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5일(성탄절 2주, 신년주일) 예배준비 노트
새해 복 많이 주신 하나님
[성서일과 4본문]
(예레미야 31:7-14)
7. "참으로 나 주가 말한다. 너희는 기쁨으로 야곱에게 환호하고 세계 만민의 머리가 된 이스라엘에게 환성을 올려라. '주님, 주님의 백성을 구원해 주십시오. 이스라엘의 남은 자를 구원해 주십시오.' 이렇게 선포하고 찬양하여라.
8. 내가 그들을 북녘 땅에서 데리고 오겠으며, 땅의 맨 끝에서 모아 오겠다. 그들 가운데는 눈 먼 사람과 다리를 저는 사람도 있고, 임신한 여인과 해산한 여인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큰 무리를 이루어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9. 그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돌아올 것이며, 그들이 간구할 때에 내가 그들을 인도하겠다. 그들이 넘어지지 않게 평탄한 길로 인도하여, 물이 많은 시냇가로 가게 하겠다. 나는 이스라엘의 아버지이고, 에브라임은 나의 맏아들이기 때문이다."
10. "뭇 민족들아, 너희는 나 주의 말을 듣고, 먼 해안지역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하여라. '이스라엘을 흩으신 분께서 그들을 다시 모으시고, 목자가 자기 양 떼를 지키듯이 그들을 지켜 주신다.'
11. 그렇다. 나 주가 야곱을 속량하여 주고, 야곱보다 더 강한 자의 손에서 그를 구원해 냈다.
12. 그들은 돌아와서 시온 산꼭대기에서 찬송을 부르고, 주의 좋은 선물, 곧 곡식과 새 포도주와 기름과 양 새끼와 송아지들을 받고 기뻐할 것이며, 그들의 마음은 물 댄 동산과 같아서, 다시는 기력을 잃지 않을 것이다.
13. 그 때에는 처녀가 춤을 추며 기뻐하고, 젊은이와 노인들이 함께 즐거워할 것이다. 내가 그들의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어 놓고, 그들을 위로하여 주겠다. 그들이 근심에서 벗어나서 기뻐할 것이다.
14. 그 때에는 내가 기름진 것으로 제사장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 것이며, 내 좋은 선물로 내 백성을 만족하게 하겠다. 나 주의 말이다."
(시편 147:12-20)
12. 예루살렘아, 주님께 영광을 돌려라. 시온아, 네 하나님을 찬양하여라.
13. 주님이 네 문빗장을 단단히 잠그시고, 그 안에 있는 네 자녀에게 복을 내리셨다.
14. 네가 사는 땅에 평화를 주시고, 가장 좋은 밀로 만든 음식으로 너를 배불리신다.
15. 주님이 이 땅에 명령만 내리시면, 그 말씀이 순식간에 퍼져 나간다.
16. 양털 같은 눈을 내리시며, 재를 뿌리듯 서리도 내리시며,
17. 빵 부스러기같이 우박을 쏟으시는데, 누가 감히 그 추위 앞에 버티어 설 수 있겠느냐?
18. 그러나 주님은 말씀을 보내셔서 그것들을 녹이시고, 바람을 불게 하시니,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어 흐른다.
19. 주님은 말씀을 야곱에게 전하시고, 주님의 규례와 법도를 이스라엘에게 알려 주신다.
20. 어느 다른 민족에게도 그와 같이 하신 일이 없으시니, 그들은 아무도 그 법도를 알지 못한다. 할렐루야.
(에베소서 1:3-14)
3.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아버지를 찬양합시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온갖 신령한 복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4. 하나님은 세상 창조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시고 사랑해 주셔서, 하나님 앞에서 거룩하고 흠이 없는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5. 하나님은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뜻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시기로 예정하신 것입니다.
6. 그래서 하나님이 하나님의 사랑하시는 아들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신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은혜를 찬미하게 하셨습니다.
7. 우리는 이 아들 안에서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를 따라 그의 피로 구속 곧 죄 용서를 받게 되었습니다.
8. 하나님은 우리에게 모든 지혜와 총명을 넘치게 주셔서,
9. 그리스도 안에서 미리 세우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을 따라 하나님의 신비한 뜻을 우리에게 알려 주셨습니다.
10. 하나님의 계획은, 때가 차면,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을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통일시키는 것입니다.
