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서”
[성서일과 4본문]
(예레미야 31:31-34)
31. "그 때가 오면, 내가 이스라엘 가문과 유다 가문에 새 언약을 세우겠다. 나 주의 말이다.
32. 이것은 내가 그들의 조상의 손을 붙잡고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나오던 때에 세운 언약과는 다른 것이다. 내가 그들의 남편이 되었어도, 그들은 나의 언약을 깨뜨려 버렸다. 나 주의 말이다.
33. 그러나 그 시절이 지난 뒤에, 내가 이스라엘 가문과 언약을 세울 것이니, 나는 나의 율법을 그들의 가슴 속에 넣어 주며, 그들의 마음 판에 새겨 기록하여,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 나 주의 말이다.
34. 그 때에는 이웃이나 동포끼리 서로 '너는 주님을 알아라' 하지 않을 것이니, 이것은 작은 사람으로부터 큰 사람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모두 나를 알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의 허물을 용서하고, 그들의 죄를 다시는 기억하지 않겠다. 나 주의 말이다."
(시편 119:9-16)
9. 젊은이가 어떻게 해야 그 인생을 깨끗하게 살 수 있겠습니까? 주님의 말씀을 지키는 길, 그 길뿐입니다.
10. 내가 온 마음을 다하여 주님을 찾습니다. 주님의 계명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11. 내가 주님께 범죄하지 않으려고, 주님의 말씀을 내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합니다.
12. 찬송을 받으실 주님, 주님의 율례를 나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13. 주님의 입으로 말씀하신 그 모든 규례들을, 내 입술이 큰소리로 반복하겠습니다.
14. 주님의 교훈을 따르는 이 기쁨은, 큰 재산을 가지는 것보다 더 큽니다.
15. 나는 주님의 법을 묵상하며, 주님의 길을 따라 가겠습니다.
16. 주님의 율례를 기뻐하며, 주님의 말씀을 잊지 않겠습니다.
(히브리서 5:5-10)
5. 이와 같이 그리스도께서도 자기 자신을 스스로 높여서 대제사장이 되는 영광을 차지하신 것이 아니라, 그에게 "너는 내 아들이다. 오늘 내가 너를 낳았다" 하고 말씀하신 분이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6. 또 다른 곳에서 "너는 멜기세덱의 계통을 따라 임명받은 영원한 제사장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7. 예수께서 육신으로 세상에 계실 때에, 자기를 죽음에서 구원하실 수 있는 분께 큰 부르짖음과 많은 눈물로써 기도와 탄원을 올리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예수의 경외심을 보시어서, 그 간구를 들어주셨습니다.
8. 그는 아드님이시지만, 고난을 당하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습니다.
9. 그리고 완전하게 되신 뒤에, 자기에게 순종하는 모든 사람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시고,
10. 하나님에게서 멜기세덱의 계통을 따라 대제사장으로 임명을 받으셨습니다.
(요한복음 12:20-33)
20. 명절에 예배하러 올라온 사람들 가운데 그리스 사람이 몇 있었는데,
21. 그들은 갈릴리 벳새다 출신 빌립에게로 가서 청하였다. "선생님, 우리가 예수를 뵙고 싶습니다."
22. 빌립은 안드레에게로 가서 말하고, 안드레와 빌립은 예수께 그 말을 전하였다.
23.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인자가 영광을 받을 때가 왔다.
24.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서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
25. 자기의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생에 이르도록 그 목숨을 보존할 것이다.
26. 나를 섬기려고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있는 곳에는, 나를 섬기는 사람도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높여주실 것이다."
27. "지금 내 마음이 괴로우니, 무슨 말을 하여야 할까? '아버지, 이 시간을 벗어나게 하여 주십시오' 하고 말할까? 아니다. 나는 바로 이 일 때문에 이때에 왔다.
28.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드러내십시오." 그 때에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 왔다. "내가 이미 영광되게 하였고, 앞으로도 영광되게 하겠다."
