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복을 주신다”
[성서일과 4본문]
(룻 3:1-5, 4:13-17)
1. 시어머니 나오미가 룻에게 말하였다. "얘야, 네가 행복하게 살 만한 안락한 가정을, 내가 찾아보아야 하겠다.
2. 생각하여 보렴. 우리의 친족 가운데에 보아스라는 사람이 있지 아니하냐? 네가 요즈음 그 집 여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잘 들어 보아라. 오늘 밤에 그가 타작마당에서 보리를 까부를 것이다.
3. 너는 목욕을 하고, 향수를 바르고, 고운 옷으로 몸을 단장하고서, 타작마당으로 내려가거라. 그 사람이 먹고 마시기를 마칠 때까지, 너는 그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조심하여야 한다.
4. 그가 잠자리에 들 때에, 너는 그가 눕는 자리를 잘 보아 두었다가, 다가가서 그의 발치를 들치고 누워라. 그러면 그가 너의 할 일을 일러줄 것이다."
5. 룻이 시어머니에게 대답하였다. "어머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다 하겠습니다."
4:13. 보아스는 룻을 아내로 맞이하였다. 그 여인이 자기 아내가 되자, 그는 그 여인과 동침하였다. 주님께서 그 여인을 보살피시니, 그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았다.
14. 그러자 이웃 여인들이 나오미에게 말하였다. "주님께 찬양을 드립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이 집에 자손을 주셔서, 대가 끊어지지 않게 하셨습니다. 그의 이름이 이스라엘에서 늘 기리어지기를 바랍니다.
15. 시어머니를 사랑하는 며느리, 아들 일곱보다도 더 나은 며느리가 아기를 낳아 주었으니, 그 아기가 그대에게 생기를 되찾아 줄 것이며, 늘그막에 그대를 돌보아 줄 것입니다."
16. 나오미가 그 아기를 받아 자기 품에 안고 어머니 노릇을 하였다.
17. 이웃 여인들이 그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 주면서 "나오미가 아들을 보았다!" 하고 환호하였다. 그들은 그 아기의 이름을 오벳이라고 하였다. 그가 바로 이새의 아버지요, 다윗의 할아버지이다.
(시편 127)
1. 주님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집을 세우는 사람의 수고가 헛되며, 주님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된 일이다.
2. 일찍 일어나고 늦게 눕는 것, 먹고 살려고 애써 수고하는 모든 일이 헛된 일이다. 진실로 주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사람에게는 그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복을 주신다.
3. 자식은 주님께서 주신 선물이요, 태 안에 들어 있는 열매는, 주님이 주신 상급이다.
4. 젊어서 낳은 자식은 용사의 손에 쥐어 있는 화살과도 같으니,
5. 그런 화살이 화살통에 가득한 용사에게는 복이 있다. 그들은 성문에서 원수들과 담판할 때에,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할 것이다.
(히브리서 9:24-28)
24. 그리스도께서는 참 성소의 모형에 지나지 않는, 손으로 만든 성소에 들어가신 것이 아니라, 바로 하늘 성소 그 자체에 들어가셨습니다. 이제 그는 우리를 위하여 하나님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25. 대제사장은 해마다 짐승의 피를 가지고 성소에 들어가지만, 그리스도께서는 그 몸을 여러 번 바치실 필요가 없습니다.
26. 그리스도께서 그 몸을 여러 번 바치셔야 하였다면, 그는 창세 이래로 여러 번 고난을 받아야 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자기를 희생 제물로 드려서 죄를 없이하시기 위하여 시대의 종말에 단 한 번 나타나셨습니다.
27. 사람이 한 번 죽는 것은 정해진 일이요, 그 뒤에는 심판이 있습니다.
28. 이와 같이 그리스도께서도 많은 사람의 죄를 짊어지시려고, 단 한 번 자기 몸을 제물로 바치셨고, 두 번째로는 죄와는 상관없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타나셔서 구원하실 것입니다.
(마가복음 12:38-44)
38. 예수께서 가르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율법학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예복을 입고 다니기를 좋아하고,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39.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에 앉기를 좋아하고, 잔치에서는 윗자리에 앉기를 좋아한다.
40. 그들은 과부들의 가산을 삼키고, 남에게 보이려고 길게 기도한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더 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41. 예수께서 헌금함 맞은쪽에 앉아서, 무리가 어떻게 헌금함에 돈을 넣는가를 보고 계셨다. 많이 넣는 부자가 여럿 있었다.
42. 그런데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은 와서, 렙돈 두 닢 곧 한 고드란트를 넣었다.