11.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상속자로 삼으셨습니다. 이것은 모든 것을 자기의 원하시는 뜻대로 행하시는 분의 계획에 따라 미리 정해진 일입니다.
12. 그것은 그리스도께 맨 먼저 소망을 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영광을 찬미하는 사람이 되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13. 여러분도 그리스도 안에서 진리의 말씀 곧 여러분을 구원하는 복음을 듣고서 그리스도를 믿었으므로, 약속하신 성령의 날인을 받았습니다.
14. 이 성령은, 하나님의 소유인 우리가 완전히 구원받을 때까지 우리의 상속의 담보이시며,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영광을 찬미하게 하십니다.
(요한복음 1:1-18)
1.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그 말씀은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그 말씀은 하나님이셨다.
2. 그는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3. 모든 것이 그로 말미암아 생겨났으니, 그가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4. 그의 안에서 생겨난 것은 생명이었으니, 그 생명은 모든 사람의 빛이었다.
5.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니, 어둠이 그 빛을 이기지 못하였다.
6. 하나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다. 그 이름은 요한이었다.
7. 그 사람은 빛을 증언하러 왔다. 그 증언으로 모든 사람을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8. 그 사람 자신은 빛이 아니었다. 그는 그 빛을 증언하러 온 것뿐이다.
9. 그 빛이 세상에 오셨으니,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시다.
10. 그는 세상에 계셨다. 세상이 그로 말미암아 생겨났는데도, 세상은 그를 알지 못하였다.
11. 그가 자기 땅에 오셨으나, 그의 백성은 그를 맞아들이지 않았다.
12. 그러나 그를 맞아들인 사람들, 곧 그 이름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
13. 그들은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욕망으로 나지 않고, 하나님께로부터 났다.
14.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의 영광을 보았다. 그 영광은 아버지께서 주신 독생자의 영광이며, 그 안에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였다.
15. (요한은 그를 증언하여 외쳤다. "이분이 내가 말씀드린 바로 그분입니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을 나보다 앞선 분이라고 말씀드린 것은, 이분을 두고 말한 것입니다. 그분은 나보다 먼저 계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16. 우리는 모두 그의 충만한 데서 은혜 위에 은혜를 받았다.
17. 율법은 모세에게서 받았고, 은혜와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생겨났다.
18. 일찍이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나, 아버지의 품속에 계시는 독생자이신 하나님이 그분을 나타내 보이셨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4본문을 묵상하며 얻은 제목은, ‘새해 복 많이 주신 하나님’입니다.
본문 구석구석에서 ‘복’, ‘선물’과 같은 단어들이 자주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새해 첫 주일이어서 세배 덕담과 연결시켜보았습니다.
오늘 본문이 이르시는 최고의 복, 최고의 선물은 과연 무엇일까요?
① 구약(예레미야 31:7-14)
포로로 잡혀갔던 백성들이 돌아옵니다.
울며 돌아오지만(9절) 그 눈물은 곧 기쁨의 눈물로 바뀔 것입니다.(13절)
(‘기쁨’에 관한 단어가 5차례 반복됩니다. 7, 12, 13절)
주님께서 아주 좋은 선물을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12절, 14절)
탕자가 돌아왔을 때, 진수성찬을 차려주시고 제일 좋은 옷과 신발, 그리고 가락지를 끼워주신 아빠가 떠오릅니다.(누가 15:22)
묵은해의 나쁜 기억에 매여 살지 맙시다.
묵은해의 포로가 되지 맙시다.
새해를, 묵은해의 고개를 넘어 마침내 돌아온 내 아버지의 집처럼 여깁시다.
나를 위해 아버지께서 준비해두신 안성맞춤 선물들을 두근두근 기대합시다.
② 시편(147:12-20)
주님께서 도성 예루살렘에 복을 부어주시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13절)
구약에서 언급한 “좋은 선물”처럼(예레 31:12,14절), “가장 좋은 밀로 만든 음식”을 배불리 먹여주신다고 합니다.(14절)
그런데 오늘 시편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물질적인 풍요를 넘어 “말씀”을 부어주시는 것입니다.
