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이 날에 기뻐하고 즐거워하자”(시편 118:24)
[성서일과 4본문]
(이사야서 25:6-9)
6. 만군의 주님께서 이 세상 모든 민족을 여기 시온 산으로 부르셔서, 풍성한 잔치를 베푸실 것이다. 기름진 것들과 오래된 포도주, 제일 좋은 살코기와 잘 익은 포도주로 잔치를 베푸실 것이다.
7. 또 주님께서 이 산에서 모든 백성이 걸친 수의를 찢어서 벗기시고, 모든 민족이 입은 수의를 벗겨서 없애실 것이다.
8. 주님께서 죽음을 영원히 멸하신다. 주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을 말끔히 닦아 주신다. 그의 백성이 온 세상에서 당한 수치를 없애 주신다. 이것은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9. 그 날이 오면,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할 것이다. 바로 이분이 우리의 하나님이시다. 우리가 하나님을 의지하였으니,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신다. 바로 이분이 주님이시다. 우리가 주님을 의지한다. 우리를 구원하여 주셨으니 기뻐하며 즐거워하자.
(시편 118:1-2, 14-24)
1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는 선하시며,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하다.
2 이스라엘아,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하다" 하여라.
14 주님은 나의 능력, 나의 노래, 나를 구원하여 주시는 분이시다.
15 의인의 장막에서 환호하는 소리, 승리의 함성이 들린다. "주님의 오른손이 힘차시다.
16 주님의 오른손이 높이 들렸다. 주님의 오른손이 힘차시다."
17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주님께서 하신 일을 선포하겠다.
18 주님께서는 엄히 징계하셔도, 나를 죽게 버려두지는 않으신다.
19 구원의 문들을 열어라. 내가 그 문들로 들어가서 주님께 감사를 드리겠다.
20 이것이 주님의 문이다. 의인들이 그리로 들어갈 것이다.
21 주님께서 나에게 응답하시고, 나에게 구원을 베푸셨으니, 내가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22 집 짓는 사람들이 내버린 돌이,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
23 이것은 주님께서 하신 일이니, 우리의 눈에는 기이한 일이 아니랴?
24 이 날은 주님이 구별해 주신 날, 우리 모두 이 날에 기뻐하고 즐거워하자.
(사도행전 10:34-43)
34. 베드로가 입을 열어 말하였다. "나는 참으로,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외모로 가리지 아니하시는 분이시고,
35.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의를 행하는 사람은 그가 어느 민족에 속하여 있든지, 다 받아 주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36.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씀을 보내셨는데, 곧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평화를 전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만민의 주님이십니다.
37.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 이 일은 요한의 세례 사역이 끝난 뒤에, 갈릴리에서 시작하여서, 온 유대 지방에서 이루어졌습니다.
38. 하나님께서 나사렛 예수에게 성령과 능력을 부어 주셨습니다. 이 예수는 두루 다니시면서 선한 일을 행하시고, 마귀에게 억눌린 사람들을 모두 고쳐 주셨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 하셨기 때문입니다.
39. 우리는 예수께서 유대 지방과 예루살렘에서 행하신 모든 일의 증인입니다. 사람들이 그를 나무에 달아 죽였지만,
40. 하나님께서 그를 사흗날에 살리시고, 나타나 보이게 해주셨습니다.
41. 그를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게 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미리 택하여 주신 증인인 우리에게 나타나게 하셨습니다. 그가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나신 뒤에, 우리는 그와 함께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였습니다.
42. 이 예수께서 우리에게 명하시기를, 하나님께서 자기를 살아 있는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의 심판자로 정하신 것을 사람들에게 선포하고 증언하라고 하셨습니다.
43. 이 예수를 두고 모든 예언자가 증언하기를,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그의 이름으로 죄 사함을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마가복음 16:1-8)
1. 안식일이 지났을 때에, 막달라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는 가서 예수께 발라 드리려고 향료를 샀다.
2. 그래서 이레의 첫날 새벽, 해가 막 돋은 때에, 무덤으로 갔다.
3. 그들은 "누가 우리를 위하여 그 돌을 무덤 어귀에서 굴려내 주겠는가?" 하고 서로 말하였다.
4. 그런데 눈을 들어서 보니, 그 돌덩이는 이미 굴려져 있었다. 그 돌은 엄청나게 컸다.
