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문화 응용하기/본문묵상

성령강림절 6주(성령강림 후 5주, 맥추감사주일, 2020년 7월 5일 주일) 예배준비 노트

서무천사 2020. 7. 3. 15:00

내가 너희를 쉬게 하겠다(마태복음 11:28)

 

[성서일과 4본문]

(창세기 24:34-38, 42-49, 58-67)

34. 노인이 말하였다. “저는 아브라함 어른의 종입니다.

35. 주님께서 나의 주인에게 크게 복을 주셔서, 주인은 큰 부자가 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주인에게 양 떼와 소 떼, 은과 금, 남종과 여종, 낙타와 나귀를 주셨습니다.

36. 주인마님 사라는 노년에 이르러서, 주인어른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으셨는데, 주인어른께서는 모든 재산을 아드님께 주셨습니다.

37. 주인어른께서 저더러 말씀하시기를 너는, 내 아들의 아내가 될 여인을, 내가 사는 가나안 땅에 있는 사람의 딸들에게서 찾지 말고,

38. 나의 아버지 집, 나의 친족에게로 가서, 나의 며느리감을 찾아보겠다고 나에게 맹세하여라하셨습니다.

42. 제가 오늘 우물에 이르렀을 때에, 저는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주님, 나의 주인 아브라함을 보살펴 주신 하나님, 주님께서 원하시면, 제가 오늘 여기에 와서, 하는 일이 잘 이루어지게 하여 주십시오.

43. 제가 여기 우물곁에 서 있다가, 처녀가 물을 길으러 오면, 그에게 항아리에 든 물을 좀 마시게 해 달라고 말하고,

44. 그 처녀가 저에게 마시라고 하면서, 물을 더 길어다가 낙타들에게도 마시게 하겠다고 말하면, 그가 바로 주님께서 내 주인의 아들의 아내로 정하신 처녀로 알겠습니다하고 기도하였습니다.

45. 그런데 제가 마음속에 기도를 다 마치기도 전에, 리브가가 물동이를 어깨에 메고 나왔습니다. 그는 우물로 내려가서, 물을 긷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에게 마실 물을 좀 주시오하였더니,

46. 물동이를 어깨에서 곧바로 내려놓고 드십시오. 낙타들에게도 제가 물을 주겠습니다하고 말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을 마셨습니다. 따님께서는 낙타에게도 물을 주었습니다.

47. 제가 따님에게 뉘 댁 따님이시오?’ 하고 물었더니, 따님께서는 아버지는 함자가 브두엘이고, 할아버지는 함자가 나홀이고, 할머니는 함자가 밀가입니다하고 말하였습니다. 저는 따님의 코에는 코걸이를 걸어 주고, 팔에는 팔찌를 끼워 주었습니다.

48. 일이 이쯤 된 것을 보고, 저는 머리를 숙여서 주님께 경배하고, 제 주인 아브라함을 보살펴 주신 주 하나님을 찬양하였습니다. 주님은 저를 바른 길로 인도하셔서, 주인 동생의 딸을 주인 아들의 신부감으로 만날 수 있게 하여 주셨습니다.

49. 이제 어른들께서 저의 주인에게 인자하심과 진실하심을 보여 주시려거든, 저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을 해주시고, 그렇게 하지 못하시겠거든, 못하겠다고 말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셔야, 저도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할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58. 그들이 리브가를 불러다 놓고서 물었다. “이 어른과 같이 가겠느냐?” 리브가가 대답하였다. “, 가겠습니다.”

59. 그래서 그들은 누이 리브가와 그의 유모를 아브라함의 종과 일행에게 딸려보내면서,

60. 리브가에게 복을 빌어 주었다. “우리의 누이야, 너는 천만 인의 어머니가 되어라. 너의 씨가 원수의 성을 차지할 것이다.”

61. 리브가와 몸종들은 준비를 마치고, 낙타에 올라앉아서, 종의 뒤를 따라 나섰다. 그래서 아브라함의 종은 리브가를 데리고서, 길을 떠날 수 있었다.