16-17절에서 추운 겨울이 묘사되더니 갑자기 18절에서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러나 주님은 말씀을 보내셔서 그것들을 녹이시고, 바람을 불게 하시니,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어 흐른다.’(18절)
난방연료가 없고 쌀이 떨어져서 춥고 배고픈 이들에게 따스한 봄소식은 복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그런데 진짜 춥고 배고픈 현실은 돈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날이 온다. 나 주 하나님이 하는 말이다. 내가 이 땅에 기근을 보내겠다. 사람들이 배고파하겠지만, 그것은 밥이 없어서 겪는 배고픔이 아니다. 사람들이 목말라 하겠지만, 그것은 물이 없어서 겪는 목마름이 아니다. 주의 말씀을 듣지 못하여서, 사람들이 굶주리고 목말라 할 것이다.(아모스 8:11)
주님께서 침묵하실 때, 우리는 얼어붙습니다.
그런데 봄바람 같으신 주님의 말씀이 꽁꽁 언 만물을 녹여주시는 것입니다.
이 복스러운 말씀으로, 새해에는 꽁꽁 언 교회와 내 가정, 우리 사회가 봄눈 녹듯 녹아내릴 것입니다.
말씀은 따뜻합니다.
말씀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에게 가장 좋은 선물, 가장 멋진 복은 바로 말씀이었습니다.
③ 서신서(에베소서 1:3-14)
오늘 서신서 본문 말씀에도, “복”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하늘에 속한 온갖 신령한 복”을 우리에게 주십니다.(3절)
어쩐지 구약에 비해 훨씬 스케일이 큰 느낌이 듭니다.
그러니 우리는 하나님을 찬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문의 처음과 끝, 그리고 중간 중간에,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을 찬미하는 존재로서 부각되고 있습니다.(3,6,12,14절)
그런데 꼼꼼하게 읽어보니까, “그리스도 안에서(아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가 9번이나 반복해서 나옵니다.
점점 더 스케일이 매우 커지는 느낌이 듭니다.
과연 무슨 어마어마한 말씀을 주시려는 것일까요?
그건 바로, 우리를 “상속자”로 삼으셨다는 것입니다!
성령께서 담보가 되셔서(14절), 성자 안에서(11절), 성부께서 친히(11절) 우리를 상속자로 삼으신다는 것입니다!
새해벽두부터, 이런 선물, 이런 복스러운 선물이라니!
세계 최고의 부자가 들으면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 같은 가난뱅이들에게는 어마어마한 복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우리가 상속자가 되는 열쇠는 “진리의 말씀”입니다.(13절)
그 말씀, 우리가 바로 “하나님의 자녀”라는 복음 말입니다.(5절)
하나님께서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 삼으신다는, 이 복스러운 말씀은 오늘 복음말씀에서도 반복됩니다.
④ 복음서(요한복음 1:1-18)
나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습니다.(12절)
그건 내가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특권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기도문 첫 구절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입니다.
지난주 성서일과사랑방에서 주원남 목사님은, 이런 기도는 당시 유대사회에서 혁명적인 선언이었을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야말로 특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것은 어마어마한 선물, 크나큰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새해벽두부터 내리시는 크나큰 선물입니다.
지난 주 성서일과사랑방에서 홍의종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마음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목사는 교인들에게 하나님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그렇습니다. 목사는 하나님을 까맣게 잊고 살아가는 교인들에게, 내가 바로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기억나게 해줘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교회는 세상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느끼게, 예수향기를 느끼게 해줘야 하는 책임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들이 너무너무 부러워서, 나도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싶어 하게 해줄 책임이 있었습니다.
반복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가 하나님의 자녀, 하나님의 상속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말씀’ 덕분입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사셨”기 때문입니다.(14절)
새해에는 이 신비를 매 순간 온 몸으로 느끼며 살아갑시다.
이것을 기억하며 하루에도 열두 번씩 성경책을 열고 마주봅시다.
그러면 일 년 열두 달 내내 나는 최고 복 받은 사람이 될 것입니다.
[나머지]
* “아버지의 품속에 계시는 독생자이신 하나님...” 이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태복음 누가복음의, 마리아와 요셉 품속에 안겨 있는 아기 예수님이 떠오르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 내가 하나님의 자녀라면, 당연히 하나님은 지금 내가 원하는 것, 정말 내게 필요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아실 것입니다.
