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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문화 응용하기/본문묵상

사순절 6주(수난주일, 2024년 3월 24일 주일) 예배준비 노트

주님의 환한 얼굴로 주님의 종을 비추어 주십시오(시편 31:16)

 

[성서일과 4본문]

(이사야서 50:4-9a)

4. 주 하나님께서 나를 학자처럼 말할 수 있게 하셔서, 지친 사람을 말로 격려할 수 있게 하신다. 아침마다 나를 깨우쳐 주신다. 내 귀를 깨우치시어 학자처럼 알아듣게 하신다.

5. 주 하나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셨으므로, 나는 주님께 거역하지도 않았고,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

6. 나는 나를 때리는 자들에게 등을 맡겼고, 내 수염을 뽑는 자들에게 뺨을 맡겼다. 내게 침을 뱉고 나를 모욕하여도 내가 그것을 피하려고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7. 주 하나님께서 나를 도우시니, 그들이 나를 모욕하여도 마음 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각오하고 모든 어려움을 견디어 냈다. 내가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겠다는 것을 내가 아는 까닭은,

8. 나를 의롭다 하신 분이 가까이에 계시기 때문이다. 누가 감히 나와 다투겠는가! 함께 법정에 나서 보자. 나를 고소할 자가 누구냐? 나를 고발할 자가 있으면 하게 하여라.

9. 주 하나님께서 나를 도와주실 것이니, 그 누가 나에게 죄가 있다 하겠느냐? 그들이 모두 옷처럼 해어지고, 좀에게 먹힐 것이다.

 

(시편 31:9-16)

9. 주님, 나를 긍휼히 여겨 주십시오. 나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울다 지쳐, 내 눈이 시력조차 잃었습니다. 내 몸과 마음도 활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10. 나는 슬픔으로 힘이 소진되었습니다. 햇수가 탄식 속에서 흘러갔습니다. 근력은 고통 속에서 말라 버렸고, 뼈마저 녹아 버렸습니다.

11. 나를 대적하는 자들이 한결같이 나를 비난합니다. 이웃 사람들도 나를 혐오하고, 친구들마저도 나를 끔찍한 것 보듯 합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이마다 나를 피하여 지나갑니다.

12. 내가 죽은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으며, 깨진 그릇과 같이 되었습니다.

13. 많은 사람이 나를 비난하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사방에서 협박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나를 대적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내 생명을 빼앗으려고 음모를 꾸밉니다.

14.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주님만 의지하며, 주님이 나의 하나님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15. 내 앞날은 주님의 손에 달렸으니, 내 원수에게서, 내 원수와 나를 박해하는 자들의 손에서, 나를 건져 주십시오.

16. 주님의 환한 얼굴로 주님의 종을 비추어 주십시오.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으로 나를 구원하여 주십시오.

 

(빌립보서 2:5-11)

5. 여러분 안에 이 마음을 품으십시오. 그것은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6. 그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7.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8.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9.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그를 지극히 높이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에게 주셨습니다.

10. 그리하여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 있는 모든 것들이 예수의 이름 앞에 무릎을 꿇고,

11.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고백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습니다.

 

(마가복음 15:1-47)

1. 새벽에 곧 대제사장들이 장로들과 율법학자들과 더불어 회의를 열었는데 그것은 전체 의회였다. 그들은 예수를 결박하고 끌고 가서, 빌라도에게 넘겨주었다.

2. 그래서 빌라도가 예수께 물었다. "당신이 유대인의 왕이오?" 그러자 예수께서 빌라도에게 대답하셨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였소."

3. 대제사장들은 여러 가지로 예수를 고발하였다.

4. 빌라도는 다시 예수께 물었다. "당신은 아무 답변도 하지 않소? 사람들이 얼마나 여러 가지로 당신을 고발하는지 보시오."

5. 그러나 예수께서는 더 이상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빌라도는 이상하게 여겼다.

6. 그런데 빌라도는 명절 때마다 사람들이 요구하는 죄수 하나를 놓아 주곤 하였다.

