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2일, 성령강림절 3주(성령강림 후 2주) 예배준비 노트
갈멜산의 엘리야, 가버나움 백부장
[성서일과 4본문]
(왕상 18:20-39)
20. 아합은 모든 이스라엘 자손을 부르고, 예언자들을 갈멜 산으로 모았다.
21. 그러자 엘리야가 그 모든 백성 앞에 나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은 언제까지 양쪽에 다리를 걸치고 머뭇거리고 있을 것입니까? 주님이 하나님이면 주님을 따르고, 바알이 하나님이면 그를 따르십시오." 그러나 백성들은 한 마디도 그에게 대답하지 못하였다.
22. 그래서 엘리야는 백성들에게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주님의 예언자라고는 나만 홀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바알의 예언자는 사백쉰 명이나 됩니다.
23. 이제, 소 두 마리를 우리에게 가져다 주십시오. 바알 예언자들이 소 한 마리를 선택하여 각을 떠서, 나뭇단 위에 올려 놓되, 불을 지피지는 않게 하십시오. 나도 나머지 한 마리의 소를 잡아서, 나뭇단 위에 올려 놓고, 불은 지피지 않겠습니다.
24. 그런 다음에, 바알의 예언자들은 바알 신의 이름을 부르십시오. 나는 주님의 이름을 부르겠습니다. 그 때에, 불을 보내셔서 응답하는 신이 있으면, 바로 그분이 하나님이십니다." 그러자 모든 백성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대답하였다.
25. 엘리야가 바알의 예언자들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수가 많으니, 먼저 시작하시오. 소 한 마리를 골라 놓고, 당신들의 신의 이름을 부르시오. 그러나 불은 지피지 마시오."
26. 그들은 가져 온 소 한 마리를 골라서 준비하여 놓은 뒤에, 아침부터 한낮이 될 때까지 "바알은 응답해 주십시오" 하면서 부르짖었다. 그러나 응답은 커녕,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바알의 예언자들은 제단 주위를 돌면서, 춤을 추었다.
27. 한낮이 되니, 엘리야가 그들을 조롱하면서 말하였다. "더 큰소리로 불러보시오. 바알은 신이니까, 다른 볼일을 보고 있을지, 아니면 용변을 보고 있을지, 아니면 멀리 여행을 떠났을지, 그것도 아니면 자고 있으므로 깨워야 할지, 모르지 않소!"
28. 그들은 더 큰소리로 부르짖으면서, 그들의 예배 관습에 따라, 칼과 창으로 피가 흐르도록 자기 몸을 찔렀다.
29. 한낮이 지나서 저녁 제사를 드릴 시간이 될 때까지, 그들은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러나 아무런 소리도 없고, 아무런 대답도 없고,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30. 이 때에 엘리야가 온 백성들에게 가까이 오라고 하였다. 백성들이 가까이 오니, 그는 무너진 주님의 제단을 고쳐 쌓았다.
31. 그리고 엘리야는, 일찍이 주님께서 이스라엘이라고 이름을 고쳐 주신 야곱의 아들들의 지파 수대로, 열두 개의 돌을 모았다.
32. 이 돌을 가지고 엘리야는 주님께 예배할 제단을 다시 쌓고, 제단 둘레에는 두 세아 정도의 곡식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이의 도랑을 팠다.
33. 그 다음에, 나뭇단을 쌓아 놓고, 소를 각을 떠서, 그 나뭇단 위에 올려 놓고, 물통 네 개에 물을 가득 채워다가, 제물과 나뭇단 위에 쏟으라고 하였다. 사람들이 그대로 하니,
34. 엘리야가 한 번 더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그들이 그렇게 하니, 그는 또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그들이 세 번을 그렇게 하니,
35. 물이 제단 주위로 넘쳐 흘러서, 그 옆 도랑에 가득 찼다.
36. 제사를 드릴 때가 되니, 엘리야 예언자가 앞으로 나서서, 이렇게 기도하였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이스라엘을 돌보신 주 하나님, 주님께서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시고, 나는 주님의 종이며, 내가 오직 주님의 말씀대로만 이 모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오늘 저들이 알게 하여 주십시오.
