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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문화 응용하기/본문묵상

사순절 6주(2020년 4월 5일 수난주일) 예배준비 노트

그들이 나를 모욕하여도(이사야서 50:7)

 

[성서일과 4본문]

(이사야서 50:4-9a)

4. 주 하나님께서 나를 학자처럼 말할 수 있게 하셔서, 지친 사람을 말로 격려할 수 있게 하신다. 아침마다 나를 깨우쳐 주신다. 내 귀를 깨우치시어 학자처럼 알아듣게 하신다.

5. 주 하나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셨으므로, 나는 주님께 거역하지도 않았고,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

6. 나는 나를 때리는 자들에게 등을 맡겼고, 내 수염을 뽑는 자들에게 뺨을 맡겼다. 내게 침을 뱉고 나를 모욕하여도 내가 그것을 피하려고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7. 주 하나님께서 나를 도우시니, 그들이 나를 모욕하여도 마음 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각오하고 모든 어려움을 견디어 냈다. 내가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겠다는 것을 내가 아는 까닭은,

8. 나를 의롭다 하신 분이 가까이에 계시기 때문이다. 누가 감히 나와 다투겠는가! 함께 법정에 나서 보자. 나를 고소할 자가 누구냐? 나를 고발할 자가 있으면 하게 하여라.

9. 주 하나님께서 나를 도와주실 것이니, 그 누가 나에게 죄가 있다 하겠느냐? 그들이 모두 옷처럼 해어지고, 좀에게 먹힐 것이다.

 

(시편 31:9-16 )

9. 주님, 나를 긍휼히 여겨 주십시오. 나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울다 지쳐, 내 눈이 시력조차 잃었습니다. 내 몸과 마음도 활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10. 나는 슬픔으로 힘이 소진되었습니다. 햇수가 탄식 속에서 흘러갔습니다. 근력은 고통 속에서 말라 버렸고, 뼈마저 녹아 버렸습니다.

11. 나를 대적하는 자들이 한결같이 나를 비난합니다. 이웃 사람들도 나를 혐오하고, 친구들마저도 나를 끔찍한 것 보듯 합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이마다 나를 피하여 지나갑니다.

12. 내가 죽은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으며, 깨진 그릇과 같이 되었습니다.

13. 많은 사람이 나를 비난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방에서 협박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나를 대적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내 생명을 빼앗으려고 음모를 꾸밉니다.

14.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주님만 의지하며, 주님이 나의 하나님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15. 내 앞날은 주님의 손에 달렸으니, 내 원수에게서, 내 원수와 나를 박해하는 자들의 손에서, 나를 건져 주십시오.

16. 주님의 환한 얼굴로 주님의 종을 비추어 주십시오.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으로 나를 구원하여 주십시오.

 

(빌립보서 2:5-11)

5. 여러분 안에 이 마음을 품으십시오. 그것은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6. 그는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7.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8.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9.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그를 지극히 높이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에게 주셨습니다.

10. 그리하여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 있는 모든 것들이 예수의 이름 앞에 무릎을 꿇고,

11.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고백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습니다.

 

(마태복음 27:11-54)

11. 예수께서 총독 앞에 서시니, 총독이 예수께 물었다. “당신이 유대인의 왕이오?” 그러나 예수께서는 당신이 그렇게 말하고 있소하고 말씀하셨다.

12. 예수께서는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 고발하는 말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13. 그 때에 빌라도가 예수께 말하였다. “사람들이 저렇게 여러 가지로 당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데, 들리지 않소?”

14. 예수께서 한 마디도, 단 한 가지 고발에도 대답하지 않으시니, 총독은 매우 이상히 여겼다.

15. 명절 때마다 총독이 무리가 원하는 죄수 하나를 놓아주는 관례가 있었다.

16. 그런데 그 때에 [예수] 바라바라고 하는 소문난 죄수가 있었다.

17. 무리가 모였을 때에,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은, 내가 누구를 놓아주기를 바라오? 바라바 [예수]? 그리스도라고 하는 예수요?”

18. 빌라도는, 그들이 시기하여 예수를 넘겨주었음을 알았던 것이다.

19. 빌라도가 재판석에 앉아 있을 때에, 그의 아내가 사람을 보내어 말을 전하였다. “당신은 그 옳은 사람에게 아무 관여도 하지 마세요. 지난 밤 꿈에 내가 그 사람 때문에 몹시 괴로웠어요.”

