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절 12주(성령강림 후 11주, 2022년 8월 21일 주일) 예배준비 노트
“그 여자에게 손을 얹으셨다”(누가복음 13:12-13)
[성서일과 4본문]
(예레미야서 1:4-10)
4. 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5. “내가 너를 모태에서 짓기도 전에 너를 선택하고,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너를 거룩하게 구별해서, 뭇 민족에게 보낼 예언자로 세웠다.”
6. 내가 아뢰었다. “아닙니다. 주 나의 하나님, 저는 말을 잘 할 줄 모릅니다. 저는 아직 너무나 어립니다.”
7. 그러나 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직 너무나 어리다고 말하지 말아라. 내가 너를 누구에게 보내든지 너는 그에게로 가고, 내가 너에게 무슨 명을 내리든지 너는 그대로 말하여라.
8. 너는 그런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늘 너와 함께 있으면서 보호해 주겠다. 나 주의 말이다.”
9. 그런 다음에, 주님께서 손을 내밀어 내 입에 대시고, 내게 말씀하셨다. “내가 내 말을 네 입에 맡긴다.
10. 똑똑히 보아라. 오늘 내가 뭇 민족과 나라들 위에 너를 세우고, 네가 그것들을 뽑으며 허물며, 멸망시키며 파괴하며, 세우며 심게 하였다.”
(시편 71:1-6)
1. 주님, 내가 주님께로 피합니다. 보호하여 주시고, 수치를 당하는 일이 없게 해주십시오.
2. 주님은 의로우시니, 나를 도우시고, 건져 주십시오. 나에게로 귀를 기울이시고, 나를 구원해 주십시오.
3. 주님은 나의 반석, 나의 요새이시니, 주님은, 내가 어느 때나 찾아가서 숨을 반석이 되어 주시고, 나를 구원하는 견고한 요새가 되어 주십시오.
4. 나의 하나님, 나를 악한 사람에게서 건져 주시고, 나를 잔인한 폭력배의 손에서 건져 주십시오.
5. 주님, 주님 밖에는, 나에게 희망이 없습니다. 주님, 어려서부터 나는 주님만을 믿어 왔습니다.
6. 나는 태어날 때부터 주님을 의지하였습니다. 어머니 뱃속에서 나올 때에 나를 받아 주신 분도 바로 주님이셨기에 내가 늘 주님을 찬양합니다.
(히브리서 12:18-29)
18. 여러분이 나아가서 이른 곳은 시내 산 같은 곳이 아닙니다. 곧 만져 볼 수 있고, 불이 타오르고, 흑암과 침침함이 뒤덮고, 폭풍이 일고,
19. 나팔이 울리고, 무서운 말소리가 들리는 그러한 곳이 아닙니다. 그 말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자기들에게 더 말씀하시지 않기를 간청하였습니다.
20. “비록 짐승이라도 그 산에 닿으면, 돌로 쳐죽여야 한다” 하신 명령을 그들이 견디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21. 그 광경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모세도 말하기를 “나는 두려워서 떨린다” 하였습니다.
22. 그러나 여러분이 나아가서 이른 곳은 시온 산, 곧 살아 계신 하나님의 도성인 하늘의 예루살렘입니다. 여러분은 축하 행사에 모인 수많은 천사들과
23. 하늘에 등록된 장자들의 집회와 만민의 심판자이신 하나님과 완전하게 된 의인의 영들과
24. 새 언약의 중재자이신 예수와 그가 뿌리신 피 앞에 나아왔습니다. 그 피는 아벨의 피보다 더 훌륭하게 말해 줍니다.
25. 여러분은 말씀하시는 분을 거역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그 사람들이 땅에서 경고하는 사람을 거역하였을 때에, 그 벌을 피할 수 없었거든, 하물며 우리가 하늘로부터 경고하시는 분을 배척하면, 더욱더 피할 길이 없지 않겠습니까?
26. 그 때에는 그의 음성이 땅을 뒤흔들었지만, 이번에는 그가 약속하시기를, “내가 한 번 더, 땅뿐만 아니라 하늘까지도 흔들겠다” 하셨습니다.
27. 이 ‘한 번 더’라는 말은 흔들리는 것들 곧 피조물들을 없애버리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들이 남아 있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28. 그러므로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받으니, 감사를 드립시다. 그리하여, 경건함과 두려움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도록 그를 섬깁시다.
29. 우리 하나님은 태워 없애는 불이십니다.
(누가복음 13:10-17)
10. 예수께서 안식일에 회당에서 가르치고 계셨다.