62. 그 때에 이삭은 이미 브엘라해로이에서 떠나서, 남쪽 네겝 지역에 가서 살고 있었다.

63. 어느 날 저녁에 이삭이 산책을 하려고 들로 나갔다가, 고개를 들고 보니, 낙타 행렬이 한 떼 오고 있었다.

64. 리브가는 고개를 들어서 이삭을 보고, 낙타에서 내려서

65. 아브라함의 종에게 물었다. “저 들판에서 우리를 맞으러 오는 저 남자가 누굽니까?” 그 종이 대답하였다. “나의 주인입니다.” 그러자 리브가는 너울을 꺼내서, 얼굴을 가렸다.

66. 그 종이 이제까지의 모든 일을 이삭에게 다 말하였다.

67. 이삭은 리브가를 어머니 사라의 장막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그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이렇게 해서, 리브가는 이삭의 아내가 되었으며, 이삭은 그를 사랑하였다. 이삭은 어머니를 여의고 나서, 위로를 받았다.

 

(시편 45:10-17)

10. 왕후님! 듣고 생각하고 귀를 기울이십시오. 왕후님의 겨레와 아버지의 집을 잊으십시오.

11. 그리하면 임금님께서 그대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힐 것입니다. 임금님이 그대의 주인이시니, 그대는 임금님을 높이십시오.

12. 두로의 사신들이 선물을 가져오고, 가장 부유한 백성들이 그대의 총애를 구합니다.

13. 왕후님은 금실로 수놓은 옷을 입고, 구중궁궐에서 온갖 영화를 누리니,

14. 오색찬란한 옷을 차려입고 임금님을 뵈러 갈 때에, 그 뒤엔 들러리로 따르는 처녀들이 줄을 지을 것이다.

15. 그들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 안내를 받아, 왕궁으로 들어갈 것이다.

16. 임금님, 임금님의 아드님들은 조상의 뒤를 이을 것입니다. 임금님께서는, 그들을 온 세상의 통치자들이 되게 하실 것입니다.

17. 내가 사람들로 하여금 임금님의 이름을 대대로 기억하게 하겠사오니, 그들이 임금님을 길이길이 찬양할 것입니다.

 

(로마서 7:15-25a)

15.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지 않고, 도리어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16. 내가 그런 일을 하면서도 그것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곧 율법이 선하다는 사실에 동의하는 것입니다.

17. 그렇다면, 그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 죄입니다.

18. 나는 내 속에 곧 내 육신 속에 선한 것이 깃들여 있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나는 선을 행하려는 의지는 있으나, 그것을 실행하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19. 나는 내가 원하는 선한 일은 하지 않고, 도리어 원하지 않는 악한 일을 합니다.

20. 내가 해서는 안 되는 것을 하면, 그것을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 죄입니다.

21. 여기에서 나는 법칙 하나를 발견하였습니다. 곧 나는 선을 행하려고 하는데, 그러한 나에게 악이 붙어 있다는 것입니다.

22. 나는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나,

23. 내 지체에는 다른 법이 있어서 내 마음의 법과 맞서서 싸우며, 내 지체에 있는 죄의 법에 나를 포로로 만드는 것을 봅니다.

24. , 나는 비참한 사람입니다. 누가 이 죽음의 몸에서 나를 건져 주겠습니까?

25.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를 건져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마태복음 11:16-19, 25-30)

16. “이 세대를 무엇에 비길까? 마치 아이들이 장터에 앉아서, 다른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17. ‘우리가 너희에게 피리를 불어도 너희는 춤을 추지 않았고, 우리가 곡을 해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18. 요한이 와서,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말하기를, ‘그는 귀신이 들렸다하고,

19. 인자는 와서,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니, 그들이 말하기를 보아라, 저 사람은 마구 먹어대는 자요, 포도주를 마시는 자요, 세리와 죄인의 친구다한다. 그러나 지혜는 그 한 일로 옳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25. 그 때에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였다. “하늘과 땅의 주님이신 아버지, 이 일을 지혜 있고 똑똑한 사람들에게는 감추시고, 어린아이들에게는 드러내어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26. 그렇습니다. 아버지, 이것이 아버지의 은혜로운 뜻입니다.

