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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절 6주(2022년 2월 13일 주일) 예배준비 노트

서무천사 2022. 2. 11. 15:26

보아라, 하늘에서 받을 너희의 상이 크다(누가복음 6:23)

 

[성서일과 4본문]

(예레미야서 17:5-10)

5. “나 주가 말한다. 나 주에게서 마음을 멀리하고, 오히려 사람을 의지하며, 사람이 힘이 되어 주려니 하고 믿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

6. 그는 황야에서 자라는 가시덤불 같아서, 좋은 일이 오는 것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소금기가 많아서 사람이 살 수도 없는 땅, 메마른 사막에서 살게 될 것이다.”

7. 그러나 주님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복을 받을 것이다.

8. 그는 물가에 심은 나무와 같아서 뿌리를 개울가로 뻗으니, 잎이 언제나 푸르므로, 무더위가 닥쳐와도 걱정이 없고, 가뭄이 심해도, 걱정이 없다. 그 나무는 언제나 열매를 맺는다.

9. “만물보다 더 거짓되고 아주 썩은 것은 사람의 마음이니, 누가 그 속을 알 수 있습니까?”

10. “각 사람의 마음을 살피고, 심장을 감찰하며, 각 사람의 행실과 행동에 따라 보상하는 이는 바로 나 주다.”

 

(시편 1)

1.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며,

2. 오로지 주님의 율법을 즐거워하며, 밤낮으로 율법을 묵상하는 사람이다.

3.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이 시들지 아니함 같으니, 하는 일마다 잘 될 것이다.

4. 그러나 악인은 그렇지 않으니, 한낱 바람에 흩날리는 쭉정이와 같다.

5. 그러므로 악인은 심판받을 때에 몸을 가누지 못하며, 죄인은 의인의 모임에 참여하지 못한다.

6. 그렇다. 의인의 길은 주님께서 인정하시지만, 악인의 길은 망할 것이다.

 

(고린도전서 15:12-20)

12. 그리스도께서 죽은 사람 가운데서 살아나셨다고 우리가 전파하는데, 어찌하여 여러분 가운데 더러는 죽은 사람의 부활이 없다고 말합니까?

13. 죽은 사람의 부활이 없다면, 그리스도께서도 살아나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14. 그리스도께서 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될 것입니다.

15. 우리는 또한 하나님을 거짓되이 증언하는 자로 판명될 것입니다. 그것은,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일이 정말로 없다면,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살리지 아니하셨을 터인데도,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살리셨다고, 하나님에 대하여 우리가 증언했기 때문입니다.

16. 죽은 사람들이 살아나는 일이 없다면, 그리스도께서 살아나신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17. 그리스도께서 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여러분의 믿음은 헛된 것이 되고, 여러분은 아직도 죄 가운데 있을 것입니다.

18.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잠든 사람들도 멸망했을 것입니다.

19.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이 이 세상에만 해당되는 것이라면, 우리는 모든 사람 가운데서 가장 불쌍한 사람일 것입니다.

20. 그러나 이제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나셔서, 잠든 사람들의 첫 열매가 되셨습니다.

 

(누가복음 6:17-26)

17. 예수께서 그들과 함께 산에서 내려오셔서, 평지에 서셨다. 거기에 그의 제자들이 큰 무리를 이루고, 또 온 유대와 예루살렘과 두로 및 시돈 해안 지방에서 모여든 많은 백성이 큰 무리를 이루었다.

18. 그들은 예수의 말씀도 듣고, 또 자기들의 병도 고치고자 하여 몰려온 사람들이다. 악한 귀신에게 고통을 당하던 사람들은 고침을 받았다.

19. 온 무리가 예수에게 손이라도 대보려고 애를 썼다. 예수에게서 능력이 나와서 그들을 모두 낫게 하였기 때문이다.

20. 예수께서 눈을 들어 제자들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너희 가난한 사람들은 복이 있다.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

21. 너희 지금 굶주리는 사람들은 복이 있다. 너희가 배부르게 될 것이다. 너희 지금 슬피 우는 사람들은 복이 있다. 너희가 웃게 될 것이다.

22. 사람들이 너희를 미워하고, 인자 때문에 너희를 배척하고, 욕하고, 너희의 이름을 악하다고 내칠 때에는, 너희는 복이 있다.