37. 주님, 응답하여 주십시오. 응답하여 주십시오. 이 백성으로 하여금, 주님이 주 하나님이시며, 그들의 마음을 돌이키게 하시는 주님이심을 알게 하여 주십시오."
38. 그러자 주님의 불이 떨어져서, 제물과 나뭇단과 돌들과 흙을 태웠고, 도랑 안에 있는 물을 모두 말려 버렸다.
39. 온 백성이 이것을 보고, 땅에 엎드려서 말하였다. "그가 주 하나님이시다! 그가 주 하나님이시다!"
(시편 96)
1. 새 노래로 주님께 노래하여라. 온 땅아, 주님께 노래하여라.
2. 주님께 노래하며, 그 이름에 영광을 돌려라. 그의 구원을 날마다 전하여라.
3. 그의 영광을 만국에 알리고 그가 일으키신 기적을 만민에게 알려라.
4. 주님은 위대하시니, 그지없이 찬양 받으실 분이시다. 어떤 신들보다 더 두려워해야 할 분이시다.
5. 만방의 모든 백성이 만든 신은 헛된 우상이지만, 주님은 하늘을 지으신 분이시다.
6. 주님 앞에는 위엄과 영광이 있고, 주님의 성소에는 권능과 아름다움이 있다.
7. 만방의 민족들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주님의 영광과 권능을 찬양하여라.
8. 주님의 이름에 어울리는 영광을 주님께 돌려라. 예물을 들고, 성전 뜰로 들어가거라.
9. 거룩한 옷을 입고, 주님께 경배하여라. 온 땅아, 그 앞에서 떨어라.
10. 모든 나라에 이르기를 "주님께서 다스리시니, 세계는 굳게 서서, 흔들리지 않는다. 주님이 만민을 공정하게 판결하신다" 하여라.
11. 하늘은 즐거워하고, 땅은 기뻐 외치며, 바다와 거기에 가득 찬 것들도 다 크게 외쳐라.
12. 들과 거기에 있는 모든 것도 다 기뻐하며 뛰어라. 그러면 숲 속의 나무들도 모두 즐거이 노래할 것이다.
13. 주님이 오실 것이니, 주님께서 땅을 심판하러 오실 것이니, 주님은 정의로 세상을 심판하시며, 그의 진실하심으로 뭇 백성을 다스리실 것이다.
(갈라 1:1-12)
1. 사람들이 시켜서 사도가 된 것도 아니요, 사람이 맡겨서 사도가 된 것도 아니요,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리고 그분을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리신 하나님 아버지께서 임명하심으로써 사도가 된 나 바울이,
2. 나와 함께 있는 모든 믿음의 식구와 더불어 갈라디아에 있는 여러 교회에 이 편지를 씁니다.
3. 우리 아버지 하나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려 주시는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에게 있기를 빕니다.
4.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 우리 아버지의 뜻을 따라 우리를 이 악한 세대에서 건져 주시려고, 우리의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자기 몸을 바치셨습니다.
5. 하나님께 영광이 영원무궁 하도록 있기를 빕니다. 아멘.
6. 여러분을 [그리스도의]은혜 안으로 불러 주신 분에게서, 여러분이 그렇게도 빨리 떠나 다른 복음으로 넘어가는 데는,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7. 실제로 다른 복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몇몇 사람이 여러분을 교란시켜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왜곡시키려고 하는 것뿐입니다.
8. 그러나 우리들이나, 또는 하늘에서 온 천사일지라도, 우리가 여러분에게 전한 것과 다른 복음을 여러분에게 전한다면, 마땅히 저주를 받아야 합니다.
9. 우리가 전에도 말하였지만, 이제 다시 말합니다. 여러분이 이미 받은 것과 다른 복음을 여러분에게 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누구이든지, 저주를 받아야 마땅합니다.
10. 내가 지금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려 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하나님의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리려 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사람의 환심을 사려고 하고 있습니까? 내가 아직도 사람의 환심을 사려고 하고 있다면, 나는 그리스도의 종이 아닙니다.
11. 형제자매 여러분, 내가 여러분에게 밝혀드립니다. 내가 전한 복음은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12. 그 복음은, 내가 사람에게서 받은 것도 아니요, 배운 것도 아니요, 예수 그리스도의 나타나심으로 받은 것입니다.
