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살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성서일과 4본문]
(사무엘상 1:4-20)
4. 엘가나는 제사를 드리고 나서는, 늘 아내 브닌나와 그가 낳은 모든 아들딸에게 제물을 각각 한 몫씩 나누어 주곤 하였다.
5. 그러나 한나에게는 두 몫을 주었다. 비록 주님께서 한나의 태를 닫아 놓으셨지만, 엘가나는 한나를 사랑하였다.
6. 주님께서 한나의 태를 닫아 놓으셨으므로, 그의 적수인 브닌나는 한나를 괴롭히고 업신여겼다.
7. 이런 일이 매년 거듭되었다. 한나가 주님의 집으로 올라갈 때마다, 브닌나가 한나의 마음을 늘 그렇게 괴롭혔으므로, 한나는 울기만 하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8. 그럴 때마다 남편 엘가나가 한나를 위로하였다. "여보, 왜 울기만 하오? 왜 먹지 않으려 하오? 왜 늘 그렇게 슬퍼만 하는 거요? 당신이 열 아들을 두었다고 해도, 내가 당신에게 하는 만큼 하겠소?"
9. 한번은 엘가나 일행이 실로에 있는 주님의 집에서 음식을 먹고 마신 뒤에, 한나가 일어나서 자리를 떴다. 그 때에 제사장 엘리는 주님의 성전 문설주 곁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10. 한나는 괴로운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 흐느껴 울면서 기도하였다.
11. 한나는 서원하며 아뢰었다. "만군의 주님, 주님께서 주님의 종의 이 비천한 모습을 참으로 불쌍히 보시고, 저를 기억하셔서, 주님의 종을 잊지 않으시고, 이 종에게 아들을 하나 허락하여 주시면, 저는 그 아이의 한평생을 주님께 바치고, 삭도를 그의 머리에 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12. 한나가 주님 앞에서 계속 기도를 드리고 있는 동안에, 엘리는 한나의 입술을 지켜보고 있었다.
13. 한나가 마음속으로만 기도를 드리고 있었으므로, 입술만 움직이고 소리는 내지 않았다. 그러므로 엘리는, 한나가 술에 취한 줄로 생각하고,
14. 그를 꾸짖었다. "언제까지 술에 취해 있을 것이오? 포도주를 끊으시오."
15. 한나가 대답하였다. "제사장님, 저는 술에 취한 것이 아닙니다. 포도주나 독한 술을 마신 것이 아닙니다. 다만 슬픈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서, 저의 마음을 주님 앞에 쏟아 놓았을 뿐입니다.
16. 이 종을 나쁜 여자로 여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너무나도 원통하고 괴로워서, 이처럼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17. 그러자 엘리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평안한 마음으로 돌아가시오.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그대가 간구한 것을 이루어 주실 것이오."
18. 한나가 대답하였다. "제사장님, 이 종을 좋게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한나는 그 길로 가서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는 얼굴에 슬픈 기색을 띠지 않았다.
19. 다음날 아침, 그들은 일찍 일어나 주님께 경배를 드리고 나서, 라마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엘가나가 아내 한나와 동침하니, 주님께서 한나를 기억하여 주셨다.
20. 한나가 임신을 하고, 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다. 한나는, 주님께 구하여 얻은 아들이라고 하여, 그 아이의 이름을 사무엘이라고 지었다.
(시편 113)
1. 할렐루야. 주님의 종들아, 찬양하여라.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여라.
2. 지금부터 영원까지, 주님의 이름이 찬양을 받을 것이다.
3. 해 뜨는 데서부터 해 지는 데까지, 주님의 이름이 찬양을 받을 것이다.
4. 주님은 모든 나라보다 높으시며, 그 영광은 하늘보다 높으시다.
5. 주 우리 하나님과 같은 이가 어디에 있으랴? 높은 곳에 계시지만
6. 스스로 낮추셔서, 하늘과 땅을 두루 살피시고,
7. 가난한 사람을 티끌에서 일으키시며 궁핍한 사람을 거름더미에서 들어올리셔서,
8. 귀한 이들과 한자리에 앉게 하시며 백성의 귀한 이들과 함께 앉게 하시고,
9.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조차도 한 집에서 떳떳하게 살게 하시며, 많은 아이들을 거느리고 즐거워하는 어머니가 되게 하신다. 할렐루야.