29. 거기에 서서 듣고 있던 무리 가운데서 더러는 천둥이 울렸다고 하고, 또 더러는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고 하였다.
30.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이 소리가 난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희를 위해서이다.
31. 지금은 이 세상이 심판을 받을 때이다. 이제는 이 세상의 통치자가 쫓겨날 것이다.
32. 내가 땅에서 들려서 올라갈 때에, 나는 모든 사람을 내게로 이끌어 올 것이다."
33. 이것은 예수께서 자기가 당하실 죽음이 어떠한 것인지를 암시하려고 하신 말씀이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의 알맹이는 “새 언약”과(예레 31:31), “고난”입니다.(히브 5:8)
“새 언약”은 주님의 십자가 “고난”을 통해 이루어지는
하나님과 우리가 하나 되는, 관계의 완성입니다.
구약은, “나의 율법을 그들의 가슴 속에 넣어주며”(예레 31:33)
시편은, “주님의 말씀을 내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합니다.”(시편 119:11)
서신서는, “고난을 당하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습니다.”(히브 5:8)
복음서는, “나는 바로 이 일 때문에 이 때에 왔다”(요한 12:27)
오늘 요절은,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서”로 정합니다.(요한 12:24)
[구약과 시편 (예레미야 31:31-34 / 시편 119:9-16)]
오늘 구약본문의 알맹이 단어는 “새 언약”이고
매 절마다 반복해서 강조하는 후렴구는 “나 주의 말이다”입니다.
이렇게까지 강조하는 새 언약이 무엇입니까?
그건 바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완전히 새롭게 완성하는 언약입니다.
(이 “새 언약”에서 “신약성경”이라는 개념이 나왔다고도 합니다.
고후 3:6, 히브 9:15 - 독일성서공회판 성경 해설)
이 새 언약은 형식적인 언약이 아닙니다.
예식을 위한 언약도 아니고, 지식을 위한 언약도 아닙니다.
그렇게 개념으로만 굳어있는 언약이 아닙니다.
내 가슴에 꿈틀꿈틀 새겨져서 내 존재와 행동을 송두리째 주님 뜻대로 이루는 언약입니다.
오늘 시편본문은 “주님의 말씀”을 내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한다고 노래합니다.(11)
그 말씀을 “내 입술이 큰소리로 반복하겠습니다.”라고 노래합니다.(13)
그 말씀을 따르는 기쁨은 “큰 재산을 가지는 것보다 더 큽니다”라고 노래합니다.(14)
그러므로 “주님의 말씀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다짐합니다.(16)
이만큼 생생한 언약의 말씀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먹고사는 문제로 하루에도 열두 번씩 그 말씀 잊어버리며 사는 우리에게 말입니다.
바로 이 “새 언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오늘 신약의 말씀은,
그 열쇠가 바로 “고난(의 훈련)”이라고 가르쳐주십니다.
(십자가 고난과 죽음, 부활, 승천, 그리고 성령강림으로 비로소 우리 안에 결실하는 “새 언약”! 바로 그 첫 계단인 “고난”입니다.)
[서신서와 복음서 (히브리서 5:5-10 / 요한복음 12:20-33)]
오늘 서신서본문과 복음서본문의 공통 알맹이는 고난입니다.
오늘 서신서 기자는 아무 죄 없으신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그 많은 눈물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고난은, 하나님이심에도 순종을 배우는 기회였다고 강조합니다.(8)
오늘 복음서본문에서도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지금 내 마음이 괴로우니, 무슨 말을 하여야 할까? '아버지, 이 시간을 벗어나게 하여 주십시오' 하고 말할까?”(요한 12:27)
이렇게 힘드셨습니다.
주님께서는 고난과 고독의 정 가운데 계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니다. 나는 바로 이 일 때문에 이 때에 왔다.”(27)
[정리]
지난 사순절 첫 주부터 “언약”의 연속이었습니다.