[말씀시조] 요한복음 1:1-18 (이정훈 지음)
은혜와 진리로다 성육신의 신비로다
독생하신 하나님이 아버지를 보이시도다
그 이름 믿은 하나님의 자녀 아버지를 닮으리
[말씀노래] 그 말씀 사람이 되시오니(요한복음 1:1-18) (이정훈 지음)
1. 태초에 말씀이 계시오니 그말씀 하나님 이시어라, 태초에 그분과 함께계셔 그말씀 온세상 이루도다
[후렴] 그말씀 사람이 되시오니 그이름 예수 임마누엘
2. 말씀이 생명을 이루시니 그생명 만민의 빛이도다, 그빛이 어둠을 비추시니 그빛이 어둠을 이기도다
3. 하나님 요한을 보내시니 그사람 그빛을 증언하네, 모든이 증거의 말씀받아 참빛을 깨닫게 함이로다
4. 참빛이 온누리 비추어도 사람들 어버이 모르도다, 그이름 받들어 믿는사람 하나님 자녀가 되리로다
5. 그말씀 사람이 되시오니 사람과 하나로 사시어라, 독생자 영광이 크시어라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다
6. 아무도 하나님 볼수없어 일찍이 하나님 본자없네, 아버지 품속의 독생자하나님이 그분을 나타내 보이셨다
[후렴] 그말씀 사람이 되시오니 그이름 예수 임마누엘
[말씀 서예] 시편 147:18 (벽해 오세주 목사님)
[말씀 동화] 할머니의 복주머니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하얀가루 떡가루를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이태선 작사, 박재훈 작곡 '눈')
새해 첫날부터 흰 눈이 내리네요?
영희는 어느새 잔뜩 쌓인 눈밭으로 나가 눈사람을 만듭니다.
강아지처럼 눈밭에서 폴짝폴짝 뛰어놀던 영희는 ‘꼬르륵’ 배꼽시계 소리를 듣고 얼른 집으로 들어갑니다.
마침 엄마가 떡국을 뜨고 계시네요?
“영희야, 마침 잘 들어왔다. 어서 와서 떡국 먹자.”
눈보다 더 하얀 떡국에 까만 김 조각을 넣어 먹습니다.
영희는 까만 김 조각으로 하얀 떡국 위에 눈썹도 만들고 눈 코 입을 만듭니다.
오늘따라 떡국 눈사람의 입을 초승달처럼 함박지게 그립니다.
둥그런 떡국사발이 마치 커다란 눈사람 얼굴 같습니다.
떡국 한 그릇 뚝딱 해치운 영희는 이제 아홉 살 먹은 어린이답게 한 뼘 더 의젓해집니다.
싹싹 비운 국그릇을 들고 설거지 하러 갑니다.
“영희야, 그냥 놔두렴. 설거지는 아빠가 하마.”
설거지하려고 발돋움하고 있는 영희를 바라보시며 아빠가 빙그레 웃으십니다.
“아니에요. 제가 먹은 그릇은 제가 씻을 수 있어요. 저도 이젠 어엿한 아홉 살 어린인걸요.”
엄마와 아빠가 환하게 웃으십니다.
할머니께서도 흰머리보다 더 환하게 웃으십니다.
아빠의 설거지 뒤에 온 가족은 때때옷으로 갈아입습니다.
그리고 영희는 엄마 아빠와 함께 할머니께 세배를 올립니다.
작년보다 훨씬 더 천천히 정성스럽게 세배를 올립니다.
올해도 할머니께서는 세뱃돈 대신 ‘복(福)주머니’를 여십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 그리고 영희가 차례대로 복주머니 속에 손을 넣습니다.
복주머니 안에 담겨 있는 여러 장의 말씀카드들 중에서 하나씩 꺼내는 것입니다.
말씀카드는 할머니께서 온 정성을 다해 붓으로 쓰신 깨알 같은 말씀서예 작품입니다.
먼저 엄마가 뽑은 말씀카드를 조심조심 읊조리십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아버지를 찬양합시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온갖 신령한 복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에베소서 1:3)
엄마의 얼굴이 방실방실 환해집니다.
이번에는 아빠가 뽑은 말씀카드를 굵직한 목소리로 읊조리십니다.
네가 사는 땅에 평화를 주시고, 가장 좋은 밀로 만든 음식으로 너를 배불리신다.(시편 147:14)
아빠의 얼굴이 벙글벙글 벙글어집니다.
엄마 아빠의 얼굴이 밝게 빛나는 건, 2014년 내내 이 말씀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냐고요?