5. 그 여자들은 무덤 안으로 들어가서, 웬 젊은 남자가 흰 옷을 입고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몹시 놀랐다.
6. 그가 여자들에게 말하였다. "놀라지 마시오. 그대들은 십자가에 못박히신 나사렛 사람 예수를 찾고 있지만, 그는 살아나셨소. 그는 여기에 계시지 않소. 보시오, 그를 안장했던 곳이오.
7. 그러니 그대들은 가서, 그의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말하기를 그는 그들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실 것이니, 그가 그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들은 거기에서 그를 볼 것이라고 하시오."
8. 그들은 뛰쳐나와서, 무덤에서 도망하였다. 그들은 벌벌 떨며 넋을 잃었던 것이다. 그들은 무서워서, 아무에게도 아무 말도 못하였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이어주는 공동 주제는, ‘주님께서 죽음권세 멸하실 때 우리는’입니다.
구약, “바로 이 분이 주님이시다. 우리가 주님을 의지한다”(이사야서 25:9)
시편,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주님께서 하신 일을 선포하겠다”(시편 118:17)
서신서, “... 심판자로 정하신 것을 사람들에게 선포하고 증언하라고 하셨습니다”(사도행전 10:42)
복음서, “그가 그들에게 말씀하신대로, 그들은 거기에서 그를 볼 것이라고 하시오”(마가복음 16:7)
오늘 요절은, “우리 모두 이 날에 기뻐하고 즐거워하자”입니다.(시편 118:24)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이사야서 25:6-9, 시편 118:1-2, 14-24)]
오늘 구약본문의 소제목은 ‘하나님께서 잔치를 베푸시다’입니다.
본문은 앞서 24:23절이 노래한 대로,
온 누리의 임금님이신 하나님께서 시온산에 좌정하시고
모든 민족을 초대하시는 장면입니다.
‘마지막 원수’인 죽음을 멸하심으로(고전15:26, 계21:4)
완전한 승리를 이루신 하나님께서 기쁨의 큰 잔치를 펼치시는 것입니다.
6절은 이 잔치의 풍성함을, 그리고
7절은 이 잔치가 온 누리 만민에게 큰 기쁨의 잔치인 이유를 보여주고
8절은 이 잔치의 주제를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오늘 시편본문의 소제목은 ‘하나님의 도우심에 대한 감사의 고백’입니다.
이 시편은 회중이 성전에 들어가며 번갈아 부른 노래로서
주님의 구원하심에 대한 감사의 기쁨이 가득합니다.
특히 14절은 출애굽기15:2절 앞부분으로서, 옛 승전가의 일부로 보입니다.
이 승전가는 15-16절로도 이어집니다.(출15:6)
18절의 고난과 불행은, 나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오른손에 의지하여 볼 때,
죄와 벌을 넘어 교육과 연단으로도 보입니다.
22-23절은 신약에서 예수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증언하는데 적용됩니다.
(마태복음21:42, 사도행전4:11, 베드로전서2:7)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사도행전 10:34-43, 마가복음 16:1-8)]
오늘 서신서 본문의 소제목은 ‘베드로의 백부장 고넬료의 집 설교’입니다.
고넬료의 집에서 고넬료의 보고를 들은 베드로는
하나님께서 예수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방인까지도 동등하게 구원하신다는 사실을 깨닫고 설교를 시작합니다.
예수그리스도께서 만유의 구주이심을 비로소 선포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의 설교는 먼저 하나님의 구원의 손길이 한없이 넓으심을 선포하고(35)
이어서 누가복음을 압축하여 예수님의 복음과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전하고
끝으로 예수님께서 마지막 심판자이심을 증언하며
그를 믿고 그 이름으로 죄 사함을 받을 것을 가르칩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의 소제목은 ‘예수께서 부활하시다’입니다.
본문은 부활의 아침을 매우 간략하게 보여줍니다.
세 여자가 안식 후 첫 날 새벽에 무덤으로 가면서 했던 걱정은 다 사라지고
놀라운 광경을 보고 놀라운 소식을 듣습니다.
무덤문은 열려있고 예수님의 시신은 사라졌으며
흰옷을 입은 낯설고 젊은 남자 하나가 예수님의 부활소식을 전한 것입니다.