7. 그런데 폭동 때에 살인을 한 폭도들과 함께 바라바라고 하는 사람이 갇혀 있었다.

8. 그래서 무리가 올라가서, 자기들에게 해주던 관례대로 해 달라고, 빌라도에게 청하였다.

9. 빌라도가 말하였다. "여러분은 내가 그 유대인의 왕을 여러분에게 놓아주기를 바라는 거요?"

10. 그는 대제사장들이 예수를 시기하여 넘겨주었음을 알았던 것이다.

11. 그러나 대제사장들은 무리를 선동하여, 차라리 바라바를 놓아 달라고 청하게 하였다.

12. 빌라도는 다시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러면, 당신들은 유대인의 왕이라고 하는 그 사람을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요?"

13. 그들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14.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정말 이 사람이 무슨 나쁜 일을 하였소?" 그들은 더욱 크게 소리를 질렀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15. 그리하여 빌라도는 무리를 만족시켜 주려고, 바라바는 놓아주고, 예수는 채찍질한 다음에 십자가에 처형당하게 넘겨주었다.

16. 병사들이 예수를 뜰 안으로 끌고 갔다. 그 곳은 총독 공관이었다. 그들은 온 부대를 집합시켰다.

17. 그런 다음에 그들은 예수께 자색 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엮어서 머리에 씌운 뒤에,

18. "유대인의 왕 만세!" 하면서, 저마다 인사하였다.

19. 또 갈대로 예수의 머리를 치고, 침을 뱉고, 무릎을 꿇어서 그에게 경배하였다.

20. 이렇게 예수를 희롱한 다음에, 그들은 자색 옷을 벗기고, 그의 옷을 도로 입혔다. 그런 다음에,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려고 끌고 나갔다.

21. 그런데 어떤 사람이 시골에서 오는 길에, 그 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는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로서, 구레네 사람 시몬이었다. 그들은 그에게 강제로 예수의 십자가를 지고 가게 하였다.

22. 그들은 예수를 골고다라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골고다는 번역하면 '해골 곳'이다.

23. 그들은 몰약을 탄 포도주를 예수께 드렸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받지 않으셨다.

24.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고, 예수의 옷을 나누어 가졌는데, 제비를 뽑아서, 누가 무엇을 차지할지를 결정하였다.

25.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은 때는, 아침 아홉 시였다.

26. 그의 죄패에는 '유대인의 왕'이라고 적혀 있었다.

27. 그들은 예수와 함께 강도 두 사람을 십자가에 못박았는데, 하나는 그의 오른쪽에, 하나는 그의 왼쪽에 달았다.

28. (없음)

29. 지나가는 사람들이 머리를 흔들면서, 예수를 모욕하며 말하였다. "아하! 성전을 허물고 사흘만에 짓겠다던 사람아,

30. 자기나 구원하여 십자가에서 내려오려무나!"

31. 대제사장들도 율법학자들과 함께 그렇게 조롱하면서 말하였다.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나, 자기는 구원하지 못하는구나!

32. 이스라엘의 왕 그리스도는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봐라.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보고 믿게 하여라!"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 두 사람도 그를 욕하였다.

33. 낮 열두 시가 되었을 때에, 어둠이 온 땅을 덮어서,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34. 세 시에 예수께서 큰소리로 부르짖으셨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다니?" 그것은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하는 뜻이다.

35. 거기에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 몇이, 이 말을 듣고서 말하였다. "보시오, 그가 엘리야를 부르고 있소."

36. 어떤 사람이 달려가서, 해면을 신 포도주에 푹 적셔서 갈대에 꿰어, 그에게 마시게 하며 말하였다. "어디 엘리야가 와서, 그를 내려 주나 두고 봅시다."

37. 예수께서는 큰 소리를 지르시고서 숨지셨다.

38.그 때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폭으로 찢어졌다.

39. 예수를 마주 보고 서 있는 백부장이, 예수께서 이와 같이 숨을 거두시는 것을 보고서 말하였다. "참으로 이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셨다."