20. 그러나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은 무리를 구슬려서, 바라바를 놓아달라고 하고, 예수를 죽이라고 요청하게 하였다.

21. 총독이 그들에게 물었다. “이 두 사람 가운데서, 누구를 놓아주기를 바라오?” 그들이 말하였다. “바라바요.”

22. 그 때에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러면 그리스도라고 하는 예수는,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요?” 그들이 모두 말하였다.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23. 빌라도가 말하였다. “정말 이 사람이 무슨 나쁜 일을 하였소?” 사람들이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24. 빌라도는, 자기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것과 또 민란이 일어나려는 것을 보고, 물을 가져다가 무리 앞에서 손을 씻고 말하였다. “나는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책임이 없으니, 여러분이 알아서 하시오.”

25. 그러자 온 백성이 대답하였다. “그 사람의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리시오.”

26. 그래서 빌라도는 그들에게, 바라바는 놓아주고, 예수는 채찍질한 뒤에 십자가에 처형하라고 넘겨주었다.

27. 총독의 병사들이 예수를 총독 관저로 끌고 들어가서, 온 부대를 다 그의 앞에 불러모았다.

28. 그리고 예수의 옷을 벗기고, 주홍색 걸침 옷을 걸치게 한 다음에,

29. 가시로 면류관을 엮어 그의 머리에 씌우고, 그의 오른손에 갈대를 들게 하였다. 그리고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유대인의 왕 만세!” 하고 말하면서 그를 희롱하였다.

30. 또 그들은 그에게 침을 뱉고, 갈대를 빼앗아서, 머리를 쳤다.

31. 이렇게 희롱한 다음에, 그들은 주홍 옷을 벗기고, 그의 옷을 도로 입혔다. 그리고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그를 끌고 나갔다.

32. 그들은 나가다가, 시몬이라는 구레네 사람을 만나서, 강제로 예수의 십자가를 지고 가게 하였다.

33. 그들은 골고다 곧 해골 곳이라는 곳에 이르러서,

34. 포도주에 쓸개를 타서, 예수께 드려서 마시게 하였으나, 그는 그 맛을 보시고는, 마시려고 하지 않으셨다.

35.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나서, 제비를 뽑아서, 그의 옷을 나누어 가졌다.

36. 그리고 거기에 앉아서, 그를 지키고 있었다.

37. 그리고 그의 머리 위에는 이 사람은 유대인의 왕 예수다이렇게 쓴 죄패를 붙였다.

38. 그 때에 강도 두 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는데, 하나는 그의 오른쪽에, 하나는 그의 왼쪽에 달렸다.

39. 지나가는 사람들이 머리를 흔들면서, 예수를 모욕하여

40. 말하였다. “성전을 허물고, 사흘 만에 짓겠다던 사람아,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너나 구원하여라.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아라.”

41. 그와 같이, 대제사장들도 율법학자들과 장로들과 함께 조롱하면서 말하였다.

42.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나, 자기는 구원하지 못하는가 보다! 그가 이스라엘 왕이시니,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오시라지! 그러면 우리가 그를 믿을 터인데!

43. 그가 하나님을 의지하였으니, 하나님이 원하시면, 이제 그를 구원하시라지. 그가 말하기를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하였으니 말이다.”

44. 함께 십자가에 달린 강도들도 마찬가지로 예수를 욕하였다.

45. 낮 열두 시부터 어둠이 온 땅을 덮어서,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46. 세 시쯤에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부르짖어 말씀하셨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그것은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이다.

47. 거기에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 몇이 이 말을 듣고서 말하였다. “이 사람이 엘리야를 부르고 있다.”

48. 그러자 그들 가운데서 한 사람이 곧 달려가서 해면을 가져다가, 신 포도주에 적셔서, 갈대에 꿰어, 그에게 마시게 하였다.

49.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어디 엘리야가 와서, 그를 구하여 주나 두고 보자하고 말하였다.

50. 예수께서 다시 큰 소리로 외치시고, 숨을 거두셨다.

51. 그런데 보아라,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폭으로 찢어졌다. 그리고 땅이 흔들리고, 바위가 갈라지고,

52. 무덤이 열리고, 잠자던 많은 성도의 몸이 살아났다.

