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는 즐거운 노래를 부르게 하십니다”(시편 65:8)
[성서일과 4본문]
(요엘서 2:23-32)
23. 시온에 사는 사람들아, 주 너희의 하나님과 더불어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주님께서 너희를 변호하여 가을비를 내리셨다. 비를 흡족하게 내려주셨으니, 옛날처럼 가을비와 봄비를 내려 주셨다.
24. 이제 타작마당에는 곡식이 가득 쌓이고, 포도주와 올리브기름을 짜는 틀마다 포도주와 기름이 넘칠 것이다.
25. “메뚜기와 누리가 썰어 먹고 황충과 풀무치가 삼켜 버린 그 여러 해의 손해를, 내가 너희에게 보상해 주겠다. 그 엄청난 메뚜기 군대를 너희에게 보내어 공격하게 한 것은 바로 나다.
26. 이제 너희가 마음껏 먹고, 배부를 것이다.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의 하나님의 이름을 너희가 찬양할 것이다. 나의 백성이 다시는 수치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27. 이스라엘아, 이제 너희는 알게 될 것이다. 내가 너희 가운데 있다는 것과, 내가 주 너희의 하나님이라는 것과, 나 말고는 다른 신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의 백성이 다시는 수치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28. “그런 다음에, 내가 모든 사람에게 나의 영을 부어 주겠다. 너희의 아들딸은 예언을 하고, 노인들은 꿈을 꾸고, 젊은이들은 환상을 볼 것이다.
29. 그 때가 되면, 종들에게까지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나의 영을 부어 주겠다.
30. 그 날에 내가 하늘과 땅에 징조를 나타내겠다. 피와 불과 연기구름이 나타나고,
31. 해가 어두워지고 달이 핏빛 같이 붉어질 것이다. 끔찍스럽고 크나큰 주의 날이 오기 전에, 그런 일이 먼저 일어날 것이다.”
32. 그러나 주님의 이름을 불러 구원을 호소하는 사람은 다 구원을 받을 것이다. 시온 산 곧 예루살렘 안에는 피하여 살아남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주님께서 부르신 사람이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시편 65)
1. 하나님, 시온에서 주님을 찬양함이 마땅한 일이니, 우리가 주님께 한 서원을 지키렵니다.
2.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주님, 육신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주님께로 나아옵니다.
3. 저마다 지은 죄 감당하기에 너무 어려울 때에, 오직 주님만이 그 죄를 용서하여 주십니다.
4. 주님께서 택하시고 가까이 오게 하시어 주님의 뜰에 머물게 하신 그 사람은, 복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의 집, 주님의 거룩한 성전에서 온갖 좋은 복으로 만족하렵니다.
5.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 주님께서 그 놀라운 행적으로 정의를 세우시며, 우리에게 응답하여 주시므로 땅 끝까지, 먼 바다 끝까지, 모든 사람이 주님을 의지합니다.
6. 주님께서는 주님의 힘으로, 주님의 능력으로 허리에 띠를 동이시고 산들이 뿌리를 내리게 하셨습니다.
7. 주님께서는 바다의 노호와 파도 소리를 그치게 하시며, 민족들의 소요를 가라앉히셨습니다.
8. 땅 끝에 사는 사람들까지, 주님께서 보이신 징조를 보고, 두려워서 떱니다. 해 뜨는 곳과 해 지는 곳까지도, 주님께서는 즐거운 노래를 부르게 하십니다.
9. 주님께서 땅을 돌보시어, 땅에 물을 대주시고, 큰 풍년이 들게 해주십니다. 하나님께서 손수 놓으신 물길에, 물을 가득 채우시고, 오곡을 마련해 주시니, 이것은, 주님께서 이 땅에다가 그렇게 준비해 주신 것입니다.
10. 주님께서 또 밭이랑에 물을 넉넉히 대시고, 이랑 끝을 마무르시며, 밭을 단비로 적시며, 움 돋는 새싹에 복을 내려 주십니다.
11. 주님께서 큰 복을 내리시어, 한 해를 이렇듯 영광스럽게 꾸미시니, 주님께서 지나시는 자취마다, 기름이 뚝뚝 떨어집니다.
12. 그 기름이 광야의 목장에도 여울져 흐르고, 언덕들도 즐거워합니다.
13. 목장마다 양 떼로 뒤덮이고, 골짜기마다 오곡이 가득하니, 기쁨의 함성이 터져나오고, 즐거운 노랫소리 그치지 않습니다.
(디모데후서 4:6-8, 16-18)
6. 나는 이미 부어드리는 제물로 피를 흘릴 때가 되었고, 세상을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7. 나는 선한 싸움을 다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습니다.