40. 여자들도 멀찍이서 지켜 보고 있었는데, 그들 가운데는 막달라 출신 마리아도 있고 작은 야고보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도 있고 살로메도 있었다.

41. 이들은 예수가 갈릴리에 계실 때에, 예수를 따라다니며 섬기던 여자들이었다. 그 밖에도 예수와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온 여자들이 많이 있었다.

42. 이미 날이 저물었는데, 그 날은 준비일, 곧 안식일 전날이었다. 아리마대 사람인 요셉이 왔다.

43. 그는 명망 있는 의회 의원이고,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대담하게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신을 내어 달라고 청하였다.

44. 빌라도는 예수가 벌써 죽었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여, 백부장을 불러서, 예수가 죽은 지 오래되었는지를 물어 보았다.

45. 빌라도는 백부장에게 알아보고 나서, 시신을 요셉에게 내어주었다.

46. 요셉은 삼베를 사 가지고 와서, 예수의 시신을 내려다가 그 삼베로 싸서, 바위를 깎아서 만든 무덤에 그를 모시고, 무덤 어귀에 돌을 굴려 막아 놓았다.

47. 막달라 마리아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는, 어디에 예수의 시신이 안장되는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이어주는 끈은, ‘주님과 나, 단 둘만의 시간에입니다.

 

구약, “나를 의롭다 하신 분이 가까이에 계시기 때문이다”(이사야서 50:8)

시편,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주님만 의지하며”(시편 31:14)

서신서,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그를 지극히 높이시고”(빌립보서 2:9)

복음서,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다니?”(마가복음 15:34)

 

오늘 요절은, “주님의 환한 얼굴로 주님의 종을 비추어 주십시오입니다.(시편 31:16)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이사야서 50:4-9a / 시편 39:9-16)]

오늘 구약본문 소제목은 주님의 종의 순종입니다.

바벨론 포로 된 하나님 백성의 절망을 배경으로

특히 5-6절은 오늘 복음서본문의 수난 당하시는 예수님을 미리 보여주는 듯합니다.

 

본문은 나를 도우시는 주 하나님께서를 반복함으로써(4, 5, 7, 9)

지금 하나님께서 나와 얼마나 가까우신 지를 강조합니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운 것처럼

믿음의 사람들에게 위기는, 오히려 내 가까이 계시는 주님을 발견하는 기회입니다.

 

오늘 시편본문 소제목은 안전한 주의 손안에서입니다.

오늘 시편본문 역시 (특히 11, 13)

예언자 예레미야의 모습을 떠올리는 한편,

오늘 복음서본문의 수난 당하시는 예수님을 미리 보여주는 듯합니다.

 

누구보다 시편을 사랑하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외치신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22:1)뿐 아니라

오늘 시편도 떠올리시며 속으로 읊조리셨을지도 모릅니다.

 

내 앞날은 주님의 손에 달렸으니”(15),

주님의 환한 얼굴로 주님의 종을 비추어 주십시오”(16)

이 구절만으로도 시인과 주님 사이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빌립보서 2:5-11 / 마가복음 15:1-47)]

오늘 서신서본문 소제목은 그리스도의 겸손입니다.

이 본문 안에는 처음교회 그리스도 찬가가 들어있다고 봅니다.

하나님의 아드님께서 천상의 영광을 버리고 인간으로까지 낮아지시고(7)

십자가 죽음에까지 낮아지셨기 때문입니다.(8)

 

이에 대한 아버지 하나님의 응답은

그 아드님을 한없이 높이시는 것입니다.(9-11)

낮아지는 것이 오히려 높으신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길입니다.

 

오늘 복음서본문 소제목은 예수의 십자가 처형과 죽음입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에 가득한 예수님의 수난은

오늘 시편본문을 비롯해서, 특히 시편 22편과 많이 통합니다.

7-8, 18절이 연상되는 상황들, 급기야 1절과 똑같은 예수님의 외침은(34) 그 절정입니다.