사순절 1주, 노아와 맺으신 언약
2주, 아브라함과 맺으신 언약
3주, 모세와 맺으신 언약
4주, 구리뱀 언약
5주, 새 언약!
오늘 “새 언약”을 전한 구약본문의 예레미야는
구약 예언자들 가운데서 가장 예수님을 연상시키는 예언자입니다.
그는 주전 587년, 남유다 멸망 직전까지 활동하며
동포들로부터 무수한 오해와 왕따, 고난을 받았습니다.
결국 예루살렘은 바벨론에 의해 완전히 쑥대밭이 되고, 백성들은 포로로 잡혀갑니다.
(그 당시 유다는 하나님의 언약을 의지하지 않고, 북쪽의 앗수르와 바벨론, 남쪽의 에집트 사이에서 외교와 정치적인 계산으로 생존하는 일에만 관심했습니다. 딱 지금 중국∼러시아∼미국 사이에서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우리나라 같습니다.)
오늘 구약본문은, 그럼에도 살 길이 있다는 예언자의 외침입니다.
하나님께서 새 언약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새 언약이 무엇입니까?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으로 완결되는 그 언약이 바로 새 언약입니다.
즉 새 언약의 핵심은, 하나님과 우리와의 관계입니다.
뗄레야 뗄 수 없는 혈연관계 말입니다.
그 관계를 회복하고 완성한다는!
내 심장에, 내 DNA 속에 그 말씀이 새겨진다는 것입니다.
내 가슴과 마음판, 즉 심장에 새겨진다는 것입니다.
내가 바로 주님의 것이라는!
새 언약의 핵심은,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입니다.
예수님의 고난으로 새 언약이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그 크신 사랑, 그 크신 순종으로
십자가 고난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여 죽으시고 부활승천하시고
마침내 보혜사를 보내신 것입니다.
밀알 하나 떨어져 죽음으로 많은 열매 맺듯이,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은 새 언약의 열매를 무수히 결실합니다.
새 언약의 열매인 우리는
또 하나의 밀알들이 되어 땅에 떨어져 죽는 고난을 피하지 말아야 합니다.(25-26)
[나머지]
* 고난을 버리지 말라
곤충학자 찰스 코우만이
애벌레가 나방이 되는 과정을 1년 동안이나 관찰하다가 겪은 안타까운 경험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번데기에서 나방이 나오는 것을 내가 맨 처음 관찰하게 되었을 때,
나는 작은 구멍으로 안간힘을 쓰면서 나오려고 하는 (1∼2시간) 나방이 너무 불쌍해서
가위로 구멍을 넓혀 주었다.
그러나 큰 구멍으로 쉽게 빠져나온 나방은 방구석을 기어다닐 뿐 가엽게도 날지를 못했다.
너무 일찍, 그리고 너무 쉽게 번데기에서 나온 탓이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시련과 고통이 없는 삶, 편리하고 편안한 삶을 바랍니다.
고난 없는 삶이 축복된 삶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삶이란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고 방구석만 빙빙 도는 안타깝고 불쌍한 인생인 것을 못 느낍니다.
우리는 시련과 고난 덕분에 마침내 날개를 얻고 날 수 있게 되는 법입니다.
정의로운 사람들의 시련을 보면서 하나님은 왜 침묵하시는가?
지혜로운 자들은 하나님의 침묵을 오히려 감사할 줄 압니다.
하나님의 그 침묵 덕분에 우리는 불편한 인생을 감수할 수 있고 마침내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한 천국의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때론 시련이, 고난이 축복입니다.
