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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절 3주(2020년 1월 26일 주일) 예배준비 노트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며(마태복음 4:23)

 

[성서일과 4본문]

(이사야서 9:1-4)

1. 어둠 속에서 고통받던 백성에게서 어둠이 걷힐 날이 온다. 옛적에는 주님께서 스불론 땅과 납달리 땅으로 멸시를 받게 버려두셨으나, 그 뒤로는 주님께서 서쪽 지중해로부터 요단 강 동쪽 지역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이방 사람이 살고 있는 갈릴리 지역까지, 이 모든 지역을 영화롭게 하실 것이다.

2. 어둠 속에서 헤매던 백성이 큰 빛을 보았고,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빛이 비쳤다.

3. “하나님, 주님께서 그들에게 큰 기쁨을 주셨고, 그들을 행복하게 하셨습니다. 사람들이 곡식을 거둘 때 기뻐하듯이, 그들이 주님 앞에서 기뻐하며, 군인들이 전리품을 나눌 때 즐거워하듯이, 그들이 주님 앞에서 즐거워합니다.

4. 주님께서 미디안을 치시던 날처럼, 그들을 내리누르던 멍에를 부수시고,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던 통나무와 압제자의 몽둥이를 꺾으셨기 때문입니다.

 

(시편 27:1, 4-9)

1. 주님이 나의 빛, 나의 구원이신데,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랴? 주님이 내 생명의 피난처이신데, 내가 누구를 무서워하랴?

4. 주님, 나에게 단 하나의 소원이 있습니다. 나는 오직 그 하나만 구하겠습니다. 그것은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살면서 주님의 자비로우신 모습을 보는 것과, 성전에서 주님과 의논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5. 재난의 날이 오면, 주님의 초막 속에 나를 숨겨 주시고, 주님의 장막 은밀한 곳에 나를 감추시며, 반석 위에 나를 올려서 높여 주실 것이니,

6. 그 때에 나는 나를 에워싼 저 원수들을 내려다보면서, 머리를 높이 치켜들겠다. 주님의 장막에서 환성을 올리며 제물을 바치고, 노래하며 주님을 찬양하겠다.

7. 내가 주님을 애타게 부를 때에, 들어 주십시오.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응답하여 주십시오.

8. 주님께서 나더러 내게 와서 예배하여라하셨을 때 주님, 내가 가서 예배하겠습니다하고 대답하였으니,

9. 주님의 얼굴을 내게 숨기지 말아 주십시오. 주님의 종에게 노하지 마십시오. 나를 물리치지 말아 주십시오. 주님은 나의 도움이십니다. 나를 버리지 마시고,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주님은 나를 구원하신 하나님이십니다.

 

(고린도전서 1:10-18)

10. 그런데, 형제자매 여러분,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권면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같은 말을 하며, 여러분 가운데 분열이 없도록 하며, 같은 마음과 같은 생각으로 뭉치십시오.

11. 나의 형제자매 여러분, 글로에의 집 사람들이 여러분의 소식을 전해 주어서 나는 여러분 가운데에 분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2. 다름이 아니라, 여러분은 저마다 말하기를 나는 바울 편이다”, “나는 아볼로 편이다”, “나는 게바 편이다”, “나는 그리스도 편이다한다고 합니다.

13. 그리스도께서 갈라지셨습니까? 바울이 여러분을 위하여 십자가에 달리기라도 했습니까? 또는, 여러분이 바울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습니까?

14. 내가 여러분 가운데에서 그리스보와 가이오 밖에는, 아무에게도 세례를 준 일이 없음을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15. 그러므로, 아무도 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고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16. 내가 스데바나 가족에게도 세례를 주었습니다마는, 그밖에는 다른 누구에게 세례를 주었는지 나는 모릅니다.

17. 그리스도께서는 세례를 주라고 나를 보내신 것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라고 보내셨습니다. 복음을 전하되, 말의 지혜로 하지 않게 하셨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헛되이 되지 않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18. 십자가의 말씀이 멸망할 자들에게는 어리석은 것이지만, 구원을 받는 사람인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마태복음 4:12-23)

12. 예수께서, 요한이 잡혔다고 하는 말을 들으시고, 갈릴리로 돌아가셨다.