43. 예수께서 제자들을 곁에 불러 놓고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헌금함에 돈을 넣은 사람들 가운데, 이 가난한 과부가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이 넣었다.
44. 모두 다 넉넉한 데서 얼마씩을 떼어 넣었지만, 이 과부는 가난한 가운데서 가진 것 모두 곧 자기 생활비 전부를 털어 넣었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의 <말씀기억의 끈>은, ‘주님께서 지키신다’입니다.
[즉, ①주님께서 우리를 지켜보신다, ②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일하신다]
구약, “주님께서 그 여인을 보살피시니”(룻 4:13)
시편, “주님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시편 127:1)
서신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타나셔서”(히브 9:28)
복음서, “이 가난한 과부가”(마가 12:43)
오늘 요절은, “그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복을 주신다”입니다.(시편 127:2)
[구약과 시편 (룻기 3:1-5, 4:13-17 / 시편 127)]
오늘 구약본문은, 룻이 보아스와 혼인하는 과정,
그리고 오벳이 태어나고 나오미의 품에 안기는 장면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두 여자를 보살피시는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이 가득합니다.
가장 불쌍했던 여자 나오미는 잃어버린 자신의 이름(‘기쁨’)을 회복하고,
불행을 무릅쓰고 의리를 지킨 여자 룻은 큰 사랑, 큰 복을 받습니다.
오늘 시편본문의 하반부는 아들을 낳은 룻, 그리고 나오미의 기쁨을 배가시킵니다.
중요한 알맹이는 이 모든 기쁨(“선물”, “열매”)을 주신 분은 “주님”이라는 사실입니다.(3)
주님께서는 우리 평생 모든 살림살이의 근원이십니다.
즉 주님은 내 신앙생활의 주인이실 뿐 아니라, 내 모든 살림살이의 주인이시라는 사실입니다.
내 가정, 내 나라를 세우시고 지키시는 분도 주님이십니다.(1)
잠도 안자면서 애써 일한다고 살림살이 문제의 근본이 풀리는 게 아닙니다.(2)
오히려 잠을 쿨쿨 자는 동안에도
주님께서 도우시면 문제가 술술 풀리고 살림살이가 살아납니다.(2)
아등바등 악착같이 일하는 게 사는 길이 아닙니다.
내가 사는 길, 우리가 잘 사는 길은 주님께서 지키시고 일하셔야 활짝 열립니다.
관건은 주님의 사랑입니다.
내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주님의 도우심을 바라며 온전히 그분께만 의지하는 것,
이게 바로 주님 사랑을 받는 열쇠입니다.
[서신서와 복음서 (히브리서 9:24-28 / 마가복음 12:38-44)]
오늘 서신서본문의 알맹이는, 주님의 십자가 사랑입니다.
그 사랑으로 우리가 구원을 받는 과정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의 죄를 짊어지시려고” 목숨 바친 그 사랑의 무게는
과연 얼마나 무겁고 뜨거울까요?
오늘 복음서본문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지켜보시는 장면입니다.
아주 폭넓게, 그리고 아주 깊숙하게 스캔하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종교인들의 겉치레와 탐욕스런 속을 다 드러내십니다.(38-40)
심지어 우리가 헌금하는 것까지 일일이 지켜보십니다.
좀 민망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 끝에서 사랑의 향기가 피어오르는 게 느껴집니다.
가난한 과부의 두 렙돈 헌금하는 마음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주님의 사랑이 그 과부를 향하십니다.
그 가난한 과부의 사랑을 보신 주님께서 이제 어떤 사랑의 일을 시작하실지
궁금하고 두근두근 기대됩니다.
[정리]
주님께 바치는 헌금이란, 주님 사랑을 느낀 사람의 응답입니다.
주님 사랑에 대한 응답으로서의 사랑의 표현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그 응답에 대해 주님께서 다시 응답하십니다.
주님의 응답이란 헌금 액수(또는 헌금 정성)에 대한 물질적 보상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주님의 사랑입니다.
(두 렙돈 바친 가난한 과부를 바라보시며 느끼시는 예수님의 감동 말입니다.)
그게 다고, 그거면 충분합니다.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바로 그걸 느끼며 헌금하는 사람은 복스러운 사람일 것입니다.
물질적인 복은 큰돈을 버는 데 있는 게 아닙니다.
얼마나 만족하며 살림을 사느냐에 있습니다.
나와 내 가정만 살리는 게 아니라, 약한 이웃까지 살리는 살림의 길이란
돈의 많고 적음에 달린 게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오늘 시편본문(1-2절)은 그 열쇠를 정확히 보여줍니다.