(누가 7:1-10)
1. 예수께서 자기의 모든 말씀을 백성들에게 들려주신 뒤에, 가버나움으로 가셨다.
2. 어떤 백부장의 종이 병들어 거의 죽게 되었는데, 그는 주인에게 소중한 종이었다.
3. 그 백부장이 예수의 소문을 듣고, 유대 사람들의 장로들을 예수께로 보내어 그에게 청하기를, 와서 자기 종을 낫게 해달라고 하였다.
4. 그들이 예수께로 와서, 간곡히 탄원하기를 "그는 선생님에게서 은혜를 받을 만한 사람입니다.
5. 그는 우리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우리에게 회당을 지어주었습니다" 하였다.
6. 예수께서 그들과 함께 가셨다. 예수께서 백부장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르렀을 때에, 백부장은 친구들을 보내어, 예수께 이렇게 아뢰게 하였다. "주님, 더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내 집에 모셔들일 만한 자격이 없습니다.
7. 그래서 내가 주님께로 나아올 엄두도 못 냈습니다. 그저 말씀만 하셔서, 내 종을 낫게 해주십시오.
8. 나도 상관을 모시는 사람이고, 내 밑에도 병사들이 있어서, 내가 이 사람더러 가라고 하면 가고, 저 사람더러 오라고 하면 옵니다. 또 내 종더러 이것을 하라고 하면 합니다."
9. 예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그를 놀랍게 여기시어, 돌아서서, 자기를 따라오는 무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 사람 가운데서는, 아직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10. 심부름 왔던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서 보니, 종은 나아 있었다.
[4본문 전체 느낌과 이미지들]
* 이번 주 구약과 복음서의 주인공은 갈멜산의 엘리야, 그리고 가버나움 백부장이다. 그들은 지금 하늘로부터 내리시는 하나님의 불을 기다리고 있다.
**엘리야가 기다리는 하나님 ⇒ “응답하소서, 응답하소서”
***백부장이 기다리는 하나님 ⇒ “그저 말씀만 하셔서”
* 엘리야에게서는 짐승냄새가 난다. (사람, 돈, 권력에 결코 길들여지지 않을, 오직 주님만 바라보는!)
백부장에게서는 군인냄새가 난다. (타민족을 사랑하고, 그들의 종교를 존중하고, 아랫사람을 아끼는 인간미와 더불어, 인간적인 손익계산, 잔머리 전혀 없는 철저한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군인 정신!)
⇒ 둘 다 단순함의 상징
* 4본문 전반적으로 거친 분위기다. ‘거친 느낌’, ‘거친 숨결’, ‘거친 흥분’이 느껴진다.
⇒ 흥분한 엘리야, 흥분한 시인, 흥분한 바울, 잔뜩 흥분하신 예수님!
* 4본문 구성도
구약 ∼ 시편 ∼ 서신서 ∼ 복음서
우상 ‘헛된 우상’(5) ‘다른 복음’
“응답하소서”(37) “주님이 오실 것이니”(13) “그저 말씀만 하셔서”(7)
[구약]
바알 예언자들의 제사가 엘리야의 그것에 비해 훨씬 버라이어티하고 화려하다는 느낌. (18:26)
⇒ 그런데 거기엔 아무런 진실, 진리, 알맹이가 없었다. (29절)
그것에 비해 엘리야의 제사는 아무런 음악도, 춤도 없고(?) 기본에 충실하는 것 같은 느낌.
⇒ 12돌을 쌓고 (이스라엘 온 백성의 상징, 온 백성이 다 마음을 주님께로 돌이키기를 기원하는 모습→ 지금 이 예배의 목적을 분명히 아는!!),
⇒ 12동이 물을 붓는 이상한 행동 (불과 상극인 12동이 물을 붓는 모습... 제물이 불타야 할 조건을 더 어렵게 만드는, 마치 배수의 진을 치는 것과 같은!)
구약 요절 ;
(왕상 18:36c) “... 내가 오직 주님의 말씀대로만 이 모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오늘 저들이 알게 하여 주십시오.”