13. 그리고 그는 나사렛을 떠나, 스불론과 납달리 지역 바닷가에 있는 가버나움으로 가서 사셨다.

14. 이것은 예언자 이사야를 시켜서 하신 말씀을 이루시려는 것이었다.

15. “스불론과 납달리 땅, 요단 강 건너편, 바다로 가는 길목, 이방 사람들의 갈릴리,

16. 어둠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고, 그늘진 죽음의 땅에 앉은 사람들에게 빛이 비치었다.”

17. 그 때부터 예수께서는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하고 선포하기 시작하셨다.

18. 예수께서 갈릴리 바닷가를 걸어가시다가, 두 형제, 베드로라는 시몬과 그와 형제간인 안드레가 그물을 던지고 있는 것을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19.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나는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로 삼겠다.”

20. 그들은 곧 그물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갔다.

21. 거기에서 조금 더 가시다가, 예수께서 다른 두 형제 곧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을 보셨다. 그들은 아버지 세베대와 함께 배에서 그물을 깁고 있었다. 예수께서 그들을 부르셨다.

22. 그들은 곧 배와 자기들의 아버지를 놓아두고, 예수를 따라갔다.

23. 예수께서 온 갈릴리를 두루 다니시면서,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며,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며, 백성 가운데서 모든 질병과 아픔을 고쳐 주셨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이어주는 끈은 복음의 빛입니다.

 

구약, “어둠 속에서 헤매던 백성이 큰 빛을 보았고” (이사야서 9:2)

시편, “주님이 나의 빛, 나의 구원이신데” (시편 27:1)

서신서, “복음을 전하라고 보내셨습니다” (고린도전서 1:17)

복음서, “어둠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고” (마태복음 4:16)

 

오늘 요절은,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며입니다. (마태복음 4:23)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이사야서 9:1-4, 시편 27:1, 4-9)]

오늘 구약본문소제목은 평강의 왕에 대한 약속입니다.

어둠 속에서 고통 받고 헤매는 백성이 큰 빛을 본다는 말씀에서(1,2)

사사기 7장의 기드온이 300용사로 미디안을 이긴 사건과,(4)

그리고 천지창조 첫째 날 사건이 떠오릅니다.(1:3)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하나님의 적극적인 역사(役事)라는 사실입니다.

 

어둠 속, 절망 속 백성에게 하나님께서 오셔서 일하신다는 사실,

이것은 복음, 빛나는 복음입니다.

 

오늘 시편본문소제목은 하나님과 사귀는 자의 기도입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임에도(1,5,12) 시인이 당당하게 노래할 수 있는 것은

늘 성전에서 주님과 사귀어온 든든한 경험 때문일 것입니다.

시인에게 성전은 안전한 피난처요, 암흑 속 등대 같은 빛나는 집이요,

구원의 약속으로 가득한 복음의 집입니다.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고린도전서 1:10-18 / 마태복음 4:12-23)]

오늘 서신서본문소제목은 고린도교회의 분열상입니다.

바울은 고린도교회가 분열된 이유나, 어느 분파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지 않고

모든 분열을 비판합니다.(10,13)

눈여겨 볼 것은, “그리스도의 십자가”(17), “십자가의 말씀”(18)

분열된 것을 하나 되게 하는 <복음의 알맹이>라는 사실입니다.

 

본문의 고린도교회 분열상과 십자가라는 대구가 불편한 것은,

고린도교회가 십자가 복음으로 세운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분열되었다는 아이러니한 현실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이것이 지금 우리 모든 교회의 현실이라는 사실이요,

그럴수록 십자가의 말씀,

그 빛나는 복음을 더욱 경청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소제목은 갈릴리 활동의 시작, 첫 제자들을 부르심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잡힌 뒤에 예수님께서 갈릴리로 가셔서,

요한이 예수님 길을 닦으며 외친 복음(3:2)을 다시 선포하십니다.(17)

 

마태복음 기자가 오늘 구약본문을 그대로 인용한 대목은

어둡던 갈릴리 지역이 예수님으로,

그 복음으로 빛나기 시작한다는 사실입니다.

