸다는 것입니다.
누구보다 하나님과 잘 통하는 요셉의 말이니 이것은 과장이 아닙니다.
차차 요셉의 진심이 전해지면서 형들과 소통의 문이 열립니다.(15)
이제야 형제가 화합하기 시작하니 하나님의 복이 단비처럼 내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아니 형제화합이야말로 크나큰 복, 복중의 복입니다.
오늘 시편본문의 소제목은 ‘형제화합의 복’입니다.
백두산보다도 더 높은 헐몬산은 많은 이슬을 내립니다.
그런데 북쪽나라 북쪽 끝의 헐몬산 이슬이 남쪽나라 시온산에 내린다니,
남북분단 한반도의 백두에서 한라까지가 연상됩니다.
더욱이 같은 남북분단과 분쟁의 역사를 가진 이스라엘이어서 더 그렇습니다.
구구절절 오늘 구약본문의 응답찬송으로서 안성맞춤입니다.
중요한 것은, 다툼의 가능성 많은 형제들이 화목한 곳에 덜컥,
영생의 복을 약속하시는 하나님의 기쁜 마음입니다.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로마서 11:1-2a, 29-32 / 마태복음 15:(10-20) 21-28)]
오늘 서신서본문의 소제목은 ‘이스라엘의 마지막 구원’입니다.
바울은 바로 앞 구절(10:21)에 대한 오해를 막으려는 듯
하나님의 한없으신 은혜(은사)를 강조합니다.(29)
바울의 결론은,
하나님의 자비는 우리의 불순종을 다 품고도 남을 만큼 크시며(30, 31, 32)
그 자비에는 유대인도 이방인도 전부 예외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의 소제목은 ‘정결함과 부정함, 가나안 여자’입니다.
오늘 본문은 <더러움>을 매개로 예수님의 마음이
낙심(슬픔)에서 희망(기쁨)으로 발전하고,
참된 정결, 즉 거룩한 믿음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가나안 여자의 귀신들린 딸의 문제, 즉
<이방인이며 귀신들림>이라는 이중적 더러움의 문제는,
8:10-12절의 가버나움 백부장처럼, 가나안 여자의 놀라운 믿음으로
단번에 해결됩니다.
부연하자면, <가나안 여자>라는 이방인 문제는
본문 전반부의 바리새인들이 꺼려하는, <더러운 손으로 음식 먹기>(20)와 짝을 이루고,
그 딸의 <귀신들림> 문제는 <마음에서 나오는 악한 생각들>(19)과 짝을 이룹니다.
아무튼 가나안 여자의 <부스러기> 외침은
바리새인들 때문에 마음 상한 예수님의 마음을
따뜻하게 회복시켜드리고,
가나안 여자는 소원을 이루는 복을 받습니다.(28)
(이상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 해설 일부 참조)
[정리]
오늘 성서일과 4본문에는 기쁨이 가득합니다.
여러 가지 악조건들이 오히려 <은총의 징검다리>가 되는 기쁨입니다.
<구약본문> 형제를 죽일 듯 미워한 범죄가
오히려 모든 형제 온가족의 생명을 살리는 은혜의 다리가 되고 형제는 화목하게 됩니다.
<시편본문> 형제살해와 민족분단을 겪은 유대민족에게
온 형제자매 어울려 함께 사는 꿈(행복)이 향유처럼 이슬처럼 내립니다.
북과 남의 상징적인 산이 단비 같은 이슬을 나누고 영생의 복까지 약속받습니다.
<서신서본문>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가 저지른 불순종이라는 범죄가
오히려 하나님 자비의 땅에 이르는 징검다리가 됩니다.
<복음서본문> 이방인이면서 동시에 귀신들림이라는 두 배로 부정(不淨)한 상황이
오히려 더 예수님께 몰두하는 간절한 믿음으로 자라 칭찬받고 소원을 이루는,
심지어 유대인들 때문에 낙심하신 예수님의 마음에 기쁨을 드리는 징검다리가 됩니다.
지금 우리에게도 악조건이 차고도 넘칩니다.
바빌론 포로들도 70년 만에 광복을 찾았는데,
6.25 한국전쟁 70년을 맞았음에도, 한반도의 온전한 광복,
화해와 평화의 길이 다시 열릴 기미가 안 보입니다.
게다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시대에 교회는
예배, 찬양, 공동체(교회)의 새 길 찾기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온 나라, 온 세상이 바이러스의 공포와 더불어
노아홍수의 트라우마까지 겹쳐 오들오들 떱니다.
그럼에도 오늘 본문의 교훈처럼,
이런 모든 악한 걸림돌들이 오히려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 그 슬픔을 느끼는 기회 말입니다. 그렇게
하나님과 조금씩 가까워져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해가는 기회를 붙잡는 것 말입니다.
