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절 4주(2020년 2월 2일 주일) 예배준비 노트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복음 5:3,10)
[성서일과 4본문]
(미가서 6:1-8)
1. 주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어라. “너는 일어나서 산 앞에서 소송 내용을 샅샅이 밝혀라. 산과 언덕이 네 말을 듣게 하여라.
2. 너희 산들아, 땅을 받치고 있는 견고한 기둥들아, 나 주가 상세히 밝히는 고발을 들어 보아라. 나 주의 고소에 귀를 기울여라. 나 주가 내 백성을 상대하여서, 고소를 제기하였다. 내가 내 백성을 고발하고자 한다.
3. 내 백성은 들어라! 내가 너희에게 어떻게 하였느냐? 내가 너희에게 짐이라도 되었다는 말이냐? 어디, 나에게 대답해 보아라.
4. 나는 너희를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나왔다. 나는 너희의 몸값을 치르고서, 너희를 종살이하던 집에서 데리고 나왔다. 모세와 아론과 미리암을 보내서, 너희를 거기에서 데리고 나오게 한 것도 바로 나다.
5. 내 백성아, 모압의 발락 왕이 어떤 음모를 꾸몄으며, 브올의 아들 발람이 발락에게 어떻게 대답하였는지를 기억해 보아라. 싯딤에서부터 길갈에 이르기까지, 행군하면서 겪은 일들을 생각해 보아라. 너희가 이 모든 일을 돌이켜보면, 나 주가 너희를 구원하려고 한 일들을, 너희가 깨닫게 될 것이다.”
6. 내가 주님 앞에 나아갈 때에, 높으신 하나님께 예배드릴 때에, 무엇을 가지고 가야 합니까? 번제물로 바칠 일 년 된 송아지를 가지고 가면 됩니까?
7. 수천 마리의 양이나, 수만의 강 줄기를 채울 올리브 기름을 드리면, 주님께서 기뻐하시겠습니까? 내 허물을 벗겨 주시기를 빌면서, 내 맏아들이라도 주님께 바쳐야 합니까? 내가 지은 죄를 용서하여 주시기를 빌면서, 이 몸의 열매를 주님께 바쳐야 합니까?
8. 너 사람아, 무엇이 착한 일인지를 주님께서 이미 말씀하셨다. 주님께서 너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도 이미 말씀하셨다. 오로지 공의를 실천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시편 15)
1. 주님, 누가 주님의 장막에서 살 수 있겠습니까? 누가 주님의 거룩한 산에 머무를 수 있겠습니까?
2. 깨끗한 삶을 사는 사람,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 마음으로 진실을 말하는 사람,
3. 혀를 놀려 남의 허물을 들추지 않는 사람, 친구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 이웃을 모욕하지 않는 사람,
4. 하나님을 업신여기는 자를 경멸하고 주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을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맹세한 것은 해가 되더라도 깨뜨리지 않고 지키는 사람입니다.
5. 높은 이자를 받으려고 돈을 꾸어 주지 않으며, 무죄한 사람을 해칠세라 뇌물을 받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사람은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18-31)
18. 십자가의 말씀이 멸망할 자들에게는 어리석은 것이지만, 구원을 받는 사람인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19. 성경에 기록하기를 “내가 지혜로운 자들의 지혜를 멸하고, 총명한 자들의 총명을 폐할 것이다” 하였습니다.
20. 현자가 어디에 있습니까? 학자가 어디에 있습니까? 이 세상의 변론가가 어디에 있습니까? 하나님께서는 이 세상의 지혜를 어리석게 하신 것이 아닙니까?
21. 이 세상은 그 지혜로 하나님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지혜가 그렇게 되도록 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리석게 들리는 설교를 통하여 믿는 사람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신 것입니다.
22. 유대 사람은 기적을 요구하고, 그리스 사람은 지혜를 찾으나,
23.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전합니다.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리셨다는 것은 유대 사람에게는 거리낌이고, 이방 사람에게는 어리석은 일입니다.
24. 그러나 부르심을 받은 사람에게는, 유대 사람에게나 그리스 사람에게나, 이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입니다.
25.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의 지혜보다 더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함이 사람의 강함보다 더 강합니다.
26.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이 부르심을 받을 때에, 그 처지가 어떠하였는지 생각하여 보십시오. 육신의 기준으로 보아서, 지혜 있는 사람이 많지 않고, 권력 있는 사람이 많지 않고, 가문이 훌륭한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27.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어리석은 것들을 택하셨으며,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셨습니다.