 

유대문화에서 드물게 스승이 제자를 부르시고(19,21),

제자들은 마치 이미 제자였다는 듯이, 지체 없이 다 버리고 따릅니다.

어두운 현실에서 너무나 강렬한 초현실적인 빛을 본 것입니다.

 

예수님은 천국복음을 선포하고,

그 복음으로 삶이 변화하는 실제를 순식간에 맛보게 해주십니다.

백성들의 고통스런 질병을 치료하신 것입니다.

이어지는 5-7장에 복음선포를, 8-9장에는 질병치유를 자세히 소개합니다.

(이상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해설 일부 참조)

 

 

[정리]

주현절 3주에 주신 본문말씀들에

어두움, 두려움, 분열, 질병의 고통이 나오고

큰 빛, 기쁨, 십자가의 말씀, 천국복음, 치료가 연이어 나옵니다.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하듯이 모든 고통이 치료받습니다.

 

문득 이 모든 어둠, 두려움, 분열, 질병, 이 모든 고통의 뿌리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 뿌리가 소유, 소유에 대한 집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물질뿐 아니라, 명예, 권력, 지식, 재능, 관계,,, 모든 소유에 대한 집착입니다.)

 

소유가 많고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거기 집착하는 게 문제입니다.

복음은 나를 그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할 것입니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복음 4:17)

 

천국을 맛볼 수 있다면,

예수님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면,

복음을 제대로 듣고 깨달을 수 있다면

집착의 감옥에서 해방될 것입니다.

 

내 소유가 많건 적건 그 집착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것은

오늘 갈릴리 제자들이 그러했듯이, 오직 복음,

그분을 만날 때 가능합니다.

 

내 소유가 많고 적은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그분을 만났음에도 버리지 못하는 집착이 부끄러운 것입니다.

다른 말로, 아직도 소유, 그 집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은,

복음을, 그분을 못 만난 것입니다.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며, 백성 가운데서 모든 질병과 아픔을 고쳐 주셨다.”(23)

 

하늘나라의 복음이 점점 빛을 잃어가는 지금,

하늘나라의 기쁨이 점점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나날이 퇴색하는 천국에 대한 상상력을 회복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주님 만나기 전부터, 조금씩이라도 소유 집착 내려놓는 훈련과 더불어

먼저 지금 여기서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고통의 문제를 직시하고

거기서 예수님의 마음을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작은이의 고통을 슬퍼하는 자비(慈悲), 고쳐주려 애쓰시는 그 마음을!

 

 

 

[나머지]

 

* “큰 빛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9:2, 4:16)

주현절 3, 4본문을 통하여 그분께서 다시 우리에게 환하게 드러나십니다. 4본문의 알맹이 큰 빛이란 구체적으로 주님의 얼굴곧 예수 그리스도일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명을 받은 어부들이 모든 것을 버려두고 제자로 따라나서는 장면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있습니다. 바로 조국의 광복(光復)을 위해 가족을 등지는 광복군(光復軍)들입니다. 그분들이 가족을 등진 것은, 가족을 내팽개친 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진정 사랑하는 부모형제와 처자식들이 광복(光復)을 보고, 그 빛을 만끽하는 삶을 살 수 있게 하려는 결단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라나선 제자들이 부모와 가족들을 버려두었던 것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짧게는 로마 식민지 시대와 폭군 헤롯으로부터의 광복이요, 길게는 영혼구원, 즉 천국복음으로 천국주인이 되는 광복이었을 것입니다. 내 온 가족과 함께!

(예전에 올린 것을 다듬어 다시 올립니다)

 

 

 

 

 

[말씀동시] 예수님의 말씀 (김민서 지음. 세움교회 중등부. 성실문화101)

예수께서 말씀하셨지

회개하라고

 

갈릴리 바닷가를 거닐며

예수께서 말씀하셨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삼겠다고

 

예수께서 행하셨지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고

모든 질병과 아픔을 고쳐주셨지

 

예수님의 말씀,

우리가 믿고 따르지

 

 

 

 

[말씀시조] 글로에 사람 편에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101)

