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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문화 응용하기/설교준비 일지

왕국절 제10주 (한정훈)

우리가

걸어야

할 길

 

 

 

 

 

예전에 심형래가 등장하는 ‘○○○’ 어린이 영화가 있었다. 평소에는 바보 같던 주인공이 긴박한 상황이 되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재주를 넘고, ‘짠’하고 세상을 구할 영웅으로 변신을 한다. 그런데 동네 강아지가 보고 있거나, 무심하게 하드를 빨고 있는 어린이가 보고 있어서 번번이 변신이 실패하는 장면을 신나게 웃으면서 봤던 기억이 있다. 우리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희망은 작은 것에서 무너진다. 어쩐지 던적스러운 그 자그마한 일들 때문에 우리는 우스꽝스럽게 되고, 하찮아진다. 우리를 더 절망적이게 하는 것은 코앞까지 닥쳐온 위기에 대한 긴장과 초조와 불안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도 연약한 시선에 하찮아진다는 사실이고, 거기서 우리가 웃음거리가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의 규모를 볼 때, 우리는 너무도 하찮아진다. 반면에 저 기세등등한 위기의 고함도 여전하다. 우리의 걸아야 할 길은 세상의 위기나 시시콜콜한 일상의 소란에도 흔들리지 않는 곳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그 길을 갈 때는 타인이 아니라 자신과 자신이 걸어야 할 길에다 시선을 맞추고 그 소란에서 벗어나야 된다.

 

시편 65: 1 - 13

하나님이여 찬송이 시온에서 주를 기다리오며 사람이 서원을 주께 이행하리이다 2 기도를 들으시는 주여 모든 육체가 주께 나아오리이다 3 죄악이 나를 이겼사오니 우리의 허물을 주께서 사하시리이다 4 주께서 택하시고 가까이 오게 하사 주의 뜰에 살게 하신 사람은 복이 있나이다 우리가 주의 집 곧 주의 성전의 아름다움으로 만족하리이다 5 우리 구원의 하나님이시여 땅의 모든 끝과 먼 바다에 있는 자가 의지할 주께서 의를 따라 엄위하신 일로 우리에게 응답하시리이다 6 주는 주의 힘으로 산을 세우시며 권능으로 띠를 띠시며 7 바다의 설렘과 물결의 흔들림과 만민의 소요까지 진정하시나이다 8 땅 끝에 사는 자가 주의 징조를 두려워하나이다 주께서 아침 되는 것과 저녁 되는 것을 즐거워하게 하시며 9 땅을 돌보사 물을 대어 심히 윤택하게 하시며 하나님의 강에 물이 가득하게 하시고 이같이 땅을 예비하신 후에 그들에게 곡식을 주시나이다 10 주께서 밭고랑에 물을 넉넉히 대사 그 이랑을 평평하게 하시며 또 단비로 부드럽게 하시고 그 싹에 복을 주시나이다 11 주의 은택으로 한 해를 관 씌우시니 주의 길에는 기름 방울이 떨어지며 12 들의 초장에도 떨어지니 작은 산들이 기쁨으로 띠를 띠었나이다 13 초장은 양 떼로 옷 입었고 골짜기는 곡식으로 덮였으매 그들이 다 즐거이 외치고 또 노래하나이다

 

우리가 주의 집 곧 주의 성전의 아름다움으로 만족하리이다(4, 개역개정), 우리는 주님의 집, 주님의 거룩한 성전에서 온갖 복으로 만족하렵니다(4, 새번역). 성전의 아름다움은 건물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예쁜 집이어서가 아니다. 희망의 성취가(2), 약속의 의지가(1), 용납의 신뢰가(3), 자신과의 화해가(3)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물건을 산다거나, 디자인이나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은 사실 큰 활력이 된다. 하지만 외적인 변화는 자원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가 없고, (내적인 변화도 어느 정도 마찬가지이지만) 식상함에 부딪쳐 더 큰 자극을 필요로 하게 돼 있다.

아침 되는 것과 저녁 되는 것을 즐거워하게 하시며(8, 개역개정), 해 뜨는 곳과 해 지는 곳까지도, 주님께서는 즐거운 노래를 부르게 하십니다(8, 새번역). 어째서 다윗은 아침과 저녁 되는 것을 주님이 주신 기쁨이라 노래했을까? 세상의 소동에도 요동하지 않는 세상을 보게 될 때, 일상은 참신한 생명력으로 물든다. 세상과 또 개인적인 소란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우렁찬 그 생명력의 기세, ‘나라꼴이 이 모양인데’도 새벽별이 얼마나 예쁜지, 단풍은 또 얼마나 곱게 물드는지 모른다.