53. 그리고 그들은, 예수께서 부활하신 뒤에, 무덤에서 나와, 거룩한 도성에 들어가서, 많은 사람에게 나타났다.

54. 백부장과 그와 함께 예수를 지키는 사람들이, 지진과 여러 가지 일어난 일들을 보고, 몹시 두려워하여 말하기를 참으로, 이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셨다하였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이어주는 끈은 혐오와 모욕을 당할 때입니다.

 

구약, “내게 침을 뱉고 나를 모욕하여도” (이사야서 50:6)

시편, “이웃사람들도 나를 혐오하고” (시편 31:11)

서신서,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빌립보서 2:8)

복음서, “침을 뱉고, 갈대를 빼앗아서, 머리를 쳤다” (마태복음 27:30)

 

오늘 요절은, “그들이 나를 모욕하여도 마음 상하지 않았고입니다. (이사야서 50:7)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이사야서 50:4-9a / 시편 31:9-16)]

오늘 구약본문소제목은 고난에 처한 하나님의 종입니다.

지친 사람(4) 바빌론 포로생활 중인 유다 백성이고,

예언자 또는 하나님의 종’(49:1-6)

백성을 위로하고 깨우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4)

 

5-6절은 바빌론 멸망을 예언하다가 당하게 된 박해로 추측해 봅니다.

기독교 전통에서는 여기 예수고난의 암시가 들어 있다고 봅니다.

특히 아무런 자기방어도 없이 고난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오늘 복음서본문 12-14절과 통합니다.

 

아무 죄 없는, 그저 하나님의 명을 따르는 의로운 자가 받는 고난이기에,

그래서 하나님께서 한결같은 사랑으로”(31:16) “가까이 계시기 때문(50:8)

그 어떠한 모욕도 혐오도 견딜 수 있습니다.

 

오늘 시편본문소제목은 보호를 구하는 기도입니다.

큰 불행(질병)이란 하나님이 죄인에게 내리시는 천벌이라는 통념 때문에,

그 고통은 두 배가 됩니다.

가까운 이들조차 혐오하니 말입니다.

13절에 이르니 구약의 예언자 예레미야와 예수님이 떠오릅니다.

 

이러한 이중고에서 벗어날 길은

오직 하나님의 도우심뿐이므로,

기도자는 자신을 전적으로 하나님께 맡깁니다.(14-16)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빌립보서 2:5-11 / 마태복음 27:11-54)]

오늘 서신서본문소제목은 그리스도의 겸손입니다.

6-11절은 처음교회(초대교회)<그리스도 찬가>입니다.

하늘영광 버리시고 비천한 자리,

온갖 혐오와 모욕 가득한 십자가 죽음의 자리까지 스스로를 낮추시고,

마침내 하나님께서 지극히 높이신 그분, 그리스도의 찬가!

 

이기심과 다툼(불화)의 문제를 안고 있는 빌립보교회,

그리고 그 문제를 늘 안고 사는 오늘날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 예수님처럼 나를 비우고(7) 낮출 때(8) 마침내 예수님처럼

약한 <>를 위해 내 가장 강한 것 바치는 영광스런 인생에 다다를 것입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소제목은 빌라도의 유죄선고와 조롱, 십자가 죽음입니다.

온갖 거짓말로 가득한 예수고발, 그에 따른 사형판결과정은

유다백성의 수천 년 불순종의 정점입니다.

이로써 예수님은 마지막 순간까지 조작된 혐오와 모욕을 당하시며 숨을 거두십니다.

 

특기할 부분은 유대인들이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을 조롱하며 뇌까리는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40, 43)입니다.

이것은 공생애 첫걸음부터 쫓아다니기 시작했던 악마의 유혹이었으며,(마태 4:3,6)

이 악마의 유혹을 되뇌던 유대인들과 달리,

이방인 백부장은 진심으로 참으로 이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셨다라고 고백합니다.(54)

 

마태 마가복음에 나오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예수님의 십자가 마지막 기도로 보입니다.

통증과 수치심, 그리고 두려움...

가장 약한 상태에서 가장 진실하게 터져나오는 기도입니다.

 

너무 고통스러울 때는 기도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도문을 사용하는 법입니다.

기도문으로 가득한 시편의 달인이셨던 예수님이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22편을 택하시고 엘리 엘리...” 1절을 읊조리기 시작하십니다.

