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문화 응용하기/본문묵상

주현절 3주(2021년 1월 24일 주일) 예배준비 노트

서무천사 2021. 1. 22. 16:54

그들은 곧 그물을 버리고(마가복음 1:18)

 

[성서일과 4본문]

(요나서 3:1-5, 10)

1. 주님께서 또다시 요나에게 말씀하셨다.

2. “너는 어서 저 큰 성읍 니느웨로 가서, 이제 내가 너에게 한 말을 그 성읍에 외쳐라.”

3. 요나는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곧 길을 떠나 니느웨로 갔다. 니느웨는 둘러보는 데만 사흘길이나 되는 아주 큰 성읍이다.

4. 요나는 그 성읍으로 가서 하룻길을 걸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사십 일만 지나면 니느웨가 무너진다!”

5. 그러자 니느웨 백성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금식을 선포하고, 그들 가운데 가장 높은 사람으로부터 가장 낮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 굵은 베 옷을 입었다.

10. 하나님께서 그들이 뉘우치는 것, 곧 그들이 저마다 자기가 가던 나쁜 길에서 돌이키는 것을 보시고, 뜻을 돌이켜 그들에게 내리시겠다고 말씀하신 재앙을 내리지 않으셨다.

 

(시편 62:5-12)

5. 내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기다려라. 내 희망은 오직 하나님에게만 있다.

6. 하나님만이 나의 반석, 나의 구원, 나의 요새이시니,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7. 내 구원과 영광이 하나님께 있다. 하나님은 내 견고한 바위이시요, 나의 피난처이시다.

8. 하나님만이 우리의 피난처이시니, 백성아, 언제든지 그만을 의지하고, 그에게 너희의 속마음을 털어놓아라. 셀라

9. 신분이 낮은 사람도 입김에 지나지 아니하고, 신분이 높은 사람도 속임수에 지나지 아니하니, 그들을 모두 다 저울에 올려놓아도 입김보다 가벼울 것이다.

10. 억압하는 힘을 의지하지 말고, 빼앗아서 무엇을 얻으려는 헛된 희망을 믿지 말며, 재물이 늘어나더라도 거기에 마음을 두지 말아라.

11. 하나님께서 한 가지를 말씀하셨을 때에, 나는 두 가지를 배웠다. ‘권세는 하나님의 것이요,

12. ‘한결같은 사랑도 주님의 것이라는 사실을. 주님, 주님께서는 각 사람에게 그가 행한 대로 갚아 주십니다.

 

(고린도전서 7:29-31)

29. 형제자매 여러분,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것입니다. 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제부터는 아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처럼 하고,

30. 우는 사람은 울지 않는 사람처럼 하고, 기쁜 사람은 기쁘지 않은 사람처럼 하고, 무엇을 산 사람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처럼 하고,

31. 세상을 이용하는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처럼 하도록 하십시오. 이 세상의 형체는 사라집니다.

 

(마가복음 1:14-20)

14. 요한이 잡힌 뒤에, 예수께서 갈릴리에 오셔서,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하셨다.

15. “때가 찼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여라. 복음을 믿어라.”

16. 예수께서 갈릴리 바닷가를 지나가시다가,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가 바다에서 그물을 던지고 있는 것을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17.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18. 그들은 곧 그물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갔다.

19. 예수께서 조금 더 가시다가,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이 배에서 그물을 깁고 있는 것을 보시고,

20. 곧바로 그들을 부르셨다. 그들은 아버지 세베대를 일꾼들과 함께 배에 남겨 두고, 곧 예수를 따라갔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이어주는 공동 주제는, ‘마지막 때를 느낀 사람들입니다.

 

구약, “금식을 선포하고”(요나서 3:5)

시편, “재물이 늘어나더라도 거기에 마음을 두지 말아라”(시편 62:10)

서신서, “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제부터는”(고린도전서 7:29)

복음서, “때가 찼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여라. 복음을 믿어라”(마가복음 1:15)

 

오늘 요절은, “그들은 곧 그물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갔다입니다.(마가복음 1:18)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요나서 3:1-5, 10, 시편 62:5-12)]

오늘 구약본문 소제목은 니느웨 사람들의 회개입니다.