27. 내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내게 맡겨주셨습니다. 아버지 밖에는 아들을 아는 이가 없으며, 아들과 또 아들이 계시하여 주려고 하는 사람 밖에는 아버지를 아는 이가 없습니다.”

28. “수고하며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은 모두 내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겠다.

29.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한테 배워라. 그리하면 너희는 마음에 쉼을 얻을 것이다.

30.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관통하는 알맹이(주제어)멍에입니다.

 

구약, “그 종이 이제까지의 모든 일을 이삭에게 다 말하였다”(창세기 24:66)

시편, “왕후님의 겨레와 아버지의 집을 잊으십시오”(시편 45:10)

서신서, “내 지체에 있는 죄의 법에 나를 포로로 만드는 것을 봅니다”(로마서 7:23)

복음서, “수고하며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은 모두 내게로 오너라”(마태복음 11:28)

 

오늘 요절은, “내가 너희를 쉬게 하겠다입니다.(마태복음 11:28)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창세기 24:34-38, 42-49, 58-67 / 시편 45:10-17)]

오늘 구약본문소제목은 리브가가 이삭의 아내가 되다입니다.

오늘 구약본문은 아브라함의 종이 주인이 맡긴 사명을 완수하는 내용입니다.

그 사명은 다름 아니라, 약속의 아들 이삭의 혼사입니다.

 

리브가의 적극적이며 선한 모습이 돋보이고

아브라함 종의 적극적이며 성실한 모습도 돋보입니다.

끝에 나오는 이삭의 모습 또한 그러합니다.

나이 사십이 다 되도록 아버지 뜻에 순종하여 혼인을 하염없이 기다린 것입니다.

 

특히 아브라함 종이 자신에게 맡겨진 짐(멍에)에서 해방되는 느낌이

66절에 아주 뚜렷합니다.

물론 그 멍에는 하나님의 동행하심으로 감당할 만 했을 것입니다.(48)

 

오늘 시편본문소제목은 왕실 혼인잔치를 위하여입니다.

다윗왕가의 혼례식이어서인지 오늘 시편노래는

과거, (오늘 구약본문) 이삭의 혼례를 기억하게 하고, 나아가

미래, 어린양 예수그리스도의 혼례를 내다보게 합니다.(19:5-10)

이때 신부는 모든 시련을 견디어낸 교회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10절의 왕후님의 겨레와 아버지의 집을 잊으십시오에서

신부가 견뎌내야 할 멍에가, 특히 어린양의 신부 교회의 멍에가 보입니다.

그렇게 교회는 세상의 인연과 낙에 연연하지 않고 점점 의연해져 갑니다.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로마서 7:15-25a / 마태복음 11:16-19, 25-30)]

오늘 서신서본문소제목은 율법과 죄의 관계입니다.

내 육신의 욕망에서 솟아난 자아는 하나님께 이르는 길을 끊임없이 왜곡합니다.

하나님이 아니라 육신에 맞춰진 <>의 지배를 받기 때문입니다.

육신에 박혀 있는 <죄의 법>과 속사람의 <마음의 법>이 끝없이 대립하며

비참한 삶의 멍에가 됩니다.(24)

 

이 멍에를 벗고 예수님의 멍에를 함께 메는 신나는 새 인생을

25절과, 이어지는 오늘 복음서본문이 보여줍니다.

 

오늘 복음서본문소제목은 ‘...나에게로 와서 쉬어라입니다.

아이들의 혼례식놀이와 장례식놀이 비유로

예수님께서 이 세대의 닫힌 눈과 귀(=공감무능=불통)을 질책하십니다.

그리고 19절 끝 말씀으로, 즉 하나님의 성육신과 천국선포로

이 세대에게 다시금 당신을 정확히 드러내십니다.

 

그럼에도 세상은 여전히 예수님을 못 봅니다.(20, 25, 27)

오직 어린아이들”(25, 예수를 따르는 약자들)만이 예수님을 바로보고

제대로 감사하고 찬양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이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25-26)

 

29-30절의 내 멍에는 예수님의 율법 새 해석입니다.

