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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문화 응용하기/본문묵상

사순절 6주(수난주일, 2015년 3월 29일) 예배준비 노트

주 하나님께서 나를 도우시니

 

[성서일과 4본문]

(이사야 50:4-9a)

4. 주 하나님께서 나를 학자처럼 말할 수 있게 하셔서, 지친 사람을 말로 격려할 수 있게 하신다. 아침마다 나를 깨우쳐 주신다. 내 귀를 깨우치시어 학자처럼 알아듣게 하신다.

5. 주 하나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셨으므로, 나는 주님께 거역하지도 않았고,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

6. 나는 나를 때리는 자들에게 등을 맡겼고, 내 수염을 뽑는 자들에게 뺨을 맡겼다. 내게 침을 뱉고 나를 모욕하여도 내가 그것을 피하려고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7. 주 하나님께서 나를 도우시니, 그들이 나를 모욕하여도 마음 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각오하고 모든 어려움을 견디어 냈다. 내가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겠다는 것을 내가 아는 까닭은,

8. 나를 의롭다 하신 분이 가까이에 계시기 때문이다. 누가 감히 나와 다투겠는가! 함께 법정에 나서 보자. 나를 고소할 자가 누구냐? 나를 고발할 자가 있으면 하게 하여라.

9. 주 하나님께서 나를 도와주실 것이니, 그 누가 나에게 죄가 있다 하겠느냐? 그들이 모두 옷처럼 해어지고, 좀에게 먹힐 것이다.

 

(시편 31:9-16)

9. 주님, 나를 긍휼히 여겨 주십시오. 나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울다 지쳐, 내 눈이 시력조차 잃었습니다. 내 몸과 마음도 활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10. 나는 슬픔으로 힘이 소진되었습니다. 햇수가 탄식 속에서 흘러갔습니다. 근력은 고통 속에서 말라 버렸고, 뼈마저 녹아 버렸습니다.

11. 나를 대적하는 자들이 한결같이 나를 비난합니다. 이웃 사람들도 나를 혐오하고, 친구들마저도 나를 끔찍한 것 보듯 합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이마다 나를 피하여 지나갑니다.

12. 내가 죽은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으며, 깨진 그릇과 같이 되었습니다.

13. 많은 사람이 나를 비난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방에서 협박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나를 대적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내 생명을 빼앗으려고 음모를 꾸밉니다.

14.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주님만 의지하며, 주님이 나의 하나님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15. 내 앞날은 주님의 손에 달렸으니, 내 원수에게서, 내 원수와 나를 박해하는 자들의 손에서, 나를 건져 주십시오.

16. 주님의 환한 얼굴로 주님의 종을 비추어 주십시오.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으로 나를 구원하여 주십시오.

 

(빌립보서 2:5-11)

5. 여러분 안에 이 마음을 품으십시오. 그것은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6. 그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7.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8.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9.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그를 지극히 높이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에게 주셨습니다.

10. 그리하여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 있는 모든 것들이 예수의 이름 앞에 무릎을 꿇고,

11.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고백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습니다.

 

(마가복음 15:1-47)

1. 새벽에 곧 대제사장들이 장로들과 율법학자들과 더불어 회의를 열었는데 그것은 전체 의회였다. 그들은 예수를 결박하고 끌고 가서, 빌라도에게 넘겨주었다.

2. 그래서 빌라도가 예수께 물었다. "당신이 유대인의 왕이오?" 그러자 예수께서 빌라도에게 대답하셨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였소."

3. 대제사장들은 여러 가지로 예수를 고발하였다.

4. 빌라도는 다시 예수께 물었다. "당신은 아무 답변도 하지 않소? 사람들이 얼마나 여러 가지로 당신을 고발하는지 보시오."

5. 그러나 예수께서는 더 이상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빌라도는 이상하게 여겼다.

6. 그런데 빌라도는 명절 때마다 사람들이 요구하는 죄수 하나를 놓아 주곤 하였다.

7. 그런데 폭동 때에 살인을 한 폭도들과 함께 바라바라고 하는 사람이 갇혀 있었다.

8. 그래서 무리가 올라가서, 자기들에게 해주던 관례대로 해 달라고, 빌라도에게 청하였다.

9. 빌라도가 말하였다. "여러분은 내가 그 유대인의 왕을 여러분에게 놓아주기를 바라는 거요?"