11. 그런데 거기에 열여덟 해 동안이나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는 허리가 굽어 있어서, 몸을 조금도 펼 수 없었다.
12. 예수께서는 이 여자를 보시고, 가까이 불러서 말씀하시기를, “여자야,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 하시고,
13. 그 여자에게 손을 얹으셨다. 그러자 그 여자는 곧 허리를 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14. 그런데 회당장은, 예수께서 안식일에 병을 고치신 것에 분개하여 무리에게 말하였다. “일을 해야 할 날이 엿새가 있으니, 엿새 가운데서 어느 날에든지 와서, 고침을 받으시오. 그러나 안식일에는 그렇게 하지 마시오.”
15. 주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너희 위선자들아, 너희는 저마다 안식일에도 소나 나귀를 외양간에서 풀어내어, 끌고 나가서 물을 먹이지 않느냐?
16. 그렇다면, 아브라함의 딸인 이 여자가 열여덟 해 동안이나 사탄에게 매여 있었으니, 안식일에라도 이 매임을 풀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17.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니, 그를 반대하던 사람들은 모두 부끄러워하였고, 무리는 모두 예수께서 하신 모든 영광스러운 일을 두고 기뻐하였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관통하는 알맹이는 ‘들어주시고, 말씀하시고, 행하시다’입니다.
구약, “내가 내 말을 네 입에 맡긴다”(예레 1:9)
시편, “나에게로 귀를 기울이시고, 나를 구원해 주십시오”(시편 71:2)
서신서, “여러분은 말씀하시는 분을 거역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히브 12:25)
복음서,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니, 그를 반대하던 사람들은 모두 부끄러워하였고”(누가 13:17)
오늘 요절은, <“여자야,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하시고, 그 여자에게 손을 얹으셨다>입니다.(누가 13:12-13)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예레미야서 1:4-10 / 시편 71:1-6)]
오늘 구약본문의 소제목은 ‘예레미야의 소명’입니다.
본문은 주전 587년 유다 멸망 직전 수십 년간 예루살렘에서 활동한 예언자
(예수님을 가장 많이 닮은 예언자)
예레미야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장면입니다.
예레미야는 이사야나 에스겔이 소명을 즉시 받아들인 것과 달리,
(마치 솔로몬처럼) 어리다고, (모세처럼) 말을 잘 못한다고 소명을 받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나 예언자란 하나님께서 몸소 동행하며 도우실 하나님의 일꾼이므로
이것은 핑계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한 예언자의 입에 하나님의 말씀이 담기면(9)
예언자의 그 예고대로
온 세상은 몰락하거나 재건됩니다.(10)
오늘 시편본문의 소제목은 ‘하나님의 보호를 구하는 기도’입니다.
본문이 여러 시편 구절들을 인용한 것으로 보아
이 탄원시의 시인은 시편에 정통한 레위지파의 성전 성가대에 속했으리라 추측합니다.
(1-3절은 31:1-3절과 통하고, 6절은 22:9-10절과 통합니다)
구구절절 감당하기 어려운 악한 폭력세력으로부터
하나님께서 보호해주시기를 간구하는 기도로 가득합니다.
그래서 바로 오늘 구약본문 렘1:8절이
이 시인의 간구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처럼 느껴집니다.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히브리서 12:18-29 / 누가복음 13:10-17)]
오늘 서신서본문의 소제목은 ‘그리스도인들이 걷는 믿음의 길’입니다.
본문은 히브리서 전체의 뼈대인 옛 언약과 새 언약의 구별을
시내산과(18) 시온산의(22) 대조로써 첨예하게 드러냅니다.
여기서 시내산은 땅의 상징이고 시온산은 하늘의 상징입니다.
시내산은 어둠·공포·죽음을, 시온산은 우리가 거할 생명의 집을 상징합니다.
나아가 “아벨의 피”는 보복을 외치지만(창4:10)
예수님의 피는 화해와 평화를 일깨우십니다.(24)
시내산의 진동과 비교하여(26) 시온산은 흔들리지 않는 나라입니다.(28)
이렇게 출애굽 역사를 거울삼아 볼 때
그리스도인이 받을 나라는 생명과 평화 가득한 하나님 사랑의 나라입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출애굽 역사에서 경험한대로, “하나님은 태워 없애는 불”이시라는 사실입니다.(29)
(이는 지난주 복음서 눅12:49절과 통하며, 출24:16-17, 신4:24절에 근거합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의 소제목은 ‘안식일에 등 굽은 여자를 고치시다’입니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병든 여자를 고쳐주십니다.