예수님의 멍에를 멘다는 것은, 힘겹게 율법을 준수하는 것과 다릅니다.

예수님께서 나를 업고 하나님께로 날라주시는 것처럼 쉬운 일입니다.

(이상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해설 일부 참조)

 

 

[정리]

오늘 아브라함의 종이 보여준 성실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노구를 이끌고 험한 길을 다녀옵니다.

오늘 구약본문의 직전 본문과 중략된 부분까지 읽어보면,

그가 사람들과 일일이 반복해서 미주알고주알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주인이 맡긴 사명 잘 수행하려고 꾸준히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명을 다하고 마무리하는 이삭에게 보고하기까지,

진실하고 성실한 모습으로 일관합니다.(66)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그 사명을 다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뜻을 여쭙고(42-44) 감사하는 모습입니다.(48)

 

아무리 성실해도 그 길의 방향이 잘못되었으면 헛수고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길에서 종종 길을 멈추고, 오늘 아브라함의 종처럼,

이 길이 맞는지, 하나님께 길을 여쭈어야 하는 것입니다.

 

나 주가 말한다. 나는 너희에게 일렀다. 가던 길을 멈추어서 살펴보고, 옛길이 어딘지, 가장 좋은 길이 어딘지 물어 보고, 그 길로 가라고 하였다. 그러면 너희의 영혼이 평안히 쉴 곳을 찾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도 너희는 여전히 그 길로는 가지 않겠다고 하였다” (예레미야 6:16)

 

예레미야가 보여주는 저런 인생이 바로 오늘 서신서 본문의

육신에 매인 에 매인 사람입니다.

내 삶의 모든 방향이 하나님께 맞춰져 있지 않고 나 자신에게 맞춰져 있는

<편향된 자아>의 사람 말입니다.

그런 자아는 하나님께 이르는 길을 끝없이 왜곡시키니 거기 선한 것이 있을 리 없습니다.(7:18)

 

이런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덧없이 애쓰고 있는 우리에게

오늘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수고하며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은 모두 내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한테 배워라. 그리하면 너희는 마음에 쉼을 얻을 것이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복음 11:28-30)

 

코로나19가 힘들고 벅찹니다.

이 무거운 짐에서 해방되고 오히려

코로나 이전보다 더 가볍고 신나게 살 수 있는 길,

제대로 쉴 수 있는 길이 보입니다.

 

예수님께 돌아가기, 그리고 예수님의 멍에를 메고 예수님께 배우기입니다.

 

그런데 그게 뭘까요?

예수님께 제대로 돌아가는 게 뭘까요?

예수님께 배우고 그 멍에를 메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모든 길을 볼 수 있는 눈은, 어린아이,

어린아이 같은 약자들 몫입니다.(마태복음 11:25-26)

 

지진 쓰나미가 닥치고, 코로나19가 창궐해도 여전히 그 길이 안 보이는 것은,

내가 어린아이처럼 낮아지지 못한 것입니다.

내 안에 자아가 너무 세고, 여전히 가진 게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채로 저녁이 있는 삶을 아무리 외워도

거기 참된 쉼이 있겠습니까?

 

 

 

[나머지]

* 아브라함의 종의 멍에가 무겁지 않은 까닭

늙은 종에게 그 짐은 의외로 가벼웠습니다. 주님께서 천사를 앞서 보내주셨기 때문이고(7) 마침내 주님께서 완결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늙은 종은 주님은 찬양하고 또 찬양합니다.(26-27, 48, 52)

 

(7)“...그러니 주님께서 천사를 너의 앞에 보내셔서, 거기에서 내 아들의 아내 될 사람을 데려올 수 있도록 도와 주실 것이다.”

