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며’
[성서일과 4본문]
(사무엘하 23:1-7)
1. 이것은 다윗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이새의 아들 다윗이 말한다. 높이 일으켜 세움을 받은 용사, 야곱의 하나님이 기름 부어 세우신 왕, 이스라엘에서 아름다운 시를 읊는 사람이 말한다.
2. 주님의 영이 나를 통하여 말씀하시니, 그의 말씀이 나의 혀에 담겼다.
3.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이스라엘의 반석께서 나에게 이르셨다. 모든 사람을 공의로 다스리는 왕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면서 다스리는 왕은,
4. 구름이 끼지 않은 아침에 떠오르는 맑은 아침 햇살과 같다고 하시고, 비가 온 뒤에 땅에서 새싹을 돋게 하는 햇빛과도 같다고 하셨다.
5. 진실로 나의 왕실이 하나님 앞에서 그와 같지 아니한가? 하나님이 나로 더불어 영원한 언약을 세우시고, 만사에 아쉬움 없이 잘 갖추어 주시고 견고하게 하셨으니, 어찌 나의 구원을 이루지 않으시며, 어찌 나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지 않으시랴?
6. 그러나 악한 사람들은 아무도 손으로 움켜 쥘 수 없는 가시덤불과 같아서,
7. 쇠꼬챙이나 창자루가 없이는 만질 수도 없는 것, 불에 살라 태울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시편 132:1-12(13-18))
1. 주님, 다윗을 기억하여 주십시오. 그가 겪은 그 모든 역경을 기억하여 주십시오.
2. 다윗이 주님께 맹세하고, 야곱의 전능하신 분께 서약하기를
3. "내가 내 집 장막에 들어가지 아니하며, 내 침상에도 오르지 아니하며
4. 눈을 붙이고, 깊은 잠에 빠지지도 아니할 것이며, 눈꺼풀에 얕은 잠도 들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5. 주님께서 계실 장막을 마련할 때까지, 야곱의 전능하신 분이 계실 곳을 찾아낼 때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였습니다.
6. 법궤가 있다는 말을 에브라다에서 듣고, 야알의 들에서 그것을 찾았다.
7. "그분 계신 곳으로 가자. 그 발 아래에 엎드려 경배하자."
8. 주님, 일어나셔서 주님께서 쉬실 그 곳으로 드십시오. 주님의 권능 깃들인 법궤와 함께 그 곳으로 드십시오.
9. 주님의 제사장들이 의로운 일을 하게 해주시고, 주님의 성도들도 기쁨의 함성을 높이게 해주십시오.
10. 주님의 종 다윗을 보시고, 주님께서 기름 부어서 세우신 그 종을 물리치지 말아 주십시오.
11. 주님께서 다윗에게 맹세하셨으니, 그 맹세는 진실하여 변하지 않을 것이다. "네 몸에서 난 자손 가운데서, 한 사람을 왕으로 삼을 것이니, 그가 보좌에 앉아 네 뒤를 이을 것이다.
12. 만일 네 자손이 나와 더불어 맺은 언약을 지키고, 내가 가르친 그 법도를 지키면, 그들의 자손이 대대로 네 뒤를 이어서 네 보좌에 앉을 것이다."
13. 주님께서 시온을 택하시고, 그 곳을 당신이 계실 곳으로 삼으시기를 원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14. "이 곳은 영원히 내가 쉴 곳, 이 곳을 내가 원하니, 나는 여기에서 살겠다.
15. 이 성읍에 먹거리를 가득하게 채워 주고, 이 성읍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거리를 넉넉하게 주겠다.
16. 제사장들로 의로운 일을 하게 하고, 성도들은 기쁨의 함성을 지르게 하겠다.
17. 여기에서 나는, 다윗의 자손 가운데서 한 사람을 뽑아서 큰 왕이 되게 하고, 내가 기름 부어 세운 왕의 통치가 지속되게 하겠다.
18. 그의 원수들은 수치를 당하게 하지만, 그의 면류관만은 그의 머리 위에서 빛나게 해주겠다."