요나는 조국의 원수 앗수르의 수도 니느웨의 멸망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명을 거슬러 회개선포를 하지 않고 피하려다

사흘간 큰 물고기 뱃속 경험을 하고서야 순송합니다.

 

그나마 성의 없어 보이는 요나의 짧은 선포였음에도(4)

니느웨는 당장 회개하고 하나님께서는 뜻을 돌이켜 재앙을 거두십니다.

 

오늘 본문의 요나는 복수심 가득한 이스라엘 백성의 표본이요,

니느웨는 그런 이스라엘을 부끄럽게 하고 각성하게 할 이방나라,

즉 또 하나의 하나님 백성의 상징입니다.

 

오늘 시편본문 소제목은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입니다.

시인은 지금 적대자들에게 둘러싸여 공격당하고 있습니다.(3-4)

그런데 이 위기가 기회가 되어 시인의 모든 감각이 열리나 봅니다.

 

사람의 돈과 권력이 덧없음을 깨닫고(10)

하나님을 재발견하고 하나님만 의지하게 되니 말입니다.(5-8)

그리고 평소 흘려듣던 하나님 말씀도 놓치지 않고 새겨듣게 됩니다.(11)

이는 딱 오늘 구약본문의 니느웨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고린도전서 7:29-31, 마가복음 1:14-20)]

오늘 서신서 본문 소제목은 혼인하지 않은 사람들에 관하여입니다.

혼인과 독신에 관한 권면이 주제인 7장의 일부분으로서 본문은

세상 모든 형체조차 사라질 마지막 때가 가까움을 강조하며,

그러니 모든 관심을 모아 하나님께 몰두하라고 가르칩니다.

이는 오늘 복음서본문과 통하며 구약과 시편과도 통합니다.

 

오늘 복음서본문 소제목은 하나님나라를 선포하시다. 제자 넷을 부르시다입니다.

세례 받으신 예수님께서 광야 40일 직후에 하신 첫 복음 선포는

하나님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라는 말씀이십니다.

공중의 권세 잡은 자 악마의 죽음권세에 멱살 잡힌 인생을 해방하시려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오셔서 다스리실 그때가 가까우니!

 

여기서 핵심은 우리의 회개입니다.

가던 길 멈추고 방향만 하나님께로 돌리면 되는 회개!

그분이 이미 우리를 향해 오고 계시니까, 우리는 방향만 돌려 기다리면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내게 오신 그분을 만나면 그분을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오늘 본문이 딱 그렇습니다. 제자가 스승을 찾아가는 관례와 달리,

오늘 본문의 예수님은 제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부르십니다.

이런 황송한 상황을 그들은 얼른 받아들이고

모든 중요한 것 다 내려놓고 스승을 따라나섭니다.

(이상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해설 참조)

 

 

[정리]

주현절 3주 성서일과 말씀들을 읽고 묵상하면서

코로나19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한국교회에게 큰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임계점에 다다른 교회의 그릇된 관성들이

갖가지 모양으로 세상에 드러나 뭇매를 맞고 있는 지금,

아픈 만큼 정신이 번쩍 들어 눈 열리고 귀가 열려

이미 저렇게 가까이 오신 주님을 환히 볼 수 있는 기회 말입니다.

 

부디 지금 우리 모두의 눈이 활짝 열려

저렇게 가까이 오신 주님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니느웨 백성처럼 짧은 말씀에도 즉각 회개하기를!

그럴 수 있도록, 그렇게 민감하도록,

바울의 말씀처럼 하나님 몰두를 훼방하는 것 하나하나 끊고 정리하기를!

시편의 시인처럼 나를 못살게 구는 적대자들 덕분에

오히려 주님말씀 빠짐없이 듣도록 귀가 활짝 열리기를!

그래서 예수님 첫 제자들처럼, 주님 말씀에 애지중지 하던 것 버리고 즉각 행동하기를!