8. 이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의로운 재판장이신 주님께서 그 날에 그것을 나에게 주실 것이며, 나에게만이 아니라 주님께서 나타나시기를 사모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주실 것입니다.
16. 내가 처음 나를 변론할 때에, 내 편에 서서 나를 도와 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모두 나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허물이 돌아가지 않기를 빕니다.
17. 주님께서 내 곁에 서셔서 나에게 힘을 주셨습니다. 그것은 나를 통하여 전도의 말씀이 완전히 전파되게 하시고, 모든 이방 사람이 그것을 들을 수 있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나를 사자의 입에서 건져내셨습니다.
18. 주님께서 나를 모든 악한 일에서 건져내시고, 또 구원하셔서 그분의 하늘나라에 들어가게 해 주실 것입니다. 그분께 영광이 영원무궁하도록 있기를 빕니다. 아멘.
(누가복음 18:9-14)
9. 스스로 의롭다고 확신하고 남을 멸시하는 몇몇 사람에게 예수께서는 이 비유를 말씀하셨다.
10.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다. 한 사람은 바리새파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세리였다.
11. 바리새파 사람은 서서, 혼자 말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는, 남의 것을 빼앗는 자나, 불의한 자나, 간음하는 자와 같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으며, 더구나 이 세리와는 같지 않습니다.
12.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내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
13. 그런데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우러러볼 엄두도 못 내고, 가슴을 치며 ‘아, 하나님,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14.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의롭다는 인정을 받고서 자기 집으로 내려간 사람은, 저 바리새파 사람이 아니라 이 세리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이어주는 끈은 ‘대자대비(大慈大悲)하신 하나님’입니다.
구약, “나의 백성이 다시는 수치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요엘서 2:26, 27)
시편, “저마다 지은 죄 감당하기에 너무 어려울 때에” (시편 65:3)
서신서, “그러나 그들에게 허물이 돌아가지 않기를 빕니다” (디모데후서 4:16)
복음서, “아, 하나님,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누가복음 18:13)
오늘 요절은, “주님께서는 즐거운 노래를 부르게 하십니다”입니다. (시편 65:8)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요엘서 2:23-32, 시편 65)]
오늘 구약본문의 소제목은 ‘하나님이 땅을 비옥하게 하시다, 주님께서 심판하시는 날’입니다.
요엘서의 대주제인 <주님의 날∼회개∼주님의 영>에 따라,
오늘 본문은 회개하고 주님의 영을 받는 구성입니다.
메뚜기 떼와 심한 가뭄 고통으로 백성은 <주님의 날>이 닥칠 것을 예감합니다.
그리고 회개합니다.
그러자 농사가 회복되고 주님과의 관계가 점점 더 회복되더니(26-27)
모든 이가(28) 주님의 영을 듬뿍 받을 지경에 이릅니다.
이제 백성은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마지막 날이 가까운 고난의 때에 주님의 이름을 부르고 구원받을 것입니다.(32)
(천하 만민이 그리될 것을, 이 본문에 근거하여 사도행전 2:38-39절이 확증합니다.)
이렇게 주님의 이름을 부르고(32), 주님 이름을 찬양할 수 있게 되는 것은(26)
우리를 향하신 큰 사랑 큰 슬픔,
하나님의 대자대비(大慈大悲)하심 때문입니다.
오늘 시편본문의 소제목은 ‘하나님이 기도에 응답하신다’입니다.
어떤 죄든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깨달은 시인은
“오직 주님만이 그 죄를 용서”하실 수 있는 분임을 선포합니다.(3)
“온갖 좋은 복”은(4) 개역개정에서 “아름다움”이라 번역했습니다.
주님의 집에서
제물을 풍성히 나누어 먹으며 사람들이 친교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느껴집니다.
오늘 시인은 하나님의 권능에 놀라고 또 놀랍니다.
주님의 창조와 구원은 경계를 넘어 모든 육체(2), 땅 끝 모든 사람(5, 8)에게 해당합니다.
그러니 “기쁨의 함성”이 터져 나옵니다.(13)
온 누리가 “즐거운 노래”를 부르고 또 부릅니다.(8, 13)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디모데후서 4:6-8, 16-18 / 누가복음 18:9-14)]
오늘 서신서본문의 소제목은 ‘마지막 부탁, 사사로운 부탁’입니다.