(요한계시록 1:4b-8)
4... 이제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장차 오실 이와 그의 보좌 앞에 있는 일곱 영과
5. 또 신실한 증인이시요 죽은 사람들의 첫 열매이시요 땅 위의 왕들의 지배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려 주시는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에게 있기를 빕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며, 자기의 피로 우리의 죄에서 우리를 해방하여 주셨고,
6. 우리로 하여금 나라가 되게 하시어 자기 아버지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장으로 삼아 주셨습니다. 그에게 영광과 권세가 영원무궁 하도록 있기를 빕니다. 아멘.
7. "보아라, 그가 구름을 타고 오신다. 눈이 있는 사람은 다 그를 볼 것이요, 그를 찌른 사람들도 볼 것이다. 땅 위의 모든 족속이 그분 때문에 가슴을 칠 것이다."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멘.
8.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앞으로 오실 전능하신 주 하나님께서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요한복음 18:33-37)
33. 빌라도가 다시 관저 안으로 들어가, 예수를 불러내서 물었다. "당신이 유대 사람들의 왕이오?"
34.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당신이 하는 그 말은 당신의 생각에서 나온 말이오? 그렇지 않으면, 나에 관하여 다른 사람들이 말하여 준 것이오?"
35. 빌라도가 말하였다. "내가 유대 사람이란 말이오? 당신의 동족과 대제사장들이 당신을 나에게 넘겨주었소. 당신은 무슨 일을 하였소?"
36.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오. 나의 나라가 세상에 속한 것이라면, 나의 부하들이 싸워서, 나를 유대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오. 그러나 사실로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오."
37. 빌라도가 예수께 물었다. "그러면 당신은 왕이오?"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당신이 말한 대로 나는 왕이오. 나는 진리를 증언하기 위하여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기 위하여 세상에 왔소.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가 하는 말을 듣소."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의 <말씀기억의 끈>은, ‘하나님이 세우신 왕’입니다.
구약, “하나님이 기름 부어 세우신 왕” (삼하 23:1)
시편, “다윗의 자손 가운데서 한 사람을 뽑아서 큰 왕이 되게 하고” (시편 132:17)
서신서, “땅 위의 왕들의 지배자이신 예수 그리스도” (계시 1:5)
복음서, “당신이 말한 대로 나는 왕이오.” (요한 18:37)
오늘 요절은,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며...”입니다.(계시 1:5)
[구약과 시편 (사무엘하 23:1-7 / 시편 132)]
오늘 구약본문은 다윗 왕의 유언입니다.(1)
다윗은 왕이면서 동시에 예언자입니다.(2)
다윗이 왕이며 예언자로서 남긴 유언, 즉 마지막 예언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공의로 다스릴 때, 생명을 살리는 통치를 할 수 있다! (3-4)
하늘 무서운 줄 알고, 정의의 편에 서는 통치자는 육보다 영에 가까운 자입니다.
후세 사람들은 그런 통치자를 가리켜 하나님이 세운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오늘 시편본문은 이 정신을 이어 제사장들 또한 정의롭기를 노래합니다.
후렴구처럼 반복해서 노래합니다.(9, 16)
자세히 보면 기도와 응답입니다.
오늘 시편본문은
구약본문의 예언자 다윗 왕의 면모를 돋보이게 합니다.“그의 말씀이 나의 혀에 담겼다”(삼하 23:2)만큼이나 신비로운 감동이
법궤를 향한 다윗의 뜨거운 사랑으로 재현됩니다.
말씀이 혀에 담긴 사람이, 말씀이 담긴 상자, 즉 법궤를 찾으려 애씁니다.(시편 132:6)
법궤를 찾으려 애쓸 뿐 아니라
법궤를 모실 집까지 지으려 애씁니다.(2-5)
이것은 왕이지만 제 뜻대로가 아니라 하나님 뜻대로 살겠다는 선포입니다.
과연 하나님이 기름 부어 세우신 왕의 모범입니다.(삼하 23:1)
비록 육적으로 크나큰 죄를 지었음에도
다윗은 후세에 하나님이 세우신 왕, 영에 속한 사람으로 인정받습니다.