 

이것은 고난의 정점에서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는 믿음의 절정입니다.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니 빌라도와 군병들의 조롱,

유대 지도자들과 백성들의 조롱에 흔들림 없으시고

그자들에 대한 원망도 없으십니다.

(특히 시편 22:1절을 외치심 속에는,

시편 22편 하반부에 드러나는 눈부신 생명, 하나님 구원 찬양이 배어있습니다.)

 

오늘 구약본문인 이사야서 50:4, 5절 말씀처럼,

내 귀를 열어주시는 하나님때문입니다.

그 하나님께서 내 곁에 계시기 때문입니다.(이사 50:8)

그래서 그 극심한 고통 중에도 예수님은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백부장의 신앙고백은(39)

바로 예수님의 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합니다.

(마태복음의 병행본문 27:54절에 따르면, 기이한 천재지변 등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을 참고했습니다.)

(예전에 올린 것을 조금 다듬어서 다시 올립니다)

 

 

[정리]

오늘 복음서본문의 예수님은 무섭도록 침묵하십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더 이상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15:5)

 

그때부터 예수님의 시선은 오직 아버지 하나님께 고정되신 듯합니다.

까막까치 떼 같은 사람들의 와글와글 시끄러운 소리조차

예수님의 시선을 흐트러뜨릴 수 없습니다.

 

낮 열두 시부터 세시까지 계속된 짙은 어둠처럼(33) 침묵하시는 하나님!

그 어둠의 끝에서 마지막 힘을 다해 부르짖은 그 말씀조차

시편(22:1) 시인의 <기도줄>을 통한 하나님 핫라인입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34)

 

청무성(聽無聲)!

하나님의 침묵에 담긴 세미하면서도 또렷한 뜻을 아는 사람은

들릴락 말락 나의 신음소리에 지금 귀 기울이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압니다.

 

그러고 나서 천지의 어둠이 걷히고 다시 밝아진 것은

성부와 성자가 통하고, 이로써

하나님과 우리가 통하게 되었음을 상징합니다.(38)

 

오늘 보여주신 십자가의 예수님을 통하여

바쁜 일상을 잠깐 멈추고 나의 시선을 하나님께로 향하니

주님의 환한 얼굴”(31:16), 마치 동그란 조명처럼,

난생처음 깜깜한 무대 위에 서서 쭈뼛거리는 나 하나를 온통 환히 비추십니다.

 

 

 

[나머지]

* 예수님의 침묵

불의한 빌라도 앞에서도, 무례한 병사들 앞에서도, 부정한 종교인들 앞에서도, 부패한 관리들 앞에서도, 어리석은 군중들과, 심지어 함께 달린 죄수들 가운데서도 아무 말씀 없으신 예수님! 예수님의 그 침묵이 태산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서본문의 예수님을 뵙기가 더 힘듭니다. 다른 복음서(누가복음, 요한복음)에 비해 말씀이 없으셔서 더 그런지도 모릅니다. 고난당하신 예수님을 돕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예수님 십자가를 대신 진 구레네 시몬과(21) 대담하게 나서서 예수님의 시신을 수습한 아리마대 요셉(42-46)! 저들의 행동이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되고 또 도전이 됩니다.

 

** 미친 존재감, 씬 스틸러(Scene Stealer), 아리마대 요셉!

아리마대 사람인 요셉이 왔다”(마가 15:42) 무언가 심상치 않은 묘사입니다. 피비린내 나는 중원에 어느 날 갑자기, 초절정 고수의 등장처럼 느껴집니다. “이 사람이 대담하게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신을 내어 달라고 청하였다”(43) 말 그대로 정말 대담한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손하지만, 강렬한 포스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나를 돌아봅니다. 아리마대 요셉의 거울에 저를 비춰봅니다. 꼭 필요할 때에, 우리 주님께서 정말 나를 필요로 하실 때에 나는 저런 용기를 낼 수 있었던가? 대사 한 마디 없는 요셉! 그럼에도 대단한 존재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 마른 나무는 아프다 (말씀동시. 이선구 지음. 성실교회 고등부 2학년. 성실문화82)

