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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8일, 부활절 5주 예배준비노트

서무천사 2013. 4. 27. 10:34

찬양하라, 사랑하라, 새 하늘 새 땅이라

 

[성서일과 4본문]

(사도행전 11:1-18)

1. 사도들과 유대에 있는 신도들이, 이방 사람들도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2. 그래서 베드로가 예루살렘에 올라왔을 때에, 할례를 받은 사람들이

3. "당신은 할례를 받지 않은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은 사람이오" 하고 그를 나무랐다.

4. 이에 베드로가 그 사이에 일어난 일을 차례대로 그들에게 설명하였다.

5. "내가 욥바 성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에 나는 황홀경 가운데서 환상을 보았는데, 큰 보자기와 같은 그릇이, 네 귀퉁이가 끈에 매달려서 하늘에서 드리워져 내려서 내 앞에까지 왔습니다.

6.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땅 위의 네 발 짐승들과 들짐승들과 기어다니는 것들과 공중의 새들이 있었습니다.

7. 그리고 '베드로야, 일어나서 잡아먹어라' 하는 음성이 내게 들려왔습니다.

8. 그래서 나는 '주님, 절대로 그럴 수 없습니다. 나는 속된 것이나, 정결하지 않은 것을 먹은 일이 없습니다' 하고 말하였습니다.

9.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말아라' 하는 음성이 두 번째로 하늘에서 들려왔습니다.

10. 이런 일이 세 번 일어났습니다. 그리고서 모든 것은 다시 하늘로 들려 올라갔습니다.

11. 바로 그 때에 사람들 셋이 우리가 묵고 있는 집에 도착하였는데, 그들은 가이사랴에서 내게 보낸 사람들이었습니다.

12. 성령이 내게, 의심하지 말고 그들과 함께 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여섯 형제도 나와 함께 가서, 우리는 그 사람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13. 그 사람은, 자기가 천사를 본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주었습니다. 곧 천사가 그의 집에 와서 서더니, 그에게 말하기를 '욥바로 사람을 보내어, 베드로라고도 하는 시몬을 불러오너라.

14. 그가 네게 너와 네 온 집안이 구원을 받을 말씀을 일러줄 것이다' 하더라는 것입니다.

15. 내가 말을 하기 시작하니, 성령이 처음에 우리에게 내리시던 것과 같이, 그들에게도 내리셨습니다.

16. 그 때에 나는 '요한은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너희는 성령으로 세례를 받을 것이다' 하신 주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17.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때에 우리에게 주신 것과 같은 선물을 그들에게 주셨는데, 내가 누구이기에 감히 하나님을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18. 이 말을 듣고 그들은 잠잠하였다. 그들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이제 하나님께서는, 이방 사람들에게도 회개하여 생명에 이르는 길을 열어 주셨다" 하고 말하였다.

 

 

 

 

 

(시편 148)

1. 할렐루야. 하늘에서 주님을 찬양하여라. 높은 곳에서 주님을 찬양하여라.

2. 주님의 모든 천사들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주님의 모든 군대야, 주님을 찬양하여라.

3. 해와 달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빛나는 별들아, 모두 다 주님을 찬양하여라.

4. 하늘 위의 하늘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하늘 위에 있는 물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5. 너희가 주님의 명을 따라서 창조되었으니, 너희는 그 이름을 찬양하여라.

6. 너희가 앉을 영원한 자리를 정하여 주시고, 지켜야 할 법칙을 주셨다.

7. 온 땅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바다의 괴물들과 바다의 심연아,

8. 불과 우박, 눈과 서리, 그분이 명하신 대로 따르는 세찬 바람아,

9. 모든 산과 언덕들, 모든 과일나무와 백향목들아,

10. 모든 들짐승과 가축들, 기어다니는 것과 날아다니는 새들아,

11. 세상의 모든 임금과 백성들, 세상의 모든 고관과 재판관들아,

12. 총각과 처녀, 노인과 아이들아,

13. 모두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여라. 그 이름만이 홀로 높고 높다. 그 위엄이 땅과 하늘에 가득하다.

14. 주님이 그의 백성을 강하게 하셨으니, 찬양은 주님의 모든 성도들과, 주님을 가까이 모시는 백성들과, 이스라엘 백성이, 마땅히 드려야 할 일이다. 할렐루야.