내 마지막 한 방울 피까지 모두 주님 제단에 바칠 만큼(6)
바울은 제자의 길, 믿음의 길을 완주하며 주의 재림을 기다립니다.(8)
끝까지 주님께 충성하며 죽어가는 노 사도는,
배신의 아픔조차 사랑으로 품습니다.(16)
그리고 일생의 소명을 끝까지 직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땅 끝 “모든 이방 사람”에게 “전도의 말씀이 완전히 전파”되도록
“주님께서 내 곁에 서셔서 나에게 힘을” 주고 계시니!(17)
오늘 복음서본문의 소제목은 ‘바리새인과 세리의 비유’입니다.
바리새인의 문제는, 그 종교적 열심과 업적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자비하심에 온전히 의지하지 못함입니다.(11-12)
자신의 노력과 업적이 아무리 커도 결코 채울 수 없는 ‘근원적 결핍’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금 하나님을 향해 기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나님은 안 보고 약자들만 바라보며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는데 만족할 뿐입니다.
그럴수록 하나님에 대해서는 눈 멀고,
사람에 대해서, 사람의 허물에 대해서만 눈이 밝아지니,
내 눈 안의 들보는 점점 자라,
결국 대자대비하신 하나님을 못 보고, 못 닮고,
그 은혜를 맛보지 못합니다.
지금 우리는 그 반대의 자리에 있는 세리를 주목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세리처럼
하나님의 대자대비하심만 바라며,
내 회개의 제목들을 하나하나 돌아볼 때입니다.(13)
(이상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 해설 일부 참조)
[정리]
오늘은 종교개혁주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구약과 시편, 그리고 서신서 본문들을 묵상하다보니,
나의 크고 작은 허물들이 도드라집니다.
하나님을 버리고 스승을 버리는 배신들이 먼 나라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오늘 본문들은 모두
그 큰 허물들은 쪼그라들고 용서의 기쁨이 점점 커지는 신비로 가득합니다.
회개하니 하나님의 영을 받게 되고,
구원받고(욜 2:32, 시 65:5, 딤후 4:18) 하늘나라에 듭니다.(딤후 4:18)
오늘 본문들은 한결같이
하나님의 창조와 구원에는 경계가 없음을 보여줍니다.
수천 년 전 구약시대조차 주님을 새로 발견한 예언자와 시인이 감동하고
이를 이어 사도바울이 땅 끝까지 전도합니다.
그리고 오늘 예수님께서 한 번 더, 도장 찍듯, 우리 눈을 열어주십니다.
돌아보면, 우리는 여전히 눈 닫히고 귀 닫힌 인생입니다.
성경을 펼치고도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성경을 들으면서도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들립니다.
하늘 뜻이 내 뜻과 달라도 온전히 깨달아진다는 나이,
나이 오십 지천명(知天命)을 넘기고, 이순(耳順)이 되었건만...
다시 나부터 돌아보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갑니다.
내 뿌리 깊은 탐욕과 교만을 직시하여 세리처럼 낮아져서
세리처럼, 오직 큰 사랑 큰 슬픔, 하나님의 크신 자비를 구할 때,
“에바다!” 나의 닫힌 귀와 닫힌 눈을 열어주실 것입니다.
눈이 열리면 보입니다.
주님의 영을 받아 꿈을 꾸듯, 환상을 보듯 볼 것입니다.(욜 2:28)
비록 지금 세리가 주님께 가까이 갈 엄두도 못 내고,
“하늘을 우러러볼 엄두도 못 내고”, “멀찍이 서서”(눅 18:13) 죄를 고백하고 있지만,
그가 누구보다 주님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내가 너희 가운데” 있으신 주님(욜 2:27),
우리를 “가까이 오게”하시는 주님(시 65:4),
“내 곁에 서셔서 나에게 힘주시는” 주님(딤후 4:17),
지금 세리 곁에 서 계시는 바로 그 주님이 환히 보일 것입니다.
이를 볼 수 있는 눈은 복됩니다.
그 입에서 “기쁨의 함성이 터져 나오고”,
“즐거운 노래”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시편 65:8, 13)
[나머지]
* 회개의 끝
구약본문 요엘서 2:32절의 “시온산”(예루살렘). 시편 65:4절의 “주님의 뜰, 주님의 거룩한 성전, 주님의 집”. 서신서본문 디모데후서 4:18절의 “그분의 하늘나라”는 무엇입니까? 크나큰 벌, 크나큰 비극을 통해, 크나큰 내 죄 인식을 통하여 회개한 사람들, 완전히 달라진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곳입니다.