“복음을 위하여 고난을 함께 겪으십시오.”(딤후 1:8)
** 고난 받는 신음소리에 귀 기울이라
믿음은 말씀을 들음에서 납니다.(로마 10:17)
그래서 한편 믿음이란 ‘바닥소리’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말씀이 예수님 말씀,
즉 지금 인생의 밑바닥까지 떨어져 고난 받는 이들이 내는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고난 받고 있는 작고 힘없는 이웃들, 그들이 바로 예수님입니다.(마태 25:31-46)
그 예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것이 믿음의 시작이라는 말입니다.
고난에 관한 말씀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지금 고난당하는 이웃들의 신음이 여러분 마음을 무겁게 하더라도 결코 외면하지 마십시오.
그게 바로 여러분에게 크나 큰 영약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귀 기울이고 경청하십시오.
그게 바로 스무 살 청년, 나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가 다 들어 있는 영양식, 믿음의 참 양식입니다.
[말씀 동시] 샤프심 (김현서 지음. 명암교회 고등부 1학년. 「성실문화」82호)
내가 아끼는 샤프심 하나가 여기 있다
샤프심 하나를 아끼기 위해서
이 시를 쓰지 않으면
어두운 세상에 살면서
시 한편을 보고
마음에 빛을 비출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하지만 샤프심을 아끼지 않고
이 시를 쓸 때
어두운 세상이지만 시 한편으로
마음에 빛을 비출 수 있게 된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면 잃을 것이요
자기 목숨을 미워하면
영생에 이르도록 그 목숨을 보존할 것이다.
[말씀 시조] 밀 한 알 죽어지면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82호)
밀 한 알 죽어지면 많은 열매 거두듯이
이 일과 이 시간을 회피하지 않으리라
아버지 그 이름 영광 드러내어 주시길
[말씀 한시] 밀알의 교훈 (오세종 지음. 「성실문화」82호)
人人欲巨者(인인욕거자) 사람마다 큰 것을 바라는데
耶穌言麥筍(야소언맥순) 예수님은 조그만 밀알을 말씀하셨다
種落而腐死(종락이부사) 씨앗은 땅에 떨어져 썩어지면
盡卽結實繁(멸즉결실번) 씨앗이 다 소진되면 풍성한 열매 맺게 된다.
[말씀 서예] 시편 119:16 (오세주 작품. 「성실문화」82호)
[말씀 노래] 지금 내 마음이 괴로우니 (주원남 지음. 「성실문화」82호)
[본문] (요한복음 12:20-33)
[노랫말]
지금 내 마음이 괴로우니 무슨 말을 할까
아버지께 이 시간을 벗어나게 해달라고 할까
아니다 아니다 나는 바로 이 일 때문에 왔다
아니다 아니다 지금 바로 이 일 때문에 왔다
[해설]
십자가 사역을 앞에 둔 주님의 고민이 담겨 있는 말씀이다. 마음의 괴로움을 넘어 사명의 길을 선택하시는 27절의 말씀을 중심으로 곡을 만들었다.
[악보] 지금 내 마음이 괴로우니 (주원남 지음, 2014.12.25.)
[시편 송서(誦書)] 시편 119:9-16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82호)
(* 천자문 독송-전래 자장가 풍으로)
9. 청년이 무엇으로 그의 행실을 깨끗하게 하리이까 주의 말씀만 지킬 따름이니이다
10. 내--가-- 전-심으로-, 주--를-- 찾았사오니-,
주--의-- 계명-에서-, 떠나지 말-게 하소-서--∼
11. 내가 주께 범죄하지 아니하려 하여 주의 말씀을 내 마음에 두었나이다
12. 찬송을 받으실 주 여호와여-, 주-의 율-례-들을 내게 가르치소서--,
13. 주-의 입-의 모-든- 규례들을-, 나-의 입술로 선포하-였-으며-∼
14. 내가 모든 재물을 즐거워함 같이 주의 증거들의 도를 즐거워하였나이다
[다함께]
15. 내-가 주-의 법도-들을-,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주-의 길들에 주의-하며-,
16. 주의 율례들을 즐거워하며- 주의 말씀을- 잊지 아니하리∼이∿다∼∥
[말씀 동화] ‘쌀 한 톨의 무게’와 ‘누에나방의 무게’
똘이가 엄마랑 아빠랑 너른 들에 나왔어요.
