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절 10주(성령강림후 9주, 남북평화통일공동기도주일, 2019년 8월 11일 주일) 예배준비 노트
“너희는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놓고 있어라”(누가복음 12:35)
[성서일과 4본문]
(이사야서 1:1, 10-20)
1. 이것은, 아모스의 아들 이사야가, 유다 왕 웃시야와 요담과 아하스와 히스기야 시대에, 유다와 예루살렘에 대하여 본 이상이다.
10. 너희 소돔의 통치자들아! 주님의 말씀을 들어라. 너희 고모라의 백성아! 우리 하나님의 법에 귀를 기울여라.
11.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무엇하러 나에게 이 많은 제물을 바치느냐? 나는 이제 숫양의 번제물과 살진 짐승의 기름기가 지겹고, 나는 이제 수송아지와 어린 양과 숫염소의 피도 싫다.
12. 너희가 나의 앞에 보이러 오지만, 누가 너희에게 그것을 요구하였느냐? 나의 뜰만 밟을 뿐이다!
13. 다시는 헛된 제물을 가져 오지 말아라. 다 쓸모없는 것들이다. 분향하는 것도 나에게는 역겹고, 초하루와 안식일과 대회로 모이는 것도 참을 수 없으며, 거룩한 집회를 열어 놓고 못된 짓도 함께 하는 것을, 내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14. 나는 정말로 너희의 초하루 행사와 정한 절기들이 싫다. 그것들은 오히려 나에게 짐이 될 뿐이다. 그것들을 짊어지기에는 내가 너무 지쳤다.
15. 너희가 팔을 벌리고 기도한다 하더라도,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겠다. 너희가 아무리 많이 기도를 한다 하여도 나는 듣지 않겠다. 너희의 손에는 피가 가득하다.
16. 너희는 씻어라. 스스로 정결하게 하여라. 내가 보는 앞에서 너희의 악한 행실을 버려라. 악한 일을 그치고,
17. 옳은 일을 하는 것을 배워라. 정의를 찾아라. 억압받는 사람을 도와주어라. 고아의 송사를 변호하여 주고 과부의 송사를 변론하여 주어라.”
18.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오너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의 죄가 주홍빛과 같다 하여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며, 진홍빛과 같이 붉어도 양털과 같이 희어질 것이다.
19. 너희가 기꺼이 하려는 마음으로 순종하면, 땅에서 나는 가장 좋은 소산을 먹을 것이다.
20. 그러나 너희가 거절하고 배반하면, 칼날이 너희를 삼킬 것이다.” 이것은 주님께서 친히 하신 말씀이다.
(시편 50:1-8, 22-23)
1. 전능하신 분, 주 하나님께서 말씀하시어, 해가 돋는 데서부터 해 지는 데까지, 온 세상을 불러모으신다.
2. 더없이 아름다운 시온으로부터 하나님께서 눈부시게 나타나신다.
3. 우리 하나님은 오실 때에, 조용조용 오시지 않고, 삼키는 불길을 앞세우시고, 사방에서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면서 오신다.
4. 당신의 백성을 판단하시려고, 위의 하늘과 아래의 땅을 증인으로 부르신다.
5. “나를 믿는 성도들을 나에게로 불러모아라. 희생제물로 나와 언약을 세운 사람들을 나에게로 불러모아라.”
6. 하늘이 주님의 공의를 선포함은, 하나님, 그분만이 재판장이시기 때문이다.(셀라)
7. “내 백성아, 들어라. 내가 말한다. 이스라엘아, 내가 너희에게 경고하겠다. 나는 하나님, 너희의 하나님이다.
8. 나는 너희가 바친 제물을 두고 너희를 탓하지는 않는다. 너희는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나에게 늘 번제를 바쳤다.
22. 하나님을 잊은 자들아, 이 모든 것을 깨달아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찢을 때에 구하여 줄 자가 없을까 두렵구나.
23.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물을 바치는 사람이 나에게 영광을 돌리는 사람이니, 올바른 길을 걷는 사람에게, 내가 나의 구원을 보여 주겠다.”
(히브리서 11:1-16)
1.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확신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입니다.
2. 선조들은 이 믿음으로 살았기 때문에 훌륭한 사람으로 증언되었습니다.
3. 믿음으로 우리는 세상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졌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보이는 것은 나타나 있는 것에서 된 것이 아닙니다.
4. 믿음으로 아벨은 가인보다 더 나은 제물을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이런 제물을 드림으로써 그는 의인이라는 증언을 받았으니, 하나님께서 그의 예물에 대하여 증언하여 주신 것입니다. 그는 죽었지만, 이 믿음으로 말미암아 아직도 말하고 있습니다.