그가 여자들에게 당부하는 7절은, 마가복음14:28절의 예수님말씀을 떠올립니다.
당부를 받은 여자들은 넋을 잃을 정도로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아무에게도 아무 말도 전하지 못합니다.
그러고 보니 본문은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처음 들은 이들의 민낯을 보여줍니다.
넋이 나갈 만큼의 큰 두려움은, 오늘 사도행전 본문의 베드로가 느낀 충격보다 훨씬 크고
그래서 그 뒤에 세 증인들의 변화는 오늘 구약과 시편의 구원의 기쁨보다 강렬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뜨거운 부활증인으로 변모했을 것입니다.
(이상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 해설 일부 참조)
[정리]
부활절을 맞이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오늘 우리에게 부활의 기쁨, 부활의 신비, 부활의 능력이 참 가냘프다는 것입니다.
오늘 사도행전과 복음서본문의 제자들과 비교해볼 때
오늘 우리가 겪는 주님의 고난과 십자가 죽으심, 그 충격과 슬픔이 그러하고
그러니 이어지는 부활소식의 감동, 부활증인의 열정 또한
그렇게 미미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그치지 않고 현재진행중인 우리네 죽음이고, 곧이어 닥칠 나의 죽음입니다.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이 생생한 죽음의 슬픔과 공포 덕분에
조금이나마 십자가와 부활 현장 제자들의 그 충격과 변모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부디 14년 전 천안함, 13년 전 후쿠시마, 10년 전 세월호, 2년 전 이태원
그리고 지금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가자지구, 방방곡곡의
수많은 유족들의 죽음 공포와 슬픔, 그리고 분노가
죽음권세 무너뜨리신 부활예수님을 누구보다 강렬하게 만나는 길이 되기를,
누구보다 생생한 부활의 기쁨, 그 신비와 능력의 통로가 되기를 빕니다.
[나머지]
* 죽은 이를 기억하는 방식이 중요한 까닭
2016년 연출가 이경성이 「그녀를 말해요」라는 연극을 연출했다. 2015년에 세월호 이야기를 다룬 「비포에프터」라는 연극을 연출해서 큰 상을 받기도 했는데, 또 다른 세월호 관련 연극을 만든 것이다. 이 연극 「그녀를 말해요」 뒷부분에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를 연기하던 배우가 갑자기 세월호 희생자 304명 모두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는 대목이 나온다. 기억력 때문에 배우가 중간중간 기억을 더듬으며 잠깐씩 멈출 때마다 숨죽이며 지켜보던 객석도 함께 한숨 내쉬었고, 그 대목이 매우 고통스러운 감동이었다고 여러 평론가들이 말한다. 연출 이경성은 이 장면을 이렇게 말한다. <함께 살다가 곁을 떠난 죽은 이를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느냐에 따라서 지금 함께 사는 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연극을 통해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어떤 식으로 기억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즉 죽은 자를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남은 자들 사이의 관계가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우리가 어떤 식으로 기억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우리 대한민국 시민들의 일상이, 삶의 질이 변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 연극에 세월호 희생자 모두의 이름을 공들여 부르며 정성을 다해 기억하는 장면을 넣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에 공감하며, 천안함과 이태원에서 죽어간 이들을 지워버려서는 안 되고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말씀거울 - 역사이야기]
* 4월 1일 (1917년,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 순국)
이상설 선생은 1870년 충북 진천군 덕산면(德山面) 산척리(山尺里) 산직마을에서 아버지 이행우(李行雨)와 어머니 벽진이씨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신동이란 소리를 들으며 유학은 물론 신학문에도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조선의 양명학자이며 강화학파의 거두 이건창(李建昌)이 이상설 25세 때 보낸 편지에서 ‘율곡(栗谷) 이이(李珥)를 조술(祖述)할 학자’라고 표현한 것은 이를 입증한다. 25세 때인 1894년, 조선왕조 최후의 과거시험인 갑오년 문과에 병과(丙科)로 급제하였는데, 당시 그가 쓴 2매의 과거 시험 답안지가 전해지고 있어 학문수준을 가늠케 한다. 27세 때인 1896년 성균관(成均館)교수 겸 관장에 임명되었다. 조선 최고의 교육기관의 수장이 된 것이니, 당시 그의 학문이 높이 평가받았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그는 근대 수학과 과학에 있어서도 선구적 존재로 평가된다. 그가 구한말에 저술한 『수리(數理)』에는 중국의 『수리정온(數理精蘊)』에도 나오지 않는 구면삼각법 등 근대 수학의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고 있어 전근대 수학에서 근대수학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식물학(植物學)』과 물리학 저술인 『백승호초(百勝胡艸)』, 화학 저술인 『화학계몽초(化學啓蒙抄)』를 편찬하는 등 근대과학 분야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동생 이상익도 뛰어난 수학자로서 저술을 남겼다.