그 열쇠는 바로 ‘주님 사랑’입니다.
나는 얼마나 주님의 사랑을 감지하며 살고 있을까요?
그 사랑을 사랑(의지, 감사)하며 살고 있을까요?
지금 주님께서 우리 인생을 지켜보십니다.
우리 인생의 시시콜콜한 구석까지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계십니다.
그 매의 눈이 두렵기보다 사랑스러울 수 있는 인생은 복됩니다.
그런 사람에게 주님의 지켜보심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도 나를 지키시는 지팡이요
내가 자는 동안에도 나를 위해 일하시는 사랑의 호미입니다.
[나머지]
* 나를 송두리째 바치는 사랑
오늘 서신서 본문인 히브리서 9장 말씀의 알맹이는 이것입니다. 단 한 번에 송두리째 이루셨다는 것입니다. 마치 무협지에서 중원의 고수들 가운데 절세 고수 한 사람이 나타나, 여러 합을 겨룰 필요도 없이 단 일합에 중원을 평정한 것처럼, 더 할 필요 없이 오직 단 한 번에 온전히, 당신 몸을 십자가에 송두리째 바치심으로, 온 인류의 구원을, 다 이루셨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의 알맹이도 이것입니다. 단 한 번에 송두리째 바치는 과부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 과부의 헌금이 가장 크다고 하신 것이죠. 작고 작은 돈, 마침 동전이 두 개. 두 렙돈이었습니다. 딱 절반이라도 남겨두어 하루라도 더 연명할 길을 마련할 수 있었겠으나, 그 가난한 과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돌아갈 다리조차 불살라버리는 각오로, 오직 주님만 의지한다는, 이제부터 세상 그 무엇도 의지하지 않으리라는, 이제 남은 생명 순간순간을 오직 주님만 기억하며, 주님께만 매달려 살겠다는 선언입니다,
그래서 이 과부는 결코 불쌍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감히 우러러볼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이미 거룩하고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구약의 알맹이는 이것입니다. 시어머니를 위해 제 인생을 단번에, 송두리째 바친 가난한 과부 룻의 이야기입니다. 그러자 그 시어머니는 마치 하나님처럼, 한없이 며느리를 사랑합니다. 누군들 룻을 미워할 수 있겠습니까? 룻이라는 이름은 아름다운 (친구)라는 뜻입니다. 영적으로 참 아름다운 룻! 누구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의 상징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사람에게 그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복을 내리신다고 오늘 시편기자는 노래하고 있습니다. 제 아무리 애써 집을 짓고 새벽 일찍 일어나 돈 벌려고 수고해도 행복할 수 없다. 우리가 진정 행복하려면, 오직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 시편 127편의 알맹이입니다.
오늘 말씀의 알맹이는 바로,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행복을 위해 눈을 부릅뜨고 지키신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행복의 길은, 그렇게 하나님께 사랑받는 길이라는 가르침입니다. 마침내 룻은 시어머니 나오미의 인도에 따라 보아스와 재혼하여 오벳을 낳습니다. 그리고 그 오벳은 관습에 따라 시어머니의 양자처럼 자랍니다. 이방여인으로 태어나 제 인생을 외로운 시어머니를 위해 바친 룻, 자신의 첫 아기조차 시어머니께 바친 룻! 그 아기 오벳은 다윗의 할아버지이자, 먼 훗날 인류를 구원하실 예수님의 조상이 됩니다. 말하자면, 자신을 송두리째 바친 룻은 자신만 행복해진 것이 아니라 온 인류를 행복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원조입니다.
[말씀동시] 라면 물 (이선구 지음. 성실교회 고등부 2학년. 「성실문화」84호)
아무리 좋은 냄비에 가득 담긴 물이라도
끓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찌그러진 냄비 바닥에 찰랑이는 물이라도
끓고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라면도 못 끓이는데 많아봤자 어쩌겠는가?
[말씀시조] 욕심쟁이 율법학자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84호)
욕심쟁이 율법학자 조심하고 경계하라
돈욕심 권력욕심 한도끝도 없느니라
가난한 과부두렙돈 최고예물 이거늘
[말씀서예] 시편 127:2 (오세주 작품. 「성실문화」84호)
[말씀노래] (이정훈 작사, 이석훈 작곡. 「성실문화」84호)
[본문] (마가복음 12:38-44)
[노랫말]
1절) 과부들의 가산을 삼키는자들, 어리석은 율법학자 조심하여라
예복입고 인사받는 율법학자들, 윗자리만 좋아하다 심판받으리
2절) 가난한 과부의 두렙돈 헌금, 누구보다 더많은 두렙돈 헌금
가진것 모두바친 두렙돈 헌금, 가난한 과부는 칭찬받으리
[해설]
마가복음 12:38-44절 말씀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7.5조로 다듬었고, 찬양사역자 이석훈 목사가 곡을 붙였다.