 

** 맥추감사주일

맥추감사주일은 올해 절반을 마무리하며 반성하고 감사하는 날입니다.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 발자취들이 어지럽지나 않았는지 돌아보는 날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세상 일, 세상 자랑, 세상 욕심에 빠져들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는 날입니다. 영의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온갖 육욕의 멍에를 내려놓고 예수님의 멍에를 메는 날입니다. 율법의 알맹이, 말씀의 알맹이를 놓치고 껍데기만 붙들고 씨름하는, 그리하여 시나브로 비대해진 교회, 당뇨와 동맥경화 직전까지 온 교회의 멍에를 내려놓고, 교회 안에 안주하려고만 하는 안일하고 무미건조해진 신앙생활의 멍에를 다 내려놓고 주님처럼 겸손하고, 바람처럼 개혁해갈 수 있는 예수님의 자유로운 멍에를 메는 날입니다. 거기 참 쉼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해 전에 올린 것을 조금 다듬어 다시 올립니다)

 

 

 

 

 

[말씀동시] 닫힌 마음 (이선구 지음. 성실교회 청년부. 성실문화103)

먹고 마시질 않으니 귀신이라 하고

먹고 마시고 다니니 걸인이라 하네

무거운 짐 버리고 날고 싶지만

마음 문 닫혀 버리질 못하네

어린아이처럼 투명한 마음만이

모든 것 내려놓고 날아오르리

 

 

 

 

[말씀시조] 선하게 살려 해도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103)

선하게 살려 해도 내 몸이 안 따른다

비참한 이 신세를 그 누가 구해주랴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드님을 주시니

 

 

 

 

[말씀서예] 로마서 7:25 (오요섭 작품. 성실문화103)

 

 

 

 

 

[시편노래] 시편 45, ‘아름다운 왕후시여 (이정훈 작사, 주원남 작곡. 성실문화103)

[본문] (시편 45:10-17)

[노랫말]

1. 아름다운 왕후시여 잘 들으세요, 왕후님의 겨레와 집 다 잊으세요,

그대의 임금님을 높여드려요, 임금님이 그대를 사랑합니다

2. 두로의 사신들이 선물드리고, 부유한 백성들이 몰려오네요

눈부시게 차려입은 우리 왕후님, 오늘도 임금님이 기다립니다

3. 왕후님과 임금님의 고운 아이들, 온 세상 통치자가 되실 겁니다,

오래오래 그대들을 기억합니다, 만백성이 그 이름을 찬양합니다

 

[해설]

시편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찬양사역자이신 주원남 목사가 곡을 붙였다.

 

[악보] 시편 45 (아름다운 왕후시여) (이정훈 작사, 주원남 작곡)

 

(시편노래 음원을 처음 올립니다. 악보 읽기 힘든 분들을 위해서, 한번 익히기 용으로 지어 올립니다.)

20200703_시편가 45 아름다운 왕후시여.m4a
1.45MB

 

 

 

[시편 송서(誦書)] 시편 45:10-17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103)

(전래자장가 가락, 즉 천자문독송 가락으로)

 

10. 딸이--- 듣고- 보고-, -를 기울일지어---,

-- 백성과 네 아버지의- 집을-, 잊어버릴--지어---

 

11. 그리하면 왕이 네 아름다움을 사모하실지라 그는 네 주인이시니 너는 그를 경배할지어다

12. 두로의 딸은 예물을 드리고 백성 중 부한 자도 네 얼굴 보기를 원하리로다

 

13. -의 딸-은 궁중-에서-, -든 영화를 누리---,

-의 옷-은 금으---, (금으로 금으로) 수 놓았도다-

 

14. 수 놓은 옷을 입은 그는 왕께로 인도함을 받으며 시종하는 친구 처녀들도 왕께로 이끌려 갈 것이라

15. 그들은 기쁨과 즐거움으로 인도함을 받고 왕궁에 들어가리로다

 

16. -의 아-(아들-)들은-, -의 조상(())을 계승할 것이라,

-이 그들로 온- 세계의-, (온 세계) 군왕을 삼으리로다-

 

[다함께]

17. 내가- -의 이름---, 만세에 --하게 하리---,

그러므로-- 만민이 왕을-, 영원히 (영원히) 찬송하리∼∥

 