 

 

 

(요한계시록 21:1-6)

1. 나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이전의 하늘과 이전의 땅이 사라지고, 바다도 없어졌습니다.

2. 나는 또 거룩한 도성 새 예루살렘이, 남편을 위하여 단장한 신부와 같이 차리고,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3. 그 때에 나는 보좌에서 큰 음성이 울려 나오는 것을 들었습니다. "보아라, 하나님의 집이 사람들 가운데 있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실 것이요,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하나님이 친히 그들과 함께 계시고,

4.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니, 다시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이 다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5. 그 때에 보좌에 앉으신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보아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 또 말씀하셨습니다. "기록하여라. 이 말은 신실하고 참되다."

6. 또 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다 이루었다. 나는 알파며 오메가, 곧 처음이며 마지막이다. 목마른 사람에게는 내가 생명수 샘물을 거저 마시게 하겠다.

 

 

 

(요한복음 13:31-35)

31. 유다가 나간 뒤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이제는 인자가 영광을 받았고, 하나님께서도 인자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으셨다.

32. [하나님께서 인자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으셨으면,] 하나님께서도 몸소 인자를 영광되게 하실 것이다. 이제 곧 그렇게 하실 것이다.

33. 어린 자녀들아, 아직 잠시 동안은 내가 너희와 함께 있겠다. 그러나 너희가 나를 찾을 것이다. 내가 일찍이 유대 사람들에게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 하고 말한 것과 같이, 지금 나는 너희에게도 말하여 둔다.

34. 이제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35.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으로써 너희가 내 제자인 줄을 알게 될 것이다."

 

 

[성서일과 4본문 묵상]

 

<사도행전 11:1-18>

요절 ; (9)그랬더니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말아라' 하는 음성이 두 번째로 하늘에서 들려왔습니다.

주제 ; 우물 안의 개구리, 우물 밖 세계를 보다 / 껍질을 깨고 새 세상을 보다

 

<시편 148편>

요절 ; (5)너희는 그 이름을 찬양하여라., (13) 모두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여라.

구조 ; ‘하늘(1∼6)과 땅(7∼14)’

주제 ; ‘찬양’

즉 하늘과 땅, 만유(萬有 ; 우주 모든 존재)의 찬양!

온 우주 만물은 하나님 찬양할 존재라는 점에서 통한다.

그런데 찬양하는 까닭, 목적에 대한 언급은 없다  수많은 찬양자들 마다 각각 수없이 많은 찬양의 이유와 방법이 있음이다. 그것을 다 어디 기록할 것인가?

 

<요한계시록 21:1-6>

요절 ; (1)새 하늘과 새 땅 / (5)보아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

주제 ;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다. 지금까지의 우리 세계관 너머를 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을 여신다.

 

<요한복음 13:31-35>

(34) 이제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4본문 어울림]

오늘 시편 148편의 주제는 ‘찬양’이고, 구조는 ‘하늘(1∼6)과 땅(7∼14)’, 즉 하늘과 땅-만유-의 찬양이다. 이것이 오늘 계시록의 “새 하늘 새 땅”,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와 이어진다. 즉, 새 하늘 새 땅이란, 찬양하는 만유, 바로 그것이 아닌가! 이것이 오늘 복음서의 “새 계명 ∼ 서로 사랑하라”와 이어진다. 이야기인 즉, 진심(眞心, 盡心)으로 찬양하는 존재는 서로 사랑할 수 있고, 진실로 서로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온전한 찬양이다.

다시 오늘 사도행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방인들에 대한 통념(通念)을 넘어서는 완전히 새로운 눈을 갖는 일, 이것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첫 단추다. 온전한 찬양을 할 수 있는 첫 단추다. 새 하늘 새 땅을 맞이할 수 있는 첫 단추다.

그렇다면, 오늘 나에게 이방인이란 누구인가? 오늘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행 11:9), 오늘 주님께서 새롭게 하신 것(계 21:5), 그것은 과연 무엇 무엇인가?

 

 

[나머지]

* 오늘 본문들 가운데서, 신비로운 공간 그림이 인상적이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큰 그릇(행 11:5-6)과 새 예루살렘 성(계 21:2)이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재미있다. 큰 보자기 같은 그릇은 수많은 동물을 담아서인지 노아의 방주가 떠오르고, 심지어 UFO, 선녀의 두레박까지 나왔다. 새 예루살렘 성은 일본 만화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미야자키 하야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한다.

