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정정화 선생 30주기 추모 연시조(聯詩調)]
이십세기 벽두부터 아흔 한해 한평생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실하게 닦으시니
맑도다 수당 정정화 아로새길 그 이름
여섯 살 어린 소녀 천자문을 떼었더니
열한 살 동남동녀 백년가약 맺었어라
그 이름 성엄 김의한 동무 같은 지아비
김가진 동농 선생 하늘같은 시아버지
기미년 만세 후에 상해로 떠나시네
일흔 넷 어르신께서 부귀영화 버리사
이듬해 정초부터 수당이 일어서니
머나먼 상해까지 거칠 것 있을쏘냐
아버님 봉양하고자 낯선 땅을 달리다
아버님 모시면서 이웃 노인 다 모시네
석오 성재 백범 선생 그 어머니 곽낙원님
언 마음 따듯해지고 봄기운이 감돌다
시아버지 봉양하려 독립자금 마련하려
백반편지 끈 편지를 조국 땅에 가져가네
푸르른 저 압록강을 수도 없이 건너다
그 이름 정화(靖和)처럼 가정이 편안하고
수당이 땀 흘릴 때 임정식구 평화롭다
따듯한 사랑의 밥상 대동세상 이루어
일구삼이 홍구공원 윤의사 의거 후에
일구삼칠 중일전쟁 설상가상 요동치니
고단한 피난살이는 그칠 새가 없어라
상해에서 수천 리 길 중경에 이르도록
일백여명 식구들과 생사고락 같이 하네
외아들 후동이 전학 소학교만 다섯 번
중경 근처 토교마을 화탄계 시냇물이
피난민 임정식구 몸과 마음 씻어주네
곱도다 삼일유치원 꽃망울이 생동해
일구사오 광복에도 귀국길 어려워라
이듬해 오월에야 조국으로 돌아가네
남루한 수송선타고 부산항에 이르니
어수선한 해방조국 도도한 미군정을
친일파 득세하니 광복은 아득하다
육이오 동족상잔은 남은 간장 끊나니
성엄은 납북되고 시어머니 봉양하다
옛 동지 만난 탓에 부역 죄로 감옥살이
친일파 고문경관이 어찌 이리 많더냐
여든 여섯 노안에다 한쪽 눈 잃었어도
푸른 붓 붉은 먹물 장강일기 남겼어라
어즈버 수당 정정화 녹두장군 기개여
수당(修堂) ; 몸과 마음을 닦는다는 뜻을 담아 스스로 지은 아호
정화(靖和) ; 상해 망명 직후 정묘희라는 이름 대신 스스로 지은 이름. 두루 편안하게 한다는 뜻이다.
석오는 이동녕 선생의 호, 성재는 이시영 선생의 호다.
백반편지 끈 편지 ; 일경에 체포되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든 비밀편지.
화탄계(花灘溪) ; 꽃여울이라는 이름의 시내. 수당 일행이 머물던 토교마을에 있었다.
[2021. 10.31. 둥글레음악회에서, 수당의 「장강일기(長江日記)」를 읽고 이정훈이 짓다]
(둥글레음악회는 매달 마지막 주일 저녁에 성실교회에서 여는 음악회입니다. 민들레음악회를 100회로 마친 뒤, 이름을 둥글레음악회로 바꾼 뒤에 한국근현대사 인물을 중심으로 준비하여 음악회를 열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31일 둥글레음악회의 주인공은 수당 정정화 선생님이었고 그분이 남기신 장강일기를 읽고 감동하여 지은 연시조를 이번 음악회 때 읽었습니다. 마침 오늘이 수당 선생님 30주기 추모일이라 여기 남깁니다.)