마른 나무는 아프다/ 나무꾼이 휘두르는 커다란 도끼가/ 바싹 마른 몸통을 내리칠 때마다/ 마르고 공허하게 비명을 내지른다 // 마지막 도끼질 허공을 가르자/ 큰소리 내며 천천히 쓰러진다/ 쓰러진 몸통에 나이테는 서른세 개/ 33년 동안 바싹 말라왔다 // 나무는 지금 산을 내려간다/ 나무꾼의 등에 업혀 산을 내려간다/ ‘돌 난로에 들어가 불을 지펴서/ 나무꾼네 가족들 따뜻하게 하러 간다

 

**** 성전휘장이 갈라지듯

오늘은 수난주일이어서 4본문 모두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죽으심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기나긴 복음서본문 가운데 유달리 마음에 오래 남는 말씀은 예수께서 숨지실 때 성전휘장에 두 폭으로 찢어졌다는 구절입니다.(38) 옛 성전이 몰락하고 새 성전이 세워지는 예시로 보입니다. , 참 성전이신 예수님께서 다시 사시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죽음권세, 어둠세력 무너지고 생명세상, 빛의 세상이 도래하는 예시로 보입니다. 내일모레는 안중근의사의 순국일이며(1910 3. 26), 동시에 천안함 참사 14주기 날입니다.(2010. 3. 26) 일제의 만행으로 안중근의사의 시신조차 여태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천안함 참사의 원인 다툼을 떠나서, 장병 46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친 원인을 아직도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전휘장이 갈라지고 참 성전 예수님이 부활하시듯, 지금 대한민국의 온갖 진실을 가리고 있는 어둠의 휘장, 거짓의 흑막이 갈라질 뼈아픈 진실의 날을, 눈부신 민족의 부활, 그날을 꿈꿉니다. 삼천리방방곡곡 공평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공정한 사회! 평화로운 남북통일이 이루어지길 빕니다. 세상에 많은 길이 있지만, 적어도 한국교회는, 온갖 거짓말뉴스에 휘둘리지 말고,(거짓말뉴스 만들지도 말고) 오직 주님만 바라볼 때입니다. 지금 이 나라와 온 누리 생명의 길이 거기 있습니다.

(전에 올린 것을 조금 다듬어 올립니다.)

 

 

 

 

 

[말씀동시] 예수님 대신 (서무석 지음. 성실문화118)

예수님 대신 바라바가 풀려나고

예수님 대신 로마 군병들이 예수님 옷을 나눠 입고

예수님 대신 세상 왕들은 왕관을 쓰는데

 

예수님 대신 구레네 시몬은 십자가를 지고

아리마대 요셉은 자기 무덤에 예수님을 모셨네

 

예수님 대신 나는 무얼 할까 오늘

 

 

 

 

[시편시조] 내 눈이 울다 지쳐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118)

내 눈이 울다 지쳐 시력조차 잃어버려

깨진 그릇 버려지듯 죽은듯이 잊혀지네

주님의 환한 얼굴로 나를 비춰주소서

 

 

 

 

[시편노래] 시편 31, 오 주여 이 고통을 살펴주소서 (이정훈 편사, 이방실 작곡. 성실문화118)

[본문] (시편 31:9-16)

[노랫말]

1. 오 주여 이 고통을 살펴주소서, 울다 지쳐 시력조차 잃었나이다

슬픔으로 탄식으로 지친 나날들, 뼈마저 기진하여 녹았나이다

2. 대적들은 한결같이 비난합니다, 이웃들도 친구들도 날 피합니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갑니다, 깨진 그릇 내버리듯 버려집니다

3. 와글와글 비난하고 협박합니다, 호시탐탐 죽이려고 조여듭니다

나는 오직 주님만 의지하오니, 내 하나님 주의 이름 부르나이다

4. 오 주여 날 긍휼히 여겨주소서, 내 원수의 손에서 건져주소서

주님의 환한 얼굴 날 비추소서, 한결같은 사랑으로 날 구하소서

 

[해설]

시편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국립국악원 정악단 지도위원이신 거문고 연주자 이방실 선생이 곡을 붙였다.