우리의 소원 아닙니까? 믿음을 통째로 누리는 기회!
하나님의 자비를, 구원을, 영생을, 글자가 아니라 개념이 아니라
통째로 누리는 감격스런 이 기회!
그 부스러기도 맛보지 못하던 우리 인생이 말입니다.
[나머지]
* 가나안 여자의 교훈
사랑은, 사랑의 힘(자비심)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흐르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그 사랑의 힘을 받으려면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려야 합니다. 나무막대기처럼 딱딱하고 뻣뻣한 나를 구부려 엎드릴 수 있게 하는 길은, 바로 간절함입니다. 그렇게 진심(眞心, 盡心)이 담긴 간절함은 통하게 합니다. 아무리 꽉 막힌 세상도 뻥 뚫어버릴 수 있습니다. 아무리 안하무인(眼下無人) 후안무치(厚顔無恥)의 무자비한 사람조차 그 속에 숨어있을 일말의 자비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 간절함입니다. 하물며 우리 주님이시겠습니까?
(※ 예전에 올린 것을 조금 다듬어서 다시 올립니다)
[말씀동시] 입 (장연우 지음. 시냇물교회 초등부. 「성실문화」 103호)
입으로 들어가는 것
사람을 더럽히지 않지만
입에서 나오는 것
그것은 사람을 더럽힌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
그것은 뒤로 다시 나가지만
입에서 나오는 것
악한 것이 밖으로 나온다.
더러운 것을 먹게 되어도
더러운 것을 내뱉지 말아라.
[말씀시조] 대자대비 하나님이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103호)
대자대비 하나님이 이방백성 구원하니
이를 본 이스라엘 회개하고 살아나리
천하의 불순종조차 그 자비가 덮으니
[말씀서예] 로마서 11:32 (오요섭 작품. 「성실문화」 103호)
[시편 노래] ‘시편 133, 평화의 노래’ (이정훈 작사, 이길승 작곡. 「성실문화」 103호)
[본문] (시편 133)
[노랫말]
1. 이리도 아름답고 저리도 즐거워라, 어울려 함께 사는 형제자매 흥겨워라,
보배로운 기름처럼 헤르몬의 이슬처럼, 주님께서 부으시는 향기로운 평화여라
2. 머리 위에 부은 기름 수염타고 옷깃까지, 헤르몬의 맑은 이슬 시온산에 이르러라,
복스럽다 형제자매 영원무궁 어울려라, 주님께서 부으시는 향기로운 평화여라
[해설]
시편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찬양사역자이신 ‘홍대가까운교회’ 이길승 목사가 곡을 붙였다.
[악보] 시편 133 (평화의 노래) (이정훈 작사, 이길승 작곡)
[시편 송서(誦書)] 시편 133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 103호)
(※아리랑 가락에 맞추어)
(뒷소리)[찬양대]
1. 보- -- 라-, 형- -제 가-, 연합 하- 여-, 동- -거 함이,
어- -찌 그리, 선- 하- 고-, 아- -름 다운, 고- -- --,
(앞소리)[독창]
2. 머- 리- 에-, 있- -- 는-, 보배 로- 운-, 기- -름 이-,
수- -- 염-, 곧- 아론 의-, 수염 에흘 러-, 서- -- --∼
(뒷소리)[찬양대]
그- -- 의-, 옷- -깃 까지, 내- 림- 같-, 고- -- --,
3. 헐몬 의이 슬이, 시온 의산 들에, 내- 림- 같도, 다- -- --,
(앞소리)[독창]
거- 기- 서-, 여호 와께 서-, 복- 을- 명령, 하- -셨 나니,
곧- -- --, 영- -- 생-, (영- -생) 이로, 다--- --∼
[다함께]
(뒷소리)[다함께]
할- -- 렐-, 루- -- 야-, 할- 렐- 루-, 야- -- --,
할- -렐 루야, 할- 렐- 루야, 할- -렐 루-, 야- -- --∼∥
※ 가락은 아리랑가락이고, 장단은 세마치로 읊는다.
(뒷소리는 세마치로, 앞소리는 중중모리로 해도 좋다.)
※ 쉼표(‘,’)까지 세마치 한 장단 3박 이다.(중중모리일 경우는 한 줄이 한 장단)
(즉, 세마치 4장단이 중중모리 1장단이다.)
※ 세마치장단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하여 편의상 1박을 3분박 대신 2분박으로 구분했다.
(예; 악보 세 번째 마디에 종종 나오는 셋잇단음표 식으로 표기한 것이 3분박의 맛을 살린 것이다.)
