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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제1주 | 나는 말씀으로 산다 (한정훈)

한, 정훈 2014. 3. 11. 08:06

사순절 제1

 

시편 32: 1 - 11

허물의 사함을 받고 자신의 죄가 가려진 자는 복이 있도다

마음에 간사함이 없고 여호와께 정죄를 당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내가 입을 열지 아니할 때에 종일 신음하므로 내 뼈가 쇠하였도다

주의 손이 주야로 나를 누르시오니 내 진액이 빠져서 여름 가뭄에 마름 같이 되었나이다 셀라

내가 이르기를 내 허물을 여호와께 자복하리라 하고 주께 내 죄를 아뢰고 내 죄악을 숨기지 아니하였더니 곧 주께서 내 죄악을 사하셨나이다 셀라

이로 말미암아 모든 경건한 자는 주를 만날 기회를 얻어서 주께 기도할지라 진실로 홍수가 범람할지라도 그에게 미치지 못하리이다

주는 나의 은신처이오니 환난에서 나를 보호하시고 구원의 노래로 나를 두르시리이다 셀라

내가 네 갈 길을 가르쳐 보이고 너를 주목하여 훈계하리로다

너희는 무지한 말이나 노새 같이 되지 말지어다 그것들은 재갈과 굴레로 단속하지 아니하면 너희에게 가까이 가지 아니하리로다

10 악인에게는 많은 슬픔이 있으나 여호와를 신뢰하는 자에게는 인자하심이 두르리로다

11 너희 의인들아 여호와를 기뻐하며 즐거워할지어다 마음이 정직한 너희들아 다 즐거이 외칠지어다

 

창세기 2: 15 – 17, 3: 1 - 7

15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 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시고

16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이르시되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17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

그런데 뱀은 여호와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하니라 뱀이 여자에게 물어 이르되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

여자가 뱀에게 말하되 동산 나무의 열매를 우리가 먹을 수 있으나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는 하나님의 말씀에 너희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너희가 죽을까 하노라 하셨느니라

뱀이 여자에게 이르되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열매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로 삼았더라

 

로마서 5: 12 – 19

12 그러므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들어왔나니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으므로 사망이 모든 사람에게 이르렀느니라

13 죄가 율법 있기 전에도 세상에 있었으나 율법이 없었을 때에는 죄를 죄로 여기지 아니하였느니라

14 그러나 아담으로부터 모세까지 아담의 범죄와 같은 죄를 짓지 아니한 자들까지도 사망이 왕 노릇 하였나니 아담은 오실 자의 모형이라

15 그러나 이 은사는 그 범죄와 같지 아니하니 곧 한 사람의 범죄를 인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은즉 더욱 하나님의 은혜와 또한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말미암은 선물은 많은 사람에게 넘쳤느니라

16 또 이 선물은 범죄한 한 사람으로 말미암은 것과 같지 아니하니 심판은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정죄에 이르렀으나 은사는 많은 범죄로 말미암아 의롭다 하심에 이름이니라

17 한 사람의 범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그 한 사람을 통하여 왕 노릇 하였은즉 더욱 은혜와 의의 선물을 넘치게 받는 자들은 한 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생명 안에서 왕 노릇 하리로다

18 그런즉 한 범죄로 많은 사람이 정죄에 이른 것 같이 한 의로운 행위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받아 생명에 이르렀느니라

19 한 사람이 순종하지 아니함으로 많은 사람이 죄인 된 것 같이 한 사람이 순종하심으로 많은 사람이 의인이 되리라

 

마태복음 4: 1 – 11

그 때에 예수께서 성령에게 이끌리어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러 광야로 가사

사십 일을 밤낮으로 금식하신 후에 주리신지라

시험하는 자가 예수께 나아와서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명하여 이 돌들로 떡덩이가 되게 하라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기록되었으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 하시니

이에 마귀가 예수를 거룩한 성으로 데려다가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뛰어내리라 기록되었으되 그가 너를 위하여 그의 사자들을 명하시리니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들어 발이 돌에 부딪치지 않게 하리로다 하였느니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또 기록되었으되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 하였느니라 하시니