[서신서와 복음서 (요한계시록 1:4b-8 / 요한복음 18:33-37)]
오늘 서신서본문의 알맹이는 ‘끊임없이 우리를 향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첫 절과 끝 절이 그 사실을 반복해서 강조합니다.(4, 8)
하나님의 현재, 과거, 미래가 줄기차게 우리를 향하신다는 사실!
미래에도 우리를 향해 오고 계신다는 사실 말입니다.
7절은 이 사실을 아주 극적으로 반복해서 노래하고 있습니다.
“보아라, 그가 구름을 타고 오신다. 눈이 있는 사람은 다 그를 볼 것이요, 그를 찌른 사람들도 볼 것이다. 땅 위의 모든 족속이 그분 때문에 가슴을 칠 것이다.”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멘.(계 1:7)
그분께서 이렇게까지 우리를 향하시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그건 바로 ‘사랑’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며...”(5)
모든 예언, 모든 진리의 알맹이는 사랑입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의 빌라도는 안타깝게도 권력에 눈이 어두워 이 진리를 못 봅니다.
철두철미 세상에 속한 사람, 육에 속한 사람의 표본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그 사랑을 증언하려고 애쓰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예수님의 그 나라를,
빌라도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습니다.
[정리]
오늘 구약본문과 복음서본문은 통하는 것이 많습니다.
구약본문은 다윗왕의 유언입니다.
복음서본문은 왕이신 예수님의 유언입니다.
그리고 다윗과 예수님은 모두 왕이며 동시에 예언자입니다.
하나님의 뜻은 정의입니다.
하나님의 뜻은 평화입니다.
하나님의 뜻, 그 알파와 오메가는 사랑입니다.
이것이 법궤에 담긴 알맹이입니다.
이 알맹이가 육신을 입고 오셨던 것입니다.
이 알맹이가 다시 오고 계시는 것입니다.
다음 주일부터 대림절 시작합니다.
대림절은 원래 주의 재림을 기다리는 계절이었습니다.
지금 육에 속한 통치자들 때문에 나라 안팎이 온통 죽임의 기운 진동하는 세상이지만,
구름타고 오고 계신 바로 저분을 보며 다시 생명력을 회복합니다.
[나머지]
*주님이 거하실만한 집
오늘 시편의 알맹이는 이것입니다.
‘내가 살 좋은 집을 주소서’가 아니라... ‘주님이 거하실 집을 찾습니다’!
이건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나를 위한 하나님’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위한 나’를 찾기 시작하는,
육에 속한 그리스도인이 영에 속한 그리스도인으로 변해가는 장면입니다.
주님이 거하실 집이 어디입니까? 그곳은 바로 성소입니다.
즉 여러분의 몸입니다. 여러분의 가정입니다. 여러분의 교회입니다.
시인의 노래는 아주 절박할 정도입니다.
3."내가 내 집 장막에 들어가지 아니하며, 내 침상에도 오르지 아니하며 4.눈을 붙이고, 깊은 잠에 빠지지도 아니할 것이며, 눈꺼풀에 얕은 잠도 들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5.주님께서 계실 장막을 마련할 때까지, 야곱의 전능하신 분이 계실 곳을 찾아낼 때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시편 132:3-5)
지금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의 영혼은, 여러분 가정은 전능하신 주님께서 거주하실만한 집입니까?
** 왕이신 그리스도의 날
오늘은 교회의 예배 달력으로 ‘왕이신 그리스도의 날’입니다.
앞뒤로 추수감사절과 대림절이 있습니다.
대림절이 예배력의 시작이니, 왕이신 그리스도의 날은 섣달 그믐날에 해당합니다.
여러분은 이 마지막 날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추수감사절은 마지막 심판의 때를 기억하게 하고
대림절은 원래 재림예수님을 기다리는 계절입니다.
그러고 보니 세 절기 주제가 모두 마지막 심판과 관련 있습니다.