23. 그 날에 기뻐하고 뛰놀아라. 보아라, 하늘에서 받을 너희의 상이 크다. 그들의 조상들이 예언자들에게 이와 같이 행하였다.

24. 그러나 너희, 부요한 사람들은 화가 있다. 너희가 너희의 위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5. 너희, 지금 배부른 사람들은 화가 있다. 너희가 굶주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너희, 지금 웃는 사람들은 화가 있다. 너희가 슬퍼하며 울 것이기 때문이다.

26. 모든 사람이 너희를 좋게 말할 때에, 너희는 화가 있다. 그들의 조상들이 거짓 예언자들에게 이와 같이 행하였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이어주는 공동 주제는, ‘복스러운 사람, 박복한 사람입니다.

 

구약, “그러나 주님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복을 받을 것이다”(예레미야서 17:7)

시편, “오로지 주님의 율법을 즐거워하며, 밤낮으로 율법을 묵상하는 사람이다”(시편 1:2)

서신서, “우리가 전파하는데, 어찌하여 여러분 가운데 더러는 죽은 사람의 부활이 없다고 말합니까?”(고린도전서 15:12)

복음서, “너희 가난한 사람들은 복이 있다.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누가복음 6:20)

 

오늘 요절은, “그날에 기뻐하고 뛰놀아라. 보아라, 하늘에서 받을 너희의 상이 크다입니다.(누가복음 6:23)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예레미야서 17:5-10, 시편 1)]

오늘 구약본문 소제목은 주님을 의지하라입니다.

예언자 예레미야는 예루살렘과 유다에 대한 심판의 말씀 중에

거짓된 안전과 참된 안전의 갈림길에서 오직 주님만 의지하라고 강조합니다.

그래야 참 평안, 복스러운 열매를 맺으니!(8)

 

주님만 의지해야 함에도 그러지 않고 많은 이들이 제 힘만 믿고 사람만 의지하다가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께 외면당합니다.

스스로 그렇게 멀어지는 것입니다.

 

예언자 예레미야는 사람의 마음이 참으로 간사하고 거짓투성이임을 직시하고 한탄합니다.(9)

사람의 마음이 나무처럼 한결같이 주님 안에 뿌리내리려면(8)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응답찬송인 오늘 시편에 그 답이 보입니다.(1:2, 말씀으로!)

 

오늘 시편본문 소제목은 참된 행복입니다.

이 지혜시는 오늘 구약본문과 짝을 이루며 구약의 질문에 답을 줍니다.

 

거짓되고 간사한 우리 마음을 붙들어 하나님을 향하게 하고 하나님만 의지하게 하는 길은

오로지 하나님말씀을 밤낮으로 가까이 묵상하는 것이라는!

그것이 하나님과 가까이 사귀고 그분 안에 내 마음의 뿌리를 내리는 길이라는!

그것이 의인의 길, 복스러운 길, 참된 행복의 길이라는!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고린도전서 15:12-20, 누가복음 6:17-26)]

오늘 서신서 본문 소제목은 죽은 자의 부활을 부정하는 데 대한 반론입니다.

지난주 본문에 바로 이어서, 바울은 죽은 자의 부활을 믿지 않는 고린도교회에게

그리스도의 부활과 우리 부활의 끊을 수 없는 연관관계(짝의 원리)를 강조합니다.(13-19)

 

죽음권세 무너뜨리신 그리스도의 부활로 시작하신 하나님의 종말역사는

죽은 사람의 부활로 완성될 것이라고 바울은 내다보는 것입니다.

주님과 우리는 이렇게 긴밀히 이어진 단짝입니다.

주님이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에 죽고 부활하실 만큼 가깝고 사랑하는 단짝!

 

오늘 복음서본문 소제목은 사방에서 사람들이 모여들다, 복과 화를 선포하시다입니다.

밤새 산에서 기도하신 뒤에 열두 사도를 세우신 예수님은(12-16)

산에서 내려와 평지에서 긴 설교를 하십니다.(20-49)

 

청중은 12사도와 많은 제자들, 그리고

유대 예루살렘은 물론 이방지역에서까지 몰려든 많은 백성입니다.

예수님께 치유 받은 저들은 예수님 말씀에 몰두하였을 것입니다.