이상설 선생이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을 시작한 것은, 1904년 6월 일본의 황무지개척권 반대투쟁을 주도하면서부터다. ‘토지는 국가의 근본이고 재물은 민생의 근본’이라고 상소를 올리며 일본 규탄대회를 개최하는 등 반대 여론을 선도하였다. 을사늑약으로 전국에서 반대하는 수많은 상소가 빗발쳤으나, 황제에게 죽음으로써 막아야 한다고 극단적 충언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그가 유일한 사례였는데 『대한매일신보(大韓每日申報)』는 그의 상소 내용을 보도하며 극찬하였다. 계속된 반대 상소에도 불구하고 조약파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자, 11월 30일 평리원에서 복합 상소를 마치고 거리로 나가 민중들에게 비장한 연설을 하고 현장에서 자결을 시도하였다. 이후 수개월 동안 집에서 두문불출하며 실성한 사람처럼 지냈다고 한다. 1906년 4월 18일(음력) 양부의 제사를 마친 후 극동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망명하였다. 망명 당시 고향 진천의 양부로부터 물려받은 많은 토지와, 서울 저동의 저택을 매각하여 독립운동 자금으로 마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1906년 망명 이후 가장 먼저 착수한 민족운동은 북간도에서 가장 많은 한인이 거주하던 룽징(龍井)에 서전서숙(瑞甸書塾)을 개설하여 민족교육을 실시한 일이었다. 서전서숙은 신학문을 교육하였는데, 사실상 독립군 양성소나 다름없었다. 그 뒤 1907년 이준, 이위종 등과 함께 헤이그 밀사를 수행하였고, 그 사이 일제는 헤이그 특사를 구실로 고종을 강제로 퇴위시키고 순종을 황제 자리에 앉혔으며, 정미칠조약(丁未七條約)을 강요하고, 대한제국 군대를 강제 해산시키고, 8월 9일 궐석재판에 이상설을 회부하여 사형을 언도했다.
1908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가서 그곳에 1년 남짓 체류하며 한인사회의 독립운동에 대한 전기를 만드는 한편, 미국 조야를 상대로 독립 지원을 호소하는 외교활동을 계속하였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애국동지대표회(愛國同志代表會)와 국민회(國民會)가 결성되는 등 미주 동포사회의 독립운동 단체가 조직되거나 정비되어 나갔다. 따라서 그의 미주 활동은 한인사회를 독립운동으로 이끄는 산파역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1910년대에 들면서부터 연해주를 무대로 본격적인 독립운동에 나섰고, 1911년 12월 19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권업회(勸業會)를 조직하고 기관지로 『권업신문(勸業新聞)』을 발행하는 사업을 주도하였다. 권업회는 표면상으로는 동포사회의 산업을 권장하고 교민의 직업과 일터를 알선하며 교육을 보급하는 등 한인사회를 위한 경제단체를 표방하였으나 사실상은 항일투쟁 중심기관의 성격을 지니며 시베리아 한인 개척과 항일투쟁사에서 가장 커다란 업적을 남긴 단체였다. 이후 상해에서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을 펼치려다가 1917년 4월 1일 우스리스크 대년병원(大年病院)에서 폐환으로 향년 48세를 일기로 순국하였다.