(어쩌면 시 22:18절 때문에 22편이 떠올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150개 시편 가운데 유일하게 탄원과 구원의 감사가 조화를 이루는 시가 바로 22편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큰 소리로 외치신 내용은(50)

그 고통 가운데서도 마지막 기운을 끌어 모아 골고다 공기를 진동시킨

하나님의 승리, 구원에 대한 감사였을 것이라고 추측해봅니다.

 

그래서 백부장이 그런 고백을 할 수 있었던 요인은,

눈에 보이는 기적들 외에도(54)

어둠 속에서 저들의 심장을 진동시킨

예수님의 그 마지막 기도와 선포였을 것입니다.

 

그는 고통받는 사람의 아픔을 가볍게 여기지 않으신다. 그들을 외면하지도 않으신다. 부르짖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응답하여 주신다.”(22:24)

그러나 나는 주님의 능력으로 살겠다.”(29)

주님께서 그의 백성을 구원하셨다!”(31)

 

(이상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해설 일부 참조)

 

 

[정리]

코로나19 시대에 맞이하는 주님의 수난주일입니다.

호산나의 대상이셨던 구원의 주 예수님께서

순식간에 혐오와 모욕의 대상이 되셨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밀집예배를 강행하는 일부 교회들 때문에

졸지에 모든 교회가 혐오의 대명사가 되어갑니다.

예수그리스도의 도()와 정반대의 길인 이기심 때문일까요?

 

오랜 시간 예배를 공부해왔음에도 저에게는,

이럴 때 성찬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명답이 없습니다.

은혜의 떡과 잔조차

바이러스 공포에 먹혀버리는 이 상상초월의 지경에서 말입니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마태복음 4:3,6, 27:40,43)

 

악마의 이 조롱과 유혹이

예수님의 마지막 외침과 백부장의 고백으로(50, 54) 산산조각 났다면

지금 한국교회가 세상을 향해 외쳐야 할 소리는 무엇일까요?

그래서 온 세상이 저 백부장처럼, 한국교회가 참으로 하나님의 자녀라 고백하고도 남을,

그것은 무슨 외침일까요?

 

코로나19로 세상은 점점 <약함>에 대해 눈이 열리고 있습니다.

강한 줄 알았던 것이 얼마나 약한 것들이었는지가 하나하나 드러나고,

그리고 지금 정말 약하디 약한 작은이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십자가 그 가장 약한 상태에서 이루어내시는 예수님의 구원역사까지!

 

지금 교회는 십자가에 달릴 때입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아야 할 때라는 말입니다.

그분을 바라보며 거기서 나를 내려다보시는 그 마음을 고스란히 느끼며

나를 비우고(빌립 2:7) 낮추어야 할 때라는 말입니다.(8)

 

그러할 때 지금 한국교회가 당하는 모욕은 더 이상 모욕이 아니라

주님의 몸다운 교회로 무르익을 거름이 되고

지금 흘리는 나의 눈물은 이슬과 단비가 될 것입니다.

 

그들이 나를 모욕하여도 마음 상하지 않았고”(이사야서 50:7)

 

 

 

[나머지]

* 빌라도의 재판 / 민청학련 재판

성목요일인 이번 주 목요일 49일은, 지난 주 금요일 제주 4.3에 연이은 우리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아주 치욕스럽고 슬픈 골고다의 날입니다. 45년 전, 197549일 새벽, 8명의 억울한 사람들이 법의 이름으로 사형을 당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빌라도의 재판과 닮은꼴입니다. 정의를 외치는 사람을 온갖 거짓말로 죄인 만들어서 재판정에 세우고, 재판 끝나자마자 바로 사형을 집행해버린 것이 닮았습니다. 대법원이 사형을 확정한지 18시간 만에 그냥 사형을 집행해 버린 것입니다. 그것은 유신체제 반대세력들에게 겁주기 위한 대표적인 조작사건이었습니다.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사건) 이 끔찍한 사건은 세월이 흘러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중앙정보부의 조작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20029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민청학련 사건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중앙정보부의 조작 사건이라고 발표하였고, 국정원과거사진실규명을통한발전위원회도 200512월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중앙정보부의 가혹행위와 인민혁명당구성 및 가입 등에 대한 조작 사실을 인정하였다. 마침내 2007123일 서울 중앙지법은 도예종 등 인혁당재건위사건희생자 8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어디 가서 하소연도 하지 못하는 저 유가족들의 마음은 어떠했겠습니까? 오랜 세월, 오히려 역적의 피붙이, 빨갱이의 새끼라는 낙인으로 숨죽이며 살아야 했던 저들의 눈과, 저들의 뼈가 어떠했겠습니까?(31:9-10) 예수님처럼 억울하고 수치스럽고 고통스럽게 죽어간 이 땅의 수많은 이름들을 기억합니다. 부디 이 고난주간 복음서본문이 그 유족들의 억울한 눈물을 닦아주실 수 있기를 빕니다.