마귀가 또 그를 데리고 지극히 높은 산으로 가서 천하 만국과 그 영광을 보여

이르되 만일 내게 엎드려 경배하면 이 모든 것을 네게 주리라

10 이에 예수께서 말씀하시되 사탄아 물러가라 기록되었으되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 하였느니라

11 이에 마귀는 예수를 떠나고 천사들이 나아와서 수종드니라

 

나는 말씀으로 산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사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게 뭔가공기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친구부모연인선생님 또는 희망이나 사랑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거다다 필요하다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것이 없다그러나 현실을 알면 생의 조건을 묻기가 망설여진다귀에 들리는 살아가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의 소식생의 무게를 견디기 어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실은 가해자의 탈을 뒤집어쓴 피해자가 아닌지.

 

죽음의 무게를 떨치고생의 조건을 묻기가 이리도 어려운지. “산다는 게 뭔가?” 목구멍에 걸린 가시 같은 이 물음을 김치를 얹은 밥 한술로 억지로 떠넘기듯이 꾹꾹 누르고 난 뒤에다시 묻는다성경은 사람이 무엇으로 산다고 말하는가예수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산다고 했다(마태복음 4: 4).

 

인간의 모순

건강한 관계는 요구하는 관계다이때 말하는 요구는 착취를 뜻하지 않는다하나님은 사람에게 무작정 베풀기만 하지 않는다하나님은 요구하신다경작하고지키라고 하셨다그리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절대로 먹지 말라고 하셨다무엇이든지 괜찮다는 사랑이 아니다모든 문장에는 마침표가 있다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는 시한폭탄이다한계 없이 성장하는 세포는 암세포이다뭐든지 다 할 수는 없다어떤 일은 하지 말아야 하고어느 순간에는 멈춰 서고마쳐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멈추지 못했다인간은 선악과를 따먹었다술이 술을 먹는다는 말이 있는데어떤 열매는 삼키면반드시 저 자신을 삼킨다인간은 자기 파멸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몰아갈 수 있다인간에게는 이런 자유가 있다살기 위해 욕망하는철저히 생을 지향하는 인간 내면에는 논리로 이해되지 않는생의 의지로 길들일 수 없는 어두운 욕망도 있다기독교는 이 어둠의 욕망을 원죄라 한다어찌 보면인간은 존재하기 위한 욕망과 소멸하기 위한 욕망을 동시에 가진 모순적인 존재이다.

 

사회(세상)의 모순

개인의 경우가 이렇다면사회는 어떠한가많은 사람이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가 마침표를 뗀 문장과 같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잘 살아보자는 비전은 그 자체로 악이 아니고경쟁 역시 그 자체로 악이 아니지만우리 사회가 도를 넘었다는 사실을 눈이 밝은 사람은 이미 알고 있다우리가 사는 세상은 낮이 아니라 밤이다왜냐하면늘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이웃인지 적인지 구분하지 못할 만큼 어둡기 때문이다.

 

희망을 배우고우정을 배워야 할 나이의 학생들이 온종일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미래를 두려움으로친구를 적으로 대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살아남기 위한 젊은이들은 스펙 쌓기에 몰두하면서 청춘이라는 선물을 착취당하고 있다요 며칠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이 끊이질 않고 있다여신의 사생활에는 그토록 관심을 보이면서정작 생과 사를 넘나드는 이웃의 생활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놔두면 알아서 잘 될 거라는 생각은 순진한 만큼 폭력적이다고삐가 풀려 날뛸 때에는 힘과 요령으로 붙잡아 두어야 한다.

 

생명의 한 사람

개인과 사회를 파멸로 몰아가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세워야 한다지난해 <설국열차>란 영화가 개봉됐다멈추지 않고 달리는 열차 안에는 열차 밖에도 삶이 가능하다는 상상력이 존재했지만열차의 정신은 그 상상력을 통제한다그 상상력이 녹아 있는 몸을 지배하려 하고숨통을 조인다지금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누리는 이 자원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그래서 다른 삶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을 제거하려고 한다.