후자는 “단장한 신부처럼” 아름다운데, 전자는, 적어도 베드로가 보기에는 속되고 더러웠다. 그런데 그것은 모두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라면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이라야 마땅하다. 하늘이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임에야!(행 11:9)

 

** 계시록 본문 3절 말씀이 매우 인상적이다. 임마누엘 하나님, 임마누엘 그 사랑이 물씬하다.

(3) 그 때에 나는 보좌에서 큰 음성이 울려 나오는 것을 들었습니다. "보아라, 하나님의 집이 사람들 가운데 있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실 것이요,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하나님이 친히 그들과 함께 계시고,

새 하늘 새 땅이, 새 예루살렘 성이 신비롭고 아름답고 행복한 까닭은, 거기 그 분이 계시기 때문이다. 그 말씀이 계시기 때문이다.

(5) 그 때에 보좌에 앉으신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보아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 또 말씀하셨습니다. "기록하여라. 이 말은 신실하고 참되다."

 

이 말씀과 통하는 본문들이 떠오른다.

(요 1:14) 그 말씀은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의 영광을 보았다. 그것은 아버지께서 주신, 외아들의 영광이었다. 그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였다.

(요 14:23) 예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리하면 내 아버지께서 그 사람을 사랑하실 것이요, 내 아버지와 나는 그 사람에게로 가서 그 사람과 함께 살 것이다.

 

*** 한 주간 내내 ‘말씀’이라는 화두를 붙들고 묵상했다.

오늘 복음말씀 “새 계명”, “서로 사랑”(요 13:34) 때문이다. 지난 몇 해 동안 성서일과 4본문 독경, 사경을 강조하고 독려(督勵)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교인들과 틈이 벌어지고 떠나는 교인들까지 생기고, 나는 나 혼자 그 말씀 붙들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요리실력 형편없는 엄마, 아니 병원식당 주방장처럼, 서투른 기숙사 사감처럼 무모했다. 그러면서, 말씀이 도대체 무엇인지, 왜 나는 그 ‘말씀타령’에 붙들리게 된 것인지, 돌아보고 또 돌아보았다. ‘말씀’은 배부름도 아니고, 자랑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다. 권력도 아니고 유혹도 아니다. 말씀은 그냥 사랑이다. 말씀은 오직 사랑이다. 말씀으로 삼라만상을 지으신, 말씀이 육신이 되신, 언약을 지키시려고 육신을 입고 내려오신 그 말씀, 온 몸으로 선포되고, 온 몸 바쳐 그 언약을 성취하신 그 말씀, 그건 바로 ‘사랑’이시다.

 

오늘 요한복음 13:34-35에 여러 차례 반복해서 나오는 ‘사랑’이라는 단어는, 희랍어 성경에 모두 ‘아가페’라는 단어로 나온다. 주석가들은 그 당시는 아가페, 필리아 등을 섞어서 사용했다지만, 나는 아가페만 나오면 그냥 성찬이 떠오른다. 가시고기 아빠 사랑이랄까? 그건 말초적인 사랑이 아니고, 그건 예술적인 사랑이 아니고, 그건 계산적인 사랑도 아니다. 그냥 조건 없이 나를 내어주는 사랑이다. 말씀은 사랑이다. 말씀은 아가페다. 제자란 말씀대로 사는 자, 즉 제자는 사랑하는 사람이다.

 

(요 13:35)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으로써 너희가 내 제자인 줄을 알게 될 것이다."

 

 

[말씀동화] 하늘꿈 꿈동이들

 

“싫어, 싫어, 싫어!”

 

석란(石蘭)이가 벌떡 일어났어요. 땀을 뻘뻘 흘리며 잠꼬대까지 하면서 일어난 거예요.

 

“이건 뭐지?, 도대체 뭐지?”