[악보] ‘두 렙돈 헌금’ (이정훈 작사, 이석훈 작곡)
[시편 송서(誦書)] 시편 127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84호)
(* 천자문 독송, 즉 전래자장가 가락으로)
1.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
2.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
3. 보--라--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
4. 젊은 자의 자식은 장사의 수중의 화살 같으니
[다함께]
5. 이것이 그-의 화살-통에-, (화살통에--) 가득한 자는-,
복--되--도--다--, (복-되도-다 복되-도다-)∼,
그들-이-- 성문에서--, 그들의 원수와 담판할 때에-,
수치-를-- 당하-지--, (수치를 당하지) 아니하리∼로∿다∼∥
[말씀동화] 길몽이의 꿈이 쑥쑥 자라고 있어요!
옛날옛날 아주 오랜 옛날, 호랑이가 잠만 자면 신나는 꿈을 꾸던 시절 이야깁니다.
어느 마을에 길몽이라는 아이가 살았어요.
길몽이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태어났죠.
하도 가난해서 늘 하루 한 끼 간신히 먹고 살았지만,
불쌍한 거지가 찾아와 구걸을 하면 제 밥그릇에서 반을 뚝 잘라 나눠주었죠.
그뿐 아니었어요.
하루 종일 남의 집 장작을 패주고 늦은 저녁 품삯이랍시고 고구마 두 덩이 받아 오다가도
이웃집 할머니 댁에 슬쩍 들어가 툇마루에 고구마 한 덩이를 두고 오곤 했어요.
할머니는 혼자 사는 외롭고 가난한 할머니셨거든요.
그래서 길몽이는 늘 배가 고팠죠.
사실 배가 많이 고프면 밤에 잠도 잘 안 오는 법인데
그래도 길몽이는 베개만 베면 곧 잠이 들었어요.
하늘님께서 우리 착한 길몽이에게 잠 잘 자는 복을 주신 게 틀림없겠죠?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길몽이는 잠만 자면 늘 좋은 꿈을 꾸었답니다.
그건 밥 안 먹어도 배부른, 되게 신나는 꿈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밤 꿈에 길몽이가 과부가 되었어요.
과부란 남편이 죽고 혼자 사는 아줌마를 가리키는 말인데,
길몽이는 그중에서도 자식도 하나 없는 정말 외롭고 가난한 과부가 된 거였어요.
어라? 그런데 가만 보니까 길몽이에게 시어머니가 한 분 계시는데 시어머니도 과부시네?
어라라? 그런데 더 가만히 보니까 그 시어머니가 누구시냐 하면...
가난하고 외로우신 바로 길몽이네 이웃집 할머니셨어요.
꿈속에서 졸지에 길몽이의 시어머니가 되신 이웃집 할머니가 길몽이에게 말씀하십니다.
“얘 며늘아, 이제 난 내 고향으로 가서 살련다. 넌 여기 네 친정집에 남아서 부디 좋은 새 남편 만나 행복하게 살거라.”
며느리가 된 길몽이가 순간 고민을 했어요.
늘 고구마 절반만 드렸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하지?
어머니 고향이 되게 먼데, 절반만 따라가 드려도 될까? 그럴 수 있을까?
마침내 길몽이는 단단히 마음먹고 대답합니다.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전 끝까지 어머니 곁을 따르겠어요. 제가 죽을 때까지 어머니 곁을 지켜드리겠어요.”
효도라는 건 절반만 딱 잘라서 하는 게 참 어려웠어요.
며느리 길몽이는 결국 제 인생을 송두리째 다 바치고 만 거죠.
꿈속이지만 길몽이와 시어머니의 여행은 참으로 파란만장했습니다.
산 넘고 물 건너 광야를 건너 죽을 고비를 열두 고비나 넘기고 도착한 낯선 땅!
힘들면 힘들수록 길몽이는 더욱 더 시어머니 곁에 바짝 다가가 따뜻한 체온을 나눕니다.
그런데 아무리 배고파도 먹을거리는 끊임없이 나타납니다.
착한 농부 덕분에 이삭줍기도 마음껏 하고 혼인하여 예쁜 아기도 낳아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꿈에서 번쩍 깨어난 길몽이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켭니다.