** 자기를 낮추는 사람
크나큰 나의 허물을 깨달은 세리가 잔뜩 주눅이 들어 이렇게 기도합니다. 성전에서 멀찍이 서서 고개를 푹 숙이고 가슴을 치면서 하는 기도입니다. “아, 하나님,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예수님께서 이 모습을 가리켜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라 하신 것입니다. 물론 스스로 의롭다고 확신하고, 세리를 멸시하던 바리새파 사람은 “자기를 높이는 사람”입니다.(14) 그는 결국 “의롭다는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누가 18:14) 유진 피터슨은 『메시지』에서 이 부분을,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이루지 못했다고 번역했습니다.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어떻게 되었나요? 의롭다는 인정을 받고서 자기 집으로 내려갔습니다. 즉,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회복한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이 부분은, 성경을 읽고 따르는 우리 믿는 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알맹이입니다. 결코 흘리고 지나쳐서는 안 될 알맹이 중의 알맹이입니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그렇게 중요한, ‘자기를 낮추는 일’을 전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그게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나이 먹을수록 어렵습니다. 돈 많아질수록, 권력, 직급이 올라갈수록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홀쭉했을 때는 잠수해서 전복을 따기 쉬웠습니다. 그러나 나이 먹을수록 점점 살찌고 내 배 둘레에 바람주머니까지 하나 둘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부력(浮力) 때문에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물 속 깊이 잠수를 못합니다. 그러고 보니 부력(富力)이 바로 부력(浮力)이었습니다. 내가 커질수록 나 자신을 낮추지 못하게 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자기를 낮추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부력(浮力, 富力)을 없애면 되는 것입니다. 가진 것을 하나 둘씩 떼어내면 됩니다. 그런데 말이 쉽지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어려운 일입니다.
오늘 서신서본문인 디모데후서 4:8절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주님께서 나타나시기를 사모하는 모든 사람”말입니다.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린다고 하면서도, ‘조금만 더 있다 오시면 안 될까요?’ 이런 자들 많습니다. 어쩌면 나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지금 살만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쓰는 말이,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는 말이죠. 그러나 식민지 백성으로, 흑인 노예로, 지옥 같은 감옥에서 사는 이들이라면 다를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주님께서 나타나시기를” 그냥 기다리는 정도가 아니라, “사모하는” 것입니다. “그분의 하늘나라”(딤후 4:18), 즉 천국에 들어가기를 사모하는 것입니다. 반복하지만, 코딱지만 한 기득권조차 다 버릴 때, 그만큼 낮아질 때 비로소 주님 재림을 진심으로 사모하게 됩니다. 바울을 보십시오. “부어드리는 제물처럼 피를 흘릴” 지경까지... 아래로, 인생의 막장까지 내려가 있지 않습니까?(딤후 4:6)
때론 주님께서 나를 치셔서 낮추시기도 합니다. 가진 게 너무 많아서 주님만 의지하지 않고, 지금 나랑 가장 가까운 내 돈, 내 권력, 내 지식을 더 의지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예언자들을 보내셔서 언약을 기억나게 하십니다. 그러나 꽉 막힌 귓구멍에 그 말씀이 잘 들리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우리 몸을 치십니다. 몸이 아파야 비로소 몸속에 있는 기억장치가 발동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구약본문인 요엘서 2:25절의 “메뚜기 군대”나, 31절의 “끔찍스럽고 크나큰 주의 날”이 그 경우일 것입니다. 이는 크나큰 위기요 비극이지만, 이것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 몸에 배어있는 <돈벌이 관성>을 떼어낼 수 있는 기회 말입니다. 내 몸에 붙은 부력(浮力, 富力)을 떼어낼 수 있는 기회 말입니다. 그리하여 낮아지고 또 낮아질 수 있는 길이 여기 있다는 말입니다. 이 위기를 그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사람들의 종착역은 행복입니다. 작은 것 속에서도 신비로운 기쁨을 만끽하는 행복! 안빈낙도(安貧樂道) 할 수 있는 만족! 그래서 시편 65:4절의 “온갖 좋은 것을 누리는 큰 복”이란 결코 진수성찬, 흥청망청한 지경이 아닐 것입니다. 작고 작은 감옥 속 자그마한 우유갑 화분 안에서 기른 야생초로 김치를 만들어 먹는 행복!(황대권, 『야생초 편지』) 온갖 젓갈이 들어간 김장김치와 비교할 수 없지만, 그 작고 작은 김치 속에 깃든 숨은 맛을 느낄 수 있는 행복, 이런 행복의 경지까지 일컬은 노래일 것입니다. “온갖 좋은 것을 누리는 큰 복” 말입니다.