 

우리 모두 그럴 수 있도록,

지금 코로나19 시대 작은 아픔이,

주님 오실 마지막 때를 느끼는

그 귀한 감각을 살려주는 기회가 되기를 빕니다.

 

 

 

[나머지]

* ‘광속(光束)같은 말씀 반응속도’1

니느웨 사람들과 갈릴리 어부들의 회개는 오늘 우리에게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저렇게 말씀 반응속도가 번개처럼 빠를 수 있을까? 때가 꽉 찬 것을 어떻게 느낄 수 있었을까? 길은 한 가지 뿐입니다. 진짜 꿈같은 이야기지만, 다시 태어난 겁니다. 다시 태어난 아기들에게 배가 무슨 소용이요 그물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아무 관심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빠조차 필요 없습니다. 오로지 엄마 젖이 필요할 뿐입니다.

 

** ‘광속(光束)같은 말씀 반응속도’2

사람은 자라면서 수많은 트라우마를 겪기 마련입니다. 그 크고 작은 상흔들이 쌓이고 쌓여 마치 내 영혼의 굳은살처럼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큰 자극이 와도 아프지 않은 겁니다. 무감각해지고 쉽게 잊는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니느웨 사람들이 요나의 목소리를 들을 때, 갈릴리 어부들이 예수님 목소리를 들을 때, 그 굳은살들이 녹아버린 것입니다. 내 모든 굳은살이 녹아지고 아기살처럼 보드라워지면 그 말씀에 온 몸이 반응하게 됩니다. 진짜 아픈 겁니다. 그래서 오직 그 말씀의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게 됩니다. 우리도 오늘 하나님 말씀 들을 때, 내 안의 굳은 살 다 녹아내리고, 말씀 반응속도가 광속으로 변화하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길, “나를 따르라는 예수님 말씀 따라, 내 모든 걸 버리고 따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은하수가 쏟아지듯 환한 말씀

다산 정약용에게 처음 전도한 이는, 그의 사돈이자 스승이라 할 광암 이벽선생이었습니다. 어느 날 남한강을 따라 흐르던 배 안에서, 다산은 자기보다 8살 많았던 이벽으로부터 첫 복음을 듣는 순간, 마치 어두운 밤하늘에 은하수가 쏟아지는 듯, 온 영혼이 환해지는 경험을 합니다. 다산에게 하나님은 그렇게 찾아오셨습니다. 복음은 기쁜 소식입니다. 나를 만나시러 그분이 내게 오신다는 소식! “복음을 믿어라”(마가 1:15) 오늘 예수님은 그 복음을 믿으라 하셨고, 오늘 시편은 마치 복음을 받은 자에게 불러주는 듯 이렇게 노래합니다. “내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기다려라”(시편 62:5)

(* 전에 올린 것을 다듬어 다시 올립니다.)

 

 

 

 

 

[말씀동시] 따라오라 (김윤서 지음. 세움교회 고등부. 성실문화106)

나를 따라오라 하신 예수님

그 길을 따라 간 시몬과 안드레

 

나를 따라오라 하신 예수님

나는 그 길을 따라가고 있던가

 

나를 따라오라 하신 예수님

이제 그 길을 따라갈 시간

 

그를 따라가,

사람 낚는 어부가 되리라

 

 

 

 

[말씀시조] 여러분 들으시라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106)

여러분 들으시라 내 말을 들으시라

이 땅의 희로애락 쾌락을 멈추시라

이 세상 사라지는 날 마지막 때 가까워

 

 

 

 

[말씀서예] 고린도전서 7:29 (오요섭 작품. 성실문화106)

 

 

 

 

[시편노래] 시편 62, 내 영혼아 잠잠히 (이정훈 편사, 홍의종 작곡. 성실문화106)

[본문] (시편 62:5-12)

[노랫말]

1. 내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기다려라, 내 희망은 오로지 하나님 그분이다

하나님만 나의 반석 나의 구원 피난처니, 나의 구원 나의 영광 하나님 그분이다

2. 백성아 언제든지 하나님만 의지하라, 그분이 피난처니 너희 속을 다 맡기라

낮은 자도 입김이요 높은 자도 속임수니, 저울에 달아봐도 입김보다 가벼웁다

3. 폭력으로 뺏은 재물 덧없고 허망하다, 너희가 행한 대로 주님께서 갚으신다

우리 주님 한 말씀에 두 가지를 깨쳤노라, 사랑 권세 이 모두가 하나님의 것이로다

 

[해설]

시편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찬양사역자이신 전일교회 홍의종 목사가 곡을 붙였다.