대문 밖을 나와 보니 이웃집 할머니께서 길몽이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으십니다.
평소보다 두 배 세 배, 아니 열두 배나 더 환하게 행복해보이십니다.
또 어느 날 밤 꿈에 길몽이는 또 과부가 되었네요?
이번엔 시어머니조차 없는 외롭고 아주 가난한 과붑니다.
그런데 늘 배고프던 과부 길몽이가 오랜만에 맛있는 찹쌀밥을 먹게 되었어요.
기름이 번지르르 흐르고 단내가 자르르 흐르는, 약밥보다 더 맛있게 생긴 스페셜 찰밥입니다.
군침을 꿀꺽 삼키고 막 한 숟가락 뜨려는데 바깥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리네요.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죽지도 않고 살려면, 밥 한 그릇은 먹어야지∼ 밥 한 그릇을 먹으려고 각설이타령을 한다네∼ 어헐 씨구시구 들어간다, 한 푼 줍쇼∼♬”
무슨 저렇게 엉성한 각설이타령이 다 있담? 길몽이는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평소 같으면 제 밥그릇에서 절반을 뚝 잘라 나눠줬을 텐데
오늘따라 그냥 제 밥그릇을 다 줍니다.
이제 하루 종일 쫄쫄 굶을 텐데 그래도 송두리째 다 줘버립니다.
쫄쫄 굶주린 배를 움켜쥔 채 온종일 남의 집 청소해주고 고구마 두 덩어리를 얻어 옵니다.
신나게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디서 난데없는 종소리가 들리네요?
가만 들어보니 구세군 자선남비 종소립니다.
외롭고 가난하고 배고픈 과부 길몽이는 자선남비를 피해 멀찍이 돌아가다가 문득 멈춰섭니다.
우는 아기를 업고 엎드려 구걸하는 아줌마 거지를 만난 겁니다.
순간 눈을 감아버렸지만 아기 울음소리는 막을 길 없습니다.
눈을 뜬 순간 주르르 흘러내리는 아기엄마의 눈과 마주칩니다.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고구마 두 덩이를 두 손에 꼭 안겨주고 돌아섭니다.
“내가 사랑하는 길몽아!”
몇 발짝 떼었을 때 갑자기 뒤에서 길몽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네요?
문득 뒤돌아본 길몽이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맙니다.
거지 아줌마가 아기를 업고 길가에 엎드려 구걸하던 바로 그 자리에 십자가가 우뚝 서있는 겁니다.
십자가 위에는 아까 그 거지 아줌마가 달려 있습니다.
양손바닥에 못이 박혔음에도 그 고구마를 양 손에 한 덩이씩 잡고 있는
십자가에 달린 거지 아줌마가 말합니다.
“내 온 생명을 송두리째 길몽이 너를 위해 준다. 이 사랑을 너는 잊지 말거라. 너의 양식을 나에게 송두리째 다 준 그 사랑을 나는 잊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그 사랑 변치 말거라. 우리 사랑 흘러흘러 온 누리 가득 차고 넘칠 때, 잠을 자는 동안에도 너는 복을 받을 것이다.”
화들짝 놀라며 길몽이가 꿈에서 깨어납니다.
무슨 땀을 이렇게 많이 흘렸을까요?
그런데 몸은 아주 가뿐합니다.
하루 한 끼밖에 못 먹어도 몸에서 기운이 솟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동네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네요?
얼른 나와 보니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와서 길몽이네 집을 구경하는 중입니다.
가난한 오막살이집에 무슨 대단한 구경거리가 났나 했더니, 아뿔싸!
길몽이가 집 바로 곁에 심어둔 고구마 밭이 좀 많이 이상해 진 겁니다.
지난 6월에 이웃집 가난한 할머니께서 주신 고구마 줄거리 몇 개 묻어둔 게
통 이파리도 나지 않아서 죽은 줄 알았는데
하룻밤 사이에 무슨 자크의 콩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난 겁니다.
그런데 무슨 고구마가 저렇지?
고구마 줄기가 길몽이네 집 기둥을 타고 올라가
지붕위에 커다란 박이 열두 덩이나 열린 겁니다.
고구마 줄기에서 박이 열리다니?
그럼 땅 속 뿌리 고구마는 과연 얼마나 클까요? 맛은 어떨까요?
그나저나 저 둥그런 박을 타면 그 안에서 뭐가 나올까요?
길몽이 가슴이 두근두근, 온 동네 가슴도 두근두근 합니다.
[이정훈 지음. 2015년 11월 7일 토요일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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