 

마태복음 5장과 달리 본문은 복과 화를 아울러 선포합니다.

이는 마리아의 찬가’(1:52-53)와 통합니다.

 

복의 기준은 가난해서 불편한 삶, 그리고 하나님말씀 때문에 불편한 삶입니다.(23c)

(화의 기준은 그 반대입니다.)

그러한 불편하고 불안한 삶은 <공중의 권세잡은 자>(2:2, 4:6)와 거리가 멀고

그래서 하나님께 더 가까운 사람(하나님이 가까이 하시는 사람)의 증거입니다.

 

하나님말씀과 가까워질수록, 세상기준으로 볼 때, 인생이 한없이 불편해진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상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해설 일부 참조)

 

 

[정리]

지금 가난하다고 실패한 인생이 아닙니다.

미움 받고 모욕당하고 왕따 당한다고 실패한 인생이 아닙니다.

그런 불편한 인생이 오히려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천국질서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리고

하나님은 그런 약자들에게 유달리 관심이 많으셔서

그들을 더 눈여기시고 몸소 더 가까이 하시니까요.

 

이렇게 저렇게 주님과 가까이 있는 사람이 복스러운 사람입니다.

주님께 가까이 있으니

주님의 향내, 주님의 사랑이 깃든 열매를 맺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주님의 부활과 재림, 마지막 심판을 믿는 자라면,

그런 주님의 사랑,

우리를 향하신 드라마틱하고 익사이팅한 사랑을 조금이라도 맛본 사람이라면

오히려 가진 재산 나누고 자발적 가난을 선택하는 법입니다.

 

그렇게 주님과 점점 더 가까워지면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주님과 나 사이의 사랑가가 흘러나옵니다.

그 사랑 가득 담긴 시편을 그 말씀을 읊조리기 마련입니다.

 

보아라, 하늘에서 받을 너희의 상이 크다.”(6:23)

 

하늘나라 잔칫상을 미리 맛보며 주일마다 성찬을 나눠먹듯이

그 성찬의 도를 따라 내 몸을 쪼개고 내 피 같은 돈을 꺼내어 나누는 지금

이미 우리는 하늘의 큰 상을 미리 맛보고 있습니다.

형형색색 이름 모를 그 나무 열매들을 미리 맛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물가에 심은 나무와 같아서... 그 나무는 언제나 열매를 맺는다”(17:8)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따라 열매를 맺으며...”(1:3)

강 양쪽에는 열두 종류의 열매를 맺는 생명나무가 있어서, 달마다 열매를 내고...”(22:2)

 

 

 

[나머지]

 

* 우리 안의 복과 화

오늘 구약과 시편, 그리고 복음서는 공통적으로 인생의 복과 화를 짝을 지어 보여주십니다. 그런데 복과 화를 받는 사람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주님을(말씀을) 만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구약에서 저주를 받는 사람도 주님을 알았다가 마음이 멀어진 사람입니다.

시편에서 악인이라 표현한 자 역시 주님의 회중에 속했으나 멀어진 사람입니다.

서신서의 인물들도 고린도교회 교인이었으나 바울의 가르침을 떠난 사람들입니다.

복음서의 청중인 제자들 역시 그러합니다.

예수님은 예수님 말씀을 들으려고 모여든 제자들에게 차차 부유한 삶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실 텐데, 오늘 본문은 그 첫 단추에 해당합니다. 거짓 예언자를 핍박하던 사람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며,(23) 거짓 예언자가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26) 먹고살기 힘들어도, 왕따 당하는 게 두려워도 견뎌내야 합니다. “하늘에서 받을 너희의 상이 크다” “그날에 기뻐하고 뛰놀아라”(23) 이런 참 복, 참 생명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2년 주현절6주 내게 나타나신 주님, 내가 만난 주님, 그 말씀을 끝까지 떠나지 않은 참 제자가 받을 복입니다.

(전에 올린 것을 조금 다듬어 다시 올립니다.)