 

[악보] 시편 62 (내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기다려라) (이정훈 편사, 홍의종 작곡)

 

20210124_시편가 62 내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기다려라.m4a
1.71MB

 

 

[시편 송서(誦書)] 시편 62:5-12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106)

(전래자장가 가락, 즉 천자문독송 가락으로)

 

5. ---- 영혼---, 잠잠히 하나님-- 바라---,

무릇- 나의- 소망---, 그로부터-- 나오는도다-

 

6. 오직 그만이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원이시요 나의 요새이시니 내가 흔들리지 아니하리로다

 

7. -의 구원과 영광---, 하나님께-- 있음-이여-,

내 힘의 반석과 피난-처도-, 하나님께-- 있도---

 

8. 백성들아 시시로 그를 의지하고 그의 앞에 마음을 토하라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 (셀라)

 

9. -- (--) 슬프도다--, 사람--- 입김-이며-,

인생도 속임수이니- 저울에 달면-, 그들은 입김보-- 가벼우리로다---

 

10. 포악을 의지하지 말며 탈취한 것으로 허망하여지지 말며 재물이 늘어도 거기에 마음을 두지 말지어다

 

11. 하나님이-- 한두 번 하신-, 말씀을 내-가 들었-나니-,

권능--- 하나-님께-, (하나님--) --였다 하셨-도다-

 

[다함께]

12. -여 인-(인자)함은--, ---- 속하-오니-,

주께서 각 사람-- 행한- 대로-, (-한대-) 갚으심이니-∼∥

 

20210124_시편송서 62;5-12.m4a
1.88MB

 

 

 

[말씀동화] 빙하기 100배 즐기기

 

옛날옛날 한옛날에, 이것은 호랑이가 냉수마찰하려고 얼음을 깨다가 발톱 부러지던 시절 이야기예요.

 

우리 집이 온통 꽁꽁 얼어버렸어요.

아빠가 고집스레 <띄워지은 집>이어서

바닥 상하수도 관이 꽁꽁 언 거죠.

 

우리 아빤 옛날 사람들이 더 슬기롭다고 굳게 믿거든요.

그래서 옛날 집 가운데 공중에 뜬 집 흉내 내서

우리 집 바닥에 큼지막한 주춧돌을 수십 개 깔아놓고

그 위에 집을 지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코흘리개 시절부터 집 아래를 강아지처럼 뽈뽈뽈 기어 다니며

술래잡기도 하고

안 쓰는 장난감 같은 이런저런 잡동사니들도 들여놓을 수 있었죠.

단 한 가지 조심할 것은, 여기저기 얼기설기 상하수도관 다치지 않기!

 

문제는 한겨울 동장군(冬將軍)이에요.

동장군이 기승을 부려서 찬바람이 몰아칠 때

훤하게 드러난 상하수도관이 무서워서 오돌오돌 떨거든요.

그러다 종종 꽁꽁 얼어버리죠.

 

 

아뿔싸! 또 우리 집 빙하기가 시작되었어요.

바람막이가 부실했는지 상하수도관이 꽝꽝 얼어버린 거예요.

겨울마다 동장군 찬바람을 막으려고

상하수도관 주변을 이것저것 잡동사니로 둘러주거든요.

 

이런! 화장실 변기 물도 수돗물도 안 나오네?

세탁기 배수관도 꽁꽁 얼어서 빨래도 못하겠네?

! 그나마 졸졸 흘려놓은 부엌 수도는 살아 있었어요.