5. 믿음으로 에녹은 죽지 않고 하늘로 옮겨갔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를 옮기셨으므로, 우리는 그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옮겨가기 전에 그는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렸다는 증언을 받은 것입니다.
6.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사람은,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과, 하나님은 자기를 찾는 사람들에게 상을 주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7. 믿음으로 노아는, 하나님께서 아직 보이지 않는 일들에 대하여 경고하셨을 때에, 하나님을 경외하고 방주를 마련하여 자기 가족을 구원하였습니다. 이 믿음을 통하여 그는 세상을 단죄하고, 믿음을 따라 얻는 의를 물려받는 상속자가 되었습니다.
8.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고, 장차 자기 몫으로 받을 땅을 향해 나갔습니다. 그런데 그는 어디로 가는지를 알지 못했지만, 떠난 것입니다.
9. 믿음으로 그는, 약속하신 땅에서 타국에 몸 붙여 사는 나그네처럼 거류하였으며, 같은 약속을 함께 물려받을 이삭과 야곱과 함께 장막에서 살았습니다.
10. 그는 하나님께서 설계하시고 세우실 튼튼한 기초를 가진 도시를 바랐던 것입니다.
11. 믿음으로 사라는, 나이가 지나서 수태할 수 없는 몸이었는데도, 임신할 능력을 얻었습니다. 그가 약속하신 분을 신실하신 분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2. 그래서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는 한 사람에게서, 하늘의 별과 같이 많고 바닷가의 모래와 같이 셀 수 없는, 많은 자손이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13. 이 사람들은 모두 믿음을 따라 살다가 죽었습니다. 그들은 약속하신 것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것을 멀리서 바라보고 반겼으며, 땅에서는 길손과 나그네 신세임을 고백하였습니다.
14.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네가 고향을 찾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15. 그들이 만일 떠나온 곳을 생각하고 있었더라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을 것입니다.
16. 그러나 사실은 그들은 더 좋은 곳을 동경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곧 하늘의 고향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하나님이라고 불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도시를 마련해 두셨습니다.
(누가복음 12:32-40)
32. 두려워하지 말아라. 적은 무리여, 너희 아버지께서 그의 나라를 너희에게 주시기를 기뻐하신다.
33. 너희 소유를 팔아서, 자선을 베풀어라. 너희는 자기를 위하여 낡아지지 않는 주머니를 만들고, 하늘에다가 없어지지 않는 재물을 쌓아 두어라. 거기에는 도둑이나 좀의 피해가 없다.
34. 너희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을 것이다.”
35. “너희는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놓고 있어라.
36. 마치 주인이 혼인 잔치에서 돌아와서 문을 두드릴 때에, 곧 열어 주려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과 같이 되어라.
37. 주인이 와서 종들이 깨어 있는 것을 보면, 그 종들은 복이 있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이 허리를 동이고, 그들을 식탁에 앉히고, 곁에 와서 시중들 것이다.
38. 주인이 밤중에나 새벽에 오더라도, 종들이 깨어 있는 것을 보면, 그 종들은 복이 있다.
39. 너희는 이것을 알아라. 집주인이 언제 도둑이 들지 알았더라면, 그는 도둑이 그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40. 그러므로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인자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오늘 성서일과 본문들을 이어주는 공동 주제는, ‘주님을 기쁘시게 해드리는 길’입니다.
구약, “너희가 기꺼이 하려는 마음으로 순종하면” (이사야서 1:19)
시편,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물을 바치는 사람” (시편 50:23)
서신서,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없습니다.” (히브리서 11:6)
복음서, “주인이 와서 종들이 깨어있는 것을 보면” (누가복음 12:37)
오늘 요절은, “너희는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놓고 있어라”(누가복음 12:35)입니다.
[구약과 시편본문 정리 (이사야서 1:1, 10-20, 시편 50:1-8, 22-23)]
오늘 구약본문의 소제목은 ‘하나님께서 백성을 꾸짖으시다’입니다.
소돔과 고모라처럼 타락한 백성을 꾸짖으시며 주님께서 외치십니다.
너희의 죄는 예배로 해결되지 않는다!(14)
지금과 같은 예배로 해결되지 않는다!
불의한 행동을 하면서 동시에 예배라니!(13)
헛된 제물(11-13), 헛된 기도 그쳐라!(15)
예배의 기초는 ‘정결’이다.
정결하려면 온갖 악행을 그치고(16),
약자를 돕는 의로운 일을 해라!(17)
이제라도 이 말씀에 순종한다면,
어느새 주님의 분노는 가라앉고
주님의 기쁨이 차오르실 것입니다.(19)
오늘 시편본문의 소제목은 ‘바른 예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회중에게 나타나십니다.