글로에 사람 편에 분쟁소식 들었노라

십자가 도를 따라 주님만 바라보라

고린도 형제자매여 한 몸으로 뭉치길

 

 

 

 

[말씀서예] 고린도전서 1:10 (오요섭 작품. 성실문화101)

 

 

 

 

[말씀노래] 시편 27(한평생 성전에서) (이정훈 작사, 이석훈 작곡. 성실문화101)

[본문] (시편 27:1, 4-9)

[노랫말]

1. 나의 빛 나의 구원 주님은 내 피난처, 주님과 동행하니 그 누가 두려우랴

내 소원 오직 하나 주님과 동고동락, 한평생 성전에서 주의 자비 보고지고

2. 재난이 닥쳐와도 주님 나를 숨기시네, 주의 초막 장막 안에 은밀히 감추시네

반석 위에 세우실 때 내 머리 높이 들리, 성전에서 예배하며 소리 높여 찬양하리

3. 나의 도움 나의 주여 응답해 주옵소서, 애타는 제 기도를 불쌍히 여기소서

거룩하신 주님 얼굴 숨기지 마옵시고, 애타는 예배자를 외면하지 마옵소서

 

[해설]

시편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찬양사역자이신 이석훈 목사가 곡을 붙였다.

 

[악보] 시편 27:1, 4-9(한평생 성전에서) (이정훈 작사, 이석훈 작곡)

 

 

 

[시편 송서(誦書)] 시편 27:1, 4-9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101)

(전래자장가 가락, 즉 천자문독송 가락으로)

 

1. 여호와는 나의 빛이요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요 여호와는 내 생명의 능력이시니 내가 누구를 무서워하리요

 

4. -여호와-- 바라는 한 가지, (한 가지-) - 그것을 구하-리니-,

-- 내가- 내 평-생에-, 여호와-- -에 살면---

여호와의-- 아름-다움-,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 성전-에서-, 사모하는-- 그것-이라-

 

5. 여호와께서 환난 날에 나를 그의 초막 속에 비밀히 지키시고 그의 장막 은밀한 곳에 나를 숨기시며 높은 바위 위에 두시리로다

6. 이제 내 머리가 나를 둘러싼 내 원수 위에 들리리니 내가 그의 장막에서 즐거운 제사를 드리겠고 노래하며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

 

7. 여호와-- 내가- 소리- 내어-, 부르짖-- -에 들으-시고-,

-한 나를- 긍휼---, (긍휼히) 여기사 응답하소서-

 

8. 너희는 내 얼굴을 찾으라 하실 때에 내가 마음으로 주께 말하되 여호와여 내가 주의 얼굴을 찾으리이다 하였나이다

 

[다함께]

9. -의 얼굴을 내게---, 숨기--- 마시---,

-의 종-을 노하---, (노하여) 버리지 마소---

---- 나의- 도움-, (도움-)-- 되셨나이다-,

-의 구원의 하나님--시여-, 나를 버리지- 마시고 떠나지 마∼∥

 

 

 

 

[말씀동화] 아기가 된 할머니

 

옛날옛날 한옛날에, 호랑이가 키 재려고 까치발 하던 시절 이야기예요.

 

새파란 하늘 위에 기럭기럭 기러기 떼 날아가고

이산 저산 풀도 나무도 쿨쿨 자는 호호 손 시린 한겨울이지만,

돌이네 거실에 사는 꽃 화분은

창 너머 따스한 해님 얼굴 마주보며 무럭무럭 잘도 자랍니다.

 

달마다 키를 재는 돌이가 함박 웃는 걸 보니

오늘도 키가 자라 신이난 거겠죠.

물만 먹어도 쑥쑥 크는 꽃나무처럼

고기반찬 없이도 돌이는 쑥쑥 잘도 자랍니다.

 

아무리 추운 동장군이어도

꽃 화분도, 돌이도, 모두모두 자라는 돌이네 집에서

무럭무럭 자라지 않는 건 딱 한 명, 할머니뿐입니다.

 

아기 땐 돌이 기저귀도 갈아주시고

유치원 때까지도 돌이랑 동화책 함께 읽고 노래도 함께 부르던

목소리 고운 할머니가

언제부턴가 노래도 안 부르고 동화책도 못 읽으시네?