28. 하나님께서는 세상에서 비천한 것들과 멸시받는 것들을 택하셨으니 곧 잘났다고 하는 것들을 없애시려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택하셨습니다.
29. 이리하여 아무도 하나님 앞에서는 자랑하지 못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30. 그러나 여러분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지혜가 되시며, 의와 거룩함과 구원이 되셨습니다.
31. 그것은,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바 “누구든지 자랑하려거든 주님을 자랑하라” 한 대로 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마태복음 5:1-12)
1.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그에게 나아왔다.
2. 예수께서 입을 열어서 그들을 가르치셨다.
3.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4. 슬퍼하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위로하실 것이다.
5. 온유한 사람은 복이 있다. 그들이 땅을 차지할 것이다.
6. 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복이 있다. 그들이 배부를 것이다.
7. 자비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비롭게 대하실 것이다.
8.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복이 있다.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이다.
9.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기의 자녀라고 부르실 것이다.
10.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11. 너희가 나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고, 터무니없는 말로 온갖 비난을 받으면, 복이 있다.
12. 너희는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하늘에서 받을 너희의 상이 크기 때문이다. 너희보다 먼저 온 예언자들도 이와 같이 박해를 받았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이어주는 끈은 ‘복스러운 사람이란’입니다.
구약,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미가서 6:8)
시편, “깨끗한 삶을 사는 사람...” (시편 15:2)
서신서, “부르심을 받은 사람” (고린도전서 1:24)
복음서, “마음이 가난한 사람” (마태복음 5:3)
오늘 요절은,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입니다. (마태복음 5:3,10)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미가서 6:1-8, 시편 15)]
오늘 구약본문의 소제목은 ‘올바른 예배’입니다.
미가(미가야=누가 야훼 같은가)는 이사야와 동시대 유다 예언자입니다.(750-690 활동)
이사야와는 다르게 아모스처럼 시골출신으로서 약자들의 형편에 대해 잘 압니다.
그래서 더욱 불의한 사회 상황과 지도층의 가식적 예배행위에 분노합니다.
이를 고발하는 식으로 하나님의 뜻을 전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바로 알아 하나님과 관계를 회복하려면,
즉 예배를 제대로 하려면, 제물이 아니라,
공의와 인자(仁慈), 그리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8)
오늘 시편본문의 소제목은 ‘누가 주님께 예배할 수 있는가’입니다.
순례자들이 예루살렘 성전 입구에서 성전출입을 위해 제사장과 문답하는 모습입니다.
오늘 구약본문 8절과 통하며, 복음서본문과도 통합니다.
신약성경의 하나님나라에 들 수 있는 조건과 통합니다.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고린도전서 1:18-31 / 마태복음 5:1-12)]
오늘 서신서본문의 소제목은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이신 그리스도’입니다.
가장 가혹하고 치욕스런 십자가 형벌로 예수께서 죽으심으로
마침내 하나님께서 본격적인 구원행위를 펼치신다는 “십자가의 말씀(도道)”는
세상에게는 허튼소리지만, 깨달은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고 지혜입니다.
이것이 인간의 지혜 기준에 모순되는 까닭은
온누리 창조세계에 가득한 하나님의 지혜를 세상이 못 보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하나님께서 친히 하늘문을 열고 구원의 길을 열어 세상에 오셨다는 통찰은
언감생심, 더욱 갖기 어렵습니다.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이신 <십자가의 도>에 대한 통찰은
그리스도 안에서만 가능합니다.(30)
하나님께서는 세상 지혜와 능력으로 똘똘 뭉치지 않은 <약자들>을 택하셔서
그리스도 안에 있게, 주님만을 자랑하게 하십니다.(31)
오늘 복음서본문의 소제목은 ‘복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의 구성에는 몇 가지 기둥이 보입니다.
첫 번째로 눈에 띄는 기둥은 “천국(하늘나라)”입니다.
대체로 팔복의 전반부는 약자(가난한 자)의 복이,
후반부는 적극적인 천국일꾼의 복으로 구성한 듯 보이는데,
예수께서 앞에서(4:17) “천국”을 선포하신 것에 이어서
복음의 핵심이요 완성인 “천국”을 앞뒤 수미쌍관으로 선포하십니다.(3,10)
그 사이의 복들(4-9)은 마치 천국이라는 집을 구성하는 방들처럼 보입니다.