10. 그는 대제사장들이 예수를 시기하여 넘겨주었음을 알았던 것이다.

11. 그러나 대제사장들은 무리를 선동하여, 차라리 바라바를 놓아 달라고 청하게 하였다.

12. 빌라도는 다시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러면, 당신들은 유대인의 왕이라고 하는 그 사람을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요?"

13. 그들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14.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정말 이 사람이 무슨 나쁜 일을 하였소?" 그들은 더욱 크게 소리를 질렀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15. 그리하여 빌라도는 무리를 만족시켜 주려고, 바라바는 놓아주고, 예수는 채찍질한 다음에 십자가에 처형당하게 넘겨주었다.

16. 병사들이 예수를 뜰 안으로 끌고 갔다. 그 곳은 총독 공관이었다. 그들은 온 부대를 집합시켰다.

17. 그런 다음에 그들은 예수께 자색 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엮어서 머리에 씌운 뒤에,

18. "유대인의 왕 만세!" 하면서, 저마다 인사하였다.

19. 또 갈대로 예수의 머리를 치고, 침을 뱉고, 무릎을 꿇어서 그에게 경배하였다.

20. 이렇게 예수를 희롱한 다음에, 그들은 자색 옷을 벗기고, 그의 옷을 도로 입혔다. 그런 다음에,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려고 끌고 나갔다.

21. 그런데 어떤 사람이 시골에서 오는 길에, 그 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는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로서, 구레네 사람 시몬이었다. 그들은 그에게 강제로 예수의 십자가를 지고 가게 하였다.

22. 그들은 예수를 골고다라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골고다는 번역하면 '해골 곳'이다.

23. 그들은 몰약을 탄 포도주를 예수께 드렸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받지 않으셨다.

24.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고, 예수의 옷을 나누어 가졌는데, 제비를 뽑아서, 누가 무엇을 차지할지를 결정하였다.

25.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때는, 아침 아홉 시였다.

26. 그의 죄패에는 '유대인의 왕'이라고 적혀 있었다.

27. 그들은 예수와 함께 강도 두 사람을 십자가에 못박았는데, 하나는 그의 오른쪽에, 하나는 그의 왼쪽에 달았다. 28. (없음)

29. 지나가는 사람들이 머리를 흔들면서, 예수를 모욕하며 말하였다. "아하! 성전을 허물고 사흘만에 짓겠다던 사람아,

30. 자기나 구원하여 십자가에서 내려오려무나!"

31. 대제사장들도 율법학자들과 함께 그렇게 조롱하면서 말하였다.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나, 자기는 구원하지 못하는구나!

32. 이스라엘의 왕 그리스도는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봐라.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보고 믿게 하여라!"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 두 사람도 그를 욕하였다.

33. 낮 열두 시가 되었을 때에, 어둠이 온 땅을 덮어서,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34. 세 시에 예수께서 큰소리로 부르짖으셨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다니?" 그것은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하는 뜻이다.

35. 거기에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 몇이, 이 말을 듣고서 말하였다. "보시오, 그가 엘리야를 부르고 있소."

36. 어떤 사람이 달려가서, 해면을 신 포도주에 푹 적셔서 갈대에 꿰어, 그에게 마시게 하며 말하였다. "어디 엘리야가 와서, 그를 내려 주나 두고 봅시다."

37. 예수께서는 큰 소리를 지르시고서 숨지셨다.

38.그 때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폭으로 찢어졌다.

39. 예수를 마주 보고 서 있는 백부장이, 예수께서 이와 같이 숨을 거두시는 것을 보고서 말하였다. "참으로 이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셨다."

40. 여자들도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 가운데는 막달라 출신 마리아도 있고 작은 야고보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도 있고 살로메도 있었다.

41. 이들은 예수가 갈릴리에 계실 때에, 예수를 따라다니며 섬기던 여자들이었다. 그 밖에도 예수와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온 여자들이 많이 있었다.

42. 이미 날이 저물었는데, 그 날은 준비일, 곧 안식일 전날이었다. 아리마대 사람인 요셉이 왔다.

43. 그는 명망 있는 의회 의원이고,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대담하게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신을 내어 달라고 청하였다.

44. 빌라도는 예수가 벌써 죽었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여, 백부장을 불러서, 예수가 죽은 지 오래되었는지를 물어 보았다.

45. 빌라도는 백부장에게 알아보고 나서, 시신을 요셉에게 내어주었다.