과거 시내산에서 그러신 것처럼,
시온에서 천둥, 번개, 폭풍처럼 명하십니다.
지금 하나님께서는 시내산에서 맺었던 언약,
희생제물로 세웠던 그 언약을 회복시키시려고,(5)
“하나님을 잊은” 백성에게(22) 명하시는 것입니다.
공의로우신 하나님께(6) “감사하는 마음”을 회복할 때(23)
즉, 예배의 기초가 회복될 때 주님 기뻐하시는 바른 예배가 됩니다.
이런 기초가 빠진 예배는
제물이 아무리 많아도 결코 바른 예배일 수 없습니다.(9-13)
[서신서와 복음서본문 정리 (히브리서 11:1-16, 누가복음 12:32-40)]
오늘 서신서 본문의 소제목은 ‘믿음의 길’입니다.
천지창조 과정이 그러하듯(3)
믿음은 시력의 경계, 내 인식과 계산의 경계에 매이지 않습니다.
오늘 본문은 여러 구약인물들을 통해 그런 믿음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에녹이 돋보입니다.
하나님 만나기를 소원하는 이들을 사랑하시는 하나님!(6)
먹고사는 일에 매이지 않고, 쾌락에 빠지지 않고,
하나님을 찾고 만나 교제하는 데 몰두하는 인생을 하나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시는가를,
그 온전한 믿음의 모범을 에녹에게서 봅니다.(6)
이런 믿음의 사람들은,
하나님과 온전히 친교하며 살 수 있는 나라,
보이지 않는 하늘고향을 늘 예감하고 동경하며 삽니다.(16)
오늘 복음서본문의 소제목은 ‘염려하지 말아라, 깨어 기다려야 한다’입니다.
오늘 복음서 첫 구절부터 예수님은
하늘 아버지의 기쁨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적은 무리”에게 그의 나라를 주시기를 기뻐하시는 하나님!(32)
그 “적은 무리”란, 32절 앞뒤 문맥으로 볼 때,
예수님의 제자, 즉 재물(의식주)문제를 주님께 맡기고 사는 인생(33, 29, 22)
믿음의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의식주가 아니라, 온전히 하나님 나라만을 구하는 믿음(31),
그런 믿음으로 사는 인생, 즉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놓고” 사는 그런 인생이(35)
하나님을 기쁘시게 합니다.
그렇게 하나님나라를 구하는 삶, 즉
늘 깨어 봉사하는 삶을 사느라 배고프고 경직되어 있을 제자들에게
마치 마지막 만찬의 예수님이 그러시듯, 발 닦아주고 밥상을 차려주실 만큼(37)
잔뜩 기뻐하시고 사랑하실 것입니다.
(이상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 해설 일부 참조)
[정리]
오늘 구약과 시편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바른 예배>가 관심입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리는 예배를 위하여
구약은, 예배의 기초인 ‘정결’을 강조합니다.
손에 피를 묻히는 불의한 짓을 멈추고 의로운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렇게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정결이요, 바른 예배의 시작입니다.
시편은, 예배의 기초인 ‘감사’를 강조합니다.
말씀에 순종하여 의로운 길을 가는 정결한 삶에서
진정한 감사가 우러나올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제물이 아니라 그 안의 진정한 감사를 보며 기뻐하십니다.
서신서와 복음서에서는 하나님을,
믿음의 길을 가는 제자들에게
<그의 나라>를 주시기를 기뻐하시는 분으로 묘사합니다.
서신서 끝 절과 복음서 첫 절이 그렇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남북평화통일공동기도주일입니다.
분단의 역사, 그 과정을 일일이 복기하면서,
그 안에 뒤섞인 온갖 터무니없는 거짓말, 거짓정보들을 걸러내고,
한국교회는 돈이 아니라 먼저 하나님나라를 구하는 믿음을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노아처럼 말씀에 순종하여 쾌락세상을 떠나 100년 방주를 짓는 믿음!
아브라함처럼 말씀에 순종하여 내 의식주의 터전을 떠날 수 있는 믿음!
그렇게 온전히 하나님나라를, 예수님이 보여주신 그 나라를 구할 때,
한국교회는 더 이상 “하나님을 잊은 자들”처럼 살지 않고(시 50:22)
갑자기 닥치실 인자를 기쁘게 맞이하는 참 제자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누가 12:40)
심판의 주 인자께서 오십니다.