[인혁당, 민청학련 사건 사형집행에 대한 평가]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법학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f Jurists)는 사형이 집행된 197549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했다고 합니다. 1995425MBC가 사법제도 1백주년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한 근대 사법제도 100주년 기념 설문조사에서 판사 315명이 <인혁당 사건 재판은 '우리나라 사법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재판'이었다>고 응답함으로 이 사건이 정상적이지 못했음을 법조인들도 인정했습니다. (위키백과 참조)

(3년 전 올린 것을 다듬고 보충하여 다시 올립니다.)

 

 

 

 

 

[말씀동시] 귤 한 알 (이소현 지음. 성실교회 고등부. 성실문화102)

 

귤 한 알

그것이 귤이라는 것을

껍질을 벗기고

조각을 내고

입에 넣고 씹어

비로소 그 터지는 단물을 맛보아야

그제야 그것이 귤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그제야 그분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깨달았을까

 

 

 

 

[말씀시조] 이 마음 품으시라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102)

이 마음 품으시라 그리스도 예수 마음

비우고 낮추시어 죽기까지 순종한 분

모두의 주님 되시니 아버지께 영광을

 

 

 

 

[말씀서예] 빌립보서 2:7 (오요섭 작품. 성실문화102)

 

 

 

 

 

[시편노래] 시편 31, 이 고통을 긍휼히 여겨주소서  (이정훈 작사, 주원남 작곡. 성실문화102)

[본문] (시편 31:9-16)

[노랫말]

1. 이 고통을 긍휼히 여겨주소서, 울다 지쳐 시력조차 잃었나이다,

몸도 맘도 활력을 잃었나이다, 슬픔으로 온 힘이 빠졌나이다,

온 몸이 말라가고 뼈마저 녹아, 내 일생이 탄식 속에 흘러가오니,

주님의 환한 얼굴 날 비추소서, 한결 같은 사랑으로 날 구하소서

2. 대적들이 한결같이 비난합니다, 이웃들도 친구들도 혐오합니다,

끔찍한 흉물처럼 날 피합니다, 모든 사람 날 피하고 무시합니다,

깨진 그릇 내버리듯 버려지오니, 마치 내가 죽은 듯이 잊혀지오니,

주님의 환한 얼굴 날 비추소서, 한결 같은 사랑으로 날 구하소서

3. 떼를 지어 비난하고 협박합니다, 대적들이 날 죽이려 모여듭니다,

저 원수 저 손에서 날 건지소서, 나의 생명 주님 손에 달렸나이다,

그 누가 뭐라 해도 내 주 하나님, 나는 오직 주님만을 의지하오니,

주님의 환한 얼굴 날 비추소서, 한결 같은 사랑으로 날 구하소서

 

[해설] 시편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찬양사역자인 주원남 목사가 곡을 붙였다.

 

[악보] 시편 31 (이 고통을 긍휼히 여겨주소서) (이정훈 작사, 주원남 작곡)

 

 

 

 

[시편 송서(誦書)] 시편 31:9-16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102)

(새야새야가락에 맞추어, ‘쉼표까지가 중중모리 한 장단)

 

9. 여호와여 내가 고통 중에 있사오니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내가 근심 때문에 눈과 영혼과 몸이 쇠하였나이다

 

10. 내 일생을== 슬픔으로 보내==, 나의 연--== 탄식으로 보냄이==,

내 기력이== 나의 죄악 때문==, 약하여--== 나의 뼈가 쇠하((도소))==

 

11. 내가 모든 대적들 때문에 욕을 당하고 내 이웃에게서는 심히 당하니 내 친구가 놀라고 길에서 보는 자가 나를 피하였나이다

 