(왕상 18:37b) “... 이 백성으로 하여금, 주님이 주 하나님이시며, 그들의 마음을 돌이키게 하시는 주님이심을 알게 하여 주십시오.”
[시편]
시편기자가 기다리는 하나님 ⇒ 주님께 나아감(9, 10절) / 그리고 정의의 주님을 기다림(13절)
[서신서]
갈라 1:1절과 11절이 대를 이루는 모습
⇒ (나의 사도성은) 사람이 시키거나 맡겨서 얻은 것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성부 하나님)께로부터다!
(내가 전한 복음은)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나타나심으로 받은 것이다!
[복음서]
(누가 7:2b) ‘...그는 주인(백부장)에게 소중한 종이었다.’
⇒ 이어서 백부장이 주님의 소중한 종으로 드러나다!
백부장 내면의 느낌과 깨달음 ;
①소문만 들었던 예수님이 점점 거대해지고 나와 내 집은 점점 작아짐 ⇒ 도저히 모셔들일 수 없음!
②아무 관계없었던 예수님이 점점 내 상관, 내 주인이 되어 가심 ⇒ 명령만 내리시면 상황 종료되리라!
복음서 요절 ;
누가 7:9b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 사람 가운데서는, 아직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 ⇒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믿음! )
[나머지]
* 엘리야가 제단에 물을 붓는 것은 회개의 상징 (독일성서공회 판 성서해설)
⇒ (비교) (삼상 7:6) 그들은 미스바에 모여서 물을 길어다가, 그것을 제물로 삼아 주님 앞에 쏟아붓고, 그 날 종일 금식하였다. 그리고 거기에서 "우리가 주님을 거역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하고 고백하였다. 미스바는, 사무엘이 이스라엘 자손 사이의 다툼을 중재하던 곳이다. (시 22:14) 나는 쏟아진 물처럼 기운이 빠져 버렸고 뼈마디가 모두 어그러졌습니다. 나의 마음이 촛물처럼 녹아내려, 절망에 빠졌습니다.
* 엘리야와 백부장 비교
12돌 제단과 제물에 물을 부어, 죄로 물든 백성들의 죄를 씻음 + 제물이 불타오를 조건을 어렵게 함.
백부장 자신(존재), 주님(존재)를 점점 직시하면서 주님께서 집에 들어오시기를 사양함 ⇒ 종이 살아날 가능성이 적어지는 듯 보임
엘리야; 여러 예언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주님의 예언자
백부장; 여러 백부장들 가운데 유일하게 주님을 의지하는 이방 군인
* 백부장의 교훈
(구약)나라 안에 들어온 이방신, (서신서)교회 안에 들어온 다른 복음 ⇒ 이스라엘에 들어온 이방 군인 백부장은, 저 백성들, 저 교인들이 부끄러워 할만한, 부러워할만한 ‘애오라지(한 곳만 바라보는)믿음’의 귀감!
그저 소문만 들은 식민지 청년 예수임에도... 그 종교, 그 동아리 안에 들어온 것도 아님에도...
예수님의 가르침도 모르면서... 어떻게 “그저 말씀만” 내리시길 구할 수 있었을까? (7절)
[말씀노래 ; 성실문화 75호, 91쪽에서 퍼옴]
[말씀동화] 갈뫼 산 옹달샘 이야기
옛날옛날 아주 먼 옛날, 호랑이도 기분 좋으면 덩실덩실 춤을 추던 시절 이야기예요.
경기도 양평 봉골마을 구석에 모골(某谷)이라는 아주 작은 골짜기가 있었어요. 마을길을 가다보면 한 옆으로 모골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죠. 그런데 숲이 우거진 한여름에는 웬만큼 자세히 안 보면 거기 샛길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버릴 정도로 입구가 아주 작았어요. 강아지 한 마리 겨우 드나들 만큼 자그마한 그 샛길을 풀섶을 헤치며 안으로 들어가 보면 뜻밖에도 아주 널찍하고 아늑한 골짜기가 나오죠.