갈라진 것을 하나 되게 하시는 십자가의 주 예수님께서
갈라진 남과 북을 하나 되게 하시려고,
어느 날 갑자기 상상도 못한 때에
우리 삶의 터전을, 삶의 관성을 송두리째 심판하러 오십니다.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놓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누가복음 12:35)
[나머지]
* 하늘고향을 그리는 나그네, 깨어있는 종들이여!
오늘 서신서와 복음서 본문의 알맹이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천향(天鄕), 즉 천국(하나님 나라)이다. 이것이 믿음의 길을 가는 이들의 꿈이다. 그래서 믿는 자, 예배하는 자들은 스스로를 나그네라 인식한다.(히브 11:13c) 나그네란 가벼운 봇짐과 남루한 행색이 떠올려지는 고단함의 대명사다. 한마디로, 편리, 편안함을 추구하는 물욕(物慾)의 길과 정반대의 길이라는 말이다. 오늘 복음서 본문은 히브리서의 “나그네 신세”를 “종”으로 바꾸어 비유한다. 종 역시 나그네의 느낌과 비슷하다. 늘 주인의 명을 기다리느라 노심초사하며 대기해 있는 불편한 인생의 대명사다. (아무튼 오늘 서신서와 복음서 말씀은, 우리의 ‘안주’와 ‘편리’ 욕구가 얼마나 반(反)예배적인가를 반복해서 보여주시는 불편한 말씀이다.)
오늘 복음서 본문의 알맹이는, 본문 바로 앞, 12장 13절 이하(어리석은 부자의 비유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는) 말씀과 연이어서 철저히 물욕(物慾)을 경계하는 말씀이다. 내가 번 돈을 내 것이라 여기지 않고, 아낌없이 나누는 순간 천국 곳간이 풍성해진다는 말씀이다.(누가 12:33)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를 ‘깨어있는 종’으로 비유하셨다.(누가 12:37) 그 종은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놓고” 있다.(누가 12:35)
허리에 띠를 띤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먼저 배고픔을 이기려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연상된다. 그만큼 근검절약하여 모은 내 물질을 이웃과 나누려고, 가장 어려운 이웃들을 쉼 없이 찾아다니느라 늘 등불을 켜고 사는 환한 인생이다. 그렇게 허리띠는 주인의 식탁을 차리는 종의 상징이요, 배고픈 이들에게 음식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초대교회 집사의 상징이다.
그렇게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놓고” 있는 인생에게 어느 날 갑자기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진다. 주인이 온 것이다. 그런데 그 주인이 이상하다. 갑자기 종으로 변신하여 그 깨어있는 종들을 먹이시는 것이다.(누가 12:37b) 그 종들을 “식탁에 앉히”는 것은, 우리 머리에 쉽게 떠오르는 고아원 식당에 질서정연하고도 엄숙하게 앉아 음식을 먹는 자세가 아닐 것이다. 중동지역 특유의 느슨하게 기대어 앉는, 우리 눈으로 보기에는 한없이 풀어진 바로 그 자세일 것이다. 늘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온 종들에게 허리띠를 풀게 하는, 이런 호사를 누리게 하시는 주인의 마음이 느껴지는가? 이건 마치 오랜 나그네 길을 마치고 귀가한 자식을 위로하며 차려먹이는 외할머니 마음, 엄마의 마음이라 할 것이다.
(※ 3년 전 여기 올린 글을 다듬고 보충해서 다시 올립니다)
[말씀동시] 하늘나라의 주머니 (김종진 지음. 몽골 하나님의어린양교회 담임목사.「성실문화」99호)
이것을 어디에 담아둘까
아버지가 그의 나라를 주시려는데
깨지지 않고 찢어지지 않는 무엇에 담을까
내 소중한 것 나눠주고 흘러가도록
씨줄 날줄 되어 촘촘한 주머니 만들어 보자
신기한 이 주머니
이 주머니에 넣으면 하늘에 쌓이네
도둑도 훔치지 못하고
벌레도 먹지 못하는
보물이 내 마음에 있네
내 마음 하나님 보물창고
[말씀시조] 예루살렘 사람들아 (이정훈 지음. 「성실문화」99호)
예루살렘 사람들아 소돔과 고모라여
헛된 제물 필요없다 못된 짓 그치거라
약한 자 도와주어라 정의의 길 배우라
[말씀서예] 이사야서 1:17 (오요섭 작품. 「성실문화」99호)
[말씀노래] 깨어 있는 일꾼들은 진정으로 복이 있다 (이정훈 작사, 박승원 작곡. 「성실문화」99호)
[본문] (누가복음 12:32-40)
[노랫말]
1. 혼인잔치 갔던주인 느닷없이 돌아올때 / 깨어있는 일꾼들은 진정으로 복이있다
배고픈 일꾼들을 배불리 먹이신다 / 주인께서 손수차려 푸짐하게 먹이신다
2. 살림살이 힘들수록 자선을 베푸는자 / 깨어있는 일꾼들은 진정으로 복이있다
의로운 배고픔은 영의눈을 밝게한다 / 허리띠 졸라매고 등불을 켜두어라
3. 한밤중에 오시거나 신새벽에 오더라도 / 깨어있는 일꾼들은 진정으로 복이있다
생각지도 않은때에 인자가 올것이다 / 진실로 그나라를 너희에게 줄것이다.