[말씀동시] 달맞이꽃 (이소현 지음. 성실교회 중등부. 「성실문화」100호)
해를 보며 자만하던 해바라기보다
차마 해를 올려다보기 두려워
해가 뜨지 않았을 때
자신의 죄를 회개하는 달맞이꽃이
하나님보시기에 좋았다
[말씀시조] 봄비와 가을비를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100호)
봄비와 가을비를 옛날처럼 내려주마
그리고 모든 이가 나의 영을 받으리라
주의 날 닥쳐오리니 주의 이름 부르라
[말씀서예] 요엘서 2:28, 29 (오요섭 작품. 「성실문화」100호)
[말씀노래] 자비를 베푸소서 (이정훈 작사, 이길승 작곡. 「성실문화」100호)
[본문] (누가 18:9-14)
[노랫말] 자비를 베푸소서
1. 하나님 하나님 자비를 베푸소서 / 하늘을 우러를 엄두도 못냅니다
이죄인 머리숙여 가슴칠 뿐이오니 / 아 하나님 이죄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2. 하나님 하나님 자비를 베푸소서 / 낮아지고 낮아지고 낮아지게 하옵소서
돈도 명예도 먹을거리도 낮추시고 / 아 하나님 이죄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해설]
본문말씀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찬양사역자이신 이길승 목사가 곡을 붙였다.
[악보] 자비를 베푸소서 (이정훈 작사, 이길승 작곡)
[시편 송서(誦書)] 시편 65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100호)
(※ 전래자장가 가락, 즉 천자문독송 가락으로)
1. 하나님이여 찬송이 시온에서 주를 기다리오며 사람이 서원을 주께 이행하리이다
2. 기도를 들으시는 주여 모든 육체가 주께 나아오리이다
3. 죄악이 나를 이겼사오니 우리의 허물을 주께서 사하시리이다
4. 주께-서-- 택하-시고-, 가까-이-- 오게- 하사-,
주-의 뜰에- 살게 하-신- 사람은, 복-이 (복-이) 있나-이다-∼
우리가 주의 집 곧 주의 성전의 아름다움으로 만족하리이다
5. 우리 구원의 하나님이시여 땅의 모든 끝과 먼 바다에 있는 자가 의지할 주께서 의를 따라 엄위하신 일로 우리에게 응답하시리이다
6. 주-는 주의 힘으로- 산-을- 세우시며-, 권능으로-- 띠를 띠-시-며--,
7. 바다의 설렘과 물결의 흔들림-과-, 만민의 소-요-까지 진정하-시- 나이다---∼
8. 땅 끝에 사는 자가 주의 징조를 두려워하나이다 주께서 아침 되는 것과 저녁 되는 것을 즐거워하게 하시며
9. 땅을 돌보사 물을 대어 심히 윤택하게 하시며 하나님의 강에 물이 가득하게 하시고 이같이 땅을 예비하신 후에 그들에게 곡식을 주시나이다
10. 주께서 밭고랑((에)) 물을- 넉넉히 대사-, ((그)) 이랑을 평-평-하게 하시-며--,
또-- 단비로 부드럽-게- 하시고, 그 싹에 복-을 주시나이다-∼
11. 주의 은택으로 한 해를 관 씌우시니 주의 길에는 기름 방울이 떨어지며
12. 들의 초장에도 떨어지니 작은 산들이 기쁨으로 띠를 띠었나이다
[다함께]
13. 초장은 양 떼로 옷- 입었고-, 골-짜-기는 곡식으-로- 덮였-으매-,
그들이- 다- 즐거이 외치-고--, (즐거이 외치고) 또- 노래하나∼이∿다∼∥
[말씀놀이]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100호)
신정절(왕국절) 10주-종교개혁주일, 2019년 10월 27일 주일 (성서일과 본문 낱말 맞추기)
요엘서 2:23-32, 시편 65, 디모데후서 4:6-8, 16-18, 누가복음 18:9-14
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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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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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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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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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
하 |
늘 |
나 |
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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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
광 |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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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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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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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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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
도 |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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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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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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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