(히브리서 10:11-14(15-18)19-25)
11. 모든 제사장은 날마다 제단에 서서 직무를 수행하면서 똑같은 제사를 거듭 드리지만, 그러한 제사가 죄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12.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죄를 사하시려고, 단 한 번의 영원히 유효한 제사를 드리신 뒤에 하나님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
13. 그리고서 그는 그의 원수들이 그의 발아래에 굴복할 때까지 기다리고 계십니다.
14. 그는 거룩하게 되는 사람들을 단 한 번의 희생제사로 영원히 완전하게 하셨습니다.
15. 그리고 성령도 우리에게 증언하여 주십니다. 먼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16.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그날 이후에, 내가 그들에게 세워 줄 언약은 이것이다. 나는 내 율법을 그들의 마음에 박아주고, 그들의 생각에 새겨주겠다.
17. 또 나는 그들의 죄와 불법을 더 이상 기억하지 않겠다.'"
18. 죄와 불법이 용서되었으니, 죄를 사하는 제사가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19. 그러므로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예수의 피를 힘입어서 담대하게 지성소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20. 예수께서는 휘장을 뚫고 우리에게 새로운 살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휘장은 곧 그의 육체입니다.
21. 그리고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집을 다스리시는 위대한 제사장이 계십니다.
22. 그러니 우리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참된 마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갑시다. 우리는 마음에다 예수의 피를 뿌려서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맑은 물로 몸을 깨끗이 씻었습니다.
23. 또 우리에게 약속하신 분은 신실하시니, 우리는 흔들리지 말고, 우리가 고백하는 그 소망을 굳게 지킵시다.
24. 그리고 서로 마음을 써서 사랑과 선한 일을 하도록 격려합시다.
25. 어떤 사람들의 습관처럼, 우리는 모이기를 그만하지 말고, 서로 격려하여 그 날이 가까워 오는 것을 볼수록, 더욱 힘써 모입시다.
(마가복음 13:1-8)
1. 예수께서 성전을 떠나가실 때에, 제자들 가운데서 한 사람이 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 보십시오! 얼마나 굉장한 돌입니까! 얼마나 굉장한 건물들입니까!"
2.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큰 건물들을 보고 있느냐? 여기에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질 것이다."
3. 예수께서 올리브 산에서 성전을 마주 보고 앉아 계실 때에,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과 안드레가 따로 예수께 물었다.
4. "우리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이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또 이런 일들이 이루어지려고 할 때에는, 무슨 징조가 있겠습니까?"
5.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에게도 속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6.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는 '내가 그리스도다' 하면서, 많은 사람을 속일 것이다.
7. 또 너희는 여기저기에서 전쟁이 일어난 소식과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을 듣게 되어도, 놀라지 말아라. 이런 일이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아직 끝은 아니다.
8. 민족과 민족이 맞서 일어나고, 나라와 나라가 맞서 일어날 것이며, 지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기근이 들 것이다. 이런 일들은 진통의 시작이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의 <말씀기억의 끈>은, ‘하나님의 때’입니다.
구약, “다시는 얼굴에 슬픈 기색을 띠지 않았다”(삼상 1:18)
시편, “궁핍한 사람을 거름더미에서 들어올리셔서”(시편 113:7)
서신서, “그날이 가까워 오는 것을 볼수록”(히브 10:25)
복음서, “이런 일들은 진통의 시작이다”(마가 13:8)
오늘 요절은, “새로운 살 길을 열어주셨습니다”입니다.(히브 10:20)
[구약과 시편 (사무엘상 1:4-20 / 시편 113)]
오늘 구약본문은 사무엘의 출생과정 이야기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사무엘의 엄마 한나입니다.
한나가 아들을 낳지 못해 겪는 어려움이 갈수록 태산입니다.
한 가족인 브닌나의 계속되는 멸시로 눈물이 멈추지 않고 식음을 전폐합니다.(7)
반복되는 남편의 따스한 위로조차 아무 소용없습니다.(8)
아들을 구하는 서원기도조차 엘리 제사장에게 술 취한 행동으로 오해를 받습니다.(14)
그런데 한없이 계속될 것 같았던 한나의 고통이 어느 날 갑자기 멈춥니다.