‘메멘토 모리’
우리 앞에 죽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마지막 심판과 영원한 생명이 이어진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그걸 기억하며 우리의 오늘을 삽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생명과 죽음, 그리고 다시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것은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라는 것을 꼭 기억합시다.
[말씀동시] 예수님은 (이소현 지음. 성실교회 5학년. 「성실문화」84호)
예수님은 증인이다
그런데 증인 중에서도 진리를 증언하는
증인이다
예수님은 왕이다
그런데 왕 중에서도 독재자 권력을 지닌
그런 왕이 아니다
아픈 사람, 불쌍한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착한 왕이다.
[말씀시조] 진리 모르는자여 (이정훈 지음.「성실문화」84호)
진리 모르는자여 그 이름 발라도라
진리를 모르는자 내 나라도 모르도다
진리를 증언하려고 나 이 땅에 왔거늘
[말씀한시] 그대가 유대인의 왕이요? (오세종 지음.「성실문화」84호)
彼拉多公審問曰(피랍다공심문왈) 빌라도가 심문했다.
猶太人王則爾乎(유태인왕즉이호) ‘그대가 유대인의 왕인가?’
我國不屬此世上(아국불속차세상) 우리나라는 세상에 속해있지 않소.
愛人王國最下奴(애인왕국최하노) 사랑의 왕국에서 가장 낮은 종이요.
[말씀서예] 시편 132:8 (오세주 작품.「성실문화」84호)
[말씀노래] 진리에 속한 사람 (이정훈 지음.「성실문화」84호)
[본문] (요한복음 18:33-37)
[노랫말]
1절) 빌라도야 나의정체 알고싶으냐, 나의일 나의나라 알고싶으냐
유대사람 헛소문에 넘어갔느냐, 대제사장 헛고발에 고심하느냐
2절) 내나라는 네눈에 보이지않고, 내진리는 네귀에 들리지않네
진리를 증언하러 내가왔노라, 진리에 속한자는 내말듣노라
[해설]
요한복음 18:33-37절 말씀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7.5조로 다듬어 아리랑가락에 얹었다.
[악보] ‘진리에 속한 사람’ (이정훈 작사, 아리랑가락)
[시편 송서(誦書)] 시 132:1-12(13-18) (이정훈 다듬음.「성실문화」84호)
(※ 천자문 독송, 즉 전래자장가 풍으로)
1. 여--호--와--여--, 다윗-을-- 위하-여--,
그-의 모-든 겸손-을--, (겸손-을--) 기억하소서-∼
2. 그가 여호와께 맹세하며 야곱의 전능자에게 서원하기를
3. 내가 내 장막 집에 들어가지 아니하며 내 침상에 오르지 아니하고
4. 내 눈으로 잠들게 하지 아니하며 내 눈꺼풀로 졸게 하지 아니하기를
5. 여호와의 처소 곧 야곱의 전능자의 성막을 발견하기까지 하리라 하였나이다
6. 우리-가-- 그것-이--, 에브라다에- 있-다- 함을 들었-더니-,
나--무-- 밭에-서--, (나-무 밭에서) 찾았-도다-∼
7. 우리-가-- 그--의--, (그-의) 계신 곳으로- 들어-가서-,
그-의 발등상 앞에-서--, 엎드려 예-배하리-로다-∼
8. 여호와여 일어나사 주의 권능의 궤와 함께 평안한 곳으로 들어가소서
9. 주의 제사장들은 의를 옷 입고 주의 성도들은 즐거이 외칠지어다
10. 주의 종 다윗을 위하여 주의 기름 부음 받은 자의 얼굴을 외면하지 마옵소서
11. 여호와께서 다윗에게 성실히 맹세하셨으니 변하지 아니하실지라 이르시기를 네 몸의 소생을 네 왕위에 둘지라
12. 네 자손이 내 언약과 그들에게 교훈하는 내 증거를 지킬진대 그들의 후손도 영원히 네 왕위에 앉으리라 하셨도다
13. 여호-와--께--서--, 시온-을-- 택하-시고-,
자-기 거처를 삼고자 하-여, 이--르--시기-를--∼
14. 이는 내가 영원히 쉴 곳이라 내가 여기 거주할 것은 이를 원하였음이로다
15. 내가 이 성의 식료품에 풍족히 복을 주고 떡으로 그 빈민을 만족하게 하리로다
16. 내가 그 제사장들에게 구원을 옷 입히리니 그 성도들은 즐거이 외치리로다
17. 내가 거기서 다윗에게 뿔이 나게 할 것이라 내가 내 기름 부음 받은 자를 위하여 등을 준비하였도다
18. 내-가 그-의 원--수--, (원--수--)에게-는--,
수치를 (수치를) 옷- 입히고-, 그-에-게는 왕관이 빛나게 하리라 하셨∼도∿다∼∥
[말씀동화] 19번 버스를 타고 오시는 사랑덩어리
전철을 타고 오세요.