46. 요셉은 삼베를 사 가지고 와서, 예수의 시신을 내려다가 그 삼베로 싸서, 바위를 깎아서 만든 무덤에 그를 모시고, 무덤 어귀에 돌을 굴려 막아 놓았다.

47. 막달라 마리아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는, 어디에 예수의 시신이 안장되는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수난주일 성서일과 본문들의 알맹이는 모욕도움입니다.

 

구약, “내게 침을 뱉고 나를 모욕하여도”(이사 50:6, 7)

시편, “나를 비난합니다”(시편 31:11, 13)

서신서, “자기를 낮추시고”(빌립 2:8)

복음서, “예수를 모욕하며 말하였다”(마가 15:29)

 

오늘 요절은, “주 하나님께서 나를 도우시니”(이사 50:7, 9)입니다.

 

 

[구약과 시편 (이사야 50:4-9a / 시편 31:9-16)]

오늘 구약본문, 특히 5-7절은 십자가 예수님을 연상시킵니다.

끝까지 낮추시고, 끝까지 참으신 주님!

몸의 고통은 물론이고 그 모진 모욕까지 참아내십니다.

사람이 저런 모욕을 어떻게 참을 수 있을까요?

억울해서 머리가 터지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8-9절은, 그 모진 모욕과 억울한 십자가 처형으로

깨진 그릇과 같이 되신”(시편 31:12) 주님을,

그 마음을 위로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건 사실 제자인 우리들 마음을 닦아주는 말씀입니다.

(그러고 보니, 사도바울은 이 구절을 로마서 831절 이하에서 사용합니다.)

 

시편본문 역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심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세상천지에 아무도 내 편이 없어 보이는 상황,

이렇게 억울한 고난 한 가운데서도,

오직 주님의 환한 얼굴”, 한결같은 사랑”!(16)

오직 하나님만이 위로와 소망이 됩니다.

 

 

[서신서와 복음서 (빌립보서 2:5-11 / 마가복음 15:1-47)]

오늘 서신서본문은 오늘 본문 가운데서 중요한 열쇠를 담고 있습니다.

십자가를 지시기까지, 온갖 모욕과 억울함, 모진 고통을 참으시며

낮추시고 낮추시고 또 낮추시는 예수님을,

그 예수님의 마음을 품으라십니다!

 

바로 그리스도의 겸손입니다.

겸손이 이렇게 무겁고 깊고 두꺼운 것일 줄이야!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진정 예수님의 마음을 품었다면,

죽기까지 순종하여 그런 억울한 모욕과 고난조차 참을 수 있다면,

지금 그런 고난 중에 있는 이들과 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과 통한다면, 저들과도 통해야 정상입니다.

저들과 통해야만, 내가 예수님의 마음을 품었다는 것이 증명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억울한 일 당해도 아무 힘도 빽도 없어서,

억울해서 분통 터질 것 같아서 몸부림만 칠 뿐인

그런 고난당하는 이들을 위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지친 사람을 말로 격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이사 50:4)

 

오늘 복음서본문은 세상에서 가장 억울하고,

세상에서 가장 가당찮은 모욕과 고통과 죽임을 당하시는 예수님을

아주 짧지만 아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기나긴 본문 가운데 예수님 말씀은 2절의 짤막한 말씀뿐입니다.

(또 한 곳 34절은 시편 22:1절을 연상시킵니다.

37절의 큰 소리를 지르시고서는 비명소린지 아니면 어떤 뜻을 담은 외침이셨는지 궁금합니다.)

 

불의한 빌라도 앞에서도, 무례한 병사들 앞에서도,

부정한 종교인들 앞에서도, 부패한 관리들 앞에서도,

어리석은 군중들과, 심지어 함께 달린 죄수들 가운데서도

아무 말씀 없으신 예수님!

예수님의 그 침묵이 태산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서본문의 예수님을 뵙기가 더 힘듭니다.

다른 복음서(누가복음, 요한복음)에 비해

말씀이 없으셔서 더 그런가 봅니다.

 

고난당하신 예수님을 돕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예수님 십자가를 대신 진 구레네 시몬과(21)

대담하게 나서서 예수님의 시신을 수습한 아리마데 요셉(42-46)!

저들의 행동이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되고 또 도전이 됩니다.

 

 

[정리]

끝까지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신 예수님!(빌립 2:8)

성부(聖父)의 뜻에 순종하신 예수님!