그런데 이름이 왜 모골인지 아세요? 아주 오래전 전쟁이 일어났을 때, 외적이 마을까지 들이닥치게 되었데요. 그 때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한 마을 사람 하나가 급한 김에 당나귀 한 마리랑 가족들을 데리고 이 모골로 들어가 숨어있었는데, 아, 글쎄 그 많은 군인들이 이 마을에 모골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가는 바람에 그 가족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답니다. 그 뒤부터 그 골짜기를 모골(某谷)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봉골마을에는 모골보다 더 신비로운 곳이 하나 더 있었는데요, 바로 모골 맞은편에 있는 갈뫼라는 산이에요. 갈뫼는 그리 깊은 산은 아닌데요, 산을 오르다보면 능선따라 산 정상까지 온통 갈대밭이 장관이라 갈뫼라 이름이 붙게 되었죠. 그런데 갈뫼가 왜 신비로우냐하면요 그건 그 산속에 있는 작은 옹달샘 하나 때문이에요.
이옹달샘은 달리 약샘이라는 별명이 있었어요. 그 까닭은, 옹달샘 물을 먹기만하면 병이 씻은듯이 낫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약샘에는 하나 더 신기한 게 있었어요. 그건 아무나 약샘의 물을 먹는다고 해서 다 병이 낫는 게 아닌 거라네요? 아주 가난하고 약하고 병이 깊은 사람이 먹어야 효과가 더 좋다는 거죠. 이를테면, 병원에 갈 돈이 한 푼도 없을 만큼 아주아주 가난해서 몸도 약한데, 아주아주 병까지 깊은 사람이 약샘 앞에 서면 산삼 썩은 주홍빛 물이 나오고, 덜 가난하고 몸도 덜 아픈 사람이 가면 그냥 도라지 썩은 뽀얀 물이 나오고, 돈도 많고 몸도 건강한 사람이 가면, 그냥 맹숭맹숭한 맹물만 나온다는 거죠.
그런데 어디나 예외라는 게 있는 것처럼, 돈 많은 부자라도 약샘을 먹고 깊은 병을 치료한 경우가 아주 가끔은 있대요. 그건 평소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자기 돈을 아낌없이 바치면서 살았던 부자가 병을 낫게 해달라고 하늘님께 빌 때, 또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고칠 수 없는 중병에 걸렸을 때 그 부자가 “제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그 많은 돈도 다 버릴 수 있사옵나이다...!” 하고 하늘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먹을 때 그런 기적이 일어난대요. 그런데 그 순간에도 마음이 흔들려서 내 마음이 온통 하늘님께만 가있지 않고 돈에게도 쏠려 있다면 기적은 안 일어나는 거죠. 그래서 하늘님이랑 돈이랑 양다리 걸치지 말고 꼭 하늘님께만 매달려야 산삼 썩은 주홍빛깔 물이 나와서 병이 낫게 되었대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갈뫼 약샘에 점점 어두운 기운이 깃들기 시작했어요. 약샘에서 주홍빛 물이 안 나게 된 거예요. 그 이유는 동네사람들이 너무 헤프게 약샘을 퍼간 것 때문이었어요. 너도 나도 샘물을 퍼가서 이웃 마을 사람들에게 돈 받고 팔기 시작한 거예요. 부자들도 일부러 허름한 가난뱅이 옷을 입고 와서 약샘을 잔뜩 퍼갑니다. 그렇다고 천하의 약샘이 어디 속아 넘어가겠어요? 그냥 맹물만 나왔겠죠? 그런데 맹물만 나와도 거기 주홍빛 물감을 타서라도 팔아먹었다지 뭐예요? 그런데 문제는 그 뿐 아니었어요. 설상가상으로 마을 촌장님 부인인 이새별 사모님이 약샘 둘레에 울타리를 쳐놓고 독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아예 약샘에서 맹숭맹숭한 맹물만 나오게 된 거랍니다. 이새별 사모님은 먼 타향에서 시집을 왔기 때문에 아마 갈뫼 약샘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나 봐요. 이새별 사모님은 자기 때문에 약샘에서 더이상 약물이 나오지 않게 되었는대도, 반성하기는커녕, 점점 엉뚱한 짓을 하기 시작했죠.