 

똑같은 꿈을 벌써 사흘째 연속극처럼 꾸었으니 놀랄만한 일이죠. 처음엔 얼굴빛이 거무스름하고 못생긴 남자애와 결혼식을 올리는 꿈을 꾸었어요. 두 번째는 공부를 상당히 못하게 생긴 얼굴에 그냥 실실 웃기만하는 이상한 남자애와 결혼하는 꿈이었죠. 오늘 세 번째 꿈은 더 이상했어요. 힘이 무지무지 세고 얼굴도 난폭하게 생긴 남자애였어요. 주례 목사님께서 “이 남자애를 신랑으로 맞아 평생 순종하며 살기로 결심하겠느냐”고 물으실 때, 마음속으로는 ‘말도 안 되요, 절대 안 되요! 싫어요!’ 하고 소리치려는데, 입 밖으로 그만 큰소리로, “아멘!”이 튀어나오는 꿈이었어요.

 

‘세상에 이런 흉몽이 다 있다니!’

 

생각만 해도 식은땀 나는 꿈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어요. 등굣길에 만난 단짝 용희(龍喜)가 물었어요.

 

“석란아 낯빛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석란이는 축 처진 목소리로 지난 밤 꿈 얘기를 시작했어요. 자초지종을 늘어놓는 석란이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네요. 석란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용희가 깔깔거리며 말했어요.

 

“너 벌 받은거야. 틀림없어! 목사님 말씀 듣고도 막 무시했잖아?”

 

“내가 언제?”

 

“기억 안나? ‘하나님께서 모두 깨끗하게 하셨다.’ ‘세상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그러셨는데도 석란이 너는 계속 철수 왕따시켰잖아? 완전 무시무시 개무시했잖아!!”

 

석란이는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그러고 보니 꿈에 나타난 그 혐오스럽던 신랑이 딱 철수였어요. 왠지 북한에서 온 간첩처럼 좀 으스스하고, 공부 되게 못하게 생긴 거 하며, 게다가 얼굴빛이 남다르게 시커먼 게 ... 딱 철수였습니다.

철수는 보기 드문 ‘다문화 새터민’입니다. 엄마는 탈북한 새터민이고 아빠는 필리핀에서 온 이주노동자시죠. 엄마는 북녘땅을 탈출해서 천신만고 끝에 낯선 남녘땅에 정착해서 정말 열심히 일하셨대요. 그렇게 자리를 잡을 때쯤에 착한 필리핀 남자를 만난 거죠. 그리고 첫 아들 철수를 낳았는데 장애가 조금 있었죠. 얼굴빛깔은 아빠를 닮아 검고 좀 잘생긴 편이었는데, 공부를 지지리도 못했어요. 빵점 대장이었죠. 그래서 철수는 학급에서 공식 왕따, 대표 왕따였습니다. 공부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 석란이는 철수를 왕따시키는 대표선수였고요.

 

용희 얘기를 듣고 보니 아닌게 아니라 정말 그 꿈들은 하나님께서 내리시는 벌이 아닌가 싶었어요. 그 때 용희가 말했어요.

 

“석란아, 그러고 보니 나도 며칠 전에 이상한 꿈을 꾸었어. 만화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 알지? 딱 라퓨타처럼 생긴 멋진 성이 하늘에서 막 내려오는 거야.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거기 수없이 많은 천사들이 보이고 눈부시게 빛나는 우리 주님 같은 분도 계셨어. 그렇지, 그건 딱 천국 같았어. 그런데 왜 천국이 라퓨타처럼 막 움직이고 게다가 나를 향해 내려오시는 건지 굉장히 궁금했거든, 그래서 목사님께 여쭈었지. 그랬더니 요한계시록 21장 말씀을 보여주시는 거야. 내 꿈이 딱 그 말씀대로였어. 와!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살고 싶으셔서 몸소 오신다니, 아! 정말 어마어마한 꿈이었어! 그런데 목사님 말씀 듣고 나서 성경책을 다시 꼼꼼히 읽어보니까 4절이랑 5절 말씀이 아주 마음에 쏙 들어오네! 지금도 기억나,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라는 말씀이랑,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는 바로 그 말씀이야! 주님을 모신 커다란 성이 내게 내려오신 건 바로 나와 함께 살고 싶으신 거고, 같이 살면서 내 눈물 콧물 다 닦아 주신다는 거야! 그 말씀이 처음엔 약간 어렵게 느껴졌었는데, 왠지 지금 네 꿈 얘기를 듣고 보니까 지금 딱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 같아.”