 

가만 보니 할머니는 무럭무럭 자라기는커녕

반대로 점점 아기가 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했는데

어째 집안 분위기가 조용하네?

엄마가 방에서 훌쩍훌쩍 울고 있고

아빠는 어두운 표정으로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립니다.

 

얼른 할머니를 찾아 방으로 가보니

할머니는 아기처럼 색색 잠 들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평소랑 달라 보이네?

얼굴도 붓고 몸도 부은 것 같아 보입니다.

 

아빠에게 여쭤보니 한참 있다가 말씀하십니다.

아빠의 목소리가 저렇게 힘이 없는 건 처음입니다.

아빠가 집에 오셨을 때 엄마는 울고 있었고

할머니는 야단맞은 아이 표정으로 배가 잔뜩 불러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차고 있던 기저귀를 빼서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

야금야금 먹어버린 겁니다.

오줌을 빨아들이는 기저귀 재료들이

할머니 뱃속에서 무럭무럭 부푼 겁니다.

 

 

목사님이 심방 오셔서 기도해 주신 뒤에

할머니가 방에서 장난감 가지고 노시는 동안

목사님이 가족들에게 조용조용 따뜻하게 말씀해 주십니다.

 

치매를 책임지는 나라가 좋은 나라입니다. 그래야 식구들이 마음껏 일도 하고 공부도 하여 나라가 건강하게 자라거든요.”

 

엄마도 아빠도 돌이도,

목사님 말씀에 눈도 반짝 귀도 쫑긋 열심히 경청합니다.

가족들보다 훨씬 치매 노인들을 잘 보살필 수 있는 <치매노인의 집>을 세워

치매 노인마다 일일이 맞춤 영양식과 놀이와 음악까지 챙겨드려야 한답니다.

 

나라가 치매노인의 행복과 건강을 연구하는 전문기관도 만들고

전문 돌보미들도 많이 세울 충분한 돈도 준비해야 하고,

그뿐 아니라, 치매노인과 그 가족들에게 힘과 꿈을 주는

좋은 예술작품도 부지런히 만들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예수께서 온 갈릴리를 두루 다니시면서,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며,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며, 백성 가운데서 모든 질병과 아픔을 고쳐 주셨다.’(마태복음 4:23) 이 말씀 기억하시죠? 예수님께서 처음 천국 복음을 전하시면서 사람들의 모든 질병과 아픔을 고쳐주셨죠. 천국과 치료는 관련이 깊습니다. 우리 안에 천국의 상상력이 더욱 생생해 지려면, 예수님처럼 우리도 치매 같은 아픔을 고치는 일에 좀 더 애써야합니다.”

 

우리나라가 좋은 <치매노인의 집>을 세우는 좋은 나라가 되도록

교회가 앞장서서 촉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회도 치매노인들을 위해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사랑스런 기도문, , 노래, 동화, 연극, 그림을 그리고 지어

시시때때로 치매노인의 가족들과도 나누고,

치매노인의 집에도 가서 그것으로 예수님 사랑의 기운을 전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목사님은 돌이에게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할머니가 점점 아기처럼 작아지시는 건, 할머니가 가진 힘을 오랜 세월동안 가족들에게 하나하나 다 나눠주셨기 때문이란다. 우리 돌이가 이리 무럭무럭 자란 건, 밥만 먹어서가 아니고 할머니의 사랑을 먹었기 때문이겠지. 돌이가 아기일 때 할머니가 돌봐주셨듯이, 이제 할머니가 아기가 되셨으니 우리가 함께 돌보아 드리자.”

 

목사님이 아까 들려주신 성경말씀을 다시 읽어주시자

방에서 혼자 노시던 할머니가 문득 노래를 부르십니다.

돌이도 따라 부르고 엄마아빠도 함께 부르니,

쿨쿨 자던 할머니 사랑이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하고

저 푸른 하늘 날아가는 기러기 떼도 기럭기럭 장단을 맞춥니다.

 

[이정훈 지음. 2020124일 금요일 밤]

[* 영화 축제(임권택 감독, 이청준 원작)에 나온 치매 할머니와 손녀 은지 사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