(6:6-11절에서도 그러하셨는데,
특히 오늘 본문과 14:1-6절은 누가복음만 전하는 안식일 치유사역입니다)
남자 중심의 회당예배에서 뒷전에 있던 병든 여자를 예수님이 보시고
앞으로 불러내십니다.(12)
그리고 치유를 선포하시고(12) 직접 안수까지 하십니다.(13)
그렇게 치유된 여자가 하나님 영광을 찬양함으로써 예배의 중심이 됩니다.(13)
18년 동안이나 꼬부라져 있던 여자가 <안식일에 참 안식을 맛보며> 터져 나온 찬양입니다.
예수님은 아브라함에게 주신 하나님의 약속을 성취하신 것입니다.(16, 1:54-55, 73-75)
이를 통해 부끄러워할 자들은 부끄러워하고
기뻐할 자들은 기뻐합니다.(17)
(이상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 해설 일부 참조)
[정리]
오늘 본문에서 두드러지게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대목은
주님께서 약한 자를 어루만지시는 장면들입니다.
나이 어리고 말솜씨조차 없는 예레미야의 입을 어루만져주십니다.(렘1:9)
곤경에 처한 늙은 시인에게는 기억 속 출생순간을 떠올리십니다.(시71:6)
특히 18년 동안이나 꼬부라져 있던 여자,
여자라서, 병자라서 마음껏 기도 못 펴고 살던 사람에게
예수님께서 손은 얹어주십니다.(눅13:13)
갑자기 온 나라에 우상숭배자들이 득세하면서,
인터넷 가득한 게임과 온갖 판타지물에 물든 교회의 청소년·청년들의 머릿속에
정권까지 잡은 우상숭배자들이 뒤섞여갑니다.
그러니 교회의 꿈나무들은 예언자의 길은 고사하고
점점 더 돈맛 권력맛 세상 쾌락과 탐욕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땅에서 교회의 이름이 땅에 떨어진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주님, 주님밖에는, 나에게 희망이 없습니다”(시편71:5)
주님께서 부디 18년 꼬부라져 살던 여자와 같은 우리를,
회당 뒷자리 신세와 같은 우리를 주님 앞으로 불러내어 어루만져주시기를,
그렇게 허리를 펴고 눌린 기운을 활짝 펼친 우리에게
말씀을 먹이시며 다시 주님의 예언자로 세워주시기를 손 모아 빕니다.
[나머지]
* 참 평화를 주실 주님의 말씀
오늘 본문들은 모두 매우 불안한 상황으로 시작합니다. 유다의 국가적인 위기, 내 신분이 변동하는 불안, 늙어가며 겪는 불안, 로마황제 박해의 극심한 불안, 그리고 18년 동안이나 허리를 못 펴고, 그런 여자의 신분으로 살아온 그 극심한 불편과 아울러 안식일의 참된 정신을 잃고 살아온 백성들의 불안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주님의 도우심으로 모두 정돈이 됩니다. 여러 불안한 상황이 다 해결된 것이 아니어도, 약속을 받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평안과 힘이 생깁니다. 18년 동안 불편하게 살았던 여자는, 허리를 쭉 펴고 찬양합니다. 요사이 우리 살림살이에서 안전만큼 절실한 게 없어서 그런지 오늘 본문들이 더 가슴깊이 와 닿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주님 안에서 그 평안을 회복하고 누리고 있느냐 입니다.
