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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문화 응용하기/설교준비 일지

부활절 제5주 | 부활절의 축복 (한정훈)

주보


20140517.pdf


부활절 제5

 

시편 31: 1-5, 15-16

여호와여 내가 주께 피하오니 나를 영원히 부끄럽게 하지 마시고 주의 공의로 나를 건지소서

내게 귀를 기울여 속히 건지시고 내게 견고한 바위와 구원하는 산성이 되소서

주는 나의 반석과 산성이시니 그러므로 주의 이름을 생각하셔서 나를 인도하시고 지도하소서

그들이 나를 위하여 비밀히 친 그물에서 빼내소서 주는 나의 산성이시니이다

내가 나의 영을 주의 손에 부탁하나이다 진리의 하나님 여호와여 나를 속량하셨나이다

15 나의 앞날이 주의 손에 있사오니 내 원수들과 나를 핍박하는 자들의 손에서 나를 건져 주소서

16 주의 얼굴을 주의 종에게 비추시고 주의 사랑하심으로 나를 구원하소서

 

사도행전 7: 55-60

55 스데반이 성령 충만하여 하늘을 우러러 주목하여 하나님의 영광과 및 예수께서 하나님 우편에 서신 것을 보고

56 말하되 보라 하늘이 열리고 인자가 하나님 우편에 서신 것을 보노라 한대

57 그들이 큰 소리를 지르며 귀를 막고 일제히 그에게 달려들어

58 성 밖으로 내치고 돌로 칠새 증인들이 옷을 벗어 사울이라 하는 청년의 발 앞에 두니라

59 그들이 돌로 스데반을 치니 스데반이 부르짖어 이르되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하고

60 무릎을 꿇고 크게 불러 이르되 주여 이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이 말을 하고 자니라

 

베드로전서 2: 2-10

갓난 아기들 같이 순전하고 신령한 젖을 사모하라 이는 그로 말미암아 너희로 구원에 이르도록 자라게 하려 함이라

너희가 주의 인자하심을 맛보았으면 그리하라

사람에게는 버린 바가 되었으나 하나님께는 택하심을 입은 보배로운 산 돌이신 예수께 나아가

너희도 산 돌 같이 신령한 집으로 세워지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실 신령한 제사를 드릴 거룩한 제사장이 될지니라

성경에 기록되었으되 보라 내가 택한 보배로운 모퉁잇돌을 시온에 두노니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하였으니

그러므로 믿는 너희에게는 보배이나 믿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건축자들이 버린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고

또한 부딪치는 돌과 걸려 넘어지게 하는 바위가 되었다 하였느니라 그들이 말씀을 순종하지 아니하므로 넘어지나니 이는 그들을 이렇게 정하신 것이라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

10 너희가 전에는 백성이 아니더니 이제는 하나님의 백성이요 전에는 긍휼을 얻지 못하였더니 이제는 긍휼을 얻은 자니라

 

요한복음 14: 1-14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일렀으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러 가노니

가서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너희가 아느니라

도마가 이르되 주여 주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우리가 알지 못하거늘 그 길을 어찌 알겠사옵나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너희가 나를 알았더라면 내 아버지도 알았으리로다 이제부터는 너희가 그를 알았고 또 보았느니라

빌립이 이르되 주여 아버지를 우리에게 보여 주옵소서 그리하면 족하겠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빌립아 내가 이렇게 오래 너희와 함께 있으되 네가 나를 알지 못하느냐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 어찌하여 아버지를 보이라 하느냐

10 내가 아버지 안에 거하고 아버지는 내 안에 계신 것을 네가 믿지 아니하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는 말은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셔서 그의 일을 하시는 것이라

11 내가 아버지 안에 거하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심을 믿으라 그렇지 못하겠거든 행하는 그 일로 말미암아 나를 믿으라

12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나를 믿는 자는 내가 하는 일을 그도 할 것이요 또한 그보다 큰 일도 하리니 이는 내가 아버지께로 감이라

13 너희가 내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든지 내가 행하리니 이는 아버지로 하여금 아들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으시게 하려 함이라

14 내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내게 구하면 내가 행하리라

 

부활절의 축복

 