이상설과 함께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는 그를 ‘두뇌(頭腦)’라고 평가하였다. 이 표현은 그가 독립운동의 기획자・입안자였음을 입증하는 표현이다. 즉, 당시 일제는 물론 우리 독립운동계에서도 그를 최고의 독립운동론자로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그를 존경하였던 안중근(安重根) 의사의 논찬은 주목된다. 안중근은 1909년 11월 29일 뤼순감옥에서 일본 경시의 제3회 심문 때 “이범윤과 같은 인물 만인을 모아도 이상설 한 분에 못 미칠 것이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즉 안중근이 자신의 직속상관이자 러시아 한인사회의 거물급 인사인 이범윤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같이 평가한 것은 이상설에 대한 절대적 존경심을 잘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안중근의 절대적 평가의 기준은 그의 지론인 동양평화론(東洋平和論)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독립운동인명사전에서 부분 발췌하여 정리)
** 4월 3일 (1948년, 제주 4.3희생자추념일)
이번 주 수요일 4월 3일은 제주 4.3, 76주기입니다. 때는 6.25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2년 전이었습니다. 빨갱이를 토벌한다는 명목으로 3만 명 이상의 제주도민이 학살당했습니다. 그 가운데는 어린 아기부터 노인과 부녀자들까지 섞여 있었습니다. 3백 명도 아니고, 3천명도 아니고, 3만 명입니다. 제주도의 산 중턱에 있던 마을 상당수가 토벌대에 의해 없어졌습니다. 몇 집이 없어진 게 아니라 아예 마을들이 송두리째 없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1만여 명의 양민들이 빨갱이 토벌이 무서워 일본 오사카로 피신해서 지금까지 70년이 넘도록 숨죽여 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 살면서도, 아직까지 제주출신들끼리도 4.3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합니다. 제가 청년시절까지만 해도 그랬습니다. 제주도 초중고교 어느 학교에서도 4.3 역사를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교회에서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제주 주민들 사이에서도 집안에서조차 쉬쉬했습니다. 한집 걸러 한집, 모든 집안에 4.3 희생자 없는 집이 없을 지경임에도, 쉬쉬한 것입니다. 그만큼 큰 트라우마! 상처가 너무 컸습니다. 유일하게 4.3의 역사를 노랫말로 만들어 들려주며, 그 깊은 한을 매년 그날이 되면 풀어주고 달래준 것이 심방이라 불리는 제주도 무당들이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4.3때 가장 적극적으로 양민학살에 앞장 선 이들이 우리 기독교인이었습니다. 그게 바로 서북청년단원들이라는 것은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들 대부분은 북에서 월남한 기독교인이었고 그들을 조직한 것이 교회였습니다.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모두 빨갱이로 몰아 서북청년단을 시켜 학살하게 만든 것이 기독교회였던 것입니다.
그 지옥 같은 4.3학살 현장에서도 연꽃처럼 향기로운 사람이 있었습니다. 신흥무관학교 출신 독립운동가 문형순! 제주도 성산포 경찰서장 시절 문형순은 목숨 걸고 약자들을 보호했습니다. 예비검속에 걸린 주민들을 모두 처형하라는 해병대 장교의 명령을 “부당함으로 불이행” 이 여덟 글자로 답하여 자그마치 295명의 목숨을 살린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서로 원수처럼 지내는 제주 4.3유족들과 제주경찰가족들 사이에서, 문형순 서장은 그 이름만으로도 그들에게 화해와 평화의 오작교가 됩니다. 둥글레음악회는 그래서 문형순에 관한 노랫말을 4절이나 지어서 제주민요 너영나영 가락에 얹어 불렀습니다.(‘4.3 돌하르방 문형순’ 2020년 3월 29일 66회 둥글레음악회) 그를 내내 기억함으로써 우리 안에 <약자들을 위한 정의로운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서입니다.
(※ 이상 「성실문화」 118호 '예배마당'에서 옮김)
[말씀동시]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김현서 지음. 세움교회 청년부. 「성실문화」 118호)
예수님의 돌무덤으로
향료를 준비하여 달려간다
죽음을 맞이하는 여인들
그러나 여인들이 맞이한 것은
죽음이 아닌 생명의 기적
부활은 공허한 말이 아닌 현실.
내 안의 기적은 어디서 오는가?
듣고 믿고 바라고...
생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달려가기를
부활의 예수님을 만났다면.