우리 할아버지는 늘 중앙선 전철을 타고 오세요.
주일마다 전철을 타고 우리 집에 오시면 늘 저랑 장기를 두시죠.
할아버지는 한평생 노동자로 사시다가 은퇴하셨어요.
그래서 누구보다 힘이 장사세요.
할아버지는 힘만 장사가 아니라 장기 실력도 천하장사시죠.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할아버지께 장기를 배우기 시작해서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어요.
이젠 키도 할아버지보다 더 커졌고,
아주 가끔씩 장기도 할아버지를 이길 때가 있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맹구야 오늘은 내가 특별히 ‘졸장기’를 가르쳐주마.”
졸장기가 뭐지?
갸우뚱거리고 있는 저를 바라보시며 할아버지께서 빙그레 웃으십니다.
할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 졸장기는 참 희한한 장기입니다.
첫째, 왕이 잡혀도 판이 안 끝나고 졸이 모두 죽어야 끝납니다.
둘째, 상대방 졸에게 내 말이 하나라도 잡히면 판은 끝납니다.
셋째, 차, 포, 마, 상 등은 자기편 졸을 징검다리 삼아 몇 번이고 제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포’가 졸들을 타넘을 경우엔 한 수에 몇 번이고 넘을 수 있습니다.)
졸(卒)은 가장 작고 약해보이지만,
알고 보니 왕보다 센 진짜 왕이었어요!
그래서 이 장기를 졸장기(卒將棋)라고 부르나 봐요.
지난주일 할아버지께서 졸장기를 처음 가르쳐주시며
왕보다 힘이 센 진짜 왕 이야기, ‘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죠.
며칠 전 45주기 추모제를 지낸 사랑덩어리 전태일과 그 벗들의 이야기!
19번 버스를 타고 오십니다.
성북구 쌍문동 208번지 2통 5반, 도봉산 기슭에서부터
우리 공장이 있는 동대문 평화시장까지
그분은 늘 버스를 타고 오십니다.
가난해서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지만
누구보다 슬기로운 스물 두 살 청년 전태일은
오늘도 우리 평화시장에 씩씩하게 버스를 타고 출근합니다.
그러나 퇴근할 땐 19번 버스를 타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굶기를 밥 먹듯 하는 미싱 보조 어린 소녀들에게
버스비를 탈탈 털어 풀빵을 사주고 나면
걸어서 가야 하거든요.
이런 일이 하도 잦아서,
하도 여러 번 밤 12시 통금시간에 걸려 파출소에서 자다보니
순경아저씨들이랑 친해져버립니다.
사정을 알게 된 순경아저씨들이 이젠 통금시간이 지나도 붙잡지 않습니다.
주머니에 돈이 좀 있는 날이면
우리 미싱 보조 소녀들을 감자탕 집에 데려갑니다.
여럿에게 한 그릇씩 푸짐하게 먹여주면서도
자기는 먹지 않습니다.
돈이 모자라 제 것을 안 시키는 것을 눈치 챈 주인아줌마가
슬며시 한 그릇 더 떠주면
자기는 진짜 배부르다며 한사코 사양합니다.