성부의 뜻이 무엇입니까?

죄 구덩이에 빠져 죽어가는 우리를 살리시려는 사랑 아닙니까?‘

 

그 예수님의 순종을 내 안에 품으려면,

그 겸손을 내 몸에 채우려면,

먼저 그 말씀 들을 귀가 열려야 합니다.

 

주 하나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셨으므로 나는 주님께 거역하지도 않았고,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이사 50:5)

 

그리고 그 말씀만 의지하는, 주님만 의지하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주님만 의지하며, 주님이 나의 하나님이라고 말할 것입니다.”(시편 31:14)

 

그리고 내 희생을 각오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아리마데 요셉처럼 자기희생을 각오하는 용기를 내어(43)

구레네 시몬처럼 억지로라도(마가 15:21),

주님 섬기듯, 고난에 빠진 이들의 무거운 짐을 나눠 져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때, 당신이 직접 위로받으신 것처럼 우리 예수님 마음이 위로받으실 것입니다.

당신이 짊어지신 짐을 덜은 듯이 가뿐하고 홀가분해지실 것입니다.

제주 4.3, 천안함, 세월호, 대한민국호, 한국교회 ...

이 시대 무거운 우울감에 빠졌던 우리 예수님이

날아갈 듯 기뻐하실 겁니다.

 

주 하나님께서 나를 도우시니, 그들이 나를 모욕하여도 마음 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각오하고 모든 어려움을 견디어 냈다...”(이사 50:7)

 

 

[나머지]

* 미친 존재감, 씬 스틸러(Scene Stealer), 아리마대 요셉!

'아리마대 사람인 요셉이 왔다'(마가 15:42)

 

요셉이 왔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묘사입니다.

피비린내 나는 중원에 어느 날 갑자기, 초절정 고수의 등장처럼 느껴집니다.

 

이 사람이 대담하게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신을 내어 달라고 청하였다”(43)

 

말 그대로 정말 대담한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손하지만, 강렬한 포스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나를 돌아봅니다.

아리마대 요셉의 거울에 저를 비춰봅니다.

꼭 필요할 때에, 우리 주님께서 정말 나를 필요로 하실 때에 나는 저런 용기를 낼 수 있었던가?

 

대사 한 마디 없는 요셉!

그럼에도 대단한 존재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말씀 동시] 마른 나무는 아프다 (이선구 지음. 성실교회 고등부 2학년. 성실문화82)

마른 나무는 아프다

나무꾼이 휘두르는 커다란 도끼가

바싹 마른 몸통을 내리칠 때마다

마르고 공허하게 비명을 내지른다

 

마지막 도끼질 허공을 가르자

큰소리 내며 천천히 쓰러진다

쓰러진 몸통에 나이테는 서른세 개

33년 동안 바싹 말라왔다

 

나무는 지금 산을 내려간다

나무꾼의 등에 업혀 산을 내려간다

돌난로에 들어가 불을 지펴서

나무꾼네 가족들 따뜻하게 하러 간다

 

 

 

[말씀 시조] 더러운 무리 앞에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82)

더러운 무리 앞에 빌라도 무릎 꿇고

순결한 예수께서 십자가 오르시네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 나를 버리사

 

 

 

[말씀 한시] 가시나무새의 전설 (오세종 지음. 성실문화82)

離巢欲索棘(이소욕색극) 가시나무새는 가시를 찾아 둥지를 멀리 떠나

若見尖銳荊(약견첨예형) 기뻐하며 뾰족한 가시를 찾는다

受容當刺苦(수용당자고) 찾으면, 찔림의 고통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卽犧鳴麗聲(즉희명려성) 그 자리서 죽어가며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말씀 서예] 시편 31:15 (오세주 작품. 성실문화82)

 

 

 

 

 

 

[말씀 노래] 생명기둥 십자가 (이정훈 작사, 이천진 작곡. 성실문화82)

[본문] (마가복음 15:1-47)

[노랫말]

1. 무례한 사람들이 예수님 결박했네, 난폭한 사람들이 예수님 못박았네

어리석은 사람들이 예수님 조롱하네, 어린양 예수님 얼마나 아프실까

2. 순결한 예수님이 아무대답 안하시네, 온유한 예수님이 아무저항 안하시네

슬기로운 예수님이 아무야단 안하시네, 어린양 예수님 얼마나 슬프실까

3. 부정한 종교인과 부패한 관리들아, 불의한 재판관과 어리석은 군중들아

제아무리 난폭한 군병들 창칼로도, 어린양 생명기둥 꺾을 수 없느니라.