12. ==== 잊어버린 바 됨==, 죽은 자를 마음== 두지 아니함 같==,

-- 그릇== 같으니--==, (깨진 그--== 같으니--==)

 

13. 내가 무리의 비방을 들었으므로 사방이 두려움으로 감싸였나이다 그들이 나를 치려고 함께 의논할 때에 내 생명을 빼앗기로 꾀하였나이다

 

14. 여호와여== 그러하--==, 나는 주께== 의지하고 말하기==,

주는 내 하나-== (내 하나님==), (내 하나님)이시== 하였나--==

 

15. 나의 앞날이 주의 손에 있사오니 내 원수들과 나를 핍박하는 자들의 손에서 나를 건져 주소서

 

[다함께]

16. 주의 얼굴== (주의 얼--)==, 주의 종--== 비추시고==,

주의 사랑== (주의 사랑)하심으==, 나를 구원== (구원)--==

 

가락은 새야새야, 파랑새야, 장단은 중중모리로 읊는다.

쉼표(‘,’)까지 한마디가 12박 한 장단이다. (, 한 줄이 중중모리 두 장단이다.)

한 박(‘=’)은 편의상 2분박(‘--’)으로 쪼개어 짚을 수도 있다.

밑줄(‘ ’)친 부분은 글자 수가 많아도 3박으로 읊으면 된다.(이 때 너무 서두르지 말고 여유있게 읊는 것이 좋다.)

굵은 글자는 찬양대가 송서(誦書, 새야새야)로 읊조리고, 나머지는 회중이 낭독한다. (찬양대가 읊조릴 때 회중도 콧노래처럼 작게 따라 해도 좋다.)

가락이 조금 차이가 나는 것이 오히려 어우러지는 멋이 있어 좋다.

마지막 절은 다함께 읊조린다.

 

 

 

 

[말씀동화] 대나무 슈퍼보드를 탄 손오공

 

옛날옛날 한옛날에, 호랑이가 장구치고 잔나비가 대금 불던 시절 이야기예요.

 

구름대신 슈퍼보드 타고 다니던 손오공이

어느덧 슈퍼보드를 바꿀 때가 되었어요.

여기저기 하도 싸돌아다니는 바람에

슈퍼보드가 하늘을 날기는커녕 아스팔트 바닥에서도 잘 안 굴러갑니다.

 

저팔계와 사오정이랑 의논한 끝에

이번에는 대나무로 슈퍼보드를 만들기로 했겠죠?

 

대나무는 죽순도 맛있고, 자랄수록 속이 텅 비어서 가볍고 단단하다규!”

 

저팔계의 강력한 추천으로 드디어 대나무 슈퍼보드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람?

길이가 다르고 굵기가 각각 다른 대나무 여러 개를 붙여 만들었더니

하늘을 날 때마다 슈퍼보드가 팬플루트처럼 노래를 부르네?

 

역시 대나무는 나처럼 텅 비어서 너무나 아름다워라!”

 

사오정이 꿈꾸듯 종알거리자 손오공이 대꾸합니다.

 

무슨 잠꼬대야, 너처럼 텅 빈 게 아니라 예수님처럼 자기를 비운 거겠지!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빌립보서 27절 말씀!”

 

삼장법사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소리칩니다.

 

아니 불경도 모르는 네가 어찌 성경을 다 아느냐?”

 

천하의 손오공이 지금 예수님처럼 종이 되어버렸거든요.”

 

삼장법사가 빙그레 웃으며 대꾸합니다.

 

너는 억지로 된 거지만, 예수님은 억지로가 아닐걸?”

 

미스터 손, 비교할 걸 비교하셔.”

 

저팔계까지 나서자 손오공이 대나무슈퍼보드를 어루만지며 중얼거립니다.

 

다음번엔 더 굵은 대나무로 대금 슈퍼보드를 만들어봐야지.”

 

 

손오공 일행이 무궁화나라에 다다르니

어느덧 동백꽃도 떨어지고 진달래도 뚝뚝 떨어지고 있어요.

아름다운 꽃동산에 꽃이 떨어져서 그럴까?

여기저기서 슬피 우는 소리가 들리네?

 

미스터 손, 네가 얼른 가서 무슨 일인가 알아보렴. 눈물도 닦아드리고.”