 

** 고린도교회가 죽은 사람의 부활이 없다고 생각한 까닭(고전15:12)

당시 영지주의자들은 사람 안에 감춰져 있던 <신적 영의 불티>가 지식(영지)의 활동 가운데서 해방되어 천상의 세계로 들어간다고 믿어서, 교회의 영지주의자들은 세례의 순간 그 신적 영이 하늘로 옮겨졌으므로 부활은 이미 일어났다(지나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고린도교회의 열광주의자들은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성령의 은사를 통하여 천상의 세계로 옮겨진다고 믿었기에 죽은 자들의 미래의 부활은 더 이상 필요없다고 주장했습니다.(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해설 요약)

 

 

 

 

 

[말씀동시] 빈 상자 (이소현 지음. 성실교회 고등부. 성실문화109)

쓸데없는 잡동사니를 욕심껏 가득가득 채워 넣은 저 상자에는

빈 공간이 없어 복을 넣어둘 자리가 없네

때를 기다리고 기다리며 욕심 없이 기다렸던 저 빈 상자에는

때가오면 복을 가득가득 채워 넣을 수 있네

 

 

 

 

[말씀시조] 죽은 사람 부활 없다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109)

죽은 사람 부활 없다 온 세상 떠들어도

죽은 사람 가운데서 그리스도 부활했네

잠든 자 첫 열매되신 그리스도 예수님

 

 

 

 

[시편노래] 시편 1, 복 있는 자 (이정훈 편사, 이방실 작곡. 성실문화109)

[본문] (시편 1)

[노랫말]

1.복 있는 자 악인의 꾀 따르지 않고, 죄인의 길 오만한 자리 더러워하네

오로지 주의 율법 즐거워하며, 밤낮으로 그 말씀을 읊조리리라

2.복 있는 자 철따라 열매 맺으리, 시냇가의 나무처럼 열매 맺으리

마르지 않는 나뭇잎 그 나무처럼, 그 사람 하는 일마다 잘 되리로다

3.악인은 심판 날에 쭉정이 같네, 죄인은 의인의 모임 끼지 못하네

그렇다 악인의 길 망할 것이나, 의인의 길 주님께서 인정하시리라

 

[해설]

시편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거문고 연주자인 국립국악원 정악단 이방실 선생이 정가(正歌)풍으로 곡을 붙였다.

 

[악보] 시편 1 (복 있는 자) (이정훈 편사, 이방실 작곡)

 

20220213_시편가 1 복 있는 자.m4a
2.35MB

 

 

 

 

[시편송서(誦書)] 시편 1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109)

(전래자장가 가락, 즉 천자문독송 가락으로)

 

1. 복 있--- 사람---, --들의 -를 따르지 아니하--,

--들의 ---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 아니하고-

 

2. -여호와-- 율법---, (율법을) 즐거워하----,

-의 율법을 주야---, (주야로) -상하는-도다-

 

3. -는 시냇가(()) 심은 나무-, (()) 따라 열매를 맺으---,

그 잎사귀-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 하는 모든 일이 다- --하리로다-

 

4. 악인들은-- (악인-들은-), 그렇--- 아니함이여-,

---- 바람에 나는-, (바람에 나-) 겨와 같도다-

 

5. 그러므로-- 악인-들은-, 심판을 견디지 못하---,

죄인들이-- 의인들(()) 모임에, ---- 못하리로다-

 

[다함께]

6. -릇 의-(--)들의 길은-, 여호와께-인정하시나-,

악인들의-- ----, 망하리로-(망하리)∼∥

 

20220213_시편송서 1.m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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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동화] 복돌이의 소원

 

옛날옛날 한 옛날에, 이건 호랑이가 설날 지난 줄도 모르고 복조리 만들던 시절 이야기예요.

 

복희 언니가 새초롬한 눈빛으로 창밖을 내다볼 때

복돌이도 몽글몽글한 눈빛으로 창밖을 봅니다.

 

복돌아 넌 소원이 뭐야?”

 

눈 많이 오는 거.”

 

그럴 줄 알았다는 눈빛으로 복희 언니가 또 묻습니다.

 

복순이 넌?”

 

알잖아, 난 내 이름 바꾸는 거.”

 

언니의 새초롬한 눈매가 그믐달처럼 변하며 또 묻습니다.

 

너희 고양이랑 제일 사이 나쁜 동물이 뭔지 알아?”

 

그야 물론 개지.”

 

내가 얼른 대답하자 언니의 눈이 더 가늘어집니다.