 

[해설]

마가복음 15:1-47절 말씀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4.4조로 풀었고, 한양대 교목실장 이천진 목사가 가락을 붙였다.

 

[악보] 생명기둥 십자가 (이정훈 작사, 이천진 작곡. 2015. 1)

 

 

 

 

 

[시편 송서(誦書)]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82)

(*천자문 독송-전래 자장가 풍으로)

 

9. 여호와여 내가 고통 중에 있사오니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내가 근심 때문에 눈과 영혼과 몸이 쇠하였나이다

 

10. - -생을 --으로 보내---, 나의 연수를- --으로 보냄-이여-,

     내- 기-력이 내 죄악 때문에 약하여지며-, -의 뼈-가 쇠하도소이다---

  

11. 내가 모든 대적들 때문에 욕을 당하고 내 이웃에게서는 심히 당하니 내 친구가 놀라고 길에서 보는 자가 나를 피하였나이다

 

12. -잊어버린 바- ----, 죽은 자-- 마음에 두지- 아니함- ---,

     깨- -- - - -- -, (-진 그-) 같으니이다-

 

13. 내가 무리의 비방을 들었으므로 사방이 두려움으로 감싸였나이다 그들이 나를 치려고 함께 의논할 때에 내 생명을 빼앗기로 꾀하였나이다

 

14. 여호와여-- 그러하--- -, -주께 의지하고 말하-기를-,

     주-내 하나--이시---, (내 하나--이시라) 하였나이다-

 

15. 나의 앞날이 주의 손에 있사오니 내 원수들과 나를 핍박하는 자들의 손에서 나를 건져 주소서

 

[다함께]

16. ---- 얼굴---, -의 종에게 비추-시고-,

     주-의 사-랑하심-으로-, -를 구-(구원)∼∥

 

 

 

 

 

[말씀 동화] 나무꾼 바디매오

 

향나무는요 제 몸을 찍는 도끼날에도 향을 묻힌대요.”

 

싯딤 나무 한그루가 나무꾼의 도끼날을 보며 오들오들 말합니다.

자기를 바라보는 나무꾼의 눈은 쳐다보지도 못합니다.

도끼날보다 더 무서운 도끼눈이거든요.

 

, 향나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향나무든 백향목이든 얼마든지 나와 보라 그래. 내가 모조리 쿵쿵쿵 찍어버릴 테니!”

 

나무들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

바로 나무꾼 바디매오입니다.

 

바디매오는 도끼춤의 달인입니다.

세상 모든 나무를 잘라버리려는 듯

나무 앞에만 서면 도끼를 들고 춤추듯, 신들린 듯

쿵쿵쿵 마구마구 찍어 넘깁니다.

 

 

바디매오는 원래 여리고 마을 눈먼 걸인이었어요.

마을 어귀 길가에 앉아 동냥하던 맹인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나사렛 예수님을 만난 겁니다.

 

갑자기 수많은 인파에, 콜록콜록 먼지가 자욱했어요.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소리에 가만 귀 기울이니,

아니 글쎄, 소문으로만 듣던 그분이 오신 거예요.

바디매오는 용기를 내어 소리쳤습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 하는 소리에

바대매오의 목소리가 들릴 리 없었겠죠?

한 번 더 소리칩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더 크게, 다시 더 크게 소리칩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그제야 곁에 있던 사람들이 듣고 바디매오를 나무랍니다.

 

그 입 다물라! 이 사람이 제 정신인가? 지금이 어느 땐데, 다윗의 자손이라니? 그 입 좀 다물라니까!”

 

맞아요. 다윗의 자손이란, 예언자들이 일러준 메시야를 가리키는 말이죠.

천하를 호령하던 큰 임금 다윗!

그 다윗 왕의 혈통을 이은 메시아라면,

지금 로마제국쯤은 왼손가락 하나만으로도 너끈히 물리칠 수 있을

바로 그 메시아입니다.

 

그러고 보니 가뜩이나 어수선한 시절에 로마의 평화를 깨뜨리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는 아주 위험한 말을 지금 바디매오가 지껄인 셈이네요.

그런데 보세요, 바디매오는 아주 막무가내예요.