 

요엘 2: 23 – 32

23 시온의 자녀들아 너희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로 말미암아 기뻐하며 즐거워할지어다 그가 너희를 위하여 비를 내리시되 이른 비를 너희에게 적당하게 주시리니 이른 비와 늦은 비가 예전과 같을 것이라 24 마당에는 밀이 가득하고 독에는 새 포도주와 기름이 넘치리로다 25 내가 전에 너희에게 보낸 큰 군대 곧 메뚜기와 느치와 황충과 팥중이가 먹은 햇수대로 너희에게 갚아 주리니 26 너희는 먹되 풍족히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행하신 너희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찬송할 것이라 내 백성이 영원히 수치를 당하지 아니하리로다 27 그런즉 내가 이스라엘 가운데에 있어 너희 하나님 여호와가 되고 다른 이가 없는 줄을 너희가 알 것이라 내 백성이 영원히 수치를 당하지 아니하리로다 28 그 후에 내가 내 영을 만민에게 부어 주리니 너희 자녀들이 장래 일을 말할 것이며 너희 늙은이는 꿈을 꾸며 너희 젊은이는 이상을 볼 것이며 29 그 때에 내가 또 내 영을 남종과 여종에게 부어 줄 것이며 30 내가 이적을 하늘과 땅에 베풀리니 곧 피와 불과 연기 기둥이라 31 여호와의 크고 두려운 날이 이르기 전에 해가 어두워지고 달이 핏빛 같이 변하려니와 32 누구든지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니 이는 나 여호와의 말대로 시온 산과 예루살렘에서 피할 자가 있을 것임이요 남은 자 중에 나 여호와의 부름을 받을 자가 있을 것임이니라

 

그가 너희를 위하여 비를 내리시되 이른 비를 너희에게 적당하게 주시리니 이른 비와 늦은 비가 예전과 같을 것이라(23, 개역개정), 주님께서 너희를 변호하여 가을비를 내리셨다. 비를 흡족하게 내려주셨으니, 옛날처럼 가을비와 봄비를 내려 주셨다(23, 새번역). 흉년이 지나 조화로움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사람의 바람과 역사의 응답이 서로 뜻이 맞고, 필요가 채워지며, 근심에서 벗어난다. 낮과 밤이 일정한 기간이 있는 것처럼 회복도 일정한 과정을 거친다. 햇수대로 갚아준다는 말은 회복도 충분하게 일어난다는 말이다(25).

영원한 수치는 없다(26). 인생은 끝나지 않는다. 실패가 없었다면? 그 혹독한 시절이 없었다면? 이 질문은 흡족한 대답을 마날 때가 아니라 흡족한 회복의 과정을 거치면서 만족한 대답을 얻는다. 그 날이 와야만 납득할 대답이 된다. 우리는 이 궁극적인 회복의 날을 소망한다. 그날이 와야 비로소 힘겨웠던 모든 삶, 전체의 의미가 확인되고, 치유가 된다. 그 날이 왔을 때, 젊은이가 미래를 보고, 이제 자신의 길을 마쳐야 될 때가 된 이들의 가슴에도 벅찬 희망이 들어오고, 그 희망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다음 세대에게 현실, 그러니까 현상 너머에 있는 숨어 있던 실재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세상의 시작은 곧, 모든 낡은 세력의 종말을 뜻하기도 한다. 헛된 이름과 또 그 이름을 부르던 낡은 삶과 결별해야 한다. 새 세상은 진실 된 전망이 현실에 와서 실재가 되는 일이기도 하고, 깨짐을 통해서 낡은 삶과 결별하는 순간 찾아오는 전망의 회복이기도 하다.