영희 할머니의 복주머니는 아주아주 신비로운 복주머니거든요!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할머니는 아마 천년도 넘었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아주 오래전 중국 당나라 시절 전래된 아시아 기독교가 우리나라 신라시대에 들어왔답니다.
그 당시 신앙심 좋은 어느 할머니께서 이 복주머니를 지으셨을 것이라는 것이 할머니 말씀입니다.
천년 세월이 흘렀어도 낡거나 구멍이 생기지도 않는 신비한 복주머니입니다.
대대로 이 복주머니에는 돈이나 귀금속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말씀이 들어갔습니다.
복주머니의 주인이 매달 성경말씀을 깨알같이 적어 넣은 말씀서예 작품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새해 첫날 온 식구들은 세뱃돈 대신 복주머니에서 말씀카드를 뽑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뽑은 말씀을 늘 간직하며 매일매일 읊조립니다.
그러면 한 해 동안 그 말씀이 고스란히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아주아주 신비로운 복주머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복주머니는 또 한 가지 재미있는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그건 바로 격대상속 원칙입니다.
격대상속(隔代相續)은 좀 어려운 말입니다.
아무튼 복주머니는 할머니로부터 손녀에게만 상속이 된다고 합니다.
천년 동안 친손녀이든 외손녀이든 어느 특별한 말씀을 뽑는 손녀에게만 상속되어 왔답니다.
그래서 할머니의 복주머니는 우리나라 여러 성씨(姓氏) 가문들을 두루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저 북쪽 만주벌판서부터 저 남쪽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합니다.
한반도에서 기독교가 자취를 감춘 수백 년 동안에도 할머니에서 손녀로 말씀은 끊임없이 이어져왔습니다.
이번에는 영희 차례입니다.
영희는 제가 뽑은 말씀카드를 두근두근 읊조리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상속자로 삼으셨습니다. 이것은 모든 것을 자기의 원하시는 뜻대로 행하시는 분의 계획에 따라 미리 정해진 일입니다.(에베소서 1:11)
“빙∼고!”
빙고게임을 좋아하시는 할머니가 갑자기 ‘빙고’를 외치시네요?
영희가 뽑은 말씀카드를 읊조리자마자 ‘빙고’를 외치십니다.
“우리 영희가 드디어 뽑았구나!”
할머니는 활짝 웃으시면서, 허리춤에 단단히 찼던 복주머니를 끌러 영희에게 건네주십니다.
“영희야 이제부터 네가 이 복주머니의 주인이다. 앞으로 수십 년 뒤 네게 손녀딸이 생길 때까지 잘 간직하렴. 그리고 앞으로 매달 말씀서예를 해야 하니 서예공부도 하자꾸나. 이제부터 매일 성서일과 본문말씀을 꼼꼼히 읽고 묵상하면서 한 달에 한번 씩 가장 감동을 주신 말씀을 골라 말씀카드를 만들거라. 그리고 내년 설날부터는 네 복주머니에서 우리 온 가족이 말씀카드를 뽑을 것이다.”
영희는 너무너무 행복했습니다.
복주머니의 상속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기쁜 것은, 바로바로 오늘 뽑은 그 말씀, 하나님의 상속자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아홉 살 영희는 방학한지가 언젠데 벌써부터 개학을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에게 하나님의 상속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친구들을 만나면 이렇게 말할 겁니다.
“혹시 나 너 보고 싶었니? 그래 정말, 무지무지, 나 너 보고 싶었어!”
그리고 친구들 모두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함께 상속자가 되자고 전도할 것입니다.
성경말씀 함께 읽으며 어려움도 함께 견디며 함께 형제자매가 되자고 전도할 것입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함께 이겨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나를 택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아홉 살 영희는, 친구들에게 함께 하나님의 자녀가 되자고 전도할 상상만 해도 행복합니다.
복주머니의 상속자가 된 것도 행복합니다.
하나님의 상속자가 된 것이 가장 행복합니다.
무엇보다도 오늘 뽑은 말씀카드를 일 년 내내 매일매일 읊조릴 것을 생각하니 마냥 행복하기만 합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상속자로 삼으셨습니다. 이것은 모든 것을 자기의 원하시는 뜻대로 행하시는 분의 계획에 따라 미리 정해진 일입니다.(에베소서 1:11)
[이정훈 지음. 2014년 1월 4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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