 

[악보] 시편 31 (오 주여 이 고통을 살펴주소서) (이정훈 편사, 이방실 작곡)

 

 

20240324 시편노래 31 오 주여 이 고통을.m4a
8.15MB

 

 

 

[시편송서(誦書)] 시편 31:9-16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118)

(새야새야가락에 맞추어, ‘쉼표까지가 중중모리 한 장단)

 

9. 주님, 나를 긍휼히 여겨 주십시오. 나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울다 지쳐== = 눈이==, 시력조차== 잃었습--==,

= 몸과== =음도==, =력을== 잃고 말았습니==

 

10. 나는 슬픔으로 힘이 소진되었습니다. 햇수가 탄식 속에서 흘러갔습니다. 근력은 고통 속에서 말라 버렸고, 뼈마저 녹아 버렸습니다.

11. 나를 대적하는 자들이 한결같이 나를 비난합니다. 이웃 사람들도 나를 혐오하고, 친구들마저도 나를 끔찍한 것 보듯 합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이마다 나를 피하여 지나갑니다.

12. 내가 죽은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 사람들의== ==== =에서==,

(기억 속--==) 잊혀졌--==, 깨진 그릇과 같== 되었습--==

 

13. 많은 사람이 나를 비난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방에서 협박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나를 대적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내 생명을 빼앗으려고 음모를 꾸밉니다.

 

14. ==== 뭐라고- -==, 나는 주님== (주님)만 의지하==,

=님이== 나의 하--==, (하나님)이라-== 말할 것입니-==

 

15. 내 앞날은 주님의 손에 달렸으니, 내 원수에게서, 내 원수와 나를 박해하는 자들의 손에서, 나를 건져 주십시오.

 

[다함께]

16. =님의== 환한 얼--==, 주님의- -== 비추어 주십시==,

=님의== 한결같은 사랑으==, 나를 구원하-== 주십시오==

 

가락은 새야새야, 파랑새야, 장단은 중중모리로 읊는다.

쉼표(‘,’)까지 한마디가 12박 한 장단이다. (, 한 줄이 중중모리 두 장단이다.)

한 박(‘=’)은 편의상 2분박(‘--’)으로 쪼개어 짚을 수도 있다.

밑줄(‘ ’)친 부분은 글자 수가 많아도 3박으로 읊으면 된다.(이 때 너무 서두르지 말고 여유있게 읊는 것이 좋다.)

굵은 글자는 찬양대가 송서(誦書, 새야새야)로 부르고, 나머지는 회중이 낭독하거나 (찬양대가 읊조릴 때 회중도 콧노래처럼 작게 따라 해도 좋다.) 굵은 글자를 회중이 송서로 부르고, 나머지를 찬양대 독창자가 자유로운 가락으로 읊조릴 수도 있다.

가락이 조금 차이가 나는 것이 오히려 어우러지는 멋이 있어 좋다.

마지막 절은 다함께 송서로 부른다.

 

20240324 시편송서 31;9-16.m4a
5.81MB

 

 

 

 

[말씀동화] 맹인 어린이 가자의 애창곡

 

옛날옛날 한 옛날에, 이것은 호랑이가 맹인놀이 하다 낭떠러지에 떨어져 머리에 혹 나던 시절 이야기예요.

 

가자의 눈이 샛별처럼 빛나기 시작한 건

교회학교에서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다니를 자세히 배우던 날이었죠.

물론 가자는 맹인 어린이라 마음눈이 빛난 거였고요.

 

가자는 가자지구에서 태어난 어린이예요.

학교에서는 맹인이어서 왕따, 또 기독교인이라서 왕따지만

늘 가자를 환대해주는 교회학교는 엄마만큼이나 참 따듯하고 편안한 곳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외치신 말씀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다니(마가복음15:34)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라는

아주 슬픈 뜻인데도

이 말씀에 대해서 자세히 배우면서 가자의 마음속에 빛과 같은 희망이 생깁니다.