[해설]
누가복음 12:32-40절 말씀을 성실교회 이정훈 목사가 4.4조로 다듬고, 성실문화원 동인이며 월드뮤직그룹 ‘공명’ 단원이신 박승원 선생이 가락을 붙였다.
[악보] 깨어 있는 일꾼들은 진정으로 복이 있다 (이정훈 작사, 박승원 작곡)
[시편 송서(誦書)] 시편 50:1-8, 22-23 (이정훈 다듬음. 「성실문화」99호)
(※ 전래자장가 가락으로, 즉 천자문독송 가락으로)
1. 전--능--하신- 이--, 여호와 하나님께서- 말씀-하사-,
해 돋는 데서부-터- 지는 데까지-, 세상-을-- 부르셨-도-다--∼
2. 온전히 아름다운 시온에서 하나님이 빛을 비추셨도다
3. 우리 하나님이 오사 잠잠하지 아니하시니 그 앞에는 삼키는 불이 있고 그 사방에는 광풍이 불리로다
4. 하--나--님--이--, 자기의 백성을 판-결-하시려고-,
위-- 하늘과 아래- 땅에-, 선--포--하--여--∼
5. 이르시되 나의 성도들을 내 앞에 모으라 그들은 제사로 나와 언약한 이들이니라 하시도다
6. 하늘이 그-의 공의-를--, 선--포--하리-니--,
하나님 그-는 심판-장--, (그-는 심판장)이심이∼로∿다∼ (셀라)
7. 내 백성아 들을지어다 내가 말하리라 이스라엘아 내가 네게 증언하리라 나는 하나님 곧 네 하나님이로다
8. 나-는 네 제물 때문-에--, 너-를 책망하지는- 아니하-리-니--,
네-- 번제가 항--상--, (항-상) 내 앞에 있음이로다-∼
22. 하나님을 잊어버린 너희여 이제 이를 생각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내가 너희를 찢으리니 건질 자 없으리라
[다함께]
23.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롭-게- 하나-니--,
그-의 행위를 옳-게- 하는 자에게, 내-가 하-나-님의 구원을 보이∼리∿라∼∥
[말씀놀이] (이정훈 지음)
성령강림절 10주(성령강림후 9주, 남북평화통일공동기도주일) 2019년 8월 11일 주일 (성서일과 본문 낱말 맞추기)
이사야서 1:1, 10-20, 시편 50:1-8, 22-23, 히브리서 11:1-16, 누가복음 12:32-40
|
① |
|
|
|
|
|
|
|
|
|
|
|
|
|
|
|
② |
|
|
|
|
③ |
④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⑤ |
|
⑥ |
|
|
|
|
|
|
|
노 |
아 |
|
|
|
|
|
이 |
|
하 |
|
|
|
|
|
사 |
히 |
스 |
기 |
야 |
|
웃 |
시 |
야 |
|
|
|
|
|
|
온 |
|
|
|
|
|
|
|
|
|
|
|
|
|
|
|
고 |
|
가 |
|
|
|
|
아 |
모 |
스 |
인 |
자 |
|
|
|
|
라 |
|
가로열쇠
①창세기 6~8장에 나오는 홍수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는 하나님과 동행한 자로서 의인이요 당대에 완전한 자로 유명하다. 그는 500살의 늙은 나이에 셈, 함, 야벳, 세 아들을 두었다. 그리고 주님으로부터 자기 부부와 아들들, 며느리들이 세상의 모든 동물들의 암수 한 쌍씩과 함께 탈 수 있는 커다란 방주를 만들라는 명을 받았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의 비방 속에서 수많은 세월 동안 방주를 만들었다. 그의 나이 600세 되던 해에(창세 7:6, 11) 비가 40일 동안이나 밤낮으로 내려 인류 전체가 물에 빠져 죽었으나, 방주에 탄 그의 가족과 동물들은 살아남았다.(히브리서)
②우상숭배자의 대명사 아하스의 아들로서 25세에 남왕국 유다의 왕이 된 자다. 그는 유다에서 몇 안 되는 좋은 왕 중 하나로 꼽힌다. 29년 통치기간 중에(왕하18:2) 종교개혁을 단행하여 유월절의 축제를 회복하고 성전을 정결케 했으며 우상을 제거했다(대하29~31장). 예언자 이사야의 예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인근 타민족들과 연합군을 만들어 앗시리아와 싸우다가 크게 패한 일도 있었다. 그리고 말년에 죽을병이 들었으나 기도를 통해 15년의 생명을 연장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왕하 20:11, 이사 38:8) (이사야서)