따뜻한 봄이 무르익어 어느덧 초록이 짙어가는 계절입니다.
농부님들이 구성지게 들노래를 부르네요.
주거니 받거니 노래를 부르며 첨벙첨벙 무논에 볍씨를 뿌리고 있습니다.
“도움소∼ 도움소∼ 에∼화 에루와∼하∼ 도움소∼♬
도움소 소리가 나거들랑, 에∼화 에루와∼하∼ 도움소∼
먼데 사람 듣기 좋∼게, 에∼화 에루와∼하∼ 도움소∼
곁에 사람 듣기 좋∼게, 에∼화 에루와∼하∼ 도움소∼
도움소∼ 도움소∼ 에∼화 에루와∼하∼ 도움소∼♬”
[‘도움소’ 경북예천 들노래, ‘도움소 ; 서로 돕자는 뜻’]
한창 신명나는 판에 똘이 눈에서는 눈물이 똑똑 떨어집니다.
아홉 살 똘이는 눈물도 많지요.
“사내대장부가 눈물이 많으면 못써요!”
아빠가 놀려대도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 똘이, 오늘 눈물은 누구 눈물일까?”
다정스레 묻는 엄마 손을 꼭 잡으며 똘이가 대답합니다.
“씨앗이 불쌍해요.”
엄마아빠는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씨앗이 왜 불쌍하지?”
“물에 빠져 죽을 거잖아요.”
그제야 엄마아빠는 환하게 웃습니다.
“우리 똘이 예수님 말씀 기억 안 나니? 밀 한 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고 하셨잖아? 저기 볍씨 한 알이 물에 빠지면 거기서 우리 똘이 먹을 밥 한 그릇이 뚝딱 열린단다.”
똘이가 조금 알아듣겠는지 고개를 끄덕입니다.
쌀 한 톨이 죽어 우리를 살리는 생명의 밥이 되는 것을 생각합니다.
쌀 한 톨의 고난이 나를 살리는 사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쌀 한 톨의 무게가 생명의 무게, 우주의 무게, 사랑의 무게라는 노래가 떠오릅니다.
“쌀 한 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무게를 잰다. 바람과 천둥과 비와 햇살과 외로운 별빛도 그 안에 스몄네. 농부의 새벽도 그 안에 숨었네.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들었네. 버려진 쌀 한 톨 우주의 무게를 쌀 한 톨의 무게를 재어본다. 세상의 노래가 그 안에 울리네. 쌀 한 톨의 무게는 생명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평화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농부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세월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우주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 홍순관 시, 신현정 곡]
엄마 아빠의 아름다운 노래 따라 똘이도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릅니다.
똘이네 가족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앞산 뒷산 꾀꼬리 가족이 화답합니다.
아빠 뒤를 따라 다랑이 논 논두렁을 걷습니다.
아빠 뒤를 졸졸졸 따라갑니다.
똘이 뒤엔 엄마가 졸졸졸 따라옵니다.
똘이네 가족이 구불구불 논길 따라 졸졸졸 시냇물처럼 흐릅니다.
논두렁을 다 건너니 산자락입니다.
“똘이야 우리 오랜만에 오디 먹으러 갈까?”
달콤한 오디를 좋아하는 똘이 얼굴이 함박 웃음꽃을 피웁니다.
우리 동네 산에는 온통 뽕나무 투성입니다.
옛 어른들께서 누에를 치려고 심었던 것이
산새들이 뽕나무 열매 오디를 먹고 온 산에 씨앗을 퍼뜨린 겁니다.
똘이네 가족은 농사를 지을 땅이 없어서
종종 앞산 뒷산에 오릅니다.