(시편송서 음원을 처음 올립니다. 송서(誦書, 외울 송, 글 서)란 옛 선비들이 경서를 외우기 위한 목적으로, 그리고 오래 글 읽는 지루함을 달래는 목적으로, 글을 노랫가락에 얹어 부르던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옛 어른들이 글 읽는 그 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요사이 아예 인간문화재라 일컫는 <송서 보유자>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우리 옛 어른들의 책읽기는 음악성이 강합니다. 사서와 삼경처럼 난이도가 높은 가락도 있지만, 코흘리개 어린이시절부터 읽던 천자문의 경우는, 가장 쉬운 노래, 엄마 뱃속에서부터 들었고, 태어나자마자 부모님과 조부모님들께서 내 궁둥이 토닥이시며 불러주시던, 그래서 내 온 몸에 배인 가락인 <자장가 가락>으로 읊조렸습니다. 이를 <천자문 독송가락>이라고 합니다. 한국교회의 시편문화를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 <성실문화>는 오래 전부터 시편송서를 지어왔습니다. <시편송서><시편가>가 원문을 많이 다듬은 것과 달리, 시편 원문을 그대로 부르는 특징이 있습니다.[성실문화는 대부분 새번역 성경을 쓰지만, 시편송서는 개역개정역으로 짓고 있습니다] 대부분 <자장가 가락>으로 부르고, 참회시, 탄식시는 <새야새야 가락>으로, 경축일에는 <아리랑 가락>으로 부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락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다 아는 가락이니 읊조릴 때 가사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노랫말의 길고 짧음을 정하는 장단(長短)은 제가 임의로 나누어 조절한 것입니다. 물론 누구나 자기 입에 맞게 장단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장단을 표기한 진한 글씨 부분은 자장가 가락으로 읊조리지만, 장단 표기가 없는 연한 글씨 부분은 장단 없이 멋대로 읊조리면 됩니다. 교회에 따라, 이 부분이 어려우면 <칸토>처럼 훈련된 한 사람이 읊조리거나, 그냥 회중이 다함께 교독문 하듯이 평이하게 읽어도 됩니다. 그냥 기존의 교독문으로 만족하지 않고 시편가를 지어 부르고, 시편송서까지 지어 부르는 이유, 제가 시편송서라는 형식을 처음 만들게 된 동기 등은 성실문화의 예배학적 고민의 결과입니다. 나중에 기회 있을 때 부연하도록 하겠습니다.)

20200703_시편송서 45.m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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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동화] 아빠 넥타이

 

옛날옛날 한옛날에, 이것은 호랑이가 나비넥타이 매고 거울 보며 머리 빗던 시절 이야기예요.

 

우리 아빠는 오늘도 어깨가 축 처져서 돌아오셨어요.

우리 가족 맛있는 거 맘껏 먹게 해주시려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시느라 지치고 지친 우리 아빠!

 

저렇게 우리 아빠 어깨에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것은

어쩌면 아빠 넥타이 때문인지도 몰라요.

얼마나 오래 매고 다니셨는지 너무 낡았거든요.

 

언젠가 고등학생 큰 오빠가 이런 유식한 말을 했었죠.

넥타이는 워낭소리에 나오는 누렁소 코뚜레 같은 거고 멍에 같은 거라고.

아무리 더운 여름이어도 아빠네 회사에서는 넥타이를 풀 수 없다고!

 

그러고 보니

지금 우리 아빠에게는 시원하게 생긴 새 넥타이가 필요합니다.

그런 넥타이만 매면 회사에서 아빠 어깨가 으쓱 올라갈 거고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저는 부지런히 용돈을 모으고 있었죠.

그나저나 얼마나 더 모아야 넥타이를 살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라 엄마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어쩐다지?

 

그런데 이게 웬일이람?

아빠 퇴근을 기다리던 엄마가 슬그머니 새 넥타이를 보여주시네?

당황한 나는 큰 소리로 외쳤어요.

 

, 엄마 그거 어디서 난 거야?”

 

 

우리 엄마는 솜씨여왕이세요.

빵이면 빵, 과자면 과자, 옷이면 옷, 심지어 마스크 만드는 솜씨도

우리 동네에서 으뜸이세요.