※ 뒷소리는 찬양대 합창으로, 앞소리는 독창이나 이중창으로 하면 좋겠다.
[말씀동화] 아빠의 부스러기타령
옛날옛날 한옛날에, 이것은 호랑이가 다람쥐의 장구장단에 맞춰 비타령 부르던 시절 이야기예요.
난 아빠랑 엘리베이터 타기가 너무 싫어요.
아파트 사람들이 슬슬 눈치 살피며 코를 막고
꼬맹이들은 눈치도 없이 종알대기 일쑤거든요.
“엄마, 이거 무슨 냄새야?”
‘무슨 냄새긴 우리 아빠 땀 냄새지!’
우리 아빠는 혼자만 애국자세요.
여름마다 전기 아끼고 물 아끼려고
땀에 푹 젖은 속옷을 안 빨고 그냥 말려 입거든요.
그게 우리나라를 살리고 하나님나라를 회복하는 길이래요.
하나님 창조질서 회복하려면 그래야 한데요.
그래서 우리 집 거실 빨래걸이에는 세탁한 옷이 아니라,
매일 우리 아빠 젖은 속옷들만 주렁주렁 풍년이죠.
왜 그렇게 젖은 속옷이 많이 걸리냐고요?
우리 아빠는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안 트시거든요.
절전한다며 늘 합죽선 부채질만 하시니 조금만 움직여도 옷이 젖고,
땀띠 나면 안 된다며 얼른 말리던 옷 거둬 갈아입고
젖은 옷은 다시 걸어 말리길 반복하는 거죠.
문제는 거실 가득한 아빠 땀 냄새뿐 아니라,
여러 벌을 몇 번이고 말리고 또 말려 입느라
아빠 몸에 밴 땀에 쩐 냄샙니다.
막내딸이 아빠랑 엘리베이터 타기 싫어한다는 걸 눈치 채셨는지
어느 날 아빠가 우리 식구들 다 있는 자리에서
예수님 말씀을 중얼중얼 흉내 내셨어요.
“손을 씻지 않고서 먹는 것은,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마태복음 15:20)
그러자 엄마가 얼른 이렇게 대답하셨죠.
“사람이 배고픈 건 견뎌도 더러운 냄새는 못 견뎌요.”
늘 그러시듯 아빠는 급 외로운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눙치십니다.
“이 냄새가 언젠가 세상을 구원할 겁니다. 친해집시다.”
바로 그때 오빠가 아빠에게 말을 겁니다.
“그런데 아빠, 코로나19 시대는 예수님 시대랑 달라요. 요즘 손 씻기가 얼마나 중요한데요.”
마스크만큼 중요한 손 씻기!
오빠 말에 엄마의 눈빛이 샛별처럼 반짝였겠죠?
그러자 온 식구들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끼며 아빠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예수님이랑 가나안 여자랑 노래 배틀한 거 알지? 예수님이 개타령을 하시니까 가나안 여자는 답가로 부스러기타령을 불렀잖아.(마태복음 15:26-27) 그래서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지. ‘여자여, 참으로 네 믿음이 크다. 네 소원대로 되어라.’(28)”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는 걸 눈치 채신 아빠가 다시 말씀하셨어요.
“내가 전기 아끼고 물 아끼려 애쓰는 건, 딱 가나안 여자의 부스러기타령 같은 거야.”
다들 더 갸웃갸웃 아빠 말씀이 궁금했겠죠?
“부스러기타령이 뭐지? 작은 것 귀하게 여기기, 그리고 또 하나, 끝까지 매달려 몰두하기!”
그제야 조금 이해할 수 있었죠.
우리 아빠가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뒤로 결심하신 그 작은 일 몰두!
무더운 여름철 선풍기조차 안 트는 합죽선 권법과
속옷 말려 입기 권법 같은 아빠의 부스러기타령이 조금 이해가 갑니다.
조금 편안해진 눈매로 이번엔 엄마가 예수님 말씀 흉내 내셨어요.
“당신 소원대로 되어라.”
아빠의 입이 합죽선 활짝 펼친 것처럼 환해집니다.
오빠도 빙글빙글 웃기 시작합니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라서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어요.
“아빠 옷 냄새랑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제아무리 구린 냄새도 순식간에 향기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 없을까?”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빠의 눈빛이 은하수처럼 빛나기 시작합니다.
아, 또 우리 아빠는 에덴동산을 떠올리기 시작하신 게 분명해요.
우리에게 필요한 풀과 레시피가 다 있었다는 그 곳!
저 산 가득한 잡초들 몇 개만 황금비율로 섞으면 그 신비한 향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반짝반짝 아빠의 눈빛이 지금 말하고 있어요.
[이정훈 지음. 2020년 8월 14일 금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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