또 하나 기둥은 “의”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질서, 이에 대응하는 인간의 태도를 가리키는 “의”!>
“의”를 기준으로 전반부 3-6절은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로(6),
후반부 7-10절은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자”(10)로 마무릅니다.
(마지막 11-12절은 그러한 박해받는 자에 대한 설명으로 보입니다.)
(이상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 해설 일부 참조)
[정리]
주현절 4주 오늘 본문들의 끈은 <복스러운 사람들>
바로 천국에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구약의 “공의를 실천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삶,
그런 현장이 바로 천국과 통하며,
시편의 “주님의 장막” 역시 천국의 완벽한 모형입니다.
서신서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천국에 가까운 사람들이며
복음서의 팔복을 받을 사람들 역시 천국에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서신서와 복음서의 주인공들이 모두 약자들입니다.(고전 1:27-28)
약자란, 구약시대부터 <가난한 자의 경건성>의 주인공입니다.
오직 천국만이 희망일 뿐이고, 오직 하나님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
그래서 자연스레 하나님과 강렬한 관계를 갖게 되는 가난한 사람들의 경건성!
그래서 부자는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어려운가 봅니다.(마태복음 19:23)
그래서 깨달은 자들은 자발적인 가난의 길을 가나 봅니다.
그래야 “오로지 공의를 실천하며...”(미 6:8), “깨끗한 삶”에 가까울 수 있고(시 15:2),
주님만 자랑할 수 있고(고전 1:31),
내 손, 내 마음 안에 천국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마 5:3)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복음 5:3,10)
[나머지]
* 입교식 시편노래 발견!
오늘 시편 15편은 예루살렘을 향한 순례자들이 마침내 예루살렘에 도착하여 성전 문 앞에서 제사장과 문답하는 형식이라고 봅니다. 오늘 시편 15편을 복음서본문과 함께 묵상하다보니 통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예수님께서 평소 시편을 통째로 외워 노래하고 기도하셨으리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참에 교회의 입교식 때마다 시편 15편에 곡을 붙여 합창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말씀동시] 복 (이소현 지음. 성실교회 고등부. 「성실문화」101호)
힘든 일들이 많아서 마음이 허해도
슬픈 일들이 많아서 기분이 울적해도
친구들에게 내 것을 나눠 주며
외롭고 배고파도
이웃의 실수에 너그럽게 봐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바르고
작은 평화라도 지키고 행하려하는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비난하고 괴롭혀도
언젠가 하나님이 알아봐 주셔서
하늘에서 복을 내려 주실 것이다.
[말씀시조] 십자가에 달린 것이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101호)
십자가에 달린 것이 어리석고 거리끼냐
십자가의 그리스도 하나님의 능력이다
십자가 그 말씀이여 하나님의 지혜여
[말씀서예] 고린도전서 1:31 (오요섭 작품. 「성실문화」101호)
[시편노래] 시편 15 (그 누가 갈 수 있나) (이정훈 작사, 홍의종 작곡. 「성실문화」101호)
[본문] (시편 15)
[노랫말]
1. 그 누가 갈 수 있나 거룩한 산 주의 장막, 그 누가 살 수 있나 주의 장막 주님의 집
깨끗한 삶 사는 사람 정의롭게 사는 사람, 거짓을 멀리하고 진실을 사는 사람
2. 그 누가 갈 수 있나 거룩한 산 주의 장막, 그 누가 살 수 있나 주의 장막 주님의 집
남의 허물 가려주고 해 끼치지 않는 사람, 이웃을 존중하고 맹세한 것 지키는 사람
3. 그 누가 갈 수 있나 거룩한 산 주의 장막, 그 누가 살 수 있나 주의 장막 주님의 집
하나님 업신여기면 한없이 경멸하고, 하나님 경외하는 자 한없이 존경하는 사람
4. 그 누가 갈 수 있나 거룩한 산 주의 장막, 그 누가 살 수 있나 주의 장막 주님의 집
돈을 꾸어줄 때 이자를 받지 않고, 뇌물을 받지 않는 바위 같은 사람이라
[해설]
시편본문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다듬고, 성실문화 동인이며 찬양사역자이신 전일교회 홍의종 목사가 곡을 붙였다.