[시편시조] 시편 118, 주님은 나의 능력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118호)
주님은 나의 능력 내 노래 나의 구원
건축자가 바린 돌이 머릿돌 되었도다
주님이 구별하신 날 기뻐하자 이 날을
[시편노래] 시편 118, 주님께 감사하라 (이정훈 편사, 박소연 작곡. 「성실문화」 118호)
[본문] (시편 118:1-2, 14-24)
[노랫말]
1. 주님께 감사하라 인자하고 선하신 주, 영원무궁 인자하신 주님께 감사하라
주님은 나의 능력 주님은 나의 노래, 주님은 내 구원자 주님께 감사하라
2. 이겼다 승리했다 온 집안이 환호하네, 힘차신 주님의 손 의인들이 환호하네
기운찬 그 오른손 높이 들린 그 오른손, 그 손으로 날 구하신 주님께 감사하라
3. 기어이 날 살리신 주님 역사 선포하라, 구원의 문 활짝 열고 내 주님께 감사하라
의인들아 다 일어나 주님의 문 들어가서, 내 피눈물 닦아주신 주님께 감사하라
4. 건축자가 버린돌이 머릿돌이 되었으니, 기이하고 놀라워라 주의 능력 끝이 없다
이 날을 지어주신 주와 함께 기뻐하자, 이 날은 구원의 날 주님께 감사하라
[해설]
시편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거문고병창클럽 단원이신 거문고 및 거문고 병창 연주자 박소연 선생이 곡을 붙였다.
[악보] 시편 118 (주님께 감사하라) (이정훈 편사, 박소연 작곡)
[시편송서(誦書)] 시편 118:1-2, 14-24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 118호)
(※아리랑 가락에 맞추어)
1.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는 선하시며,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하다.
2. 이스라엘아,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하다" 하여라.
(뒷소리) [찬양대]
14. 주- -님 은-, 나- -의 능력, 나- 의- 노-, 래- -- --,
나- -- 를-, 구원하여 주((시))는, 분- -이 시-, 다- -- --∼
(앞소리) [독창]
15. 의- 인- 의-, 장막 에- 서-, 환호 하- 는-, 소- -- 리-,
승- -리 의-, 함- 성- 이-, 들- -- 린-, 다- -- --∼
"주님의 오른손이 힘차시다.
16. 주님의 오른손이 높이 들렸다. 주님의 오른손이 힘차시다."
17.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주님께서 하신 일을 선포하겠다.
18. 주님께서는 엄히 징계하셔도, 나를 죽게 버려두지는 않으신다.
(뒷소리) [찬양대]
19. 구원 의문 들을, 열- -어 라-, 내가 그문 들로, 들- -어 가서,
주- -님 께-, 감- 사- 를-, 드- -리 겠-, 다- -- --∼
(앞소리) [독창]
20. 이- 것- 이-, 주- 님- 의-, 문- -- 이-, 다- -- --,
의- -인 들이, 그- 리- 로-, 들어 갈것 이-, 다- -- --
21. 주님께서 나에게 응답하시고, 나에게 구원을 베푸셨으니, 내가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22. 집 짓는 사람들이 내버린 돌이,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
23. 이것은 주님께서 하신 일이니, 우리의 눈에는 기이한 일이 아니랴?
(앞소리) [독창 또는 찬양대]
24. 이- 날- 은-, 주- 님- 이-, 구별 해- 주신, 날- -- --,
우리 모두 이날((에)), 기뻐 하- 고-, 즐- -거 워하, 자- -- --∼
(뒷소리)[다함께]
아- -리 랑-, 아- -리 랑-, 아- 라- 리-, 요- -- --,
아- -리 랑-, 고- 개- 로-, 넘- -어 간-, 다- -- --∼∥
※ 가락은 아리랑가락이고, 장단은 세마치로 읊는다.
(뒷소리는 세마치로, 앞소리는 중중모리로 해도 좋다.)
※ 쉼표(‘,’)까지 세마치 한 장단 3박 이다.(중중모리일 경우는 한 줄이 한 장단)
(즉, 세마치 4장단이 중중모리 1장단이다.)
※ 세마치장단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하여 편의상 1박을 3분박 대신 2분박으로 구분했다.
(익숙한 가락인 맨 아래 ‘뒷소리’ 장단표시 참고)
※ 뒷소리는 찬양대 합창으로, 앞소리는 독창이나 이중창으로 하면 좋겠다.
※ 굵은 글자가 아닌 부분을 교독문 읽듯이 평이하게 읽지 않고 읊조릴 경우에는,
이를 찬양대 독창자가 읊조리고 굵은 글자를 회중이 합창해도 된다.
[말씀동화] 대머리 노총각의 꿈
옛날옛날 한 옛날에, 이건 호랑이가 우렁이 하나 잡으려고 살금살금 논두렁 걷던 시절 이야기예요.