 

억지로 녹이려다 오히려 망가질 수 있다며

우리 아빤 날이 따뜻해질 때까지 다함께 빙하기를 견디자고

원시인 대장처럼 말씀하십니다.

 

아빠를 흘겨보는 우리엄마 눈매가 번쩍번쩍,

오빠들과 나도 투덜투덜 원시인 대장님에게 불만이 많습니다.

왜냐면 우리 집 빙하기의 가장 큰 원인은, 실은

아빠의 고집불통 기름절약 때문이거든요.

 

지구를 지키려면 화석연료를 팍팍 줄여야 해!”

 

그래서 아빠는 한겨울 실내기온을 15도 보다 더 아래로 아래로 자꾸만 내리고

그렇게 보일러를 줄이고 줄이다가

급기야 지난 밤 동장군의 야간 기습공격으로

온 집안이 꽁꽁 얼어버린 거죠.

 

 

가뜩이나 코로나19 극성으로 아무데도 못가고

집에만 갇혀 살아야 하는데,

빙하기가 되니 우리 집 다섯 식구 모두 안방에 모여 삽니다.

 

작은 난로 하나로도 방안이 따뜻하고 아늑하네?”

 

동면하는 곰처럼 둥글둥글하게 세 벌이나 껴입었던 외투 하나를 벗으시며

아빠가 말씀하시자

키득키득 오빠들은 진짜 원시인 동굴 같다고 깔깔거리고

엄마는 이제 밥 안 해도 된다고 빙그레 웃으시고

설거지 확 줄어드니 이 얼마나 편하냐는 아빠까지!

 

뭐가 그리 좋아. 맨날 밥하고 김치뿐인데!”

 

내가 투덜거리자 아빠가 슬그머니 동굴 밖으로 나가십니다.

나를 달래시려고 아빠가 얼른 서재에 가서

꽁꽁 감추어둔 최후의 비상식량 초코파이를 가져와 하나씩 나눠주십니다.

 

힘내자 우리 막내! 빙하기 100배 즐기기, 같이 하자 응?”

 

 

코로나 빙하기랑 우리 집 빙하기랑 겹친 더블 빙하기에

우리 아빠가 점점 더 밝아지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

어라? 초코파이 말고 하나가 더 있었네?

하얀 휴지로 돌돌 싸매어 두었던 것을 조심조심 펼치니, !

 

이것 좀 봐. 아빠가 오늘 아침 차나무 보러 갔다가 발견한 거야.”

 

그건 하얀 꽃이랑 누르스름 동그란 씨앗이었어요.

아빠 손바닥에 누워있는 하얀 꽃은 차꽃이고

동그란 씨앗은 차 씨앗입니다.

 

작년 겨울에 피었던 차꽃에서 이듬해 겨울 열매가 맺히고

새로 또 꽃이 피었던 겁니다.

눈 속에서 오래 꽁꽁 얼어있던 차꽃과 열매를 보이시며

아빠가 말씀하십니다.

 

빙하기 얼음 속에 잠자던 꽃과 씨앗이야. 우리 몸과 마음을 맑게 해줄 하나님의 선물이지!”

 

빙하기여서 온 가족이 한방에 모여 지낼 수 있고,

빙하기여서 온 가족이 가정예배도 더 자주 할 수 있고,

빙하기여서 온 가족이 하나님께 더 몰두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신나고 은혜로운 빙하기냐고, 씩씩하게,

진짜 원시인 대장처럼 빛나는 눈빛으로 아빠가 말씀하십니다.

 

내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기다려라. 내 희망은 오직 하나님에게만 있다.”(시편 62:5)

 

아빠가 흥얼흥얼 시편가를 반복해서 부르십니다.

엄마도 소근소근 시편가를 부르십니다.

오빠들과 나도 두근두근 시편가를 따라 부르며

아빠가 보여준 아름답고 신비로운 빙하기 차꽃과 씨앗을 조심조심 만져봅니다.

[이정훈 지음. 2021123일 토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