전혀 배운 적 없어도 뭐든 한번 보고 마음에 들면 곧바로 만들어 내시죠.

 

엄마 어린 시절에 동네 병원 실수로

왼손 새끼손가락이 구부러져 펴지지 않는 작은 장애가 생겼지만

그럼에도 아무런 구김살 없고 마음씨 착한 우리 엄마에게

하나님께서 온갖 것을 만들어내는 손재주를 주신 거예요.

 

아니나 다를까 엄마도 내 마음이랑 똑같이

아빠 넥타이를 새로 장만해드리려고 어느새 날염(나염)을 배우신 겁니다.

인터넷으로 후다닥 익히자마자 참 곱고 아름다운 넥타이를 만드신 거죠.

그런데 엄마의 작품을 보고 내가 울상이자 엄마가 물으십니다.

 

우리 소구 왜 울상이야? 이 넥타이 마음에 안 들어?”

 

떠듬떠듬 털어놓는 내 비밀 계획을 들으시고 엄마가 물으십니다.

 

그동안 얼마나 모았니?”

 

삼천 원!”

 

예쁜 뻐드렁니가 활짝 드러나게 한바탕 웃으시더니 엄마가 말씀하십니다.

 

이러면 어떨까? 네가 이걸 사서 아빠께 선물하는 거!”

 

나는 순간 우리 엄마가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엄마가 알고 보니 천재고 천사셨다니!

 

 

거금 삼천 원으로 엄마에게 산 넥타이는 정말 멋졌어요.

바다보다 하늘보다 짙은 쪽빛 바탕에,

꾀꼬리처럼 노란 새들이 훨훨 날아오릅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자유로운 기운이 아빠 넥타이에 가득합니다.

 

그날도 어깨가 축 처져서 돌아오신 우리 아빠는

내가 선물한 넥타이를 보자마자 어깨가 으쓱으쓱 치솟고

세상에서 가장 크게 벙글벙글 웃으셨어요.

그리고 나를 번쩍 안아 주셨겠죠?

 

그날부터 회사에서 일 마치시고 돌아오실 때마다

우리 아빠 어깨는 늘 씩씩하셨어요.

아무리 힘든 하루였어도, 아무리 회사 일이 많아 몸이 지쳤어도

어느새 푹 쉬고 난 사람처럼 몸도 마음도 힘이 솟습니다.

 

아빠만 신나는 게 아닙니다.

아빠의 넥타이를 바라보는 회사 사람들까지

그 시원하고 자유로운 기운에 기분이 좋아지는 겁니다.

물론 그건 넥타이뿐 아니라 아빠의 얼굴에 서린 밝은 기운 때문이겠죠?

 

 

우리 아빠의 새 넥타이에 담긴 신비로운 기운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은

며칠 뒤 주일 오후였어요.

주일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엄마아빠 눈이 샛별처럼 반짝입니다.

 

오늘 예배 말씀을 들으면서 엄마 눈도 아빠 눈도

샛별처럼 빛나던 것을,

그리고 설교말씀 내내 아빠가 넥타이 아랫단을 만지작거리던 것을

저도 모르고 오빠들도 모르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던 겁니다.

 

보란 듯이 자랑스레 엄마가 보여주시는 아빠의 새 넥타이 뒷면에

바로 오늘 예배 말씀, 예수님 말씀이 새겨져 있었다니요!

넥타이에 물든 시원한 쪽빛과 아름답고 자유로운 그림도 그림이지만,

실은 바로 이 말씀 때문에 아빠는 넥타이를 맬 때마다 행복했던 것입니다.

 

수고하며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은 모두 내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겠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복음 11:28,30)

 

보물찾기하다 진짜 보물 찾았다 해도 이렇게 가슴이 뛸까?

우리 아빠 넥타이의 품 안에 이런 말씀이 담겨 있을 줄이야!

그날부터 저는 예수님 말씀을 읽기 시작했어요.

마치 우리 엄마가 아빠 넥타이 품 안에 말씀을 새길 때 설레셨을 그 마음으로!

 

[이정훈 지음. 202073일 금요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