** 주님말씀으로 기를 펴고!
여기저기 지구가 점점 더 더워지고, 더 더러워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까이 체르노빌(1986)과 후쿠시마(2011)에서 연이어 터진 핵 재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핵실험을 하고, 그래서 우리도 핵무기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나 해대는, 먼 미래가 아니라 한치 앞도 못보고 사는 부끄러운 우리 인생이 보입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는 그 어느 나라보다 해양 플라스틱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바다의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어느 나라 못지않게 심각하답니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밀물처럼 밀려오기도 전에 말입니다.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다툼 가운데서 일본까지 우리를 못살게 굽니다. 오늘 본문의 유대나라가 남북으로 강대국에 둘러싸인 처지와 비슷합니다. 위로는 앗시리아와 바빌론, 남으로는 이집트 때문에 유다는 늘 불안합니다. 문제는 이런 지정학적 구조가 아닙니다. 유다가 하나님 말씀을 가벼이 여기고, 외교술로 위기에서 벗어나려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당시 유다 백성은 하나님 말씀을 외면했습니다. 그래서 이방신에게로 가거나, 아니면 성전예배를 마술처럼 신뢰하며 엉터리 평화망상에 빠져 있었습니다.(렘 7:10)
오늘 구약본문의 하나님과 예레미야의 대화가 매우 감동적입니다. 그 어떤 악조건도 ‘하나님 동행’과 ‘하나님 말씀’으로 눈처럼 녹아버립니다. 하나님 말씀이 임하시면, 즉 하나님이 동행하시면 나는 거룩해지기 때문입니다.(렘 1:5) 그건 나이, 언변, 학식, 학력, 권력과 전혀 무관한 거룩한 힘입니다.(10)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우(保佑)하시는 길은 말씀이요
그 말씀으로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는 것입니다. 오늘 말씀으로 이제 우리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꿈조차 꿀 수 없는 일,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진 그 안식일 회당처럼 열여덟 해, 아니 77년, 아니 112년 동안 사탄에게 매여 있던 한반도가 (1910. 8. 29) 주님말씀 한마디에 풀려나 허리를 펴고 큰 춤을 추며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꿈! 그리고 우리 탐욕과 편리와 게으름 때문에 한없이 오염된 세상을 철저히 반성하는 진실하고 성실한 회개의 길, 그렇게 한반도가 그 말씀으로 거룩해지는 꿈, 흔들리지 않는 하나님나라로(히 12:28) 거룩해지는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예언자가 필요한 세상
오늘 18년 허리 굽은 여자처럼, 77년 동안 한반도는 허리가 꺾인 분단국가입니다. 그것 때문에 대한민국은 아직도 툭하면 ‘빨갱이’요, 뻑하면 ‘종북’ 타령입니다. 돈 많고 권력 있는 상위 1%의 안락을 위해 99%가 희생하는 구조입니다. 좀 더 편하고, 좀 더 잘 먹으려다가 지구가 나날이 망가져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아 거룩했던 우리가 무엇엔가 꽁꽁 매여 허리를 펴지 못하고 있는 꼴입니다. 탐욕 때문입니다. 남북이 소통할 수 없고, 동서가 소통이 안 됩니다. 교회가 타락하고 하늘과 땅이 점점 소통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예언자가 필요한 때입니다. 권력을 두려워하거나 부러워하지 않는 예수님 같은, 예레미야 같은(렘1:8) 예언자! 씩씩하고 거침없이 당당한 예언자 같은 교회가, 또한 그런 교사, 그런 예술가, 그런 기자가 필요한 때입니다.
(※ 전에 올린 것을 조금 다듬어 다시 올립니다.)
[말씀동시] 하루 (이진구 지음. 성실교회 청년부. 「성실문화」 111호)
아침에 눈을 뜨며
반복되는 하루 속에
분주히 하루를 준비한다
직장이라는 전쟁터에 나가
업무라는 적들을 해치우고
상사라는 고통들을 견디며
지옥 같은 하루를 보낸다
지칠 대로 지쳐
집으로 돌아가 내일이라는 다른 지옥을 위해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
설핏 잠든 꿈속에서 본 내일이
낙원을 닮았다
[말씀시조] 흔들리지 않는 나라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 111호)
흔들리지 않는 나라 하나님의 백성들아
하나님의 불길 속에 온 세상 타버릴 때
그 말씀 단단히 잡고 하나님께 감사를
[시편노래] 시편 71, 주님께로 피하오니 나를 구해주옵소서 (이정훈 편사, 이길승 작곡. 「성실문화」 111호)
[본문] (시편 71:1-6)
[노랫말]
1. 주님께로 피하오니 나를 구해 주옵소서, 수치를 당치않게 보호해 주옵소서
의로우신 나의 주님 귀 기울여 들으시고, 나를 도와주옵소서 나를 건져주옵소서
2. 주님은 나의 반석 주님은 나의 요새, 언제나 날 지켜줄 나의 반석 나의 요새
잔인한 폭력배와 악한 자의 손아귀에서, 하나님 내 하나님 나를 건져 주옵소서
3. 오 주여 나에게는 주님밖에 없나이다, 나 어릴 적 나의 희망 오직 주님 뿐입니다
모태에서 의지하고 태어날 때 날 받으신, 주님을 내 주님을 내내 찬양 하나이다
[해설]
시편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찬양사역자인 ‘가까운교회’ 이길승 목사가 곡을 붙였다
[악보] 시편 71 (주님께로 피하오니 나를 구해 주옵소서) (이정훈 편사, 이길승 작곡)
[시편송서(誦書)] 시편 71:1-6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 111호)
(※ 전래자장가 가락, 즉 천자문독송 가락으로)
1. 여--호--와--여--, 내가- 주-께 피하-오니-,
내가- 영원히 수치-를--, (수치를) 당하게 하지 마-소-서--∼
2. 주의 의로 나를 건지시며 나를 풀어 주시며 주의 귀를 내게 기울이사 나를 구원하소서
3. 주는 내가 항상 피하여 숨을 바위가 되소서 주께서 나를 구원하라 명령하셨으니 이는 주께서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이심이니이다
4.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악인의 손- 곧,
불의한 자-와 흉악한 자의-, 장중에서-- 피하게-하-소서-∼
5. 주 여호와여 주는 나의 소망이시요 내가 어릴 때부터 신뢰한 이시라
[다함께]
6. 내--가-- 모-태-에서부터-, 주-를 의-지하였-으며-,
나-의 어머니-의- 배에서부터-, 주께서 나-를 택하셨-사-오니-∼,
나--는-- 항--상--, (항-상) 주-를 찬송하리∼이∿다∼∥
[말씀동화] 산난초의 기지개
옛날옛날 한옛날에, 이것은 호랑이가 깊은 산에서 산난초 이파리 닦던 시절 이야기예요.