③이름 뜻은 ‘야훼는 나의 강함이시다’이다. 남왕국 유다 왕 아마샤의 아들로서 ‘아사랴’(‘야훼께서 도우셨다’는 의미)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선대왕들처럼 주님 보시기에 정직하게 행하였으나, 역시 선대왕들처럼 산당(山堂)을 척결하지는 못했다. 나라가 강성해지는 바람에 교만해진 그는 제사장만 할 수 있는 성전 분향단에서 분향하려하다 천벌을 받아 나병(악성 피부병)에 걸려 왕자 요담이 10년 간 궁중 일을 다스리며 백성을 치리했다. (이사야서)
⑤성경에서 동명이인이 여럿인 이름인데, 그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원래 예루살렘 남쪽 18㎞쯤 떨어진 마을 드고아 출신, 즉 남유다 출신 사람인데,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북이스라엘에 가서 예언하였다. 주로 이스라엘 수도인 사마리아와 왕립 성소인 베델(벧엘)에서 예언활동을 하였다. 그 당시는 여로보암 2세가 다스리던 시대로서, 한창 번영하던 시절이어서인지 그는 배척당했다. (그러나 빈익빈貧益貧 부익부富益富가 심하여 그는 약자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강자들을 호되게 질타했다.) 그는 이사야처럼 왕족출신도 아니고, 예레미야처럼 제사장 집안출신도 아닌 양치기였고 나무를 가꾸는 농부였다. 이름 뜻은 ‘무거운 짐을 진 자’이다. 동명이인으로 예언자 이사야의 아버지도 있는데, 발음과 뜻은 비슷하지만 히브리어 철자는 다르다. 오늘 본문의 주인공은 후자이다. (이사야서)
⑥‘사람의 아들’이라는 뜻인 이 이름이 성경에 자주 나오는데, 여기에는 상반된 두 가지 이미지가 담겨 있다. 영원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에 견주어 약하고 덧없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며, 다른 한편, 하나님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몸소 마지막 심판을 주재하실 분, 심판 후 왕국을 지배하실 분(다니엘 7:13-14)이라는 뜻을 담아 예수님을 가리키기도 한다.(누가복음)
세로열쇠
①‘소유자’라는 뜻의 이름으로서, 남왕국 유다의 왕이었다. 아버지 요담을 비롯한 그 윗대 왕들과 달리, 호세아, 미가, 이사야의 예언을 들으면서도 미친 듯이 우상숭배한 자로 유명하다.(그 이름 뜻대로 소유욕이 지나쳐 우상숭배로 기운 것일까? 그의 부끄러운 행적은 열왕기하 16장, 역대하 28장, 이사야서 7장 등에 나온다.) 그나마 아들 히스기야가 우상척결에 앞장섬으로써 가문의 영광을 회복한다.(이사야서)
③다윗이 점령한 여부스족 요새의 본 이름인데, 그 뒤로 다윗성이라 불리다가, 차차 온 예루살렘과 그 주민의 칭호가 되었다.(시편)
④3명의 대예언자 중 한 사람으로서 이름 뜻이 ‘야훼께서 구원을 베푸셨다’이다. 북이스라엘이 앗시리아에 의해 멸망한 주전 722년을 전후로 남유다 예루살렘에서 예언자로 활동했으며, 왕족이나 귀족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기록한 예언서는 모두 66장으로 되어 있으며 그 가운데 1-39장을 그가 지었고, 40-55장과 56-66장은 각각 다른 이들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사야서)
⑤사해(死海) 남동쪽 언덕에 있었던 가나안 성읍들 중 하나인데, 죄악 때문에 천벌을 받아 망한 도시의 대명사로서 소돔과 짝을 이룬다.(창세기 19장) (이사야서)
⑥이름 뜻은 ‘얻음’이며, 아담의 장자이며 농부(창 4:1)다. 동생 아벨을 죽인 인류 최초의 살인자(창 4:8)로 기록되었으며, 에덴 동편 놋 땅에 거주하면서 인류 최초의 여러 기술 문명들을 일으켰다(창 4:16-24). 성경에서 형제를 미워한 대표적 인물, 사탄에게 속한 전형적 악인으로 언급된다(요일 3:12). 현대 영어에서도 ‘○○’(Cain)은 ‘살인자’의 완곡한 표현으로 쓰인다.(히브리서)
(*「독일성서공회판 해설관주성경」(대한성서공회), 「성경낱말사전」(성도출판사), 인터넷 사전 등을 참고하고 부분 인용했습니다.)