돈이 없어 자기 것 안 시킨 걸 알게 되면
우리 마음이, 우리 어린 소녀들 마음이 불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태일이 이렇게 우리 어린 소녀들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건
우리 같이 힘없는 약자들을 귀하게 볼 줄 아는 눈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다 우리를 졸(卒)로 보고 천대하지만,
그분은 우리 같은 졸(卒)들을 왕처럼 귀하게 여깁니다.
우리 졸(卒)들은 일어서기도 힘들만큼 낮고 어두운 환경에서 일을 합니다.
하루에 8시간이 아니라 그 두 배를 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15살 소녀들이 20살 가까이 되면
대부분 안질에 걸리고 신경통과 생리불순, 신경성 위장병, 그리고 폐결핵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래서 전태일은 스물 두 살 젊은 나이에
그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정희에게 정중하고 간곡하게 편지를 씁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닙니다. 이 소녀들의 하루 노동시간을 10-12시간으로 줄여주세요!
한 달에 이틀 쉬는 걸, 매주 일요일마다 쉬게 해주세요!
건강진단을 정확하게 받게 해주세요!
100원 이하인 미싱 보조들의 수당을 50% 올려주세요!
그러나 대통령도, 관련 기관 공무원도, 공장 사장님도
힘센 사람들은 아무도 힘없는 어린 노동자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청년 전태일은 이런 저런 모임도 만들고 시위를 합니다.
그리고 무서운 탄압과 감시를 받게 됩니다.
눈이 멀게 된 어머니께서 열심히 기도해서 다시 눈을 뜨게 된 뒤부터 독실한 기독교인이 된 전태일은
삼각산 기도원 공사장에서 일하면서 여러 목사님들과 대화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잠깐 우리 곁을 떠나, 평화시장을 떠나 길을 찾던 전태일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내 마음의 고향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들 곁으로!”
아무도 도와주는 이 하나 없는 암울한 상황,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깜깜한 현실에서
전태일은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택합니다.
어둔 세상에 등대는커녕, 불붙일 초 한 자루 없어,
제 몸에 불을 붙여서라도 캄캄한 세상을 밝히려 합니다.
화상으로 죽어가면서 전태일 그분이 어머니께 남긴 말입니다.
“엄마, 저랑 약속해요. 내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겠다고! 목사들은 이웃을 사랑한다 하면서도 사랑하지 않아요. 말로만 했지 실천은 안 한다고요. 그런 예수는 믿지 마세요.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는 예수를 믿으세요. 엄마 나 배고파요!”
구름을 타고 오십니다.
잠깐 우리 곁을 떠나 하늘 보좌로 돌아가셨던 주님께서 오십니다.
우리 평화의 왕, 정의의 왕, 사랑의 왕께서 지금 다시 오십니다.
약한 자들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독재 권력은
약한 자들이 소리치는 호소를 들을 귀가 없습니다.
약한 자들이 흘리는 저 억울한 피눈물을 발견할 눈조차 없습니다.
사이코패스 같은 아이에스 때문에 억울한 사람들이 죽어갑니다.
육욕에 빠진 대통령 때문에 죄 없는 학생들이 물에 빠지고
힘없는 노인이 물대포에 맞아 죽어갑니다.
죽임의 세력이 점점 득세하는 마지막 세상에
드디어 살림의 왕, 생명의 왕이 오십니다.
죽음의 세력, 죽임의 세력을 이기신 사랑의 왕께서
온 우주에서 가장 빠른 지름길로 곧장 날아서 지금 구름타고 오십니다.
돈 없는 가난한 사람, 몸이 많이 아픈 사람 순으로
좋은 변호사, 좋은 의사, 좋은 약을 먼저 받을 수 있는 세상!
머리 나쁘고 공부 못하는 사람들 순으로
좋은 대학, 좋은 교수, 재미있는 수업을 먼저 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은 없을까요?
보잘 것 없는 약한 사람을 더 사랑하시는 분,
우리 주님께서 다시 오시면
그보다 훨씬 더 정의롭고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세상,
졸(卒)로 보이던 사람들이 왕처럼 보이는 세상,
두근두근 정말 신나는 세상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정훈 지음. 2015년 11월 22일 주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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