어느 시골 마을에 대머리 노총각이 살고 있었어요.
총각의 머리처럼 낡은 슬레이트 지붕이 보기에도 을씨년스런 집에
총각은 혼자 살고 있었죠.
자그마한 밭뙈기에 이것저것 심어 먹고
종종 날품팔이를 하러 모자 푹 눌러쓰고 읍내에 나가고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혼자 밥 먹고
혼자 방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합니다.
어느 날 총각은 남의 집 논에 품을 팔러 나갔다가
우렁이 한 마리를 주워왔어요.
보통 우렁이보다 두 배나 큰 것이 논두렁에 나와 있어서
왜가리한테 얼른 잡아먹힐 것 같았거든요.
온종일 햇볕아래서 땀 흘리며 일한 총각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우렁이를 처마 밑 물 항아리에 넣어두고
방에 들어가 저녁은 먹는 둥 마는 둥 곯아떨어졌어요.
오늘도 총각은 꿈속에서 돌아가신 부모님과 형제들을 만났어요.
모처럼 자식들과 여객선 타고 효도관광 가시는 부모님의 밝은 얼굴은
이내 차가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차디찬 시신이 되고
오늘도 부모님과 형, 누나 조카들은 물속에서 울고 있습니다.
잠에서 깬 총각의 온몸이 찌뿌둥합니다.
꿈속에서 만난 가족들 눈물바람 내내 온몸이 굳어졌던 거죠.
먹다 남은 소주병을 찾아 한 모금, 또 한 모금 마시고 총각은 다시 눕습니다.
눈을 감고 중얼중얼 혼잣말을 합니다.
“하나님, 십년이나 흘렀는데, 다른 꿈 좀 없나요?”
아침에 일어나니, 어라? 이게 무슨 일이람?
밥상에 따듯한 밥과 국이 차려져 있고
총각이 좋아하는 순두부찌개까지 차려 있습니다.
충분히 이상하고 수상한 일인데도
총각은 이상하게 밥이 맛있습니다.
한 그릇 뚝딱 먹어치운 총각은 아무렇지도 않게 일하러 나가고
저녁에 집에 돌아오니 또 정성스런 저녁밥상이 차려져 있고
총각은 맛있게 따듯한 저녁밥을 먹습니다.
그런데 밥을 다 먹고 난 총각이 중얼중얼 이렇게 말합니다.
“다 아니까, 숨지 말고 나와요, 우렁각시!”
그러자 물항아리에서 어여쁜 우렁각시가 나와 총각 앞에 다소곳이 서더니
언젠가 총각이 고물상에 품 팔러 갔다가 얻어온 낡은 램프를 문질러
램프의 요정까지 불러냅니다.
“저희는 주인님 명령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까무러치게 놀랄 상황인데도 총각의 행동은 자연스럽습니다.
까무러칠 참사를 겪은 지 십년이 흘렀어도 매일 겪는 아픈 꿈에
굳은살이 박인 것일까.
“외국인 며느리도 못보고 가셨어요, 우리 부모님은.”
총각의 첫마디에 아리따운 우렁각시는 발그레 웃고
램프의 요정은 아름다운 신혼집을 지어드리기를 원하시느냐고 묻습니다.
이 모든 일이 마치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나 싶더니
느닷없이 스마트폰이 켜지며 인공지능 챗지피티가 툭 튀어나옵니다.
“주인님의 상태를 종합해보니, 지금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밤마다 차가운 꿈을 따듯한 꿈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그러더니 챗지피티는 스마트폰에서 아름다운 노래 한 곡을 불러냅니다.
“또 주님께서 이 산에서 모든 백성이 걸친 수의를 찢어서 벗기시고,
모든 민족이 입은 수의를 벗겨서 없애실 것이다.
주님께서 죽음을 영원히 멸하신다.
주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을 말끔히 닦아 주신다∼”
(이사야서25:7-8)
아름답고 따듯한 노래를 들으며 총각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눈물을 닦는 둥 마는 둥, 십년 만에 따듯한 꿈에서 깨어나면서
울먹이는 소리로 더듬더듬 중얼거립니다.
“그럴 줄 알았어요 하나님!
고마워요 하나님!”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118호 예배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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