사람의 경험과 상식, 계산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때가 임박한 것입니다.
서원기도와 제사장의 축복 과정에서, 하나님의 때가 임박한 어떤 확신을 얻은 걸까요?
드디어 한나가 음식을 먹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슬픈 기색을 띠지 않습니다.(18)
오늘 시편본문은 지극히 높고 크신 하나님께서
지극히 낮고 작은 자들까지 보살피심을 찬양합니다.
하나님께서 작은 자들을 찾으시기 위해 지극히 높은 곳에서 스스로 낮추시되,
죄인과 병자들이 내버려진 땅, 마을 밖 진토와 거름더미까지 스스로 낮추십니다.(7)
오늘 시편은 유월절 식사 직전에 부르는 찬양이라고 합니다.(독일성서공회판성경해설)
히브리노예들을 이집트에서 구출해내신 주님을 찬양!
온누리의 주인이심에도(3),
지구촌 작은 구석 작은 자들의 고통조차 놓치지 않으시는 주님을 찬양!
7-8절은 ‘한나의 기도’(삼상 2:8절)을 인용했습니다.
오늘 구약본문의 응답찬양으로 안성맞춤입니다.
[서신서와 복음서 (히브리서 10:11-14(15-18)19-25 / 마가복음 13:1-8)]
오늘 서신서본문에는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구원과정이 전개됩니다.
단 한 번 십자가 죽으심으로 영원히 유효한 제사를 드리신 예수님 사랑!
이 사랑의 법은 돌이나 종이에 새길 수 없고 마음과 생각에 새길 뿐입니다.(16)
이 사랑의 법은 그렇게 종이가 아닌 내 마음으로 읽고 기억하고 행하는 법입니다.(24)
그 사랑의 법이 내 마음에 새겨진 사람은 더 이상 나태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때, 그 날이 가까워지는 것이 보이기 때문입니다.(25)
하나님의 때가 찬 것을 보는 사람은, 예수께서 길을 내주신 그 길,
주님 보좌를 향한 그 사랑의 길, “새로운 살 길”(20)을 어서 가야만 합니다.(25)
오늘 복음서본문은 ‘성전’을 매개로 서신서본문과 짝을 이룹니다.
서신서본문이 성전제사 시대를 끝내신 예수님의 십자가 길, 새 생명의 길을 보여주었다면,
복음서본문은 서신서본문의 전편에 해당합니다.
즉 성전(제사) 시대가 끝날 것을 미리 보여주시는 장면입니다.
성전시대의 마지막 때가 찼다는 것을 제자들은 아직 못 느낍니다.
그래서 선생님 말씀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3)
언제나 그러하듯 하나님의 때를 못 느끼는 건 무언가에 눈이 어두워졌기 때문입니다.
성전의 화려함, 그 돈과 권력에 눈이 어두워진 것입니다.(1)
그런 사람들은 하나님의 때를 놓치기 십상입니다.
거짓 그리스도가 나타나도 속아 넘어가기 일쑵니다.(5-6)
전쟁, 지진, 기근과 같은 위급상황일수록 더 잘 속아 넘어갑니다.
[정리]
오늘 구약과 시편에서 멸시당하고 절망한 사람들의 대반전, 그 멋진 회복을 봅니다.
인생의 막장까지 이른 사람들은 동물적 감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때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음을!
왜냐하면 늘 온몸의 감각을 곤두세우고 그 때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광대하심에도 이렇게 작은이들의 고통까지 놓치지 않으시는 세심한 사랑!
그리고 그런 하나님 사랑을 발견하고 의지한 한나의 믿음이 놀랍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얼굴에 슬픈 기색을 띠지 않았다.”(삼상 1:18)
성전 제사 시대를 끝내신 예수님께서 열어주신 “새로운 살길”을(히브 10:20) 우리는 가야합니다.
우리의 눈을 흐리는 세상 가치, 그 성공주의에 한눈 팔지 말고(마가 13:2),
바닥까지 낮아져서 철저히 하나님께 맡길 수밖에 없었던 사람 한나처럼,
스스로 낮추고 온전히 주님만 의지하는 사람의 비장하고 당당한 얼굴로 그 길을 가야합니다.