 

천만의 말씀, 고양이의 적은 토끼야 토끼!”

 

 

콩자반처럼 까만 눈동자 네 개가 복희 언니를 바라봅니다.

언니는 어려운 한자 이야기부터 들려줍니다.

토끼를 뜻하는 묘()와 고양이를 뜻하는 묘()가 발음이 같다면서

왜 토끼띠는 있는데 고양이 띠는 없느냐며 갑자기 열을 올립니다.

 

개도 띠가 있잖아. 그런데 고양이 띠는 왜 없는 거야?”

 

띠가 열두 개뿐일 수밖에 없다면,

일단 고양이 띠를 만들어서 같은 발음인 토끼띠랑 매년 번갈아 쓰는 거,

그게 바로 언니의 소원이었습니다.

 

토끼는 사람과 가까운 동물이 아니니까

토끼도 별로 섭섭하지는 않을 거라며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릴 거라나 뭐라나.

 

... 그러고 보니

고양이랑 사이 나쁜 동물이 토끼라는 건 순전히

복희 언니 마음이었던 겁니다.

복희 언니 못 말리는 고양이 사랑을 아는 복돌이와 내가 까르르 웃습니다.

 

 

문득 복돌이를 보니 어느새 다시

몽글몽글한 눈빛으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눈 오면 일만 많아지는데 왜 눈 오는 게 소원이야?”

 

그것도 몰라? 복돌이는 눈치우기 대장이잖아.”

 

복희 언니가 얼른 대신 답해 주자 복돌이가 빙그레 웃으며 말합니다.

 

나는 눈이 많이 올수록 좋아.”

 

그러고 보니 함박눈만 오면

복돌이 얼굴은 온통 함박꽃이 피어오릅니다.

아침나절 내내 저 멀리 원덕역까지 길을 냅니다.

복돌이의 넉가래도 눈치우기 좋게 해마다 개량되어 갑니다.

 

우리 복돌이는 우리 마을 복덩어리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제일 좋아하시지.”

 

눈 온 뒤에 전철 타러 원덕역까지 갈 때

차가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복돌이가 낸 길을 걸으며 참 좋아하십니다.

언제부턴가 복돌이의 착한 일이 소문나면서

온 마을에 복돌이 칭찬이 자자합니다.

 

 

실은 하늘곳간 때문이야.”

 

수줍은 듯 더듬더듬 들려주는 복돌이의 하늘곳간 이야기를 들으며

복희 언니와 내 눈은 오백 원짜리 동전만큼 커졌습니다.

내가 이웃을 위해 착한 일 한 만큼 자기 하늘곳간에 채워진다니!

 

땅에 사는 사람마다 하늘나라에 자기 곳간이 있다는

그래서 땅에서 하는 착한 일이 하늘곳간에 쌓인다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민담을 복돌이가 조근조근 들려줍니다.

 

그럼 네 하늘곳간엔 지금 잔뜩 함박눈뿐이겠네?”

 

아니, 떡가루!”

 

동그란 누나들의 눈을 바라보며 복돌이가 느릿느릿 노래합니다.

 

펄펄 눈이옵니다. 하늘에서 눈이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하얀가루 떡가루를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 2, 이태선 작사, 박재훈 작곡]

 

뭐야? 원래 하늘나라에서 떡가루를 뿌려준 거였어?

아니면 저 많은 함박눈이 떡가루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배고픈 사람들의 마음?

아무튼 우리 복돌이의 수줍은 마음이 참 귀엽고 예쁩니다.

복돌이를 바라보는 언니와 나의 눈이 하트눈이 되어갑니다.

 

엄마아빠가 우리 삼남매 이름을 복()스럽게 지어주셨어도

설날 떡국도 실컷 먹지 못하는 가난한 살림이지만

이렇게 우리 복돌이의 복스러운 마음, 복스러운 상상력, 복스러운 손과 발이

다 복돌이 이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함박눈을 기다리는 복돌이 마음엔 아랑곳없이 창밖은 여전히 화창합니다.

함박눈 대신 하늘에서 박새 한 마리가 창밖 나뭇가지에

포르르 날아와 앉으며 노래합니다.

 

너희 가난한 사람들은 복이 있다.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누가복음6:20)

 

[이정훈 지음. 2022212일 토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