오래된 씨앗

오래된 씨앗 이야기를 들었다자세한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어느 과학 잡지에 실린 기사를 라디오에서 소개하는 거로 기억한다나에게 별로 중요한 정보는 아니었지만오래된 씨앗 이야기가 던진 화두가 마음에 남았다. “그 씨앗에 생명이 있을까?” 이런 일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별문제가 아니겠지만나에게는 어려운 문제라서 씨앗 안에 생명이 있는지있다면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그러다가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심어보면 알 수 있다땅에 묻었는데 싹을 틔우는 것은 생명이 있는 씨앗이고그렇지 못하면 생명이 없는 씨앗일 거다.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님은 다시 살 수 있는 것은 생전에 그의 삶이 어떠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더욱이 주검으로 무덤에 묻힌 시체가 다시 산다는 것은 엄청난 대사건이다그러나 살 수 있다그것은 생전에 그의 삶이 어떠했는가에 달려 있다진정 생명 있는 삶을 살았던가아니면 숨만 쉬었지 죽은 삶을 살았다면 무덤 속의 부활은 있을 수 없다가라지와 알곡은 함께 살고 있다그러나 가라지는 죽은 삶이며 알곡만이 생명 있는 삶이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알곡은 땅에 묻혀도 다시 싹이 트지만 가라지는 시가 없다(권정생 <인간의 삶과 부활의 힘> “부활을 믿는 사람들” 70).

 

정신

예수 부활의 알짬은 초월적 능력이 아니라 예수의 삶이다오래된 씨앗에 생명이 있는지 없는지 의심하는 사람처럼 예수 당시의 사람들은 예수 안에 생명이 있는지 없는지 의심했다그래서 예수를 십자가에 달고땅에 묻었다생명의 예수는 죽음에서 묻히는 걸로 끝나지 않고싹을 틔웠다죽음에서 부활했다그리스도인은 생명이 껍데기에 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이고그렇게 예수의 부활도 믿는다그것은 예수의 삶이 죽음으로 가둘 수 없다는 사실에 동의하는 것이다어찌 보면 생명은 껍질을 벗을 때참모습이 드러난다예수의 부활은 예수 삶의 부활이다부활의 능력은 곧삶의 능력이다.

 

기독교인이 먼저 알고믿어야 할 것은 천국과 지옥이 아니라 예수의 삶과 죽음이다예수가 살아서 무슨 말 무슨 일을 했는지누구를 만났는지누구의 친구였고 누가 예수의 친구였는지무얼 먹고 무얼 입었는지가 우리의 주된 관심이어야 한다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삶에 관해서 묻는 일이 다시 껍데기를 묻는 일이 돼서는 안 된다무얼 입었는지 묻는 일은어느 상표무슨 색깔 옷을 입었느냐와 같은 가십 거리를 찾는 일이 아니다삶에 대한 관심은 삶에 담긴 생명 즉정신을 묻는 일이다예수가 무슨 정신으로 살았는지를 살펴야 한다.

 

기억

그리스도인은 죽어서 어떻게 되는지보다 살아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먼저 묻고삶에서 예수의 정신을 따르는 데 힘을 쏟아야 할 사람이다오늘 시편 31편을 보면시인은 나의 영을 주의 손에 부탁하나이다”(시 31: 5)라고 고백한다영혼을 주의 손에 부탁한다는 말은 이제껏 주님을 따랐으니 나를 기억해 달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하나님의 뜻대로 살려고 애쓴 사람만이 하나님께 영혼을 부탁할 수 있다누가복음은 예수도 이 말을 마지막으로 숨을 거두었다고 전한다(눅 23: 46). 오늘 복음서 본문에서 예수가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요 14: 2)라고 말한 것도 같은 이치이다.

 

돌아갈 곳이 있는지 없는지도 삶에 달려있다장례식에서 기도할 기회가 있으면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복된 사람입니다” 이 기도를 꼭 한다이것은 고인이 된 사랑하는 사람이 일생 무슨 믿음을 붙들고 살았는지 돌아볼 기회를 얻으려는 기도이며근본적으로는 남겨진 우리가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지 돌아보자는 기도이다그런데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으로 사는 사람이 많다이건 교회 다니고 안 다니고의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다왜냐하면신앙생활을 오래 해도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으로 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죽음은 삶을 기억한다절대 잊지 않는다.