 

용희의 꿈 이야기를 듣는 동안 석란이의 눈빛이 점점 반짝거렸어요. 우리가 꾼 희한한 꿈들이 지금 석란이에게 아주 딱 맞는 안성맞춤 말씀이었던 거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석란이는 자기가 꾼 꿈 때문에 매우 찜찜하고 그동안 철수에게 저질렀던 일들이 점점 걱정스러워지기 시작하던 참이었는데, 용희 꿈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한줄기 희망의 빛이 보인 거죠. 라퓨타 얘기 앞부분을 들을 때는 하나님이 오셔서 내 죄를 꾸짖으시려는 줄 알고 조마조마했는데, 모든 눈물을 닦아주시고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신다는 말씀에서 ‘휴우∼!’ 하고 안심이 되었어요. 그리고 좀 엉뚱하지만 이렇게 다짐했어요.

 

‘내게도 눈물이 필요해!’

 

터프한 석란이는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철수에게 다가갔어요. 철수 앞에 서서 다짜고짜 손을 쑥 내밀었어요. 어리둥절 겁먹은 눈초리로 석란이 눈치만 살피고 있는 철수의 손을 석란이가 덥썩 잡았어요. 그리고 씩씩하게 말했어요.

 

“철수야. 그동안 내가 쫌 미안했다. 지난 일은 쿨∼하게 잊어라. 이제부터 내가 잘할게.”

 

과연 석란이의 마음이 느껴졌을까? 철수의 눈빛은 아직도 바람 앞에 촛불처럼 흔들거리고 있네요.

 

미술시간이 되었어요. 공부는 꼴찌여도 미술솜씨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철숩니다. 철수는 미술시간이 가장 행복하죠.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려고 두근두근 크레파스를 고르려다말고 철수는 본능적으로 석란이를 살펴보았어요. 석란이와 눈이 마주치자 철수는 깜짝 놀랐어요. 석란이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 같았거든요.

 

‘잘못 본 건가? 그래 잘못 본거겠지!’

 

혼자 씩 웃으며 살색 크레파스를 잡았어요. ‘아차!’ 그리곤 또 한 번 움찔하는 순간 어느새 소리도 없이 다가온 석란이 때문에 철수는 그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말았죠. 문제는 바로 이 살색 크레파스 때문이에요. 공부는 잘하지만 미술솜씨가 형편없는 석란이는 평소 철수가 그림 그릴 때마다 곁에 와서 방해하곤 했는데, 특히 살색 크레파스 칠을 할 때면 철수의 볼을 사정없이 꼬집어 뜯으며 이렇게 놀려댔답니다.

 

“깜둥아, 너도 알지? 그게 바로 살색 크레파스잖아. 그러니까 네 얼굴은 살색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이건 살도 아니라는 말씀이야. 알아들어?”

 

그럴 때마다, 아무리 까무잡잡해도 철수의 볼은 퍼렇게 멍이 듭니다. 철수의 마음도 시퍼렇게 멍이 듭니다. 그렇게 살색 크레파스를 집을 때마다 본능적으로 움찔하던 철수에게 석란이가 다가온 거예요. 그렁그렁 눈물을 머금은 이상한 목소리로 석란이가 말합니다.

 

“철수! 미안해! 암만 생각해도 내가 참 나빴어! 그중에 가장 나빴던 게 이거야. 네 볼 꼬집으며 살색 어쩌구 한거...! 날 용서하지 마라 철수! ... 아니야 정말 용서해줘 철수야. 정말 미안해!”

 

쿨하기로 소문난 천하의 석란이가 교실 바깥으로 뛰쳐나갑니다. 처음엔 태연하고 씩씩하게 사과하는 것 같더니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나 봐요. 속으로 꾹꾹 누르고 있던 게, 살색 크레파스를 잡고 또다시 움츠러드는 철수의 조그만 등을 보는 순간, 그만 눈물로 터져 나온 겁니다.

쏟아지는 눈물을 씻으며 석란이는 하늘을 바라보았어요. 온통 하늘색 크레파스로 잔뜩 칠해놓은 듯이 맑고 푸른 하늘이네요.

 

‘하나님 고맙습니다. 눈물을 주셔서... 제 눈물도 닦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나님!’

 

시원한 하늘빛으로 눈물을 씻고 마음도 씻은 석란이는 교실로 들어와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용희에게 말했어요.

 

“용희야, 내가 점점 하나님이랑 친해지는 것 같아! 방금 내가 하늘을 보며 하나님이랑 얘기하는 동안에 무언가 중요한 것 같은 생각 하나가 떠올랐는데, 살색 크레파스 말야, 그게 뭔가 좀 이상한 것 같다는 생각 들지 않니?”