[말씀동화] 슬픈 소머리 미노타우로스가 연기처럼 사라진 이야기
옛날옛날 한 옛날에, 이건 호랑이가 뻘뻘 땀 흘리며 소머리국밥집 찾아 헤매던 시절 이야기예요.
옛날 어느 나라에 소머리를 가진 아기가 태어났는데
어른들의 돈욕심 소고기욕심이 하늘을 찌르는 바람에,
아마 하늘이 깜짝 놀라 그런 일이 벌어졌나봐.
사람 몸에 머리만 소라니, 어이쿠!
그런데 그 아기가 하루하루 소고기가 아니라 사람고기 먹는 괴물로 자라네?
그래서 어른들이 ‘소머리’를 철벽 미궁(迷宮) 속에 가둬버렸겠지?
미궁이란 들어갈 수는 있어도 꼬불꼬불 복잡해서 빠져나올 수 없는 집이야.
그때 아랫마을 윗마을 어른들이 또 돈욕심 고기욕심 때문에 큰 싸움이 벌어졌는데,
싸움이 끝난 뒤에 마을 사이에 철조망 장벽까지 쳐버렸단다.
그게 끝이 아니야.
싸움에 이긴 마을이 진 마을 사람들을 차례차례 미궁에 넣어버렸단다.
싸움질한 분풀이로 한 달에 한명씩 소머리 밥이 되게 한 거야.
정말 어른들은 너무 심해!
미궁에 들어간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냐고?
어떻게 되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迷路)투성이 미궁이니
결국 기진맥진해서 전부 소머리의 밥이 될 수밖에!
그러던 어느 날 이른 새벽에 아랫마을 하은이가 하늘님께 기도하기 시작했어.
하은이는 아랫마을 사람들이 제비를 뽑아서 정한
미궁에 던져질 차례가 된 소년이었단다.
“하늘님, 드디어 제가 미궁에 빠질 차례가 되었습니다. 제가 저 무서운 소머리에게 잡아먹히지 않게 해주세요. 어른들이 하늘님께 소를 잡아 바치면 소원이 이뤄질 거라는데, 그게 정말인가요?”
그때 하늘님이 하은이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셨어.
그리고 이렇게 말씀해주셨지.
“너희 집에 있는 수소나 너희 가축우리에 있는 숫염소가 내게는 필요 없다. 숲 속의 뭇 짐승이 다 나의 것이요, 수많은 산짐승이 모두 나의 것이 아니더냐? 산에 있는 저 모든 새도 내가 다 알고 있고, 들에서 움직이는 저 모든 생물도 다 내 품 안에 있다. 내가 배고프다고 한들, 너희에게 달라고 하겠느냐? 온 누리와 거기 가득한 것이 모두 나의 것이 아니더냐? 내가 수소의 고기를 먹으며, 숫염소의 피를 마시겠느냐?”(시편 50:9-13)
이 말씀을 들은 하은이는 또 이렇게 여쭈었겠지?
“하늘님,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정말 저 끔찍한 미궁에 빠져 소머리에게 잡아먹히는 게 너무너무 싫습니다.”
그러자 하늘님께서는 또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물을 바치는 사람이 나에게 영광을 돌리는 사람이니, 올바른 길을 걷는 사람에게, 내가 나의 구원을 보여 주겠다.(시편 50:23)”
“하늘님, 그럼 ‘올바른 길’이 무엇인가요?”
“너희는 씻어라. 스스로 정결하게 하여라. 내가 보는 앞에서 너희의 악한 행실을 버려라. 악한 일을 그치고, 옳은 일을 하는 것을 배워라. 정의를 찾아라. 억압받는 사람을 도와주어라. 고아의 송사를 변호하여 주고 과부의 송사를 변론하여 주어라... 무엇하러 나에게 이 많은 제물을 바치느냐? 나는 이제 숫양의 번제물과 살진 짐승의 기름기가 지겹고, 나는 이제 수송아지와 어린 양과 숫염소의 피도 싫다.”(이사야서 1:16-17, 11)
하은이는 순식간에 하늘님 말씀을 깨달았단다.