바 |
리 |
새 |
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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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
식 |
가로열쇠
①4복음서 가운데서는 마태복음에만 나오는 표현으로 하나님께서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나라’와 비슷한 뜻으로 새긴다. 마태가 중심이 된 공동체가 경건한 유대인 출신의 그리스도인들이므로 ‘하나님’이라는 이름을 입에 담기 송구하여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추측한다.(마태복음에도 “하나님의 나라”라는 표현이 4차례 나온다) (디모데후서)
②구약성경에서 ○○은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무게와 명예, 힘과 권위를 주는 그 무엇을 뜻한다. 야훼의 ○○에 대해 말할 때는 하나님의 위엄이 눈에 보이게 드러나는, 즉 환히 빛나는 광채로 묘사한다. 신약성경에서 ○○은 하나님의 불멸의 생명을 가리키는데, 이 생명에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그리스도를 통한 교회도 참여한다.(시편, 디모데후서)
④성경시대 중요한 일상 음료였으며, 유월절 식사와 교회 식사의 중요한 음식물 중 하나였다. 구약시대에는 번제(燔祭)의 희생제물과 함께 하나님께 바쳐졌고, 신약시대에는 치유제(治癒劑)로 사용되기도 했다.(
⑤‘구별된 자’라는 뜻을 가진 유대교 종파 이름. 마카베오 전쟁(주전 160여년 경부터 시작) 이후부터 강한 종파로 대두되기 시작해서 주후 70년 경 예루살렘이 망한 뒤 가장 강력한 종파가 되었다. 율법, 십일조, 정결예법 등에 철저했다. 처음에는 평신도 운동이었으나 차차 서기관(율법학자) 계층과 긴밀히 연결되었다.(누가복음)
⑥양식이 되는 쌀, 보리, 콩, 밀, 조, 기장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요엘서)
세로열쇠
①만유의 창조주시며 구원자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성부, 성자, 성령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하느님이라고도 부른다. 천주교식으로 천주(天主) 즉 하늘의 주인, 즉 하늘님이 변해서 하느님이 된다. 그런데 ‘하늘’은 예전에 ‘하날(하ᄂᆞᆯ⟨한ᄋᆞᆯ=큰 알)’이라 불렀던 것에 비추어 하늘님보다 하날님, 즉 ○○○이 더 오랜 표현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천주교와 개신교가 함께 보기 위한 공동번역 성경은 ‘하느님’으로 통일했다. ○○○에는 ‘하늘’이란 느낌 외에도 ‘하나’를 뜻하는 느낌도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요엘서, 시편, 누가복음)
②사전적 용어로는, 텅 비고 아득하게 너른 들, 즉 개간되지 않은 황량한 벌판을 말한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주로 위대한 주의 종들이(예언자들이)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 연단을 받은 장소로 언급된다.(시편)
③제왕(帝王)의 정복(正服)에 갖추어 쓰던 관. 거죽은 검고 속은 붉으며, 위에는 긴 사각형의 판이 있고 판의 앞에는 오채(五彩)의 구슬꿰미를 늘어뜨린 것으로, 국가의 대제(大祭) 때나 왕의 즉위 때 썼다. 공동번역 성경은 ‘월계관’으로 번역했다. (참고로, 이사야서 62:3절의 경우는, 새번역에서는 ○○○으로, 개역개정과 공동번역 성경은 그냥 ‘관’으로 번역했다) (디모데후서)
⑤세금 징수의 일을 맡아보는 관리이다. 신약시대의 팔레스티나에서는 시장세나 국경 관세 등, 한 지역의 세금징수권을 임대했는데, 최고값을 부르는 자에게 임대했을 것이다. 임차인들은 그들 나름대로 다시 전차인들을 두었다. 이들도 일정한 금액을 바쳐야 했지만 관세는 자기 주머니에 쓸어 넣었다. 확정된 세율이 있었으나, 이 제도는 속임수를 쓰도록 유혹했다. 그래서 ○○들은 도둑이나 강도로 여겨졌다. 게다가 ○○들은 직업상 이교도(로마) 점령군을 섬기고 여러 이교도들과 숱하게 접촉했기 때문에 ‘부정한’ 사람들로 통했다. (*임대; 돈을 받고 자기 물건이나 권리를 남에게 빌려줌. *임차인; 임대차 계약에서, 돈을 내고 물건을 빌려 쓰는 사람, *전차인; 남의 것을 빌려 온 사람에게서 다시 빌리는 사람) (누가복음)
⑥종교나 치료, 또는 그 밖의 이유로 한동안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낱말. 이스라엘에서는 자기 죄나 다른 사람의 죗값을 치르려고 ○○했고, 슬픔 때문이나 기도를 뒷받침하려고 ○○했다. 보통 24시간 했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더 오래 했다. B.C. 587년 예루살렘이 파괴된 뒤로는 규칙적으로 ○○일을 정해 놓고 자기 죄를 고백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했다. 예수님 당시에는 매주 두 번씩 ○○하는 것이 경건한 사람들의 관습이었다. 유일하게 온 백성이 공식적으로 지켜야 할 ○○일은 속죄일이었다. 교회 지도자들은 선교사들을 보내기에 앞서(행 13:1-3), 장로들을 세우기에 앞서(행 14:23) ○○했다. 바울은 자기 훈련을 위해 ○○하기도 했다.(고후 6:5, 11:27). 참고로, 요나서 3:7절에는 니느웨 왕이 사람들과 가축들 모두 물도 마시지 않고 ○○하라 명하는 장면이 나온다.(누가복음)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대한성서공회), 「성경낱말사전」(성도출판사), 인터넷 사전 등을 참고하고 부분 인용했습니다.)