바야흐로 추수의 계절입니다.
그리고 이제 곧 주의 재림을 기다리는 대림절이 코앞입니다.
추수감사절과 대림절은 모두 ‘마지막 심판의 때 준비’를 잊지 말라는 절기입니다.
이젠 더 나태하지 말고, 더 이상 죽을상 하지 말고,
밝고 당당한 한나의 얼굴빛으로 “새로운 살 길”을 걸어갑시다.(히브 10:20)
[나머지]
* 하나님께서 우리에게서 찾으실 추수열매는 돈이 아니라 생명이다.
[... 신명기 26:1-10절 말씀은 첫 열매 추수감사에 관한 말씀입니다. 여기 여러 감사고백이 나오는데, 주목할 것은, 추수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사의 언급이 없다는 점입니다. 풍성한 소출을 얻게 되어 감사하다는 말이 빠져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감사하게 되는 동기는 주로 얻은 소득과 밀접하게 연관되지 않던가요? 더구나 때가 추수의 계절이라면, 소산물을 얻었다는 사실이 가장 우선적인 감사의 이유가 되는 게 마땅할텐데 말입니다. 석연찮은 대목, 바로 여기가 핵심입니다. 이는 사람이 드려야 할 감사의 이유가 소출의 많고 적음, 돈벌이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하나님이 돌보시고 관심하시는 바는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 우리의 생명입니다. 소유에는 많고 적음의 기준이 적용되지만, 생명에는 ‘살아 있음’과 ‘죽음’의 잣대가 적용됩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소유가 많아지는 데에 있지 않고 생명이 풍성해지는 데에 있습니다. 생명력이 풍성하다는 것은 살아 있음에 대한 의식과 경외심으로 충만한 상태입니다. 이것이 감사의 이유가 소유에 있지 않고, 살아 있다는 사실에 있는 까닭입니다. 생명을 살게 하는 것은 소유가 아니라 선물입니다. 은혜입니다. 천체가 움직이고 계절이 바뀌며 대기와 물이 순환하면서 생명을 위한 터전을 제공합니다. 물과 바다가 식물을 내고 동물과 식물이 희생되어 먹혀줌으로써 생명을 유지시킵니다. 이런 것들은 생명 존속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선물들입니다. 우리는 살아있음을 의식함으로써, 생명에 필요한 선물들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 선물들은 생명을 향한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자비로 말미암은 것들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하나님께 감사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신명기 26장 본문은 이것을 가르쳐주시는 소중한 말씀입니다. 추수감사는, 소출이 많고 적음을 생각하는 마음으로는 결코 감사할 수 없습니다. ‘적다는 아쉬움’은 이미 진정으로 감사할 수 없는 상태이며, ‘많다는 만족감’은 자기 욕망에 도취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신비하고 고마운 사실은 ‘지금 여기에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행하시는 가장 큰 일이며, 놀라운 기적입니다.]
(「하늘양식」2012년 11월 18일, 팔미교회 정명성 목사)
[말씀동시] 예수님은 진짜 그리스도 (이진구 지음. 성실교회 중등부 1학년. 「성실문화」84호)
예수님은 우리들의 예언자
우리들의 생명의 빵
우리들의 참된 진리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예수님의 지혜
예수님은 진짜 그리스도
[말씀시조] 굉장한 성전모습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84호)
굉장한 성전모습 눈어두운 제자들아
돌위에 돌하나도 남김없이 무너지리
그때와 징조조차도 속지않게 살피길
[말씀한시] 보름달은 기울고 (오세종 지음. 「성실문화」84호)
滿月卽衰花終落(만월즉쇠화종락) 보름달을 기울고, 꽃잎은 진다
烏雲蔽天降雨必(오운폐천강우필) 먹구름이 일어나면 그날은 비가 온다
處處爭紛地震動(처처쟁분지진동) 곳곳에서 싸우고, 지진이 진동하니
覺醒傾圯大殿乭(각성경이대전돌) 성전 돌 무너지는 걸 미리 각성하라.