5월엔 연한 뽕잎을 땁니다.
연한 뽕잎나물은 단백질도 많고 맛도 좋습니다.
6월엔 오디를 따고 8월에도 뽕잎을 땁니다.
10월 말 첫서리 내린 뒤에도 뽕잎을 따서 차를 만듭니다.
그러고 보니 뽕나무는 똘이네 가족에게 크나큰 보배나무입니다.
키 큰 아빠는 성큼성큼 오디를 따고
키 작은 똘이는 엄마와 함께 풀밭위에 떨어진 오디를 줍습니다.
한창 신나게 오디를 줍던 엄마가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네요?
“엄마야∼!”
엄마가 아주 큰 소리로 외할머니를 부르시는 걸까?
부르르 몸서리를 치는 엄마에게 아빠가 얼른 달려옵니다.
똘이도 왕방울만한 눈으로 엄마를 바라봅니다.
엄마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세상에! 정말 큼지막한 애벌레가 꿈틀거리고 있네요?
똘이는 제 엄지손가락만큼이나 두꺼운 애벌레를 봅니다.
난생 처음 보는 거대 자이언트 우윳빛깔 애벌레입니다.
아빠가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십니다.
“누에 처음 봐요?”
아하, 이게 말로만 듣던 누에로군?
똘이랑 엄마는 눈을 크게 뜨고 누에를 관찰합니다.
그러고 보니 여기 저기 야생 누에가 보입니다.
빛깔도 다양한 야생 누에들입니다.
아빠는 오디 봉지에 누에 열두 마리를 담습니다.
그리고 누에 먹이로 뽕잎도 잔뜩 따십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빠는 인터넷을 켜고 이것저것 검색을 합니다.
이윽고 어두컴컴한 창고 구석에다 뚝딱뚝딱 누에집을 만들어줍니다.
똘이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누에네 집에 놀러갑니다.
매일매일 신선한 뽕잎을 따다 먹이는 건 똘이 몫입니다.
다 자란 누에는 먹성이 보통이 아닙니다.
여러 마리가 먹어대니 뽕잎을 매일 따줘야 합니다.
며칠 안 되어 먹보 누에가 금식을 시작하네요?
그동안 먹은 것을 토해내듯 고운 실을 토해냅니다.
고치를 짓는 것입니다.
제 몸을 감싸는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똘이 번데기 좋아하니? 아빠는 어렸을 때 번데기 많이 먹었단다.”
“번데기가 뭐예요?”
“저 누에고치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고치 속의 번데기가 삶아져서 맛있는 번데기가 되는 거지. 그런데 사람들은 원래 번데기를 먹으려고 누에를 치는 게 아니라 비단을 얻으려고 누에를 치는 거야. 누에고치는 최고급 옷감인 비단을 만드는 명주실 재료거든. 고치에서 가느다란 명주실을 뽑아내는 거야. 고치 한 개에서 뽑아내는 명주실 길이가 자그마치 1㎞나 된단다.”
아빠 말씀을 듣고 있던 똘이가 곰곰이 무언가 생각합니다.
“아빠, 우리 저 누에고치를 물에 삶지 않으면 안 될까요? 우리 누에가 불쌍해요. 저 번데기 안 먹을래요. 네? 아빠, 네?”
아빠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며 대답하십니다.
“그래 알았다. 우리가 명주실을 얻으려고 누에를 가져온 게 아니니 네 말대로 하자꾸나. 그런데 누에고치가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는 아느냐?”
“네 알아요. 학교에서 배웠어요. 오동통한 누에나방이 되죠. 맞죠 아빠?”
똘이가 눈빛을 빛내며 자신 있게 대답합니다.
똘이네가 주워온 누에들은 야생누에라 혈통이 다양하지만
대체로 비슷한 과정을 거쳐 나방이 되어 날아오를 겁니다.