세상의 모든 소고기도 양고기도, 돈도 재물도 모두모두 하늘님 것인데
어른들은 윗마을도 아랫마을도, 너도나도 그걸 내 고기, 내 돈으로 착각한다는 사실!
바로 그것 때문에 어른들은 죽도록 싸우고, 철조망 장벽을 치고 미궁을 만든다는 사실을!
죽음을 앞둔 기도는 얼마나 간절한지,
기도를 마친 하은이에게 신비로운 일이 벌어졌어.
기도를 마친 하은이가 눈을 뜨자 신비로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 거야.
몸의 눈이 열린 게 아니라 믿음의 눈이 활짝 열린 거야.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 너머에 있는
시간을 넘고 공간을 넘는 믿음의 세계가
마침내 하은에게 들어온 거야.(히브리서 11:1)
기도를 마친 하은이가 가장 먼저 한 일이 뭐였는지 아니?
그건 바로 신비롭고 신비로운 “낡아지지 않는 주머니”를 만들어서 거기
“없어지지 않는 재물”을 담는 일이었단다.(누가복음 12:33)
물론 그건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하늘주머니겠지?
하은이는 얼른 저금통을 깨뜨려서 가난하고 병든 친구들에게 나눠 줬어.
왕따 당하는 친구들을 찾아가서 함께 맛있는 음식도 나눠 먹었어.
그 때마다 그 돈은 “낡아지지 않는 주머니”에 차곡차곡 쌓여갔겠지?
마침내 위풍당당 하은이가 미궁 속으로 썩 들어섰단다.
얼마 안 있어 소머리가 냉큼 달려왔겠지?
어라? 소머리가 주춤거리네? 다른 아이들은 전부
소머리의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자마자 소리소리 지르다가 기절을 했는데,
하은이는 달랐던 거야.
하은이는 소머리를 보자마자 울기는커녕
하늘을 우러러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단다.
“하나님을 잊은 자들아, 이 모든 것을 깨달아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찢을 때에 구하여 줄 자가 없을까 두렵구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물을 바치는 사람이 나에게 영광을 돌리는 사람이니, 올바른 길을 걷는 사람에게, 내가 나의 구원을 보여 주겠다.”(시편 50:22-23)
하은이의 노래 때문일까? 소머리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네?
그리고 굵은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하은이의 노래가락에 맞추어 춤을 추네?
하은이가 노래를 되풀이하기 시작하자 소머리는 하은이의 손을 맞잡고 춤까지 췄어.
얼마나 많이 춤추고,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린 걸까?
노래와 춤이 잦아들 무렵, 기진한 소머리는 하은이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단다.
그리고 스르르 연기가 되어 소머리는 하늘로 올라갔지.
어른들의 탐욕으로 태어난 소머리가 연기처럼 사라지고 난 뒤에
과연 하은이는 어떻게 되었냐고?
아무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미궁을 어떻게 나올 수 있겠냐고?
정말 궁금하지?
하은이는 하늘을 우러러 힘차게 믿음의 기도를 올렸단다.
“하늘님, 제 눈을 열어주세요.”
그러자 정말 신비로운 일이 벌어졌어.
하은이의 눈에 미궁의 단단한 철벽이 전부 하늘하늘 투명 비닐커튼으로 변해버리네?
그러니 하은이는 더 이상 꼬불꼬불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어.
가장 짧은 지름길로 커튼을 걷어내며 씩씩하게 미궁을 나왔단다.
미궁을 뚫고 나온 하은이는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윗마을을 떠나 아랫마을 집으로 향했겠지?
윗마을과 아랫마을을 가로지르는 철조망 장벽 앞에 서자
너도나도 이구동성으로 말했단다.
“철조망을 통과하는 통문은 저쪽으로 한참 더 가야해.”
하은이가 다시 하늘을 우러러 힘차게 믿음의 기도를 올렸겠지?
“하늘님, 제 눈을 열어주세요.”
그러자 그 험악한 녹슨 철조망이 전부 하늘하늘 투명 비닐커튼으로 변해버렸겠지?
하은이는 온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시원시원 비닐철조망을 걷어내고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갔단다.
[이정훈 지음. 2019년 8월 10일 토요일 낮]
(‘부드러운 장벽’과 ‘가로지르는 미로(미궁)’는 「성실문화」98호와 99호에 연재한 이웅배 선생님의 작품을 참고했습니다. 이 작품 전시회는 2019년 8월말까지 경기도 연천 연강갤러리(031-834-4100)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 ‘소머리’ 이야기는 미궁의 뿌리 미노타우로스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