[말씀동화]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손오공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100호)
옛날옛날 한옛날에, 호랑이가 원숭이랑 팔씨름 하던 시절 이야기예요.
언제부턴가 손오공이 영화에 푹 빠지더니
이젠 사오정과도 저팔계랑도 안 놉니다.
물론 삼장법사랑도 안 놀죠.
하늘나라 아이들이랑 공기놀이보다도, 하늘나라 문지기들이랑 씨름놀이보다도,
하늘나라 선녀님들이랑 술래잡기보다도 영화가 더 좋습니다.
원래 옛날이야기라면 사족을 못 쓴다는 도깨비들보다도 더,
열두 배나 더 옛날이야기 좋아하는 게 손오공이었는데,
영화에는 재미난 옛날이야기가 한보따리 들어 있다는 걸 안거죠.
“영화는 역시 원숭이 영화가 최고지!”
그래서 손오공은 만화영화 「드레곤볼」을 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문득, 모든 물건을 크고 작게 만드는 캡슐을 갖고 싶어졌겠죠?
그래서 옥황상제한테 달려가서 그런 신통한 마법캡슐을 달라고 떼쓰며 조르다가
야단만 맞았습니다.
“네 여의봉이나 가지고 놀아라!”
손오공은 툴툴대면서 이번엔 「혹성탈출」을 보았는데,
침팬지가 주인공으로 되게 멋지게 나왔지만, 그보다는
순식간에 미래로 과거로 왔다갔다하는 시간여행이 무척 신기했어요.
그래서 또 옥황상제한테 가서, 구름마차 타고 시간여행 하게 해달라고 조르다가
또 야단맞습니다.
계속 야단만 맞아서 화가 난 손오공은 투덜거리며 다른 영화를 봅니다.
홧김에 히어로들이 나와서 치고받고 싸우는 끝장 싸움영화를 보는데,
어라? 앤트맨이 개미보다 더 작아지더니 과거로 미래로 막 시간여행을 하네?
손오공 눈이 반짝반짝 빛났겠죠?
손오공이 얼른 옥황상제를 찾아가서 또 조릅니다.
“옥황상제님, 이제 다시는 안 조를 테니 이 소원만 들어주세요. 제 여의봉만 작아지는 게 아니라 여의봉을 잡고 있는 저까지 따라서 작아지게 해주세요, 네?”
그렇게만 된다면 앤트맨처럼 한없이 작아져서
시간여행까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러나 역시 손오공은 옥황상제한테 야단만 맞았어요.
“네 여의봉이라도 크고 작게 만들 수 있는 걸 감사하거라!”
화가 난 손오공이 홧김에 여의봉을 여러 개 만들어버립니다.
제 털을 뽑아서 여러 마리 손오공을 만들 듯이,
여의봉 껍데기를 조금 벗겨서 훅 불어재끼니
수없이 많은 여의봉이 생기네?
그나저나 손오공은 웬 여의봉을 저리 많이 만든 걸까요?
아뿔싸! 뿔난 손오공이 작은 여의봉들을 온 세상에 뿌립니다.
여의봉들이 온 세상 사람들 눈으로 귀로 들어가네?
그러고 나서 손오공은 도술, 아니 심술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아무도 모르게 그 여의봉들이 살금살금 커지게 만드는 겁니다.
그 바람에 하늘나라는 난리 난리, 난리가 났습니다.
옥황상제가 아무리 멋진 말을 해도 사람들 귀에 들리지 않고,
선녀님들이 아무리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도 하나도 안 들립니다.
옥황상제가 손오공을 불러다가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요지부동입니다.
그때 시중드는 선녀의 소곤소곤 귓속말을 듣고
옥황상제가 벌인지 상인지 영화 두 편을 보여줍니다.
“네가 영화를 좋아한다지? 그래서 내가 특별히 좋은 영화 두 편을 보여주마. 이거 잘 보고 영화감상문을 정성껏 써내면 너의 죄를 용서해주고 상까지 주려는데, 어때 도전해보겠느냐?”
영화라면 사족을 못 쓰는 손오공이 그 제안을 덥석 물었겠죠?