한바탕 큰비가 지나가면서 새빨간 칡꽃이 후두둑 떨어지고
칡꽃 버금가는 백일홍 붉은 꽃잎마다
조롱조롱 붉은 눈물이 맺힙니다.
잠깐 맑아진 하늘을 살피며 뒷동산을 오르던 혜수가
하릴없이 떨어져있는 칡꽃과 그 곁에서 울고 있는 백일홍을 바라보며
중얼거립니다.
“내가 더 붉다고 서로 겨루던 동무들이 땅에 떨어져서 마음이 아프구나!”
백일홍 꽃잎마다 조롱조롱한 눈물방울 씻어주며
다시 혜수가 말합니다.
“너무 아파하지 마. 저기 좀 봐, 칡꽃은 아직 많아.”
백일홍 눈물방울 씻어주던 혜수는 다시 산을 오르며 노래합니다.
“주님, 주님밖에는, 나에게 희망이 없습니다.
주님, 어려서부터 나는 주님만을 믿어왔습니다.”(시편71:5)
뒷동산 초입을 지나 산허리께 다다른 혜수가
잠깐 멈춰 호흡을 고르며 다시 하늘 한번 바라봅니다.
무릎을 짚어가며 가파른 산을 오르려니 숨이 가쁘고
숨 가쁜 혜수가 칡소처럼 느릿느릿 노래합니다.
“1. 산난초 고와서 꺾어들고 왔더니, 들고 오는 사이에 시들어졌네∼”
[‘산난초’ 1절 이태선 작사, 박재훈 작곡]
온산 가득한 메꽃들 꽃잎마다 맺힌 조롱조롱 빗물방울을 눈여겨보며
혜수는 계속 산을 오르면서 노래를 이어 부릅니다.
“2. 꺾지 않고 두었다면 오래오래 살 것을, 시들어버리려니 후회만 나네∼”
[‘산난초’ 2절]
다시 멈추어 서서 가쁜 숨을 고르며 둘러보니
온 산 양지바른 곳마다 붉은 칡꽃이 가득합니다.
지천으로 떨어진 칡꽃을 바라보며 혜수가 중얼거립니다.
“예쁘다 칡꽃! 곁에 배롱나무(백일홍) 동무가 없어서 외롭진 않니? 나도 엄마랑 같이 못 와서 외로워.”
산마루에서 하늘을 바라보니 흰 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건너편 산 위로는 먹장구름이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혜수는 서둘러 다시 산을 내려옵니다.
산을 내려올 때 더 조심해야 하는 것쯤은
혜수도 이미 다 압니다.
조심조심 내려오던 혜수의 눈에 넝쿨에 갇힌 메꽃 한 송이가 눈에 띕니다.
넝쿨에 갇혀 허리가 잔뜩 구부러져 있는 이름 모를 메꽃에게 다가가서
까끌까끌한 넝쿨을 하나하나 풀어줍니다.
넝쿨가시에 찔린 손가락 끝에서 빨간 핏방울이 솟아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혜수는 허리를 활짝 핀 메꽃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립니다.
“여자야,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누가복음13:12)
예수님말씀을 읊조리는 혜수의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파킨슨병을 앓으면서도 가족들을 위해 직장에 나가 애써 일하시는 엄마가 떠오른 것입니다.
엄마랑 함께 언제 다시 산에 오를 수 있을까?
예수님말씀을 흉내 내는 혜수를 내려다보며 빙그레 웃으시던 예수님도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마음이 따듯해지십니다.
여기저기 꺾이고 시든 산난초들이
하나하나 허리를 펴고 시원시원 기지개를 켜기 시작합니다.
[이정훈 지음. 2022년 8월 20일 토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