이새별은 자기 고향에서 유명한 약장수들을 초청하기 시작했어요. 장날만 되면 장터에서 북치고 장구치며 노래하고 춤추는 약장수들이었죠. 약 효과는 없어도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재미있게 만들어서 사람들의 호주머니 돈을 쏙쏙 잘도 빼가는 약장수들입니다.
이새별이 약장수들을 데려오기 전부터 이미 돈독에 올라 약샘을 망가뜨렸던 욕심꾸러기 동네사람들은 약장수들이 벌이는 버라이어티 쇼의 재미에 아주아주 흠뻑 빠져들었어요. 그래서 이새별이 만들어 파는 가짜 약물, 즉 맹물에 주홍빛깔 물감을 풀어 만든 가짜 산삼 썩은 물을 돈 주고 사기 시작했죠. 가짜 약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에요. 몸이 아프지 않아도 잔뜩 잔뜩 사는 건 바로 이웃 마을 사람들에게 두 배로 받고 팔기 위해서였죠. 가짜 약물을 먹고 병자들의 병이 더 깊어지건 말건, 돈독이 오른 사람들에게는 이제 더 이상 눈에 뵈는 게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갈뫼 산기슭 오두막집에 사는 봉골마을 으뜸 나무꾼 길리야 아저씨의 송충이처럼 짙은 눈썹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어요.
“오랫동안 참고 참았지만 이제 더는 참을 수 없군!”
얼마 전 마을에서 가장 어린 막내 나무꾼 산돌이가 서툰 도끼질을 하다가 그만 제 발등을 찍어 파상풍에 걸렸는데요, 예전 같으면 얼른 약샘에 가서 약물을 먹고 금세 나았을 텐데, 이젠 그럴 수가 없게 되었죠. 그래서 산돌이는 하루하루 발이 썩고 다리가 썩고 서서히 온몸이 썩어 들어가며 죽어가고 있었던 거예요. 길리야 아저씨는 자식처럼 아끼는 산돌이를 살리기 위해서, 그리고 갈뫼 약샘을 살리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돈에 눈이 어두운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살리기 위해서 드디어 결심을 했습니다.
길리야 아저씨가 갈뫼 약샘을 되살리려 한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온 마을에 퍼졌어요. 그래서 온 마을 사람들은 물론 이새별이 데리고 온 약장수들까지 약샘으로 올라갔습니다. 길리야 아저씨가 약샘에 올라가보니 소문을 듣고 몰려온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로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죠. 그 때 길리야 아저씨의 송충이 눈썹이 꿈틀거리다가 일자로 쭉 뻗치더니 드디어 큰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어요.
“여러분, 우리 산돌이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살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약샘을 살려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러분들이 살아나야 합니다. 돈보다 더 귀한 건 생명입니다. 저는 이제부터 죽은 약샘을 되살리려 합니다. 나 혼자는 어렵습니다.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모두 우리 마을의 전설 저 신비로운 약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부디 지금 이 순간 두 마음을 품지 마십시다. 지금 이 순간부터 약샘물을 돈으로 보면 절대 안 됩니다. 돈이 아니라 생명을 위해서만 약샘을 찾겠다고 결심합시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나보다 더 약하고 가난한 이웃을 위해 내 돈을 쓰겠다고 결심합시다. 그렇게 우리 다함께 돈이 아니라 생명에 온 마음을 기울입시다.”
돈밖에 모르는 이새별의 가느다란 눈썹도 뱀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어요.
‘이대로 두었다간 저 무식한 나무꾼 녀석에게 내 돈주머니를 다 빼앗기겠는걸?’
이새별은 약장수들에게 요란한 공연을 시작하라고 명령을 내렸어요. 화려한 춤과 노래가 울려퍼지기 시작했죠. 마을 사람들이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이새별은 몰래 맹물 약샘에 주홍빛 물감을 풀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큰소리쳤죠.
“보세요 여러분, 맹물이 약물이 되었습니다. 저 무식한 나무꾼 말에 귀기울이지 마세요. 세상 모든 유명한 제약회사들이 우러러보는 약의 전문가 우리 약장수들이 만들어내는 이 화려한 약물을 보세요!”
그 순간 전광석화와 같이, 산돌이의 아우 삼돌이가 달려가서 냉큼 약물을 맛보았어요. 그리고는 소리쳤어요.