더 크게 소리치네요?

정말 눈에 보이는 게 없나 봐요.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드디어 예수님께서 바디매오를 돌아보십니다.

그리고 바디매오를 부르십니다.

잔뜩 흥분한 바디매오는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섭니다.

오래 꿇어 앉아있던 두 다리가 우드득 부스러질 것만 같습니다.

 

그럼에도 바디매오는 예수님의 그 세미한 음성을 놓치지 않고

예수님 그 말씀 방향으로 더듬더듬 달립니다.

유일한 재산이었던 겉옷조차 벗어던지고 뒤뚱뒤뚱 달려갑니다.

가다가 고꾸라지자 벌벌벌 기어서 갑니다.

 

기어오는 바디매오를 예수님이 맞이합니다.

예수님이 쭈그리고 앉아 코뿔소처럼 돌진하던 바디매오의 머리에 가만히 손을 얹으십니다.

그 순간 바디매오는 짜리릿!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을 느낍니다.

그 손의 주인이 누구이신지 순식간에 알아차립니다.

 

내가 당신에게 무얼 해주길 바라나요?”

 

바디매오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소리칩니다.

 

선생님 저 눈 좀 뜨게 해주세요!”

 

바디매오는 돈 한 푼 없는 걸인이지만,

지금 그에게는 돈도, 집도, 맛있는 것도 아무 것도 필요 없습니다.

오직 필요한 건 세상을 환하게 볼 수 있는 두 눈 뿐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가세요. 당신의 믿음이 당신을 구원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무릎을 꿇고 있던 바디매오는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온 세상이 환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듣도 보도 못한 흰 구름이 두둥실 보입니다.

짹짹짹 노랫소리만 듣던 참새가족도 까불까불 보입니다.

동네사람들이 바디매오 만큼이나 눈을 둥그렇게 뜨고 웅성거리는 모습도 보입니다.

 

어라? 그런데 나를 고쳐주신 예수님은 어디 계시지?

세상에나, 예수님은 벌써 저만큼 가고 계시네요.

제자들에 둘러싸여 어디론가 가고 계십니다.

 

바디매오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예수님 뒤를 쫓습니다.

졸졸졸 시냇물처럼 예수님 꽁무니만 따라갑니다.

예수님을 따라 난생처음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 구경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바디매오!

도성에 입성할 때, 호산나 호산나를 연호하던 수많은 군중들을 보며

바디매오는 괜스레 으쓱으쓱 신명이 났습니다.

 

이파리만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시는 장면도 생생합니다.

특히 난생처음 성전 뜰에 들어갔을 때 목격한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뜁니다.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아라!”

 

예수님이 채찍을 휘두르시며 장사꾼들을 몰아내시던 바로 그 장면입니다.

가난한 과부의 동전 두 닢 헌금을 칭찬하시는 모습도 지켜보았습니다.

 

베다니 마을 나병환자 시몬의 집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한 여자가 소중한 향유옥합을 깨뜨려 예수님의 머리에 부었습니다.

향내가 온 방안을 진동하고 문밖에 있던 바디매오의 코까지 사로잡습니다.

바디매오는 마치 자신의 머리에 향유가 쏟아지는 듯 황홀한 감격에 전율했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다락방에 오르셨을 때는

감히 그 안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밤새도록 문지기처럼 문 앞을 지켰드랬습니다.

 

밤이 이슥할 무렵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 동산에 오르실 때도

바디매오는 남몰래 예수님의 뒤를 졸졸졸 따라갔습니다.

예수님이 밤새 진땀 흘리며 기도하실 때도

바디매오는 그 모습 하나라도 놓칠 새라 지켜보았습니다.

 

우리 예수님이 겟세마네에서 폭도들에게 붙들려 가실 때도,

엉터리 대제사장에게 모욕당하실 때도,

빌라도의 집 뜰에서 수많은 로마군병들로부터 희롱을 당하실 때도...

바디매오는 아무 힘없는 자신을 원망하며 끅끅끅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았습니다.

 

우리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가실 때,

비틀비틀 고꾸라지는 예수님에게 달려가

내가 그 십자가 대신 지려는 그 순간,

시몬이라는 사람이 십자가를 대신 지는 바람에 물러나야 했습니다.

 

마침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하늘높이 매달리실 때

바디매오는 군중 틈에서 또 다시 끅끅끅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수님을 구해드릴 아무런 힘도 없는 자신을 한없이 저주했습니다.