 

손오공이 슈퍼보드를 타고 냉큼 날아가서 살펴보니,

오래전 이 나라에서 법을 무시하기로 소문난 어느 욕심꾸러기 대통령이

욕심을 버리라는 사람들을 몽땅 붙잡아다가 거짓말로 죄를 뒤집어씌우고는

엉터리 재판을 열어 사형선고를 내리고, 18시간 만에 사형을 해버린 일이 있었데요.

 

그렇게 억울하게 돌아가신 여덟 명의 유가족들이

그렇게 억울하게 숨진 지 45년이 되어서

한데 모여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며 슬피 우는 소리였던 거죠.

 

무슨 무궁화나라가 이렇게 엉터리람.”

 

손오공이 속상한 마음으로 슈퍼보드를 타고 돌아가는데

바람결에 대나무 슈퍼보드가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손오공도 따라서 힘껏 노래합니다.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나쁜 짓을 하면은,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우리에게 들키지, 밤에도 낮에도 느낄 수 있는, 눈과 귀가 있다네, 우리의 손오공,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어려운 세상이지만,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사랑하며 살아요∼♬” (‘날아라 슈퍼보드주제가 1. 김수철 지음)

 

 

손오공에게 슬픈 사연을 전해들은 일행이

다함께 얼른 그 유가족들을 위로하러 갔어요.

가면서도 대나무 슈퍼보드의 가락에 맞추어 또 노래했겠죠?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거짓말을 하면은,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진실은 화를 내지, 감춰도 시간은 우리들에게, 항상 얘기 한다네, 이 세상 모든 일을,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사랑하며 살면은,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평화는 올거야∼♬” (‘날아라 슈퍼보드주제가 2. 김수철 지음)

 

손오공 일행이 부르는 밝고 힘찬 노래를 들은 유가족들이

모두 눈물을 닦고 마음이 밝아집니다.

 

거짓말로 죄를 뒤집어쓰고 숨진 것도 억울한데, 참 오랫동안 사람들은 우리 남은 가족들을 공산당이라고 욕하고 손가락질 했어요. 그래도 이젠 우리나라가 다시 무궁화나라가 되어 아픈 상처가 아물고 있답니다.”

 

유가족들이 한목소리로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를 합창합니다.

 

“10. 나는 슬픔으로 힘이 소진되었습니다. 햇수가 탄식 속에서 흘러갔습니다. 근력은 고통 속에서 말라 버렸고, 뼈마저 녹아 버렸습니다. 11. 나를 대적하는 자들이 한결같이 나를 비난합니다. 이웃 사람들도 나를 혐오하고, 친구들마저도 나를 끔찍한 것 보듯 합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이마다 나를 피하여 지나갑니다...”(시편 31)

 

처음 들어보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를 귀 기울여 듣고 있는데

갑자기 대나무 슈퍼보드가 그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하네?

어디선가 불어오는 신비로운 바람결에 대나무 슈퍼보드가 노래하는 겁니다.

그 바람에 손오공 일행도 함께 따라 부릅니다.

 

“14.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주님만 의지하며, 주님이 나의 하나님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15. 내 앞날은 주님의 손에 달렸으니, 내 원수에게서, 내 원수와 나를 박해하는 자들의 손에서, 나를 건져 주십시오. 16. 주님의 환한 얼굴로 주님의 종을 비추어 주십시오.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으로 나를 구원하여 주십시오.”(시편 31)

 

다시 길을 떠나며 삼장법사가 말합니다.

 

대나무 슈퍼보드 덕분에 오늘 좋은 노래 많이 불렀다. 무궁화나라에 왔으니 이 꽃동산을 따라 좀 더 여행해 보면 좋은 노래를 더 많이 배울 수 있겠지?”

 

이제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우리 대나무 슈퍼보드는 또 무슨 노래를 불러줄까?

손오공과 저팔계, 그리고 사오정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길을 갑니다.

대나무 슈퍼보드의 아름다운 가락을 따라서 모두들 치키치키 차카차카를 흥얼거립니다.

 

[이정훈 지음. 202044일 토요일 아침]

(49, 민청학련 사건-인혁당재건위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 여덟 분의 45주기를 맞으며, 사형판결 직후에 바로 사형을 집행해버린, 저 거짓으로 가득한 빌라도 법정과 유신정권의 엉터리 법정을 비교하며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