고치를 짓고 열흘도 넘게 쿨쿨 잠만 자던 누에가
드디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매일매일 누에고치 집을 찾던 똘이 눈이
불을 뿜듯 빛나기 시작합니다.
열두 개 고치가 하나씩 둘씩 움직입니다.
그렇게 십 분이 지나고 이십분이 지납니다.
손에 땀을 쥐는 시간에 한 시간이나 지났습니다.
나방으로 변한 누에들이 자그마한 구멍으로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
똘이 눈가에 눈물이 핑 돕니다.
참다못한 똘이는 얼른 방으로 달려가 가위를 가져옵니다.
누에고치 하나를 골라 가위로 조금 잘라 구멍을 벌려줍니다.
아니나 다를까 구멍을 내준 나방이 가장 먼저 나옵니다.
가장 먼저 나온 누에나방이 이리저리 빙빙 돌아다닙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죠?
똘이가 구멍을 내준 나방은 얼마 안 가 동작을 멈춥니다.
반면에 스스로 한 두 시간 고생하며 작은 구멍을 뚫고 나온 다른 나방들은
씩씩하게 기어 다니거나 날기 시작하는데 말이죠?
두려움에 사로잡힌 똘이가 얼른 집으로 달려가 엄마아빠를 모셔옵니다.
아빠가 똘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씀하십니다.
“우리 똘이가 너무 맘이 착해서 그랬구나?”
알고 보니 누에나방은 스스로 고통과 고난의 과정을 거치며 고치를 빠져나와야
건강하게 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 그 고통스런 긴 시간을 거치는 동안 몸도 날개도 튼튼해지나 봅니다.
그 고난의 시간을 줄여주려고 누에고치 구멍을 넓혀준 나방이
움직이지 못하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똘이는 또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굽니다.
엄마는 똘이를 꼭 끌어안아주며 말씀하십니다.
“똘이야. 쌀 한 톨이 죽어 우리 생명이 되는 것처럼, 저 누에나방의 죽음이 우리 똘이에게 큰 생명의 교훈이 될 테니 너무 슬퍼마렴. 예수님께서 십자가 고난을 피하지 않고 우리 모두의 생명을 살리신 것처럼, 우리도 나에게 닥친 고난을 쉽게 피하려고만 하지 말자꾸나. 하나님께 기도했는데도 이 고난을 피할 길을 빨리빨리 안 주신다고 투덜대지 말자꾸나. 이 고난을 견디며 지내는 과정이 나를 더 튼튼하게 만들고 마침내 우리를 건강하게 살리는 길일 지도 모르잖니?”
똘이는 눈물을 닦고 엄마아빠 손을 꼭 잡습니다.
죽은 누에나방을 누에고치에 담아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며 기도합니다.
“하나님, 이 세상을 떠난 우리 누에나방이 이제 편히 쉬게 해주세요. 그리고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저에게 인내심과 지혜를 주세요. 힘든 일이 닥쳐도 금세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잘 견디면서 몸도 마음도 더 튼튼해지게 해주세요. 그래서 저도 예수님처럼 여러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씩씩하고 용감한 쌀 한 톨이 되게 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쌀 한 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무게를 잰다. 바람과 천둥과 비와 햇살과 외로운 별빛도 그 안에 스몄네. 농부의 새벽도 그 안에 숨었네.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들었네. 버려진 쌀 한 톨 우주의 무게를 쌀 한 톨의 무게를 재어본다. 세상의 노래가 그 안에 울리네. 쌀 한 톨의 무게는 생명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평화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농부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세월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우주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 홍순관 시, 신현정 곡]
[이정훈 지음. 2015년 3월 22일 주일 아침]
(요사이 대부분 볍씨를 직파하지 않고 모판에서 먼저 싹을 티워 모찌기, 모내기 과정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지만, 간혹 직파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응용해 보았습니다.)
(누에나방 고치 이야기는 곤충학자 찰스 코우만 선생의 일화를 읽고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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