[말씀서예] 시편 113:6 (오세주 작품. 「성실문화」84호)
[말씀노래] 속지 말아라 (이정훈작사 이석훈작곡. 「성실문화」84호)
[본문] (마가복음 13:1-8)
[노랫말]
1절) 예수님 성전을 떠나가실때, 한제자 큰소리로 호들갑떠네
얼마나 굉장한 돌이옵니까, 참으로 대단한 건물입니다.
2절) 예수님 그에게 말씀하시네, 무거운 마음으로 말씀하시네
돌하나 남김없이 무너지리라, 이큰건물 완전히 무너지리라
3절) 감람산 제자들이 여쭈어보네, 이런일 때와징조 알려주소서
지진과 전쟁기근 떨지말아라, 가까예수 가짜복음 속지말아라
[해설]
마가복음 13:1-8절 말씀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7.5조로 다듬었고, 찬양사역자 이석훈 목사가 곡을 붙였다.
[악보] ‘속지 말아라’ (이정훈 작사, 이석훈 작곡)
[시편 송서(誦書)] 시편 113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84호)
(※ 천자문 독송, 즉 전래 자장가 풍으로)
1. 할--렐--루--야--, 여호와의-- 종들-아--,
찬--양--하--라--, 여호와-의- 이름을 찬양-하라-∼
2. 이제부터 영원까지 여호와의 이름을 찬송할지로다
3. 해 돋는 데에서부터 해 지는 데에까지 여호와의 이름이 찬양을 받으시리로다
4. 여--호--와--는--, 모든 나-라-보-다 높으-시며-,
그--의-- 영광-은--, 하늘보다-- 높으시도다-∼
5. 여호와 우리 하나님과 같은 이가 누구리요 높은 곳에 앉으셨으나
6. 스스로 낮추사 천지를 살피시고
7. 가난-한-- 자--를--, 먼지 더-미-에-서 일으키시며-,
궁핍-한-- 자--를--, 거름 더-미-에-서 들어- 세워-∼
8. 지도자들 곧 그의 백성의 지도자들과 함께 세우시며
[다함께]
9. 또-- 임-신-하지 못하던 여자-를, 집-에 살-게 하--사--,
자녀들을-- 즐겁게 하-는, 어머니-가- 되-게 하시는도다- 할렐∼루∿야∼∥
[말씀동화] 벚나무의 단풍일기
보슬보슬 보슬비가 내립니다.
며칠 째 늦가을 보슬비가 내립니다.
이슬비였다가 가랑비였다가 보슬비가 내립니다.
비에 젖은 낙엽은
휘리릭 찬바람에도 쉽사리 날아가지 않습니다.
울긋불긋 물든 늦가을 낙엽들이 빗물에 젖어 더 곱습니다.
가을단풍은 뭐니뭐니해도 단풍나무가 으뜸이라지만,
제 생각은 좀 달라요.
나무마다 개성이 있어서 나름대로 제 빛깔로 빛나는 법이거든요.
캐나다 국기 문양으로 유명한 단풍나무도 예쁘지만,
햇볕을 잘 받은 느티나무 단풍도 퍽 아름답습니다.
붉은 빛이라면 역시 담쟁이 단풍이 으뜸이고요.
울긋불긋 환한 가죽나무 단풍이랑 불그레한 화살나무 단풍도 은근히 예쁩니다,
샛노란 은행잎 단풍도 빼놓을 수 없겠죠?
그래도 단풍하면 뭐니뭐니해도 역시 벚나무 단풍이 제일 아니겠어요?
벚나무 이파리는 단풍나무 잎처럼 요란하지도 않고
느티나무 잎처럼 너무 날렵하지도 않고 너그러운 곡선미가 여유롭습니다.
벚나무 이파리가 가을빛을 받아 물들기 시작하면
한 이파리 안에 노르스름하고 불그스름한 빛이 동시에 어울리는 환상적인 빛깔을 연출하죠.
너스레가 너무 길었네요.
안녕들 하시죠? 저는 여러분의 벗, 벚나무예요.
저는 경기도 안산시 고잔역이랑 단원고등학교 사이에 있는 원고잔공원에 삽니다.
가까이에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이 있어서 제법 있어 보이는 집이죠.
저희 공원엔 매일매일 다양한 벗들이 찾아옵니다.