[악보] 시편 15 (이정훈 작사, 홍의종 작곡)
[시편 송서(誦書)] 시편 15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101호)
(※ 전래자장가 가락, 즉 천자문독송 가락으로)
1. 여호와여-- 주-의 장막에, 머무를 자-- 누구-오며-,
주-의 성산에 사는- 자--, (성산에 사는 자) 누구오-니-이까--∼
2. 정직하게 행하며 공의를 실천하며 그의 마음에 진실을 말하며
3. 그의 혀로 남을 허물하지 아니하고 그의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며 그의 이웃을 비방하지 아니하며
4. 그-의 눈-은 망령된 자--, (망령된 자-)를 멸시-하며-,
여호와를-- 두려워하는-, (두려워하는-) 자들을 존대-하며-∼
그-의 마음에 서원-한 것-, (마음-에-- 서원한 것)은-,
해로울 지라도 변하-지--, (변하-지--) 아니-하며--∼
[다함께]
5. 이자-를-- 받으-려고-, 돈-을 꾸어 주-지- 아니-하며-,
뇌물-을-- (뇌물을) 받-고, 무죄한 자를- 해하지 아니하-는- 자이니---∼
이-런 일-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흔들리-지- 아니하리이-다--,
(이런 일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영원히) 흔들리지 아니하리∼이∿다∼)∥
[말씀동화] 양치 사진 열두 장
옛날옛날 한옛날에, 호랑이가 실수로 양칫물 삼키던 시절 이야기예요.
마음먹은 대로 되는 나라가 있었어.
그런데 열두 사람이 똑같은 마음을 먹어야 되었다지?
더구나 그 나라는 100명도 안 되는 작은 나라여서
열두 명이나 같은 마음을 먹는다는 게 그리 쉽지는 않았단다.
어디 그뿐이겠어?
그 나라는 물이 안 좋은 건지, 공기가 나쁜 건지,
점점 표정도 우거지상이 되어가고, 마음도 어두워가고,
나날이 욕심과 고집이 늘어만 가서, 뜻을 한데 모으기가 워낙 어려웠데.
그러니 어디 그런 나라에 가서 살고 싶은 사람이 있겠어?
아무도 그 나라로 이사 가지 않았고
게다가 사랑도 메말라 남편도 아내도 서로서로 꼴도 보기 싫으니
아기 울음소리도,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 웃음소리도 끊긴지 오래였지.
그 나라에 딱 하나뿐인 초등학교에 딱 하나 남은 초등학생인 영희는
오늘도 텅 빈 운동장 구석 모래밭에서
혼자 모래장난 하다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단다.
“이러다가는 우리 집, 우리나라 모두 지옥이 되고 말거야.”
하나님께 기도하려고 영희는 그 나라에 하나뿐인 예배당으로 갔어.
교인도 하나도 안 남고 목사님도 떠나버린 텅 빈 예배당에서
영희는 홀로 하나님께 기도하였단다.
“하나님 우리 엄마아빠가 서로 사랑하게 해주시고, 모두모두 서로 사랑하는 나라가 되게 해주세요.”
바로 그때 하나님께서 영희에게 이런 말씀을 주셨어.
“그런 나라는 천국인데? 너희 나라에 천국의 기운이 퍼지려면 열두 사람이 천국마음을 먹어야 한단다.”
눈이 동그래진 영희가 하나님께 얼른 질문했겠지?
“천국마음이 뭔데요?”
“그건 말로 설명하기 힘든데?”
“그럼 예를 들어주세요. 제가 이해할 수 있게 쉬운 예를 들어주세요, 네?”
하나님께서 영희의 당돌한 간청에 잠깐 당황하시다가 이내 이렇게 말씀하셨지.
“예를 들자면, 사람들 얼굴이 사랑스러운 표정이 되는 거야. 그래, 사랑스러운 얼굴표정 열두 명만 모으면, 천국마음 먹은 걸로 쳐주마.”
영희는 순발력 있게 얼른 이렇게 다짐했어.
“하나님, 지금 저랑 약속하신 거 맞죠? 잠깐만 기다리세요, 금세 모아올게요.”
영희는 스마트폰을 들고 얼른 집으로 달려갔단다.
냉큼 엄마아빠 얼굴을 살폈겠지?
그리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집을 나와서
부지런히 온 나라를 싸돌아다녔어.
그 나라에 하나뿐인 중고등학교에 가 봐도, 하나뿐인 대학교에 가 봐도,
하나뿐인 절에도, 하나뿐인 재판소에도, 하나뿐인 신문사랑 방송국에도
어딜 가도 사랑스런 얼굴은 찾아볼 수 없었단다.
온 나라를 바람처럼 돌아다니느라 지치고 배고픈 영희는
그 나라에 하나뿐인 햄버거 가게로,
참, 아니지, 햄버거 가게는 열 개나 있었지,
아무튼 햄버거 가게에 들어갔단다.