 

수치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은 이 땅을 전부로 여기고 사는 사람이다이 땅에서 효력을 발휘하는 돈과 권력 그리고 인기에 매여서 사는 사람이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으로 사는 사람이다고향에 사는 사람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일은 없다만족하는 사람은 꿈꾸지 않는 법이다이런 사람의 특징은 아무 희생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타자에게 닫혀있다자기 계발은 있을 수 있지만자신을 남을 위한 밥으로 줄 수는 없는 사람이다자신의 꿈과 목표는 아주 꼼꼼하게 점검하고그걸 이루기 위해서 무진 애를 쓸 수 있지만자기 삶을 맡길 더 큰 주제에 대한 고민은 없다예수의 정신은 이런 삶을 미워한다.

 

이따금 살아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죽은 뒤에 그 가치를 인정받는 사람이 있다거기에는 예술가도 있고정치가도 있고말 그대로 보통 사람도 있는데그들은 새 시대에 호출됨으로써 역사에 의해 재평가받고자신이 속했던 분야에 영감을 불어넣는다소멸할 수 없는 의미가 그 삶을 다시 일으킨다이런 예는 다시 살아나는 삶이 꼭 생전에 칭송을 받거나 엄청난 업적을 남기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그리스도인은 살아서 인기나 권력을 얻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사람이 아니라 다시 살려낼 만한 가치가 없는 삶을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이다진실한 삶에 성실하지 못한 것이 수치이다.

 

희생

예수를 보는 것은 하나님을 보는 것이다(9). 그리스도인은 예수의 삶-또는 존재-에서 길을 발견하고진리를 알고생명을 얻는 사람이다(6). 예수는 또 나를 믿는 자는 내가 하는 일을 그도 할 것이요”(12)라고 말했다우리는 자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리니에 시선을 빼앗긴다승리주의나 헛된 능력주의의 거품을 걷어 내고이 말씀을 보면, “나를 믿는 사람은 나를 닮는다로 이 말씀을 새로 읽을 수 있다. “내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든지 내가 행하리니라는 말씀도 마찬가지이다(13). 무엇이든 이루어진다는 말씀에 마음을 빼앗기면 예수의 이름을 붙여도 될 일인지 고민하지 않게 된다.

 

기독교인이 되면수없는 혜택을 얻을 수 있다종교적인 수사를 빼고인문학적인 통찰로도 얼마든지 제도적 종교로서 기독교가 가진 유익을 설명할 수 있다간디는 희생 없는 종교를 지적했다혜택에 집중하면 부끄러운 삶을 살게 된다결국이 이야기를 하려는 건데세월호 참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끝내 기억하고자신의 몫을 찾아야 한다희생이 없는 사람은 자신과 자신이 사는 세상의 아픔을 분리한다이런 삶의 방식을 지속하면 자신 이외의 것에 집중할 수 없고자신의 감정 이외의 모든 외부에 닫혀 있으므로 고립된 삶을 살게 된다엠마뉘엘 수녀는 자신이 지옥이라 했다.

 

부활절의 축복

타인이 없는 삶은 감옥과 다름없다자기라는 감옥에 사는 수감자에게는 구원은 없고끝내 부활도 없다. “나의 영을 주의 손에 부탁하나이다” 말했던 예수의 삶은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이고하나님은 이런 삶을 진실하다 여기시고다시 살리신다하나님은 삶이 죽음을 결정한다는 진실에 성실하시다세월의 침몰을 두고 모두의 책임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모두의 책임은 아무의 책임도 아니다반드시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있다다만 우리는 남겨진 자의 책임을 져야 한다남겨진 자의 몫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정직과 상식으로 감당하는 것이다.

 

내일은 5·18민주화운동이 34주년이 되는 날이다광주에서 보내는 두 번째 5월 18일이다여러분은 여기에서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을 살았다크고 작은 지역감정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그동안 여러분이 직접 겪은 일을 나도 들어서 안다세월호 참사 이후에 그리스도인으로서 공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하나님이 이 어그러진 세상을 바로잡기 원하신다면거기에 응답하길 바란다세상의 아픔이 교회에서 다뤄져야 한다그래서 나만 생각하고 사려는 마음이 부끄럽게 되는 장소가 돼야 한다그래야 부활에 참여할 수 있다세월의 슬픔이 세대의 아픔을 몸으로 기억하고남겨진 자의 몫의 부담으로 불편한 부활절 되기를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