디모데후서 4: 6 - 8, 16 – 18

6 전제와 같이 내가 벌써 부어지고 나의 떠날 시각이 가까웠도다 7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8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 16 내가 처음 변명할 때에 나와 함께 한 자가 하나도 없고 다 나를 버렸으나 그들에게 허물을 돌리지 않기를 원하노라 17 주께서 내 곁에 서서 나에게 힘을 주심은 나로 말미암아 선포된 말씀이 온전히 전파되어 모든 이방인이 듣게 하려 하심이니 내가 사자의 입에서 건짐을 받았느니라 18 주께서 나를 모든 악한 일에서 건져내시고 또 그의 천국에 들어가도록 구원하시리니 그에게 영광이 세세무궁토록 있을지어다 아멘

 

떠날 때를 예감하는(6) 바울은 지킬 것을 지키고, 달려갈 길을 마쳤다고 고백한다(7). 그는 자신의 삶이 허무로 끝나지 않고, 하나님의 칭찬과 축복으로 끝날 것이라 확신하며, 자신의 삶이 하나님의 뜻 안에서, 하나님 안에 있는 사람 모두에게 의미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15).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걸어온 모든 길의 의미가 되살아나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이다. 홍순관의 노래 가운데 <바람의 말>이란 노래가 있다. “떨어진 밤송이가 삐죽 웃으며 인사를 하네. 제 살던 집을 떠나면서 바보처럼 웃고 있네. 정답게 살던 친구들, 함께 부르던 노래, 지는 노을과 텅 빈 들판 이제는 떠나야지. 가벼운 바람 불어와서 내게 전해 준 말.” 그리고 이 노래는 이렇게 마친다. “이 세상 떠날 때에 웃으며 가라네. 이 세상 떠날 때에 다 놓고 가라네.” 

은혜는 앞을 내다볼 때보다는 뒤를 돌아볼 때 주어지는 축복이다. 고은 시인의 시 가운데 <그 꽃>이라는 시가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 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우리 세대는 성장이데올로기를 모국어로 물려받았다. 이 언어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웃으며 인사하기’, ‘그 꽃 보기’는 불가능하다. 반성 혹은 성찰은 성장을 위한 자기계발 기술이 아니다. 웃으며 인사하는 법, 지나치지 않고 그 꽃을 보는 마음의 기술이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은 여유 있는 삶의 취향을 되살리는 일이 아니라 우리의 눈을 가리고, 귀를 가려 마음을 옹졸하게 하는 상투적인 삶에서 해방되는 일과 같다.

 

누가복음 18: 9 – 14

9 또 자기를 의롭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멸시하는 자들에게 이 비유로 말씀하시되 10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가니 하나는 바리새인이요 하나는 세리라 11 바리새인은 서서 따로 기도하여 이르되 하나님이여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12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또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나이다 하고 13 세리는 멀리 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다만 가슴을 치며 이르되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하였느니라 14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에 저 바리새인이 아니고 이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받고 그의 집으로 내려갔느니라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하시니라

 

너희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너희는 자기 자신보다 큰 존재가 될 것이다(14, 메시지). 삶에서 반성을 되살리는 일은 자신을 낮추는 일과 같다. 그런데 자신을 깔보고, 형편없게 소개하는 것과 스스로를 낮추는 것은 같지 않다. 오히려 정직하게 자신을 보고,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굴레를 대하는 마음에 거품을 빼는 일과 통한다. 바리새인은 세리를 배경으로 소비한다.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 세리를, 병풍처럼 둘러 세운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죄인이란 굴레를 씌어 자유하려고 한다. 그러나 세리는 자신에게 씌어진 굴레를 부인하지 않는다. 고개를 숙이고, 가슴을 치는 것은 제 힘으로 저항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인정하기 위해 다른 누구를 들러리로 세울 필요가 없다. 하나님께 회개하는 순간 누구누구의 탓으로 돌리거나, 누구누구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다른 이의 삶을 소비하지 않는다. 

간혹 삶에 어떤 동력을 얻기 위해 다른 이의 삶을 소비하는 경우가 있다. 장애우, 탈북자, 아프리카 어린이, 병자 등 연약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땔감 삼아 자신의 인생을 불태우려 할 때가 잦다. 비교에서 오는 추진력은 상당히 효과적이지만,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는 누가 더 낫고, 누구는 못 낫다고 생각하는 관념의 잣대가 있고, 그 잣대를 가지고서는 하나님께 가까이 갈 수가 없다. 하나님 앞에 바르게 서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닉 부이치치를 소비할 것인가, 얼마나 많은 이지선을 소비할 것인가? 다른 이의 삶을 소비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갈 때에만 정직하게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다.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은 세상의 요동,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란에서 자유로운 길이며, 충분한 회복으로 굳센 전망을 붙드는 길이고, 타인의 삶을 소비하지 않음으로써 막혔던 눈과 귀가 열리는 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리스도인은 그 길의 끝에서 주님을 만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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