그런데 바로 거기서 영희가 소리쳤어.
“심봤다!”
거기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 표정을 보니까
양쪽 볼이 볼록볼록, 영락없는 귀여운 아기표정이었겠지?
영희는 배고픈 것도 다 잊어버리고 얼른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단다.
그리고 얼른 다른 햄버거 가게로 달려가서 찍고 또 찍고,
그렇게 얼른 햄버거 먹는 사진 열두 장을 모아서 예배당으로 달려갔겠지?
얼른 두 손 모아 기도하려는 영희에게 하나님이 먼저 말씀하셨어.
“그건 안 된다.”
“왜요 하나님? 보세요, 볼록볼록한 볼이 얼마나 귀여워요, 딱 사랑스런 아기들 볼 같잖아요?”
그러자 하나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어.
어쩐지 그 말씀에는 살짝 웃음기가 담긴 것도 같았지.
“그 사진 아래 배는 안 보이느냐? 배가 불룩 나온 사람은 볼이 볼록 나온 게 소용없단다.”
“그런 억지가 어딨어요, 아니 그런 법이 어딨어요 하나님!”
“어디 있긴, 그게 천국 법인걸, 천국에서는 맛있는 거 서로 나눠먹는 법이고, 과식 안 하는 법인 거 모르느냐? 천국은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나라거든.(마태복음 5:3, 누가복음 6:20)”
“그래도요, 제가 이 사진 찍느라 얼마나 애썼는데요... 사람들한테 야단맞고, 쫓겨나고, 천국처럼 좋은 나라 만들기 위해서 찍는다고 말하면, 바보취급 당하고...”
낙심한 영희가 터덜터덜 예배당을 나와서 정처 없이 걷다가
다시 햄버거 가게로 들어갔단다.
왜 또 햄버거 가게에 들어갔느냐고?
왜긴, 배고파서 들어갔지.
홧김에 햄버거를 두 개나 먹은 영희는
불룩한 배를 내려다보다가 얼른 집으로 돌아가 양치질 했겠지?
양치를 마무르려 양칫물 머금고 우물우물하던 영희가 문득 거울을 보았어.
그 순간 또다시 이렇게 외쳤지.
“심봤다!”
양칫물을 머금고 우물우물 잔뜩 부푼 볼을 본 거야!
영희는 얼른 엄마아빠께 얼른 양치하시라고 성화를 부렸겠지?
그리곤 얼른 바깥으로 나가서 양치하는 사람 찾느라 온 나라를 쏘다녔어.
우락부락하게 생긴 아저씨들조차 양칫물 머금고 우물거릴 때는
모두 영락없는 귀여운 아기 볼 같았단다.
온 나라의 식당이란 식당은 온통 다 찾아다니며 화장실을 뒤졌고,
공중화장실까지 뒤지며 사진을 찍었지만 11장뿐이었어.
낙심천만 안달이 나던 영희는, 순간 또 이렇게 외쳤지.
“유레카!”
그리곤 얼른 집으로 달려가 양치를 하며 우물우물 양칫물을 잔뜩 머금고
셀카를 찍었겠지?
다시 예배당으로 달려간 영희는 얼른 두 손 모아 기도를 시작했어.
영희가 첫마디를 꺼내기도 전에, 이번에도 하나님께서 먼저 말씀하셨지.
“이번에도 사람들한테 야단맞고 쫓겨나고 그랬느냐?”
“예, 그래도 요리조리 피해다니면서 기어코 다 찍었어요, 보세요, 제 것까지 열두 장!”
하나님께서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말씀하셨단다.
“우리 영희 애썼다. 천국은 의를 위해 박해를 받은 사람들의 것이란다.(마태복음 5:10) 자, 보거라. 네 마음에, 그리고 네 손 안에 이미 천국의 기운이 가득하다. 네가 가서 마음을 쏟고 일하는 곳마다 천국의 기운이 전해져서 천국마음 열두 사람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가거라. 우리 영희!”
두 눈을 번쩍 뜬 영희는 얼른 예배당을 나왔어.
지금까지는 비록 열두 장 사진뿐이었지만,
이제부턴 같은 마음, 천국마음 열두 사람 모을 수 있을 거야.
자, 이제 영희가 가장 먼저 달려갈 곳은 과연 어딜까?
궁금하지?
[이정훈 지음. 2020년 2월 1일 토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