“에 퉤퉤... 아줌마 거짓말쟁이. 약물은 향긋한 산삼 향내가 나는 법인데, 이건 물감냄새잖아! 거짓말쟁이 아줌마 때문에 약샘이 죽고 우리 산돌이형도 죽어가요. 어서 우리 형 살려내요! 앙앙앙...”
삼돌이의 구슬픈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불현듯 동네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어요. 그리고 모두 한목소리로 소리 질러 약장수들의 버라이어티 쇼를 그치게 했어요. 그리고 길리야 아저씨의 인도에 따라 모두 마음을 열고 하늘님 앞에 무릎을 꿇고는 자기 허물을 고백하기 시작했어요.
“하늘님 용서해주세요. 저희 욕심 때문에 우리 산돌이가 죽어갑니다. 우리 약샘이 죽었습니다. 제발 우리 산돌이 살려주세요. 제발 우리 약샘을 살려주세요. 앞으로는 절대로 돈 때문에 약샘을 더럽히지 않겠습니다. 돈보다 먼저 이웃의 생명을 사랑하는 마을이 되겠습니다.”
온 마을이 죄를 고백하자 드디어 약샘이 샘솟기 시작했어요. 물감을 탄 가짜 약물이 흘러나가자 맹물이 주홍빛으로 변했어요. 마을 사람들의 고백이 계속되자 약물은 짙은 진홍빛으로 더 진해졌어요. 그리고 또 우리 삼돌이가 제일 먼저 물맛을 보았겠죠?
“와! 진짜 산삼 물이예요.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에 최고예요!”
더 신기한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어요. 언제 다 나았는지 삼돌이 형 산돌이가 산으로 올라온 거예요. 샘물을 먹은 건 동생인데 도대체 어떻게 다리 아픈 형이 금세 다 나아서 펄쩍펄쩍 춤을 출 수 있게 된 거지? 산돌이는 도끼를 들고 올라와 깡충깡충 토끼 춤을 추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자 언제 나타났는지 토끼와 다람쥐 그리고 온 산의 동물가족들이 산돌이와 더불어 깡충깡충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도대체 이건 또 어디서 나타난 건지 호랑이까지 나타나서 덩달아서 더덩실 춤추는 거였어요. 이건 저 돈독 오른 약장수들의 춤사위랑은 비교할 수 없는 맑고 향기로운 춤, 진짜로 신(神)바람나는 춤이었어요. 호랑이 춤을 보면서 이새별과 약장수들은 슬금슬금 도망을 치네요.
그때였어요. 산돌이와 동물들이 깡충깡충, 덩실덩실 추을 추기 시작하자 옹달샘이 덩달아 춤추기 시작하네요. 마치 바닷물 용오름처럼 옹달샘이 용솟음치기 시작했어요. 하늘 높이 용솟은 약샘물은 갈뫼에 모인 온 동네사람들 위로 쏟아져내렸어요. 그러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약샘물로 목욕을 한 사람들이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그건 더이상 돈독오른 사람들의 흉물스런 춤사위가 아니었어요. 약샘물은 사람들의 돈욕심까지 깨끗이 씻어준 것이었죠. 어느덧 갈뫼 산 샘터에는 맑고 밝은이들이 덩실덩실 환한 춤을 춥니다.
갈뫼 옹달샘, 저 신비로운 약샘은 지금도 그침 없이 퐁퐁 솟아오르고 있죠. 그 신비로운 생명수 옹달샘은 지금 어디 있을까요? 힌트는... 요 아래 있는 옹달샘 노래를 한번 불러보세요. 거기 답이 있어요^^
[이정훈 지음, 2013년 6월 1일 토요일]
(강원도 영월의 옛 전설 주천(酒泉)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예수님은 옹달샘, 시원하고 맛있지, 먹고 먹고 먹어도, 포롱포롱 퐁퐁퐁,
욕심쟁이 혼자서, 배터지게 먹어도, 예쁜아이 여럿이, 나누어서 먹어도
예수님의 옹달샘, 포롱포롱 퐁퐁퐁 ∼♬
[맑은샘 교회 홍보연 목사님 작사 작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