 

바로 그날 바디매오는 결심했습니다.

 

온 세상 나무란 나무는 내가 다 잘라버릴 테다!”

 

연약하신 예수님 어깨를 부러뜨린 십자나무,

고귀하신 예수님을 발가벗겨 모욕을 준 십자나무,

존귀하신 예수님을 긴긴 시간 고통 속에 숨지게 한 저 몹쓸 십자나무!

바디매오는 십자나무가 철천지원수 같기만 합니다.

바디매오는 온 세상 나무들이 몽땅 미워졌습니다.

 

그 뒤로 바디매오는 나무꾼이 되었습니다.

나무를 잘라 파는 나무꾼이 된 것입니다.

바디매오가 가장 먼저 잘라버린 나무는 이파리만 무성하던 그 무화과나무입니다.

쿵쿵쿵 도끼질 세 번 만에 메마른 무화과나무가 쿵 하고 쓰러집니다.

 

향나무는요 제 몸을 찍는 도끼날에도 향을 묻힌대요.”

 

어제 잘라다 팔아버린 그 싯딤나무의 말이 자꾸만 귀에 맴돕니다.

자면서도 들리는 것만 같아 잠을 설칩니다.

간신히 잠든 바디매오는 꿈에 또 나무를 만납니다.

 

어라? 난생처음 보는 희한한 나무입니다.

아무리 도끼질을 해도 휘청휘청 베어지지 않는 나무입니다.

사람들은 그 나무를 대나무라고 부른다네요?

몇 년이 지나도 자라지 않다가 어느 순간 불쑥 자라나는 대나무가 참 신기합니다.

 

다시 꿈이 이어집니다.

예수님의 허리를 창으로 찌르는 애꾸눈 병사의 눈에

주님의 보혈이 튀기자 그 먼눈 환하게 열립니다.

애꾸눈 병사가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어쩐지 그 병사가 딱 자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꿈에서 깨어난 바디매오는 곰곰이 생각합니다.

향나무는 제 몸을 찍는 도끼날에도 향을 묻히고,

대나무는 자랄수록 속이 텅 빈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그 순간 바디매오는 무릎을 칩니다.

 

어쩐지 많이 닮았다 했어! 맞아 바로 예수님을 닮은 거야! 제 몸을 찍는 도끼날에조차 향을 묻히는 향나무! 자랄수록 마치 예수님처럼 자기를 비울 줄 아는 대나무! 자기를 비워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던 나의 주 나의 하나님!”

 

그동안 십자나무를 미워했던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죄 없는 사람을 십자나무에 달아매는 못된 권력자들에게는 맞서지 못하고

애꿎은 나무에게 분풀이 해댄 것입니다.

아무 죄 없는 나무만 해친 자기 자신이

마치 죄 없는 예수님을 해친 망나니들 같이 느껴집니다.

 

바디매오는 이제 더 이상 나무꾼이 아닙니다.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진짜 불의에 맞서 정의의 도끼춤을 추리라 다짐합니다.

부정부패한 권력에 희생된 약한 자들의 편에 서서

예수님 대신 십자가를 지는 마음으로

약자들을 돕는 인생을 살 것을 다짐합니다.

 

바디매오는 지난날을 반성하며 짧은 시 한 수 읊조립니다.

대나무 같으신 예수님, 향나무 같으신 예수님,

마른나무 같은 예수님을 읊조립니다.

 

 

마른 나무는 아프다

나무꾼이 휘두르는 커다란 도끼가

바싹 마른 몸통을 내리칠 때마다

마르고 공허하게 비명을 내지른다

 

마지막 도끼질 허공을 가르자

큰소리 내며 천천히 쓰러진다

쓰러진 몸통에 나이테는 서른세 개

33년 동안 바싹 말라왔다

 

나무는 지금 산을 내려간다

나무꾼의 등에 업혀 산을 내려간다

돌난로에 들어가 불을 지펴서

나무꾼네 가족들 따뜻하게 하러 간다

[마른 나무는 아프다 이선구 지음. 성실교회 고등부 2학년. 성실문화82]

 

[이정훈 지음. 2015329일 주일 아침]

(이선구 군의 말씀동시에 착안해서 지은 말씀동화입니다.

바디매오 이야기는 오늘 복음서본문 앞에 있는 마가복음 10:46-52를 바탕으로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