 

한 사람을 통해 죄가 들어왔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또 한 사람을 통해 살 길이 열렸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실존적인 인간의 처지를 꿰뚫는 통찰은 아닐까자신이 선택한 그 돌이킬 수 없는 책임에서 인간은 날마다 허덕인다또 자신이 몸담은 사회의 굴레에 숨이 막힌다생의 열망과 사의 열망을 동시에 지닌 모순의 인간과 생을 착취하면서 살 길을 열어가는 모순의 사회에는 구원을 여는 생명의 몸이 간절하다다른 삶의 가능성이 될 선물인 몸모두가 아니오할 때, ‘가 되는 생명의 길선물인 몸그것이 예수이다.

 

예수는 몸으로 삶의 가능성이 되셨다그리스도인은 예수의 생애와 죽음 그리고 부활에서 모두에게 열린 구원의 길을 발견한다예수의 공생애에는 생명이 어떻게 이 세상을 돌파해 가는지사망의 권세가 어떻게 무력화되는지 그 신비가 담겨 있다예수가 광야에서 시험받는 사건의 기록은 그 신비의 알짬이 무엇인지 또렷이 드러낸다그리스도인이 예수에게서 발견하는 구원의 길이 어떤 도전과 직면해있는지또 그것을 무엇으로 무력화시키는지 광야에서의 시험이 말해준다.

 

세 가지 시험

간단히만 살펴보자예수는 세 가지 시험을 받는다첫째돌을 떡으로 만들라는 유혹이다둘째높은 데서 뛰어내리라는 유혹이다이 두 시험은 네가 만일하나님의 아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이 두 시험은 세상에 자기를 드러내려고 하는 마침표를 뗀 자아의 요구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입증해보라는 세상의 요구이다나는 이런 사람이다너를 증명해라이 요구가 하나님의 요구가 아니라 우리 존재를 착취하는 어둠의 요구이며 부추김이라고 성경은 이야기한다.

 

마지막 시험은 경배하라고 요구이다하나님이 아닌 대상더군다나 하나님과 대적하는 대상에게 경배하라는 유혹이다이 요구를 하는 마귀는 세상 권세와 부의 주인이다이 시험은 세상에 길들라는남들 사는 대로 살라고다 그렇게 산다고 말한다너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한다달걀로 바위 치기라고 누가 말하는가그래서 포기하라고 누가 말하는가세상을 얻기 위해 경배하라는 유혹은 뿌리 깊은 회의주의패배주의와 관련이 있다.

 

욕망의 피안

이번 주에 읽은 글 가운데 마음에 남는 글이 있다. “진보는 우리의 원죄를 줄이는 데 있다고 보들레르는 말했다우리가 생명이기에우리가 인간이기에 저질러야 하는 죄를 늘 의식하고 한 걸음이라도 벗어나려는 정신의 훈련이 곧 진보라는 뜻으로 이해해도 무방하겠다욕망이 없이 생명은 유지되지 않는다그러나 욕망의 피안을 상상하지 않는 인간의 삶은 없다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윤리와 미학의 이 근거를 한시도 잊지 않을 수 있는 근력을 기르기 위함이다.” (황현산 <21세기 문학, 2014년 봄호>)

 

사탄아물러가라나는 말씀으로 산다!’ 자기파멸의 굴레를 씌우려는 세상 권세와 부의 주인에게 외쳐야 한다예수의 광야 시험은 그리스도인이 직면한 도전이 어떤 것인지 알려준다자기증명에 몰두하고뿌리 깊은 패배주의에 빠져서는 구원의 길을 열어갈 수 없다그리스도인이 상상하는 다른 삶은 이 두 방식에 맞서야 한다그것이 인간과 사회가 진정으로 꿈꿀 진보이다마귀를 꾸짖고말씀으로 산다는 예수의 몸이 우리 삶에서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야 하는지 질문하는 사순절이 되길 바란다욕망의 피안을 상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