 

용희가 두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어요.

 

“그래 맞아. 나도 네가 철수 볼 꼬집고 철수는 아파서 막 울고 그러는 걸 볼 때마다 그 생각이 들었어. 살색 크레파스... 그 이름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맞아 맞아, 하늘색은 어느 나라나 다 비슷비슷한 색이잖아. 그런데 살색은 다 다르잖아. 굉장히 다양하잖아. 그러니까 크레파스 색깔 이름도 살색은 잘못된 거야. 굉장히 잘못된 거야!”

 

바로 그 때 우리 반 똘똘이 진구가 끼어들며 말했어요.

 

“맞아 맞아. 우리 아빠가 그러시는데, 세상에는 다섯 가지 중요한 색깔이 있대,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하얀색, 그리고 검정색까지 이걸 오방색이라고 하는데, 세상 사람들도 다 그 다섯 가지 얼굴 빛깔이 있는거야.”

 

“야, 그런데 파란색은 아니다. 세상에 파란색 얼굴이 어딨냐?”

 

영훈이가 깔깔거리며 소리치자, 진구가 큰 눈을 껌뻑거리며 능청스럽게 중얼거립니다.

 

“왜 없어? 스머프네는 온통 파랗잖아.”

 

진구의 재치있는 대답에 우리는 모두 깔깔 웃었어요.

 

‘살색 크레파스!’ 매우 중요한 문제점을 발견한 석란이와 용희의 가슴이 세차게 뛰었습니다. 석란이가 선생님께 이 문제를 여쭤봅니다. 그리고 선생님 허락을 받고 즉석 학급회의를 엽니다. 친구들 눈빛이 하나같이 밝게 반짝입니다. 바로 그때 반에서 노래를 가장 잘 부르는 소현이가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제안합니다.

 

“살구색이 어떨까요? 우리 교실 창밖에 저기 살구나무 있잖아요. 해마다 7월이면 잘 익은 살구열매 색깔이 딱 우리가 살색이라고 부르는 이 크레파스 색깔 맞잖아요?”

 

모두가 소현이의 의견에 대찬성이었어요. 그리고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대한민국 크레파스 만드는 모든 분들께 살색이 아니라 살구색으로 이름을 고쳐달라고 전하고, 법적으로도 꼭 그리 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석란이의 눈과 철수의 눈이 또 마주쳤어요. 철수의 얼굴빛이 빨갛게 상기된 게 보였어요. 아무리 까무잡잡해도 흥분한 얼굴빛은 누구나 발그레한 법이죠. 창밖에 발그레한 꽃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네요. 살구꽃잎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꽃비를 바라보면서 용희는 문득 성령강림절이 생각났어요. 언젠가 성령강림절 예배 때 목사님께서, 오순절 다락방에 모인 제자들 머리 위로 성령이 오시는 성경말씀을 읽으시며 빨간 장미 꽃잎을 한바구니 우리 머리 위로 뿌려주시던 것이 기억난 거예요. 그리고 얼른 석란이와 철수의 손을 잡고 교실 밖으로 뛰어나갑니다. 꽃비를 맞으며 아이들이 환하게 웃네요. 울긋불긋한 아이들 얼굴빛이 꽃처럼 밝고 사랑스럽습니다. 파란 하늘 위에서 해님도 환하게 웃고 있네요.

 

(이정훈, 2013년 4월 27일 토요일 밤에 지음)

(* '살색' 크레파스 문제제기는 실화입니다. 어린 학생들이 단체로 노력하여 법적으로 크레파스 이름을 살색에서 살구색으로 바꾸게 한 일을 여러해 전 신문에서 본 것을 참고했습니다.)

 

 

 

 

이 말씀그림은, 겨자씨교회 김재임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말씀동화를 읽으시고 지난 작품 가운데서 골라주셨습니다.

 

앞에 있는 성서일과 본문 말씀에 담은 <말씀그림>은 김재임선생님께서 이번에 만들어주셨습니다.

혹시 이 그림이 필요하신 분은 (상업적 목적은 안 되고) 필요한 자세한 이유(쓰일 곳 등)을이메일로 알려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작가 김선생님의 뜻입니다.

(suhmoo@hanmail.net   이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