아침저녁 운동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고
춤 연습, 노래 연습하러 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보슬비가 왔습니다.
어떤 낯선 아저씨가 비를 맞으며 제 주변을 서성이더니
잔뜩 떨어진 낙엽을 줍기 시작합니다.
떨어진 낙엽을 밟지 않으려 까치발로 걸으면서
예쁜 단풍잎뿐 아니라 벌레 먹은 단풍까지 줍습니다.
가만히 보니까 빗물인지 눈물인지 아저씨 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리네요?
아저씨가 낙엽을 주우며 혼자 중얼거립니다.
“사랑하는 내 조카들,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유예은! 2학년 7반 안중근, 2학년 7반 양철민!”
다시 말없이 벚나무 단풍을 계속 줍습니다.
하나라도 밟지 않으려 애쓰면서 줍습니다.
“아름다운 나의 벗들아, 양평역 세월호 집회에서 너희를 평생 기억하기로 약속하고, 비망록 너희 이름 곁에 내 이름을 적었단다. 그리고 너희 이름을 내 가슴에 적었단다. 난 매일 아침 4시 16분에 일어나 기도하며 너희를 기억한단다.”
아저씨는 또 말없이 단풍을 계속 줍습니다.
빼곡하게 떨어진 낙엽 틈새를 골라
하나라도 밟지 않으려 까치발로 애쓰면서 낙엽을 줍습니다.
“빗물에 젖은 벚나무 단풍잎이 참 눈물 나게 곱구나. 얘들아 언제까지나 너희를 잊지 않으마.”
공원벤치에 앉아 성경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시는 분도 있어서
이제 저는 성경박사입니다.
가끔은 벤치에 앉아 라디오 음악이나 뉴스를 틀어놓는 분도 있어서
이제 저는 음악박사, 뉴스박사입니다.
뉴스를 들어보니 어제 큰 일이 벌어졌습니다.
프랑스에서 테러가 일어난 겁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천인공노할 일, 온 세상 나무들도 부르르 떨 만큼 무섭고 슬픈 일입니다.
어제 한국에서도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숨은 진범을 찾아내자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다고,
농민들과 노동자들, 빈민들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고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대회가 서울에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경찰이 불법으로 경찰차 차벽을 이중삼중으로 만듭니다.
살인적인 물대포를 쏘아대는 바람에 70세 농민이 쓰러집니다.
그 할아버지는 아직도 의식이 없어 뇌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천인공노할 일, 온 세상 나무들도 부르르 떨 만큼 무섭고 슬픈 일입니다.
이 뉴스를 들으며 하도 몸서리치는 바람에 저희 나무들은 모든 이파리가 다 떨어져버렸습니다.
땅 속에서도 뿌리와 뿌리들이 서로 얼크러설크러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습니다.
땅 속 뿌리와 뿌리들이 울면서 소리칩니다.
“때가 찼어! 꽉 찼어! 목구멍까지 꾸역꾸역 차올랐어!”
이파리를 다 떨구니 앙상합니다.
바람이 한번만 불어도 온몸이 춥습니다.
오늘따라 벗들이 그립습니다.
단풍잎 주우며 재잘거리며 놀던 예쁜 단원고 아이들이 그립습니다.
단원 김홍도 선생이 살아있다면 단풍보다 곱게 그렸을 아이들입니다.
세월호를 타고 떠나간 아이들은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앙상한 내 몸에 다시 파릇파릇 이파리가 돋아나는 봄이 오면 돌아올까요?
오래전 하늘나라로 돌아가신 예수님은 반드시 다시 돌아오신다고 했는데,
그때 단풍처럼 고운 우리 아이들도 다시 나를 찾아 돌아올까요?
매일매일 울며 밥도 안 먹던 한나가 밥을 먹기 시작합니다.
하나님과 굳은 약속을 하고 나서부터입니다.
다시는 얼굴에 울상을 짓지 않고 늠름하게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세월호따라 아이들을 보낸 엄마아빠들도 이젠 눈물을 거두고
한나처럼 당당해질 때입니다.
눈물을 씻고 세상을 둘러보면 여기저기 사무엘처럼 예쁜 우리 아이들이 보일 것입니다.
[이정훈 지음. 2015년 11월 15일 주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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