 

이 말씀이 담긴 마가복음 15장을 자세히 보니까

예수님께서는 아침 9시에 십자가에 달리셨는데

12시부터 3시까지 세 시간 동안 온 땅이 깜깜했죠.

마치 가자의 일상처럼 온 세상이 깜깜한 거예요.

 

그런데 예수님이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다니를 외치신 시간이

바로 오후 3시였으니, 이리저리 계산을 해보니까

바로 예수님의 이 말씀이

다시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신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번쩍 든 거죠.

 

 

그날부터 이 말씀은 맹인 어린이 가자에게 희망의 노래가 되었어요.

마치 주문처럼 늘 입에 달고 다니는

온통 깜깜한 가자의 세상을 환하게 밝혀줄 기도가 된 거죠.

 

그러던 어느 날 또 한 가지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예수님의 이 말씀이 바로 시편 22:1절에 나온다는 거였어요.

다시 한 번 맹인 어린이 가자의 마음눈은 샛별처럼 빛났고

구석구석 더듬더듬 시편을 공부하다가 특히 31편을 애송하게 되었죠.

 

주님, 나를 긍휼히 여겨주십시오. 나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울다 지쳐, 내 눈이 시력조차 잃었습니다...”(시편31:9)

 

“...친구들마저도 나를 끔찍한 것 보듯 합니다...”(11)

 

주님의 환한 얼굴로 주님의 종을 비추어 주십시오...”(16)

 

 

그렇게 맹인 어린이 가자의 어둡던 일상이 조금씩 밝아지던 어느 날

온 세상이 순식간에 깜깜해져버렸어요.

가뜩이나 거대한 감옥 같던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군인들이 쳐들어왔거든요.

매일매일 미사일과 총, 살인 드론 때문에 가자지구는 골고다언덕이 되어갑니다.

 

맹인 어린이 가자의 보금자리도 순식간에 부서지고

엄마만큼 사랑하던 교회 예배당마저 미사일 폭격으로 허물어지고

이제 유일한 희망이던 엄마 손마저 잃어버리고 맙니다.

 

큰 폭발음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진 가자의 엄마 손은

온 땅을 기어 다니며 몇 시간을 더듬거려도 찾을 길이 없습니다.

 

이젠 울 기운마저 떨어진 가자는 누군가에게 이끌려간 병원에서

겨우 끼니를 때울 수 있었지만 그것도 잠깐뿐이었어요.

병원마저 미사일폭격으로 허물어졌거든요.

 

 

예수님 살려주세요. 예수님 죄송해요.”

 

맹인어린이 가자는 예수님의 십자가 기도인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다니

내 눈이 밝아지는 주문으로 삼았던 게 마음에 걸렸어요.

그러고 보니 이제 예수님의 십자가 기도는 가자의 십자가 기도가 되어갑니다.

 

내 앞날은 주님의 손에 달렸으니, 내 원수에게서,

내 원수와 나를 박해하는 자들의 손에서,

나를 건져 주십시오”(시편31:15)

 

엄마 손을 잃어버린 가자는 이제 주님 손만 바랄 뿐입니다.

 

내가 죽은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으며,

깨진 그릇과 같이 되었습니다.”(시편31:12)

 

엄마 손을 잃어버린 뒤 나를 이끌어주던 낯선 손들조차

이젠 잡을 길이 없습니다.

아무리 배고프고 목이 말라도

빵 한 조각 물 한 모금 주는 사람 없습니다.

 

맹인 어린이의 소원은, 이제 눈을 뜨는 것보다 더 큰 소원은

실컷 먹고 마실 물과 빵을 주실 엄마 손입니다.

오늘도 가자는 모기보다 작은 소리로 겨우겨우 애창곡을 부릅니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다니?”(마가복음15:34)

 

[이정훈 지음. 2024323일 토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