손오공은 얼른 영화를 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제목이 너무 짧네?
하나는 「김군」, 다른 하나는 「김복동」입니다.
주인공이 원숭이도 아니고 내용도 무거워서 처음엔 시큰둥했는데
영화광 손오공은 점점 영화에 빠져듭니다.
두 영화를 내리 보는 내내 붉으락푸르락 하던 손오공이 마침내 소리칩니다.
“아니 세상에, 저런 새빨간 거짓말쟁이들이 있다니!”
두 영화를 다 보자마자 손오공은 씩씩거리며 분노의 감상문을 씁니다.
1980년 5.18 때 광주에서 숨진 김군의 행방을 찾는 영화 「김군」과,
일본군 성노예 위안부 할머니, 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니가 주인공인 영화 「김복동」에는
새빨간 거짓말쟁이들이 너무나 많이 등장하는 겁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손오공이 옥황상제께 감상문을 내며 외칩니다.
“제가 뭐랬어요. 제 말대로 했으면, 지금 얼른 시간여행을 해서, 예전 일의 진실을 금세 가려 알 수 있었을 거 아녜요?”
그러자 옥황상제 곁에 시중 들던 선녀가 한마디 합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네? 세상 사람들은 자기 욕심에 따라 보고 듣는 거 몰라요? 아무리 좋은 옥황상제님 말씀도, 자기 듣고 싶은 것만 들리는 게 사람 귀라니까? 게다가 그놈의 여의봉들 때문에 더 안 들리게 된 게 누구 탓인데?”
머쓱해진 손오공이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립니다.
“아무리 그래도 저런 거짓말쟁이들을 그냥 둬선 안 됩니다. 어서 저것들에게 천벌을 내리십시오!”
손오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옥황상제가 문득,
김복동할머니를 괴롭히는 섬나라의 마스코트인 원숭이 세 마리를 보여줍니다.
한 마리는 제 귀를 막고, 또 한 마리는 제 입을 막고,
나머지 한 마리는 제 눈을 막고 있습니다.
“선녀의 말대로, 온 세상이 점점 제 눈과 귀를 막고, 제 입까지 막고 산다. 거짓말에 귀를 막는 게 아니라, 진실에 귀를 막고 눈을 막고 입을 막는 것이다. 섬나라 일본뿐 아니라 온 세상 어느 나라나 다 그런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문득 손오공 얼굴이 빨개집니다.
혹시 여의봉들 때문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 겁니다.
바로 그때 옥황상제가 섬나라 곁에 있는 삼천리금수강산을 보여줍니다.
아무 효과음악이 없어도 영화보다 더 아름답고 화려한 나라,
바로 김군의 나라이고, 김복동의 나라입니다.
그 나라 어느 마을에 예배당이 보입니다.
그런데 어떤 공무원 한 사람이 예배당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바깥에 서서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혼자 자기 가슴을 치며 작지만 절절한 소리로 중얼거립니다.
“아, 하나님,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누가복음 18:13)
이 장면을 본 손오공의 눈이 순간 가늘어집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질문합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저 사람 분명히 부패공무원 같은데, 왜 회개하죠? 어떻게 저럴 수 있는 거죠? 이거 실환가요? 아니면 영화?”
옥황상제가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나도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은 정확히 모른다. 다만 저 부패공무원은 지금 분명히 하나님의 영을 받은 게 틀림없다. 그러지 않고서는 눈 막히고 귀 막힌 인생이 저렇게 하나님마음과 통할 수 없고, 자기 자신의 부끄러운 죄를 환히 볼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어리둥절하던 손오공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타임머신 타고 가서 진실을 보여줘도 탐욕 때문에 그걸 못 볼 사람들조차
두 눈과 두 귀는 물론, 마음의 눈, 마음의 귀까지 활짝 열어주는 하나님의 영!
그 하나님의 영이 무엇인지 무지무지 궁금해졌습니다.
어서 땅에 내려가서 성경책을 구해 읽고
하나님의 영에 대해 공부해야겠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영을 받아 놀랍게 변화하는 저 부패공무원을 주인공으로
멋진 영화를 한편 만들고 싶습니다.
“영화 주인공으로 누가 좋을까? 부패공무원 역할이라면 횡설수설 말도 안 통하는 사오정도 좋지만, 역시 저 탐욕스런 돼지 녀석 저팔계가 제격이겠지?”
그런데 손오공은 문득 그것이 궁금합니다.
“공부한다고 하나님의 영을 알 수 있을까? 그나저나 하나님의 영은 어떻게 받는 거지?”
[이정훈. 성실문화 100호 예배마당에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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